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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디 연한 자신의 국부를...◈
"아녜요. 그건 그 치가 하도 조르길래 에라, 모르겠
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둬서 걸린 거지요.
그때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한껏 달아올라 있는데 자
꾸 하자고 조르니까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했지요.
뭐, 그게 하필 덜컥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럴 때
는 지아무리 지조가 굳은 여자라도 참아내기가 어려
웠을 거예요."
"아이고, 말은 참 잘 하시네. 지조가 굳은 여자가 뭐
미쳤다고 그런 분위기에 휩싸일 정도로 헤프게 막 나
가겠어요? 지조가 없는 여자들이니까 여기 이런 데
와서 마취가 깰 때까지 회복실에 누워 있는 거지."
여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읊어댔다. 마취가 풀리면
서 입이 근질근질거리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마취도 일찍 깨어날지도 모른다. 떠들
어대면서 자연스레 마취가 풀릴 거라는.
"난 말예요. 가끔, 걸릴 만한 날짜에 하게 되면 그
남자보고 배 위에 사정하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러면
그대로 하는 수가 있더라고요. 가끔씩은 남자도 그런
걸 좋아하는 것도 같았고요. 기분이 좀 이상하긴 해
도 한두 번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것도 싫진 않았어요.
그런 경험도 있어요?"
삼십대의 여자는 마치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처럼
주위를 둘러봤다.
"아, 그건 옛날 방식이지 뭐예요. 난 그런 방법, 저
런 방법 다 써 봤어요. 왜 하다가 보면 자연 꾀가 생
기는 거 아니겠어요. 난 급한김에 손바닥으로도 받아
본걸요. 어찌나 물컹러기는지, 속에서 구역질이 나려
고 했지만 남자 앞이라 억지로 참았어요."
그 말에 여자들이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들의 말은 한도 끝도 없었다. 회복실의 여자들
이란 한번 만났다가 곧 헤어지만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흉허물을 털어내 놓기를 좋아했다. 그런
말들은 동네 미장원엘 가서도 쉽게 할 수 없는 말들
이었다.
"전요. 남자가 얼마나 오래하는지 한번 하고 나면
곤죽이 돼요. 무슨 고래 심줄을 삶아 먹었는지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질 줄을 모른다니까요. 나중엔 거시
기가 벌겋게 되도록 끝없이 하고 나면 다리가 휘청거
려요. 나중엔 분비물이 없어 뻑뻑한데도 자꾸 씨근덕
거리면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고, 그 남자의 기분에
맞춰주려면 내가 아픈 거 있죠? 그러고 나면 집에 가
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어요. 얼마나
시달렸는지 집엘 가면 잠밖엔 안 와요. 하필 그럴 때,
남편이 눈치를 챘는지 어쩐지 또 치근덕거리면 빽 화
부터 나더라고요."
"그땐 의무 방어라도 해줘야지, 눈치를 채면 어쩔려
고 그래요? 좋은 싫든 후딱 끝내 버리고 얼른 곯아떨
어지도록 해야지 자꾸 피하면 결국엔 눈치를 챈다고
요. 남자들에게도 예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꼬리가 길
면 잡히는 법이라고요."
사십대의 여자가 제법 훈계조로 타일렀다.
"그야, 그렇게까진 안 하죠. 저엉 하고 싶어서 안달
을 부려대면 서둘러서 끝을 내지요. 밑에서 몇번 힘
을 주었다가 놓으면 되니까 그건 문제가 안 돼요. 몇
분도 못 가면서 씨근덕거리는 걸 보면 가소롭다는 생
각이 들어요. 어떨 땐, 오르가슴에 도착하지도 못했는
데 내려가면 한 대 때려주고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마누라가 바람을 피지 달리 피우겠어요? 남자들은 그
걸 모르더라니까요."
삼십대의 여자는 손바닥을 파리채처럼 들었다가 내
려 놓았다. 마치 앞에 남편이 있는 것처럼.
그 진지한 표정과 손동작에 여자들이 실감을 하듯
까르르 웃어댔다.
"남자들이란 원래가 조루예요. 가끔 특이한 남자가
있긴 있지만, 남자랑 여자는 서로 기분을 주고받는
서비스 차원인 것 같아요. 서로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려는,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으니까 만족하는 거죠.
그리고 하는 시간도 넉넉한 것같이 느껴지는 거고,
실제로 하는 타임을 재보면 짧을 거예요. 밑에서 시
달리면서 느끼는 시간이 길 뿐이지."
그 말에 삼십대의 또 다른 여자가 물었다.
"아, 그야, 하고 나서 잠을 잔다며? 그러니까 시간이
길 수밖에. 남자란 거의 똑같아요. 한 오분에서 십오
분쯤이나 될까? 오십보, 백보예요. 그동안에 얼마나
만족하는가가 중요한 거지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오래한다고 해서 좋을 게 없잖아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인 거 알죠? 남자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여자가 하고 싶어하면 재빨리
싸 버리는 게 바로 남자들이에요. 얼마나 이기적인지
몰라요."
"정말 그래요. 여자를 마치 티슈처럼 생각하질 않나,
필요하면 불러냈다가 거추장스러우면 빨리 집으로 들
어가라고 하고선 딴짓을 하기가 일쑤죠. 알면서도 참
는 수밖엔 억지만, 아마 부부라면 그러지 못할걸요.
어차피 불륜이니까 서로 눈감아주면서 만나는 거지
만......"
갈수록 태산이었다. 주리는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기분이 언짢아졌다.
남자에 대한 혐오감뿐만 아니라 여자에 대한 혐오감
도 일었다.
주리는 옆에 모로 누워 있는 소녀에게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
았다가 점점 경계심을 풀었다.
"어쩌다가 그랬어? 놀러 갔다가?"
주리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눈가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이었다.
주리는 아직 앳되기만 한 그녀의 눈가를 쓸어주었
다. 그러자, 더 많은 눈물이 새어나왔다.
"울지 마. 이제부터 그런 데 가지 않으면 되지. 너
혼자 왔어?"
중학생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는 안 해줄 텐데? 어떻게 했어."
주리의 말은, 아직 중학생인지라 보호자 없이는 수
술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둔 물음이었다.
"교회 목사님이 보호자라고 속여서 했어요. 집엔 알
리지도 못해요. 그랬다간 당장 쫓겨나거든요."
그러면서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울었
다. 가는 손가락 사이로 물기가 내비쳤다.
주리는 그녀의 손을 걷어내고 자신이 들고 있던 손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 교회 다니는구나?"
"네."
소녀는 조그많게 대답을 했다. 주리는 그녀의 어깨
를 껴안 듯이 팔을 둘렀다. 작은 가슴이 만져졌다.
한참 이성에 눈을 뜰 나이인 것 갈았다. 브래지어를
한 것하며, 옷을 차려 입은 모습이 그랬다.
요즘 인기 있는 그룹들처럼 헐렁하게 입은 셔츠와
힙합 바지를 내려다보며 주리는 쓸쓸해지는 기분이었
다. 자신도 부산에서의 학창시절엔 저랬으리라.
"집에 부모님들이 다 계시니?"
"네."
"아버지 어머니, 다 계시고?"
"네."
주리는 부모님이 계시냐는 질문에 덧붙여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계시냐고 재차 물어봤다. 혹시라도 어느
한쪽이 없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아닌지 싶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녀의 대답으로 봐선 자신처럼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쩌면 질 나쁜 친구들에게 휩쓸려
서 저질러진 문제인 것 같았다.
"이제 나가면 교회에 열심히 다녀. 나쁜 친구들은
될 수 있으면 만나지 말고. 이 언니도 대학생이야. 그
런데 길을 가다가 나쁜 사람한테 봉변을 당해 이렇게
된 거야. 처음엔 죽고 싶었어. 이걸 경험삼아 더 나은
설계를 하면 될 거야."
주리의 말에 그녀는 손을 잡았다.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언니, 고마워요. 벌써부터 내 자신이 이렇게 돼버렸
구나 하고 생각하니 살맛이 안 났어요. 어디론가 도
망쳐서 숨어 버리고 싶었어요. 병원을 나서면 어디로
갈까, 하고 겁도 났었어요. 갈 곳이 없거든요. 어디로
가서 숨어서 돈을 벌 생각도 했어요."
소녀는 한숨을 쉬듯이 띄엄띄엄 말을 이어 나갔다.
"아냐,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아직 학생이니
까 열심히 공부해야지. 돈은 나중에 벌어도 돼. 아직
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냐. 이건 어디까지나 실수
야.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번의 실수는 있게 마련이야.
알았니?"
주리는 소녀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러면서 주
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외동딸로, 부모의 불화를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자
신의 사춘기가 어쩌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한 것처럼
위험스런 삶이었다. 소녀를 바라보는 주리의 마음은
그랬다.
어쩌면 자신의 과가, 아니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늑대들에게 살점을 뜯겨가며
피신해 들어온 것이 바로 여기 산부인과가 아니던가.
꽃잎이 망가지고, 남자들의 정욕의 대상으로 마구
할퀴어지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자
신 또한 누구의 씨앗인지도 모를 임신을 통해 여자로
선 평생 잊지 못할 첫 중절수술을 한 것이 아닌가.
연하디 연한 자신의 국부를 도려내 버린 것처럼, 자
신에게 묻어 있는 얼룩을 긁어내 버린 것이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처녀로
서의 치욕을 한꺼번에 겪어 버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누구에겐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정조를 바치
고 싶어하는 것이 여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면, 이렇
게 허무하게 꽃잎을 다쳐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요즘 같은 프리섹스 시대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에게 쫓겨 꽃잎을 짓뭉개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리고 모든 희망을 한번에 빼앗겨 버린 것처럼 허
탈하기만 했다. 꽃잎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속에 몹쓸 이물질이 들어와 며칠 동안 머물렀다는
것 자체가 끔찍스런 일이었다.
주리는 나이 어린 소녀의 꽃잎을 생각했다. 아직 채
만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내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뜨끔해졌다.
여덟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돌아가며 짓밟았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했다.
"아녜요. 그건 그 치가 하도 조르길래 에라, 모르겠
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둬서 걸린 거지요.
그때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한껏 달아올라 있는데 자
꾸 하자고 조르니까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했지요.
뭐, 그게 하필 덜컥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럴 때
는 지아무리 지조가 굳은 여자라도 참아내기가 어려
웠을 거예요."
"아이고, 말은 참 잘 하시네. 지조가 굳은 여자가 뭐
미쳤다고 그런 분위기에 휩싸일 정도로 헤프게 막 나
가겠어요? 지조가 없는 여자들이니까 여기 이런 데
와서 마취가 깰 때까지 회복실에 누워 있는 거지."
여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읊어댔다. 마취가 풀리면
서 입이 근질근질거리는 것처럼.
그러다 보면 마취도 일찍 깨어날지도 모른다. 떠들
어대면서 자연스레 마취가 풀릴 거라는.
"난 말예요. 가끔, 걸릴 만한 날짜에 하게 되면 그
남자보고 배 위에 사정하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러면
그대로 하는 수가 있더라고요. 가끔씩은 남자도 그런
걸 좋아하는 것도 같았고요. 기분이 좀 이상하긴 해
도 한두 번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것도 싫진 않았어요.
그런 경험도 있어요?"
삼십대의 여자는 마치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처럼
주위를 둘러봤다.
"아, 그건 옛날 방식이지 뭐예요. 난 그런 방법, 저
런 방법 다 써 봤어요. 왜 하다가 보면 자연 꾀가 생
기는 거 아니겠어요. 난 급한김에 손바닥으로도 받아
본걸요. 어찌나 물컹러기는지, 속에서 구역질이 나려
고 했지만 남자 앞이라 억지로 참았어요."
그 말에 여자들이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들의 말은 한도 끝도 없었다. 회복실의 여자들
이란 한번 만났다가 곧 헤어지만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았으므로 흉허물을 털어내 놓기를 좋아했다. 그런
말들은 동네 미장원엘 가서도 쉽게 할 수 없는 말들
이었다.
"전요. 남자가 얼마나 오래하는지 한번 하고 나면
곤죽이 돼요. 무슨 고래 심줄을 삶아 먹었는지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질 줄을 모른다니까요. 나중엔 거시
기가 벌겋게 되도록 끝없이 하고 나면 다리가 휘청거
려요. 나중엔 분비물이 없어 뻑뻑한데도 자꾸 씨근덕
거리면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고, 그 남자의 기분에
맞춰주려면 내가 아픈 거 있죠? 그러고 나면 집에 가
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어요. 얼마나
시달렸는지 집엘 가면 잠밖엔 안 와요. 하필 그럴 때,
남편이 눈치를 챘는지 어쩐지 또 치근덕거리면 빽 화
부터 나더라고요."
"그땐 의무 방어라도 해줘야지, 눈치를 채면 어쩔려
고 그래요? 좋은 싫든 후딱 끝내 버리고 얼른 곯아떨
어지도록 해야지 자꾸 피하면 결국엔 눈치를 챈다고
요. 남자들에게도 예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꼬리가 길
면 잡히는 법이라고요."
사십대의 여자가 제법 훈계조로 타일렀다.
"그야, 그렇게까진 안 하죠. 저엉 하고 싶어서 안달
을 부려대면 서둘러서 끝을 내지요. 밑에서 몇번 힘
을 주었다가 놓으면 되니까 그건 문제가 안 돼요. 몇
분도 못 가면서 씨근덕거리는 걸 보면 가소롭다는 생
각이 들어요. 어떨 땐, 오르가슴에 도착하지도 못했는
데 내려가면 한 대 때려주고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마누라가 바람을 피지 달리 피우겠어요? 남자들은 그
걸 모르더라니까요."
삼십대의 여자는 손바닥을 파리채처럼 들었다가 내
려 놓았다. 마치 앞에 남편이 있는 것처럼.
그 진지한 표정과 손동작에 여자들이 실감을 하듯
까르르 웃어댔다.
"남자들이란 원래가 조루예요. 가끔 특이한 남자가
있긴 있지만, 남자랑 여자는 서로 기분을 주고받는
서비스 차원인 것 같아요. 서로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려는,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으니까 만족하는 거죠.
그리고 하는 시간도 넉넉한 것같이 느껴지는 거고,
실제로 하는 타임을 재보면 짧을 거예요. 밑에서 시
달리면서 느끼는 시간이 길 뿐이지."
그 말에 삼십대의 또 다른 여자가 물었다.
"아, 그야, 하고 나서 잠을 잔다며? 그러니까 시간이
길 수밖에. 남자란 거의 똑같아요. 한 오분에서 십오
분쯤이나 될까? 오십보, 백보예요. 그동안에 얼마나
만족하는가가 중요한 거지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오래한다고 해서 좋을 게 없잖아요?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인 거 알죠? 남자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여자가 하고 싶어하면 재빨리
싸 버리는 게 바로 남자들이에요. 얼마나 이기적인지
몰라요."
"정말 그래요. 여자를 마치 티슈처럼 생각하질 않나,
필요하면 불러냈다가 거추장스러우면 빨리 집으로 들
어가라고 하고선 딴짓을 하기가 일쑤죠. 알면서도 참
는 수밖엔 억지만, 아마 부부라면 그러지 못할걸요.
어차피 불륜이니까 서로 눈감아주면서 만나는 거지
만......"
갈수록 태산이었다. 주리는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기분이 언짢아졌다.
남자에 대한 혐오감뿐만 아니라 여자에 대한 혐오감
도 일었다.
주리는 옆에 모로 누워 있는 소녀에게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
았다가 점점 경계심을 풀었다.
"어쩌다가 그랬어? 놀러 갔다가?"
주리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눈가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이었다.
주리는 아직 앳되기만 한 그녀의 눈가를 쓸어주었
다. 그러자, 더 많은 눈물이 새어나왔다.
"울지 마. 이제부터 그런 데 가지 않으면 되지. 너
혼자 왔어?"
중학생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는 안 해줄 텐데? 어떻게 했어."
주리의 말은, 아직 중학생인지라 보호자 없이는 수
술도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둔 물음이었다.
"교회 목사님이 보호자라고 속여서 했어요. 집엔 알
리지도 못해요. 그랬다간 당장 쫓겨나거든요."
그러면서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울었
다. 가는 손가락 사이로 물기가 내비쳤다.
주리는 그녀의 손을 걷어내고 자신이 들고 있던 손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너, 교회 다니는구나?"
"네."
소녀는 조그많게 대답을 했다. 주리는 그녀의 어깨
를 껴안 듯이 팔을 둘렀다. 작은 가슴이 만져졌다.
한참 이성에 눈을 뜰 나이인 것 갈았다. 브래지어를
한 것하며, 옷을 차려 입은 모습이 그랬다.
요즘 인기 있는 그룹들처럼 헐렁하게 입은 셔츠와
힙합 바지를 내려다보며 주리는 쓸쓸해지는 기분이었
다. 자신도 부산에서의 학창시절엔 저랬으리라.
"집에 부모님들이 다 계시니?"
"네."
"아버지 어머니, 다 계시고?"
"네."
주리는 부모님이 계시냐는 질문에 덧붙여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계시냐고 재차 물어봤다. 혹시라도 어느
한쪽이 없거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아닌지 싶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녀의 대답으로 봐선 자신처럼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쩌면 질 나쁜 친구들에게 휩쓸려
서 저질러진 문제인 것 같았다.
"이제 나가면 교회에 열심히 다녀. 나쁜 친구들은
될 수 있으면 만나지 말고. 이 언니도 대학생이야. 그
런데 길을 가다가 나쁜 사람한테 봉변을 당해 이렇게
된 거야. 처음엔 죽고 싶었어. 이걸 경험삼아 더 나은
설계를 하면 될 거야."
주리의 말에 그녀는 손을 잡았다.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언니, 고마워요. 벌써부터 내 자신이 이렇게 돼버렸
구나 하고 생각하니 살맛이 안 났어요. 어디론가 도
망쳐서 숨어 버리고 싶었어요. 병원을 나서면 어디로
갈까, 하고 겁도 났었어요. 갈 곳이 없거든요. 어디로
가서 숨어서 돈을 벌 생각도 했어요."
소녀는 한숨을 쉬듯이 띄엄띄엄 말을 이어 나갔다.
"아냐,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아직 학생이니
까 열심히 공부해야지. 돈은 나중에 벌어도 돼. 아직
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냐. 이건 어디까지나 실수
야.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번의 실수는 있게 마련이야.
알았니?"
주리는 소녀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러면서 주
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외동딸로, 부모의 불화를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자
신의 사춘기가 어쩌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한 것처럼
위험스런 삶이었다. 소녀를 바라보는 주리의 마음은
그랬다.
어쩌면 자신의 과가, 아니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늑대들에게 살점을 뜯겨가며
피신해 들어온 것이 바로 여기 산부인과가 아니던가.
꽃잎이 망가지고, 남자들의 정욕의 대상으로 마구
할퀴어지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자
신 또한 누구의 씨앗인지도 모를 임신을 통해 여자로
선 평생 잊지 못할 첫 중절수술을 한 것이 아닌가.
연하디 연한 자신의 국부를 도려내 버린 것처럼, 자
신에게 묻어 있는 얼룩을 긁어내 버린 것이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처녀로
서의 치욕을 한꺼번에 겪어 버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누구에겐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정조를 바치
고 싶어하는 것이 여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면, 이렇
게 허무하게 꽃잎을 다쳐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요즘 같은 프리섹스 시대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은
이들에게 쫓겨 꽃잎을 짓뭉개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리고 모든 희망을 한번에 빼앗겨 버린 것처럼 허
탈하기만 했다. 꽃잎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속에 몹쓸 이물질이 들어와 며칠 동안 머물렀다는
것 자체가 끔찍스런 일이었다.
주리는 나이 어린 소녀의 꽃잎을 생각했다. 아직 채
만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내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뜨끔해졌다.
여덟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돌아가며 짓밟았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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