[일본년] 32/51 (펀글)-미완성
페이지 정보
본문
[37] 제목 : ▶일본년◀ 제32화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생각지 않았던 춘자의 물음에 영복이 다급하게 둘러댔다.
[ 으응, 배가 없어...]
[ 우리 몰래탄거야? ]
[ 아니야, 돈 주고 탄거야.]
[ 으응, 꼭 몰래 탄 거 같아서... 걸리면 맞아죽자나.]
[ 걱정말어, 화물선은 그래도 여기가 일등석이다. 냄새가 좀 나서 그렇지만...]
[ 훗.]
어린 춘자의 마음엔 스무살 김영복의 어깨가 한없이 믿음직 스러웠다.
부푼 꿈을 가슴에 안고 오빠의 다리를 베고 누운 춘자는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히로시마에 도착한 남매는 같은 처지의 조선인 박귀복 조상열과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요꼬하마로 향했다.
조선인들이 움집한 작은 마을에 터를 잡은 김영복 남매는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르는 채 닥치는 대로 일을 잡았다.
한해가 흘러 뜨거운 여름이 왔고, 그 여름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재앙이 오고야 말았다.
1923년 (일본 大正 12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간토(關東)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은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에게 또 하나의 화마가
되고 말았다.
무너지는 건물과 불길을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실로 아비규환이었다.
[ 아아아악! ]
[ 사람살려어어... 으윽! ]
[ 아악! ]
우왕좌왕하는 일본인 틈에 많은 조선인도 섞여있었다.
[ 아아악! ]
[ 필자야! ]
[ 오빠, 오빠아! ]
간토지방 전역과 시즈오카, 야마나시 현 에도 큰 재해를 가져온 이 지진은
사망자 9만 9,331명, 행방불명 4만 3,476 명, 가옥 전파 12만 8,266동,
반파 12만 6,233동, 소실 44 만 7,128동, 유실 868동의 커다란 피해를 발생시켰다.
[ 마에다! 마에다아! 저기! 저리로! ]
[ 엄마아! ]
[ 빨리 뛰어! ]
도쿄 혼조, 육군 피복창 자리 광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길을 피해 모여들었다.
금새 광장은 4만명의 피난민이 뒤섞여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 하루꼬! 하루꼬오! 어디써어! ]
[ 순복아! 순복아! ]
[ 불 이다아! 불 이야! ]
[ 아아아악! ]
갑자기 스미다강 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불길이 피난 인파 속으로
들이닥쳤다.
[ 허후후욱! 으윽! ]
[ 아악! ]
불길은 삽시간에 피난 보따리로 옮겨 붙었고 뒤엉켜 피하지 못한 4만 인파는
그 자리에서 타 죽고 말았다.
지진이 발생된지 4시간 후, 갑자기 거리에서 발견되는 모든 조선인들이 이유없이
학살되기 시작했다.
일본 군경들은 총기와 일본도를 사용해 무차별적으로 조선인을 사살했다.
단칼에 목을 베고 등에서 배로 관통하는 등, 잔인한 살생을 서슴치 않았다.
국가 위기를 느낀 당국자들의 계략이었으며, 그들의 국가 위기는 이러했다.
무리한 해외 파병으로 군량미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쌀 파동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은 반 정부 수준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이런 때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으며 일본 정부는 국민의 절망과 반정부 움직임의
칼끝을 조선인들에게 향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다음날 야마모토 곤노효에 내각은 정식으로 계엄령을 선포하게 되는데, 전쟁과
내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그 구실로 조선인을 이용했던
것이다.
당국자들은 곧 유언반, 지휘반, 실행반 등의 공작대를 조직하여 그들로 하여금
방화, 독물투입, 투탄, 등의 테러 행위를 감행시켜 그것이 마치 조선인들이
자행한 것처럼 조작 하였다.
유언비어는 삽시간에 동경으로부터 전국으로 퍼지고 따라서 민심의 불안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1923년 9월 2일 오후 6시.
[ 에...또... 우물에 독을 풀고, 폭탄을 던지고, 방화를 일삼는 등 갖은 테러로
폭동을 일으킨 조선인들이 일본을 죽이고 있다.
이에 대 일본 제국은 위기 의식을 느껴 오후 6시를 기해 계엄령을 선포한다.
국민들은 모든 조선인들을 보는 즉시 사살하라! ]
불안이 극도에 도달한 일본인들은 지방별로 자경단을 조직하기에 이른다.
그 수는 도쿄에 1,593개, 가나가와에 603개, 사이타마에 300개, 지바에 366개,
군마에 469개, 기타 16, 도합 3,689개의 자경단이 조직되었다.
자경단들은 일본도, 죽창, 도비구찌 (솔개의 부리같은 모양으로 화재시 날 끝으로
콕 찍어서 끌어당기는 도구, 낫과 비슷하나 칼날이 짧고 날카롭게 생겼음.) 등을
들고 다니며 눈에 띄는 조선인들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의 손에도 죽창과 도비구찌가 들려있었다.
[ 조센징이다! ]
[ 어디 어디? 죽여! ]
이유도 모른채 도망가야 하는 조선인은 도처에 깔린 자경단들에 의해 쉽게
붙잡힌다.
[ 퍽! ]
[ 윽! ]
그리고 잡히는 즉시 일본도에 심장을 찔려 죽거나 수용소로 끌려가야했다.
또는...
[ 다까기 상, 조센징 몇 놈이나 잡았어? ]
[ 다섯 마리될껄! ]
[ 다, 죽였어? ]
[ 그럼, 한칼에 끊어버렸지.]
[ 잼있지? ]
[ 응, 꼭 쥐새끼들 잡아 죽이는것 같어. 근데 저년은 모야? ]
[ 조선년인데... 집에 끌고가서 죽이려구.]
[ 와하하, 재미보고 죽이려구? ]
[ 흐흐, 천천히 갈기갈기 찢어죽여봐야겠어.]
[ 나도 조선년하나 잡아봐? 와하하하! ]
추천77 비추천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