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13(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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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 그날 밤, 그녀들의 이야기 ①
<1>
숙의 머리속에서, 오늘 아침부터의 일들이 취기로 어질거리며 떠올랐다. 알 수
없는 사내의 손길에,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부터 거침없이 내맡겨졌던 그녀의 속
살, 어린애들로만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훤한 대낮에 망신스럽게 공개된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 그리고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선생. 술집 접대부같
은 행위를 거리낌 없이 보인 동료 선생들... 수치스럽고도, 이제는 가릴래야 가
릴 수 있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지러워졌다.
그런 그녀를, 한선생은 얼싸 안다시피하여 끌고 있었다.
-자자, 우리도 이제 어디 들어가자구.
-어, 어디로요...?
-몰라서 묻나? 나도 왠만큼은 마셨으니, 차를 두고 갈 수는 없잖아? 근처에서 조
금만 쉬었다 가야지...
쉬었다 간다... 그 말에 숙은 혼미했던 정신이 순간 돌아왔다.
-무, 무슨 소리세요? 저, 지, 집에 가겠어요...!
그러나 거부하려는 숙에게 아랑곳도 없이, 한선생은 그녀의 팔을 끌어 당기고 있
었다.
-왜 이래, 여기까지 와놓고...? 숙이 너도 같이 마셔놓고! 그런데 너만 집에 들
어가겠다는 거야?
-다, 다들 가셨잖아요, 왜, 왜 저만...!
갑자기 한선생의 발걸음이 멈췄다.
-누구? 은이랑 희? 푸훗, 그 애들이 집에 갔다구?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알 것
다 알면서 왜이래?
숙은 설마했던 예감이 현실로 확인되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고 싶은 심정
을 느꼈다. 이럴 수가! 그녀들이...!
일순 포기감에 망연해진 그녀를, 다시 한선생은 반강제로 골목길로 잡아끌었다.
-이것 봐, 그 애들은, 벌써 수표 몇장씩 아까 다 챙겼다구.
그 말에, 숙은 다시금 정신이 들었다.
-그, 그래서 지금 절 어,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에요...?
-어허... 자꾸 이러기야? 알았어, 내 한시간만 있다 갈께. 그러다 술깨고 나오면
되잖아?
-하, 하지만 저,전 그런 여자 아니란 말에요...!
한선생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천천히 음흉한 미소로
바뀌며, 달래듯 그녀에게 속삭였다.
-좋아 좋아, 알았어, 누가 뭐 어쩐댔나? 그냥 조용히 있다 나오면 되잖아.
부드러워진 한선생의 목소리에, 일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하는 수 없이 숙은 그
의 발걸음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간에, 마교장의 차는, 다시 강북으로 건너와, 한적한 도로를 달려 우이동의
한 골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 뒷좌석에는, 히히덕거리며 은이 교장의 가슴팍
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짧은 치마는 시트 안에 파묻힌 엉덩이께까지 끌어올려져
있었고, 대담하게도 한쪽 다리가 올려져 마교장의 허벅지 위에 걸쳐져 있었다.
그는 마치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그녀의 훤히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 광경은 흘끔대는 운전석의 기사에게도 백미러로 비쳐지고 있었다.
-희가... 잘 할까?
마교장의 와이셔츠 단추를 끄르고 있는 은은, 한손을 그의 가슴속으로 집어 넣으
며 콧소리를 섞어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뭐 이런 데 걔가 한두번 나와 봤어요?
-그래도... 이번엔 큰거라구... 게다가 그년, 전에는 누구 모시라고 따라보낸 적
없잖아?
-흐흥... 교장 선생님은 저보다도 희가 더 걱정인가 보네요? 칫...
시큰둥해져 골이 난 듯이 은이 허벅지를 끌어 내리려하자, 짐짓 마교장은 그녀의
어깨에 한팔을 두르며 다시금 그녀의 무릎을 끌어당겼다.
-허허, 왜 이래, 누가 뭐 어쩐댔나, 우리 이쁜이...
마교장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사이를 타고 올라와 얇은 레이스로 가려진 가랑이사
이를 덮어씌우듯 어루만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은의 입술사이로 콧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운전사는, 익숙하게 차 안에 음악을 틀었지만, 간간히 비음이
음악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아잉, 교장선생님, 벌써부터 왜그래요... 하잉, 여기 아직 차안이잖아... 아앙.
한선생에게 붙들려 모퉁이를 돌자, 숙의 눈앞에는 처음보는 골목이 펼쳐졌다. 한
적한 골목어귀와는 달리, 길가 끝에는 휘황한 네온사인을 바탕으로 제법 큰 모텔
이 들어서 있었다. 숙은 이런 곳까지는 상상을 못했었기에 약간은 주눅이 들었
다. 느려진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선생에게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
다.
-여, 여기 들어갈 꺼에요...?
한선생은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왜, 어때서, 마음에 안드나?
-아,아니요...
비싼 곳이네요, 하려는 말이 거의 나올 뻔했지만, 왠지 당당해지려는 자존심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주차장 안에는 이미 외제차와 국산 고급 승용차들이 가득
메운 채 늘어서 있었다. 모텔문을 들어서면서도, 숙은 자괴감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어서옵쇼! 자, 이쪽으로...
깎듯이 굽신거리는 웨이터들에 퍽 익숙한 듯, 한선생은 앞장을 서고 있었다. 이
곳까지 들어선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체념한 숙은, 그들의 얼굴을 절대
로 쳐다보지 않는 종업원에 의해 2층으로 안내되어졌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다
다른 방의 문을 열어주고 돌아설 때까지, 웨이터는 그들에게 한마디의 말도 건네
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고 가느냐, 쉬었다 가느냐는, 숙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질문까지도. 그녀는, 그것을 통해 이곳이 보통의 여관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방안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했다. 룸은 한번 꺾어져, 절대로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풍성한 침대가 놓여져 있었고, 소파라든가 조그만 칵테일바 등은 거의
호텔수준이었다. 엉거주춤 룸 한가운데에 서있는 숙을 내버려둔 채, 한선생은 침
대가에 걸터 앉은 채 인터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곧 끊었다.
-뭘해? 앉아.
마지 못해 그녀는 방 한켠의 푹신한 소파 끝에 엉거주춤 걸터 앉았다.
-저... 어, 언제 나갈거죠?
-왜, 집에 전화라도 해야하나?
-아, 아니요...
입술을 깨물며, 숙은 태연한 척 보이려 노력했다.
-후후... 다 큰 처녀가 뭘... 걱정말라구, 나갈 때 되면 나갈테니... 참, 좀 씻
어야겠구만...
문득 생각난 듯, 넥타이를 풀며 한선생은 화장실로 사라졌다. 마치, 이 안까지
따라왔으니 숙으로서도 어쩌겠냐는 투였다. 그녀로서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감정이 굴뚝 같았지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시
혼란스러워진 틈에, 갑자기 적막을 깨듯 방문에 달린 부저가 요란하게 울렸다.
숙은 화들짝 놀라,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 누구세요?
-룸 서비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룸 서비스? 그러나 미처 그녀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한 종업원이 방안으로 들어
서고 있었다. 아차, 그러고보니 문도 안잠궜잖아! 그러나 웨이터의 두 손에는 맥
주병과 안주접시가 쟁반에 받혀져 있었다.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그녀가 앉은
소파앞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 놓았다.
-저, 저흰 그런 것 주문한 적 없는데...
-아닙니다, 남자 손님이 방금 주문하신 겁니다.
여기서도 맥주를? 도대체 주임선생이 뭘 어쩌려는 거지? 그러나 뭐라 말하기도
전에 웨이터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숙은 그가 나가는 뒤를 쫓아 방문을 잠궜
다. 돌아서는 종업원은, 그녀를 묘한 시선으로 아래 위로 슬쩍 훑어보며 - 마치,
뭔가를 다 안다는 표정으로 - 고개를 꾸벅댈 뿐이었다.
바로 그 시간에, 희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숙이 있는 방과 거의 흡사한
방안에서, 그녀도 교육관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초조
한듯이 주문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요란하게
떨리는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른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 교장인데...
-아, 예, 교장선생님...
-잘 모시고 있나? 이상 없겠지...?
노파심에, 마교장이 확인전화를 한 것이다.
-교육관님은?
-예, 지, 지금 샤워하고 계세요...
그 때,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목소리가 바뀌었다.
-희, 나 은인데...
-아, 언니...!
-잘해봐, 너 꽤 잘물은 것 같던데, 누가 아니? 팔자까지는 못고쳐도 제법 짭잘할
지...?
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모르겠어요. 나 이번이 처음이잖아...
-처음? 진짜? 내가 다 아는데?
-아니... 그런 처음말고... 누구 따라온 것 말야...
그러나 그가 대답하는 동안 어느새 목소리는 마교장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희, 그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경험 없는 건 아니잖아? 다 같은 거야... 교
육관님이 하자는 것만 다 해주면,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섭섭치 않게 해 줄테
니... 알았지?
-그, 그래도... 예.
그녀가 전화를 끊자, 교육관나리가 김이 피어나오는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방으
로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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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머리속에서, 오늘 아침부터의 일들이 취기로 어질거리며 떠올랐다. 알 수
없는 사내의 손길에,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부터 거침없이 내맡겨졌던 그녀의 속
살, 어린애들로만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훤한 대낮에 망신스럽게 공개된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 그리고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선생. 술집 접대부같
은 행위를 거리낌 없이 보인 동료 선생들... 수치스럽고도, 이제는 가릴래야 가
릴 수 있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지러워졌다.
그런 그녀를, 한선생은 얼싸 안다시피하여 끌고 있었다.
-자자, 우리도 이제 어디 들어가자구.
-어, 어디로요...?
-몰라서 묻나? 나도 왠만큼은 마셨으니, 차를 두고 갈 수는 없잖아? 근처에서 조
금만 쉬었다 가야지...
쉬었다 간다... 그 말에 숙은 혼미했던 정신이 순간 돌아왔다.
-무, 무슨 소리세요? 저, 지, 집에 가겠어요...!
그러나 거부하려는 숙에게 아랑곳도 없이, 한선생은 그녀의 팔을 끌어 당기고 있
었다.
-왜 이래, 여기까지 와놓고...? 숙이 너도 같이 마셔놓고! 그런데 너만 집에 들
어가겠다는 거야?
-다, 다들 가셨잖아요, 왜, 왜 저만...!
갑자기 한선생의 발걸음이 멈췄다.
-누구? 은이랑 희? 푸훗, 그 애들이 집에 갔다구?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알 것
다 알면서 왜이래?
숙은 설마했던 예감이 현실로 확인되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고 싶은 심정
을 느꼈다. 이럴 수가! 그녀들이...!
일순 포기감에 망연해진 그녀를, 다시 한선생은 반강제로 골목길로 잡아끌었다.
-이것 봐, 그 애들은, 벌써 수표 몇장씩 아까 다 챙겼다구.
그 말에, 숙은 다시금 정신이 들었다.
-그, 그래서 지금 절 어,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에요...?
-어허... 자꾸 이러기야? 알았어, 내 한시간만 있다 갈께. 그러다 술깨고 나오면
되잖아?
-하, 하지만 저,전 그런 여자 아니란 말에요...!
한선생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천천히 음흉한 미소로
바뀌며, 달래듯 그녀에게 속삭였다.
-좋아 좋아, 알았어, 누가 뭐 어쩐댔나? 그냥 조용히 있다 나오면 되잖아.
부드러워진 한선생의 목소리에, 일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하는 수 없이 숙은 그
의 발걸음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간에, 마교장의 차는, 다시 강북으로 건너와, 한적한 도로를 달려 우이동의
한 골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 뒷좌석에는, 히히덕거리며 은이 교장의 가슴팍
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짧은 치마는 시트 안에 파묻힌 엉덩이께까지 끌어올려져
있었고, 대담하게도 한쪽 다리가 올려져 마교장의 허벅지 위에 걸쳐져 있었다.
그는 마치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그녀의 훤히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주물러대고
있었다. 그 광경은 흘끔대는 운전석의 기사에게도 백미러로 비쳐지고 있었다.
-희가... 잘 할까?
마교장의 와이셔츠 단추를 끄르고 있는 은은, 한손을 그의 가슴속으로 집어 넣으
며 콧소리를 섞어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뭐 이런 데 걔가 한두번 나와 봤어요?
-그래도... 이번엔 큰거라구... 게다가 그년, 전에는 누구 모시라고 따라보낸 적
없잖아?
-흐흥... 교장 선생님은 저보다도 희가 더 걱정인가 보네요? 칫...
시큰둥해져 골이 난 듯이 은이 허벅지를 끌어 내리려하자, 짐짓 마교장은 그녀의
어깨에 한팔을 두르며 다시금 그녀의 무릎을 끌어당겼다.
-허허, 왜 이래, 누가 뭐 어쩐댔나, 우리 이쁜이...
마교장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사이를 타고 올라와 얇은 레이스로 가려진 가랑이사
이를 덮어씌우듯 어루만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은의 입술사이로 콧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운전사는, 익숙하게 차 안에 음악을 틀었지만, 간간히 비음이
음악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아잉, 교장선생님, 벌써부터 왜그래요... 하잉, 여기 아직 차안이잖아... 아앙.
한선생에게 붙들려 모퉁이를 돌자, 숙의 눈앞에는 처음보는 골목이 펼쳐졌다. 한
적한 골목어귀와는 달리, 길가 끝에는 휘황한 네온사인을 바탕으로 제법 큰 모텔
이 들어서 있었다. 숙은 이런 곳까지는 상상을 못했었기에 약간은 주눅이 들었
다. 느려진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선생에게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
다.
-여, 여기 들어갈 꺼에요...?
한선생은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왜, 어때서, 마음에 안드나?
-아,아니요...
비싼 곳이네요, 하려는 말이 거의 나올 뻔했지만, 왠지 당당해지려는 자존심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주차장 안에는 이미 외제차와 국산 고급 승용차들이 가득
메운 채 늘어서 있었다. 모텔문을 들어서면서도, 숙은 자괴감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어서옵쇼! 자, 이쪽으로...
깎듯이 굽신거리는 웨이터들에 퍽 익숙한 듯, 한선생은 앞장을 서고 있었다. 이
곳까지 들어선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체념한 숙은, 그들의 얼굴을 절대
로 쳐다보지 않는 종업원에 의해 2층으로 안내되어졌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다
다른 방의 문을 열어주고 돌아설 때까지, 웨이터는 그들에게 한마디의 말도 건네
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고 가느냐, 쉬었다 가느냐는, 숙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질문까지도. 그녀는, 그것을 통해 이곳이 보통의 여관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방안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했다. 룸은 한번 꺾어져, 절대로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풍성한 침대가 놓여져 있었고, 소파라든가 조그만 칵테일바 등은 거의
호텔수준이었다. 엉거주춤 룸 한가운데에 서있는 숙을 내버려둔 채, 한선생은 침
대가에 걸터 앉은 채 인터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곧 끊었다.
-뭘해? 앉아.
마지 못해 그녀는 방 한켠의 푹신한 소파 끝에 엉거주춤 걸터 앉았다.
-저... 어, 언제 나갈거죠?
-왜, 집에 전화라도 해야하나?
-아, 아니요...
입술을 깨물며, 숙은 태연한 척 보이려 노력했다.
-후후... 다 큰 처녀가 뭘... 걱정말라구, 나갈 때 되면 나갈테니... 참, 좀 씻
어야겠구만...
문득 생각난 듯, 넥타이를 풀며 한선생은 화장실로 사라졌다. 마치, 이 안까지
따라왔으니 숙으로서도 어쩌겠냐는 투였다. 그녀로서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픈
감정이 굴뚝 같았지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시
혼란스러워진 틈에, 갑자기 적막을 깨듯 방문에 달린 부저가 요란하게 울렸다.
숙은 화들짝 놀라,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 누구세요?
-룸 서비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룸 서비스? 그러나 미처 그녀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한 종업원이 방안으로 들어
서고 있었다. 아차, 그러고보니 문도 안잠궜잖아! 그러나 웨이터의 두 손에는 맥
주병과 안주접시가 쟁반에 받혀져 있었다.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그녀가 앉은
소파앞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 놓았다.
-저, 저흰 그런 것 주문한 적 없는데...
-아닙니다, 남자 손님이 방금 주문하신 겁니다.
여기서도 맥주를? 도대체 주임선생이 뭘 어쩌려는 거지? 그러나 뭐라 말하기도
전에 웨이터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숙은 그가 나가는 뒤를 쫓아 방문을 잠궜
다. 돌아서는 종업원은, 그녀를 묘한 시선으로 아래 위로 슬쩍 훑어보며 - 마치,
뭔가를 다 안다는 표정으로 - 고개를 꾸벅댈 뿐이었다.
바로 그 시간에, 희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숙이 있는 방과 거의 흡사한
방안에서, 그녀도 교육관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초조
한듯이 주문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 때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요란하게
떨리는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른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 교장인데...
-아, 예, 교장선생님...
-잘 모시고 있나? 이상 없겠지...?
노파심에, 마교장이 확인전화를 한 것이다.
-교육관님은?
-예, 지, 지금 샤워하고 계세요...
그 때,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목소리가 바뀌었다.
-희, 나 은인데...
-아, 언니...!
-잘해봐, 너 꽤 잘물은 것 같던데, 누가 아니? 팔자까지는 못고쳐도 제법 짭잘할
지...?
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모르겠어요. 나 이번이 처음이잖아...
-처음? 진짜? 내가 다 아는데?
-아니... 그런 처음말고... 누구 따라온 것 말야...
그러나 그가 대답하는 동안 어느새 목소리는 마교장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희, 그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경험 없는 건 아니잖아? 다 같은 거야... 교
육관님이 하자는 것만 다 해주면,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섭섭치 않게 해 줄테
니... 알았지?
-그, 그래도... 예.
그녀가 전화를 끊자, 교육관나리가 김이 피어나오는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방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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