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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카인의 후예(71,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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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17 회 작성일 24-02-10 19: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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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08

71
류지오는 아무도 없는 회색 집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새벽이다.

소정과 야마다는 야꾸자의 계획을 듣고는 싶게 동조했다. 오늘 저녁이면 그들의 본거지로 쳐들어 갈 것이다. 그 전에 아끼꼬를 한번 만나 보기 위해 회색 집으로 들어와 본 것이다. 그녀가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귀국하는 날 그녀를 한번 만났을 뿐 그 이후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집 열쇠를 주면서 언제라도 오라고 했지만 올 때마다 빈집일 뿐이다. 류지오는 아끼꼬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는 자신이 그린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거실에서 비쳐 들어오는 불빛이 겨우 그녀의 모습을 알아 볼 정도로 비쳐 줄뿐이다.
류지오는 잠시 눈을 부쳤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동경 대학 내에 마련된 전대련의 회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로 갔다. 류지오, 오와다, 긴이치, 소정 등과 더불어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긴이치와 소정이 뽑아 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류지오가 알고 있는 인물은 소정의 칼 잘 쓰는 부하 이라다와 긴이치의 쿵후 실력이 뛰어난 부하인 아사토였다.
류지오의 옆에는 리에가 앉아 있다. 그리고 리에의 옆에 전대련의 허수아비 회장 구로이가 앉아 있다. 이들 둘이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전대련의 회의장을 빌려 줬다는 것만으로 참석해 있는 것이다.
오와다가 먼저 단상에 나와서 말을 꺼낸다. 그의 엄청난 덩치에 모두 기가 죽는 듯 숨소리조차 잠잠해진다.
"오늘 밤 정각 9시를 기해 대학 세력을 무력으로 장악하려는 야꾸자들에게 우리는 같은 힘으로써 대항한다. 오늘의 싸움은 목숨을 건 전투나 마찬가지다. 나의 부하들은 모두 총을 가지고 있다. 너희들은 칼과 주먹으로 뒤에서 협조해 주면 된다. 오늘의 싸움의 총 지휘자는 바로 류지오씨다."
류지오는 한 번 손만 들어 보일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류지오의 위명은 류지오, 자신보다는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겁이 나는 사람은 여기에 남아라."
그리고 오와다가 먼저 나간다. 그 뒤를 따라 소정과 긴이치가 따라 나간다. 류지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리에도 함께 일어난다.
"리에?"
"왜?"
"왜 일어 나는 거야?"
"내 발로 내가 일어서는데 무슨 상관이야?"
"그런가?"
류지오는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자신이 멍청해지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아마도 그 자신의 생부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두 밖으로 나와서는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그리고 정각 9시에 약속된 장소에 각자의 위치로 나타나면 되는 것이다.
류지오는 오와다와 함께 움직였다. 오와다는 차 위에 올라타더니 말한다.
"저 아가씨는 누구지?"
류지오는 리에가 자신을 따라왔나 싶어 두리번거리며 리에를 찾는다.
"왼편 전봇대 앞에 선글라스 끼고 있는 여자."
"모르겠는데요! 차림을 보니 기자같기도 한데..."
"기자가 벌써 낌새를 차렸으면 골친데!"
"일단 출발하죠."
오와다는 능숙하게, 뒤쫓는 차를 따돌렸다. 만약 오늘의 계획이 새어 나가면 당하는 쪽은 자신일 것이다. 류지오는 좀더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네, 총 사용할 줄 아는가?"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음... 그렇겠지. 권총 한 자루가 있는데 사용하겠나?" "필요 없습니다. 칼이 더 든든합니다."
"음... 이건 방탄복이네."
"그것도..."
"입도록 하게."
"네."
류지오는 옷을 벗고는 오와다가 주는 방탄복을 속에 껴입었다. 그리고 배반의 검이라는 칼을 한번 꼭 잡아 쥔다.
지금 살인을 하러 가는 것이다. 후센 사부의 칼을 이런데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자신이 믿을 만한 무기는 이것뿐이었다. 역시 칼은 살인 도구인 것이다.
시계의 바늘이 9시 정각을 가리킨다.
"시작이다."
류지오는 신문지에 둘둘 말은 칼을 잡고는 한 건물로 들어섰다. 5층짜리 건물로 지하는 디스코텍이고 1층에는 몇 개의 사무실이 있었다.
2층과 3층은 볼링장이고 4층은 당구장이었다.
5층은 이들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고 류지오가 올라 갈 곳은 5층이었다. 류지오가 올라간 뒤 뒤따라 모두 각 층을 점령하게 된다.
류지오가 들어서자 한 사내가 막아선다.
"뭐야?"
"볼링 치러 왔는데요."
"오늘은 문 안 열어."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 자슥이 웬 말이...!"
이미 아무런 기척 없이 다가온 오와다에 의해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때 사무실에서 나오는 한 녀석을 향해 류지오는 칼을 빼 들고는 예리하게 찌른다. 목을 그대로 관통 당한 그 사나이는 그대로 고꾸라진다. 그가 야꾸자인지 아니면 진짜 수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첫 살인은 시작되었고 류지오는 오와다를 뒤로하고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오와다도 뒤따른다. 류지오가 계단을 올라간 뒤 모두들 시간을 재고 있었다. 1분 뒤에 바로 총 진격이다.
류지오는 5층에 올라서기 전에 먼저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이미 피가 묻은 칼을 손에 들고는 5층으로 들어선다. 이미 2,3,4층을 지나온 류지오는 그 동안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5층에 있든지 지하의 디스코텍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5층에는 여섯 명 정도가 모여서 포커판을 벌리고 있었다. 류지오는 이것저것 따질 것이 없이 달려들었다. 그 중 하나가 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이미 두 명의 목을 짜른 류지오는 그를 향해 칼을 내 찌른다.
품에 들어간 그의 손등과 함께 칼이 심장을 관통한다. 그와 동시 탕하는 총소리가 울리더니 이미 심장이 관통 당한 그의 옆구리 사이로 총알이 튀어나온다. 그 총알은 아직 일어서지 못한 사내의 등을 뚫고 지나갔다. 나머지 두 명은 엉거주춤하게 뒤로 물러서며 품으로 역시 손을 집어넣었다. 류지오가 아무리 빨라도 이 둘을 동시에 해결 할 수는 없었다.
그때 건물 내에서 총성이 연달아 터져 나온다. 류지오가 하나의 목을 찌르는 동안 다른 하나는 이미 총을 꺼냈지만 어디서 날아온 총알을 이마에 맞고 나자빠진다.
"이봐! 자네 먼저 뛰쳐 들어가면 어떡해?"
"긴장했나 봐요."
"혼자서 몇 초도 안되는 사이에 다섯을 해치웠군! 어서 내려가세!"
류지오는 계속 총성이 들리는 아래로 내려왔다. 지하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2차 계획 실시!"
류지오의 소리에 모두들 입을 열어 그 소리를 반복했다. 지하실에 들어갔던 오와다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오고 있었다.
"다 나왔나?"
"네! 우리편 두 명이 총에 맞았습니다. 지하실에 서른 명 정도 있습니다. 모두 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관없다! 불을 지르고 3차 계획 실시!"
모두들 지하실 입구를 향해 기름통을 던져 넣었다.
오와다는 담배를 입에 불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더니 담배 종이에도 불을 붙인다. 그리고 불이 붙은 종이를 바닥에 던진다. 순식간에 불기운이 기름을 타고 번져 들어간다.
류지오의 편은 모두들 건물을 빠져 나왔다.
몇 명이 불이 붙어 있는 지하 계단을 밟고 뛰어 나온다. 그곳에 아직 지키고 있던 오와다는 그들을 향해 총알을 쏘아 댄다.
류지오는 전봇대 뒤에서 터지는 플러쉬에 놀란다. 이 곳에 오기 전에 전봇대 옆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던 여자였다. 해가 다 저무는 저녁 때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일이고 이 밤에 플러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죽고 싶어 한 장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오와다의 부하 몇 명이 플러쉬가 터진 쪽을 향해 총자루를 겨눈다.
"나야! 쏘지마!"
류지오는 그렇게 소리치며 도망치는 여자를 붙잡았다. 류지오가 여자를 안고 오자 오와다도 어디서 데려 왔는지 여자를 하나 쳐들고는 온다.
"대단한 아가씨들이군!"
"리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냥 심심해서 구경온 거야."
"미쳤니?"
"어서 가자."
류지오는 사진을 찍었던 여자를 안고는 지프차에 올라탔다. 운전은 오와다가 하고 리에는 조수석에 앉았다.
류지오는 여자의 카메라에서 필름을 빼내고는 그녀의 품을 뒤졌다.
"뭐하는 짓이에요!"
"나머지 필름도 모두 내 놔!"
"다른 필름은 상관없는 거예요."
"그래도 내 놔!"
류지오는 막무가내로 여자의 주머니를 뒤졌다. 마지막에 그녀의 큰 핸드백을 열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필름들을 모두 압수했다.
"이 여자들 어떻게 할건가?"
오와다가 물었다.
"지금 학교 앞은 위험할 테니 모두 당구장으로 갑시다." "그러지."
"그리고 아가씨, 이름이 뭐지?"
"내 이름은 알아서 뭐 할려구요?"
"그 곳에서 사람 죽는 것 봤지? 당신도 총알 세례를 받을 뻔했어."
"내 이름은 히사코에요. 요미우리신문사 사진 기자죠." "특종을 잡을 뻔했군. 하지만 이미 텔레비전에선 속보가 나오고 있을걸."
류지오와 오와다는 가쓰오의 삼촌이 운영하고 있는 그 당구장에 가서 둘이서 쓰리쿠션 게임을 친다. 여자 둘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5층 건물이 화면에 계속 나오고 몇몇 소방관이 건물 안을 들락거리고 있다. 그리고 화상을 입거나 질식해서 죽은 시체들이 들것에 실려 줄줄이 나오고 있었다.
"오늘 저녁 아홉 시쯤, 지금으로부터... 약 30분전... 그러니까... 이곳 5층 건물에서 총격전이 벌어 졌습니다. 음... 그리고 경찰과 각 기자들은 국내의 야꾸자들간의 파벌 싸움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뚜렷한 사실은 알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 경찰은 고속 도로와 각 지점에 검문소를 긴급 설치하고 테러범들의 도주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음... 테러범들은 오십여 명 이내로 예측하고 있는데... 계속 시체가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열네 구째 나오고 있고... 생존자는 아직 없습니다. 신주꾸의 도심지에서 일어진 이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를 만나 보겠습니다." "총과 칼을 들고... 약 오십 명 정도였지요... 모두 복면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남자 아나운서와 목격자란 사람은 흥분된 목소리로 계속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류지오와 오와다는 계속 당구에만 신경 쓰고 있을 뿐이었다.
사진을 찍었던 아가씨와 리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만을 지켜 볼 뿐이다. 류지오와 오와다의 게임은 류지오가 이겼다. 그리고 넷은 그 당구장에서 가까운 술집으로 갔다.
"리에? 넌 집에 갈거니?"
"음... 아니."
"그럼?"
"모르겠어."
"그런 대답이 어디 있냐?"
"..."
류지오는 옆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리에를 보았다.
"리에?"
"응?"
"너... 집에서 나왔니?"
"그래."
류지오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었다. 착실하고 부모 말 잘 듣던 고등학생이 종종 대학생이 되면 부모의 사고 방식에 이의를 가지고 논쟁을 벌일 수 있다. 리에가 전대련의 부회장이라면 분명 정민당의 국회 의원인 자신의 아버지와의 마찰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대련의 탈퇴를 요구했을 것이고 리에는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정민당에서 나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마찰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류지오는 리에가 어쩐지 측은해 보였다.
그녀에게 가졌던 편견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어쩌면 그것은 편견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리에를 남몰래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도도함과 그녀 주위의 환경에 겁을 먹고 피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리에는 그런 자신의 꺼풀을 벗어버리고 있다.
류지오는 그런 리에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맥주잔을 마저 비웠다.
"리에."
"응?"
"갈데 없으면 날 따라와."
"..."
리에는 대답을 하지 않더니 곧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봐, 이 아가씨는 어쩌지?"
오와다는 운전을 하면서도 유일한 목격자인 히사꼬라는 여자를 감시하고 있었다.
"어떡하긴요?"
"그냥 두면 안되잖아?"
"어쩌죠?"
"입을 막아야지."
히사꼬라는 여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와다는 지금 류지오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류지오는 아끼꼬의 집으로 이들을 데려갈 생각이었다.
"어떻게 입을 막죠?"
"자네가 결정해!"
류지오는 셋을 집안으로 데려와서는 집에다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여기 친구집인데 조금 놀다가 들어갈게요. 다른 사람이 날 찾으면 슈퍼에 콘돔 사러 나갔다고 말해 줘요. 꼭 그렇게 말해야 되요."
류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슈퍼에 콘돔 사러 갔다는 말은 소정과 긴이치와의 암호였다.
오와다는 그 동안 냉장고에서 마실 것을 찾고 있었다.
"이봐? 여긴 맥주 같은 것도 없는가?"
"요 앞에 가면 가게가 있어요."
"내가 사 올게."
리에가 그렇게 말하고는 맥주를 잔득 사 왔다.
그 동안 류지오는 히사꼬라는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 중이었다.
"당신, 어떻게 하면 좋겠어?"
류지오가 그렇게 묻는다.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오늘 본 일을 입밖에 내지 않는다면 그냥 보내 주지." 히사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봐! 자네 사람 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 믿나?"
"그럼 어쩝니까? 죽일 수도 없고..."
"왜 못 죽여!"
"오와다 형님!"
"이번에 내 부하도 두 명 잃었다. 이 여자 때문에 또 다른 부하를 잃고 싶지 않네."
류지오는 오와다의 말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이 여자는 기자다. 그냥 놓다 두면 경찰에도 알리지 않고 먼저 신문에다가 자신들의 얼굴을 대문짝하게 붙여 놓을 것이다.
"이 여자를 죽이기 싫은가?"
"그렇습니다. 아무나 죽일 수는 없습니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계집인데 무슨 상관인가? 내가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지."
"...?"
"저 여자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게. 겁탈하는 장면을 찍어도 좋겠지. 그리고 저 여자의 가족들을 알아내고 허튼 짓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알겠나?"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카메라를 빼앗는다.
"필름."
"오와다 형님?"
"어쨌던 난 자네 말을 따르겠네. 두목은 자네야."
류지오는 좀 더 생각해 본다. 어쨌던 저 여자를 믿을 수는 없다. 게다가 잘못하면 오와다뿐만 아니라, 자신과, 리에, 그리고 자신을 따라 계획에 동참한 많은 동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들이다. 자신 같은 피래미 대장이 알량한 동정심을 부릴 건덕지가 되지 못한다.
오와다는 리에가 사 가지고 온 맥주병의 마개를 따고 병채로 마시고 있다. 화가 난 것이다.
"리에, 가서 잔 좀 가져와."
"응."
리에는 부엌에 가서 유리컵 네 잔을 가져왔다.
류지오도 한 잔 마시고 나더니 다시 입을 연다.
"좋습니다. 형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류지오는 사용하지 않은 필름 한 통을 꺼내 놓았다.
"하하! 그래야지!"
오와다는 호탕하게 웃더니 카메라를 다시 집어들고는 필름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여전히 담담하게 앉아 있는 히사꼬를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는 이 여자하고 재미나 보게. 내가 사진사 노릇을 하지. 너도 그걸 원하겠지? 안 그런가?"
히사꼬는 그 말에 오와다를 노려보았다. 스물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젊고 매력적인 여자다.
"옷을 벗어. 내가 벗겨 줄까?"
오와다의 말에 히사꼬가 소파에서 팅겨 나듯이 일어서더니 말한다.
"내가 벗겠어요."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리에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리에는 오와다의 기세에 심장이 몹시 뛰고 있었다. 사실 자신도 그 장소에 나타나서는 안된다. 그리고 자신이 전대련의 회의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오와다는 기분 나쁜 투로 노려보면서 내 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류지오의 허락을 받고 입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와다가 자신에게도 그런 짓을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류지오는 당당히 옷을 벗고 있는 히사꼬를 보며 내심 감탄했다. 보통의 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울고불고 사정을 할 것이다. 속옷만을 걸치고 있는 히사꼬의 알몸은 사내들이 욕심낼 만큼 훌륭했다.
"이봐! 마저 벗어야지!"
오와다는 옷을 벗는 모습을 몇 번 찍더니 속옷까지는 더 이상 벗지 않는 그녀를 보고 대뜸 그렇게 소리쳤다.
"당신 앞에서는 벗기 싫어요!"
"오호! 난 싫다 이건가? 하지만 사진은 누가 찍지?"
"여자 분이 한 명 있잖아요."
"그래! 좋아! 좋아!"
오와다의 말버릇이 나왔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을 때다. 류지오는 지금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어쨌던 그녀를 겁탈하게 될 상대는 자신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오와다가 찍을 것이다. 그게 솔직히 싫고 수치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물건은 일어서 있었다. 하지만 오와다의 아랫도리는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리 물건이 작다고 해도 발기하면 표가 난다.
"이보게!"
"네. 오와다 형님."
"방에 들어가서 재미 보라고. 난 여기서 술이나 마시지." "하지만... 형님... 술은 혼자 마시는 법이 아니지요. 그냥 저 여자 알몸만 찍기로 합시다. 리에도 있으니 잘 됐지 않습니까?" "흐흐... 자네 물건은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인데?" 그 말에 히사꼬도 류지오의 아랫도리를 쳐다본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그 곳이 불룩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히사꼬는 류지오를 한번 노려보고는 리에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간다.
"형님... 이건 말이죠..."
"변명할 필요 없네. 두 여자하고 재미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자 이거 가지고 들어가게."
류지오는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받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류지오를 보고 오와다가 다시 한마디한다.
내 부하들이 잡히면 나도 잡히네.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고 이번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야."
"알겠습니다..."
류지오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히사꼬가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몸을 웅크리고는 소리 없이 울고 있다. 거실에서는 그 모욕을 잘도 참아 냈지만 방안에 들어오자 한꺼번에 터진 모양이었다.
리에는 가만히 서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방안에 있어도 밖에서의 대화는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류지오는 카메라를 리에에게 건네주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지?"
리에는 카메라를 받고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리고 류지오는 히사꼬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옆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히사꼬는 이내 울음을 그치더니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팬티와 브래지어를 스스로 벗는다. 그리고 턱을 당당히 쳐들고는 침대 위에 올라간다.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린다. 여자의 음부가 완연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젖가슴은 두 손으로 가리고 있다.
류지오 역시 옷을 벗었다. 리에를 보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히사꼬만을 바라보았다.
류지오의 몸은 건장했다. 용모 또한 준수하다. 그녀가 정말 신문사 기자라면, 적어도 일반 신문이라도 스포츠란을 한번만 본 적이 있다면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자가 배구계의 월드스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쩌면 그녀가 직접 코트에 와서 자신의 스파이크하는 모습을 찍어 갔을지도 모른다.
좀 더 정상적인 상황에서 만남을 가지고 자신 스스로 그녀를 유혹했을 수도 있다. 웬지 풀이 죽어 있는 물건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류지오는 마음을 다잡고 침대 위로 올라간다.
그녀를 죽이든지 아니면 목격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겁탈하는 사진을 찍고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해야 한다. 때때로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짓을 자신이 직접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한 여자는 알몸으로 누워서 저항도 하지 않고 있다. 물건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며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를 안고는 자신의 몸으로 바싹 끌어당긴다. 축 늘어진 물건을 잡고 여자의 몸에 문지르자 다시 물건이 일어선다.
"이봐요... 기자 아가씨. 가능하다면 부드럽게 해 주겠소..." 자신의 말에 가증스러움을 느끼고 괜한 소리를 했다고 후회된다.
"마음대로 해! 이 더러운 놈들! 차라리... 날 죽이는 게 나을 거야!"
갑자기 히사꼬가 저항을 하면서 그렇게 소리친다.
"이봐요!"
류지오는 히사꼬를 진정시키려고 어깨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류지오는 그대로 눈을 찔끔 감고 뺨대기를 맞는다.
류지오는 뺨을 그냥 맞아 주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팬티를 입으며 입을 연다.
"그냥 죽이는 게 낫겠어."
"류지오!"
리에가 그 소리에 놀라 다급하게 소리친다.
"이 여자는... 아무 잘못도 없어..."
"나도 알아. 하지만 잘못이라면 그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들의 존재를 알았다는 거지."
"류지오..."
류지오는 밖으로 나가더니 오와다에게 총을 빌려 왔다. 이미 방음 장치가 달려 있었지만 베개를 총구 앞에 막았다.
"류지오! 안돼! 제발...!"
리에가 매달렸다.
"이거 놔...!"
"안돼... 제발... 히사꼬 언니는 내가 불러 왔어... 제발 죽이지 마..."
"너 미쳤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히사꼬 언니에게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해 줬어. 언니는 우리편이야..."
"너 정말 미쳤구나! 다른 사람한테 계획을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알아. 안다구! 그럼 나도 같이 죽여 줘!"
"어쩔 수 없군..."
류지오는 망설이지도 않고 잔인한 결정을 한다. 리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그의 사고는 마비되고 있었다.
"안돼요!"
히사꼬가 소리친다. 류지오 역시 리에에게 총자루를 겨누었을 때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는 재빨리 총을 내린다.
류지오는 히사꼬를 죽일 결심을 하고 총을 빌려 오면서 엄청난 갈등에 휩쓸려 있었다. 왜 그녀를 죽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살인을 했기 때문인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너무나 명확한 사실에 이제 쉬운 길을 택하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이 싸움의 정당성을 설명해 주고 그리고 나서 몇 마디 협박 조건을 내걸면 된다.
자신의 뺨을 때리고 거부해도 강제로 겁탈하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옳지 못한 길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욕을 얻어먹고 뺨을 맞고 나서 그 사실이 분명해 졌고 리에가 계획을 발설하고 당당히 죽여 달라는 것 역시 자신의 입지를 무너뜨리는 행동이었다.
그녀를 죽이든 겁탈하든 아니면 이대로 내보내 주든 모든 것이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류지오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가능하다면 흘러간 시간을 뒤로 대물리고 싶다. 그리고 아끼꼬의 집에서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자들과 섹스나 즐기면 그만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와다가 고개를 들이민다. 오와다는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이보게, 난 이만 가보겠네. 죽이든 살리든 자네 마음이지만 가능하다면 좋은 쪽으로 타협하게. 흐흐흐...!"
오와다는 그 짐을 완전히 류지오에게 떠 맞기고 사라져 버린다. 류지오는 오와다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따라 나간다. 하지만 이미 오와다는 밖으로 나가서는 차를 타고 떠나 버린다.
류지오는 소파에 기대어 눕고는 오와다가 남겨 놓고 간 담배를 피웠다. 오와다는 담배를 남겨 놓는 것이 취미인지 아니면 류지오에게 피우라고 놓아 두는지 늘 그랬다.
담배를 중간 정도 피웠을 때 방에서 여자 둘이 나왔다. 히사꼬는 다시 팬티와 브래지어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알몸이었다. 그리고 소파 위에 벗어 놓은 자신의 옷을 입으려고 하지 않고 류지오의 맞은 편에 앉는다.
"당신 말대로 그 곳에 내가 있었던 것이 잘못입니다. 저를 그냥 보내 주세요. 신문사든 경찰이든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히사꼬의 말에 류지오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당길 뿐이다. 그리고 히사꼬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당신을 믿을 수 없소!"
"그렇다면 사진을 찍으세요. 리에양이 사진을 찍어 줄 거예요." 그러면서 다시 팬티와 브래지어를 벗는다. 그리고 소파 중간에 놓여진 유리 테이블 위에 올라가더니 그에게 엉덩이를 들이대고 엎드린다.
이 놀라운 행동에 류지오는 멍할 뿐이다.
여자의 탄력적인 엉덩이와 훤히 드러난 비부를 보고 흥분되지 않을 남자는 없다. 류지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류지오는 피식 웃는다.
"냄새나는 궁둥이는 저리 치우시오!"
히사꼬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류지오가 밖에 가 있는 동안 히사꼬는 몇 가지 생각을 했다.
그것은 결코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또한 그가 못 믿겠다고 말한다면 스스로 몸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가 풍기는 매력에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플러쉬가 터졌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자신 스스로였다. 두세 명이 총을 겨누고 쏘려고 했을 때 그가 나타나서 제지하지 않았다면 이미 죽은목숨이었다. 다른 면으로 생각해 보면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그리고 리에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때 이 들에게 가졌던 분노가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자극적이군!"
사내의 손이 엉덩이에 닿자 히사꼬는 온 몸에 전율이 있었다.
히사꼬의 행동은 의외의 일이었다. 마치 발정한 암캐처럼 엉덩이를 들이 되는데 정상적인 여자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그 때 플러쉬가 번쩍하며 터지며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리에가 그런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이다. 류지오는 도대체 이 여자 둘이서 무슨 마음을 잡고 이러는지 이해가 안된다.
히사꼬는 여전히 그대로 있다.
류지오는 벌어진 음부를 더듬고 싶었다. 살이 통통히 오른 한쪽 둔덕에 사내의 손가락이 닿자 히사꼬는 부르르 몸을 떤다.
"지금 날 유혹하는 거요?"
"..."
류지오는 여자의 음부를 희롱하며 다시 묻는다.
"이런 건 필요 없소. 리에! 이제 그만 찍어."
류지오의 말에도 히사꼬도 그대로 있다. 그의 손이 계속 그곳을 더듬고 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거지?"
류지오는 솔직히 그녀를 안고 싶었다. 이제는 아무런 갈등도 느끼지 않았다. 여자 스스로가 원해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이럴 생각이 없었다. 여자를 믿을 수는 없지만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놓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지오는 아직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히사꼬는 자신이 이렇게 해야만 그가 믿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 괴물같이 덩치만 큰 오와다는 이곳에 없다. 그것이 히사꼬에게는 여유를 가지게 했을 지도 모른다.
결코 이 사내를 덩치는 곰만해 가지고 머리는 여우처럼 굴리는 오와다라는 사내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 보다는 백배나 더 잘 났고 그리고 이 사람은 그냥 자신을 보내 주려고 했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지도 않았는가.
류지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와다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주눅이 든다. 그것은 야꾸자의 사고 방식과 태도에 아직 익숙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인에 대한 충성과 동료끼리의 의리를 정의라고 믿고 있다. 그 정의를 위해서는 살인과 강간도 별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오와다는 대범한 인물이었지만 역시 야꾸자의 일원이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류지오는 그런 오와다에게 호감을 가지면서도 그를 대하는데 이질감이 느껴졌고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들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리에는 더 이상 사진을 찍지 않고 가만히 서서 둘을 지켜보고 있다. 하나는 수치스러운 자세로 엎드려 있고 하나는 소파에 느긋이 기대어 앉아 손만 뻗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의 비부를 건드리고 있다. 테이블 위에 엎드리고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는 여자가 자신이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자 이미 새빨개져 있는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
자신이 그녀를 위해 거짓말을 했을 때 그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총을 자신의 이마에 들이대었다. 그때 두려움과 함께 그가 무척이나 야속하게 느껴졌다. 만약 도꾸미와 후에 선생이 자기 대신 서 있었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가 이내 총구를 내리고 스스로 자책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깊은 위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 히사꼬는 류지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 동안 류지오의 손가락은 히사꼬의 꽃잎을 헤집고 여자의 가장 민감한 돌기를 자극하고 있었다. 히사꼬의 내부에서는 미끈한 액체가 흘러 나왔고 그것은 흥분되었다는 증거였다. 그녀의 정신은 어떻든 육체는 사내의 몸을 원하는 것이다.
"리에... 다시 찍어."
류지오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다시 벗는다. 무섭게 발기한 물건이 드러난다. 리에는 카메라의 렌즈로 그의 물건을 보며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놀란다. 방안에 있을 때는 그의 등뒤에 서 있어 그의 물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그 때는 발기해 있지도 않았다.
반면 이제 곧 그 물건에 고통을 당할 히사꼬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대로 있다. 여전히 수치심이 남아 있어 고개를 돌려 그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건이 자신의 살결에 닿았을 때는 그 고통의 순간을 예감했는지 몸을 떤다. 류지오는 바로 삽입하지 않고 여자의 비부를 물건으로 문지른다. 히사꼬는 자신의 항문과 음부에서 전해지는 마찰의 자극에 쾌감을 느낀다.
"아아...!"
히사꼬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신음 소리를 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신음 소리는 흥분된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것뿐이다.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온다고 할 지라도 대부분의 처녀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류지오는 이제 강간이 아니라 동조의 섹스에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간통이라는 단어 역시 걸맞지 않다. 젊은 남녀의 사랑 행위일 뿐이다. 그것이 약간은 이상하게 시작되었지만 둘이 원한다면 결코 강간이 아닌 것이다.
"삽입할까요?"
류지오는 그것을 확실히 확인해 두고 싶은지 묻는다.
"네..."
여자가 작게 대답한다. 류지오는 귀두로 꽃잎을 헤치고 깊숙이 밀어 넣는다. 여자는 소리내지 않았지만 류지오는 이상한 방패막에 놀라며 얼른 물건을 꺼낸다. 물건의 자루에 혈흔이 묻어 있다.
"젠장! 처녀였군!"
류지오는 이제 처녀를 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다. 여자는 첫 남자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은 기쁨보다는 고통과 슬픔의 일을 더욱 오랫동안 기억한다. 처녀의 구별을 처녀막의 유무로서 구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애초에 처녀막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레이꼬처럼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스스로 수음을 즐기거나 기구의 사용으로 없애 버릴 수도 있다.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뻔한 사실에 처녀가 아니라고 잡아떼는 여자는 무슨 심리인가.
"젠장... 이젠 처녀가 아니라고 거짓말까지 하는 여자를 만났군!" 류지오는 히사꼬의 허리를 와락 안고는 침실로 데려갔다. 그 곳에 히사꼬를 던져 놓고는 이불을 덮어 준다.
"찍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한 숨 자다가 집으로 가요. 허튼 짓은 하지 마시오."
"하지만..."
히사꼬는 이불을 끌어 당겨 자신의 몸을 가리며 뭔가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다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녀의 눈빛은 반짝였다.
류지오는 리에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침대 위로 올라간다.
"당신이 원했던 겁니다?"
류지오는 이불을 끌어내리고 그렇게 말한다. 히사꼬는 고개를 끄덕인다. 류지오는 히사꼬의 입술을 살짝이 빨면서 부드러운 애무를 해 준다. 그리고 이내 다시 삽입한다. 히사꼬는 고통을 무릅쓰면서 사내를 흥분시키기 위해 신음한다.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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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카인의 배반 #08

72
류지오는 소파로 와서는 앉았다. 그리고 다시 담배를 피운다. 리에가 옆으로 와서 앉는다. 류지오는 자기가 벗어 놓은 옷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류지오... 난 어떡할 거야?"
"뭘?"
"내가 계획을 발설했잖아..."
"그래서?"
"나도... 그럼... 저 여자처럼..."
"허허...! 리에. 무슨 말하는 거야? 네가 거짓말한 걸 알고 있어. 그녀가 말해 주더군."
"류지오..."
리에는 옷을 벗었다.
류지오는 여자의 대담성에 다시 놀란다. 류지오는 다시 심각한 갈등에 빠진다. 리에가 자신의 팬티를 마저 벗기 전에 류지오가 먼저 달려들어 끌어안는다.
"리에... 이러지마...!"
류지오는 리에의 뺨에다 살짝이 입술을 맞추어 주고는 자신의 재킷을 들어 리에의 어깨에 걸쳐 준다.
"류지오... 나도... 하고 싶어."
"병신 같은 소리하지마! 넌 이래선 안돼."
"왜 안돼?"
"..."
"류지오... 난... 처음... 너를 미워했어. 하지만... 지금은 네가 좋아..."
"젠장..."
"나도... 너에게 몸만 주고 싶은 것 뿐이야.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
류지오는 리에의 갸름한 두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 살며시 입술을 맞춘다.
리에는 두 눈을 감고 입술을 벌린다. 하지만 류지오는 자신의 자제심을 찾기 위해 리에를 떨쳐 낸다. 그리고 소파에 앉히고는 자신의 가슴에 기대도록 한다.
"리에... 나도... 널 좋아했어. 하지만... 왠지 너에게 접근하는 것이 두려웠어. 그래서... 아무 말도 못했던 거야. 넌... 너무 아름다워...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너만큼은 차지할 수 없어. 내 마음 알겠지?"
"..."
리에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다.
류지오는 리에의 어깨를 안고 있는 손으로 살며시 가슴을 잡는다. 젖꼭지의 돌기를 느끼며 부드럽게 어루만져 본다.
"난... 오늘 이걸로 만족해. 너도 그렇지?"
"..."
하지만 리에는 응답하지 않는다.
리에의 마음은 확고한 것이었다. 그의 고백을 듣고 나서 더욱 그 결심은 굳어졌다. 가능하다면 그에게서 모든 여자를 쫓아내고 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여자가 되고 싶다. 오늘이 지난다면 더 이상 이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류지오... 나도... 사랑하고 싶어."
"리에... 이래선 안돼..."
"안아 줘..."
리에는 몸을 돌리고는 스스로 입을 맞추어 온다.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남자의 어깨와 단단한 가슴을 입술로 애무한다.
류지오는 리에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준다. 이대로 밀쳐 내고 대담한 행동을 자행하는 여자 애의 뺨을 때려 주고 고이 집으로 보내 주고 싶다. 하지만 이미 굳은 결심이 선 여자를 내 팽개칠 정도로 모질지 못했다.
리에의 집요한 애무는 사내의 성기를 다시 일으키고 스스로 자신의 처녀지신으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
신주꾸에서의 총격, 방화 사건이 있은 후 크고 작은 싸움으로 동경 시내는 발칵 뒤집혀 졌다. 언론에서 야꾸자와 대학생간의 이번 싸움의 연유를 알아내고 크게 보도하자 정민당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물론 정민당은 발뺌을 하고 그런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강력한 대응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 들였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 정부는 긴급히 자위대를 동경 시내에 투입시켰다. 그리고 몇몇 대학생을 연행후 조사만 벌일 뿐 사건에 연류된 대학생들에 대해 별 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정민당과 야꾸자의 야합 사실만 살에 살을 붙여 들추어내고는 정민당을 궁지로 몰아 넣으려고 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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