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무협야설 - 성녀모친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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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협야설 - 성녀모친(聖女母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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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adamschung
졸역 - 흑슈
第 一 章
마교(魔敎)의 마인들이 사문을 포위 공격한지 이미 수일이 지났다. 수많은 사형, 사저들이 죽고 다치는 모습을 보고만 있으려니 내 마음 속에 한줄기 극심한 통증이 생채기 되어 스쳐 지나간다. 평상시 나를 끔찍히 아껴주던 사형 주풍(周楓)… 피범벅이 된 채 지면에 누워 있는데 생사를 예측할 길이 없다. 어린시절부터 나와 같이 자란 소꿉친구 이문지(李文智) 역시 온 몸에 수십 줄기 칼을 언제 맞았는지 눈알 가득 분노와 비애를 내뿜으며 대문 옆쪽에 널부러져 있는데 아무래도 다시 살아날 길은 없어 보인다.
그 외 또 다른 수 많은 사형, 사저들. 그들 모두는 오직 한 가지 희망을 품은 채 이 피바다속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희망이란 자신의 선혈과 생명을 바쳐서라도 사문이 마교의 수중에 사라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이었다.
내 마음 속에는 비통함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하지만 나는 이토록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무능력하기만 했다. 비록 내가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사부와 사모의 아들이건만 나는 천성적으로 병신이었다. 그것은 불구 같은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술을 익힐 수 없는 몸이었다. 체내에 약간의 경맥만 운행하더라도 즉시 전신을 경련하며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었다. 한번은 경맥 운행을 무리하여 강행해 보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피를 토하며 까무러친 이후 삼개월간 크게 않아 누워 있어야 했다. 그 후 부모님은 연공을 다시는 허락치 않으셨다.
나의 부모님으로 말하자면, 그분들은 무림맹주조차 십분 두려워 마지 않는 대단한 분들이다. 부친인 임진(林震), 그 행적이 표연하여 일신의 독문암기로 강호를 독보한 분이다. 그가 삼일 내로 누군가의 목숨을 넌지시 내비치면 향 한자루 타는 시간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아무도 그의 사문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알려진 것은 그가 “임(林)” 자라고 쓰여진 목패를 그 기호로 사용한다는 것 뿐이었다.
부친은 아주 곧은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목숨을 빼앗긴 인물들은 모두 극악무도한 인물들 뿐이었다. 게다가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곤궁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니, 탐관오리들의 원성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원한을 갖고 또한 두려워하니 알게 모르게 숱한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 이렇듯 이름을 드높이니 많은 무림인사들이 무림맹주로 추대를 했다. 그러나 부친께서는 완곡히 거절을 했다한다.
어머니는 성은 설(雪)이요, 이름은 오지(傲芝)이다. 당년 무림인사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성녀(聖女)이며 청심재(淸心齋)의 수석대제자이다. 사부는 당년 보살과 같은 마음씨로 무림에 명성이 자자했던 청심재의 장문인 요청아(姚淸兒). 청심재는 선(善)을 수행하기 위해 세워졌으므로 선을 행하고 덕을 쌓으니, 비록 무림 행사에 참여는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한결같음에 널리 칭송되었다. 게다가 어머님은 청심재의 성녀와 수석대제자의 지위를 겸함으로써 요청아의 장점을 대부분 계승했다. 조정의 일은 물론이거니와 무림의 대소사에 있어 설오지라는 이름이 주는 영향력은 적지않았다. 대소사 일에 대한 조정권이 상당 부분 어머니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청심재에는 한가지 성문화되지 않은 규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장문인이 부득이하게 시집을 가게 될 경우에 관한 것이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남자에 의해 처녀지신이 깨지게 되면 일신 공력의 팔성이 상대방 남자의 신상으로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일이 이러하자 무림의 수많은 사람들이 청심재의 장문인을 처로 맞이하려고 싸우게 되었다. 청심재 장문인의 무공 수련은 적게 잡아도 무림 전체에 있어 앞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문의 무공을 수련하는 관계로 청심재의 역대 장문인 모두 경국경성(傾國傾城)의 미녀이니,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울어질 정도의 미모였다. 현임 장문인 요청아만해도 비록 나이는 오십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삼십 정도 소부의 모습 같았다. 이런 사연이 있었지만 청심재의 역대 장문인 모두 완벽을 고수해 처녀지신을 지켰다. 이것이 아마도 어머니가 장문인이 되지 못한 주요 원인인 것 같았다.
어머니는 비록 청심재의 성녀였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천생 미골(媚骨)의 몸으로 태어났다. 이것은 역대 전인중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더해서 요청아의 미모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타고난데다 그 기개 또한 드높아 범속하지 않은 기질을 지녔으니 무림의 인사들, 특별히 마교의 마인들이 미친듯이 열망하게 되었다.
요청아가 이 같은 것을 보고 특별히 생각해 면사를 하나 만들어 어머니에게 항상 착용하도록 명했다. 비록 절대적인 미모가 반 이상 가려졌지만 그것은 오히려 일종의 신비감을 더해주었다. 게다가 독특한 미골의 체질을 타고 났으니 어머니가 매 번 눈을 깜박일때마다 살을 떨 정도의 유혹감이 충만했다. 더해서 그녀 성녀라는 신분을 지녔으니 남자라는 동물들의 불가항력적인 정복감마저 자연스럽게 불러 일으켰다.
소위 천생 미골을 타고난 여인은 오직 하나의 동작 한 번의 눈 깜박임만으로도 남자의 숨결을 거칠게 만드는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체질의 여성을 보게되는 남자의 뇌리 속에는 단 두 가지 단어만이 머리에 떠오를 뿐이었다. 침상 그리고 교합.
게다가 어머니는 나와 같은 아이들이 보아도 감당할 수 없는 유혹적인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 의복으로 감싸여진 봉긋한 가슴, 한 마리 물뱀이 흐느적거리는 듯한 가는 허리, 마지막으로 길게 뻗은 아름다운 다리가 얇은 치마 속에서 보일 듯 말 듯하니, 사람을 유혹함이 극에 달했다. 거기에 이름과 같이 냉막하고 오만한 기운이 풍기는데다 또한 천생 미골 기질 또한 갖추었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쉽게 접근 조차 못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째서 역대 장문인을 뛰어넘지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청심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전인으로 불리웠기에 말이다.
어째서 어머니가 부친과 결합했는지는 잘 모른다. 부친의 그 냉랭한 성질은 내가 아주 싫어하는 바이다. 어머니가 내게 부친이 협의의 심장을 지닌 분이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말이다. 두 분 사이의 일은 조금은 동화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어머니가 제일 처음 부친과 만나던 때 신분은 고귀한 성녀의 신분이었다. 당시 청심재의 몇몇 여제자들과 함께 산상 사찰 속에서 경전을 읽고 있었다. 본래 계속해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대원(大院) 쪽에서 갑자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일성 병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낭랑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욕을 하는 소리가 그치고는 바닥에 어떤 물건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아! 아니! 설오지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손에 들고 있던 경서를 내려놓고 방문을 밀어 젖혔다.
그녀의 방문 맞은편이 바로 대원이었다. 이 때, 바라보니 야행복을 입은 한 사람이 대원 중간에 서있었다. 그의 신변 옆에는 온 몸에 선혈이 낭자한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서 있는 사람의 팔뚝에도 화살이 관통해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달빛에 의지해 그 사람의 눈초리가 매와 같이 예리한 것이 보였다. 설오지의 모습을 보자 그의 눈빛 속으로 한줄기 의아해 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누구시오?」
적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한 여인이 나타나자, 흑의인은 앞으로 나설 기색없이 제자리에 선 채 말하는데 목소리로 보아 남자임이 분명했다.
설오지는 맑고 투명한 눈빛을 빛내며 내심 상대방의 적의를 느꼈지만 대범하게 다가가 흑의인에게 눈처럼 하얀 손수건을 건내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 다쳤군요. 먼저 피부터 지혈하세요! 」
설오지의 눈으로부터 선의와 진실성이 느껴지자 흑의인은 이 여인을 향해 더 이상의 적의를 품을 수 없었다. 「고맙소! 」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로부터 손수건을 건네받아 바로 화살 주변을 싸매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당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화살을 빼내는 일이었다.
남자의 수법은 정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혈이 더 이상 밖으로 흐르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가 한숨을 내쉴 때, 갑자기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부터 마치 개미가 무는듯한 마비증세와 아픔이 전해져 왔다. 그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괘씸한 개도둑놈! 양이정(梁尔庭)!! 화살에 독을 발라놨구나!! 」
「태천순무(台川巡撫) 양이정(梁尔庭)? 」
(역주) 태천순무 – 태천은 중국내 지명을 말하며 순무는 명나라때 조정에서 지방에 파견하여 민정 및 군정을 감시하던 대신을 말함.
설오지의 머리 속으로 한 인물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그 사람은 탐장왕법(貪臟枉法), 무악부작(無惡不作)이라. 뇌물을 받아먹고 법을 어기니, 온갖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일개 순무의 지위로 재산이 수십만이 넘으니, 백성의 고혈을 수탈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바로 태천 백성들이 가장 미워하는 탐관오리였다. 이전에 듣기로 임진이 이 탐관오리의 명성을 듣고 그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에게 나눠주었다한다.
왜 이 사람은 이 곳으로 온 것일까? 설오지는 마음 속으로 갑자기 깨닫는 것이 있었다. 두려운 것은 저 성이 양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이 곳에서 경전을 읽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면 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학에 대한 명성을 듣고 자신과 교류하기 위해 귀찮도록 찾아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오지는 눈을 들어 바닥에 누워 있는 인물을 바라봤다. 관가의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무인 같아 보였다. 아마도 사로 잡힌 것 같았다.
「당신 중독됐어요. 이리 오세요. 」
설오지는 마음 속으로 이 임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내심 탄복하고 있었다. 이런 난세 속에 협의지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흑의인은 의혹의 눈으로 면전의 여인을 바라봤다. 그녀 절세의 용모는 보고 있는 것 만으로 자신의 상처 부위에서 전해오는 고통의 칠팔푼 어치를 감해 주었다.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는 그 매력을 한결 더해 주고 있었다. 매번 그녀의 호수와 같은 선의로 가득찬 눈망울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 속으로부터 한줄기 욕망이 치솟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
설오지는 흑의인이 원래의 자리에서 꿈쩍을 하지않자 마음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사람은 남의 호의를 이토록 모르척 하니 어찌 협의지사라 할 수 있겠는가?
설오지의 얼굴에 노기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흑의인은 연망 정신을 되차렸다. 즉시 마음 속으로 자신의 실태를 나무랐다. 어찌 저토록 선량한 여인에게 그런 음란한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
사실 두 사람은 모두 오해를 한거였다. 설오지는 선량한 마음의 경계를 지닌 반면 동시에 천생 미골을 타고났다. 그 두 가지가 결합되어 가일층 효과가 증진되고 있었다.
흑의인은 두 말할 필요없이 바로 임진이었다. 임진은 설오지가 자신의 무례에 대해 어두운 기색을 보이는 것을 보고 황망히 그녀의 걸음을 뒤따랐다.
설오지는 원래 옹졸한 성격이 아니었으므로 두 사람이 그녀의 침실로 들어서자 임진에게 먼저 의자에 앉으라 권했다.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에 상자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상자를 열자 원래 그 안에는 몇몇 작은 자기병들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분명 각종의 약병이 분명했다. 설오지는 그 중 한 갈색 약병을 꺼내 열었다. 바로 한 줄기 향 가득한 약내음이 흘러 나와 순식간에 방 안을 채웠다.
「이건… ? 」
임진은 코를 스며드는 약내음을 맡고는 잔뜩 긴장해 있던 양 어깨의 힘을 뺐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향내음이었다.
「분명 십향생기산(十香生肌散)이다. 이 약은 청심재의 독문… 청심재? 그럼 이 여인은… 」
임진은 마음 속으로 약간 놀라는 것이었다. 저 경국지색의 용모와 기질, 게다가 다시 청심재의 사람이라면, 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은?
임진은 자신도 모르게 양 눈을 크게 떴다. 힐끗 앞 전에 등을 보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한층 빛났다. 그가 이제껏 미녀들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등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신비감과 감히 범하지 못할 기질을 풍기는 여인이란? 천하에 그런 여인은 단 한 명 뿐이었다. 청심재의 성녀 설오지!
이 때 설오지가 살짝 허리를 굽혀 상자 안을 뒤적거려 무엇을 찾는 것 같았다. 한 겹 얇은 의복만으로는 근본적으로 그녀의 도도한 몸매를 가리지 못했다. 풍만하고 탄탄한 둔부가 살짝 하늘거리는 것이 임진의 눈 안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갑자기 설오지는 자신의 등 뒤 남자의 불 같은 시선을 따갑게 느꼈다. 불쑥 고개를 돌리니, 남자가 눈 한 번 깜박임없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이 사람을 좋게 도우려 하는 마음인데, 이 사람이 이토록 난봉꾼일줄은 생각치 못한 터였다. 이것은 너무 파렴치한 것이 아닌가?
설오지의 분노 가득찬 신색을 보자 임진은 자신이 또 실례를 저지른 것을 깨달았다. 줄곧 냉막하고 무정한 자신이 오늘밤 어째서 몇 번씩이나 실수를 저지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실상 미녀 앞에서 너무 무례하게 군 것이었다.
황급히 눈길을 거두고 미안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낭자께서 저에게 호의를 베푸시는데,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
말을 마친 후 눈을 감고 다시는 설오지의 눈을 보지 않으려 했다.
계속해 설오지가 임진의 팔뚝에서 화살을 뽑아 낼 때, 그는 한 마디 신음성도 내지 않았다. 선혈을 과다하게 흘린 관계로 약간 현기증이 일어 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할 수 있었다.
설오지가 지닌 해독의 영단 덕분에 임진은 해독을 마칠 수 있었다. 감사의 인사말을 건넨 후 방을 빠져 나오는데 시종일관 그는 눈을 다시 뜨지 않은 채 였다.
일이 지나간 후 설오지 역시 약간은 무엇인가 깨달았다. 어찌 정상적인 남자가 자신과 같은 절세적 용모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가? 자신은 또 무슨 연유로 모르는 사람에게 그토록 구원의 손길을 뻗은 것인가? 됐어! 어쨌든 일은 이미 해결됐으니 된거야.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가버렸어.
이 것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이야기였다.
장면을 되돌리면 한 편의 일방적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다. 마교의 원군이 계속해서 도착한 이후 우리의 형세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최정예의 제자들을 데리고 도처를 지원하고 있었다. 비록 호랑이가 양떼들 속을 헤젓는 모양이었지만 마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어느새 대문 안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보니 죽어간 사형 사저들이 넘쳐났다. 부친은 일찍이 마교의 사정에 대해 무림인사들과 상의하러 삼성산으로 떠나 가있었다. 마교가 이 시간에 이곳을 기습할 줄은 생각치 못한 터였다. 비록 어머니가 부친께 바로 비합전서를 날렸지만, 삼성산에서 돌아오려면 밤낮으로 달려도 아무리 빨라야 일개월의 시간은 걸리는 것이었다. 현재의 형세로 보아하니 일개월은 커녕 일주일도 못버틸 지경이니 이제 기적이 발생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청심재? 바라지도 않는다! 어머니와 그들이 의절한 그 날부터, 난 다시는 「청심재」라는 세 글자를 그 누구의 입에서도 듣지 못했다.
마교의 마인들은 계속해서 총알받이를 이용하여 우리의 힘을 소비시켰다. 그들이 무슨 비책을 숨기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난번 그들의 장로라는 자가 출현했을 때 어머니에 의해 일장에 죽고난 후, 그 이후로는 다시 고수는 나타나지 않은 터였다.
그 때, 마교의 진형 속에서 대략 오십세 전후로 보이는 용모가 극히 추하게 생긴 인상 험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있었다. 손에는 서양의 망원경을 들고서는 싸움터 속을 분주히 날고 있는 미염한 부인에 흥취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쯧쯧, 설오지야, 설오지,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보아하니 네 년이 내 사타구니에 깔릴 순간이 머지 않았구나. 바로 나 육영(陸英)의 첩이 되는 것이지. 하 하 하 하… 」
육영은 마교 부교주의 지위로 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이었다. 지위는 교주 아래였지만, 그의 다년간의 계책이 아니었다면 마교가 오늘날의 위치를 차지하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마교 내의 지위는 교주 장마생(張麻生)과 거의 같은 급이었다.
두 시진이 지나자, 마교의 마인들의 공세가 다소 약해졌다. 보아하니 다시 휴식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요 며칠간 매번 오후가 되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선혈로 가득한 장검을 거두어 들이고는 내쪽으로 다가왔다.
「어머니, 물 좀 드세요. 」
나는 전투는 못할망정 기왕지사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마 돕고 있었다. 어머니로 하여금 휴식을 취하게 했다.
어머니는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옆에 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아버지 말을 들었더라면, 그럼 좋았을 것을. 」
말을 하며 내 수중의 물을 받아 들어 한 모금 마시는데 얼굴에는 어쩔 도리가 없음과 내키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마교 이 놈들! 네 아버지가 외출을 한 틈을 타서 기습을 하다니, 수단이 정말 비열하기 그지 없구나! 」
이 순간 나로서는 어머니께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난감했다. 이 말은 요 며칠간 계속해서 누차 듣는 말이었다. 만일 부친이 계셔서 어머니와 연합하면 이까짓 마교는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문 밖에서 일성 폭발음이 들려왔다. 연이어 연속해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창호지들이 모두 진동소리에 찢어지는데 혈육이 튀며 찢어진 창호지를 적셨다.
「이것은 진천뢰(震天雷)!! 」
어머니는 아름다운 두 눈을 부릅떴다. 마교가 진천뢰! 이런 비장의 술수를 쓸줄이야? 맙소사, 이제 우린 진정 끝났구나!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뛰어 나갔다. 눈을 들어보니, 진천뢰가 떨어진 곳은 바로 가장 많은 우리 제자들과 마교 마인들이 싸우던 전장이었다. 세상에 저 독랄한 수법을 보라. 자신네 아군조차 아랑곳 하지 않고 진천뢰를 쏘는 것을 강행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책은 확실히 완벽했다. 비록 그들 죽은 것이 우리쪽 죽은 사람보다 많았지만 말이다. 우리는 다만 십수명이 죽고 그들은 백여명 이상이 죽었지만 그들은 뒤에서 계속 원군이 충원되고 있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이 사람이 충원 되고 있었다.
「끝났어… 끝났어… 」
어머니의 교구가 맥이 풀리는 듯 바로 휘청였다. 다행히 내 반응이 빨라 어머니를 부축할 수 있었다. 자신이 평상시 그토록 아끼던 제자들의 죽음을 보자 어머니의 마음은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눈에는 바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저 진천뢰의 살상력은 막대한 것이어서 현재 서 있는 제자들 또한 막대한 중상을 입은 채 였다. 마교에 대항 하고 있는 것은 고작해야 십수명 뿐이었다.
「하 하 하 하 하 하 하! 」
이 때, 대문 밖에서 일성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질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마치 마괴의 소리 같았는데 사람의 귀청을 찢어버리는 것이었다. 찰나간에 최후로 버티던 제자마저 죽음의 길을 떠났다. 마교의 진정한 고수가 이제 출현한 것이었다.
「육영! 」
어머니는 분노의 시선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노려보며 교갈 일성을 내질렀다. 목소리에는 분노, 원망, 비통이 서려 있었다.
육영은 그 추한 늙은 얼굴의 살을 씰룩이며 음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임부인! 내 일찍이 이야기했었지. 당신은 우리 적수가 못된다고. 하지만 만일 당신이 우리 마교로 귀순한다면 내 당신을 용서해 주겠소. 아! 당신 등 뒤에 아들이 아직 살아있지? 크 크 크 크 … 」
말을 하는 동안 추한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다.
「꿈 깨시지! 」
어머니는 등 뒤로 나를 보호하며 장검을 몸 앞으로 겨누었다.
「누구도 내 아들을 건들 수 없다! 」
적들의 선혈로 적셔진 긴 치마로 나를 가리니, 그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했다.
「흐흐 」
육영은 일성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당신은 선택을 해야하오. 임부인! 죽으려고? 어림없는! 」
육영은 어머니의 손동작을 보고있다가 검을 횡으로 들어 자결하려는 시도를 보자, 수중에 일탄을 날렸다. 동전 하나가 어머니의 손목을 파열하니 장검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어머니는 자신이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자결을 하려 했다. 무공을 모르는 아들을 그들이 절대 쉽게 해치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아들의 대모는 당금의 황후였다. 현재의 조정은 마교를 용인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평형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정도의 일가가 조정의 지위를 넘보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마교를 용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일 황후가 가장 아끼는 보물을 건든다면 이야기는 틀려지는 것이었다. 마교가 일천개일지라도 조정이 개입되면 곤란해지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과 남편 또한 조정과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은 황후가 가장 총애하는 보물이었다. 그들이 감히 아들을 건들 수 없는 사정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셈을 굴리던 주판이 깨져버렸다.
「어머니! 」
어머니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고 나는 황급히 어머니의 교구를 부축였다. 비록 내 나이 십육세였지만 어머니를 부축여 안기에 이미 충분했다.
육영은 흥미로운듯 나를 바라봤다. 보고 있으려니 그가 소맷자락을 펄럭이니 한 줄기 향기가 전해져 왔다. 어머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들! 숨을 멈춰! 」
바로 이어서 나는 인사불성이 되어갔다.
어머니 또한 비록 진기로 바로 보호를 했지만, 나에게 일성을 내지르느라 한 줄기 향이 스며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교구가 흐느적거리며 바로 바닥에 쓰러져갔다.
육영이 손을 휘저으니, 사오명의 마인들이 앞으로 나서서 나와 어머니를 각각 안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육영은 괴소 일성을 내지르며 천천히 따라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날 밤 치료를 해준 이후, 설오지와 임진이 두 번째 만난 것은 비적을 토벌하고자 모인 무림대회에서였다. 이 대회는 마교의 마인들을 토벌하고자 설립된 대회였다. 당시 설오지는 청심재를 대표해 입장 선언과 정황을 살피기 위해 참가했다.
임진은 항상 그렇듯 흔적없이 나타났다 흔적없이 사라졌다. 아무도 그가 언제 왔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사람들의 최후면에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날 밤 이후 그는 이 여인을 잊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그녀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었다. 그녀의 그 선량한, 부드러운 그리고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
이 시각 그녀는 설백의 면사를 착용하고 있어 절세적인 옥용이 대부분 가려져 있었다. 다만 한 쌍의 수정과 같은 아름다운 눈만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녀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도드라지게 할 뿐이었다.
한 줄기 익숙한 뜨거운 눈빛이 느껴지자, 설오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순간, 두 사람의 눈 빛이 서로 마주쳤다.
설오지의 눈길을 만나자 임진은 한줄기 담연한 미소를 띠우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오지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는 붉은 기운이 서렸다. 저 남자는 어찌해 또 나타난 것인가? 자신을 보고 미소를 띠우고 있다. 그 날 그는 하늘 조차 얼릴듯이 무정해 보였는데 지금의 그는 마치 한겨울의 태양 마냥 한줄기 따스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오지… 오지! 」
요청아가 단상 아래에서 두 번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생각에 골똘하던 설오지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원래 자기가 서 있는 이 곳은? 그렇다. 연설이 중단돼 있었다.
다시 그 사람 쪽을 보자 언제인지 모르게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의 상처는 다 나은 것인가? 이것은 설마 환각이란 말인가? 설오지는 가벼이 고개를 흔들며 머리 속의 잡생각을 떨궜다. 그리고 재차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