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5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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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57부
영자 누나가 말했다.
“영도야, 내가 니한테 정말 간절한 부탁이 있다.”
“뭔데 ...... ?”
“꼭 들어준다는 약속부터 해라.”
“하모! 틀림없이 약속한다.”
“니가 나를 여자로 만들어 도!“
“뭐라꼬 ...... ?”
“니가 내 첫 남자가 돼 달란 말이다.” --- 이 대화가 오늘 이야기의 골자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이야기가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늘 일어난 일들을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본다.
에이 씨 ...... ”
나는 급히 말을 중단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팔”이라는 말이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정말 씨팔이었다.
“에이 씨, ...... 와 나만 자꾸 시킵니꺼? ...... 내가 이집 머슴이가?”
엄마와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엄마에게 존칭을 쓰고 스스로 엄마를 돕고 심부름도 마다한 적 없이 잘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아니, 니가 우리 집의 유일한 머슴아 아이가?”
영미 누나가 톡 나서서 빈정거리며 웃기까지 한다.
“내 말은 내가 이 집의 머슴이나 종이냐는 기다!”
나는 소리를 꽥 질렀다.
엄마와 영자 누나도 시선을 나에게 돌린다. 영자 누나는 보지를 못하니 고개만 돌린 것이지만.
"쟈가, ...... ? 큰 언니가 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그깟 심부름에 짜증을 부리노?”
영미 누나가 또 나선다. 정말 한 대 쥐어박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 짓도 못하니 숨만 씩씩거렸다.
“알았다. 영미, 니가 갔다 오거라.”
엄마가 심부름의 교통정리를 새로 해주었다.
“와 영도를 시켰다가 내한테 미루노? 그라마 내도 싫다.”
“이눔의 가시나. 뭘 시키마 꼭 토를 달제. 니는 지금 영도 심정을 모르겠나?”
“체, 지만 그렇나?”
영미 누나는 쫑알거리며 방을 나갔다. 그 심부름은 승돈 네에 가서 미리 말해둔 명주 몇 필을 받아 오라는 것이었다. 힘들 것 하나 없는 일이지만 그것으로 영자 누나의 이불을 만든다는 것에 괜히 화가 난 것이다.
혼자 건너방으로 왔는데 화는 풀렸다. 오히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냈다는 것 때문에 엄마와 영자 누나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언짢았다. 울적하기도 하고 스산하기도 하고 외로움마저 밀려온다.
모든 문제는 영자 누나의 결혼이 결정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상대는 경상도의 북쪽 끝자락, 울진이라는 곳에서 숯을 구워 파는 홀아비라고 한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엄마는 직접 그곳에 가서 사윗감을 만나고 왔으며 아버지도 찬성을 함으로써 날짜까지 잡혔다.
누나의 시집가는 날은 이제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날이 지나면 이제 누나는 우리 집에, 내 방에, 아니 나에게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허전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현실감 있게 왠지 불안하고 매사에 짜증이 나고 작은 일에도 화가 나며 초조함 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 착잡함 속에서도 차츰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누나가 나한테 어떤 존재인데, ...... 어릴 적부터 나를 그토록 보듬어 주었고, 커가면서 나도 누나를 더 이해하고 한껏 정이 깊어졌는데 어린애처럼 투정이나 부리다니.
누나도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다른 여인들처럼 짝을 맺고 빠구리도 하며 아기도 낳아야 되겠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한 누나라면, 시집가게 된 것을 나도 기뻐하고 축복해줘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할 수 없는 점도 있다.
“아이고! 결정은 했지만 마음은 더 불안하고 애가 타네요. 혼수도 제대로 몬해 주는 것도 그렇지만 쟈가 그 먼데로 가서 제대로 여자구실하며 살 수나 있는지 ...... ”
엄마가 이웃과 나눈 대화처럼 우리 가족들은 누나의 결혼을 축하하기보다 걱정이 앞서 있었다.
그 이유는 누나가 장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 보기에 좀 번듯한 신랑이 아니라 오지(奧地)에서 숯을 구워 파는 홀아비와 짝을 맺는다는 것이 나에게도 안쓰럽고 애처로움으로 다가온다.
그런 감정 때문인지 누나의 결혼을 생각하다 보면 자꾸 청송띠기가 이 마을로 시집오던 광경이 떠오르기도 한다. 신부는 한손을 받혀줘야 걸을 수 있을 만큼 심한 절름발이며 따라온 사람은 등짐을 진 아버지 하나뿐이었던 것을.
청송띠기는 이름이 탁송자, 성씨도 희성이지만 어머니가 버섯 따러 갔다가 소나무 숲에서 낳아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가족은 주왕산 중턱에서 화전을 일구어 살고 아버지는 가끔 약초나 산나물을 장에서 판다.
그녀의 신랑 문영구는 사지가 멀쩡해 지금 군복무중이다. 그런데 집안은 째지게 가난하고 ‘심술보’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그의 어머니 혹부리아지매는 술과 노름이나 좋아하고 영구도 맨날 사고나 치는 망나니여서 서로의 조건이 대충 맞은 셈이다.
그러나 청송띠기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고 힘도 좋아 집안 농사는 물론 품앗이까지 하면서 혼자 힘으로 살림을 꾸려 나간다.
나하고도 어쩌다 두차례나 빠구리를 한 사이인데 소아마비에 의한 다리의 차이 때문인지 자지가 삐뚜로 들어가는 기분이지만 뜨거운 몸에다 순박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여인이다.
하지만 장님인 누나가 청송띠기 정도라도 생활을 헤쳐 나갈 수 있는지가 문제다. 그래서 엄마나 나나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영도야, 나 때문에 니가 아까 화냈제? 이제 그마 풀어라. 아이마 내가 자꾸 니한테 미안타.”
착잡한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영자 누나가 다가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얹더니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다.
“아이다. 괜히 화를 내서 내가 미안타. 아! ...... 그런데 누부야, 정말 시집 안가마 좋겠다.”
치기어린 투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영도야, 내도 이집에서 니하고, 부모형제와 사는 기 제일 좋다. 하지만 이만큼 자랐으이 어쩔 ...... ”
누나의 말이 떨려가더니 끝을 맺지 못한다. 하기야 그 뒷말은 안해도 안다.
“소나 돼지도 클만큼 크마 다 팔려 가는데 부모님이 이만큼 키워주셨으이 밥 한그릇이라도 덜 축내야 될 거 아이가?”
그 전에도 한 이불 속에서 누나의 시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누나가 나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때 나는 그 말이 우리가 가난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생각은 바뀌었다. 누나도 한 여인으로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누나의 어쩔 수 없는 결점 때문에 안타깝기도 하고 애처로움이 앞서는 것이다.
“누부야, 내가 잘몬 했다. 누부야도 행복해야제.”
“그래. 앞일을 우리는 다 모르지만 노력은 해야제. 나는 이 집을 떠날 때 절대로 안 울끼다. 눈물이 있다 캐도 그전에 다 흘리고 웃으며 떠날 끼다. 니도 웃으며 나를 보내도.”
그 말에도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바로 그저께 밤, 나는 어쩌다 잠이 깼다. 누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어깨를 들먹이며 울고 있었다. 그녀의 심정을 알기에 모르는 척하며 나 역시 슬픔에 젖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영도야, 여 좀 앉아봐라.”
우리는 방바닥에 마주 앉았다.
“내가 가기 전에 니한테 꼭 한가지, 간절한 부탁이 있다.”
“뭔데 ...... ?”
“꼭 들어준다는 약속부터 해라.”
“하모! 틀림없이 약속한다!”
“니가 나를 여자로 만들어 도!”
착 가라앉은 소리는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으면서도 왠지 섬칫했다.
“뭐라꼬 ...... ?”
“니가 내 첫 남자가 되어달라는 말이다.”
이제는 분명히 알아들었다.
아, 누나는 나와 빠구리를 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시집갈 날을 코앞에 두고.
“뭐라 카노? 누부야! 여자는 순결이라는 기 있다!”
나도 주워들은 말이 있어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다.
“내도 그런 것쯤은 안다. 하지만 내 서방 될 사람은 이미 처녀장가를 갔었다 카더라. 그러이 여자의 순결이 그리 대단하다 카면 그 사람은 이미 그걸 받아 봤을 테니 차라리 내는 제일 사랑하는 내 동생한테 주고 싶은 기라. 또 내도 내 인생의 첫 남자로 니를 기억하고 싶은 기라.”
“내는 그리 몬 한다! 절대로 그리 몬 한다! 누부야가 내한테 어떤 사람인데 내가 그런 짓을 하노? 더구나 우리는 친남매간 아이가?”
그 말을 하면서 솔직히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지난 양력 설날 밤 이방에서 영숙 누나와 단둘이 자게 되면서 그만 빠구리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친누나라는 것에 더욱 흥분하고 황홀했었지만 누나는 크게 마음아파 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몇차례나 다짐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영자 누나는 영숙 누나와 또 다르다.
영숙 누나는 자라면서 특별히 나와 친한 적이 없지만 반에서는 늘 1~3등을 하고 자립심도 있어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못 보낸다고 하는데도 낮에는 일하며 야간상고를 다니고 있다.
영자 누나는 내가 어릴 적부터 엄마보다도 더 늘 나를 감싸주었지만 또 장님으로 학교 앞도 못가보고 거의 골방에서 지내면서 불쌍하게 살아왔다.
영자 누나와 단둘이 건너방에 지내게 되면서 나는 어릴 때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듯 누나의 젖을 만지고 빨기도 했고 가끔은 보지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영자 누나도 가끔 내 자지를 만진다. 장님의 예민한 촉각 때문인지 그녀가 만지면 자지는 쉽게 일어서고 벌떡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자 누나만큼은 내가 꼭 보호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절대로 그 이상의 도는 넘지않으려 나도 노력해 왔다.
“니 아까 꼭 들어주겠다고 약속 했잖나?”
“그래. 누부야가 얼마나 내한테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인데 ...... 그러이 뭐라도 해줄게! 내 팔 하나라도 달라마 잘라 줄 끼다. 하지만 빠구리는 절대 몬 한다. 더구나 곧 시집가는 누부야한테 우찌 그런 짓을 하노?”
“영도야!”
누나는 차분한 어조로 내 이름을 부르고 말을 이었다.
“니는 이 누나의 심정, ...... 누나의 처지를 이해 몬 하겠나?”
“와 이해 몬 해? 누부야는 똑똑해서 나보다도 소설이나 음악을 잘 알지만 장님이라 학교는 문 앞에도 몬 가보고 거의 골방에 갇혀가 불쌍하게 살아 왔잖나? 어릴 적은 잘 몰랐지만 이제는 누부야가 너무 좋고 예쁘고 내가 너무 사랑한다. 그런 누부야 몸을 우째 내가 망친단 말이고? 그래서 그것만은 몬 하겠다는 기다.”
“영도야! 내가 남들처럼 앞을 볼 수 있다면 이 집을 떠나면서 우선 대청에 걸려 있다는 사진이락도 몇장 가져가려 했을 끼다. 울진이라는 데가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지만 시집가고 나서 니나 아버지 어무이 동생들을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잖나? 사진이락도 볼 수 있으마 그래도 쪼매 덜 외롭겠지.”
대청에 걸린 사진 --- 제기랄, 또 가슴이 뭉클해 온다.
우리집 마루 위에는 흔히 이발소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의 크기만 한 액자가 걸려 있다.
거기에는 수십장의 사진이 전혀 여백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큰 것은 우편엽서만한 것도 있지만 작은 것은 우표딱지 정도의 증명사진도 있다.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쓴 아버지 엄마의 결혼사진, 상을 잔득 궤어 놓고 그 앞에서 찍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환갑연사진, 영숙 누나의 졸업식 때 가족 모두가 찍은 사진, 영미누나와 나의 돐사진 그밖에도 얼굴만 나온 조그만 사진 등 우리 가족의 기록물인 흑백사진이 모두 그 액자 안에 모여 있는 것이다.
가족이 모여 가끔 옛날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그 액자를 일부러 내려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그 시절을 회고하기도 한다.
그 사진 중에는 영자 누나의 사진도 딱 한 장 있다. 서너살 때 쯤이라는데 누가 찍었는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양옆으로 느리고 색동저고리 차림에 한 손가락은 뺨에 대고 한 발은 춤을 추듯 살짝 든 앙징맞은 전신사진이다.
“참말로 요때 예쁘고 똘똘했지. 온 마을의 귀염둥이 아이가.”
할아버지는 가끔 그 사진을 보면서 회한의 말을 되뇌이곤 했다.
그 사진 속의 누나는 귀염둥이답게 눈이 반짝이고 곰보자국도 없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영자 누나가 한번이라도 그 사진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누나는 자신이 마마를 앓기 전의 사진 뿐 아니라 가족 중 누구의 사진도 볼 수가 없다.
함께 살면서는 목소리를 듣고 만져도 보고 살냄새를 맡을 수도 있지만 떨어져 살게 되면 모든 기억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도야!”
누나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는 이어졌다.
“내도 남들처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카마 우리 텃밭의 흙을 좀 퍼가거나 그쨔 피어있는 꽃가지라도 가져가서 고향과 집의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을 기다. 하지만 내는 그런 것도 할 수 없는 기라.”
백태가 끼어 눈동자도 잘 보이지 않는 그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누부야!”
나를 불러 준 것처럼 나도 가라앉은 소리로 누나를 불러보았다.
“누부야한테 사진이나 꽃이 소용없다는 말은 나도 알겠다. 그래도 다른 뭔가 있지 않겠나? ...... 아 참, 우리반에 하모니카를 기똥차게 부르는 아가 있는데 그 소리가 사람 쥑인다. 누부야는 음악도 마이 알고 있으이 그걸 하나 사줄까? 그래가 누부야도 연습 마이 해가 고향노래도 불러보고 ...... “
“하모니카는 지금 이 집에 없는 기고 그러이 내가 잘 불어봤자 그건 우리집이나 가족의 기억이 될 수 없제. 내도 여러 가지 생각해봤다. 엄마 손맛이 깃든 된장이나 고추장을 가져가마 ...... 하지만 그것도 단지가 바닥나마 다 없어지는 것 아이가? 그래서 생각한 기 영도, 니다. ...... 어릴 때 더듬어가 내 손으로 기저귀도 갈아주고 10년 넘게 내 옆에서 커 온 니가 ......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동생이 ...... 어느 새 고추도 그래 늠름하고 남자답게 자란 니가 ...... 그래, 니가 내 첫 남자가 되어주마 ...... 그래도 우리집을 떠나는 슬픔을 제일 덮어줄 것 같은 기라.”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러나 바로 대꾸할 말이 영 생각나지 않았다.
누나는 비록 라디오로 들은 지식이라지만 아는 것이 많고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 그전에도 누나와 논쟁 비슷한 것을 하다 보면 내가 이긴 적이 없었다.
지금도 누나는 액자의 사진, 덧밭의 흙이나 꽃가지, 된장 고추장 같은 것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해왔음에 틀림없다. 그리고는 나와의 빠구리를 선택하게 된 것을 설명하는데 더 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오야 좋다! 누부야가 정 그리 원한다면 나도 할게. 하지만 처음 할 때 여자는 피도 나고 되게 아프데이.”
나는 마지못한 승낙을 하면서도 겁을 주었다. 그래서 누나가 물러난다면 문제는 해결이다.
“히 히 히”
엄숙하게 말하기도 하고 눈물까지 흘렸던 누나는 살짝 웃었다.
“내도 그런 건 다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 여자들이 다 거친 긴데 나라고 못할 기 뭐고? 또 시집가마 신랑하고도 해야 될 긴데 ...... ”
“그라마 언제 하노?”
“오늘부터락도 ...... ”
“오늘부터라이 ...... ? 오늘 하고도 또 하잔 말이가?”
“하모! 내가 우리집을 떠날 때까지는 해줘야제. 메주도 잘 떠야 맛이 난다 카잖나? 내도 니를 내 몸속에 좀 오래 뜸을 드리가 기억에 못질을 해버릴 기다.”
막상 그렇게 작정을 하고 나자 옷속에서 자지가 꿈틀거린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내키지 않았다.
누나의 젖을 만지다가도, 혹은 누나가 내 자지를 만지는 바람에 자지가 벌떡거려도 나는 우리의 경계선을 결코 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지금껏 지켜 왔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내가 누나에게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떻든 누나와 약속까지 한터이니 우리는 빠구리를 해야 할 것이다.
“영도야, 니한테 한가지 더 부탁이 있다.”
“뭔데 ...... ?”
“니가 나한테 해주는 동안은, ...... 혹 니한테 그런 기회가 생겼다 해도 다른 여자 캉은 하지 말고, ...... 내가 이집을 떠날 때까지는 그저 나하고만, ...... 나한테만 해도.”
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표정이 진지했다.
“알았다! 누나 말대로 할게.”
저녁 식사와 설거지까지 끝나고 엄마와 영미 누나가 안방에서 라디오 연속극을 듣고 있는데 영자 누나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물을 데워 목욕을 하고 있었다.
누나의 말대로 하자면 문영도의 여자가 되기 위해, 문영도라는 첫 남자를 맞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우물에 가서 찬물로 온몸을 씻었다. 여름철이라지만 밤의 우물물은 꽤 차가웠다.
목욕을 한 김에 아예 속옷도 갈아입었는데 목욕을 마친 누나가 물에 젖어 길게 늘어진 머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랫목에 잠자리를 폈다. 이제 이 방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게 된다.
마음을 작정하고 보니 나도 은근히 기대감이 커지며 가슴도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누나를 요 위로 이끌었다.
“아이, 영도야. 안방에 불이라도 꺼지고 나서 시작하자.”
기다린다는 것은 언제나 지루하다. 나는 소설책을 꺼내서 읽다가 가끔 안방 쪽을 힐끔거렸지만 여전히 불이 켜져 있다.
그동안 누나는 머리를 매만져 곱게 땄고 치마저고리로 갈아입었다. 빠구리를 하려면 벗어야 할텐데 뭐하러 번거롭게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안방에 불껐다. 시작할까?”
“그러마 우리도 전깃불은 끄고 이걸 하나 켜도.”
언제 준비했는지 누나는 양초 하나를 내밀었다.
촛불을 머리맡의 누나가 점자를 공부하는 상에 놓고 전등을 끄자 어둠속에서 은은한 불빛이 차츰 방안에 퍼지는 듯하며 다시 모든 사물의 윤곽이 눈에 익어진다. 어둡기는 하지만 오히려 꿈속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문득 화촉동방이라는 말도 생각났다.
“영도야, 이쨔 좀 서 봐라.”
마주 서서 보니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모습이 제법 맵시가 난다. 나는 누나가 그 옷차림 자랑을 하려나 했다,
“서방님. 절 받으이소.”
두손을 이마에 얹더니 그대로 사뿐히 주저앉는 것을 보고 나는 처음에 누나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웃음마저 나올 뻔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엉겹결에 맞절을 했다. 나는 그때 런닝셔츠 차림이었다.
나도 갑자기 숙연하고 진지해졌다.
누나가 언제부터 마음을 굳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특하고 생각이 많은 누나는 나와 빠구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내가 반박할 수 없도록 논리를 들이댔고, 오늘 밤의 진행도 모두 연출계획을 세워 놓은 것이다.
“새색시 옷은 신랑이 벗겨 줘야게.”
첫날밤의 장면도 누나의 연출에 따라야 했다. 수줍은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 누나의 옷고름을 푸는 내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알몸이 된 누나는 똑바로 누워있다. 두 손은 부끄러운 데를 가리지도 않고 요위에 놓여 있다. 신랑을 기다리는 자세다.
나는 누나의 완전한 알몸을 처음 보았다. 희미한 촛불 속에서 그 모습은 신비스러울 만큼 아름답고 또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긴 목덜미에 이어져 봉긋 솟은 젖가슴, 훌쭉 들어간 배를 지나 약간 두툼한 두덩에 별로 많지는 않지만 가지런히 나있는 보지털, 이렇게 보니 누나의 엉덩이는 꽤 컸고 허벅지에서 발끝까지도 곧고 예뻤다.
알몸이 된 나는 그 순결한 몸 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이불을 덮었다. 누나의 연출 지시가 없더라도 분위기는 마치 종교의식처럼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진행될 것이다.
한손을 누나의 뺨에 댄 채 입을 맞추었다. 혀로 입술을 더듬어 가자 누나의 입이 열렸다. 혀를 집어넣자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자신의 혀를 갖다 댄다. 빨아 들였더니 그 혀가 내 입속에 쏙 들어왔다.
한동안 그 혀를 빨아주다 내 혀를 엉키게 하고 다시 누나의 입에 집어 넣으니 센 힘으로 빨아댄다.
“하아!”
입을 떼자 누나는 큰 숨을 내쉰 뒤 나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키스가 이런 기가?”
“와 어떤데 ...... ?”
“어른들 키스는 혀로 한다는 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달콤하고 황홀하다니 ...... 니는 그전에도 이런 키스 해봤나?”
“그저 몇 번 ...... ”
“그러마 나한테는 와 안해줬노? 유방은 만지면서 와 이런 키스는 안해줬노?”
어른의 키스를 함으로써 신부의 수줍음도 벗어버린 것 같다. 여전히 속삭임이지만 앙탈을 하는 것 같은 누나의 애교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부터라도 누부야캉 많이 하마 되잖나? 그런데 이런 키스를 하게 되마 남자는 빠구리까지 하고 싶어지는 기라. 누부야한테 그럴 수는 없는 거 아이가. 그래가 하고 잡아도 억지로 참았다.”
“오늘은 그것도 할테니 걱정없네. 우리 한번 더 하자!”
누나가 내 입술을 덮쳐 왔다. 서로의 혀가 오가는 중 나는 누나의 젖통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전에도 젖을 만지면 그렇기는 했지만 오늘은 젖꼭지가 유난히 곤두서 있는 것 같았다.
“하아!”
다시 큰 숨을 내쉰 누나가 가슴부터 쓸어 내리더니 자지를 움켜쥐고 말했다.
“이기, ...... 이 무서븐 기 이제 내 몸속에 들어오겠제. 사실 니 껄 만지면서 그 전에도 이게 내 몸속에 들어와 줬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하지만 무서븐 기라. 또 니는 친동생이고 ...... 하지만 이래 알몸이 되며 그런 것도 다 벗어버렸다. 니를 이래 사랑하는데 ...... 그래가 서방으로 생각하이 그런 것도 다 날라가 버렸다. 아, 영도야! 참말로 니를 사랑한다.”
“나도 누부야를 진정 사랑 ...... 어? ...... ”
소름이 끼치는 듯 하며 내 몸이 갑자기 굳어졌다.
“영도야, 와 그라노?”
누나도 나의 그런 반응을 알았는지 걱정스레 묻는다.
“누부야, 오늘은, ...... 아니 지금은 안되겠다.”
“와, ...... ? 와 그라노?”
“쪼매 그런 일이 있다. 나 지금 나가봐야 된다.”
나는 일어나서 전등을 켜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바로 집을 나서는데 사위는 깜깜했다.
둘 다 알몸이 되고 뜨거운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몸을 매만지고 이제 내 자지만 누나 몸속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서로가 ‘사랑’, 그것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나는 마녀의 저주 같은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네 자지는 잘 생겼지만 살기(殺氣)가 있어.”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
지난번 임판돌에게 끌려가서 행자의 아버지인 고명식도 함께 한자리에서 막걸리를 주는 대로 마시다가 나는 주모의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잠이 깨었을 때 주모는 나를 올라탄 채 자신의 보지에 내 자지를 집어넣고 빠구리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그녀는 내 자지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려주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 내 말 명심해라! 네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하게 되면 바로 그 여자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그럴 기회가 오면 하기 전에 꼭 나를 찾아와.”
그 말을 나는 귓가로 흘려 들었다. 어쩌면 속으로 비웃기까지 했을 것이다. 너무나 허무맹랑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멀리 떠나버릴 누나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의 기억이 떠 올랐을 때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은 아니라지만 어머니가 이름 난 무당이지 않는가.
나에 관한 문제라면 그저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영자 누나, 내가 진정 사랑한다는 그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그 주문 같은 말은 도저히 그냥 묵살할 수가 없었다.
개울의 다리를 건너서 주막을 보았을 때 그곳 역시 모든 주위의 풍경처럼 깜깜했다.
손님이 끊어지면 주막도 문을 닫아야 했다. 더구나 지금처럼 농번기도 지난 철이면 손님의 발길도 뜸할 것이다.그러나 나는 문을 두들겼다. 두세번 두들기자 안에서 인기척이 낫다.
“아지매, 저 문영도라예.”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집안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주모가 문을 열어주었다.
“이 밤중에 네가 웬일이냐?”
“아지매를 좀 뵐라꼬 ...... ”
“알았다. 들어오너라.”
그녀는 더 캐묻지 않고 나를 집안에 들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 ?‘
묻는 그녀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깃든 것 같기도 했다.
“아지매가 저한테 그리 말했잖아예? 내는, 내 몸에 살기가 있다고 ...... 그래서 그럴 때가 오면 먼저 찾아 오라고 ...... 그래가 지금이락도 그걸 우찌 풀어야 하는 긴지 ...... ?”
“역시 그랬구나! 이제 그런 대상을 만났니? 그래, 그게 누군데 ...... ?”
“에이, 그기사 ...... ”
나는 얼굴을 붉히며 얼버무렸다. 그 대상이 나의 친누나, 바로 문영자라면 그녀가 과연 이해를 할 수가 있을까, 그보다 먼저 나 자신이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는 싫었다.
“나도 그런 것까지는 알 필요가 없어. 하여튼 들어오너라.”
그녀는 나를 방으로 인도했다. 윤정이라는 그녀의 딸은 오늘도 잠들어 있었다.
“나도 오늘 저녁부터 네가 나를 찾아올 것 같이 자꾸 환상이 떠오르더라. 왜 나한테 네가 매달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어떤 인연이겠지.”
그런 말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그녀한테 매달린다는 것인지, 그녀가 나한테 매달린다는 것인지 ......
“그래가 ...... 저는 살기를 없앨라카모 우째 해야 됩니꺼?”
“장군님께 치성을 드려야지. 우선 목욕재계하고 ...... 아직 물이 더울테니 부엌에서 씻고 오너라.”
“저 몸 다 씻껐어예.”
“언제 ...... ?”
“저녁 묵고 나서, 방금 전에 ...... ”
“원 녀석도 ...... 몸 한번 씻는 것이 귀찮으냐? 네가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세상의 먼지가 조금은 더 묻었을 것 아니야? 빨리 가서 씻도록 해!”
주막에도 우리집 부엌처럼 가마솥에 물을 데워 쓰고 있었다. 나는 찬물을 한바께스 우물에서 길어 와 더운 물을 조금 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새로 씻었다.
몸을 씻던 중 깜짝 놀랐다. 그녀가 옷을 모두 벗은 알몸으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역시 알몸인 나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도 몸을 씻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한마디로 풍만했다. 그 전에도 젖통을 보고 만진 적이 있지만 영자 누나의 두배쯤은 될 것 같은데 전혀 처지지가 않았다. 보지털은 무성했고 엉덩이도 컸다. 다리를 약간 절기는 하는데 청송띠기와 달리 두다리가 거의 똑같았다.
내가 먼저 시작했으니 먼저 끝났다.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으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어차피 벗을 것이니 그냥 들어가 있어.”
방에 들어와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갑자기 며칠 전 이원주 선생과의 일이 떠 올랐다. 나는 그녀에게도 “선생님을 사모해왔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녀와도 빠구리를 하기 전에 액풀이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아지매, 제가 ...... 며칠 전에 어떤 여인하고 ...... 평소에도 마이 사랑했었고 ...... 그래서 그것도 했는데 ...... 그 여인한테 괘않을까예?”
“그래?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애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구나. 그 여자는 너하고 일생을 같이 할 상대냐?”
“그렇지는 않아예.”
“그 여자는 네가 처음이었니?”
“그것도 아이라예.”
“그럼 네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하게 될 여자와 비교하면 누가 더 소중해?”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랑을 비교할 수 있나? ...... 좀 어려운 문제다. 물론 나는 지금도 이원주 선생을 사랑한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앞으로 하게 될, 아니 약속까지 했으니 꼭 해야만 할 영자 누나는 ...... ?
역시 그 비중이 다르다. 이원주 선생은 내가 없어도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아갈 사람이다.
영자 누나 역시 시집을 가면 그 나름의 인생을 살겠지만 ...... 그렇지만 오늘 나에게 ‘서방님’이라며 큰 절을 했던 것처럼 지금은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내가 적당히 이유를 만든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영자 누나다.
“앞으로 하게 될 여인이요.”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래? 네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정답이겠지.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때로 변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네가 나를 찾아올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앞으로의 여자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겠지.”
그녀는 조그만 상에 촛불 두 개를 켜고 향을 피웠다.
“자, 나를 따라서 우선 3배를 해.”
혹 누군가 본다면 깜짝 놀라거나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녀도 알몸이지만 자지와 불알을 덜렁거리며 큰절을 하다니 ......
그러나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 누나가 나에게 큰절을 했을 때처럼.
절이 끝나자 그녀는 나를 요위에 눕게 했다.
언제부터였나 모르지만 자지는 수직으로 서서 끝이 조금 휘어진 채였다. 그녀는 내 위에 걸터 앉으며 자신의 보지에 그것을 꼽았다.
“참, 아지매 이름이 뭐라예.”
“이름은 왜 ...... ?”
“아지매캉 이라고 있는데 이름도 몰라가 ...... ”
“하긴 그렇구나. 내 이름은 정선화야.”
나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내가 알기로는 그녀의 어머니 이름이 정도희, 몇만석군이라는 정도희의 아버지는 정치수였다. 그런데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정씨라는 것이 이상했다.
“자, 이제 말을 걸거나 잡념을 갖지 말고 정신을 집중하도록 해.”
“어디에 집중을 ...... ?”
“한가지만 생각하란 말야. 네가 지금 도움을 받을 장군님이든, 앞으로 품게 될 사랑하는 여자든 ..... 어떻든 딴 생각으로 정신을 흩뜨리지 마.”
그녀가 말하는 장군님은 전혀 알턱도 없는 존재다. 나는 누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젠장, 알몸으로 똑바로 누운 아까의 그 모습만 계속 떠오르는 것이다.
그녀는 자지를 꼽은 채로도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고 합장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나직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에게도 들렸다.
“장군님, 중생을 보살펴 주소서. 차라리 소녀를 벌하옵소서. 중생을 보살펴 주소서. 차라리 소녀를 벌하옵소서. ...... ”
나는 영문을 모르겠는데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내 몸에, 아니 그녀의 몸에, 꼭 집어 말하자면 그녀의 보지에 이상한 변화가 왔다. 그곳이 점점 뜨거워 지며 자지도 뜨거운 물에 잠겼거나 불에 데인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지는 그 안에서 벌떡거렸다.
그녀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 보지 속이 옴찔거리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후 나는 소리를 지를 번 했다. 정액이 분출한 것이다.
그 느낌은 분출이라는 말과도 달랐다. 빠구리를 하면서 사정이 임박해지면 방아질도 최대한 빨라지고 찍 찍하며 정액을 쏘아 대는데 이것은 마치 누가 빨대 같은 것을 자지구멍에 꼽아 빨아먹는 것 같이 정액이 그녀 보지속으로 그저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었다.
쾌감이나 황홀함도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고, 상대방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데 뜨거워진 자지에서 그냥 정액만 쭉쭉 빠져 나간다는 것은 정말 뜻밖의 경험이었다.
내가 옷을 챙겨 입는 중에 그녀도 잠자리 차림의 옷을 걸쳤다.
난생 처음의 색다른 사정 경험처럼 그녀도 경외롭게 느껴졌고 분명 어떤 효험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맙심더. 아지매, 아니 정선화님.”
그녀는 빙긋 웃엇다.
“이제 가보렴. 밤이 늦었으니 길조심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