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2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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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교장실의 소파 위, 영의 정사 ①
<1>
일방적으로, 한선생은 통보를 마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숙의 머리속에서 분노
가 일었다. 무슨 말이야, 일방적으로 기다리라니... 내가 왜 그 사람 말을 들어
야 하지? 자기가 뭔데...? 기가 막혔다. 한선생은 그저께 밤의 일, 숙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한 번의 실수라 할 수 있는 사건을 가지고 마치 자기가 언제건
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아무리... 그에게 약점을 잡혔더라도, 그 한선생이라
는 자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건 아니야 - 숙은 그렇게 이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 날의 사건은 그저 술 마신 김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
다. 자기 주변에서도, 또 대학시절에도, 그런 사건 - 남자 쪽의 실수건, 여자 쪽
의 실수건 - 은 어느 정도 있었다. 비록 그 당시 당사자가 그녀 자신은 아니었다
고 해도 가끔씩 그런 소문들은 들려오거나 했었다.
괜찮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돼. 비록 상대가 유부남이긴 했지만, 그건... 그
냥 그럴 수도 있는 일 중의 하나야. 그리고 이번엔 내가 그걸 경험한 거야. 운
이, 운이 나빴던 거야.
숙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인적 없던 교무실의
미닫이 문이 벌컥 열렸다. 그녀가 눈을 들고 보자, 들어서고 있는 것은 희였다.
-어머, 숙 선생님, 수업 없으세요?
희는 조회 전의 모습처럼, 깔끔하고 발랄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숙은 왠지 자기만이 심각한 고민을 하고있는 것 같은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래,
그날 밤은 그날 밤이고 - 지금 희와 나는 분명 교무실, 직업 상의 관계잖아...?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예... 난 이따가 3교시부터에요.
-그러세요, 전 2교시부턴데... 지도서를 놔두고 가서...
그러나 책상 위를 뒤져 지도서를 집어든 희는, 나가지 않고 문득 돌아서더니 털
썩, 숙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예기치 않은 그녀의 행동에 숙은
다소 놀란 눈초리로 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교무실 안 주위에 사람
들이 없는 것을 살피고는 은근히 눈웃음을 치며 숙에게로 허리를 구부렸다.
-얼마 받았어요, 언니?
흠칫, 숙은 놀랐다. 희 그녀는, 자기가 교장실로 불려갈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저희는요, 은 언니랑은, 석 장씩 받았거든요. 물론 교육관님한테 저는 더받았지
만.
숙은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얼굴이 달아 올랐다. 희는 마치 돈 받은 것을 누구한
테 용돈이라도 받은 양 자랑하고 있다니 -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그런 걸 어, 어떻게...
-괜찮아요, 언니. 은이 언니랑도 다 아는데...
이건 또 무슨 얘긴가. 그렇다면 교장실로 불려가 이렇게 수표를 챙기는 것이 그
녀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란 것 아닌가.
-있잖아요, 은 언니랑 이따가 옷구경 하러 갈 꺼거든요. 숙 언니도 같이 안갈래
요?
기가 막혔다. 돈을 받은 게 언제라고, 그녀들은 그 돈을 거리낌 없이 쓰려 한다
니. 그녀는 현기증에 이마를 짚고 책상위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야... 나, 난 약속이... 있어.
-어머, 누구요? 남자친구?
숙은 두통까지 생기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희는 지금 태연스럽게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하고있는 것이다. 숙은 어지러운 한숨을 쉬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
다. 약속... 있다면 한선생과의 약속아닌 약속이 있지만, 그걸 희에게 함부로 말
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러는 희는... 있어, 남자친구...?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후훗, 있긴 있어요. 대학 때 만난...
어이가 없어 올려다 보는 숙에게, 희는 배시시, 부끄러운 웃음마저 짓고 있었다.
맙소사, 남자친구까지 있다면서 - 그제의 그런 행동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말
문이 막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교육관의 손아귀에 거리낌 없이 속살을 내맡기
던 희의 모습과, 누구일지는 모르나 남자친구의 품에서 즐거워할 희의 모습이 번
갈아 교차되었다.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 말이 숙의 입에서 튀어나올 뻔 했다. 그만 두자.
어차피 희에겐 그런 것들이 일상화된 생활일지도 모르니까.
-은이 언니도 애인 있어요. 서로 잘되면 결혼할 것 같던데.
숙은 너무나 생각이 복잡해져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물론, 한창 나이의 그녀들에게 애인 따위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은 은이나 희, 그녀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기나 할까?
-어머, 쫌 있으면 2교시네, 가봐야겠다. 언니, 그럼 데이트 잘해요!
그녀의 책상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희는 서둘러 교무실 문을 나서려했다. 순간
숙은, 이 이야기는 해야겠어, 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 잠깐, 희!
어두컴컴한 교장실 안의 긴 쇼파. 마교장은 그 위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 있었다. 쇼파... 교장실의 쇼파는 여느 것보다는 사뭇 달랐다. 엉덩이를 걸
치는 부분이 깊숙히 들어가 있어, 마교장같은 말상의 사내가 앉아도 푹 파묻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반 침대라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 옆 테이블에서, 영은 마치 개인비서인 마냥 차를 타고 있었다.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탄 그녀는 얼른 찻잔을 테이블 위로 가져다놓고 마교장의 옆에 착 달라붙
듯 앉았다. 마교장은, 스스럼 없이 그녀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아까 그 강사 여선생, 뭐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그녀가 물었다. 마교장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누, 누구?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전히 영은 지나가는 말투로 추궁했다.
-방금 전에요. 요 앞에서 마주쳤는데.
-으, 응... 봤어? 아니야... 심부름 시킨 게 있어서...
콧날이 오똑한 미인 스타일이긴 해도 왠지 차갑게 날카로운 인상의 영은, 살포시
눈을 흘겼다.
-무슨 심부름요? 봉투 심부름?
제길, 바보같은 년. 아마도 봉투 받은 것을 이 계집애한테 들킨 모양이군, 곤란
한데 - 마교장은 영의 예봉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돌렸다.
-아냐... 왜, 내가 영이 대신 딴 여자 궁둥이라도 만질까 그래?
핏, 영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 앉았다.
-누가 알아요, 저도 다음 달이면 시집가는데?
마교장의 손이, 뒤쪽에서 영의 엉덩이께로 더듬어 올라갔다.
-허허, 왜그래, 영이? 내가 영이 시집갈 때 부주금은 크게 쓴댔잖아?
정교사의 신분 탓일까. 다소 타이트한 투피스 정장의 감색치마자락을, 슬그머니
마교장의 손이 걷어 올리고 있었다. 영은, 겉으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굳이 그
의 손길을 막고 있지는 않았다.
-누가 알아요? 그래 놓구서 저 짤라버릴 지?
-어허... 누가 영이를 짜르나, 내가 가만 있는데...
그랬다. 이런 조그만 사립학교에서는 원래 여교사가 결혼을 하게되면 스스로 사
표를 내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그렇기에, 약싹빠른 영은, 마교장과의 관계
를 통해 시집간 후에도 자기 자리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었다. 누가 니 속셈을 모
를 줄 아나? 앙큼한 년... 그래, 니 년이 유부녀 됐을 때에도 이러는지 보자 -
흐흐... 남의 떡까지 먹어볼 기회를 내가 놓칠 성 싶냐? 마교장은, 그녀의 속셈
을 알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멋, 아항, 아, 아침부터 왜이러실까...
마교장의 손이, 영의 타이트스커트 자락을 완전히 뒤집어 끌어올린 채 그녀의 허
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잉... 나 오늘 준비 안했단 말에요...
언젠가의 숙처럼, 허벅지중간까지만 걸쳐진 밴드스타킹 위, 그의 손이 더듬고 올
라와 영의 하얀 색 레이스팬티에 도달하고 있었다.
<숙의 하루> 교장실의 소파 위, 영의 정사 ②
<2>
-예, 왜요?
숙은, 다시 한번 망설였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무슨 얘기요?
희는, 스스럼 없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숙은 재차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
하고는 슬그머니 서랍 속에서 마교장에게서 받은 봉투를 끄집어냈다.
-이, 이것 때문에...
-어머나, 아까 교장 선생님한테 받은 건가 보네요?
숙은 대답없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는 무의식 중에 그녀의 봉투 안
을 보기 위해 집어들었다. 숙은 그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실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의아한 눈초리로 희가 그녀를 쳐다 보았다. 숙은 한번 더 쉼호흡을 하고는 조심
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저께... 희랑 은이는... 얼마 받았다고 했지?
-응, 그러니까... 그 전날 석장씩 받았어요.
숙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희는 교육관에게 따로 받았다고 해도... 아무래도 그녀
가 받은 것이 그녀들보다는 분명히 많았다.
-그, 그럼... 원래 처음 그런 곳에 가면... 더 많이... 받았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희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아뇨? 어머, 언닌 더 받았어요?
그랬구나. 그렇다면, 이게 어찌된 영문이지? 숙은 문득 걷잡을 수 없는 의혹이
피어났다.
-으, 응... 훨씬 더 많이...
-어머머, 그래요? 정말이에요?
희 역시도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그랬다. 교육관이나 마교장 자신을 모신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것도 한선생이 아닌 교장이 숙에게 더 많은 돈을 주다니?
-워, 원래는 어땠는데...?
-글쎄요, 은 언니는 처음에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저도 어쩌다 은이 언니 따
라서 그런 데 가기 시작한 거거든요... 이상하네, 전 처음엔 돈도 안받고 그냥
사회생활이 다 그렇고 그런 줄 알고... 그러다 나중에 용돈하라며 주시던데...
그럼 무얼까. 그렇다면, 숙이는 왜 처음부터 거액의 대우를 받는 것일까. 갑자
기, 그런 숙의 용모를 찬찬히 살피던 희가 손뼉을 찰싹쳤다.
-아하...! 알았다!
알겠다니, 뭘? 의심쩍은 숙에게 희의 말은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다.
-맞아요, 언니랑 2차 가자는 걸 꺼야...!
-2차? 무슨 2차?
희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2차요, 교장 선생님이 언제 숙이 언니랑 따로 만나고 싶은 가봐요...!
따로 만나고 싶다고? 서, 설마 이 말은...! 숙은 머리속이 다시금 핑도는 느낌이
었다. 설마... 이 말이 짐작은 가지만...! 그런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냈는
지, 희가 재빨리 설명했다.
-걱정 말아요, 언니. 전에 나한테도 넌지시 그러던 걸 뭘... 그리구, 그런 여선
생님들 한둘이 아녀요... 영 선생님인가, 그 국어 선생님하구도 교장님 그렇구
그런데... 언니도 알잖아요?
이럴 수가... 숙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거였
구나, 나중에 내게 부탁한다고 한 것이...! 하지만 한선생도 모자라, 마교장,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자고 싶다고...? 앉아있는 의자에서도 기절해 떨어질 것 같았
다.
-흐음... 그래도 난 한선생님이면 몰라도... 교장 선생님은 그렇던데...
숙의 머리속에, 좀 전에 교장실 입구에서 영과 마주친 일이 당장 떠올랐다. 영
선생님, 그 여자와 마교장의 사이가 사실이라니,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지금 내
가 그런 교장의 수작에 걸려든 것이라니!
-하앗... 버, 벌써부터...
등 뒤로 마교장의 품에 안긴 채, 끌어올려진 치마 속을 영은 온전히 마교장의 손
에 내맡기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도 거리끼는 기색 없이 심지어 그의 손이 수월
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벅지 사이마저 벌려주고 있었다.
-아흥, 모, 몰라요... 낼 모레면 난 시집가는데...!
-허헛, 걱정 말라구... 내 다 섭섭치 않게 해줄테니...
마교장의 손이 영의 허벅지사이를 타고 올라와 그녀의 하얀 팬티의 레이스를 젖
히며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뽀얀 영의 하복부 아래로
사라졌다.
-어머머... 처, 천천히 해요... 핫, 아핫...!
그러나 그녀의 말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선 헐떡거리는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숫
제 영은 등뒤로 팔을 돌려 마교장의 바지춤을 더듬고 있었다.
-아흑, 부, 불편해요... 조, 조금만...
-그래, 그럼 이렇게...
어느새 그의 무릎 위에 앉혀져 신음하는 자세의 영이 불편을 호소하자, 마교장은
냉큼 그녀를 번쩍 들어 자기가 앉아있던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혔다.
-호호, 교장님 왜 이렇게 서둘러요... 뭐 캥기시는 것 있나봐. 어머나, 아항...
마교장은 씩씩거리며 자기 행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어린 아기의 기저
귀를 갈아 주듯이 영의 다리를 들어올리고는 허벅지사이에서 그녀의 팬티를 끌어
올려 벗겨냈다. 그런 마교장의 행동을 스스럼 없이 벌려진 자기의 아랫배사이로
내려다보며, 영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호홋, 정력도 좋으셔, 아침부터... 어머머, 아핫...
그러나 그런 영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그녀의 남김없이 드러난 허벅지 사
이 하복부로 마교장의 얼굴이 밀어 붙여지고 있었다. 야릇한 흡착음이 영의 들어
올려진 엉덩이 사이에서 새어나옴과 동시에, 영의 가쁜 교성이 교장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흑, 난 몰라, 교장 선생님, 아하악...
-안돼요, 그러지 말아요, 언니! 큰일나요!
한편 교무실의 복도에서는, 숙의 결연한 의지를 막기 위해 희가 그녀의 팔을 붙
들고 말리고 있었다. 그녀는, 희에게서 마교장의 마수를 전해 듣자마자, 수표들
을 봉투째 돌려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언니, 그럼 기분 나빠하실 거에요, 그냥, 나중에 살짝 피하면 되잖아요...!
희는 아예 자기 일인 것처럼 그녀의 팔뚝을 붙잡고 애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숙은 고개를 돌리고,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시선을 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마, 희. 내가 알아서 할께. 이건 희랑 관계없는 일이잖아... 너한테 피해주
지는 않을께, 아까 얘기, 못들은 걸로 하구...
-그래도요, 숙 선생님, 그럼 저희도 같이 욕먹어요... 어쩌시려고 그래요...
그 때 마침, 복도 끝에서 1교시 수업이 끝났는지 우르르 학생들과 다른 선생들이
나타났다. 동시에 그들을 발견한 희는 어쩔 수 없이 숙의 팔을 슬그머니 놓는 수
밖에 없었다. 기회를 맞은 숙은 최대한 침착하게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럼 수업 들어 가세요. 과학 선생님, 이따 뵐께요!
돌연 차갑게 쏘아 붙이는 그녀를 보며, 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숙 선생님...
도대체 어쩌려고...
<숙의 하루> 교장실의 소파 위, 영의 정사 ③
<3>
영이 자지러질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마교장은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려졌던 그녀
의 허벅지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한번에 번쩍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올리고는
자세를 바꾸어 돌아서게 만들었다. 영은 스스로 소파의 등받이를 붙잡고 엉덩이
를 높이 들어 올렸다. 마교장은 일어서서 서둘러 자신의 허리춤을 끌렀다. 양복
바지가 한꺼번에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려 그의 발목께에서 짓이겨졌다.
-아흑, 교, 교장 선생님...
미처 팬티도 벗을 새 없이 다급하게 무릎께까지 끌어내린 마교장은, 양손으로 통
통한 영의 둔부를 쥐고 끌어당겼다.
-어맛, 하아악...
금새, 그의 손에 단단하게 쥐어진 영의 엉덩이 뒤로 마교장의 시커먼 하복부가
철썩철썩 부딪치기 시작했다.
숙은, 교장실의 문에 노크를 하는데도 응답이 없자, 살그머니 문을 밀고 들어갔
다. 이상하게도, 일종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조그만 사무실 안에는 있어야할 서
무과 여직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디갔지? 그냥 있다가 다시 올까? 망설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따가 3교시 이후로는 오후까지 수업이 내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퇴근 전까지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직접 교장실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당당하게 부딪쳐 보는 거야 - 똑똑, 숙은 교장실로 통하는 방음문을 조용
히 노크했다.
-엄마, 엄마, 아흥, 아흥...
마교장의 허리가 자신의 엉덩이사이로 왕복하며 들이밀어질 때마다, 영은 소파
등받이를 간신히 붙들고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고 있었다.
-헉, 헉... 아후... 이, 이젠 영이 니가 좀 해봐...
다소 격렬했는지, 마교장이 허리를 멈추고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자 마
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영이 땀이 배이도록 소파를 쥐고는 재빨리 자신의 엉덩
이 뒤쪽을 그의 하복부에 쿵쿵대며 부대끼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피스톤처럼
움직이는 영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한숨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아흑, 난 몰라, 아흑, 아흑...
숙은 교장실안에서 응답이 없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노크를 했지
만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손잡이를 돌리니, 살짜기 돌아갔다. 그래, 차라리 잘됐
어... 조용히 놓고 나오자. 그 때, 살며시 열린 문틈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학, 학, 아학...
-어흑, 그, 그래... 조, 좋군...
무슨 소리지? 숙은 이상한 느낌에 살며시 귓가를 문틈에 대어 보았다.
-엄마, 나 죽어, 미, 미치겠어, 아흑...
-조, 조금더, 그, 그렇게, 여, 영이...!
세상에! 숙은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엿듣는 이 소리는 - 틀림없이 정사에 열중
한 남녀의 교성이었던 것이다. 어머나, 이, 이건! 비록 그녀의 경험이 아무리 쑥
맥이라 할지라도, 알 것 다아는 성인이라면 충분히 낯을 붉힐 수 밖에 없는, 그
런 소리가 다름아닌 교장실 안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떡하지? 문손잡이를 잡은 숙의 손가락이 떨리며, 자신도 모르게 귀밑까지
얼굴이 달아 오르고 있었다. 그래, 영, 영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저 안에 있는
것은 - 문고리를 쥔 손에 땀이 났다. 아, 안돼. 다, 닫고 나가야 해...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녀의 눈과 귀는 벌려진 문틈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아아! 문틈으로 희미하게 비치는 것은, 먼저 남자의 뒷모습, 벗겨진 대머리, 틀
림없는 마교장이었다. 그는 자기 허리 앞쪽의 무언가를 두 손으로 쥔 채,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드러난 등 뒤, 아니 드러난 허리 아래로는 바지가
발목께까지 흘러내려 구겨지고 있었고, 무릎 정도에 끌어내려진 팬티가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와이셔츠 아래로 드러난 것은... 시커먼 중년사내의
엉덩이와 사타구니 뒤쪽이었던 것이다. 그 엉덩이가, 열심히 앞뒤로 움직이고 있
었다.
숙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저, 저럴 수가! 분명 어두운 교장실 안이지
만, 아직 훤한 대낮에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은 그녀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엉겁결에 한손으로 입술을 틀어 막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격렬한 정사에
몰입한 나머지, 숙의 노크소리 따위는 듣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소파가 문쪽
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그들 두 사람은 모두 그녀 쪽에 등을 돌리고 있는 자세였
다.
그, 그렇다면... 저, 저 여자는 - 영, 다음 달에 결혼 날짜까지 잡아뒀다는 여선
생 중 제일의 미모인 국어 선생님, 그녀임에 틀림 없었다. 소파 위로 버틴 무릎
과, 마교장의 가랑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허연 엉덩이. 그것의 주인은 틀림
없이 그녀였다. 그 와중에도 마교장의 뒤로 드러난 허리와 엉덩이는 열심히 움직
이고 있었고, 그 때마다 영의 엉덩이도 흔들리듯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의 위태
롭게 짚은 종아리의 끝에는, 반쯤 벗겨진 그녀의 구두가 발끝에 걸려져 그들의
운동에 따라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숙은,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직접 보게된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적나
라한 소리와 함께 바로 코앞에서 목격하게 될 줄은...!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이
떨리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어흑, 여, 영이 가, 간다...!
-아학, 서, 선생님, 선생니임...!
앗,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숙은 그들의 단말마적인 신음소리에 꿈에서 깨
어나듯 그제서야 화들짝 놀랐다. 행여 그들에게 자기가 훔쳐보고 있었음을 들키
기라도 하는 날엔, 엄청난 낭패였다. 그녀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간신히 교장실의
문을 다시 닫았다. 금방이라도 들킬 것만 같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간신히 문을 도로 닫고, 그녀는 도망치듯 서둘러 교장실을 빠져 나왔다. 다행이
었다. 복도를 둘러보니 그녀가 교장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본 것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럴 수가... 다른 사람의
정사 장면을 몰래 보고 말다니... 그녀는 머리속이 어지럽게 현기증이 나는 것만
같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도리질쳤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려 할수록,
마치 영화장면처럼 생생하게 머리속으로 장면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려지고 있었
다.
헐떡이던 교성, 가쁜 신음소리... 연신 움직여대던 마교장의 허리, 흔들거리던
영의 엉덩이 - 이 모든 것이 박힌 듯이 그녀의 머리속에서 각인되었다. 어느새,
마주진 두 손이 그녀의 치마 위로 하복부를 세게 내리 누르고 있었다. 아아...
이러면 안돼... 숙은 불과 이틀 전에 느꼈던 불가항력의 감정에 몸서리를 치듯이
다시금 흥분하고 있었다.
치마 위로 아랫배를 압박하는 두 손이 금방이라도 치마 속으로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귀 밑까지 달아오른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그 때였다. 우히히, 킥킥킥... 주변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깜짝놀라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뿔사! 그녀가 멋도 모르고 도망쳐 들어온 곳은 남자화장
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직원화장실이 아닌, 다름아닌 학생들 화장실이었던 것
이다.
어느새 2교시도 끝이 났는지, 몇녀석은 화장실에 막 들어오려다 숙을 보고는 머
뭇거리고 있었고 한두 남학생은 천연덕스럽게도 여선생님이 바로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쏴아, 하며 물줄기를 나 보란듯이 내갈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놈들은 무슨 야릇한 쾌감이라도 느끼는지, 그녀 바로 곁에서 서슴없이 바지춤을
끄르고는 등 뒤로 그녀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내가 또 실수를! 그녀는 너무나도 황당한 자기 모습에 금방 얼굴이 빨개
져왔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등 뒤로 와하하,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수근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떡해, 정말... 거울사건이 바로 엊그제 웃음거리가 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
숙은 자신의 연이은 실수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교장실의 정사장면을 훔쳐 본 것
은 그렇다고 치고, 화장실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또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
가. 더군다나 야릇한 감정에 묘한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었는데...
마치 자위행위라도 들킨 심정이었다. 아니, 사실이 그랬다. 짖궂은 남학생들은
그녀를 보고서 - 남학생 화장실에서 자위하는 여선생 - 쯤으로 소문을 낼지도 모
르는 것이었다. 당장 복도에서 마주치는 모든 학생들이 그녀를 그런 눈초리로 쳐
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그녀의 하루 수업은 엉망이었다.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쳐도 음이 틀리기
일쑤였고,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마주친 남학생 녀석이라도 있을까봐 내내 칠판에
등을 돌린 채로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마교장에게 돈봉투를 돌려주
기로 한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퇴근하기 위한 종례시간까지도, 그런 탓에 그녀는 거의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
았다. 교무실 맞은 편 책상의 희마저도, 수표들이 어떻게 됐느냐는 말을 물어오
지 않았다. 아마도 숙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레짐
작을 하는 모양이었다. 결과가 어쩐지는 몰라도, 한바탕했을 꺼야 - 희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쪼르르, 은에게로 달려가
더니 히히덕거리며 퇴근해 버렸다. 오전의 말처럼, 옷을 사러가는 모양이었다.
숙은 너무나 넋이 나간 상태로 다시금 텅빈 교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수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는 화장실 사건으로 인한 수치심과, 그보다 더
큰 비밀, 소문으로만 알았던 영 선생과 마교장의 육체관계 - 그것으로 인해 머리
속이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는 그 직접적인 목격자가 되어버린 것이고, 게다가 바로 그 마교장은 이제
숙 자기에게까지 흑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늦게 교문을 나서는 동안에도, 숙은 너무나 피곤한 하루의 사건들로 인해 엄청
난 압박감을 느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 역으로 걷는 동안
에도 혼란스러움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였다. 빵빵, 하고 그녀의 등 뒤에서 요란한 클랙션 소리가 울렸다. 놀라 돌
아보는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한선생과 그의 자가용이었다. 한선생은
차창을 반쯤 내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것 봐, 숙이! 왜 이렇게 늦었어? 내가 교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잖아...!
<1>
일방적으로, 한선생은 통보를 마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숙의 머리속에서 분노
가 일었다. 무슨 말이야, 일방적으로 기다리라니... 내가 왜 그 사람 말을 들어
야 하지? 자기가 뭔데...? 기가 막혔다. 한선생은 그저께 밤의 일, 숙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한 번의 실수라 할 수 있는 사건을 가지고 마치 자기가 언제건
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아무리... 그에게 약점을 잡혔더라도, 그 한선생이라
는 자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건 아니야 - 숙은 그렇게 이를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 날의 사건은 그저 술 마신 김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
다. 자기 주변에서도, 또 대학시절에도, 그런 사건 - 남자 쪽의 실수건, 여자 쪽
의 실수건 - 은 어느 정도 있었다. 비록 그 당시 당사자가 그녀 자신은 아니었다
고 해도 가끔씩 그런 소문들은 들려오거나 했었다.
괜찮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돼. 비록 상대가 유부남이긴 했지만, 그건... 그
냥 그럴 수도 있는 일 중의 하나야. 그리고 이번엔 내가 그걸 경험한 거야. 운
이, 운이 나빴던 거야.
숙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갑자기 인적 없던 교무실의
미닫이 문이 벌컥 열렸다. 그녀가 눈을 들고 보자, 들어서고 있는 것은 희였다.
-어머, 숙 선생님, 수업 없으세요?
희는 조회 전의 모습처럼, 깔끔하고 발랄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숙은 왠지 자기만이 심각한 고민을 하고있는 것 같은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래,
그날 밤은 그날 밤이고 - 지금 희와 나는 분명 교무실, 직업 상의 관계잖아...?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예... 난 이따가 3교시부터에요.
-그러세요, 전 2교시부턴데... 지도서를 놔두고 가서...
그러나 책상 위를 뒤져 지도서를 집어든 희는, 나가지 않고 문득 돌아서더니 털
썩, 숙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예기치 않은 그녀의 행동에 숙은
다소 놀란 눈초리로 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교무실 안 주위에 사람
들이 없는 것을 살피고는 은근히 눈웃음을 치며 숙에게로 허리를 구부렸다.
-얼마 받았어요, 언니?
흠칫, 숙은 놀랐다. 희 그녀는, 자기가 교장실로 불려갈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저희는요, 은 언니랑은, 석 장씩 받았거든요. 물론 교육관님한테 저는 더받았지
만.
숙은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얼굴이 달아 올랐다. 희는 마치 돈 받은 것을 누구한
테 용돈이라도 받은 양 자랑하고 있다니 -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그런 걸 어, 어떻게...
-괜찮아요, 언니. 은이 언니랑도 다 아는데...
이건 또 무슨 얘긴가. 그렇다면 교장실로 불려가 이렇게 수표를 챙기는 것이 그
녀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란 것 아닌가.
-있잖아요, 은 언니랑 이따가 옷구경 하러 갈 꺼거든요. 숙 언니도 같이 안갈래
요?
기가 막혔다. 돈을 받은 게 언제라고, 그녀들은 그 돈을 거리낌 없이 쓰려 한다
니. 그녀는 현기증에 이마를 짚고 책상위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야... 나, 난 약속이... 있어.
-어머, 누구요? 남자친구?
숙은 두통까지 생기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희는 지금 태연스럽게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하고있는 것이다. 숙은 어지러운 한숨을 쉬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
다. 약속... 있다면 한선생과의 약속아닌 약속이 있지만, 그걸 희에게 함부로 말
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러는 희는... 있어, 남자친구...?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후훗, 있긴 있어요. 대학 때 만난...
어이가 없어 올려다 보는 숙에게, 희는 배시시, 부끄러운 웃음마저 짓고 있었다.
맙소사, 남자친구까지 있다면서 - 그제의 그런 행동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말
문이 막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교육관의 손아귀에 거리낌 없이 속살을 내맡기
던 희의 모습과, 누구일지는 모르나 남자친구의 품에서 즐거워할 희의 모습이 번
갈아 교차되었다.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는 말이 숙의 입에서 튀어나올 뻔 했다. 그만 두자.
어차피 희에겐 그런 것들이 일상화된 생활일지도 모르니까.
-은이 언니도 애인 있어요. 서로 잘되면 결혼할 것 같던데.
숙은 너무나 생각이 복잡해져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물론, 한창 나이의 그녀들에게 애인 따위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은 은이나 희, 그녀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기나 할까?
-어머, 쫌 있으면 2교시네, 가봐야겠다. 언니, 그럼 데이트 잘해요!
그녀의 책상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희는 서둘러 교무실 문을 나서려했다. 순간
숙은, 이 이야기는 해야겠어, 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저, 잠깐, 희!
어두컴컴한 교장실 안의 긴 쇼파. 마교장은 그 위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 있었다. 쇼파... 교장실의 쇼파는 여느 것보다는 사뭇 달랐다. 엉덩이를 걸
치는 부분이 깊숙히 들어가 있어, 마교장같은 말상의 사내가 앉아도 푹 파묻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반 침대라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 옆 테이블에서, 영은 마치 개인비서인 마냥 차를 타고 있었다.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탄 그녀는 얼른 찻잔을 테이블 위로 가져다놓고 마교장의 옆에 착 달라붙
듯 앉았다. 마교장은, 스스럼 없이 그녀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아까 그 강사 여선생, 뭐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그녀가 물었다. 마교장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누, 누구?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전히 영은 지나가는 말투로 추궁했다.
-방금 전에요. 요 앞에서 마주쳤는데.
-으, 응... 봤어? 아니야... 심부름 시킨 게 있어서...
콧날이 오똑한 미인 스타일이긴 해도 왠지 차갑게 날카로운 인상의 영은, 살포시
눈을 흘겼다.
-무슨 심부름요? 봉투 심부름?
제길, 바보같은 년. 아마도 봉투 받은 것을 이 계집애한테 들킨 모양이군, 곤란
한데 - 마교장은 영의 예봉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돌렸다.
-아냐... 왜, 내가 영이 대신 딴 여자 궁둥이라도 만질까 그래?
핏, 영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 앉았다.
-누가 알아요, 저도 다음 달이면 시집가는데?
마교장의 손이, 뒤쪽에서 영의 엉덩이께로 더듬어 올라갔다.
-허허, 왜그래, 영이? 내가 영이 시집갈 때 부주금은 크게 쓴댔잖아?
정교사의 신분 탓일까. 다소 타이트한 투피스 정장의 감색치마자락을, 슬그머니
마교장의 손이 걷어 올리고 있었다. 영은, 겉으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굳이 그
의 손길을 막고 있지는 않았다.
-누가 알아요? 그래 놓구서 저 짤라버릴 지?
-어허... 누가 영이를 짜르나, 내가 가만 있는데...
그랬다. 이런 조그만 사립학교에서는 원래 여교사가 결혼을 하게되면 스스로 사
표를 내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그렇기에, 약싹빠른 영은, 마교장과의 관계
를 통해 시집간 후에도 자기 자리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었다. 누가 니 속셈을 모
를 줄 아나? 앙큼한 년... 그래, 니 년이 유부녀 됐을 때에도 이러는지 보자 -
흐흐... 남의 떡까지 먹어볼 기회를 내가 놓칠 성 싶냐? 마교장은, 그녀의 속셈
을 알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멋, 아항, 아, 아침부터 왜이러실까...
마교장의 손이, 영의 타이트스커트 자락을 완전히 뒤집어 끌어올린 채 그녀의 허
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잉... 나 오늘 준비 안했단 말에요...
언젠가의 숙처럼, 허벅지중간까지만 걸쳐진 밴드스타킹 위, 그의 손이 더듬고 올
라와 영의 하얀 색 레이스팬티에 도달하고 있었다.
<숙의 하루> 교장실의 소파 위, 영의 정사 ②
<2>
-예, 왜요?
숙은, 다시 한번 망설였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무슨 얘기요?
희는, 스스럼 없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숙은 재차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
하고는 슬그머니 서랍 속에서 마교장에게서 받은 봉투를 끄집어냈다.
-이, 이것 때문에...
-어머나, 아까 교장 선생님한테 받은 건가 보네요?
숙은 대답없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는 무의식 중에 그녀의 봉투 안
을 보기 위해 집어들었다. 숙은 그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실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의아한 눈초리로 희가 그녀를 쳐다 보았다. 숙은 한번 더 쉼호흡을 하고는 조심
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저께... 희랑 은이는... 얼마 받았다고 했지?
-응, 그러니까... 그 전날 석장씩 받았어요.
숙의 입술이 깨물어졌다. 희는 교육관에게 따로 받았다고 해도... 아무래도 그녀
가 받은 것이 그녀들보다는 분명히 많았다.
-그, 그럼... 원래 처음 그런 곳에 가면... 더 많이... 받았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희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아뇨? 어머, 언닌 더 받았어요?
그랬구나. 그렇다면, 이게 어찌된 영문이지? 숙은 문득 걷잡을 수 없는 의혹이
피어났다.
-으, 응... 훨씬 더 많이...
-어머머, 그래요? 정말이에요?
희 역시도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그랬다. 교육관이나 마교장 자신을 모신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것도 한선생이 아닌 교장이 숙에게 더 많은 돈을 주다니?
-워, 원래는 어땠는데...?
-글쎄요, 은 언니는 처음에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저도 어쩌다 은이 언니 따
라서 그런 데 가기 시작한 거거든요... 이상하네, 전 처음엔 돈도 안받고 그냥
사회생활이 다 그렇고 그런 줄 알고... 그러다 나중에 용돈하라며 주시던데...
그럼 무얼까. 그렇다면, 숙이는 왜 처음부터 거액의 대우를 받는 것일까. 갑자
기, 그런 숙의 용모를 찬찬히 살피던 희가 손뼉을 찰싹쳤다.
-아하...! 알았다!
알겠다니, 뭘? 의심쩍은 숙에게 희의 말은 놀라 까무러칠 정도였다.
-맞아요, 언니랑 2차 가자는 걸 꺼야...!
-2차? 무슨 2차?
희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2차요, 교장 선생님이 언제 숙이 언니랑 따로 만나고 싶은 가봐요...!
따로 만나고 싶다고? 서, 설마 이 말은...! 숙은 머리속이 다시금 핑도는 느낌이
었다. 설마... 이 말이 짐작은 가지만...! 그런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냈는
지, 희가 재빨리 설명했다.
-걱정 말아요, 언니. 전에 나한테도 넌지시 그러던 걸 뭘... 그리구, 그런 여선
생님들 한둘이 아녀요... 영 선생님인가, 그 국어 선생님하구도 교장님 그렇구
그런데... 언니도 알잖아요?
이럴 수가... 숙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거였
구나, 나중에 내게 부탁한다고 한 것이...! 하지만 한선생도 모자라, 마교장, 그
사람도 나와 같이 자고 싶다고...? 앉아있는 의자에서도 기절해 떨어질 것 같았
다.
-흐음... 그래도 난 한선생님이면 몰라도... 교장 선생님은 그렇던데...
숙의 머리속에, 좀 전에 교장실 입구에서 영과 마주친 일이 당장 떠올랐다. 영
선생님, 그 여자와 마교장의 사이가 사실이라니,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지금 내
가 그런 교장의 수작에 걸려든 것이라니!
-하앗... 버, 벌써부터...
등 뒤로 마교장의 품에 안긴 채, 끌어올려진 치마 속을 영은 온전히 마교장의 손
에 내맡기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도 거리끼는 기색 없이 심지어 그의 손이 수월
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벅지 사이마저 벌려주고 있었다.
-아흥, 모, 몰라요... 낼 모레면 난 시집가는데...!
-허헛, 걱정 말라구... 내 다 섭섭치 않게 해줄테니...
마교장의 손이 영의 허벅지사이를 타고 올라와 그녀의 하얀 팬티의 레이스를 젖
히며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뽀얀 영의 하복부 아래로
사라졌다.
-어머머... 처, 천천히 해요... 핫, 아핫...!
그러나 그녀의 말과는 달리, 그녀의 입에선 헐떡거리는 콧소리가 새어나왔다. 숫
제 영은 등뒤로 팔을 돌려 마교장의 바지춤을 더듬고 있었다.
-아흑, 부, 불편해요... 조, 조금만...
-그래, 그럼 이렇게...
어느새 그의 무릎 위에 앉혀져 신음하는 자세의 영이 불편을 호소하자, 마교장은
냉큼 그녀를 번쩍 들어 자기가 앉아있던 소파 위로 털썩 주저앉혔다.
-호호, 교장님 왜 이렇게 서둘러요... 뭐 캥기시는 것 있나봐. 어머나, 아항...
마교장은 씩씩거리며 자기 행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어린 아기의 기저
귀를 갈아 주듯이 영의 다리를 들어올리고는 허벅지사이에서 그녀의 팬티를 끌어
올려 벗겨냈다. 그런 마교장의 행동을 스스럼 없이 벌려진 자기의 아랫배사이로
내려다보며, 영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호홋, 정력도 좋으셔, 아침부터... 어머머, 아핫...
그러나 그런 영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그녀의 남김없이 드러난 허벅지 사
이 하복부로 마교장의 얼굴이 밀어 붙여지고 있었다. 야릇한 흡착음이 영의 들어
올려진 엉덩이 사이에서 새어나옴과 동시에, 영의 가쁜 교성이 교장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흑, 난 몰라, 교장 선생님, 아하악...
-안돼요, 그러지 말아요, 언니! 큰일나요!
한편 교무실의 복도에서는, 숙의 결연한 의지를 막기 위해 희가 그녀의 팔을 붙
들고 말리고 있었다. 그녀는, 희에게서 마교장의 마수를 전해 듣자마자, 수표들
을 봉투째 돌려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언니, 그럼 기분 나빠하실 거에요, 그냥, 나중에 살짝 피하면 되잖아요...!
희는 아예 자기 일인 것처럼 그녀의 팔뚝을 붙잡고 애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숙은 고개를 돌리고,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시선을 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마, 희. 내가 알아서 할께. 이건 희랑 관계없는 일이잖아... 너한테 피해주
지는 않을께, 아까 얘기, 못들은 걸로 하구...
-그래도요, 숙 선생님, 그럼 저희도 같이 욕먹어요... 어쩌시려고 그래요...
그 때 마침, 복도 끝에서 1교시 수업이 끝났는지 우르르 학생들과 다른 선생들이
나타났다. 동시에 그들을 발견한 희는 어쩔 수 없이 숙의 팔을 슬그머니 놓는 수
밖에 없었다. 기회를 맞은 숙은 최대한 침착하게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럼 수업 들어 가세요. 과학 선생님, 이따 뵐께요!
돌연 차갑게 쏘아 붙이는 그녀를 보며, 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숙 선생님...
도대체 어쩌려고...
<숙의 하루> 교장실의 소파 위, 영의 정사 ③
<3>
영이 자지러질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마교장은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려졌던 그녀
의 허벅지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한번에 번쩍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올리고는
자세를 바꾸어 돌아서게 만들었다. 영은 스스로 소파의 등받이를 붙잡고 엉덩이
를 높이 들어 올렸다. 마교장은 일어서서 서둘러 자신의 허리춤을 끌렀다. 양복
바지가 한꺼번에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려 그의 발목께에서 짓이겨졌다.
-아흑, 교, 교장 선생님...
미처 팬티도 벗을 새 없이 다급하게 무릎께까지 끌어내린 마교장은, 양손으로 통
통한 영의 둔부를 쥐고 끌어당겼다.
-어맛, 하아악...
금새, 그의 손에 단단하게 쥐어진 영의 엉덩이 뒤로 마교장의 시커먼 하복부가
철썩철썩 부딪치기 시작했다.
숙은, 교장실의 문에 노크를 하는데도 응답이 없자, 살그머니 문을 밀고 들어갔
다. 이상하게도, 일종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조그만 사무실 안에는 있어야할 서
무과 여직원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디갔지? 그냥 있다가 다시 올까? 망설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따가 3교시 이후로는 오후까지 수업이 내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퇴근 전까지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직접 교장실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래, 당당하게 부딪쳐 보는 거야 - 똑똑, 숙은 교장실로 통하는 방음문을 조용
히 노크했다.
-엄마, 엄마, 아흥, 아흥...
마교장의 허리가 자신의 엉덩이사이로 왕복하며 들이밀어질 때마다, 영은 소파
등받이를 간신히 붙들고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고 있었다.
-헉, 헉... 아후... 이, 이젠 영이 니가 좀 해봐...
다소 격렬했는지, 마교장이 허리를 멈추고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자 마
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영이 땀이 배이도록 소파를 쥐고는 재빨리 자신의 엉덩
이 뒤쪽을 그의 하복부에 쿵쿵대며 부대끼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피스톤처럼
움직이는 영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쁜 한숨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아흑, 난 몰라, 아흑, 아흑...
숙은 교장실안에서 응답이 없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노크를 했지
만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손잡이를 돌리니, 살짜기 돌아갔다. 그래, 차라리 잘됐
어... 조용히 놓고 나오자. 그 때, 살며시 열린 문틈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학, 학, 아학...
-어흑, 그, 그래... 조, 좋군...
무슨 소리지? 숙은 이상한 느낌에 살며시 귓가를 문틈에 대어 보았다.
-엄마, 나 죽어, 미, 미치겠어, 아흑...
-조, 조금더, 그, 그렇게, 여, 영이...!
세상에! 숙은 놀라 까무러칠 뻔 했다. 엿듣는 이 소리는 - 틀림없이 정사에 열중
한 남녀의 교성이었던 것이다. 어머나, 이, 이건! 비록 그녀의 경험이 아무리 쑥
맥이라 할지라도, 알 것 다아는 성인이라면 충분히 낯을 붉힐 수 밖에 없는, 그
런 소리가 다름아닌 교장실 안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떡하지? 문손잡이를 잡은 숙의 손가락이 떨리며, 자신도 모르게 귀밑까지
얼굴이 달아 오르고 있었다. 그래, 영, 영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저 안에 있는
것은 - 문고리를 쥔 손에 땀이 났다. 아, 안돼. 다, 닫고 나가야 해... 그러나,
그녀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녀의 눈과 귀는 벌려진 문틈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아아! 문틈으로 희미하게 비치는 것은, 먼저 남자의 뒷모습, 벗겨진 대머리, 틀
림없는 마교장이었다. 그는 자기 허리 앞쪽의 무언가를 두 손으로 쥔 채,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드러난 등 뒤, 아니 드러난 허리 아래로는 바지가
발목께까지 흘러내려 구겨지고 있었고, 무릎 정도에 끌어내려진 팬티가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와이셔츠 아래로 드러난 것은... 시커먼 중년사내의
엉덩이와 사타구니 뒤쪽이었던 것이다. 그 엉덩이가, 열심히 앞뒤로 움직이고 있
었다.
숙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저, 저럴 수가! 분명 어두운 교장실 안이지
만, 아직 훤한 대낮에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은 그녀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엉겁결에 한손으로 입술을 틀어 막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격렬한 정사에
몰입한 나머지, 숙의 노크소리 따위는 듣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소파가 문쪽
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그들 두 사람은 모두 그녀 쪽에 등을 돌리고 있는 자세였
다.
그, 그렇다면... 저, 저 여자는 - 영, 다음 달에 결혼 날짜까지 잡아뒀다는 여선
생 중 제일의 미모인 국어 선생님, 그녀임에 틀림 없었다. 소파 위로 버틴 무릎
과, 마교장의 가랑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허연 엉덩이. 그것의 주인은 틀림
없이 그녀였다. 그 와중에도 마교장의 뒤로 드러난 허리와 엉덩이는 열심히 움직
이고 있었고, 그 때마다 영의 엉덩이도 흔들리듯 출렁이고 있었다. 그녀의 위태
롭게 짚은 종아리의 끝에는, 반쯤 벗겨진 그녀의 구두가 발끝에 걸려져 그들의
운동에 따라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숙은,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직접 보게된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적나
라한 소리와 함께 바로 코앞에서 목격하게 될 줄은...!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이
떨리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어흑, 여, 영이 가, 간다...!
-아학, 서, 선생님, 선생니임...!
앗,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숙은 그들의 단말마적인 신음소리에 꿈에서 깨
어나듯 그제서야 화들짝 놀랐다. 행여 그들에게 자기가 훔쳐보고 있었음을 들키
기라도 하는 날엔, 엄청난 낭패였다. 그녀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간신히 교장실의
문을 다시 닫았다. 금방이라도 들킬 것만 같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간신히 문을 도로 닫고, 그녀는 도망치듯 서둘러 교장실을 빠져 나왔다. 다행이
었다. 복도를 둘러보니 그녀가 교장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본 것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럴 수가... 다른 사람의
정사 장면을 몰래 보고 말다니... 그녀는 머리속이 어지럽게 현기증이 나는 것만
같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도리질쳤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려 할수록,
마치 영화장면처럼 생생하게 머리속으로 장면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려지고 있었
다.
헐떡이던 교성, 가쁜 신음소리... 연신 움직여대던 마교장의 허리, 흔들거리던
영의 엉덩이 - 이 모든 것이 박힌 듯이 그녀의 머리속에서 각인되었다. 어느새,
마주진 두 손이 그녀의 치마 위로 하복부를 세게 내리 누르고 있었다. 아아...
이러면 안돼... 숙은 불과 이틀 전에 느꼈던 불가항력의 감정에 몸서리를 치듯이
다시금 흥분하고 있었다.
치마 위로 아랫배를 압박하는 두 손이 금방이라도 치마 속으로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귀 밑까지 달아오른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그 때였다. 우히히, 킥킥킥... 주변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깜짝놀라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뿔사! 그녀가 멋도 모르고 도망쳐 들어온 곳은 남자화장
실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직원화장실이 아닌, 다름아닌 학생들 화장실이었던 것
이다.
어느새 2교시도 끝이 났는지, 몇녀석은 화장실에 막 들어오려다 숙을 보고는 머
뭇거리고 있었고 한두 남학생은 천연덕스럽게도 여선생님이 바로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쏴아, 하며 물줄기를 나 보란듯이 내갈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놈들은 무슨 야릇한 쾌감이라도 느끼는지, 그녀 바로 곁에서 서슴없이 바지춤을
끄르고는 등 뒤로 그녀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내가 또 실수를! 그녀는 너무나도 황당한 자기 모습에 금방 얼굴이 빨개
져왔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등 뒤로 와하하,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수근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떡해, 정말... 거울사건이 바로 엊그제 웃음거리가 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
숙은 자신의 연이은 실수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교장실의 정사장면을 훔쳐 본 것
은 그렇다고 치고, 화장실에서 마주친 학생들은 또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
가. 더군다나 야릇한 감정에 묘한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었는데...
마치 자위행위라도 들킨 심정이었다. 아니, 사실이 그랬다. 짖궂은 남학생들은
그녀를 보고서 - 남학생 화장실에서 자위하는 여선생 - 쯤으로 소문을 낼지도 모
르는 것이었다. 당장 복도에서 마주치는 모든 학생들이 그녀를 그런 눈초리로 쳐
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연히, 그녀의 하루 수업은 엉망이었다.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쳐도 음이 틀리기
일쑤였고,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마주친 남학생 녀석이라도 있을까봐 내내 칠판에
등을 돌린 채로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마교장에게 돈봉투를 돌려주
기로 한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퇴근하기 위한 종례시간까지도, 그런 탓에 그녀는 거의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
았다. 교무실 맞은 편 책상의 희마저도, 수표들이 어떻게 됐느냐는 말을 물어오
지 않았다. 아마도 숙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레짐
작을 하는 모양이었다. 결과가 어쩐지는 몰라도, 한바탕했을 꺼야 - 희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녀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쪼르르, 은에게로 달려가
더니 히히덕거리며 퇴근해 버렸다. 오전의 말처럼, 옷을 사러가는 모양이었다.
숙은 너무나 넋이 나간 상태로 다시금 텅빈 교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수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는 화장실 사건으로 인한 수치심과, 그보다 더
큰 비밀, 소문으로만 알았던 영 선생과 마교장의 육체관계 - 그것으로 인해 머리
속이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다. 공공연한 비밀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는 그 직접적인 목격자가 되어버린 것이고, 게다가 바로 그 마교장은 이제
숙 자기에게까지 흑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늦게 교문을 나서는 동안에도, 숙은 너무나 피곤한 하루의 사건들로 인해 엄청
난 압박감을 느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 역으로 걷는 동안
에도 혼란스러움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였다. 빵빵, 하고 그녀의 등 뒤에서 요란한 클랙션 소리가 울렸다. 놀라 돌
아보는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한선생과 그의 자가용이었다. 한선생은
차창을 반쯤 내리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것 봐, 숙이! 왜 이렇게 늦었어? 내가 교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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