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약유정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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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상오가 되어 한 줄기 열기 가득한 햇빛이 창문을 투과하여 내 침상을 내리 비칠 때야 나는 비로서 깨어나려 몸부림을 칠 수 있었다. 어제 너무 많은 일을 겪은데다 더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내 머리는 여전히 흐리멍덩했다.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니 안에는 이미 순백색의 세면도구가 놓여 있었다. 백리원이 언제 들어 왔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총총히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 후 나는 방을 걸어 나갔다. 거실 안은 아주 고요했다. 마치 어제 이 안에서 발생한 일절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식당의 대리석 식탁 위에는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순두부찌개가 놓여 있었다. 옆에는 또 성젠 만두가 있었다. 나는 앉아서 한 입 맛을 보았다. 순두부찌개는 달짝지근했고 성젠 만두는 고기만두였다. 모두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맛이었다.
아침을 다 먹은 후 그릇을 주방으로 가져가 설거지를 할 준비를 했다. 안방 문이 열리더니 백리원이 단정한 옷차림으로 안에서 걸어나오며 나를 보고 급히 말했다.
“석두야, 너 오늘 너무 늦게 일어났어. 우리 아침에 병원에 가야 해. 그릇은 거기 그냥 놔둬. 집에 돌아와서 내가 치우면 돼. “
그녀의 오늘 단장한 모습은 또 다른 풍격이 있었다. 어젯밤 늘어뜨렸던 웨이브 진 긴 머리는 다시 머리 뒤로 틀어 올리고 있었다. 상반신에는 그리즐리 색의 솔가지 무늬가 도안되어 있는 시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의 첫 번째 단추는 풀어진 채여서 양쪽의 우아하고 가는 쇄골과 눈처럼 하얀 풍만한 가슴이 눈부시게 노출되어 있었다. 가느다란 금 목걸이가 백조와 같이 긴 목 위에 걸려 있었다. 목걸이 아래쪽으로 두 개의 C로 도안된 작은 장식물이 걸려 있어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의 피부를 더욱 하얗게 빛나게 하고 있었다. 하반신에는 흑색 실크 재질의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지통은 원추형 스타일이었다. 몸매에서 다리까지 아주 뚜렷이 그녀의 그 길고 아름다운 다리를 뽐내고 있었다. 허리에는 흑색의 폭이 넓은 반짝이는 가죽 허리띠를 매고 있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그야말로 한층 더욱 가늘게 해주는 것이었다.
백리원은 손에 들고 있던 흑색 양가죽 가방을 나에게 건넸다. 현관에 도달해 한 쌍의 은색 굽이 낮은 신발을 집어 들고는 발에 신었다. 그리고는 나를 부르더니 서둘러 문을 나섰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내려가 이층 주차장에 도착했다. 백색의 BMW X1을 타고 단지 밖으로 몰고 나갔다.
백리원이 운전하는 자세는 꽤 숙련되어 있었다. 이 백색의 X1은 비록 아주 새것이었지만 보아하니 이미 운전한지는 시간이 꽤 된 것 같았다. 자동차는 길에서 날 듯 달렸다. 우리 두 사람은 한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모두 묵계를 한 듯이 곽기를 들먹이지 않았다. 마치 그 사람이 이미 소실 된 듯이나 한 것 같았다.
한 시간 후 우리는 의대부속병원에 도착했다. 길에서 그녀는 이미 나에게 말을 했다. 이번에 찾아가는 의사는 의대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화(江華) 교수라고. 그는 심리학의 전문가였고 정신위생과의 교수이며 의사였다. 팔 년 전 바로 그의 추천을 통해 나를 남방에 치료하러 멀리 보냈던 것이다.
오늘은 바로 토요일이었다. 의대부속병원의 드넓은 문에 진료를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나와 백리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십일층으로 올라갔다. 한 당직 의사의 인도 하에 강화교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 사무실의 면적은 작지 않았다. 안쪽의 인테리어는 아주 대범한 짙은 색이었다. 뚜렷이 사무실의 주인이 병원에서 낮은 지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무실 소유의 벽에는 각종 서적이 가득한 서재가 들어서 있었다. 강교수는 홍색 사무용 책상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햇빛이 그의 배후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그의 신상을 비추고 있어 그의 큰 몸매를 더욱 뚜렷이 돌출 시키고 있었다.
강화 교수의 나이는 대략 50세 이상이었다. 흰 가운 아래 건강하고 튼튼한 체형이 운동을 유지하는 습관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어깨가 떡 벌어진 것이 늘 테니스를 치는 모습 같았다. 야윈 얼굴에는 검은 테의 안경을 걸치고 있고 백발이 된 머리는 정연하게 뒤로 넘긴 모습이 꽤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와 백리원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보자마자 열정적으로 악수를 한 다음 교담을 나누기 시작하며 한 편으로는 나를 미소를 띤 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엄습해왔다. 사람을 바라볼 때면 마치 그의 신체를 뚫어버리는 것 같았다. 눈빛이 닿는 곳은 마치 수술도로 인체를 해부하는 것 같았다. 신상의 매 한 곳 혈관과 뼈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눈빛을 정색하고 바라봤다.
그는 한 편으로 나를 바라보며 다른 한 편으로는 백리원의 입을 통해 나의 기본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어서 몸을 나 쪽을 향해 돌린 후 다가왔다. 한 손을 나의 어깨 위에 걸쳤다. 그의 손은 아주 힘이 있었다. 마치 그 나이가 아닌 듯 했다.
그는 나를 옆에 있는 긴 소파 위에 눕게 했다. 나는 그의 지시를 따라 소파 위에 반듯이 누웠다. 나의 복종적인 태도에 그는 칭찬하듯 웃더니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
“백여사, 여사께서는 먼저 앉아 계시죠. 나는 이 아이와 이야기를 할테니까요. 초보적인 진단을 할겁니다. “
백리원은 나에게 기억을 상실한 정황에 대해 의사에게 잘 이야기하라고 당부한 후 자신은 긴 의자를 찾아 앉았다. 강화는 이 때 이미 극도로 일에 전념한 상태였다. 얼굴색 역시 방금 같이 상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먼저 내가 기억을 잃기 전의 문제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있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경찰이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해서 도망을 한 그 일단을 이야기했다. 내가 차 사고를 당한 후의 정황을 이야기할 때 그의 검은 테 안경 아래 눈빛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그는 내가 불면증이 없는지 등의 생리 방면의 반응에 대해 물었다. 나는 기억을 살리려 할 때면 혼란에 빠지는 현상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했다. 특별히 토막 토막의 기억을 회상할 때면 골 안이 마치 두 개로 쪼개지는 듯한 느낌에 곧 혼란의 국면 속으로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 때 뇌 속은 극통을 시작했다. 보다 엄중하면 심지어 혼수 상태에 빠지는 것이었다. 백리원 역시 옆에서 내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실증했다.
강화는 한 편으로 내 진술을 들으며 한 편으로는 기구를 사용하여 나의 심박수와 혈압 등을 쟀다. 내가 말을 마치자 한 장의 차트를 작성했다. 나보고 먼저 가서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했다. 그는 또 열정적으로 나와 백리원을 데리고 검진하는 곳으로 데려다 줬다.
아마도 교수의 분부가 있었던 것 같았다. 각 항목의 검사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MRI 검사를 받고 나오자 백리원과 강화가 휴식용 긴 복도 그쪽에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두 사람 모두 내가 있는 이쪽 방향으로 등을 지고 있었다. 백리원은 한 쪽 손에 가방을 든 채 다른 손에는 팔꿈치에 핸드백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는데 마치 강화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백리원이 말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어 살금 앞쪽으로 몇 걸음을 걸어갔다. 이제서야 몇 마디 말을 조각 조각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시간이 안되었다’, ‘너무 걱정이다’, ‘비밀을 지켜야’, ‘아들을 위해’ 같은 것이었다. 무슨 시간이 안되었다는 것일까? 엄마는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무슨 비밀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걸까? 나는 마음 속으로 저절로 몇 개의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강화는 백리원에게 꽤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듣는 한 편 그녀를 위로했다. 그의 왼손이 아주 자연스럽게 백리원의 어깨를 잡더니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백리원은 분명히 그의 동작을 전혀 항거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는 한 편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태도는 이 순간 분명히 아주 친밀했다. 하지만 또한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그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자 마음 속에 갑자기 일진 기분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들의 담화를 끊었다. 백리원은 나의 목소리를 듣더니 몸을 돌려 급히 내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강화의 손은 아주 자연스럽게 흰 가운 뒤로 돌아갔다. 얼굴에는 다시 그토록 사근사근하고 친근한 웃음을 회복하고 있었다.
강화의 사무실 안에서 우리는 그가 검사보고를 보는 것을 기다렸다. 다시 그가 팔짱을 끼고 생각을 하기를 근 십오분이 지나서야 비로서 그가 입을 열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백여사, 기억상실증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기관성이 원인으로 대뇌가 물리적으로 훼손된 경우 혹은 질병이나 생물적 독성으로 조성되거나 데미지를 입은 경우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기능성 원인으로 통속적으로 말하는 심리적 원인으로 조성된 경우입니다. 개인의 정신에 극도의 자극이 가해졌을 때 심리적 방어 작용으로 보이는 것들이죠. 환자는 완전 기억을 상실하거나 때로는 일정 기간의 사건에 국한해서 기억을 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그 중에 모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기억을 못 하는 겁니다. 이것을 부분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릅니다. “
“저의 관찰과 의학검사 결과 영랑의 대뇌에는 손상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해마체신경도 일절 정상이고요. 따라서 기관성 원인으로 초래한 기억상실은 배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랑과의 대화를 통해 영랑의 기억상실이 선택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사물에 대한 초점이든 사건의 부분성 기억상실이든 결국 원인은 분명 이전에 과다한 자극이 있었다는 겁니다. 대뇌의 신경계통이 심리적 방어 매커니즘을 자동으로 가동한 것이죠. 이러한 경력은 숨겨져 버려서 만일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일생 동안 이 기억을 각성할 수 없게 됩니다. “
“그런데 영랑께서 얼마 전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대뇌에 진동을 조성한 것입니다. 무의식 중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촉발한 것이죠. 그래서 영랑께서는 불시에 기억이 회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외압에 의해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방어 매커니즘을 완전 해제하지는 못 하는 겁니다. 일체의 기억을 회상하는 행위가 모두 대뇌에 의해 ‘탈옥현상’으로 간주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 때 대뇌 안에는 기억회상과 싸우는 정황이 출현합니다. 따라서 영랑은 언제나 머리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것은 기억을 되찾으려는 시도와 방어 매카니즘을 지키려는 사이의 투쟁의 결과입니다. “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는 갑자기 멈췄다. 마치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약간 곤혹스러워하며 계속 말을 했다.
“하지만 영랑의 병에는 아직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부분 기억상실은 단지 모 하나의 사건, 모 일시적인 기간 동안의 기억 상실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영랑은 자술하기를 거의 팔 년에 걸친 기억이 모두 공백이라는겁니다. 이 것은 약간 불가사의한 점 입니다. “
“하지만 한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은 그 교통사고가 비록 영랑으로 하여금 봉인된 기억의 상자를 한 줄 금을 통해 열긴 했지만 동시에 일부의 기억을 통째로 삼킨 것이죠. 이 잃어버린 팔 년이 교통사고로 조성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교통사고로 조성된 기억 상실은 잠시성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추이가 이루어져 아주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이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
백리원은 강화의 분석을 다 들은 후 아주 급급해서 물었다.
“강교수님, 그럼 아들의 이 기억상실 병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치료를 할 수는 있나요? “
강화는 그녀를 안심 시키려는 듯 손동작을 휘저으며 말했다.
“현재로선, 임상적으로 기억상실을 치료하는 주요 방법은 약물 위주로 채택하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을 치료법의 보조로 삼고요. 영랑의 병상태는 신경회복류의 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후 개인적인 휴식을 주의해야 하고요. 아주 격렬한 흉부 활동은 하면 안됩니다. 신경을 제자리에서 어긋나게 하니까요. 동시에 심리의사의 심리 해석을 통해서 환자가 공황을 제거하도록 도움을 줄 겁니다. 병원 원인을 찾고 병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환자 자신의 심리적 재활을 통해 환자 자아의 방어 매커니즘을 도출하게 하여 때가 되면 그 기억들이 자동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
“강교수님, 제 아들의 병은 현재 치료를 시작하면 언제쯤이나 완전히 회복될까요? “
백리원은 계속 물었다.
“그건 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의학계의 뇌신경 영역의 연구가 이미 매우 깊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임상에서의 응용은 또 비교적 약하니까요. 기억 상실이라는 것은 보기에는 큰 질병 같아 보이지 않지만 같은 치료 수단을 쓰더라도 어떤 사람은 아주 빠르게 치료가 되고 어떤 사람은 십 년이 지나도 이 모습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더욱 심한 것은 종신토록 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치료시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
백리원의 얼굴 위에 곧바로 근심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강화는 잠깐 멈추더니 다시 계속 말했다.
“당연히 이런 치료법은 유일한 것이 아닙니다. 목전 의학계에는 일종의 아직 주류로 검증이 안된 치료법이 있습니다. 정경을 복제하는 것이나 플롯을 재현하는 연극 등의 기술을 통하는 것이죠. 환자로 하여금 다시 기억을 잃을 때와 익숙한 환경 안에서 소리, 빛, 전기 등의 수단을 통해 해마체 신경에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환자가 심리적 방어 매커니즘을 파해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말하는 바에 의하면 어느 정도 비공식적 사례를 통해 이미 적지 않은 치료 효과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치료법은 실험 데이터가 부족한데다가 치료수단이 무작위성이 너무 강해서 최종적으로 효과를 볼지 아닌지는 환자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큽니다. 아울러 통제불능 요소의 영향이 너무 많아서 현재로서는 정식으로 임상에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
“의사 선생님! 저는 최대한 효과가 빠른 치료법을 받고 싶습니다. 절 치료하는데 있어 선생님이 최후에 말한 그 치료법을 채택하고 싶습니다. “
나는 계속 듣고 있다가 이 순간 비로서 나의 태도를 표명했다. 목전의 나로 말하자면 기억을 되찾는 것이 아주 많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관건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었다.
강화는 약간 칭찬의 눈빛으로 나를 대하더니 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좋아. 넌 아주 용감한 아이구나. 너를 위해 치료 코스를 제정할 것을 고려해보마. 하지만 이런 치료법에 대해서는 나와 나의 팀이 처음으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야. 따라서 두 분이 나의 지시에 완전히 따라줄 수 있어야 합니다. “
“특별히 중요한 점은 두 분이 일체의 치료 후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 진다는 성명, 그리고 이 일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치료법은 현재 아직 시험단계이기 때문에 병원 측은 후속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부담을 떠맡지 않으려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팀 책임자로서 비공식적으로 이런 식의 실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하기 힘드니 아주 위험하지요. “
그의 얼굴색이 갑자기 엄숙해지며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나와 백리원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상호간 상대방의 눈 속에 결연한 의지를 보고 우리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
이어서 우리는 강화의 요구에 따라 치료 팀의 대표인 그와 면책 성명에 대해 정식으로 서명했다. 하나의 초보적인 치료 코스를 안배 받고 그의 계획에 의거하여 나는 매주 그의 치료실에 심리상담을 받으러 세 번을 가기로 했다. 이것이 일단계 내용이고 이단계는 제일단계의 전개상황에 따라 진행하는데 주요한 것은 나의 피드백에 근거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나를 위해 정경 중시의 플랫폼이 하나 편성되었다. 나의 뇌신경원에 자극을 통해 기억을 회상하는 효과를 격발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 과정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나의 일절 소식과 치료는 진실이 아닌 서류가 작성되어 표면상으로는 교연 활동의 소식지를 위한 일개 임상환자로 보고가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 신분을 증명 해야 하는 귀찮음을 피할 수 있었다.
강화는 추측컨대 이 프로그램을 처음 테스트해보는 것이어서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또한 매우 도전적인 실험이었다.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만일 그가 이 실험을 통해 기억상실 치료의 최신방법을 장악해낸다면 학술상의 명예를 얻을 뿐만 아니라 거대한 성공을 취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태도는 매우 격동되어 있었다. 친히 우리를 병원문 입구까지 배웅을 해줄 뿐 아니라 떠나기 전 우리와 악수까지 하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막 차에 탔을 때 백리원의 아이폰 벨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번호를 보더니 눈살이 약간 찌푸려졌다. 나에게 차에서 잠시 기다리라고는 하고 자신은 차에서 내려 주차장의 한 모퉁이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그녀의 호리호리한 신영이 한 화단 앞에 서있었다. 거리가 약간 먼 관계로 통화의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동작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전화 처음에는 약간 못 참는 듯 했다. 그리고 후에는 다시 연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상대방의 의견에 부정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계속되자 그녀의 정서는 평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얼굴 위에 점차 기쁨의 웃음이 떠올랐다. 다른 한쪽 손으로는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 한가운데를 가볍게 눌렀다. 대략 십분 정도 이야기를 했을까, 그녀는 전화를 끊고 걸어서 돌아왔다.
차로 돌아온 후 백리원은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치 나의 의문 섞인 눈빛에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는 듯 했다. 잠시 멍하니 있다 비로서 입을 열고 말했다.
“석두야, 너 운전 할 줄 알아? “
내가 긍정의 답변을 한 후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들, 정말 공교롭게 됐어. 엄마가 기다리던 한 비즈니스 상의 친구와 상담을 해야 돼. 그래서 너랑 같이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너 먼저 혼자 운전해서 집으로 가야겠어. 괜찮지? “
나는 약간 의혹서린 눈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친구를 만나기에? 왜 내가 거기까지 태워다 주면 안돼? “
“이 친구가 우리 집이 가장 곤란할 때 아주 많이 도와줬어. 엄마 현재도 그의 회사가 펼치고 있는 업무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래서 오늘 정말 할 수 없어. 너 먼저 돌아가도록 해. 금방 나를 데리러 차가 올거야. “
백리원은 작은 소리로 나에게 반복했다. 말투 속에 한 줄기 간청의 기운이 있어 나는 부득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착하지, 집에 돌아가면 잘 쉬고 있어. 점심은 편의점 배달을 시키면 돼. 엄마 일찍 집에 돌아가서 너에게 보상을 해줄게. “
백리원은 마치 내가 더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이 두려운 듯 총총히 알려준 후 붉은 입술을 나의 이마 위에 가져와 꼬옥 누른 후 가방을 들고는 차에서 내렸다.
나는 악셀을 밟았다. 그녀가 손을 흔드는 중에 병원 대문 쪽으로 몰고 나갔다. 후시경 안으로 그 늘씬한 신영이 점차적으로 작아지는 것이 보였다. 코너를 한 번 돌자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X1을 타고 도시의 도로를 날 듯 운전했다. 이마 위 백리원의 키스 자국, 차 안에는 아직 그녀의 독특한 향기가 남아 있었다. 마치 그녀가 떠난 적이 없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 속은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어째서 그녀는 그 비즈니스 상의 친구를 만나는데 나를 따돌리는 것일까? 이 친구는 대관절 남자인가 여자인가? 어째서 그녀는 이 사람을 이렇게 중시하는 것인가?
X1 상의 네비게이션은 아주 쓸모 있었다. 나는 직접 복우중심 그쪽으로 운전해 가지 않았다. 성을 빠져나가 도시순환 고속도로로 갔다. 나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었다. 이런 시간대에 처리하는 것이 좋은 것이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내가 도달한 곳은 올 때의 교통터미널이었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차와 사람의 흐름을 최대한 피해 출입구 쪽으로 다가가 옆에 있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골목길에 정차했다. 이 안은 통상적으로 주차요원이 주차비를 받으러 올 생각을 안 하는 곳이었다.
나는 차에 있는 트렁크를 뒤적여 모자챙이 큰 밀짚모자를 찾아냈다. 비록 여자 스타일의 것이었지만 나는 위에 묶여 있는 리본을 떼어 낸 후 머리에 써봤다. 보아하니 약간 불량배스러운 맛이 풍겼다.
나는 조심조심 터미널 휴게소의 CCTV를 피해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밀집모자 모자챙의 도움을 빌어 나의 얼굴부위는 계속 CCTV에 폭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 나의 발걸음은 지극히 천천히 변했다. 한 편으로 걸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명확한 목적지가 없는 모습을 가장했다.
몇 번의 커다란 원을 그린 후에야 비로서 나의 목표에 도착했다. 나는 몇몇 관리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틈을 타서 열쇠를 꺼내 사물함을 열었다. 지난번 역에 왔을 때 이 안에 보관시킨 물건을 가지러 온 것이었다.
나는 밀짚모자를 벗어 부채처럼 부치는 시늉을 했다. 모자를 흔들어 나의 얼굴 부위를 가리며 다른 한 손으로 흑색 트렁크를 꺼내 가장 빠른 속도로 터미널을 빠져 나갔다. 트렁크를 X1의 뒷좌석에 던져 놓았을 때야 비로서 자신의 온몸이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휴식을 할 생각조차 못하고 즉시 X1의 시동을 걸고 터미널을 떠났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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