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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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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756 회 작성일 24-02-06 10: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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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쓰는 글 입니다. 역시 글 쓰는 것은 어렸습니다. 읽으시다가 내용의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으나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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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장 정숙은 세 아들의 엄마다. 나이는 올해로 43으로 그녀의 남편 이종원과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23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의 나이는 51살 이며, 현재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중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결혼을 일찍 한 터라, 큰애 (민수)가 21살로 지금 대학교 2학년생이고, 둘째 (민재) 는 고2, 막내 (민성) 는 중3 이다.

큰애는 지금 휴학을 하고 의정부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 원래 둘만 가질 생각이었지만 남편이 술김에 콘돔을 끼지 않고 한 것 이 그만 셋째를 가지게 되었다.

정숙은 피임약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피임약을 복용하지 못한다. 복용을 하면 열 두드러기 와 함께 구토증세가 최소 열흘간 지속되기에 복용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정숙 부부의 피임법은 남편이 콘돔을 끼는 것이었다.

콘돔을 끼는 것에 짜증이 난 남편을 위해 피임약을 재시도 해보았지만 그러한 부작용은 그녀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남편과 같이 병원에 가보았는데 의사는 특이체질로 인한 피임약 복용불가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 이후로 남편은 정숙으로 하여금 피임약 근처에도 못 가게 하였고, 정숙도 그 때의 고통이 너무 두려워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해다.

 


정숙의 아버지는 국문학과 대학교 교수였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두분 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장성을 지내었고, 증조 할아버지는 마을의 훈장이셨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전역 후 군 기관 에서 얻은 정보로 부동산 투자를 하여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 그러한 탓에 그녀의 집안은 엄청난 가부장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가풍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가풍 속에서 정숙은 자연히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 란 사고를 어릴 때부터 지니며 살아왔다. 할머니 와 어머니의 남편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자라왔고, 그들로부터 항상 남자에게 순종하는 모습만을 강요 받은 결과였다. 항상 치마를 입었어야 했었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쭉 스타킹을 신어야 했다. 혹시라도 바지를 입거나, 맨발로 다니는 날에는 심한 꾸지람을 들었어야 했으니까. 남편과 결혼 후 지금까지도 항상 남편에게 존칭을 써왔고, 집에서도 대부분 치마를 입고 항상 단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철들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실천해온 정숙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대학교 때까지는 약간 여윈 몸을 지닌 정숙이었으나, 아들 넷을 놓고 약간 살이 오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키 164 센티미터에 몸무게는 49 에서 51 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한다.
유치원시절 허약한 몸 때문에 시작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해온 수영은 그녀에게 건강 이외에도 같은 또래의 여자들보다 탄탄하고 날씬한 몸매를 선물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지고 있었고 약간의 요붕증 이 있었다. 모든 약을 써보았지만 이 증상들은 좀처럼 낮질 않고 아직도 정숙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긴장을 할때는 더욱더.

어깨에 약간 못 미치는 롱웨이브 파마를 한 그녀는 지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녀의 지적인 외모와 적당히 균형이 잡힌 몸매는 그녀에게 도시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어떤 이는 약간 차가우면서 도도한 것처럼 보인다고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녀를 잘아는 사람은 그건 그녀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한다. 그녀의 내성적인 성격과 가부장 교육 때문에, 그녀는 남들 앞에서 제대로 자기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다. 남들 앞에만 서면 이상하리 만치 창피해져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하얗게 된다. 남들 앞에 설 것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다. 항상 듣기만 하고 남이 하자는 대로 따를 뿐이다. 남이 기분 나쁜 말을 해도 받아 치지도 못하고 항상 가슴에만 담아 두고 있다. 가부장적인 가풍과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내성적인 성격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결혼을 하고 애를 놓게 되면 성격이 변한다고 하지만, 정숙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가 않는다. 그래서 정숙은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그녀는 아이들 뒷바라지와 남편 내조에 행복을 느낀다. 물론 부유한 친정과 시가 댁을 둔 덕분으로 자기 것을 포함한 식구들의 옷, 가구, 장신구들은 거의 다가 명품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명품 중독이 라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풍족한 삶을 살아 온 그녀에겐 명품을 사는 것이 당연 시 되어왔을 뿐이다.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은 그녀에게 아주 낯 설은 일인 것이다. 반찬 하나를 사더라도 백화점으로 가는 것은 그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 (은진) 가 한 명 있다. 그녀들은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쭉 함께 해왔다. 부유한 동네이다 보니 당연히 친구 집도 부자였고, 시집도 종합병원을 하는 의사집안으로 가게 되었다. 다른 곳에는 욕심이 별로 없는 정숙이지만 은진에게는 항상 경쟁심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은진의 남편 (경철) 때문이다. 정숙과 은진은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 경철을 처음 만났는데 정숙은 처음부터 경철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숙의 성격으로선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가정교육으로도 남자는 여자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배웠으니까. 경철이 먼저 다가와 고백해주는 모습을 항상 기다렸었다. 하지만 경철이 고백한 사람은 정숙이 아닌 은진이었다. 은진의 170 cm 의 늘씬한 키와 발랄하고 애교 많은 모습이 경철을 사로잡은 것이다. 둘 다 매력 있는 얼굴이지만 정숙이 도회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면 은진은 온화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상대로 온화한 외모를 가진 은진을 선호 할 것이다.


은진이나 경철은 정숙의 경철에 대한 마음을 짐작도 못하고 있었기에 둘이 사귀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정숙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 은진의 의리와 성격으로 봐선 만일 정숙이 경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아마 경철을 사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을 알기에 정숙은 은진을 미워할 수가 없었으며, 둘의 만남을 축복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성격 탓으로 돌리며.. 정숙은 경철에 대한 마음을 그 뒤로 접었지만 그 이후로는 은진이 보다 다른 모든 면에서 악착같이 이기고자 노력해왔었고, 특히 자식들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학창시절 은진은 항상 정숙보다 성적이 좋았다. 정숙은 은진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은진은 의대로 진학했고 정숙도 의대로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 그러기에 정숙은 항상 은진의 자식보다 좀 더 낳은 교육과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자식들이 은진의 자식들보다 항상 앞서가기를 바랬다. 정숙은 자신의 아들들이 은진의 자식들보다 조금이나마 나쁜 성적을 받는 날이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항상 정숙은 은진이보다 많은 돈을 자식한테 써야 마음이 평안하다. 나중 모든 면에 있어서 은진의 자식들한테 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어둠의 그늘은 남편의 사업에서 시작이 되었다. 잘나가던 남편의 사업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가와 친정의 재산을 다 끌어 들였지만 늘어난 은행 빚과 시장위축으로 인해 사업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고, 직원들 봉급도 겨우겨우 주는 상황이었다. 아직 부도의 위기는 맞지 않았지만 너무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집에 가져다 주는 돈도 원래의 3분의 일이 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 버렸다. 정숙은 힘들어 하는 남편을 괜찮다고 위로했고, 항상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정숙도 너무나 힘이 들었다. 자신한테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은 상관없었으나, 자식들의 사교육비를 줄여야 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어 하는 남편을 보며 절대 내색하지 않았으며 곧 경기가 풀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아냈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6개월이 흘러갔다. 들어오는 돈은 늘기는커녕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미 시댁과 친정의 재산은 다 끌어다 썼으니 더 이상 끌어 올 때도 없다. 그 와중에 둘째의 성적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제 곧 고3으로 진학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고3에 가서는 걷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정숙은 민재를 불러다 놓고 훈계를 했다.


민재야, 지금 곧 고 3이 되는데 성적이 이게 뭐니? 잠을 좀 줄이고 좀 더 노력을 해보렴.


“……………………………”


왜 말이 없니?


엄마, 지금 피곤하니까, 다음에 이야기 하죠.


민재야, 제발. 아버지 사업도 힘든데 너까지 이러지 마. 엄마도 너무 힘들어.


아버지 사업이 힘든 거 아니까 이렇게 참고 있는 거라구요.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계세요.


너 그게 무슨 말이니? 참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한테 이야기 해주렴


아이 그냥 됐어요


민재야, 너 엄마 숨 넘어 가는 것 보고 싶어? 말 좀 해봐


 


민재는 한참을 뜸들인 후에 마지못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은진이 이모 아들 경수가 지금 우리 반에서 1등 하고 있어요. 은진이 이모가 자랑 안 해요? 항상 내가 하던 1등을 그 놈이 하고 있다 구요. 저요, 전 지금 5등도 못해요. 다른 애들은 각과목 마다 족집게 과외선생 모셔다 놓고 공부하는데, 전 달랑 수학 과외 선생 한 명뿐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놈들 어떻게 따라잡아요? 누군 기분 안 더러운 줄 아세요? 경수 그놈이 날 볼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나쁜줄 아세요? 피나게 공부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지금 우리 형편에 수학과외 선생도 힘든 거 아니까, 아무 말 안하고 있는 거예요. 아시겠으면 그냥 내버려둬요. 이래도 서울에 있는 중간 정도 학교는 갈 수 있을 거니까


 


민재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뛰쳐나갔다. 정숙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민재가 불쌍해서 울었고, 자식을 제대로 뒷바라지 못해 미안해서 울었고, 은진이 부러워서 울었다. 남편이 원망스러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웠다. 첫사랑 경철을 빼앗긴 은진의 자식 경수에게 민재가 뒤쳐지는 게 너무나 원통하고 비참했다. 점점 잘 나가는 경철의 종합병원에 비해 위태위태 하기만 한 남편의 회사는 초라하기만 했다. 일 이년 전만 해도 경철의 병원은 남편의 회사에 비교도 되지 않았었는데.


 


이튿날 잠에서 깬 정숙은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집에서 살림을 하였기에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애들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면 힘들어 할까 봐 일을 알아보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친구들한테도 부탁하면 애들 귀에 들어 갈 수도 있기에 친구들한테도 부탁을 할 수가 없었다.

앞에 마트에 나가서 벼룩시장을 한 부 가지고 와서 천천히 구직란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경리, 상담원, 보험설계사 등등 자신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 곳에 모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현실을 냉담했다.

나이를 말하는 순간,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모두들 냉정히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일자리를 찾기가 힘든 일인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래도 정숙은 포기 하지 않고 전화를 돌렸다. 그러기를 2주일이 지났지만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었고 정숙은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민재의 성격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고 정숙에게는 거의 말도 걸지 않았다. 그런 민재를 보는 것은 정숙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었고, 은진의 큰 아들 경수에게 뒤쳐지는 것은 죽도록 싫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정숙은 자기가 도저히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빌딩 청소부 과 가정부 도우미 일을 고려해 보기 시작했다.

평생을 유복한 집에서 가정부를 두었기에 정숙에게 청소일과 가정부 일은 정말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동시에 너무나도 창피한 일이었다. 특히 주위 사람들한테 혹시라도 들키면 그 모멸감은 참기 힘들 것이라. 하지만 자식의 일은 생각하자면 정숙은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 벼룩시장에서 본 빌딩 청소부를 찾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모두 경험자를 원하였기 때문이었다.

10 여통의 전화끝에 정숙은 드디어 한군데에서 근근히 수락을 받았다. 10분간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복된 정숙의 다짐 끝에 내일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정숙은 몇 시간 동안을 울었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이었고 자신도 없었다. 죽도록 나가기가 싫었고 자신이 비참에게 느껴졌지만 민재에게 영어 과외라도 시켜줄 수 있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다. 한참을 울다 정신을 차리고 내일부터 출근할 준비를 시작했다.

당장에 입고 나갈 옷이 없었다. 오다가다 우연히 본 청소부 아줌마들은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몸빼바지에 위에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명품 밖에 없는 정숙에게 몸빼바지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할 수 없이 수영 갈 때 입고 가는 트레이닝 복 바지를 입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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