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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글] 경아 이야기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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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798 회 작성일 24-02-11 00: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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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카섹스..그리고 이별선언

경아는 저녁에 철규를 만난다. 경아의 오피스텔 주차장에 철규가 자동차를 대기시키고 있었고, 경아는 약속시간에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철규는 밝은 표정으로 경아를 맞이한다.
"어디로 갈까? 오피스텔로 갈까?"
"아니, 우리 드라이브나 해"
"그럴까?"
철규는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그러나 경아는 철규의 차에 오르지 않는다. 경아는 말한다.
"오빠, 나는 내 차 가지고 갈게. 우리 고수부지에서 만나. 응?"
"아니, 경.... 경아야!"
철규가 경아를 불렀지만 경아는 철규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차에 오른다. 경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차를 출발시킨다. 철규는 할 수 없이 자신의 차의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철규의 차는 속력을 낸다.
철규는 운전을 하면서 생각한다. 경아와 자주 드라이브를 하였지만 오늘처럼 각자의 차를 운전한 적은 없었다. 철규는 그런 경아의 행동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경아는 분명 뭔가 화가 나 있거나, 나에게 불만이 있음이 틀림없다. 왜, 무슨 문제 때문일까, 알 수가 없다. 내가 경아에게 무슨 실수라도? 그렇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인지.
경아는 차의 속도를 높이면서 백미러를 통해 철규의 차가 따라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거울 속에 철규의 차가 보인다.
경아는 생각한다. 철규 오빠를 그만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즉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부터 경아가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우리들의 사이가 오래갈 수 없는 것이라면 이쯤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온 오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빠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오빠와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경아는 생각한다. 이제는 오빠도 결혼을 하여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려가야 한다고.
자동차가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장에는 늦은 시간이라 차가 별로 없다. 경아는 차를 세워두고 철규를 기다린다.
잠시후 철규의 차가 들어온다. 경아는 차에서 내려 철규에게로 다가간다. 철규가 도어를 열어주자 경아는 철규의 옆자리에 앉는다.
철규는 가만히 경아를 바라본다. 경아는 차창밖을 내다본다.
"오빠 나 사랑해?"
"응"
철규의 대답에도 경아는 반응이 없다.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던 경아는 잠시후 입을 연다.
"그럼, 나 키스해줘"
경아가 철규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철규는 경아의 입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다. 철규의 입술이 닿자 경아는 가만히 그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경아의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전해진다.
경아의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베어온다. 철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아의 입술을 문다. 그러자 경아는 크게 숨을 내쉬며 철규의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낸다.
"으음."
경아가 나즉히 신음 소리를 낸다. 경아가 입을 열자 철규는 경아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는다.
"아... 음!"
경아는 철규의 혀를 자신의 혀로 둥글게 말아본다. 철규의 혀가 경아의 혀에 닿자 경아는 철규의 입술을 허겁지겁 빨아들인다. 철규는 경아의 입을 강하게 핥는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경아의 입술은 향기로웠다.
경아가 철규의 목을 휘감는다. 경아의 허리가 위로 솟아오른다. 철규는 경아의 가슴이 솟아오르자 손으로 블라우스 안에 감춰져있는 경아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경아는 가만히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와있는 철규의 손을 잡는다. 경아는 철규의 목을 감고 있던 자신의 손 하나를 내려 그의 허리로 향한다. 철규의 허리는 여전히 듬직하다.
경아의 손은 철규의 허리를 지나 바지 앞섶을 더듬든다. 경아의 손에 바지 안쪽에서 불룩 솟아오른 철규의 심벌이 느껴진다. 경아는 철규의 심벌을 움켜쥔다.
그러자 철규는 엉덩이를 경아의 앞으로 들이민다. 철규의 심벌이 경아의 아랫도리를 자극하면서 경아의 풍만한 가슴이 철규에게 느껴진다.
"아하아.... 오빠"
"가만있어. 경아야!"
철규의 손이 경아의 블라우스 안쪽을 헤집는다. 경아의 블라우스는 경아의 바지 속에 끼여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경아가 허리를 들어주자 철규는 경아의 블라우스를 잡아당긴다. 그러자 경아의 블라우스가 가슴 위로 올라온다. 철규는 경아의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밀어넣는다. 경아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살이 느껴진다.
철규는 다시 경아의 가슴으로 손을 옮겨간다. 경아의 몸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철규는 경아의 젖가슴을 막고있는 브라자를 가슴위로 밀어 올린다. 그러자 경아의 알맞게 솟은 유방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철규는 경아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철규의 손이 경아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경아의 유두가 굳어지기 시작한다.
"오빠아, 아아.... 누가 보면 어떻해"
"괜찮아. 아무도 없어"
다시 경아의 가슴이 용솟음치기 시작하면서 경아가 철규의 머리를 잡고 앞으로 끌어당긴다. 순식간에 철규의 얼굴이 경아의 가슴에 파묻힌다. 철규는 입술로 경아의 유방을 문다. 경아의 가슴이 따뜻하다.
철규는 혀로 경아의 유두를 부드럽게 애무하며 빨아 당겨본다. 젖이라도 나왔으면 싶다. 철규는 아기처럼 경아의 가슴을 소리가 나도록 진하게 빤다. 그러나 젖이 나올 리가 없다.
"경아야"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철규의 손이 경아의 바지를 더듬는다. 경아가 가만히 철규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철규는 경아의 손을 뿌리친다.
"오빠... 거기는 안돼!"
경아가 다시 철규의 손을 잡는다.
"가만있어"
철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아의 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철규의 손이 경아의 바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경아의 팬티를 헤집는다. 철규의 손에 경아의 꽃잎이 조금 느껴진다.
"안된다니까"
경아가 철규의 가슴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아니 경아야, 너 정말 왜그러니?"
철규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자신의 몸을 거부하고 마는 경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전에 같으면 경아가 더 적극적이었는데 오늘은 이해할 수가 없다.
"미안해. 오빠"
경아는 머리와 옷을 추스리고는 차에서 내린다. 경아는 걸음을 옮겨 강변으로 내려간다.
경아는 강가로 걸어가 계단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어둠이 파묻힌 강물은 멀리서 비쳐오는 빌딩의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다리에는 자동차의 불빛이 거미줄처럼 하나로 길게 이어져있다.
철규가 매점에서 따뜻한 커피 두잔을 뽑아온다. 철규는 경아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경아의 옆자리에 앉는다. 경아는 아무 말없이 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모금을 마신다.
철규는 경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만둔다. 경아가 뾰루퉁하게 화가 나 있을 때는 묻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아가 곧 제풀에 지쳐 입을 열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시후 경아가 나즉히 입을 연다.
"오빠"
"응?"
"나 사랑하지마, 나 사랑하면 안돼!"
경아의 말은 작은 목소리였지만 또렷한 어조로 말한다. 철규에게는 역시 우려했던 일이다.
"아니 경...경아야"
철규는 말을 더듬으며 경아를 바라본다. 철규는 말문이 막힌다. 경아는 계속 어둠에 묻힌 검은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경아야!"

제9화: 섹시한 각선미 1

철규의 부름을 뿌리치고 경아는 자동차를 몰아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온다. 늦은 밤이다.
경아는 쉽게 잠을 이룰수가 없다. 경아는 철규 오빠와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렇지만 언제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경아는 오빠를 잊기 위해,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싱크대 안에 있는 양주병을 꺼내 잔에 따른다. 경아는 양주가 따루어진 잔을 들고 침대 위에 걸터 앉는다.
경아는 양주 한 모금을 마신다. 그러나 경아는 취하지 않는다. 경아는 다시 한모금의 양주를 마신다.
경아는 남자들과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나 이별을 선언하고 헤어지지만 이처럼 경아의 마음은 아프다. 그럴때마다 남자들은 경아가 참 독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만 경아는 그렇지 않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을 마시자 경아는 얼굴이 불콰해지는 것을 느낀다. 경아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목을 만져본다. 목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경아는 다시 한모금 더 마시고 나서 벌렁 침대에 드러눕는다. 경아는 문득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본다.
경아가 현재와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은 불과 몇 년전의 일이다. 그 사이에 경아의 인생관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경아가 고스란히 지켜오던 자신의 처녀를 잃은 것은 스물 한 살 때였다.
그것은,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꼬옥 간직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쳐야겠다던 경아의 생각과는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경아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부산에 살고 있던 경아네는 엄마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아버지의 본처인 큰어머니와의 갈등이 커지면서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겪게 된다. 큰어머니는 경아네에게 무조건 부산을 떠나라고 강요했다. 먹고 살 만큼의 경제적인 보상을 해줄테니 부산을 떠나 어디로든 사라져달라는 것이었다.
경아 엄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갖고부터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었다.
경아네가 부산을 떠난 것은 큰어머니의 성화 이외에도 경아가 큰몫을 차지했다. 경아는 엄마가 아버지 이외에 또다른 남자(복덕방 아저씨 등)와 교제를 하는 것을 항상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직접 내식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경아는 엄마에게 부산을 떠나자고 성화를 부렸다. 경아의 이러한 성화에는 경희의 암묵적인 지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경희 역시 자신에게 상처만 준 부산이 싫었다. 부산이 아니라면 어디서든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경아네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왔다.
경아는 아빠의 내연의 처로 평생 음지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엄마에게 증오심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엄마처럼 살지는 않을거야. 엄마처럼 살 바에는 차라리 여자이기를 포기하는게 좋아.
결국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경아네 가족은 경아 아버지가 얻어준 아파트에서 살았다. 생활비는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아버지가 보내주었다.
그러나 경아의 생각은 달랐다.
아는 사람도, 일가친척도 없는 경아네가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하고, 그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건강한 생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경아의 옹골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여고를 졸업한 경아는 대학에 진학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경아는 돈을 벌고 싶었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많은 돈을 벌어 엄마처럼 남자에게 얹혀서 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경아의 첫직장은 무역업을 하는 중견기업체였다.
학교성적이 좋았던 경아는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회사에 취직을 한 경아는 누구보다도 회사일에 적극적이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아야 해, 그래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하는 것이 경아의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싶었던 경아는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회사일에 몰두하였다. 경아는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았다.
경아의 성실성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곧 회사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경아는 고졸 사원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입사한지 2년만에 대리로 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부서도 단순한 업무를 보는 경리부에서 회사의 중요 정책을 입안하는 기획조정실로 발령을 받았다. 이같은 경아의 고속승진의 뒤에는 기획실의 민경식 과장의 도움이 컸다.
민 과장은 평소 경아의 성실한 근무태도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예의바른 행동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아는 서서히 여자로서의 성숙한 모습도 갖추어가기 시작하였다. 자존심이 강했던 경아는 스무살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회사 화장실에서 미스 김과 미스한이 속삭이던 대화를. 경아가 얼굴은 이쁘지만 몸매는 강은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남자들은 얼굴 보다는 육감적인 몸매를 더 선호한다는 말을.
그로부터 6개월간 절취부심하며 몸매 가꾸기에 성공한 경아는 회사에서 남자 사원들의 유혹의 대상이 될만큼 몰라보게 달라졌다. 당시 경아의 경쟁대상자였던 갑자기 강은희는 회사를 그만둔 뒤였다.
무슨 일인지 강은희가 회사를 그만두자 그녀에 대한 갖가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갔다. 그 소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역시 기획실의 박 대리와의 섬씽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아는 믿을 수 없었다. 박 대리처럼 신사적이고 매너있는 사람이 강은희와 깊은 관계를 가졌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박 대리는 회사 오너의 외동아들이 아니었다.
평소 경아는 선배언니들로부터 회사에서 남자 사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심을 해야한다는 주의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경아는 자기 관리에 조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아에게도 운명적인 사건이 찾아왔다.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오후.
경아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타이프를 하고 있었다. 기획실의 박 대리가 입안한 기획안의 타이프를 경아가 정리하고 있었다.
원래 미스 강이 맡은 업무였지만 미스 강이 바쁜 일이 있다기에 경아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자청한 것이었다. 타이프의 양은 2-3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것이었다.
경아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이 무서워 사무실의 문을 잠그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아는 이 시간에 누굴까 의아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경아는 문을 열어주지 않은채 물었다. 문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 리, 나야 민과장. 문 열어!"
민경식 과장이었다. 경아는 얼른 문을 열었다.
"어머! 과장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왠일이세요?"
경아는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민 과장은 사무실에 들어오며 경아를 바라보았다.
"미스 리는 왜 퇴근 안하고 있어?"
"네, 저... 남은 일이 좀 있어서 마저 정리하고 가려구요"
민 과장은 경아의 자리로 걸어와 경아가 타이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음, 타이프를 치고 있었군, 아직 멀었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으면 그만 퇴근하고 월요일에 하지 그래"
"아녜요. 조금만 더 하면 되요. 월요일 아침에 결재를 올려야 하거든요."
"수고가 많군. 그래 그럼 일해."
민 과장은 자신의 책상이 있는 칸막이 저쪽으로 걸어갔다. 민 과장의 자리는 칸막이로 가려져 있어서 경아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게 꾸며져 있었다.
네. 하며 경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아는 어깨가 아파 잠시 쉬기로 하였다.
경아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일을 하기 위하여 사무실 내의 간이 주방으로 걸어가면 민 과장에게 말했다.
"과장님 차 한 잔 드릴까요?"
"좋지. 녹차로 부탁해"
경아는 녹차를 만들어 민 과장의 자리로 걸어갔다. 민 과장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차 드세요 과장님."
경아는 민 과장의 책상 위에 녹차를 올려놓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며 의아한 생각을 했다.
토요일 오후.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없는 사무실에 돌아와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 민 과장의 행동이 조금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경아는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경아는 일을 마치고 빈 커피잔을 들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경아는 다시 민 과장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가 마시고 난 녹차 잔을 찾아 씻기 위해서였다.
민 과장은 여전히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채 의자에 기대어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살그머니 민 과장이 마신 녹차잔을 주방으로 가지고 가서 깨끗이 씻어 놓았다.

제10화: 섹시한 각선미 2

경아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민 과장의 자리를 훔쳐보았다. 민 과장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경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책상을 정리하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며 민 과장에게로 걸어갔다.
민 과장의 잠자는 모습이 경아에게는 귀여워 보였다. 역시 사람은 누구나 잠자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경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즈막한 소리로 민 과장을 불렀다.
"과장님!"
잠이 깊이 들었던지 민 과장은 대답이 없었다. 경아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과장니임. 주무세요?"
경아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민 과장은 눈을 떴다.
"과장님. 저 퇴근하려고 하는데 사무실에 계실 거에요? 열쇠 드릴까요?"
민 과장은 벽시계를 돌아보았다.
"어 벌써 이렇게 되었나? 그래 일은 다 끝냈어?"
"네!"
"혼자 고생했네. 집으로 갈 거야?"
"네"
"그럼 같이 가. 내가 지하철까지 태워줄테니"
민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아는 과장님 저, 괜찮아요. 혼자 가겠어요, 하고 말하려다 말이 나오지 않아 민 과장을 따라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며 민 과장은 말했다.
"미스 리는 남자 친구 없어?"
"네?"
경아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민 과장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화창한 토요일 오후에 미스 리같은 미모의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해주는 남자도 없단 말이야?"
민 과장의 장난스런 말에 경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아이. 과장님은......" 하고 말했다.
"세상의 남자들이 모두 눈이삐었군.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를 몰라보다니"
"아이, 과장님은"
경아는 예쁘게 눈을 흘겼다.
"안되겠어. 내가 세상의 못난 남자들을 대표해서 오늘 미스 리를 즐겁게 해줄까?"
"......."
경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스 리가 거절하지 않은 것을 보니 내가 거부당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게. 그럼 오늘은 나하고 데이트를 하는거다?"
민 과장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경아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까?"
"아니에요. 과장님. 과장님도 댁에 일찍 들어가셔야......"
경아는 순간 아차, 하며 얼른 입을 다물었다.
민 과장의 아내는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이개월째 병원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경아는 민 과장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미스 리. 괜찮아. 우리 마누라는 지금 죽은 거나 다름없어."
민 과장은 경아의 조심스러운 행동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민 과장에게는 일곱 살 난 아들도 있었으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병원으로 후송 하던 중에 사망했다는 것을 경아는 알고 있었다. 그날의 교통사고는 민 과장 부인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중앙선 침법이어서 민 과장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경아는 이런 민 과장의 처지를 생각하니 갑자기 그가 쓸쓸해보이고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가보았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경아는 민 과장이 이렇게 원한다면 시간을 함께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죄송해요. 과장님"
"괜찮다니까."
"과장님. 그럼 용서해주시는 의미로 맛있는 거 사주세요"
"그래. 미스 리는 뭘 좋아하시나?"
"전 무엇이든지 다 잘먹어요. 개 고기나 돼지고기만 빼구요"
"좋았어."
민 과장은 자동차를 몰아 교외의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에는 젊은 부부들이나 아베크 족들이 많이 있었다. 깔끔하고 우아한 실내장식과 피아노 연주가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민 과장은 경아에게 메뉴판을 밀어주었다. 경아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민 과장에게 미루었다.
"과장님께서 시켜주세요."
"그럴까. 그럼?"
경아는 사실 이런데에 처음 들어왔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니 경아의 일주일치 용돈으로도 이곳의 한 번의 식사값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부담이 되었다. 민 과장은 정식을 시키면서 와인도 한잔씩 부탁한다고 말했다.
경아는 실내를 둘러보았다. 실내 장식품들이 모두 중세 유럽식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있었다.
"미스 리, 마음에 드나보지?"
"네"
"그래? 그럼 다행이군."
경아는 민 과장을 향하여 미소를 지어보였다.
"회사생활은 어때. 힘들지 않아?"
"좋아요"
"참 미스 리는 아버님이 안계신다고 했던가."
"두분 다 계세요. 그렇지만 지금은 엄마와 동생하고만 살고 있구요."
경아는 아버지가 안계시다고 말을 하려다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날 경아는 민 과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 과장이 부인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 회사이야기, 그리고 생활이야기 등등......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식사가 끝나고 와인을 한잔씩 마시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 리, 아직 시간이 있으니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민 과장의 제의를 경아는 거절하지 않았다. 경아는 민 과장이 외로워보인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함께 있어주면 민 과장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민 과장은 자동차를 교외로 몰아갔다. 자동차는 송추 벽제를 지나 어둠이 깔린 숲속에 멈추어섰다.
자동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인 것 같았다.
민 과장은 경아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는 어디론가 갔다.
잠시후 나타난 민 과장은 캔맥주를 사왔다. 민 과장은 캔 맥주를 따서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경아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였다. 제대로 술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친구들과도 술을 마실만큼 잘 어울리지도 않았던 경아는 맥주 몇모금만 마시면 얼굴이 벌개지고 술이 오르고는 하였다. 회사에서 회식을 가서도 경아는 술을 너무 못마셔서 맥주병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경아는 민 과장이 건네주는 술을 한모금 마셨다.
"미스 리는 술을 잘 마시지 않지?"
"네 못마셔요"
"맥주니까 괜찮아. 그리고 야외에서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도 않거든. 그러니 이 기회에 한 번 마셔봐."
민 과장은 경아가 들고 있는 캔에 자신의 캔을 부딪쳐왔다. 경아는 망설이다 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오늘은 민 과장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그와 함께 시간을 하는 것이고, 그런 만큼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아는 또한 생각했다.
민 과장님은 회사에서도 무척 점잖으신 분이므로 설혹 내가 술이 취했더라도 자동차가 있으니까 집에까지 바래다주실꺼야. 괜찮을거야.
경아는 캔을 한병 다 마시고 얼굴을 찡그렸다. 맥주의 차가움과 사한 알콜냄새가 코끝으로 스며 올라왔다. 경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생각만큼 술이 오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민 과장님의 말씀대로 야외이기 때문일거야.
"미스 리 잘 마시는 군 그래. 자 한병 더 마셔"
민 과장은 봉지에서 새로운 캔을 꺼내 뚜껑을 따서 경아에게 건네주었다.
"과장님 맥주가 맛있어요"
경아는 맥주를 또 마셨다. 그리고 경아는 또 한 개의 캔을 마셨다. 왠일인지 술이 잘 넘어가는 듯했다. 민 과장이 틀어준 음악을 들으며 경아는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아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에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이었을까.
경아는 몸을 틀었다. 또 다시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위를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아는 다시 옆으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무거운 무엇이 자신의 몸을 억누르면서 뜨거운 것이 불어왔다. 그제서야 경아는 눈을 떴다. 꿈이 아니었다.
"엄마!"
경아는 깜짝 놀라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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