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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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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04 회 작성일 24-02-11 02: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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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사건이 일어났다.
마사키의 클래스에 다케시모 다가오리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전국학생연합회의 일원으로 메이데이에 참가했다.
그런데 그 후 경찰에서 그녀를 찾기 시작했고 사복 경찰이 학교로 들어왔
다.
의심을 한 학생들이 계속 추궁하자 한 명은 도망쳤으나 야마모토 경관은
붙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도망친 경관의 급보를 듣고 현장으로 온 사토하라 주임까지 연금당
했다.
대학측, 학생측, 경찰측 대표들이 모여 철야 회의를 하는 동안 경찰 부대가
교내로 진입해와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마사키는 다음 날 항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카다를
만나 해산 후 집으로 데려 오고 있었다.
전차가 이케부쿠로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사키는 이케다 고리가 이
쪽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이 마주쳤다.
먼저 목례를 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오랜간만이네요. 이사가셨나 했어요.>
<아니예요.>
<와세다에 큰 일이 났더군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고 걱정했는데 마사키
씨는 별일 없었어요?>
<저도 신문을 보고 알았어요. 근데 저기 있는 친구가 당했죠. 집으로 데려
가는 길이예요.>
<머리 붕대를 보고 그러리라 짐작은 했어요.>
나리마스역에 도착한 뒤 마사키는 두 사람을 소개했다.
사카다는 열띤 어조로 왜곡된 신문 보도와는 차이가 있는 사건의 전모를
고리에게 설명해 주었고 고리도 꽤 흥미있어 했다.
마사키의 자취집은 바로 길 옆에 있었다.
<잠깐 들르시겠어요?>
고리는 뺨을 붉혔다.
<저, 잡지가 나왔나요?>
<네, 한 권 드리죠.>
마사키는 고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잡지를 건네주고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고리는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사카다가 말했다.
<알콜로 상처를 소독할 겸 예쁜 소녀가 놀러 온 걸 축하도 할 겸 술 한
잔 할래요?>
<전 곧 돌아가야 해요. 일찍 들어가겠다고 했거든요.>
<그럼 일단 돌아갔다 오시면 어때요?>
<부모님이 밤 외출을 금하세요.>
<딴 구실을 만들면...>
고리는 고갤르 갸웃하며 생각하다가,
<그럼 어머니께 여쭤 볼게요.>
<그러세요.>
<올 수 있다면 1시간 이내로 오겠어요. 안 오면 기다리지 마세요.>
마사키와 사카다는 술자리를 준비했다.
도중에 가메다도 와서 세 사람은 고리를 기다렸다.
<올까?>
<꼭 올 거야.>
돌아갈 때 자신을 쳐다보던 눈길을 보고 마사키는 그것을 짐작할 수 있었
다.
분명히 호의가 어려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리를 유혹하려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그 가능성을 생각했을 뿐이다.
가메다가 사카다에게 말했다.
<마사키 선배는 사카다 선배의 누나를 배신하려 하는데 아무 소리 안 해
요?>
<남자니까. 도쿄에 따로 여자를 만드는 건 당연하지.>
그의 짐작 대로 고리가 왔다.
네 사람은 와세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다.
고리는 두 잔을 마시더니 더 이상 입에 대지 않았다.
9시가 되자 고리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사카다가 마사키 쪽을 보며 말했다.
<마사키, 배웅할 영광을 내게 양보해라.>
뜻밖의 말이었다.
잠자코 있으려니,
<이 사람이 좋아질 것 같아.>
라고 덧붙였다.
마사키도 술자리에서 사카다가 고리에게 보이는 관심을 눈치채고 있었다.
<좋아 명예로운 부상을 당했으니 그 보상으로 미녀의 에스코트를 허락하
지.>
고리는 마사키를 바라보았으나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대로 작별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나간 뒤 가메다가 말했다.
<정말 이치나리 선배에게 양보할 거예요?>
<쭉 레리코에게 빠져 있더니 잘 안되나 봐. 이제 새로운 연인을 찾는 것도
좋겠지.>
<아깝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뭐, 괜찮아.>
<선배를 보는 눈에 정이 가득하던데. 배웅해주지 않아 실망하고 있을 걸
요?>
<우린 아직 백지 상태야. 여자는 자기에게 잘해 주는 남자에게 약하지. 사
카다가 진짜 사랑을 해 볼 마음이라면 괜찮아.>
사카다가 돌아온 건 10시가 지나서였다.
배웅해 주는 도중에 풀밭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했다고
말했다.
<내가 돌아오지 않아 초조했지?>
<조금.>
<그녀를 유혹하려는 거야? 아니면 사랑하려는 거야?>
<글쎄.>
<난 사카다 요시코의 동생이야. 네와 누나 얘길 했어. 그건 누나 편을 드
는 동시에 나를 위해서였지.>
<그랬군.>
<쇼크를 받은 것 같더라. 이젠 어쩔 수 없어. 내게 양보해.>
<넌 놀이 상대야?>
<정식 연인도 괜찮겠지?>
<그럼 난 손을 떼지.>

며칠 뒤 역으로 향하는 도중에 고리를 만났다.
고리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이번 토요일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아뇨, 아직.>
<친구한테 시사회 초대권을 받았는데 두 장이예요.>
<사카다와 함께 가는 게 어때요? 좋아할텐데.>
순간 고리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는 낮게,
<알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찬 공기가 흐르며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사카다가 내 얘기했죠?>
<무슨 말이요?>
(이상하다. 사카다 녀석 아무말 하지 않은 거 아니야?)
영화 시사회에 가자고 한 것도 이상하고 태도가 급변한 것도 이상했다.
마사키는 확인을 위해 머리를 회전시켰다.
<그날 밤 사카다와 한 시간 동안 무슨 얘기했어요? 혁명이니 투쟁이니 같
은 말로 혹시 곤란하게 하지 않았어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그런데 한 시간이라뇨?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는 9
시 10분이었어요.>
(녀석은 내 입으로 말하게 하려 했던 거구나.)
사카다다운 술책이었다.
성공할 확율은 높지 않지만 실패해도 손해볼 것은 전혀 없었다.
그에 복수를 해야 한다.
<우리 영화보러 함께 가요.>

마사키는 집으로 돌아와 사카다에게 물었다.
사카다는 자신의 술책을 인정했다.
<난 밀고자가 되긴 싫어. 그래서 네 입으로 누나와의 일을 고백하게 하고
싶었어. 그녀를 어떻게 할 거야?>
<고민 중이야. 도모에나 에리코처럼 욕망만으로 상대할 순 없으니까. 그렇
다고 해도 나의 베아트리체는 사카다 요시코 뿐이야.>
<나라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데? 놀이 상대라면 상관하지 않지만 진심이
면 곤란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영화 초대를 받았어.>
<그래? 마침내 내가 밀고자가 되어야 할 것 같구나. 내일 아침에 기다렸다
가 역까지 가며 말하지. 너에겐 미안하지만 네가 배신하려는 사람은 내누나
니까 하는 수 없어. 괜찮지?>
마사키의 여자 관계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던 사카다도 고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이 불안해 했다.
마사키도 그런 사카다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도리없지 뭐.>

다음 날 마사키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준비를 하려고 풍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데 정원으로 들어오는 흰 그
림자가 있었다.
고리였다.
웃으며 인사했다.
마사키도 인사했다.
<저, 실망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러 들렸어요.>
<사카다가 말했군요.>
<네, 사진 갖고 있죠? 보여 주시지 않겠어요?>
마사키는 지갑 속에서 요시코의 사진을 꺼냈다.
<어머나, 아름다운 분이군요.>
그 목소리엔 거짓이 없는 것 같았다.
<정말 멋있어요. 역시 당신을 좋아하지 않은 게 다행이예요. 실연당할 뻔
했잖아요.>
고리는 사진을 돌려 주었다.
<이제 같이 갈 마음은 사라졌겠죠?>
<어머, 왜요? 앞으로 동생처럼 만나고 싶어요.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럴 생
각이었어요. 괜찮죠?>
<물론 당신이 좋다면.>
그러자 고리는 생긋 웃으며 끄덕였다.

마사키는 사카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리와 시사회에 갔다.
이케부쿠로의 산호에 가서 술을 마신 뒤 집으로 향했다.
마사키가 고리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뺨을 비빈 건 강둑길을 걸을 때였다.
다른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귀여운 여인이다라는 감정이 솟아 불쑥 그렇게 해버린 것이다.
술이 그의 행동을 부추겼다.
고리는 가만히 있었다.
차가운 볼의 느낌이 신선했다.
<키스해도 돼요?>
<싫어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왜?>
대답은 뻔 한 것이다.
<당신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떨리는 목소리였다.
<당신도 좋아해요.>
마사키는 악마처럼 속삭였다.
가벼운 충동이 이제는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당신을 좋아해요. 당신은 싫어요?>
<싫다면 함께 영화보러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날 좋아하나요?>
<......>
<키스하고 싶어요.>
마사키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 갔다.
입술이 닿기 직전, 고리는 얼굴을 돌렸다.
볼에 입을 맞춘 셈이 되었다.
다시 뺨을 밀착시킨다.
<한 번만이라도 키스하고 싶어요.>
<취했어요.>
<그럼 취하지 않았을 땐?>
<......>
<좋아요. 다음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신에게 키스하겠어요.>
마사키는 고리를 꼭 안았다.
<그게 싫다면 날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아요. 난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못될
지도 모르니까.>
<......>
<하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예요.>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고리의 집 근처 소나무 밑에서 발을 멈췄다.
<오늘 즐거웠어요.>
고리는 마사키를 보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다신 만나지 않을 건가요?>
고리는 잠시 사이를 두고 고개를 흔들었다.
<만날 건가요?>
이번에는 끄덕였다.
고리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마사키는 발길을 돌렸다.
(난 나쁜 놈이야. 저런 순진한 여인을 유혹하다니. 하지만 좋아하는 건 사실이야. 그녀도 날 좋아하는 느낌이었어.)



잡지 신작가는 단와 후미오가 전면적으로 자료 제공을 하여 매월 발행된
다.
그 합평회가 매달 12일 모나미에서 행해진다.
여기에는 회합회만 내면 비회원도 참가할 수 있었다.
마사키가 히라가와 미찌에의 권유로 처음 참가한 건 여름 방학이 얼마 남
지 않은 6월이었다.
그날 밤 신주쿠에서 미찌에와 한 잔 하다보니 12시가 넘어 막차를 놓치게
되었다.
합평회 때문에 마시기 시작한 시간이 늦어진 탓이었다.
<내 방에서 자겠어요?>
메시쯔카의 집에 가서 잘 생각이었던 마사키는 뜻밖의 제안에 눈이 동그래
졌다.
미찌에는 아무렇지 않는 얼굴이었다.
<우리 집에 가는 전차는 아직 있어요.>
미찌에는 시모기타다키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대신 신사적으로 자겠다고 약속해요.>
<물론이죠.>
두 사람은 미찌에의 방으로 향했다.
미찌에는 이부자리를 준비하자 마사키는 속옷 차림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
갔다.
미찌에는 전등을 껐다.
마사키는 눈을 감았다.
미찌에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 입는 모양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참, 전에 히로가와 선배의 연애담을 들려주기로 약속했죠?>
<이야기할 것도 없어요. 상대에게 새 여자가 생겨 헤어졌죠.>
<어떤 사람이었어요?>
<불문과 1년 선배.>
<그럼 4학년이겠군요.>
<중퇴했어요. 쭉 만나지 못하다가 지난 번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고는 안심
했죠.>
<왜요?>
<태연한 나 자신을 발견했거든요.>
<얼마나 사귀었어요?>
<1년 정도. 처음에는 강제로 공원 잔디에서 당했죠. 처녀를 빼앗긴 거예
요. 그 뒤에 좋아졌구요. 그러다가 그런 내 자신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서 상대의 결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그는 바람기가 많고 내게 싫증을
내고 있었죠. 그래서 그만 뒀어요. 이게 다예요.>
마사키는 애초의 약속 대로 인사하며 등을 돌렸고 술에 많이 취한 탓에 금
방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갈증 때문에 눈을 떴다.
물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의 등을 감싸며 물었다.
<히로가와 선배, 물을 마시고 싶은데요?>
미찌에는 잠시 뒤 눈을 뜨며,
<미안해요. 물을 준비해 두지 않았군요.>
라며 일어났다.
불을 켰다.
잠옷 차림이 섹시했다.
밖으로 나가더니 물이 든 컵을 들고 왔다.
그것을 건네주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마사키는 물을 마셨다.
정말 맛있었다.
이런 물맛 때문에 독한 술을 마신다는 사람의 말이 이해가 갔다.
미찌에는 눈을 감은 채 누워있다.
그를 믿고 있는 모습이다.
불을 끄고 마사키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조금 뒤 뺨을 밀착시켰다.
차가운 느낌이 상쾌했다.
<술이 깨느라 그런지 춥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찌에를 옆에서 안았다.
손에 힘을 주어 마주 보게 방향을 돌렸다.
물론 화를 내면 변명할 수 있게 하반신은 멀찌감치 떼어놓고 있었다.
미찌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고 자죠.>
<잘 수 있어요?>
<그럼요.>
<그럼 그렇게 해요.>
미찌에는 그의 등에 손을 감았다.
남녀의 포옹이지만 성적인 느낌은 없었다.
미찌에에게는 동정녀 같은 순수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마사키도 작은 흑심이 사라져 다시 눈을 감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같은 자세였다.
마사키는 가슴을 만졌다.
잠시 뒤 미찌에가 깼다.
그러나 저항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던 건 잠이 덜 깨 몽롱한 상태였
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그를 제지했다.
<장난치지 말아요.>
<응.>
마사키도 고집부리지 않았다.
손을 떼고 두 손으로 등과 어깨를 감쌌다.
아침의 생리적인 현상으로 약동한 그의 몸이 미찌에를 찌른다.
<날 원해요?>
<응.>
<옆에 있으니까?>
<......>
<그만 두죠. 서로에게 쓴 여운만 남길 뿐이예요.>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여체에서 멀어져 있었다.
욕망은 치솟았지만 미찌에의 슬픈 울림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사람은 실연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사키는 팔을 풀었다.
미찌에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사키는 또 하나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웬지 모를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사키의 작품 어떤 출발을 신작가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나카무라 야로에
게 엽서가 왔다.
서둘러 신작가에 입회라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신작가에서 회원만이 작품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작가에 게재된다는 것은 그의 작품이 이미 문학가들의 비평을 견딜 수
있는 수준에 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므로 그건 와세다 출신 문학도
들의 당면 목표였다.
축하주를 마신 뒤에 마사키는 전과 같은 조건으로 미찌에의 방에서 잠을
잤다.

여름 방학이 되었다.
귀향 전날 밤, 그의 방에 고리가 놀러 왔다.
사카다, 가메다와 함께 4명이서 술을 마셨다.
8시가 되자 고리는 돌아 가야 한다고 말했고 마사키가 배웅을 하였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이 계속되었다.
마사키는 고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를 빨리 만나고 싶죠?>
<당신을 한 동안 볼 수 없는 건 가슴 아픈 일이예요.>
<거짓말.>
<아니, 사람의 마음 속에는 여러 모순이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죠. 좋아해
서는 안 될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마사키는 발을 멈추었다.
마사키는 고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맑고 큰 눈에 달빛이 비치었다.
<당신 몇 시까지 들어가면 돼죠?>
<9시까지는.>
역시 마사키의 예상대로 배웅을 기대하며 일찍 자리를 떴던 것이다.
두 사람은 다시 걸었다.
큰 길에서 작은 길로 접어 들었다.
작은 개울 앞에 이르러 마사키는 고리 앞에 서서 두 손을 어깨에 얹었다.
<오늘 밤엔 많이 마시지 않았어요. 알죠?>
고리는 끄덕였다.
<키스하겠어요.>
고리는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뒤섞여 있을 것이다.
마사키는 얼굴을 가까이 하며 그 어깨를 안았다.
고리가 피하지 않았다.
입술과 입술이 마주쳤다.
마사키는 잠시 그냥 포개진 상태로 있다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입술을 뗀 뒤,
<어떻게 하죠?>
작은 목소리로 고리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옆으로 흔들며 뺨을 밀착시켜
왔다.
마사키는 가슴이 저려 온다.
그 말에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뺨을 맞대고 마사키는 고리를 안았다.
<처음?>
고리는 끄덕이고 그에게 기대왔다.
여인의 풍만한 가슴이 느껴졌다.
이미 여러 여자의 가슴을 만져 보았다.
당연히 고리의 것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건 호기심이나 감각적인 욕구이기도 하지만 보다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에서였다.
고리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를 확인하고 싶은 심리였다.
여자를 허물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슴의 애무가 아니라 고리의 가슴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느끼고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첫키스를 나눈 직후라 신중하게 행동해야 했다.
마사키는 고리에게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도모에나 에리코는 오로지 행위를 위한 만남이었지만 고리는 그런 여자와
는 다르다.
그래서 요시코에게 더욱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가지 이유로 마사키는 고리를 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온다.
한동안 여자와 가까이 하지 않은 마사키의 몸은 생리적으로 약동하고 있었
다.
마사키는 고리를 안은 채 풀 위에 앉았다.
그리고 고리의 등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구했다.
얇은 블라우스 속의 브래지어가 느껴진다.
땀이 배여 있었다.
마침내 고리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 넣는 데 성공했다.
마사키는 입술을 떼었다.
<괴로워요. 나중에 상처입을 게 분명하니까요.>
<당신 자신만 생각하면 돼요.>
논리를 넘어선 말이다.
그러나 이외에 달리 할 말은 없었다.
요시코와 헤어지겠다거나 이제 요시코를 사랑하지 않는다 라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마사키는 또 키스를 하며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등에서 가슴으로 가져갔다.
고리는 바둥거렸다.
고리의 왼쪽 유방에 살짝 얹었다.
(지나친 걸까? 아직 이러면 안 되는데?)
한동안 가만히 그 상태로 있었다.
손바닥에 고리의 심장 박동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빠르고 크다.
고리의 이제 바둥거림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마사키는 천천히 가슴을 어루
만지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요. 두려워요.>
<두려워 할 것 없어요.>
<그만 돌아가요.>
고리의 눈에 슬픈 빛이 어려 있는 걸 보았다.
일찍이 자신의 욕망을 억제시켰던 요시코의 눈빛과 비슷한 그러나 역시 다
른 그런 느낌이 있었다.
<저 빨리 돌아 오세요.>
그것은 요시코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둘 사이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ㄸ
이 포함되어 있었다.
<네.>
마사키는 키스를 하면서 고리를 눕혔다.
<등 아파요?>
<아뇨.>
순순한 고리의 태도에 안심하며 다시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불라우스 버튼이 앞에 있었다.
<직접 만져보고 싶어요.>
<두려워요.>
<날 믿어요.>
<......>
버튼을 풀기 시작했다.
고리는 눈을 감고 더 이상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버튼을 풀어갔다.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우선 브래지어 위로 봉오리에 손가락 애무를 가하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
다.
<부끄러워요.>
마사키는 등 뒤로 손을 넣었다.
고리가 살며시 협력해서인지 쉽게 풀렸다.
양쪽 봉오리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별빛 속에 신비한 흰색의 언덕 두 개가 솟아 올랐다.
가운데 유두도 선명했다.
마사키는 우선 오른쪽 유방에 입술을 가져갔다.
애무라기보다 애정어린 인사를 보내는 것이다.
이어서 왼쪽으로 옮겼다.
유방은 탄력성이 있었고 유두는 단단했다.
봉오리의 느낌이 들었다.
애무를 하던 중에,
(좀더 전진해 보면?)
그런 희망이 생겨났다.
그것은 고리의 비원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사키는 이성을 일깨워 결국 자신의 손으로 고리의 브래지어를 채
우고 블라우스를 잠근 뒤,
<그럼 갈까요?>
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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