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그 황홀한 유혹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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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 글은 없는 거 같네요..
있으면 지울테니까 알려주세요..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①
"엄마, 오늘 꼭 떡볶이 해 줄 거지?"
초등 학교 일 학년 인 승혜의 가방 매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때 였다. 승혜는 가방 끈에 팔을 집어넣다가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순간 어제 저녁에 승혜에게 내일 떡볶이를 해주마 라고 약속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내일 학교 같다 오면 엄마가 떡볶이 맛있게 해 줄게."
텔레비전을 그만 보라는 말끝에 빈 말 비슷하게 한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딸이 기특하기도 하여 오늘은 꼭 약속을 지켜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야? 보람이 데리고 와도 돼?"
"보람이......."
보람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보람이 얼굴보다는 김현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현숙씨를 보면은 난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언제 였던가 보람이네 집에 놀러 간 승혜를 데리러 갔을 때, 그가 한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때 왜 그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앉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식탁 건너편으로 손을 뻗어서 커피 잔을 감싸고 있는 손을 양손으로 덮어 올 때 왜 거부하지 않고 빨개진 얼굴로 눈썹을 내려 깔았는지 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의 남편으로부터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말이었기에. 김현세의 말이 너무나 가슴 떨리는 속삭임으로 와 닿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이......아래층에 사는 내 친구 보람이 있잖아?"
현숙이 창백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고 있을 때 승혜가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응석을 부렸다. 그때서야 현숙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워 버리려고 애써 웃어 보였다.
"엄마, 승혜도 보람이네 집에서 떡볶이 먹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보람이도 불러서 같이 먹어야지. 그치?"
현숙의 가슴 떨림을 알리 없는 승혜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현숙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흔들었다.
"그.....그래."
현숙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승혜의 손을 잡았다. 아래층까지 배웅을 해 주기 위해서 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혹시나 김현세가 밖에 나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었다. 지하층에 살고 있는 김현세도 보람이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해 주는 거지?"
승혜가 일층의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검고 초롱 하게 빛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우리 예쁜 승혜하고 보람이한테 떡볶이 해 줄 태니까 학교 갈 때 차 조심해야 한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무슨 불이 켜질 때 건넌다고 했지?"
승혜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이토록 사랑하는 딸의 진심을 외면하고 김현세라는 서른 한 살의 무협 소설 작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피, 그건 유치원 다닐 때 배웠다. 파란 불이 켜졌을 때 오른 손을 들고 건너는 거야."
"그래. 우리 승혜는 똑똑해서 친구들 도 많을 꺼야."
금방이라도 김현세와 얼굴이 마주 칠 것 같아서 얼른 승혜의 어깨를 골목 쪽으로 돌려 세웠다. 승혜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금방이라도 김현세가 나타날 것 같아서 였다. 승혜가 현관 밑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김현세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느껴졌다.
"어머!"
현숙이 이상야릇한 감정으로 돌아설 때 였다. 마침 보람이와 김현세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현숙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보람아 울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다.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너도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 맞지 엄마?"
승혜가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람이에게 자랑을 했다. 현숙은 김현세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어느 곳에 둘지 몰
라 허둥거렸다.
"안녕 하십니까? 승혜도 안녕!"
김현세는 그런 현숙에게 밝게 웃어 보이고 나서, 시선을 승혜에게 돌렸다. 승혜에게 가까이 가서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아.....안녕 하셨어요."
현숙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김현세의 시선을 피하며 보람이만 쳐다보았다.
"아줌마, 나도 오늘 떡볶이 해 줄꺼예요?"
보람이가 현숙을 올려다보며 까만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럼 보람이하고 같이 먹어야지. 보람이 오늘 예쁜 옷 입었네. 아빠가 사 주었니?"
현숙은 김현세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한 체 처음 보는 옷을 입은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보기 힘듭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구요."
김현세가 붉게 충혈 된 눈에 꺼칠한 수염을 문지르며 승혜 뒤에 서 있다가 현숙에게 귓속말로 빠르게 속삭였다. 현숙은 얼굴이 더욱 빨게 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결혼을 한 여자에게 그 따위 말버릇이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미소를 띈 얼굴로 그를 잠깐 쳐다보고 나서 시선을 돌렸다.
"막내 고모가 사 왔어요. 이 신발하고."
보람이가 자랑스럽게 현숙 앞으로 신발을 내 보였다.
"엄마, 나도 신발 사줘."
승혜는 언제 보람이에게 자랑스럽게 떡볶이 이야기를 했는가 싶을 정도로 이내 표정을 바꾸고 현숙의 손을 잡아 왔다.
"승혜 신발은 아직 새거 잖어. 이 담에 보람이하고 똑 같은 거 사 줄게. 알았지?"
아이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승혜는 언제 떡볶이 때문에 신이 났었느냐는 얼굴로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런 승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고집이 여간 강한 게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은 게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졸랐다. 남편은 승혜가 고집을 피울 때마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고 한마디 씩 했다. 어쩌면 그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른다. 그런 고집이 없었다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는 동갑내기 남편과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결혼을 안 했을지 도 모를 일 이었다.
"싫어. 신발 안 사주면 학교 안 갈래."
승혜는 뒷걸음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난처한 사람은 김현세였다. 그는 승혜가 때를 쓰는 것이 마치 자신의 탓 인양 뒷머리를 극적 거리며 민망스러워 했다.
"승혜야 오늘은 그냥 학교 가고, 아빠 월급 타면 새 신발 사줄게. 그 대신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먹을 수 있잖아. 짜파게티하고 말야. 그치?"
"야! 승혜 엄마 말 잘 듣는데, 우리 보람이보다 훨씬 잘 들어. 보람아 승혜 좀 봐라. 너도 승혜처럼 아빠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김현세가 구세주 였다. 그는 비록 무협지를 쓴다지만 소설가답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승혜를 달랬다.
"아빠 월급 타면 신발 꼭 사줘야 해. 약속해. 손가락 찍으란 말야 씨!"
김현세의 말에 승혜는 눈썹에 이슬처럼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 내며 억지로 새끼손가락을 내 밀었다.
"어이구 우리 승혜 착하기도 해라. 엄마가 약속할게, 자 됐지."
승혜는 현숙이 고사리 만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찍었을 때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현숙은 김현세를 의식하고 일부러 골목 끝에 있는 종점 슈퍼 앞에까지 승혜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김현세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서 잠시 수다를 떨었다.
지금쯤 들어갔겠지......
현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현세에게 쏠리고 있는 자신을 이해 수가 없었다. 남편에 비해 뭐 한가지 내 새울게 없는 김현세 였다. 억지로 남편 보다 낳은 점을 찾으라면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어울리게 자신 있고도 감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김현세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긴장되면서도 편안함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안돼, 난 승혜가 있잖아. 남편도 있고.....
종점 슈퍼에서 현숙이 살고 있는 연립 주택과의 거리는 오십 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현숙은 그 짧은 거리를 가능한 천천히 걸어가며 김현세에게 자꾸만 쏠리고 있는 자신을 탓했다.
어머!
승혜는 김현세가 그때까지 현관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보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순간 현숙은 망설였다. 지금 현관으로 들어가면 김현세가 무언가 말을 걸어 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되돌아가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 시간을 더 보내고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잠깐 시간 좀 내실 수 있을까요. 저희 집으로 가시죠?"
현숙은 김현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총총 걸음으로 현관 앞에까지 걸었다. 그러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김현세를 보고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라도 동네 사람들이 둘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 바쁜데........"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②
현숙은 일단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봐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면서 김현세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을 욕했다. 생각 같아서는 대꾸도 안 하고 삼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의지는 김현세의 뜻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이면 됩니다."
김현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숙은 입안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잠깐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김현세는 반 지하에 있는 출입문을 열어 놓고 안에 들어가 있었다.
"들어와서 앉으시죠."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는 현숙에게 김현세는 당당했다. 거실 끝에 있는 식탁의 의자를 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말씀해 주세요. 뭔지 모르지만......"
현숙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열려져 있는 문을 닫았으나 거실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신발을 신은 체 김현세에게 자꾸만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러면 안돼, 그녀는 자신이 김현세에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딸 승혜의 친구 보람이 아빠가 할 말이 있어서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조금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여긴 아무도 없어요. 우리 둘 밖에 없잖습니까?"
김현세의 말이 묘한 여운을 몰고 왔다. 우리라니, 어째서 보람이 아빠하고 나하고 우리가 돼지, 현숙은 그렇게 반문하면서도 김현세가 남편하고 틀린 점이 있다면 바로 저런 당당스러움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김현세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쳤다.
"하...하실 말씀이 뭐예요?"
현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김현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왜 내가 이렇게 떨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현숙씨 떨고 있군요."
갑자기 김현세의 목소리가 착 갈아 앉는가 했더니 손을 잡았다. 아.....안돼, 현숙은 난 현숙씨가 아니고 승혜 엄마 예요. 라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면서도 목덜미까지도 빨갛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 동안 난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현숙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현세의 얼굴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려고 할 때 였다.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앞으로 당겨지는가 했더니 다른 한 손이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허....헉!"
김현세의 입술이 와 닿은 것은 거의 순간적이었다. 현숙은 김현세를 뿌리쳐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이 바르르 떨리는가 하면, 힘이
쭉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어....읍....읍!"
김현세의 코에서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나오는가 했더니 입술을 비집고 혀가 들어왔다. 안돼! 현숙은 김현세의 혀가 자기 입안에 들어 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허......허.....헉!"
현숙은 뒷걸음쳤다. 그러다 문에 닿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게 되었을 때 김현세가 강하게 혀를 흡입하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허리를 껴 않고 있는 김현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체가 그의 심벌에 짓눌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어......읍! 이.....이러지 말아요."
현숙은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김현세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김현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는 가 했더니 스커트 속에 들어가 있던 블라우스를 치켜올렸다. 헉! 현숙은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머금는 순간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내.......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아......안돼요......이러시면 안돼요......."
현숙은 건성으로 김현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턱을 치켜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였다. 김현세가 젖꼭지를 빨아 드릴 때마다 온 몸이 짜르르 하는 전율이 솟아올랐다. 지금껏 남편으로부터 이처럼 강렬한 자극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천장이 흐느적거리면서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입안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김현세의 거대한 심벌이 얇은 스커트 자락을 통해 꽃잎을 강하게 압박 해 오는 감촉을 느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더 이상은 안돼요!"
현숙은 있는 힘을 다하여 김현세의 어깨를 밀어 붙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현숙씨!"
김현세가 다른 사람들의 귀를 의식해서 인지 목소리를 죽이고 짤막하게 외쳤다. 현숙은 계단 밑에서 재빠르게 스커트 밖으로 나온 블라우스를 스커트 속으로 쑤셔 박았다. 이어서 머리카락을 대충 매만지면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허......헉.......휴!.......내......내가 미쳤어. 미쳤지."
현숙은 삼층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식탁 앞을 갔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심장이 여전히 벌렁벌렁 띄는 것을 느끼며 눈을 크게 치켜 떴다가 감았다. 김현세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벌떡 일어섰다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돼. 난 남편을 사랑하잖아. 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 남편이 얼마나 절망할까. 여보..승혜 아빠 미안해. 잘못했어. 나도 모르게......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다시는 남편이나 승혜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섭고 두려웠다. 주인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 어떤 물건을 슬쩍 훔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이 멈추어 주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당신 지금 그 놈하고 뭐 하고 왔냐. 라는 말을 들을 것 같기도 해서 덜덜 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은 김현세는 털끝만큼도 원망스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허점을 보여서 착한 그로 하여금 이성을 마비시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안돼!
현숙은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는 가 했더니 김현세의 강렬한 키스하며, 젖가슴이 아프도록 빨아 당기던 힘, 꽃잎을 짓누르던 감촉이 되살아 나는 순간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옷을 훌훌 벗어 재꼈다. 남편의 얼굴이 어른거리면서 그 뒤에 김현세의 붉게 충혈 된 얼굴이 또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알맞게 데워진 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서 양치질을 했다. 잇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양치질을 하고 입을 행궈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치약을 짜서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제 정신이 아니었지.......
참담한 기분으로 몇 번이나 양치질을 하고 나서 목욕 타월로 젖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너무 심하게 가슴을 문질러 이내 우윳빛 살결에 빨간색 물감을 스펀지로 문질러 놓은 것 같은 상처가 났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통을 꿈꾸고 있다. 간통을 기다리는 쪽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비율이 높다. 남자들은 아내 외의 여자들과 섹스를 할 기회가 많은 반면에, 여자 쪽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간통에 대한 환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이 행하여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잠재되어 있을 뿐 돌출 되지 않는 다는 것과 죄의식 때문이다.
현숙은 샤워기 밑에서 가슴을 문질러 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흥분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만져 본 꽃잎까지 뜨겁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해 지는 전율을 느꼈다. 그건 은밀한 경험이기도 했으나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무서운 경험이기도 했다. 성숙한 여체로 성장한 이후에 남편 외의 남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혀 며 젖꼭지. 그리고 꽃잎을 짓누르는 듯한 감촉이 언제부터 되살아났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상상도 해서는 안될 무서운 일이었다.
설마!
현숙은 샤워기 밑을 빠져 나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무서운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어떤지 몰라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는 섹스를 꿈꾸어 본적이 없었다. 가끔 남편과 비디오를 보다가 진한 성애 장면이 나올 때도 화면 속의 남자 배우와 섹스를 연상해 본 적도 없을 정도 였다. 섹스는 오직 남편을 상대로 모든 형태가 동반되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느낀 감정은 그게 아니었다. 김현세의 얼굴은 생각하지 않았으나 젖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김현세가 애무해 주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 흥분해 있었던 것이 분명 했기 때문이다.
미쳤지. 미치지 않고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꺼야.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잠시 정신을 놓았던 걸 꺼야.
현숙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자의를 하면서 더운물을 잠그고 냉수를 틀었다. 샤워기를 틀어 착각일지도 모르는 김현세와의 섹스에 대한 더러운 환상을 깨끗하게 지우기 시작했다. 연한 살결에 찬물을 뿜어 대자 이내 닭소름이 끼쳐 왔다. 이가 덜덜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내장까지 서늘해지도록 샤워를 했다.
현숙은 오전 내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를 보면 빨래를 하긴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계속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과,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 같은 두려움, 앞으로 김현세를 어떡케 봐야 하는 부끄러움 등이 엉망진창으로 엉킨 체 건성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머! 승혜가 올 시간이네.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③
현숙은 허공중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승혜와의 약속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대충 화장을 한 다음에 시장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층 현관으로 내려서는 순간 김현세와 마주 칠 것 같은 두려움이 일어났다. 온 몸이 긴장되는 것 같은 기분 속에 빠르게 현관을 빠져 나왔다.
"자! 바다에서 갓 잡아 올 리 팔딱 팔딱 뛰는 갈치가 열 마리에 만 원. 백화점에서 한 마리에 삼천 원 하는 싱싱한 갈치가 단 돈 만 원에 열 마립니다."
갈치 장수가 한잔 술에 시뻘개진 얼굴로 허연 입김을 토해 내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리어카 위에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갈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갈치구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 민섭의 얼굴이 떠올라서 세 마리만 샀다. 평소 같으면 비싼 갈치는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그렇게 라도 해주지 못하면 견딜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토막 난 갈치를 든 비닐 봉지의 무게를 우울하게 받아들이면서 느끼면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색 도퍼를 뒤집어쓰고 전기 난로 뒤에 앉아 있는 과일 장수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좌판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종이 박스 뒷면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가격표를 읽어보았다. 귤은 열 개 천원 짜리부터 다섯 개 천원짜리 까지 종류별로 적혀 있었다. 사과는 제일 싼게 세 개 천원 이었고. 배는 한 개에 이천 원 이었다. 그 중에서 나주 산 배 한 개 이 천원 이란 가격표 앞에 시선이 멈추어 졌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배를 먹어 본지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배는 얼마씩 해요?"
승혜는 가격을 알고 있으면서 차갑고 까실 한 촉감이 전해지는 배 한 개를 들어 향기를 맡아보았다. 단내가 찬바람 속에 훅 풍겨 오는 순간 목 울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 개에 이천 원씩이면 공짜나 마찬가지 지 뭐!"
과일 장수는 비치 파라솔에 걸려 있는 봉지 한 개를 뜯어내며 일어서서 천천히 승혜 옆으로 왔다.
"세 개에 오천 원은 안되나요?"
승혜는 배 한 개에 이천 원 이면 아무래도 비싼 것 같았다. 이 천원 이면 휴일 날 한 가족이 라면으로 점심 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세 개 오천원 이라면, 모처럼 배 맛을 보는 것도 나쁠 거 없었다.
"이래봬도 이게 어제는 한 개에 삼천 원 씩 하던 배요."
과일 장수는 별 볼일 없다는 얼굴로 퉁명스럽게 내 뱉으며 난로 앞으로 갔다.
"그럼 주세요."
승혜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번에도 남편을 위해서 사기로 했다. 열 개 천 원하는 귤도 이 천 원어치 샀다. 비닐 봉지가 축 늘어지도록 담긴 배와 귤을 사고 돌아 설 때는 역시 배를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듯한 월급에 배를 사 먹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시장 깊숙이 들어 갈수록 비릿하고 시큼한 시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시나브로 냄새에 젖어 버린 까닭일 것이다. 남편을 위해 무엇을 살까 하는 생각에 젖어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두부 한 모를 샀을 때서야 조금 있으면 승혜가 집에 올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장 안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떡볶이 재료를 산 후 부터는 발걸을 빨리 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 같은 골목에 사는 몇몇의 이웃들과 눈인사를 할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을 느꼈다. 그러다 그녀들이 소곤거리며 지나갈 때는 꼭 자신을 욕하는 것 같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다. 추운 줄 모르고 종점 슈퍼 앞에 도착했을 때는 발 빠른 초등학생들의 얼굴이 한 두 명씩 보이기 시작할 때 였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짜파케티 좀 주세요."
현숙은 슈퍼 주인인 영이네 에게 자신의 죄를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의식적으로 밝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일부러 짜파케티는 시장 슈퍼에서 사지 않았다. 거기서 사면 개당 오십 원씩은 싼 가격에 살수 있으나, 골목 입구에 있는 종점 슈퍼에서도 조금은 팔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승혜 엄마 좋은 일 있나 벼 얼굴이 처녀처럼 뽀송뽀송하네. 몇 개나 줄까?"
사십 대의 과부로 이남 일녀 중 막내 이름이 영이 이름을 붙여 영이네라고 부르는 그녀는 현숙의 옷차림새를 쳐다보며 실쭉 웃었다.
"조.....좋은 일 이 있을 게 뭐가 있겠어요. 두 개만 주세요."
승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 속에 더듬거리며 돈을 꺼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자신이 김현세 집에 들어갔던 사실을 영이네 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였다.
"내 눈은 못 속여. 근데 시방 어디 갔다 오능겨. 시장 같다 오는 옷차림은 아니고 말여."
영이네는 거스름 돈을 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현숙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시.....시장에 같다 오는 길인데......"
현숙은 그때서야 자신이 평소와 다르게 시장을 가면서 외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볍게 화장을 한 얼굴하며, 바바리 코트를 입고, 늘 신고 다니는 랜르로바 대신 구두를 신은 모습은 자신이 생각해도 영락없이 외출하는 모습이었다. 괜스럽게 가슴이 떨려 오면서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의식중에 김현세를 생각하며 화장을 하고 바바리 코트를 입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렇구먼. 근데 시장에선 뭘 그렇게 많이 사 온댜."
영이네의 시선이 이번에는 현숙이 들고 있는 비닐 봉지 쪽으로 옮겨졌다.
"마......많긴 뭐가 많아요. 갈치가 싸 길래 몇 마리 샀고. 두부 한 모하고 귤 몇 개 샀을 뿐인데. 우리 승혜 오는 거 안 봤죠."
"못 봤어. 쪼끔 있으면 오겠지 뭐! 어 승혜 아빠가 웬일여. 어디 아픈가?"
"네?"
현숙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영이네의 말대로 남편이 기운이 없는 얼굴로 힘없이 슈퍼 앞을 지나쳐 가는 게 보였다.
"자기 웬일이야, 어디 아파요?"
현숙은 이 시간에 남편이 퇴근을 할 리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에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남편 옆으로 가서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 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응.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민섭은 바쁜 걸음으로 다가 오는 현숙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으응.....시....시장에 이것 좀 사느라고. 근데 자긴 정말 왠일이대. 어디 아퍼? 꼭 아픈 사람 같네."
현숙은 과일 봉지를 들어 보이며 남편 민섭의 팔짱을 꼭 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였다.
"이 여자가 갑자기 바람이 났나. 골목에서 왠 팔짱야."
민섭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몸을 움츠렸다.
"피! 골목이 아니라 집 앞에서 팔짱을 끼면 어때?"
현숙은 그럴수록 민섭의 팔짱을 꼭 끼며 의식적으로 경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럴수록 남편에 대한 죄의식은 깊어만 갔다.
"오늘 아침에는 해가 서쪽에서 떴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민섭은 말은 그래도 과히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 점이 또 현숙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생각해 보니까. 결혼 후에 이처럼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해 본적이 없었던 같았다.
"자기, 얼굴이 많이 부은 것 같애. 병원에 가 봐야 되는 거 아냐?"
현숙은 걸으면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에 띄도록 얼굴이 부어 있었다. 몸살 기운이 역력했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몸이 아픈 지도 모르고 회사에 출근 한 사이에 김현세에게 젖가슴을 허락했던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고 했다. 그렇지만 남편이 눈치 첼까 봐 은근한 음성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감기겠지 뭐! 그렇지 않아도 푸른 약국에서 감기약 지어 오는 길이니까. 약 먹고 좀 쉬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고, 기운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조퇴를 한 것은 아랫배에 밀려오는 팽창감 때문이었다.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찔금찔금 나올 뿐 아랫배에 가득한 팽창감은 몸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감기 약 정도는 안될 것 같은데. 요즈음 감기는 약 갖고 안 된다구.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된대."
"점심 먹고 약 먹은 후에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골목에 불어오는 바람에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안돼. 점심 먹고 나하고 같이 병원에 같이 가 보자 응?"
현숙은 마음속으로 울었다. 울면서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병원문 도 싫어하는 남편이 있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김현세 같은 인간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 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민섭은 일부러 명랑하게 대꾸하며 팔꿈치로 현숙의 젖가슴을 툭 쳤다. 모처럼 만에 결혼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면서 오늘 저녁에는 아내를 뜨겁게 사랑해 주어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현숙은 민섭이 일부러 젖가슴을 쳤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김현세와 격렬하게 패팅한 것을 알고 일부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다행이었다. 남편의 얼굴이 웃음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포옥 내 쉬었다.
"어어! 얼굴 빨개졌어?"
"내......내가 언제 빨개졌다고 그래?"
현숙은 민섭의 농담 섞인 목소리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며 삼층 짜리 연립 주택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한번 민섭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섭이 빙긋이 웃어 보였다. 휴....하고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남편이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는 남편의 건강이 아무래도 걱정스러웠다.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해서 눈이 보일 정도로 얼굴이 부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왜, 뽀뽀하고 싶냐?"
민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찌르며 웃었다.
"피. 해 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면서 생색내기는 과장님은 뭐래? 자기가 아파서 조퇴를 하겠다고 말하니까."
"빨리 퇴근해서 콩나물국 얼큰하게 끓여서 고춧가루 잔뜩 풀어서 먹은 다음에 땀 좀 빼라고 하더군."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삼층에 이었다. 현숙은 현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슬쩍 쳐다보았다.
있으면 지울테니까 알려주세요..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①
"엄마, 오늘 꼭 떡볶이 해 줄 거지?"
초등 학교 일 학년 인 승혜의 가방 매는 것을 도와주고 있을 때 였다. 승혜는 가방 끈에 팔을 집어넣다가 갑자기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순간 어제 저녁에 승혜에게 내일 떡볶이를 해주마 라고 약속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내일 학교 같다 오면 엄마가 떡볶이 맛있게 해 줄게."
텔레비전을 그만 보라는 말끝에 빈 말 비슷하게 한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딸이 기특하기도 하여 오늘은 꼭 약속을 지켜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야? 보람이 데리고 와도 돼?"
"보람이......."
보람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보람이 얼굴보다는 김현세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현숙씨를 보면은 난 세상을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언제 였던가 보람이네 집에 놀러 간 승혜를 데리러 갔을 때, 그가 한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때 왜 그와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식탁에 앉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식탁 건너편으로 손을 뻗어서 커피 잔을 감싸고 있는 손을 양손으로 덮어 올 때 왜 거부하지 않고 빨개진 얼굴로 눈썹을 내려 깔았는지 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내성적인 성격의 남편으로부터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말이었기에. 김현세의 말이 너무나 가슴 떨리는 속삭임으로 와 닿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이......아래층에 사는 내 친구 보람이 있잖아?"
현숙이 창백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고 있을 때 승혜가 앞치마를 잡아당기며 응석을 부렸다. 그때서야 현숙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현세의 얼굴을 지워 버리려고 애써 웃어 보였다.
"엄마, 승혜도 보람이네 집에서 떡볶이 먹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보람이도 불러서 같이 먹어야지. 그치?"
현숙의 가슴 떨림을 알리 없는 승혜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현숙의 팔목을 잡아당기며 흔들었다.
"그.....그래."
현숙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간신히 대답을 하고 승혜의 손을 잡았다. 아래층까지 배웅을 해 주기 위해서 였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혹시나 김현세가 밖에 나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느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이었다. 지하층에 살고 있는 김현세도 보람이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해 주는 거지?"
승혜가 일층의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검고 초롱 하게 빛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우리 예쁜 승혜하고 보람이한테 떡볶이 해 줄 태니까 학교 갈 때 차 조심해야 한다. 신호등을 건널 때는 무슨 불이 켜질 때 건넌다고 했지?"
승혜는 지하에서 올라오는 계단 쪽에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그러면서 이토록 사랑하는 딸의 진심을 외면하고 김현세라는 서른 한 살의 무협 소설 작가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졌다.
"피, 그건 유치원 다닐 때 배웠다. 파란 불이 켜졌을 때 오른 손을 들고 건너는 거야."
"그래. 우리 승혜는 똑똑해서 친구들 도 많을 꺼야."
금방이라도 김현세와 얼굴이 마주 칠 것 같아서 얼른 승혜의 어깨를 골목 쪽으로 돌려 세웠다. 승혜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는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금방이라도 김현세가 나타날 것 같아서 였다. 승혜가 현관 밑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도 김현세의 얼굴이 안 보이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느껴졌다.
"어머!"
현숙이 이상야릇한 감정으로 돌아설 때 였다. 마침 보람이와 김현세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현숙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보람아 울 엄마가 떡볶이 해 준다고 했다. 짜파케티도 해 준다고 했어. 너도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어. 맞지 엄마?"
승혜가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와서 보람이에게 자랑을 했다. 현숙은 김현세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귀밑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어느 곳에 둘지 몰
라 허둥거렸다.
"안녕 하십니까? 승혜도 안녕!"
김현세는 그런 현숙에게 밝게 웃어 보이고 나서, 시선을 승혜에게 돌렸다. 승혜에게 가까이 가서 승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아.....안녕 하셨어요."
현숙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깔고 김현세의 시선을 피하며 보람이만 쳐다보았다.
"아줌마, 나도 오늘 떡볶이 해 줄꺼예요?"
보람이가 현숙을 올려다보며 까만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럼 보람이하고 같이 먹어야지. 보람이 오늘 예쁜 옷 입었네. 아빠가 사 주었니?"
현숙은 김현세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한 체 처음 보는 옷을 입은 보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보기 힘듭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구요."
김현세가 붉게 충혈 된 눈에 꺼칠한 수염을 문지르며 승혜 뒤에 서 있다가 현숙에게 귓속말로 빠르게 속삭였다. 현숙은 얼굴이 더욱 빨게 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결혼을 한 여자에게 그 따위 말버릇이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미소를 띈 얼굴로 그를 잠깐 쳐다보고 나서 시선을 돌렸다.
"막내 고모가 사 왔어요. 이 신발하고."
보람이가 자랑스럽게 현숙 앞으로 신발을 내 보였다.
"엄마, 나도 신발 사줘."
승혜는 언제 보람이에게 자랑스럽게 떡볶이 이야기를 했는가 싶을 정도로 이내 표정을 바꾸고 현숙의 손을 잡아 왔다.
"승혜 신발은 아직 새거 잖어. 이 담에 보람이하고 똑 같은 거 사 줄게. 알았지?"
아이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승혜는 언제 떡볶이 때문에 신이 났었느냐는 얼굴로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런 승혜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고집이 여간 강한 게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은 게 있으면 쉽게 잊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졸랐다. 남편은 승혜가 고집을 피울 때마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다고 한마디 씩 했다. 어쩌면 그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른다. 그런 고집이 없었다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는 동갑내기 남편과 스물 세 살의 나이에 결혼을 안 했을지 도 모를 일 이었다.
"싫어. 신발 안 사주면 학교 안 갈래."
승혜는 뒷걸음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난처한 사람은 김현세였다. 그는 승혜가 때를 쓰는 것이 마치 자신의 탓 인양 뒷머리를 극적 거리며 민망스러워 했다.
"승혜야 오늘은 그냥 학교 가고, 아빠 월급 타면 새 신발 사줄게. 그 대신 학교 같다 오면 떡볶이 먹을 수 있잖아. 짜파게티하고 말야. 그치?"
"야! 승혜 엄마 말 잘 듣는데, 우리 보람이보다 훨씬 잘 들어. 보람아 승혜 좀 봐라. 너도 승혜처럼 아빠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김현세가 구세주 였다. 그는 비록 무협지를 쓴다지만 소설가답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승혜를 달랬다.
"아빠 월급 타면 신발 꼭 사줘야 해. 약속해. 손가락 찍으란 말야 씨!"
김현세의 말에 승혜는 눈썹에 이슬처럼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 내며 억지로 새끼손가락을 내 밀었다.
"어이구 우리 승혜 착하기도 해라. 엄마가 약속할게, 자 됐지."
승혜는 현숙이 고사리 만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손가락을 찍었을 때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현숙은 김현세를 의식하고 일부러 골목 끝에 있는 종점 슈퍼 앞에까지 승혜를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김현세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서 잠시 수다를 떨었다.
지금쯤 들어갔겠지......
현숙은 시간이 흐를수록 김현세에게 쏠리고 있는 자신을 이해 수가 없었다. 남편에 비해 뭐 한가지 내 새울게 없는 김현세 였다. 억지로 남편 보다 낳은 점을 찾으라면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어울리게 자신 있고도 감성적인 말투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김현세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긴장되면서도 편안함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안돼, 난 승혜가 있잖아. 남편도 있고.....
종점 슈퍼에서 현숙이 살고 있는 연립 주택과의 거리는 오십 여 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현숙은 그 짧은 거리를 가능한 천천히 걸어가며 김현세에게 자꾸만 쏠리고 있는 자신을 탓했다.
어머!
승혜는 김현세가 그때까지 현관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보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순간 현숙은 망설였다. 지금 현관으로 들어가면 김현세가 무언가 말을 걸어 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되돌아가서 종점 슈퍼에 들어가 시간을 더 보내고 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때 였다. 김현세가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다행이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잠깐 시간 좀 내실 수 있을까요. 저희 집으로 가시죠?"
현숙은 김현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총총 걸음으로 현관 앞에까지 걸었다. 그러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김현세를 보고 얼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라도 동네 사람들이 둘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지나 않을 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 바쁜데........"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②
현숙은 일단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봐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면서 김현세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을 욕했다. 생각 같아서는 대꾸도 안 하고 삼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의지는 김현세의 뜻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이면 됩니다."
김현세는 그 말을 끝으로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다. 현숙은 입안의 침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잠깐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김현세는 반 지하에 있는 출입문을 열어 놓고 안에 들어가 있었다.
"들어와서 앉으시죠."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는 현숙에게 김현세는 당당했다. 거실 끝에 있는 식탁의 의자를 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전, 시간이 없어요. 여기서 말씀해 주세요. 뭔지 모르지만......"
현숙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열려져 있는 문을 닫았으나 거실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신발을 신은 체 김현세에게 자꾸만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러면 안돼, 그녀는 자신이 김현세에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딸 승혜의 친구 보람이 아빠가 할 말이 있어서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조금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여긴 아무도 없어요. 우리 둘 밖에 없잖습니까?"
김현세의 말이 묘한 여운을 몰고 왔다. 우리라니, 어째서 보람이 아빠하고 나하고 우리가 돼지, 현숙은 그렇게 반문하면서도 김현세가 남편하고 틀린 점이 있다면 바로 저런 당당스러움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김현세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쳤다.
"하...하실 말씀이 뭐예요?"
현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김현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왜 내가 이렇게 떨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현숙씨 떨고 있군요."
갑자기 김현세의 목소리가 착 갈아 앉는가 했더니 손을 잡았다. 아.....안돼, 현숙은 난 현숙씨가 아니고 승혜 엄마 예요. 라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면서도 목덜미까지도 빨갛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지난 며칠 동안 난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현숙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김현세의 얼굴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피하려고 할 때 였다.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앞으로 당겨지는가 했더니 다른 한 손이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허....헉!"
김현세의 입술이 와 닿은 것은 거의 순간적이었다. 현숙은 김현세를 뿌리쳐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 몸이 바르르 떨리는가 하면, 힘이
쭉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어....읍....읍!"
김현세의 코에서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나오는가 했더니 입술을 비집고 혀가 들어왔다. 안돼! 현숙은 김현세의 혀가 자기 입안에 들어 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고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허......허.....헉!"
현숙은 뒷걸음쳤다. 그러다 문에 닿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게 되었을 때 김현세가 강하게 혀를 흡입하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허리를 껴 않고 있는 김현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체가 그의 심벌에 짓눌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숨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어......읍! 이.....이러지 말아요."
현숙은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김현세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나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김현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는 가 했더니 스커트 속에 들어가 있던 블라우스를 치켜올렸다. 헉! 현숙은 김현세의 입술이 젖꼭지를 머금는 순간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내.......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아......안돼요......이러시면 안돼요......."
현숙은 건성으로 김현세의 어깨에 손을 얹고 턱을 치켜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였다. 김현세가 젖꼭지를 빨아 드릴 때마다 온 몸이 짜르르 하는 전율이 솟아올랐다. 지금껏 남편으로부터 이처럼 강렬한 자극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천장이 흐느적거리면서 내려앉는 듯한 기분 속에 입안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김현세의 거대한 심벌이 얇은 스커트 자락을 통해 꽃잎을 강하게 압박 해 오는 감촉을 느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더 이상은 안돼요!"
현숙은 있는 힘을 다하여 김현세의 어깨를 밀어 붙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현숙씨!"
김현세가 다른 사람들의 귀를 의식해서 인지 목소리를 죽이고 짤막하게 외쳤다. 현숙은 계단 밑에서 재빠르게 스커트 밖으로 나온 블라우스를 스커트 속으로 쑤셔 박았다. 이어서 머리카락을 대충 매만지면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허......헉.......휴!.......내......내가 미쳤어. 미쳤지."
현숙은 삼층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식탁 앞을 갔다. 눈물이 글썽거렸다. 심장이 여전히 벌렁벌렁 띄는 것을 느끼며 눈을 크게 치켜 떴다가 감았다. 김현세의 감촉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벌떡 일어섰다가 천천히 주저앉았다.
안돼. 난 남편을 사랑하잖아. 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면 남편이 얼마나 절망할까. 여보..승혜 아빠 미안해. 잘못했어. 나도 모르게......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다시는 남편이나 승혜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섭고 두려웠다. 주인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 어떤 물건을 슬쩍 훔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이 멈추어 주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당신 지금 그 놈하고 뭐 하고 왔냐. 라는 말을 들을 것 같기도 해서 덜덜 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은 김현세는 털끝만큼도 원망스럽지가 않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허점을 보여서 착한 그로 하여금 이성을 마비시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안돼!
현숙은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는 가 했더니 김현세의 강렬한 키스하며, 젖가슴이 아프도록 빨아 당기던 힘, 꽃잎을 짓누르던 감촉이 되살아 나는 순간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옷을 훌훌 벗어 재꼈다. 남편의 얼굴이 어른거리면서 그 뒤에 김현세의 붉게 충혈 된 얼굴이 또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알맞게 데워진 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샤워기 밑에서 양치질을 했다. 잇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로 양치질을 하고 입을 행궈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치약을 짜서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제......제 정신이 아니었지.......
참담한 기분으로 몇 번이나 양치질을 하고 나서 목욕 타월로 젖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너무 심하게 가슴을 문질러 이내 우윳빛 살결에 빨간색 물감을 스펀지로 문질러 놓은 것 같은 상처가 났다.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통을 꿈꾸고 있다. 간통을 기다리는 쪽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비율이 높다. 남자들은 아내 외의 여자들과 섹스를 할 기회가 많은 반면에, 여자 쪽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간통에 대한 환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이 행하여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잠재되어 있을 뿐 돌출 되지 않는 다는 것과 죄의식 때문이다.
현숙은 샤워기 밑에서 가슴을 문질러 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흥분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게 만져 본 꽃잎까지 뜨겁게 젖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해 지는 전율을 느꼈다. 그건 은밀한 경험이기도 했으나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무서운 경험이기도 했다. 성숙한 여체로 성장한 이후에 남편 외의 남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혀 며 젖꼭지. 그리고 꽃잎을 짓누르는 듯한 감촉이 언제부터 되살아났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상상도 해서는 안될 무서운 일이었다.
설마!
현숙은 샤워기 밑을 빠져 나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무서운 생각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어떤지 몰라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는 섹스를 꿈꾸어 본적이 없었다. 가끔 남편과 비디오를 보다가 진한 성애 장면이 나올 때도 화면 속의 남자 배우와 섹스를 연상해 본 적도 없을 정도 였다. 섹스는 오직 남편을 상대로 모든 형태가 동반되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전에 느낀 감정은 그게 아니었다. 김현세의 얼굴은 생각하지 않았으나 젖가슴을 문지르는 순간, 김현세가 애무해 주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 흥분해 있었던 것이 분명 했기 때문이다.
미쳤지. 미치지 않고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꺼야.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잠시 정신을 놓았던 걸 꺼야.
현숙은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자의를 하면서 더운물을 잠그고 냉수를 틀었다. 샤워기를 틀어 착각일지도 모르는 김현세와의 섹스에 대한 더러운 환상을 깨끗하게 지우기 시작했다. 연한 살결에 찬물을 뿜어 대자 이내 닭소름이 끼쳐 왔다. 이가 덜덜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내장까지 서늘해지도록 샤워를 했다.
현숙은 오전 내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를 보면 빨래를 하긴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계속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과, 금방이라도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올 것 같은 두려움, 앞으로 김현세를 어떡케 봐야 하는 부끄러움 등이 엉망진창으로 엉킨 체 건성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머! 승혜가 올 시간이네.
『간통, 그 황홀한 유혹』 ③
현숙은 허공중 위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승혜와의 약속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대충 화장을 한 다음에 시장 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층 현관으로 내려서는 순간 김현세와 마주 칠 것 같은 두려움이 일어났다. 온 몸이 긴장되는 것 같은 기분 속에 빠르게 현관을 빠져 나왔다.
"자! 바다에서 갓 잡아 올 리 팔딱 팔딱 뛰는 갈치가 열 마리에 만 원. 백화점에서 한 마리에 삼천 원 하는 싱싱한 갈치가 단 돈 만 원에 열 마립니다."
갈치 장수가 한잔 술에 시뻘개진 얼굴로 허연 입김을 토해 내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리어카 위에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갈치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갈치구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 민섭의 얼굴이 떠올라서 세 마리만 샀다. 평소 같으면 비싼 갈치는 엄두도 내지 못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그렇게 라도 해주지 못하면 견딜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토막 난 갈치를 든 비닐 봉지의 무게를 우울하게 받아들이면서 느끼면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파란색 도퍼를 뒤집어쓰고 전기 난로 뒤에 앉아 있는 과일 장수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좌판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종이 박스 뒷면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가격표를 읽어보았다. 귤은 열 개 천원 짜리부터 다섯 개 천원짜리 까지 종류별로 적혀 있었다. 사과는 제일 싼게 세 개 천원 이었고. 배는 한 개에 이천 원 이었다. 그 중에서 나주 산 배 한 개 이 천원 이란 가격표 앞에 시선이 멈추어 졌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배를 먹어 본지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다.
"배는 얼마씩 해요?"
승혜는 가격을 알고 있으면서 차갑고 까실 한 촉감이 전해지는 배 한 개를 들어 향기를 맡아보았다. 단내가 찬바람 속에 훅 풍겨 오는 순간 목 울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한 개에 이천 원씩이면 공짜나 마찬가지 지 뭐!"
과일 장수는 비치 파라솔에 걸려 있는 봉지 한 개를 뜯어내며 일어서서 천천히 승혜 옆으로 왔다.
"세 개에 오천 원은 안되나요?"
승혜는 배 한 개에 이천 원 이면 아무래도 비싼 것 같았다. 이 천원 이면 휴일 날 한 가족이 라면으로 점심 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세 개 오천원 이라면, 모처럼 배 맛을 보는 것도 나쁠 거 없었다.
"이래봬도 이게 어제는 한 개에 삼천 원 씩 하던 배요."
과일 장수는 별 볼일 없다는 얼굴로 퉁명스럽게 내 뱉으며 난로 앞으로 갔다.
"그럼 주세요."
승혜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번에도 남편을 위해서 사기로 했다. 열 개 천 원하는 귤도 이 천 원어치 샀다. 비닐 봉지가 축 늘어지도록 담긴 배와 귤을 사고 돌아 설 때는 역시 배를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듯한 월급에 배를 사 먹어 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시장 깊숙이 들어 갈수록 비릿하고 시큼한 시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시나브로 냄새에 젖어 버린 까닭일 것이다. 남편을 위해 무엇을 살까 하는 생각에 젖어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두부 한 모를 샀을 때서야 조금 있으면 승혜가 집에 올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장 안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떡볶이 재료를 산 후 부터는 발걸을 빨리 해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도중 같은 골목에 사는 몇몇의 이웃들과 눈인사를 할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을 느꼈다. 그러다 그녀들이 소곤거리며 지나갈 때는 꼭 자신을 욕하는 것 같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빨리 했다. 추운 줄 모르고 종점 슈퍼 앞에 도착했을 때는 발 빠른 초등학생들의 얼굴이 한 두 명씩 보이기 시작할 때 였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짜파케티 좀 주세요."
현숙은 슈퍼 주인인 영이네 에게 자신의 죄를 숨기기라도 하려는 듯 의식적으로 밝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일부러 짜파케티는 시장 슈퍼에서 사지 않았다. 거기서 사면 개당 오십 원씩은 싼 가격에 살수 있으나, 골목 입구에 있는 종점 슈퍼에서도 조금은 팔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다.
"승혜 엄마 좋은 일 있나 벼 얼굴이 처녀처럼 뽀송뽀송하네. 몇 개나 줄까?"
사십 대의 과부로 이남 일녀 중 막내 이름이 영이 이름을 붙여 영이네라고 부르는 그녀는 현숙의 옷차림새를 쳐다보며 실쭉 웃었다.
"조.....좋은 일 이 있을 게 뭐가 있겠어요. 두 개만 주세요."
승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 속에 더듬거리며 돈을 꺼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자신이 김현세 집에 들어갔던 사실을 영이네 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였다.
"내 눈은 못 속여. 근데 시방 어디 갔다 오능겨. 시장 같다 오는 옷차림은 아니고 말여."
영이네는 거스름 돈을 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현숙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시.....시장에 같다 오는 길인데......"
현숙은 그때서야 자신이 평소와 다르게 시장을 가면서 외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볍게 화장을 한 얼굴하며, 바바리 코트를 입고, 늘 신고 다니는 랜르로바 대신 구두를 신은 모습은 자신이 생각해도 영락없이 외출하는 모습이었다. 괜스럽게 가슴이 떨려 오면서 김현세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의식중에 김현세를 생각하며 화장을 하고 바바리 코트를 입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렇구먼. 근데 시장에선 뭘 그렇게 많이 사 온댜."
영이네의 시선이 이번에는 현숙이 들고 있는 비닐 봉지 쪽으로 옮겨졌다.
"마......많긴 뭐가 많아요. 갈치가 싸 길래 몇 마리 샀고. 두부 한 모하고 귤 몇 개 샀을 뿐인데. 우리 승혜 오는 거 안 봤죠."
"못 봤어. 쪼끔 있으면 오겠지 뭐! 어 승혜 아빠가 웬일여. 어디 아픈가?"
"네?"
현숙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영이네의 말대로 남편이 기운이 없는 얼굴로 힘없이 슈퍼 앞을 지나쳐 가는 게 보였다.
"자기 웬일이야, 어디 아파요?"
현숙은 이 시간에 남편이 퇴근을 할 리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에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남편 옆으로 가서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 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응.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민섭은 바쁜 걸음으로 다가 오는 현숙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으응.....시....시장에 이것 좀 사느라고. 근데 자긴 정말 왠일이대. 어디 아퍼? 꼭 아픈 사람 같네."
현숙은 과일 봉지를 들어 보이며 남편 민섭의 팔짱을 꼭 꼈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였다.
"이 여자가 갑자기 바람이 났나. 골목에서 왠 팔짱야."
민섭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몸을 움츠렸다.
"피! 골목이 아니라 집 앞에서 팔짱을 끼면 어때?"
현숙은 그럴수록 민섭의 팔짱을 꼭 끼며 의식적으로 경쾌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럴수록 남편에 대한 죄의식은 깊어만 갔다.
"오늘 아침에는 해가 서쪽에서 떴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민섭은 말은 그래도 과히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런 점이 또 현숙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생각해 보니까. 결혼 후에 이처럼 팔짱을 끼고 외출을 해 본적이 없었던 같았다.
"자기, 얼굴이 많이 부은 것 같애. 병원에 가 봐야 되는 거 아냐?"
현숙은 걸으면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에 띄도록 얼굴이 부어 있었다. 몸살 기운이 역력했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몸이 아픈 지도 모르고 회사에 출근 한 사이에 김현세에게 젖가슴을 허락했던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려고 했다. 그렇지만 남편이 눈치 첼까 봐 은근한 음성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감기겠지 뭐! 그렇지 않아도 푸른 약국에서 감기약 지어 오는 길이니까. 약 먹고 좀 쉬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고, 기운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조퇴를 한 것은 아랫배에 밀려오는 팽창감 때문이었다.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찔금찔금 나올 뿐 아랫배에 가득한 팽창감은 몸 전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감기 약 정도는 안될 것 같은데. 요즈음 감기는 약 갖고 안 된다구.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된대."
"점심 먹고 약 먹은 후에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 질 꺼야."
민섭은 골목에 불어오는 바람에 빨갛게 상기되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안돼. 점심 먹고 나하고 같이 병원에 같이 가 보자 응?"
현숙은 마음속으로 울었다. 울면서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병원문 도 싫어하는 남편이 있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김현세 같은 인간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 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민섭은 일부러 명랑하게 대꾸하며 팔꿈치로 현숙의 젖가슴을 툭 쳤다. 모처럼 만에 결혼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면서 오늘 저녁에는 아내를 뜨겁게 사랑해 주어야 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현숙은 민섭이 일부러 젖가슴을 쳤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김현세와 격렬하게 패팅한 것을 알고 일부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다행이었다. 남편의 얼굴이 웃음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 보이는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포옥 내 쉬었다.
"어어! 얼굴 빨개졌어?"
"내......내가 언제 빨개졌다고 그래?"
현숙은 민섭의 농담 섞인 목소리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며 삼층 짜리 연립 주택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한번 민섭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섭이 빙긋이 웃어 보였다. 휴....하고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남편이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는 남편의 건강이 아무래도 걱정스러웠다.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해서 눈이 보일 정도로 얼굴이 부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서 였다.
"왜, 뽀뽀하고 싶냐?"
민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아내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아프지 않게 찌르며 웃었다.
"피. 해 달라고 할 때는 안 해주면서 생색내기는 과장님은 뭐래? 자기가 아파서 조퇴를 하겠다고 말하니까."
"빨리 퇴근해서 콩나물국 얼큰하게 끓여서 고춧가루 잔뜩 풀어서 먹은 다음에 땀 좀 빼라고 하더군."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삼층에 이었다. 현숙은 현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슬쩍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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