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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하루2부-15 저도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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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44 회 작성일 24-02-09 1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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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교실 안의 정사, 숙과 은<1>

은의 엄청난 그 옷차림은, 등교시간의 학생들 눈에도 띄지 않을 리가 없었다.블라우스와 스커트, 투피스 스타일의 그 옷은 분명 정도에 지나친 옷
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보기에 따라 엄청 야릇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레이스가 수놓아진 화려한 옷감 - 그 레이스는 거의 반투명에 가까웠으니까.그녀는 자기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휘둥그래진 눈동자들,
그것은 교무실 안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였다.노처녀및 유부녀 여선생들... 그들은 거의 기가 막히다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녀들은 틀림 없이 조회시간이 끝나는 대로 은의 이 정장에 대해 수근거릴 것이다.
아마 다른 임시교사였다면 금방 주눅이 들거나, 아니면 아예 꿈도 못 꾸었을 터... 그러나 유달리 그녀는 당당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책상들의 윗자리, 주임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와, 좀 더 먼 거리이지만 저 복도 끝 큼직한 방 하나 - 방음벽과 두꺼운 커튼으로
꾸며진 - 에 있는 이 학교에서 최고의 권력자, 그 둘이 있기에 그녀는 하등 콧대를 주저앉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낮의 학교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이리라. 하지만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은인 것이다.
고로 이 사립중학교를 지배하는 건 나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아마 내가 벌거벗고 출근을 해도 꼼짝 못할껄? 실제로 그녀
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분명 그것은 행복한 상상이다... 단 한가지만을 빼고는.
은은 새삼스럽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훑어 보았다. 맞은 편의 빈 자리, 지각대장인 희는 오늘도 늦는 모양이었다. 사실
상 어떤 면에서는 희가 은보다 더 권력에 가까운 편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녀는 이 학교 정도가 아니라, 이 특별시, 나아가 이 나라
전체에서 이 분야로는 핵심층의 손이 닿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그래도 은은 희가 부럽지는 않았다. 좀 더 현실적인 파워 - 그것은
여전히 자신에게 속해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희는 자기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증거가 다분하기 때문이었다. 비밀, 비리의 공유...
그것이 여자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절대로 남자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그녀의 행복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위협, 그것은 다름 아닌 은의 옆자리에 있었다.흘끗, 그녀는 그 쪽을 곁눈질해 보았다.
후훗, 프로포즈라도 받은 모양이지? 그래서 고민되는 중이지? 은은 속으로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선생의 노리개인 데다가, 마교장한테도 꼬리를 치려니, 너도 속으로 복잡한 거야 - 내가 보기에 넌 그 정도로 독한 년은 못되
거든. 그래서 그러고 있는거지? 망설여지지?어쨌든 그녀의 증오의 대상은, 그 차가운 눈초리도 알아차리지 못하
고 다만 묵묵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숙은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간단한
목례만을 건넨 뒤에 내내 말이 없었던 것이다.-왜 그래? 심각해 보이는데...?은근한 그 속삭임에, 숙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들었다.
-응... 으응, 아, 아니...엉겁결에 대답하면서도,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질문의 주인공을 돌아보았다.
그럴 도리밖에. 지난 주의 오해 사건 - 희의 말에 따르면, 이 여선생은 숙 그녀가 자기보다 돈을 더 받았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 - 이
후로 냉랭하게 지냈던 둘 사이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왠 일인가. 먼저 말을 거는 은의 얼굴은 야릇한 느낌의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
-후후... 뭘 그리 놀래? 혹시 남자 문제야? 애인이 속 썩여...?농까지 거는 것 같은 그녀의 말투. 숙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 진짠가 보네... 아무 말도 못하고.비꼬는 것인지, 정말 친한 척을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눈이 휘둥그래지는 숙.
-아, 아냐... 자, 잠깐 생각좀 할 게 있어서...-에이. 아닌 것 같은데? 남자 문제면 얘기해. 다 들어줄 테니까...!
뭐라고? 은은 정말로 진지하다는 듯, 숙의 힘 빠진 어깨에 손까지 얹고 있었다.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그녀의 귓가에, 은의 히스테리칼한 키득거림이 낮게 들려오는데... 후다닥, 그녀들의 앞자리에 엉덩이를 붙
이는 또 한 사람 --아휴, 또 늦는 줄 알았네...!희였다. 곱게 화장한 얼굴의 그녀가 배시시, 홍조 띤 얼굴로 책상에 앉고 있었다.
채 숨도 돌리지 못한 희, 그녀도 뭔가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자기가 보기에는 앙숙일 줄 알았던 선배 여강사 둘 - 숙과 은이 오늘
아침따라 고개가지 맞대고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으므로.은이 그 의문스런 눈초리를 안다는 듯이 말을 꺼내고 있었다.
-응, 우리 숙선생님이 남자 문제로 고민 중이래.어이 없는 눈길로 바라보는 숙 - 그러나 아랑곳 않고 은은 그녀에게
찡끗, 윙크까지 해 보이고 있었다.-이것 봐, 얼굴까지 빨개지네... 농담 갖고도...! 정말 애인 생겼구나?
실제로 얼굴이 달아오른 숙이었다. 글쎄, 마교장의 지난 밤 전화... 그것도 남자문제라 볼 수 있는 것일까? 사실 그녀가 심각한 이유는
그 탓인데.-저, 그, 그게...그녀와 마찬가지로 어이 없는 표정의 희에게 뭔가 얼버무리려는데 -
그 순간 숙은 몸서리치는 눈동자를 느끼고 있었다.뜨악,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 기분... 그녀는 마주친 그 능글맞은
눈초리에 당장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한선생, 그가 신문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보지 않
아도 알 수 있었다. 신문지로 가려진 그의 얼굴이 아주 야릇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는 것을.조회가 시작되었다.
은은 교무실에서 나와 천천히 교실로 올라가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한 방 먹였다. 저 타도의 대상에게... 한선생이 숙에게 지닌 소유욕
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녀. 이 여자 저 여자 찝적대기를 즐기는 한선생이라 할지라도, 요사이는 부쩍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그저 호기
심만 불러 일으켜도 충분하다.그리고 그 작자가 숙에게 들러붙는 동안, 나는 내 계획을 추진해야지 - 은의 머리 속에서 계산기가 돌아갔다.
곧바로 가도 될 교실을, 일부러 그녀는 2층을 거쳐 지나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2층 복도의 초입, 그 한 곳의 문이 드르륵 열리는 것이 보였다.천천히... 고개를 똑바로 세우고... 아까처럼 그녀의 엉덩이가 최대
한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그 문, 학생부실에서 그녀의 타겟이 나타났기에.-안녕하세요?
한껏 곱게 내는 목소리. 어, 예, 예 - 그가 마주 고개를 까닥거린다.아... 저 분이었구나. 은선생, 미술 임시교사... 권의 고개는 아까
교문 앞에서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따라 돌아가고 있었다. 출렁출렁, 속옷도 안입었는지 은의 터질 듯한 엉덩이가 발걸음에 따
라 흔들리는 뒷모습에, 권선생의 입이 다시 한번 자신도 모르게 벌어지고 있었다.
또각또각,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학생부실 앞 복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2>

은은 수업시간이 바뀔 때마다 미술실의 창 밖을 유심히 살폈다. 바로 아래가 학생부실인 미술실 - 그렇기에 곧바로 계단을 통해 올라와도
될 것을 조금전에 일부러 뺑 돌아 2층 복도를 지나온 것이다.하지만 첫 두시간 내내는 그녀의 목표가 수업이 있는 모양, 그렇기에
내내 그녀는 학생들을 앉혀 놓고도 창 밖으로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과연 그녀가 찍은 남자는 짐작대로였다. 아무리 체육선생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 틈에서도 그는 단연 돋보였다. 토요일이므로, 그는 무
리 없이 수업시간을 축구 같은 구기종목으로 때우고 있었다.착 달라붙은 상의 - 수업시간이 끝날 때쯤에는 으례 땀으로 젖어, 권
의 단단한 몸매를 더욱 날렵하게 드러내 주고 있었다.하아... 은의 입술 사이로 알 수 없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저런 근
육질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 마교장, 한선생, 심지어는 그녀의 애인에게서도. 물론 은의 애인은 조금 그런 대로라는 것을 실전에서 알
고 있는 그녀지만, 그조차도 요즘은 시들했다.뭐랄까, 이 곳에 강사로 발령되기 이전부터 제법 오래 사귀어온 자기
애인인데도, 가끔 가져온 잠자리가 계속될수록 그녀는 일종의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권선생이 학생들과 어울려 수돗가에서 웃통을 벗은 채 씻고 있는 광경을 보자니, 더더욱 뜻 모를 한숨이 비어져 나오는 은이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상념도 좋지만, 큰 일이다. 토요일, 수업은 오전의 네 시간으로 끝날 것이다. 만약 다음 시간 - 세째 시간
- 에도 저 권에게 수업이 있다면 낭패다. 마지막 수업은 학급활동이기에, 그는 자기가 담임을 맡은 교실로 들어갈 것이다. 학생부실이 아니라.
-반장, 애들 그린 것 모아서 탁자 위에 놓고 나가. 못 그린 사람은 다음 시간까지 숙제...!
수업이 끝나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은. 웅성이는 학생들이 나가고... 다시 십여분간 조용해지고... 다시 한 떼의 학생들이 무리져 들어왔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3교시가 시작된 것이다.-앞의 석고상, 데생하도록 해. 목탄 쥐는 법은 저번 시간에 가르쳐 줬지?
학생들은 군말 없이 화판이니 스케치북등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은은 다시 창가로 다가갔다.됐어 - 순간 은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운동장 가운데는 단 한 개의 반만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반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분명 권이 아니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혹시나
운동장을 가로 질러 체육관을 향하는 반이 있는지도 유심히 살폈다.수업 5분이 지나도록, 체육관을 향하는 학생들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타겟이 있는 장소는 단 하나다. 학생부실. 담임 이외에 별도의 학생부 직책을 맡은 남자 선생들은,
응당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그곳에 있는다. 근신 중이거나, 징계를 받는 학생들이 늘 한두 명 있기 마련이고... 그런 녀석들을 감독하기
위해 교대로 한 명 이상의 교사들이 상주한다 - 이 생리를 철저히 파악하고 있는 은인 것이다.
묘한 미소를 떠올리며, 은은 교사용으로 마련된 화판 앞으로 다가 앉았다.이제는, 저 학생들이 알아서 할 터 - 걸린 놈들은 불쌍하겠지만 그런
사정에 연연할 그녀가 절대 아니다.앉자마자 화판 쪽으로 몸을 기울인 은의 다리가 큰 동작으로 꼬아졌다.
숙은 그 시간이 마침 수업이 없는 시간이었다. 초조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녀는 음악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슨 뾰족한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로서는 그저 오늘 이 하루가 무사히 지나기만을 빌었다. 언젠가 호출을 당하겠지만, 오늘
이 학교 안에서만은 피하면 된다. 그럼 월요일까지는 별 일이 없을 것이다.어제처럼 집으로 전화가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는 집안 사정을 대
고 사양하면 되는 것이다. 어쩔 것인가, 집까지 쫓아올 마교장은 아닐 테니...그러나, 다음 순간 깨어지는 그녀의 기대.
드르륵, 음악실의 문이 열리며 나타난 남자... 고개를 든 숙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그 - 한선생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수업이 없나 보지?놀란 숙의 시선을 무시하며, 그는 등 뒤로 음악실의 문을 닫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음악실 구석구석을 할 일 없는 눈길로 둘러 보는 한선생.
-역시... 음악실은 조용해서 좋단 말이야.-무, 무슨 일이시죠...?의혹과 긴장감으로 날카로와진 숙의 말에도, 그는 딴청만을 피우고 있다.
-흠... 피아노라... 난 왠지 피아노 치는 계집애들이 그렇게 이뻐 보
이더라니까... 한 10년도 더 된 일이지... 아니 12, 3년쯤 되었나...
? 신임으로 교사발령이 난 게 여중이었어. 그 때 처음 피아노 치는 년을 보았는데... 교사가 아니라 학생년이었지, 아마...
은근히 뇌까리는 한선생의 말투 - 숙은 책상 아래로 마주 잡은 손마디가 하얘지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다. 저 주임선생은 언제나 그런 식이다. 마치 평범한 일상사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저 이야기의 끝에는 항상 두려운
뭔가가 이어졌었다.키득거리는 그의 목소리.-아주 돌아 버릴 정도로 예뻤지. 그 때만 해도 여선생이란 계집들은
콧대만 셌거든... 그래서 그런 음악선생은 꿈도 못 꿨어. 대신 어린 기집애를 고른 거야.
계집, 계집, 년, 년... 그의 거슬리는 말투에 항의 한마디 못하는 숙. 그 때였다.
피아노 건반을 띵, 두드린 그가 휙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시선을 황급히 피할 수밖에 없는 그녀였다. 그의 비아냥거
리는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파고 들었다.-그래서 내가 어쨌을 것 같나? 음악선생님?자문자답하는 한선생.
-어느 날인가, 날 짝사랑하는 것 같았어. 그 기집애가... 왜, 그 때 그 또래쯤 한 번씩 그러잖아? 큭큭... 그 년 눈에는 내가 멋장이 총
각선생으로 보였겠지. 그래서... 어느 날엔가 걔를 불렀지. 숙직하던 날 수업 후에... 그리고 음악실에 앉히고, 피아노를 치라고 시켰어.
좋아라 치더군... 정말... 이쁜 기집애였어.클클클, 그의 웃음소리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갑자기 딱 멈췄다.
-자, 이쯤이면... 궁금하지 않아? 물어 봐 줘. 그래서 어쨌느냐구.후, 한숨을 내쉰 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런데요?
-간단해. 그냥 그 자리에서 벗겨놓고... 따 먹었지. 피아노 의자, 바로 이 위에 엎드리게 해놓고 말이야. 그래도 그 년... 아파 죽겠는데
도 찍 소리 한번 않더라구, 내 거시기에 피가 묻는데도... 자기가 짝사랑하는 선생님이 그래 주니까 말이야. 흐흐흐...
아뿔싸, 그녀의 입술이 아프게 깨물어졌다. 한선생, 저 자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숙이... 니가 올해 몇이지? 스물 여섯? 일곱? 맞아, 그럼 딱 그 시절이었겠군 그래... 혹시 그 기집애가 너였나? 그 년이 그랬거든. 자
기는 음악선생이 되고 싶다고. 너랑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여학생 사타구니가 어떻게 생겼느지 잘 봐둘껄... 확인해 보게, 푸하핫...!
개자식! 숙의 입 안으로 욕이 맴돌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 돼지 눈에는 돼지일 뿐이야. 저 인간은... 원래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침착해지려 애썼다.-여, 여기 오신 용건이 있나요? 용건이 없으시면... 나가 주세요. 여긴 제 교실이에요...!
최대한 위엄 있게 보이려는 말투... 그러나 그런 것이 한선생에게 통할 리가 없다.
-니 교실? 임시교사 주제에...? 좋아, 용건이라... 용건. 물론 있지. 나도 그렇게 한가한 놈은 아니거든.
그의 눈이 뱀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움찔, 그에 숙의 가슴이 두방망이질치고 있었다. 제발, 그 소식만은 아니기를.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바램를 무참히 짓밟는 한선생의 이야기였다.-교장실로 가봐.
쿵, 그녀의 몸 한가운데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안돼 - 무언가가 와장창 무너지고 있었다. 올 것이 오고 말았나!
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체, 되물어야 한다.-그, 그런 이야기를... 왜 저, 저한테 하시는 거죠?
숙으로서는 이제 단 하나의 무기, 적과 맺은 협상만이 남아 있었다. 한선생, 그가 약속하지 않았는가. 자기에게 몸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마교장의 손아귀만큼은 피하게 해주겠다고.그러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영과의 약속 - 오직 한 번, 처녀지인
항문성교만으로 만족하겠다던 약속 역시, 그는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한선생, 애초부터 그에게, 그녀와의 약속은 별다른 중요성이 없었다
는 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단 하나... 당사자인 그녀였던 것이다.

<3>

숙으로서는 당연히 항의해야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한선생은 흥흥거리는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후후... 나랑 약속한 걸 말하는군 그래... 하지만 아직 걱정하지
마. 마교장이 당장 어떻게 하지는 못할 테니까... 은이, 그래. 은이한테 요즘 감시 당하고 있거든. 하기야... 은이 그 년도 제법 우리
학교 비자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일 잘 아는 기집애 중 하나니까.-그, 그래도 전... 교, 교장실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교장실 - 숙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일전에, 멋모르고 들어가려했던 그 곳... 거기서 어떤 일이 벌어졌었나.
그녀가 본 것은 아뜩한 신음소리만 헐떡이던 영과, 그 예비 유부녀가 내맡긴 엉덩이에 추한 자신의 하복부를 연신 마찰시키던 마교장이었다.
숙은 어금니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안돼, 난 그렇게 될 수 없어!-아마 돈 얘기를 하겠지. 그리고 은근히 꼬셔낼 거야... 그 양반도
자기가 찍은 여선생은 꼭 침대 위에 눕혀야 직성이 풀리니까... 하지만 일단 교장실 안에서는 별 수 없겠지. 요새는 눈치 보여서 영도 함
부로 못 들락거리거든. 대충 얼버무리고 나와. 그럼 내가 뒷 일을 처리해 주지...!
그럼 무슨 얘기인가. 물론 당장에 어쩌지는 못하리라. 그렇다면 정말 한선생이 그를 단념시켜 줄 것인가?
숙은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현기증이 올랐다. 그의 말을 믿어야 하겠지만, 아니 믿을 도리밖에 없는 그녀지만... 어쨌든 가장 두렵고
도 거북스러운 존재인 마교장을 맞딱뜨려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의 머리를 뒤흔들고 있었다.-그, 그 말, 미, 믿을 수 있나요?
숙여진 그녀의 고개에선 이제 비장한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물론... 단 하나의 조건이 있지.조건? 얼굴을 들어 한선생을 바라보았다.
-우리 협상 기억나나?협상 - 한선생이 숙을 마교장에게 넘기지 않는 대신, 그녀는 그 댓가로 그의 정부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 협상을 지키면 돼.숙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지, 지금 여기서? 그가 음흉한 미소로 고개를 까닥이고 있었다. 마, 말도 안돼 -
그러나 그가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은은 최대한 화판 쪽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그럼 어떤 자세가 되는가...?
미술실 앞 한가운데에 놓인 그녀의 화판, 그리고 삥 둘러서 학생들이 앉아 있으니... 어찌 보면 은이 취한 자세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오늘처럼 짧은 치마를 입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당연히 그녀 옆에는 석고상이 놓여 있고... 학생들과 마주 보는 위치에서 화판 뒤로 상체를 숨겼으니 - 그녀는 단지 그 화판 아래쪽으로
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그녀의 하체다. 그것도 미니 스커트만을 입은 채 다리를 꼰.
가뜩이나 고의로 엉덩이께를 걸쳐 의자에 앉은 그녀였기에, 실로 아슬아슬한 지경이 화판 아래로 내보이고 있었다. 팬티스타킹의 짙은
부분 - 허벅지까지 오는 밴드스타킹의 끝쪽처럼 짙은 색으로 덧대진 부분 - 이 언뜻거릴 정도니까, 거의 히프가 들여다 보일 정도인 것이다.
화판이 유효적절하게 쓰이고 있었다. 만약 그녀의 고개가 가려지지 않는다면, 남학생들도 함부로 그녀의 치마 속에 눈길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걱정이 전혀 없다. 마주 앉은 녀석들에게는 그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즉, 자기들이 아무리 훔쳐봐도... 저 여선생은 아무 것도 모를 것이다,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은은 이미 수 많은 남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의 치마 속에 꽂히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조용하게 말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안다.
녀석들은 언제나 그렇듯, 공부가 아니라 다른 것에 열중하게 되면 오히려 조용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증거가 있었다. 조용히, 화판을 끄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원래 화판을 움직여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더군다나 데생을 한다
는 것은 완전히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시점을 고정시켜도 모자른 판에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되므로.
그런데 화판을 끈다 - 그것은 곧 그녀의 드러난 엉덩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움직인다는 얘기.
그녀는 야릇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나이 어리고,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인 제자들이지만, 남자는 남자다. 그것도 호기심과 갓 피
어나는 성욕으로 똘똘 뭉친 사춘기 소년들... 그들에게 스스로 성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위험스러우면서도 묘한 흥분인가?
실제로 그녀의 화판 너머에는 아귀다툼처럼 자리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치마 속이 보이는 방향으로 화판을 움직여가는 것으로
는 부족한지,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자리를 바꾸는 학생들이 있었다.맨 앞자리의 녀석들은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뒤나 옆
자리에 앉은 놈이 그 자리를 밀쳐 내면, 또 다른 학생 하나가 그를 밀어내고 그 위치를 차지하려 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아이들은 아예
화판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조금이라도 더 정면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위치에서 은의 치마 속을 훔쳐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그 시선이 열띤 만큼 자신의 다리 사이, 드러난 허벅지가 후끈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완벽히 실수로 위장될 수 있는 노출증 -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은의 하반신을 달아오르게 하는 그 쾌감. 마치 자기 자신은 들키지 않은
채 남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볼 수 있는, 그런 관음증 같은 느낌이었다. 꿀꺽, 침이 삼켜지는 것은 맞은 편의 남학생들뿐만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목구멍이 타는 갈증을 느끼며, 그녀 역시도 마른 침을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파렴치한 욕구가 생기고 있었다. 원래는 이 정도에서 그칠 요량이었지만, 은은 뭔가 더 확실한 느낌을 갖고 싶었다.
그녀의 그 민망한 행동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미술실 전체가 조용해지고 있었다.
느리게... 책상다리를 하고 있던 그녀의 무릎이 풀렸다. 그리고... 얌전히 모아진 그 두 무릎이 움직였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양무릎이... 반대쪽을 향해 옆으로 멀어져 간다. 아주 천천히 - 물론 그래야만 학생들은 그녀가 스스로 꾸민 행
동이란 것을 모를 테니까 - 그녀의 다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엔 은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마른 침을 꼴깍거리는 소리들을.
그에 맞추어 그녀의 둔부도 조금씩 앞쪽으로 전진했다. 더욱 당겨올려지는 그녀의 스커트 자락, 점점 더 벌려지는 허벅지 사이.
학생들은 거의 숨이 멎을 정도로 그 황홀하고도 아찔한 광경에 빠져들었다.이건 흡사, 그들에게 말로만 듣던 체위를 실연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사타구니를 들이대며, 다리를 한껏 벌리는... 녀석들 모두는, 상상을 거듭하고 있었다 - 저 여선생의 가랑이 사이에 내가 있다면...!
10센티, 15센티, 20센티... 그리고도 계속 더.드디어 그 짙은 색 스타킹에 가려진 부분, 그 핵심부위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녀의 무릎과 허벅지가 벌어지는 그 곳에는, 그 곳에는 - 은은 점점 더 자기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허벅
지 사이가 후끈거리는 것은 당연, 자신의 팬티 가랑이 부분이 덮인 곳에서까지 반응이 오는 것만 같았다.
처음 느끼는 흥분이었다. 노출증의 쾌감, 그것이 이토록 자극적인지 미처 몰랐던 그녀였다.
거의 30센티쯤 그녀의 벌려진 무릎 - 그리고 이 행운의 반, 그 남학생들 중에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목격하고 있었다.
은의 허벅지 사이로 노출된 엉덩이 사이, 팬티스타킹만이 덮인 그 부분에는 너무나 얇은 천조각 하나만이 가려져 있었다.
채 손바닥 하나도 되지 않는 그 폭, 여선생의 사타구니에는 하얀 색 팬티가 있었다. 요란한 겉옷과는 달리 너무나 고상해 보이는 그 레이
스 팬티... 그것을 확인한 모두는 머리 속으로 피가 역류하는 감정을 누리고 있었다.
저 미끈한 허벅지 사이, 그 깊숙한 계곡 속에 저런 부끄러운 모습이 숨어있다니...! 그 황홀한 광경에 그들 모두의 넋이 빼앗긴 순간 -
그 순간이었다. -어머나! 의도된 은의 외침. 이어서 쓰러지는 화판.

<4>

물론 그것은 일부러 그녀가 쓰러뜨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학생들 모두는 그녀가 일어서거나, 아니면 숙이고 있던 허리가 일으
켜질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하체의 움직임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훔쳐 보기를 계속하면서도, 그녀 하반신의 움직임만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
아무도 몰랐었다. 그녀가 손으로 화판을 밀어 넘어뜨릴 줄은.그 유일한 방벽이 무너졌다. 하마터면 은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드디어 드러난 것은 너무나 우스꽝스런 녀석들의 모습이었다.미처 자리에 앉지 못해 한 의자에 두엇이 후다닥 엉덩이를 붙인 것은
약과였다. 고개를 숙인 채 들여다보던 몸을 일으키느라 허둥대는 놈, 옆쪽에서 간신히 들여다 보느라 화판까지 팽개친 놈 - 심지어 어떤
녀석은 거의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접근해 들여다보기까지.그러나 그렇게 웃어 넘기려는 것은 절대 그녀의 계산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은은 정숙한 미술교사의 자세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얼굴에는 끔찍하게 경악한 표정을 짓고서.화들짝, 놀란 듯이 숙은 앉았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왜, 왜 이러세요!
능글 맞은 웃음을 지으며 접근하는 한선생을 피해 그녀는 두어 걸음 뒷걸음질을 쳤다.-큭큭, 왜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사실 그의 말이 맞기는 했다. 다가오기는 했지만, 아직 그녀에게는 손 끝 하나 건드리지 않은 그였다. 하지만 숙으로서는 그가 그렇게
가까이 오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더군다나...여기는 공공장소나 마찬가지인 학교 안 교실, 음악실인 것이다.-어멋!
작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숙은 그의 손을 피해 몸을 돌렸다. 한선생의 손이 억지로 그녀의 손목을 빼앗아 쥐려 했기 때문이다.
뿌리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도리밖에 없었다. 다급한 그녀의 시야에 교실문이 들어왔지만, 몸을 틀어 빼느라 불행히도 그 문과 그
녀 사이에는 한선생이 서있었다.-우리... 협상한 것을 잊었나?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텐데...?
-가, 가까이 오지 말아요...! 여, 여긴 교실 안이란 말에요!비명에 가까운 그녀의 목소리 - 그러나 오죽하면 음악실인가. 아마도
그녀의 새된 외침은 복도에서는 방음벽 탓에 모기만한 소리보다도 작게 들릴 것이다.-놔, 놔 줘요!
펄쩍 뛰듯이 문가로 빠져 나가려는 그녀의 시도, 그러나 도리어 억센 사내의 손에 팔목이 붙잡히고 만다. 나즈막하게 으르렁거리는 한선생.
-조용히 해. 떠들어 봤자 들리지도 않는다구, 약속을 지켜야지. 안 그래 숙이...?
-이, 이러지 말아요...! 제, 제발... 나중에 학교 밖에서... 어멋!그의 손아귀가 던지듯이 그녀의 팔목을 교실 구석 쪽으로 내어쳤다.
비틀, 간신히 쓰러지지 않는 숙.-누, 누가 보면...!-흐흐... 거기서는 보이지 않을껄...?
마, 말도 안돼...! 숙은 자신이 내몰린 위치를 확인하고는 온몸에 소름이 쫙 흐르는 것을 느꼈다. 피아노, 피아노 뒤 -
피아노, 그것은 이 꽉 막힌 교실 안에서 유일한 엄폐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음악실은 기본적으로 복도를 향해 연달은 창이 있었고, 또 미
닫이 문에도 큼직한 창이 있지만, 대부분 복도로 향한 창은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다. 소리가 건물 안으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대로 건물 바깥을 향한 창은 모두 활짝 틔어있는데... 그래 보았자 여기는 3층 아닌가.
유일하게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문짝에 붙은 유리를 통해서 뿐이다. 그러니 - 그 맞은 편 구석에, 학생들 책상을 향해 마주
보는 위치로 비스듬히 놓인 이 피아노 뒤는, 완벽히, 그야말로 완벽히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미, 미쳤어요...? 여, 여기는 학생들 가르치는 교실이라구요...!식은 땀이 주르르, 그녀의 이마에 흐르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도 매
한가지였다.-그래... 바로 그런 곳이었지... 그 중 3짜리 계집애가 자기 첫사랑 선생님인 나에게 엉덩이를 들이민 곳이 말이야...
숙의 머리가 아뜩해져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는 신성한 장소,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털썩, 피아노 의자에 앉은 한선생이 그녀를 강제로 그 앞에 끌어 당겼다.
-자, 이제... 음악선생, 니 년도 피아노를 쳐 봐. 그 때 그 기집애처럼 말이야.자신과 피아노 사이에, 그가 숙을 세웠다.-이렇게...!
피아노를 향해 몸이 돌려진 숙, 이제 그녀는 음악실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문 쪽과 마주 선 자세였다.
-제, 제발... 우, 우리 이따가 만나요... 부탁이에요...!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돌아보며 애원하는 데도, 냉혈한 한선생은
자기 손으로 붙든 그녀의 허리를 피아노 건반 위로 밀어붙일 뿐이었다.-우리... 협상을 생각해. 그건 약속이야... 넌 약속도 지키지 않는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작정인가?그, 그건 -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몰린 숙, 그녀의 등 뒤에서 뇌
까리는 그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그녀의 몸을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었다.-마교장, 그 늙은이의 품에 안길 자신이 있나... 그렇다면 당신 마음
대로 해, 숙선생...!치명타, 그 말의 위력은 그랬다. 그녀는 다시 한번 일전 자신의 목격
담을 떠올리고 있었다. 교장실 소파를 짚고... 흔들리던 영의 엉덩이. 다음 번엔 그것의 주인이 그녀가 될지도 모른다?
질끈, 두려움에 경련하며 숙의 두 눈이 감아졌다.-알아둬... 지금 너도 우리 학교의 비리 중 하나라는 것을... 니가
그렇고 그런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 어디 한번 세어볼까? 은이, 희, 나, 마교장, 그리고...-그, 그만!
아프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숙의 외침. 울먹이기 일보직전의 그녀 목소리가 한선생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무얼... 무얼 치란 말이에요... 무얼... -그냥, 내가 뭐 아나...? 아무 거든지...!
그들 둘 이외에는 텅 빈, 음악실 구석에서 마지 못해 피아노 소리가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듣기 좋군... 계속 쳐.
숙은 자기가 무슨 곡을 치는지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이미 익히 외운 어떤 가락을 무의식적으로 눌러대고 있었다. 질끈 감은 두 눈도
뜨지 않은 채로.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허리께를 붙들고 있던 한선생의 두 손이 천
천히 내려왔다. 그녀의 몸 굴곡을 느끼며,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무릎께까지... 옷 위로 미끄러지듯 더듬는 그의 손길이 향한 마지막
장소 - 어금니를 악 무는 숙, 이미 예상하고 있는 손놀림이었다.부드럽게 그녀의 치마자락을 위로 젖히며, 이번에는 그의 손길이 거
슬러 올라오고 있다. 단, 지금은 그녀의 치마 속 맨살을 주무르며.-흐흐... 오늘은 다행히도 팬티스타킹이 아니시구만 그래...
가쁘게 연주되는 피아노, 그리고 그 뒤에서 또 하나의 연주를 펼치듯이 한선생의 손바닥이 숙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에 진땀이 배어갔다. 비록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공공장소와 마찬가지인 장소에서, 그것도 훤한 대낮에 그녀의 치마 속 속
살이 드러나고 있었다.-핫...! 아, 안돼...!정말로 연주하듯 신중하게 움직이던 그의 손길이, 매끄러운 숙의 허
벅지 사이 안쪽을 더듬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숙의 머리 속에 당장 어떤 기억 하나가 돌이켜지고 있었다. 그건 지
금의 상황과 놀라울리 만큼 흡사한 경험에 관한 기억이었다. 아니, 장소만 바뀐다면 지금 이 주임선생과 그 때의 그 얼굴 모르는 사내의
손길을 구분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지하철, 지금 그녀는 그 때의 그 추행당했던 느낌과 똑같은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다. 그 때의 그 사내와 똑같은 자세, 똑같은 위치 - 그리고 그 때와 똑같은 행동, 그것을 지금 한선생이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팬티선을 젖히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5>

-너, 너희들 뭐하는 거야!
그 황당한 광경 - 물론 은으로서는 계산된 상황이다 - 에 걸맞게, 은은 새된 목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어머나, 세상에...!
자신의 치마폭을 다급히 말아쥐는 그녀. 그녀의 그 행동은 연기일 뿐이지만, 마주 놀라는 학생들의 반응은 실제였다.-어, 어쩜 이럴 수가...
짐짓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치듯 교실을 뛰쳐 나오기는 하나, 은은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견디기 힘든 지경이었다. 놀라
는 꼴들이라니. 후훗, 덕분에 좋은 구경했지, 녀석들아?표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은은 아랫층으로 내려가며 다짐했다.
미술실 안은 이미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 보여 주길래 본 것뿐 - 학생들의 죄목은 그것이었지만, 그것까지 알아차릴 수 있
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여기저기서 장탄식만이 새어 나왔다.잠시 후면, 곧 그 댓가가 들이닥칠 것이다.
그런데도 나즈막히 들려오는 몇몇의 철 없는 놈들의 수군거림.-봤지, 봤지?-그래, 흰 색이야, 흰 색...!-정말? 그게 보였어?
은은 울상인 표정으로, 노크도 없이 학생부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 난데 없는 침입자에 후다닥 - 탁자 위에 다리를 뻗은 채 졸고 있던
권선생이 몸을 일으켰다.-무, 무슨 일이시죠...?놀란 목소리의 권. 그가 보기에 은은 봉변을 당한 여자의 얼굴, 완벽히 그것이었다.-아...!
-엇, 은, 은선생님!비틀거리며 벽을 짚는 은, 펄쩍 뛰며 그녀를 붙잡으려던 그... 그렇
지만 어디를 어떻게 잡을지 몰라 순간적으로 멈칫거리던 그의 팔은 간신히 그녀의 팔뚝을 붙들었다.-왜, 왜 그러세요...?
그러나 아랫입술을 깨문 이 미술강사는, 정말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부축한 팔을 빼기는 커녕,
슬쩍 기대면서.-저... 미, 미술실에서 학생들이... -학생들요?머뭇거리는 그녀의 입술 - 찰라 권은 대충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
졌는가를 짐작했다.-모, 모르겠어요... 너,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는...하지만 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체육선생답게 재빠른 동작을 보
이는 그였다. 거의 반사적으로 학생부실을 뛰쳐 나가며, 안심시키려는 권의 목소리.-알겠습니다. 여기 계세요. 제가 올라가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짐짓 그의 팔을 붙잡는 그녀였다.-아, 안돼요... 제, 제가 잘못해서...
-걱정 마세요. 차분히 마음이나 가라앉히고 계십시오.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그녀가 붙든 손을 다독거리기까지 하며, 씨익 웃어 보인 권은 윗층으로 향한 계단을 성큼성큼 내달렸다.
후훗, 이제 됐어... 은은 쾌재를 불렀다. 애꿎은 학생들에게야 미안한 일이지만, 자신의 목표인 저 체육교사가 미술실에서 자초지종을
파악하게 되면 - 완벽한 빌미가 생길 것이다.아울러 호기심까지도. 그것이 그녀가 노리는 바였다.
어차피 일, 이십분 후에야 이번 시간이 끝날 것이다. 그냥 천천히 여기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
학생부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은, 그러나 아까 교실과는 백팔십도 틀린 자세였다. 최대한 치마자락을 끌어내리고, 얌전히 모은 두
무릎은 살짝 옆으로 틀었기에, 날씬한 종아리가 45도 각도로 뻗었다.완벽히 정숙한 여성의 자태 - 그녀는 그렇게 바뀌어 있었다. 가볍게
두 손을 모아쥐고 무릎 위에 얹으며, 침울한 얼굴을 숙이는 것까지.올 것이 왔다. 미술실에 남은 남학생들은 그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반장, 앞으로 나와!어휴... 태풍처럼 무섭게 들이닥친 것은 학생부 선생이었다. 주춤주춤, 호명당한 반장이 미술실 앞으로 걸어나왔다.
-무슨 일이냐?팔짱을 낀 채 다그치는 근육질의 체육교사 권, 그의 한 손에는 굵은 몽둥이가 하나 들려있기까지 했다.-다 알고 왔어. 대답해.
으르렁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찔끔거리는 녀석의 대답.-그, 그게요... -안 들린다. 똑바로 말 해...!으름장을 놓는다.
-저... 아, 아까 미술선생님이요...-미술 선생님이.-여... 여기 앉으셨었는데요...-앉으셨는데.-그, 그 선생님 치마 속을요...
-치마 속을...?흠, 그랬군. 역시 - 권의 예상과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치마 속을... 훔쳐 보다가...
들켰다, 이 말이겠군. 허 참, 이 녀석들이 요새... 무슨 발정기라도 된 건가? 지난 주에 숙
선생님한테도 그런 일들이 있더니... 그 때 한가지 스치는 그의 생각 - 맞아. 아까 점심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는데. 이따가 종례 후에 얘기
할 시간이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 아니지! 그는 잠깐 동안의 상상을 떨쳐 버렸다. 일단 지금은 그
생각을 할 시기가 아니었으므로.반장녀석의 말을 끊고 그는 벽력 같이 소리질렀다.-그래? 좋아, 미술선생님 치마 속 들여다 본 놈 앞으로 나와!
하지만 당연히,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빨랑 안 나와?서로서로 눈치만 살피는 반 아이들. 곁에 선 반장이라는 놈도 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쭈삣대고만 있었다.-어쭈... 당장 안 튀어 나와?다시 한번 호령하는데, 찰라 권의 눈은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학급의 절반 이상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 - 어, 얼레?-이, 이게 뭐야? 너희들 반항하는 거야?
집단적 항의인가, 긴장하는 그인데... 그제서야 권선생의 옆에서 기가 죽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저... 전부 다인데요...
뭐?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권선생. 하지만 학생들의 눈치가 영 장난이 아니다.-너희 놈들 모두?-예.
끄덕끄덕거리는 고개들. 일순 아연해지는 그였다.-조, 좋아... 모, 모두 운동장에 집합!
아니 어떻게 이런... 단체기합을 받으러 미술실 밖으로 몰려 나가는 학생들 뒤를 따르며, 그는 의아스런 호기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자세로 어떻게 있었길래 저 녀석들 전부 다 은선생의 치마 속을 훔쳐 보게 된 거지?

<6>

숙의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어쩜 이렇게 그 때와 마찬가지 경우가...이제 한선생의 손가락은 살며시 그녀의 팬티 끝선을 제끼고 있었다.
-아, 안돼요... 제발...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아요...그녀는 불안감과 수치심이 뒤범벅되어 그에게 들리지 않는 애원을 거
듭하고 있었다. 제발 거기까지는... 아, 안돼...!드러나고 있었다. 숙의 허옇게 갈라진 엉덩이가. 그 터질 듯이 풍만
한 양 둔덕이 뒤쪽으로 적나라하게 - 한선생의 코 앞에 내보이고 있었다.훤한 대낮, 아직 아침이라면 아침일 수도 있는 시각에, 이런 탁트인
공간에서 가려진 것 하나 없이 그녀의 둔부가 공간 속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 완벽하게 둥근 곡선의 두 원이... 그리고 그것은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당한 경우와 한치도 틀리지 않았다. -그, 그만... 부탁이에요, 네...?
거의 애원에 달은 숙의 목소리지만,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팬티를 까놓은 엉덩이 아래, 허벅지 중간까지 끌어내린 한선생.
흘러내리는 그녀의 치마자락을 들춰 올리고... 감상하듯 뇌까린다.-역시... 여학생 엉덩이보다는 낫지. 후후... 그 때 그 콧대 높던 음
악선생 년의 궁둥이도 이랬을까...? 한 없는 치욕스러움이 숙의 온몸을 휘감았다. 오, 신이시여 - 그녀의
아프게 깨물린 입술은 피가 날 정도였다.그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피아노 치는 아가씨들은 엉덩이가 펑퍼짐하다지...? 어디 니 년도
그런가 볼까?-아핫...!첫번째 탄성이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 한선생의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득 쥐어왔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들의 둔부가 크다 - 이 말은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이다. 남들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게 되니까. 관악
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아랫배가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이치인 것이다.그렇기에 그의 손아귀 안에서도 숙의 엉덩이는 넘칠 정도로 주물러지
고 있었다.-아, 아앗...한선생의 손가락, 그 중에서도 엄지 손가락은 그녀의 엉덩이 갈라진
틈새를 집중적으로 파고 든다. 마치... 벌려대듯이.숙의 엉덩이는 어쩔 수 없이 옴찔거리며 수축하고 있었다. 그녀의 계
곡 사이는 점점 땀에 젖기 시작했다.-가만히 있어.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명령했다.
무의식적으로 오무려지게 되는 숙의 허벅지이기에, 자신의 엉덩이 사이가 미끄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는 그 순간 - 까무러치기 일보직전
에 몰리는 그녀.숨결, 한선생의 숨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내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말이지... 계집년들... 여기도 상
당히 민감하던데...? 그래 이 곳, 이 곳 말이야.맙소사! -무, 무슨 짓이에요...!
황급히 뒤를 돌아 보며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다. 다급히 허리를 틀어 그의 손아귀에서 엉덩이를 빼내려 했지만, 이미 단단히 붙들린 그녀
의 둔부는 그의 두 손에 의해 꼼짝할 수가 없었다.엉덩이 사이 계곡 - 그 한가운데 구멍으로 그의 손가락이 침투하는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이 바싹 붙여지고 있었다.경악하는 숙, 그의 엄지는 지금 뒤쪽으로 드러난 그녀의 동굴 언저리
를 배회하듯 문지르고 있는 것이다.-하, 하지 마, 안돼...!피아노 치는 것을 멈추고... 등 뒤로 손을 뻗어 한선생을 제지하려는
데... 그 순간이었다.그녀는 너무 놀라 숨이, 아니 심장도 동시에 멎는 것만 같았다.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입술 -
유일하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 음악실의 문 앞에 언뜻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가 복도 쪽에서 음악실의 창문
으로 다가서고 있었다.-누, 누가 와요!당장에 낮춰지는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한선생
은 한껏 벌린 그녀의 국화꽃 무늬 뒤쪽 문만을 열심히 관찰하며 손가락으로 더듬고 있었다.-누, 누가 본다니까요...!
당황하는 숙이지만, 여전히 느긋한 그의 대답일 뿐이다. -피아노 치는 거나 계속해. 그럼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마, 말도 안돼...! 생각 같아서는 마주 보고 항의하고 싶지만, 어쨌든 뭔가 하는 척을 계속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누가 들
여다 보고서, 인상을 잔뜩 찡그린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재빨리 건반을 눌러대며 다시 앞쪽을 바라보는 숙인데, 아니나 다를
까, 그 교실문 유리로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나고 있었다.기절하고 싶은 기분의 그녀 - 그 들여다보는 얼굴은...
희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3층 복도에 나타난 것이다.어처구니 없게도 희, 그녀는 숙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그 높이 탓에, 고개만 내민 꼴의 숙은 영락 없이 일어선 자세로 피아
노를 치고 있는 중으로 보일 테지만, 그 뒤에, 그녀의 엉덩이 뒤에 코를 박고 숨은 한선생은 가리워 전혀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여전히 장난스럽게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댄 희.웃어 보이자. 그냥... 억지 웃음일지라도 -
어떻게든 저 손을 흔드는 희에게 응답해 주어야 한다. 어색하게, 이를 악물면서도 찡그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숙.
아아, 희는 알까... 내가 지금 누구에게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지를... 아찔한 식은 땀을 들킬까 봐 두려웠다. 만약, 만약에 이 장면을
들킨다면 - 생각하기도 끔찍스런 일이다. 교실 안에서 유부남 주임선생에게 가린 것 없는 엉덩이를 들이밀고 내맡긴 모습, 상상만으로도 경악스럽다.
그 때.까무러칠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것도 두가지가 동시에.먼저, 드르륵하는 이 소리 - 음악실문을 밀며, 두리번거리는 고개가
들어서는 희. 그리고...두번째는 어떤 행위였다. 숙의 머리 속을 졸도할 정도로 몰아가는.
실로 엄청난 그 행동은, 다름 아니라 그녀의 엉덩이 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한선생, 바로 그에 의해서.
아찔했다. 실제로 그녀는 경악하고 있었다.한선생의 얼굴이, 다른 곳도 아니고 그녀의 벌려진 엉덩이 - 그 사이
에 정통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두 손으로 가득 벌린 그 갈라진 틈 사이에 코를 박듯이.이럴 수가!-언니, 뭐하세요? 수업 없나 보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희는, 그녀를 바라보며 귀여운 웃음까지 지어 보이고 있었다.
멍청히, 피아노 치는 것은 멈췄지만, 숙은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무런 대꾸를 못한다.-어... 얼굴이 빨개요. 어디 아파요, 숙 언니...?
엄청난 당혹감에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의아스럽게 쳐다보는 희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질문인데... -아, 아니... 그, 그냥...
아흑, 순간적으로 숙의 몸이 또 한번 부르르 떨려왔다. 아, 안돼... 거, 거기를...! 한선생의 혀가 그녀의 뒤쪽 동굴로 내밀어진 것이다.
그의 혀와 입술이 자기 항문을 핥고 있다 - 그녀의 머리 속은 아뜩해지다 못해 제 정신이 아닌 것만 같았다.-괜찮은 거에요?
영문을 알 리 없는 희는, 그 문턱을 금방이라도 넘어설 것만 같았다.오, 제발, 제발, 들어오지 마. 들어오면 안돼! 할 수만 있다면 소리
라도 지르고 싶은 숙이었다.흐윽... 흡착음을 내며, 그녀의 뒤쪽 문 언저리를 집요하게 혓바닥으
로 공략하는 한선생. 그녀의 엉덩이는 이미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7>

다행이었다. 희는 문가에 선 채로 더 접근해오지는 않고 있었다.
-으... 으응, 괘, 괜찮아... 어, 어려운 곡 연습해 보느라...
그랬구나 - 어쨌든 희는 숙의 거짓말에 속은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있었다.
아앗, 숙은 다시 한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선생의 혀 끝이, 오무리려 애쓰는 그녀의 국화꽃 한가운데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그런 짓을 - 도저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할 행위를 그는 서슴지 않고 있었다.
수치심이 아니라 이건 아예 모욕이다. 어찌 이런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다음 시간 어차피 학급활동인데, 같이 안 내려가실래요?-핫, 아, 아니... 희, 희 먼저 내려가...! 아, 나, 이, 이 곡 연습
더하고...하마터면 아찔, 가빠진 숨소리가 새어나갈 뻔했다.-그럼 그럴께요. 이따가 종례시간에 뵈요, 언니...!
희는 생끗 웃어 보이며 몸을 돌렸다. 드르륵, 다시 닫히는 문소리.문 유리로 그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도, 숙은 몇 초간을 기다리다
가 - 황급히 뒤를 돌아 보며 그의 머리를 밀쳐 냈다.-무, 무슨 짓에요! 더, 더럽게...!
가쁜 숨을 헐떡이며, 필사적으로 허리를 틀어 그의 얼굴에서 엉덩이를 떼어낸 그녀를 한선생은 능글맞은 웃음으로 올려다 보았다.
-더럽다... 후후, 그렇지는 않던데...그녀는 엉덩이 뒤로 손을 뻗어 치마자락을 내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여전히 둔부를 쥔 손을 놓지 않는다. 도리어 아플 정도로 거세게 쥐어오는 한선생의 손길.-숙이 너... 아직 그쪽은 처녀지겠지?
뭐라고요? 그녀는 기가 막혀 그를 돌아 보았다.-그쪽에... 집어 넣은 적 없지? 어때, 한번 그래 줄까?그 순간이었다.
짝, 울려 퍼지는 따귀소리.한선생의 돌아갔던 얼굴이 천천히 원위치했다. 부들부들, 주먹 쥔 손
을 떠는 숙 - 세상에 어쩜 그렇게 지저분한 얘기를? 항문성교라니... 그녀로서는 꿈도 못 꿀 행위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날아간 손바닥이었
던 것이다.-마, 말도 안돼... 날 어떻게 보고...!그러나 불의의 습격을 받고도, 한선생의 얼굴은 음흉한 미소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후훗, 확실히 아무한테도 벌리지 않은 구멍이군 그래... 왜, 마교장에게 대 주려고 하나?-이 나쁜!
휙, 다시 날아가려는 그녀의 손인데, 이번에는 가볍게 그의 손목에 붙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그런 더러운...
분노로 가득차 씩씩거리는 숙의 목소리... 그것을 가볍게 코웃음으로 넘기는 한선생.-흐흥, 과연 그럴까? 너는 좋아하지 않을까...?
-그, 그건 동성연애자나 하는 짓이야!-정말? 내가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 줘?증거? 그 말에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숙 - 아앗!
찰라 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미처 예기치 못한 한선생의 행동이 재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숙의 일격을 가하려던 손목을 쥐고 있던, 한선생의 손이 앞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치마자락을 겉어부친 그 손은, 땀에 젖은 그녀의 하
복부 아래로 순식간에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아, 안돼! 뭐, 뭐하는 거야...!
하지만 그녀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을 때에는 이미 사타구니 사이를 점령당한 직후였다.
살살, 어루만지듯 침투한 그의 손가락은 벌써 일찌감치 가장 은밀한 곳 주변을 더듬고 있었다. 그런 한선생의 손아귀를 빼내려 사력을 다
하는 숙이었지만, 앞뒤로 협공당한 그녀의 엉덩이 사이는 마치 단단히 고정된 듯 꼼짝할 수가 없다.-이게... 그 증거지.
숙의 음부, 그 음순을 따라 가볍게 움직이는 그의 손길. 그녀는 앞뒤로 마주한 그 습격을 막아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지만, 이젠 불가
항력적이나 마찬가지 --이렇게 질질 싸놓고서... 좋아하지 않았다고?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쑥 빠져 나가는 한선생의 손... 그
는 그것을 그녀의 코 앞에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아, 아냐 - 숙은 그 치욕적인 광경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결과를 그의 손가락은 내보이고 있었던 것이다.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손 끝이.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흘린 애액으로 인해...!
한선생은 그 끈적이는 음수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미끌거리며, 코 앞에 들이대고 냄새를 맡듯 킁킁거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죽고만 싶은 숙이었다. 그것이 증거건 아니건 간에, 그의 손가락에 묻혀진 것이 자신의 분비물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으므로.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철썩 치며, 한선생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제 필요 없다는 투로 숙의 몸뚱아리를 밀어낸 그는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로 통보했다.-니 년 거기는... 내가 갖겠어. 이따가... 퇴근 후에.그는 짐짓 손수건을 꺼내어 손가락을 문질렀다.
-잘 생각해. 마교장인지 나인지.그 때였다.의기양양하게 음악실에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 한선생은
문유리 사이로 사라지는 얼굴을 보았던 것이다.후후... 보고 있었군.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지, 호기심이 많은 기집애니까. 아까 들어올 때부터 짐작했었어.숙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한선생의 손목을 붙잡고 씨름
하느라, 미처 다시 살피지 못한 것이었다. 그 음악실문의 유리창을.그녀가 간신히 그의 얼굴에서 엉덩이를 빼낸 직후, 누군가의 얼굴이
그 곳에 돌아와 내내 그녀의 실랑이 장면을 들여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숙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서히 무너지듯 주저 앉고 있었다. 지금 나간 저 악마 같은 존재가 앉아있던 바
로 그 자리에 털썩 - 너무나 엄청난 수치심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심지어 무릎께까지 내려진 팬티를 차마 끌어올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
다. 그저 온몸이 떨려올 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 신성한 교실 한복판에서. 그 지저
분하달 수 밖에 없는 배설기관을,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인 한 사내의 입과 혀에 농락당한 것도 모자라 - 그 자극만으로도 그런 민망한 모
습을 드러내다니.비록 자신의 몸이라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익숙한 본능도 아니
고,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은 경험인데... 그렇게 손가락을 번들거리게 할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숙에게는 너무나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하나의 현상, 그리고 어쨌건 지나친 순간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만약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면, 교장실로 내려가지 않아도 돼.
문제의 바로 그 문을 나서며, 등 뒤로 던진 한선생의 마지막 말이었다.또 하나의 선택이 그녀를 엄습한 것이다. 한선생에게 치욕적인 항문
성교를 허락하느냐, 아니면 지금 마교장에게로 내려가 그의 잠자리 상대가 될지도 모르는 유혹에 노출되느냐.
숙은 자신의 머리 속이 백짓장처럼 하얘진 것을 느꼈다. 한선생을 따르면 당장 오늘 오후에 그가 원하는 대로 끌려다니게 된
다. 차라리... 마교장의 쪽에 설까? 안돼, 그것도 안돼. 한선생보다도 더 그녀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마교
장, 한선생도 저 정도인데 그라면 - 더한 것을 요구할 것이다. 아마 평생 그녀를 돈의 노예로 만들어 별 짓을 다 시킬 것이다.
거기에 은과도 마찰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이치, 그럼 한선생을 믿을까? 하지만 그도 설레설레 흔들어지는 고개였다. 그 변태 같은 작자에
게 뒤쪽을 맡기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아 -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단지 그녀의 입술만이 아프게 거듭 깨물어졌다.

<8>

희는 너무나 당황하여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뛰다시피 계단을 내려왔다.
설마 그럴 줄은... 숙 언니가 그럴 줄은 - 사실이었다. 은이야 한선생과의 대화로 확인했었지만, 희로서는 처음 그 확실한 상황을 목격
했던 것이다.처음에는 숙의 말을 믿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의 벌개졌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가뜩이나 지난 주에 화장실에서 쓰러졌
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래서 희는 걱정된 마음에 돌아가 본 것이었다.그냥 무작정 문을 열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사실, 연습
곡을 친다던 숙인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방음이 되었다 해도, 문 앞에 바로 서있는데 들리지 않을 리는 없다.
그래서 들여다 본 것이다. 만약에 뭔가에 열중한 상태라면 모르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 기절이라도?
아니었다. 기절할 정도로 놀란 것은 오히려 희, 그녀였다.숙은 분명 등 뒤의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돌아 보는 얼
굴은 뭔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로... 그리고, 그리고 -희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불쑥, 숙 언니의 뒤에서 나타난
얼굴, 그 얼굴을 보는 그 순간.한선생이었다. 그리고 그가 한선생이라는 사실을 안 그 찰라, 그녀는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콩닥거리며 복도를 달렸다. 비로소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숙은 분명 엉거주춤 피아노 앞에 서있었고, 한선생은 그 뒤에 앉아 있었을 테니 - 무슨 일이 있었겠는가? 아니, 그 둘이서 무슨 짓을 벌
이고 있었겠는가?달아오른 표정이 분명했던 그녀, 말까지 더듬거리며 가쁜 어투였던
그녀,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거짓말. 게다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한선생 그는 손을 닦고 있었다!
세상에, 밝은 대낮에 학교 안에서... 희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선생은 교무실로 돌아와 서랍을 열었다. 하얀 봉투 하나를 끄집어낸 그는, 회심의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번 무너졌던 여자가 그 다음에도 무너지기는 쉽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현재로서는 자기 쪽이 더 확실한 끗발을 쥐고 있는 것이다.
호텔방의 사진 - 그것은 마교장도 모르는 일이다. 교사 임용, 돈, 협박... 그것 외에 자신은 하나의 무기, 그것도 숙으로서는 꼼짝달싹
못할,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흐흥, 남자친구라고? 애인이 있다고? 그럼 더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자신과 함께 호텔을 들락거린 증거가 있다, 그걸 남자 쪽에 들이대겠다, 그러면 끝나는 것이다.
내가 그 기집애를 지켜 줘? 뭐 하러?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감히 숙이 그년은 절대로 교장실을 들락거리지 못할 것이다. 내게로 올 것이다 -
봉투 안을 수표로 채운 뒤, 한선생은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마교장이 이 돈을 순순히 받지도 않을 테니까, 딱 그 액수를
맞출 필요도 없다. 그저 흉내만 내면 되는 것이고... 흥정은 이 봉투를 걸고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미끼로 아무도 모르는 흉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교장의 입맛도 맞추고, 숙에게도 생색을 낼, 그런 계산이 그의 음흉한
머리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짐짓, 헛기침을 터뜨리며 그는 교장실로 향했다.운동장의 구석. 여기저기서 낑깅거리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자식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선생님이 그런 실수를 하면...주먹을 쥐고 엎드려 뻗친 학생들 사이를 거닐며, 권은 내키지 않는
일장훈시를 늘어놔야 했다. 한 손에는 몽둥이를 들었지만, 진작에 쓰지 않기로 마음 먹은 차.-실수를 하시더라도...이 대목에서 막히는 그.
실수, 실수라... 나 같으면 어쩔까? 그 쫙 빠진 몸매의 여선생이 바로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다면 - 나도 은근히 눈이 돌아갈 텐데.
사실 그런 실수야 남자로서 오히려 바라 마지 않는 것 아닌가.어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어쩔 도리가 없다. 선생님은 선생님, 자기 또한 선생이니. -잠자코 고개를 돌리고 못 본 척하는 게 예의 아니냐, 이 놈들아!
글쎄다. 권 스스로도 이건 자신 없는 얘기다. 하여간 그 자신 없음을 감추기 위해 그는 한층 버럭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그걸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훔쳐 봐? 에라, 이... 미술선생님이 얼마나 놀랬겠냐! 안 그래? 대답해!
예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다음부턴 여선생님이 아무리 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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