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약유정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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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서야 비로서 들어온 이 방안의 사방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이 방은 응접실 같았다. 침실과 90도 각도 한 곳에 하나의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옆방과 비슷했다. 샴페인 색상 위주의 색조로 된 벽지에 침실 쪽으로는 하나의 붙박이 벽장이 있었다. 붙박이 등의 불빛이 균등하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벽 모퉁이에 있는 신선한 꽃이 묵묵히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방 중간에는 두 개의 흑색으로 된 가죽 소파가 서로 마주보며 설치되어 있었다. 중간의 화리목으로 된 차 테이블 위에는 재떨이와 두 개의 가죽 상자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들고 열어 보았다. 안쪽에는 미황색의 받침 종이 위에 5개의 커다란 여송연이 놓여 있었다. 꽁초 부분에는 ‘Cohiba Siglo IV’ 라는 표식이 되어 있었다. 한 줄기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나는 여송연 상자를 원래 자리에 내려 놓았다.
이 때, 침실 방향의 발자국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또 다른 문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 문의 손잡이가 이미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양쪽에서 모두 사람이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 가운데 낀 것이었다. 이 때 나는 신속하게 옆쪽의 그 붙박이 벽장을 열었다. 다행히 안에는 한 사람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있었다. 내가 벽장문을 잘 닫는 순간 이미 양쪽 발걸음이 가운데 방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다행히 그들의 주의력은 상대방의 신상에 있었기에 벽장 문이 닫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여회장! 오래 기다리게 했소이다. 미안하오. “
비교적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어디요. 오비서님께서 중책을 맡고 계시니 일이 바쁘실 수 밖에요. 짬을 내서 저를 보러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됐습니다. 저를 하루 종일 기다리시게 하셔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
이 사람의 목청은 아주 컸다. 목소리가 아주 무겁고 또 탁했다. 평소에 호령질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있는 이 ‘오비서’ 라고 호칭하는 사람에게는 말투가 아주 공손했다.
내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이 벽장은 의복을 걸어두는 곳이었다. 당연히 목전 벽장 안에는 비어있는 옷걸이만이 있었다. 옷장은 그렇게 높지가 않아 나의 큰 키로서는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옷장의 문은 꽉 닫기지가 않아 한 줄기 틈이 나 있었다. 나는 밖을 관찰할 수 있었다.
보고 있으려니 두 사람은 말을 나누며 상호간에 양쪽 소파에 위에 앉니 아래에 앉니 권하고 있었다. 또 다른 두 명의 흑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소파에 앉지 않고 옷장을 마주 본 소파 옆 좌우로 분리되어 서 있었다. 내 눈 앞의 이쪽 편에도 두 명이 서있었다. 이 네 남자의 키는 모두 180좌우인데 짧게 깎은 머리에 얼굴에는 흑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얼굴은 무표정해 마치 기계인간 같았다. 손은 모으고 다리는 벌린 채 그 곳에 서 있었다. 그들의 신상에 걸친 짙은 곤색의 양복 밖으로 근육이 뚜렷했다. 그들의 체형을 보니 절대 일반적인 보디가드가 아니었다. 그 어깨의 벌림새와 양 다리의 벌린 태도로 보아 군인에 가까웠다. 나는 이 네 사람을 살펴보며 그들의 실력을 평가해 보는 것이었다. 갑자기 옷 벽장 옆 오른쪽에 있는 사람의 양복 허리춤이 들썩이며 올라가 허리에 차고 있는 황색 소가죽 권총집이 노출됐다. 그들은 신상에 모두 총을 차고 있단 말인가?
이들 흑의 남자 신상에 있는 그 무기들은 내게 낯설지가 않았다. 밖으로 노출된 외면의 손과 형태로 보아 분명 그 이름도 혁혁한 QSG92식이었다. 5.8mm 복합탄약을 사용하고 관통력을 중시하는 야외 작전에 적합한 총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이 총은 작전부대에만 주어지는 장비였다. 하지만 이들 흑의 남자들의 체형을 보아하니 일반 경찰은 분명 아니었다. 내가 다시 그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들 허리춤의 혁대도 모두 제식의 군용 혁대였다. 혁대의 허리 부위 위쪽에 몇 글자의 영문이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영문은 ‘V I P S’ 였다. 이 글자를 보고 나의 마음 속은 진동할 수 밖에 없었다. ‘V I P S’는 국내 한 신비한 곳의 약칭이다. 그것은 바로 ‘Very Important Person Security’의 약자였다. 국가급 지도자들 아울러 외국 정부 요인들에게 경호를 제공하는 안전부대였다. ‘V I P S’는 특수부대를 퇴역한 전사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개개인 모두 극강의 전투력과 총기 조작 기교를 지니고 있어 일군의 살수 중의 살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전투력은 극강이었다.
이들에 대해 생각이 이르자 나는 마음 속이 서늘해졌다. 국가는 대외적으로는 ‘V I P S’의 존재를 승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목전 수도를 제외하고는 단지 3개 특별행정구역에만 ‘V I P S’의 서브 부대가 있었다. 회해시는 국제적인 대도시로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일개 비서가 뜻밖에도 4명의 ‘V I P S’의 경호를 받고 있으니 그가 모시고 있는 대상의 지위는 절대 평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이 곳에 모인 것은 분명 기밀스런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일 것이었다. 만일 이 때 제삼자가 있는 것이 발견된다면 바로 끝장 날 것이라는 것은 저절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자연히 호흡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절대 그들에게 나의 존재를 발각 되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인가?
이 때,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은 이미 인사치레를 다 나눈 상황이었다. 좌측 소파에 앉은 사람이 분명 그 오비서일 것이었다. 나이는 보아하니 사십 좌우로 보였는데 하얀 얼굴에 아랫턱에는 수염이 없어 말쑥했고 콧등 위에는 비싸 보이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3대7 가르마를 튼 머리는 뒤로 빗어 넘겨 보기에 매우 고상해 보였다. 그는 막 무슨 회의라도 참가하고 돌아오는 듯 단정하니 와이셔츠에 양복바지를 입고 홍색의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아주 편안해 보였다.
우측에 앉아 있는 남자는 아주 키가 컸다. 호텔의 휘장이 달려 있는 백색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다리를 꼬고 앉아 있어 길고 시커먼 털이 무성한 종아리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이마는 이미 약간 벗겨져 있었는데 나머지 얼마 남지 않은 하얗게 센 머리를 올백 머리로 넘기고 있었다. 나이는 분명 육십 좌우였다. 하지만 얼굴의 피부는 전혀 늘어지지 않은 채 였다. 매부리 코, 얄팍한 입술, 구식 검은 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양쪽의 짙은 먹물 같은 눈썹 아래 눈은 매서운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일종의 거만한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추측컨대 오비서가 말한 여회장일 것이었다. 그가 바로 백리원의 정부란 말인가?
두 사람은 관례상의 빈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 오비서가 오른 손을 들어 마치 무엇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네 명의 ‘V I P S’ 가 즉시 방을 물러 나갔다. 그들이 이어서 말할 내용이 아주 비밀스러운 것 같았다. 외인들이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려오는 양 발을 약간 조정하며 계속적으로 실내의 정황을 주시했다.
여회장이 먼저 여송연 두 개비를 꺼냈다. 숙련되게 불을 붙인 후 오비서의 수중에 건네 주었다. 오비서도 사양하지 않고 건네 받는 것이었다. 그들 사이의 교류하는 태도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들간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면서도 또한 두 사람의 교분 정도가 얕지 않음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담배연기가 뿜어진 후 오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회장님! 주공께서 당신의 최근 태도에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해 하십니다. 반성을 하셔야겠습니다. “
그의 말의 효과는 아주 엄중했다. 여회장의 원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얼굴에 일진 음영이 깃들었다. 양쪽 짙은 눈썹 또한 찌푸려지는 것이었다. 그는 몸을 가까이 접근하며 약간 의혹스럽다는 듯 물었다.
“오비서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공의 뜻은 무엇인지요? 저에게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습니까? “
오비서는 여송연을 들여 마시며 서두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말했다.
“바로 그 무슨 국제박람회 말입니다. 이게 주공께서 임기내 주관하는 일대 중요한 사업이잖습니까? 하지만 당신네 삼항집단에게 책임을 지어 담당하게 한지 반년인데 가타부타 동정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이래서야 위에서는 고민이 깊어지지 않으시겠습니까? “
여회장은 은근하게 재떨이를 떠밀어 오비서가 담배를 비벼 끄기를 기다린 후 비로서 손을 거두어 들이며 말했다.
“하아! 오비서 아우님! 그 일은 이 형 또한 아주 죽겠어. 하지만 지난 번 원래 이 프로젝트를 동해원림이 담당을 하다 현재 우리가 접수를 한 것인데 그 놈들이 죽어도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는거야. 이게 전체적으로 설계방안대로 해야 좋은 것인데 우리가 만일 다시 한다고 하면 비용이며 금전, 인력이 들어가는 것이 거대해져 버려. 엄중한 국유재산의 유실 행위가 된다니까. “
“난 원래 그들이 잠시 협박을 하는 것이라 여기고 돈을 좀 내서 설계방안을 사주면 다 될 줄 알았지. 그들의 당위서기 진철림은 오히려 꽤 말을 잘해 주더라고. 한데 그 밖의 몇몇 고위층 들이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은 전혀 생각치도 못했어. 걸핏하면 법정에 가서 무슨 고소를 한다느니 하는거야. 그래서 계속 이러한 국면에 걸려 있는거야. 솔직히 말해 나도 그들에게 손 쓸 방법이 없어. “
“여형님. 제가 형에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초에 이런 일을 극복할 자신이 있는 것을 보증해 달라고요? 만일 내가 주공 면전에서 형님을 좋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형님이 하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와서 내 앞에서 ‘손 쓸 방법이 없다’ 고 말하면, 이건 날 엿먹이는 겁니까? “
오비서의 말투가 약간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얼굴에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우리 오비서님아! 아우님의 이 노형에 대한 은정이야 이 형이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이 형은 절대 배은망덕한 인간이 아닙니다. 또 이 형이 비교적 우둔하니까 우리 오비서님이 일깨워 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잖습니까? “
여회장은 겉보기에 키가 크고 호방한 모습인데 이렇게 은근하고 공손하게 또 순종적으로 말할 줄은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식의 비굴하게 알랑거리는 표정과 태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겁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하! 여형님! 당신은 본시의 능력자 중 한 명 아닙니까? 큰 풍파로 단련된 경력을 갖고 계신 분이 어찌 지금 어린 꾸냥 같이 이러십니까? 당년 사기를 쳐 대들보를 훔쳐내어 기둥으로 바꾸고, 공금횡령을 반복적으로 하던 공력은 다 어디로 가신 겁니까? 나이가 많아 그럽니까? 여인이 많아 그럽니까? 왜 이렇게 자애롭고 착해지신 겁니까? “
오비서는 약간 조소하는 듯 이기죽거렸다.
여회장의 얼굴에 흉광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더니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우님께서 한 두가지만 좀 일깨워 주시게. 그래 주시면 노형은 감격할 것이네. “
오비서는 이제서야 회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형님은 잊으신 것 같은데. 동해원림은 비록 상장회사이지만 또 국자위 관할입니다. 그 몇 명의 비협조적인 고위직은 그들이 그 위치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반드시 장이 되었어야 하는데 설마 그들이 아무런 비리가 없었겠습니까? “
“항상 강변에 서 있자면 어디에서든 신발이 젖는다는 도리는 마땅히 아실 겁니다. 형님네 회사의 또 다른 서기가 바로 분관정법 출신 아닙니까? 검찰 계통을 불러 그들에게 손을 좀 보라고 해서 말을 잘 들으면 바로 놔주면 되고, 말을 듣지 않으면 직접 손을 써서 이들 몇몇 가시들을 제거하면 안 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여회장은 이 말을 듣더니 흥분한 듯 이마를 쳤다.
“아이야! 한 마디 말이 몽중인을 깨우는구나! 내 어찌 그것을 잊고 있었을까? 정말 시야가 좁아졌어. 좁아졌어. “
말을 마치더니 서둘러 신변에 있는 고풍스러운 상자를 오비서의 수중에 넘겨주며 알랑거리며 말했다.
“아우님! 이번에 자네가 노형의 생명을 구해준다면 이 형이 가만히 있지 않겠네. 이거는 내 작은 성의를 표하는 것이니 웃으며 받아주면 고맙겠네. “
그 상자를 열자 안에서 한 줄기 부드럽고 온화한 빛살이 비쳐 나왔다. 상자 안에는 한 쌍의 비취 옥팔찌가 누워 있었다. 이 비취는 일반적인 청록색의 비취가 아니라 얼음 같이 맑고 푸른 물 색상이 단속적으로 배어있는 투명한 수정 같은 것이었다. 분명 희귀한 미얀마 쪽의 비치로 가격은 백만 이상을 호가하는 것이었다.
오비서는 분명 물건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옥팔찌를 본 후에는 저절로 탐욕스런 신색을 내비치며 입으로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형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공로가 없으면 봉록을 받지 않는 법. 어찌 이 것을 받습니까? “
여회장이 재삼 재사 권유하자 마지못하는 듯 이 옥팔찌를 거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오비서는 정색을 회복하며 말했다.
“여형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일을 처리하기에 충분치 않더라도 반드시 해버려야 합니다. 뜻밖의 시빗거리가 생겨 책망을 야기하면 안됩니다. “
여기까지 말하더니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여회장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만 몇 마디 말만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이 주공의 관건 시기다.”, “어떠한 사람이나 일도 대업에 영향이 있으면 안된다. “, “만일 무슨 실수라도 벌어지면 최후에는 당신 자신이 책임을 지어야 한다. “ 등이었다.
여회장은 빈번히 알아 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후 오비서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약간 호의적이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회장님! 저는 오늘 회장님이 이 호텔을 담화 장소로 고른 것이 비단 저와의 한 가지 일만을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여회장은 듣더니 놀라지 않고 얼굴에 한 줄기 음사한 신색을 노출하며 웃으며 말했다.
“오비서는 과연 빈틈없는 형제일세. 노형도 이 점을 좋아한다네. 하필 오늘 약속이 이 시간에 잡혀 있어 바꿀 수가 없었네. 마침 동생이 부근에 있는지라 그래서 오기 편할 것 같아 오라고 부른 것일세. “
“뭐 큰 일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이 여인이 무슨 문제가 없는 것은 확신하십니까? 우리가 오늘 토론한 것은 전부 극도의 기밀 사항입니다. 만일 제 삼자가 알게 된다면. “
말을 하다 오비서는 손동작을 했다.
“회장님도 잘 아실겁니다. “
“아우님은 안심하시게. 이 여인은 절대로 청백해. 조금도 정치와 관계 쪽의 일은 모르는 사람이야. 게다가 나와 만난지 십년이 다 됐어. 성격도 상당히 온순하고 내 마누라보다도 더 마누라 같다니까. 하하! “
여회장은 말을 하면 할수록 득의해 하더니 최후에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내 귓속을 마치 찌르는 듯 했다. 들리지가 않았다.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는 형님은 가서 일 보십시오. 저는 여기서 일 처리 좀 할테니까요. 전 상관 안해도 됩니다. 스스로 알아서 가겠습니다. “
여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키더니 옆 방인 침실로 들어갔다. 그가 이어서 벌일 일에 대해 나는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무 방법이 없었다. 그 네 명의 ‘V I P S’ 요원들이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시 원래의 위치에 서는 것이었다. 마치 커다란 집게로 게를 묶어 놓은 것처럼 견고하게 이 감옥을 지키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감옥 속의 범인이 되어 있었다.
오비서는 이 시간 한가히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나의 심사는 모두 옆 방 침실 안으로 가 있었다. 이 시간이면 엄마는 분명 이미 샤워를 마쳤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여회장이 말한 것 과 같이 온순하게 침상에 누워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유혹스럽기 그지없는 육체가 여회장의 신체 아래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옥과 같은 입술이 여회장의 커다란 입에 의해 맛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아름다운 두 다리가 활짝 벌려진 채 여회장의 침범을 앙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마치 옆 방 침실에서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침상이 삐걱거리는 소리, 혀를 얽히며 나는 쩝쩝 소리, 육체 상호간에 부딪치는 팍팍 소리, 이 소리들이 함께 교차하며 거의 나를 붕괴시키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쪽의 정황을 상상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각종의 화면이 자동으로 나의 눈 앞에서 번쩍이며 쉬지않고 나를 자극했다. 나는 심지어 벽장을 뛰쳐 나가고픈 충동 마저 느꼈다. 이들 ‘V I P S’ 를 때려 눕힌 후 옆방으로 가 이 모든 것을 끝장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 등을 보이고 있는 면전의 두 명의 ‘V I P S’ 에게 달려 든다 하더라도 그 두 사나이들이 반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것이었다. 그들이 QSG92식 5.8mm 탄환은 나의 체내에 발사하여 극도의 초속으로 나의 흉강에 두 개의 구멍을 내버릴 것이었다. 이 거리라면 탄환은 내 체내에 남아 있을 수 없이 직접 신체를 통과하여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혹은 벽에 박힐 것이었다. 그런 후 나의 체내에서는 혈장이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직접적으로 소파 위에 있는 오비서의 신상을 때릴 것이었다. 그가 나의 첫 피공격 대상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무수한 각종의 공격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시종 자신으로 하여금 네 명의 ‘V I P S’ 를 때려 눕힐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마치 인두로 지지는 것 같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나의 모친이 벽 너머 침상에서 다른 남자와 몰래 정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치 풀무 속의 쥐새끼 마냥 작은 옷 벽장 안에 갇혀 있었다. 이런 종류의 무능력한 느낌에 나는 지금 이 순간 수중에 자동소총을 잡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뛰쳐나가 한번에 다 쏴 버리고 싶었다. 나에게 번뇌를 안긴 모든 사람들을 전부 쏴 죽이고 싶었다.
마침내 오비서가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그는 일어서더니 아주 집중해서 공경스럽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전화를 건 그 사람이 아주 지위가 있는 대인물 같았다. 그는 다만 상대방의 명령을 듣다가 가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대략 5분쯤 후에 그는 손동작을 하고는 방을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네 명의 ‘V I P S’ 역시 따라서 나갔다.
방문이 무겁게 닫히는 소리를 들은 후 나는 즉시 벽장 안에서 빠져 나왔다. 이 짧은 30분 정도의 시간은 내게 있어 꼬박 하루 만큼 길고 지루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웃한 침실의 방문을 밀어 보았다.
예상했던 격렬한 장면은 없었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이미 어떠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이미 열어 젖혀진 커튼을 통해 햇빛이 비쳐져 들어와 아직 대낮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3미터의 커다란 침상 위는 흔적이 낭자했다. 이불과 베게 등이 어지럽게 밖으로 던져져 있었다. 구겨진 침대 시트 위에는 몇 군데나 이미 말라붙은 흔적이 있었다. 마치 방금 전에 이곳에서 육박전이 벌어진 잔재물 같았다. 나는 침대 시트를 코 앞으로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았다. 희미하게 한 줄기 익숙한 향기가 맡아졌다. 그 것은 백리원 신상의 독특한 향기였다.
나는 울적한 심정을 안고 세밀하게 방을 수색했다. 더 많은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욕실로 들어가 살폈다. 과연 내가 찾던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욕조의 하수구에 몇 가닥의 모발이 남아 있었다. 길이와 끄트머리가 말려진 와인색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분명 백리원의 머리카락이었다. 화장실 쓰레기통 안에는 구겨진 휴지가 몇 개 버려져 있었다. 펼쳐서 안을 보니 이미 누런 색을 띠는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 냄새를 통해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을 뒤져 봤을 때 콘돔의 흔적은 발견 할 수 없었다. 이 발견은 나의 마음 속을 더욱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미 일절 모든 것이 일단락 되었다. 백리원의 탈선은 이미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정부는 바로 이 방안에 있던 여회장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를 속이고 이 정부와 불륜관계를 유지해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였다. 단순히 내가 기억을 잃은 이 팔 년 사이의 사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왜 이러한 모습으로 변한 것일까? 설마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은 모두 위장된 것이란 말인가? 또 이 중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찌 해야 하나? 나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째서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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