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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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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163 회 작성일 24-02-10 15: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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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스커트를 입고 와 강의실 의자에...◈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이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말함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아르바이트였다. 대학을 다니면서 대개의 학생들이 다 하는 아르바이트에 대해선 어떠한 낭만 같은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고생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자라온 자신이 그런 일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는 곧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대학 생활 동안, 운동권 축에는 못 끼더라도 그런 아르바이트들 하면서 자신이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곧 낭만일 것이다, 라고 생각되었다. 그녀는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르바이트라는 직업 속에 미처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빨간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못된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설사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신은 충분히 그러한 것을 이겨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주리는 이미 대학 삼 학년이었다. 그러한 나이라면 사회에 나가서도 어른 대접을 받은 나이라고 생각되어졌다. 벌써 대학 삼 학년이라는 자부심이 그녀에게 섣불리 사회를 경험해 보고 싶은 충동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주리는 그럴 듯한 미팅 한번 해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주리는 무조건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래서 남자와의 미팅에서도 주리가 먼저 남자들과 데이트를 기피하는 쪽이었다. 주리에겐 남학생들이 따랐다. 타고난 미모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남학생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 수 있었지만 주리 쪽에서 먼저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미팅이라는 것도 별로 쓸모 없는 것이었다.

간혹, 같은 학년의 여학생들 중엔 대담하게도 섹스
를 즐길 줄 아는 얘들도 몇몇 있긴 있었다.
그들은 대개 미팅에서 만난 남자와 점점 깊이 사귀
다가 어느덧 선을 넘는 경우였다.

섹스라고 해봐야 마음에 맞는 남자 친구와 고작 모
텔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같은 또래의
학생층에서는 알게 모르게 프리섹스가 번져가고 있었다.
성이란 결코 위험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원시
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가끔 교수들도 그런 소리들을 우스갯소리로 했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귓등으로 흘려
듣곤 했었다.

대개의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멋있는 연애를 해보
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다.

고등학생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어엿한 대학생이 되
어서까지 성을 터부시한다는 건 지성인이 취할 자세
가 아니라고 믿었다. 대학에서는 성의 실체까지도 파
헤쳐서 그 나름대로의 이론을 습득하든지 아니면 다
른 분야, 즉 예를 들자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응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대여성이 취해야 할 자세라
고 가르쳤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오
늘날의 교육이었다. 여성들이 이제 더 이상 남성들에
게 성의 분출 욕구 대상이 아니었다.

요즘 여대생들은 그런 면에선 너무 발랄했다. 오히
려 여성 상위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여학생들이 멋
을 내고, 화려해진 것이 바로 그런 것을 잘 일깨워주
고 있었다.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와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으
면 팬티가

거의 보일 지경인데도 여학생들은 전혀 부
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만큼 과감해진 것이다.

주리는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혼자 강의실에 우두커
니 앉아 있었다. 김 대리와의 어젯밤 일이 너무 야비
해서 복수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복수심이 불타올라 당장에라
도 <셀비아>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 뻔뻔한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김 대리라는 자식은 처음부터 일부러 그녀를
매장에서 끌어올려 아르바이트 경리일을 보게 했는지
도 몰랐다. 주리가 맡은 일은 하루하루의 매상 실적
전표를 거둬 이층 사무실에서 정리하는 일이었다.

매장의 여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찌감치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 차례가
바로 주리의 일이었다. 그날치의 매상 전표를 전부
정리해서 장부에 기록하는 일이 주리의 할 일이기도
했다.

여성복과 란제리, 속옷류 등을 구분해서 일목요연하
게 기록하고는 다음날 아침, 간부들이 출근해서 어느
부분의 매상이 올랐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집
계표를 만들어 놓는 일이었다. 그러자니 항상 매장의

마감과 동시에 전표를 거둬 오면 그때부턴 자연 김


대리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김 대리는 주리가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사무실과 매
장을 책임지는 관리자였다. 김대리는 주리가 일일 집
계표까지 완성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리며 주리의
일이 끝나야만 비로소 퇴근을 할 수가 있었다.

주리의 모든 업무가 끝나고 나면 김 대리는 기다렸
다가 내일 아침 간부들에게 보일 집계표의 이상유무
를 확인하고는 최종적으로 매장을 닫는 일을 맡은 직
원이었다.

주리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동안, 그는 매
장 한쪽을 둘러보거나 신문이나 잘지 나부랭이를 펴
서 시간을 죽이고 있기가 일쑤였다.

가끔은 TV를 켜서 코미디 프로를 보며 혼자 킬킬거
리고 있다가 힐끗 주리 쪽을 쳐다보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주리의 꽉 끼인 청바지의 엉덩이를 훔쳐보는 것
같아 자꾸만 뒤가 가려워지는 것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가끔, 주리가 일을 하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라도 들어갔을 때는 그도 따라 들어와 소변을 보는
척하면서 주리의 동정을 살폈다. 그는 어떻게 하든지
주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은
근히 눈길을 던져 훑어대는 그런 남자였다.

주리는 그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벌레가 기어드는
것 같은 스멀거림을 느끼곤 했다.
주리는 소변을 볼 적마다 물을 내리는 소리를 크게
냈다. 그가 여자 화장실로 들어와선 주리가 소변을
보는 물소리를 엿듣는 때가 많았으므로 주리로선 상
당히 신경이 쓰여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살
얼음을 딛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하루는. 주리가 소변을 보러 들어갔는데 조금 있다
가 김대리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노크도 없이 벌컥 문
을 열었던 적도 있었다.

"어! 미안해."

그러고는 그는 문을 닫을 생각도 하지 않고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주리를 살폈다.
옷을 내린 상태에서 그의 시선을 받으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도 그는 태연하게 쳐다보다가 문을 닫았다.

주리는 소변을 보다 말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의도
적으로 나온 그가 갑자기 두려워졌다.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화장실로 뒤쫓아 들어온 그가
갑자기 치한처럼 여겨지면서 주리는 한참동안 화장실
에서 나오지 못했다.

"미안해. 깜빡해서 그리로 들어간거야."

그러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곤 태연하게 신문을
뒤적이는 그가 고슴도치처럼 미워졌다.
여자의 은밀한 것까지도 훔쳐보려는 그의 관음증이
점점 무서워지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주리는 김 대리라는 남자를 경계하기 시작
했지만 차마 어제 같은 일이 일어날 줄은 미처 몰랐
다. 방심하지 않으려고 애쓴 주리였지만 그렇게 강제
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를 경계하는 것만으로도 다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까지 치한의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전혀 생각
지 못한 일이었다.
차라리 그렇게 나올 줄 미리 생각했더라면 미리부터
그러한 것에 대비했을지도 모른다. 주리는 정식 직원
인 그가 그렇게까지 나오리라곤 꿈에서도 생각해 보
지 않았다.

남자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치한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주리는 일단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캠퍼스 곳곳
에 봄의 싱그러움이 만발하고 있었다.

나뭇잎마다 맑은 초록빛이 감돌고 가지 끝에서는 쉴
새없이 새잎이 돋아나와 연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곳곳에 그래도 남아 있는 듯한 시든 회색빛 겨울을
감추어 버리려는 듯이 나무들은 서둘러 새봄 단장을

하느라 바쁜 계절이었다.

봄은 나뭇잎 가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넓은 잔디밭에는 옹기종기 모여앉은 학
생들로 활기차 보였고, 길다란 나무 벤치에 앉아 느
긋하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만 봐도 젊음이 솟구치는
대학 캠퍼스라는 걸 금방 느낄 수가 있었다.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얼굴에 책을 덮은 채, 낮잠을
즐기는 남학생들도 있었다. 더러는 학생 커플이라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여학생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는 남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주리는 풀밭을 가로질러 잔디밭 가운데 있는 나무벤
치로 가서 앉았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엔 솜처럼 포근한
뭉게구름들이 몇 점 떠서 파란 하늘을 수놓으며 지나
가고 있는 게 보였다.

무척 나른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러한 느
낌이 들면서 어젯밤 몸부림이 떠올라졌다.
처음으로 당해본 이상한 체험이었다. 그래선지 온몸
이 몸살인 것처럼 욱신거렸다. 마치 물먹은 천쪼가리
처럼 흐느적거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허벅지와 가슴께엔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는
듯했다. 셔츠에 스치면서 가슴 부위가 자꾸만 아파왔
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온몸에 남아 있는 아
련한 통증이 그녀를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그 아픔은 깊은 곳에서부터 희미하게 울려나오는 듯
한 묵직한 아픔이었다. 그것은 주리의 숲에서 아랫배
를 타고 전달되어져 위를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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