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라기 (33)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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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엄마...다녀왔어....”
민은 테이블을 닦느라 바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려왔다.
자신이 부르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한 엄마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 으, 응? 언제 왔어? 내가 또 못 들었나 보구나? 미안해...”
“ 아니야...그냥 엄마를 보니까 좋아서 조용히 있었던 거야...”
“ 호호호...착한 우리 아들....그렇게 엄마를 너무 감싸려고 하지마..
그러니까 정말 장애인이라도 된 것 같잖아? 아무 불편한 것도 없는데...”
“ 헤헤~ 미안....”
“ 어때? 이제는 실력이 많이 늘었어? 주방장님?”
“ 아이~ 엄마도? 아직은 한참 배우는 중인데 뭘? 그래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재능은 있는 것 같아...”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고 멈칫하다가 부드럽게 넘겼다.
엄마가 자신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건 그날의 후유증이었다.
부은 듯한 걸 본 게 착각은 아니었던지 한쪽 고막을 다쳤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완전히 안 들리는 게 아니고 청력이 약해진 정도였다.
엄마의 말처럼 다친 귀 쪽으로 들리는 작은 소리 빼고는 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타박상과 내장에 충격을 받아 일시적인 통증이 생겼었다고 들었다.
민은 당시에 구치소에 있던 상황이라서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이런 저런 정황을 볼 때 분명히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는 엄마는 끝까지 함구했다.
민도 당시에 자신이 간절히 빌었던 것처럼
엄마에게 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고 그냥 가슴 속에 묻어두고만 말았다.
그때는 정말 온 세상이 끝나는 줄만 알았다.
경찰서에서도 정신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엄마에게 별 이상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모든 걸 순순히 시인했다.
사실 별다르게 숨길 것도 없었다.
단지 종규네들의 본드흡입에 대해서만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단단히 부인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종규네에서 나온 쓰레기봉투에서 본드껍데기를 여러 번 목격한 주인이 신고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동정을 살피다가 새벽에 불빛을 보고 주인을 앞세워 들이닥친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이 떼거지로 모여서 본드를 불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먼저 병원에 들러 피검사를 받고 엄마는 그대로 입원을 시키고서 민은 경찰서로 왔었다.
그리고 사건도 사건이지만 사연을 너무나 궁금해하면서 민을 어르고 달래다가
포기를 하다시피 했던 경찰은 뒤늦게 털어놓은 이야기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기야 엄마의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였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다음날 병원에서 알려온 검사 결과로 민은 깨끗하고
엄마에게서만 본드의 반응이 나왔다는 게 밝혀지자 경찰들의 태도는 너무나 호의적으로 변했다.
다만 경찰서에서 상주하던 찌라시 기자 놈 하나가 흥미거리가 된다고 여겼던지,
전후 상황은 쏙 빼버리고 아주 자극적인 소설을 써버리는 바람에 패륜의 모자가 되어버렸지만....
이제 와서는 까마득한 옛일같이만 느껴졌다.
한때는 그 기자를 찾아서 죽이고 싶기까지 했었다.
그나마 그때는 기소유예 기간 중이라서 참을 수 밖에 없었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엄마는 무죄로 인정되고 민은 초범에다 아직 어린 학생인 점...그리고 정상을 참작해서 기소유예가 내려졌다.
다만 학교문제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서 자퇴형식으로 그만 두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기가 싫어서라도 스스로 나왔을 것이다.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얼굴이 건강해 보여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놀랐던 게 종규와 나란히 서있던 지민이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지민의 눈물 어린 얼굴 또한 너무나 반가웠다.
과거처럼 연인 사이로 돌아가지는 못할 지라도 소중한 사람임에는 분명했다.
그렇게 네 사람의 감동적인 해후가 끝나고 택시를 탈 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낯선 동네에 내려서 처음 보는 집으로 들어서자 어안이 벙벙했다.
게다가 방이 두 개 딸린 작지만 말끔한 그곳이 우리가 살 새집이라면서
엄마가 종규와 지민이 너무나 수고를 해주었다고 할 때는 무슨 뜻인지를 잘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에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간 곳은 작은 가게였다.
분식점을 할 거라면서 거의 준비가 끝났다는 말에는 놀라움과 함께 의문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그래서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에 나오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 말았다.
제발 묻지 말아달라는 간절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날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마 엄마를 다치게 한 그 누군가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진 거라는 짐작만 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엄마와의 약속대로 고졸검정고시와 대입을 다음해에 연이어서 치렀다.
엄마는 종합대학에 가기를 원했지만 나중에 돈을 모은 다음에
근사한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는 엄마의 소망에 맞추어서 전문대의 조리과를 선택했다.
엄마의 손맛 때문인지 점점 번창하는 가게 일을 도우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지난 2년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많은 풍파가 이런 행복을 위한 준비였던가 싶을 정도였다.
따스한 모자로서, 달콤한 연인으로서, 그리고 행복한 신혼부부로서의 날들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의 아픔들은 뒤로 하고서 미래의 희망을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 엄마..그런데 지민이는?”
“ 응..오늘은 아직 안 왔네? 우리 공짜 알바생...호호호...아니....며느리...”
“ 아이~ 참~ 이제는 그냥 친구라니까...?”
“ 호호호~ 글쎄? 과연 그럴까? 몰라...하여간에 네가 며느리로 못 데려오면 딸이라도 삼을 거야...”
“ 하~ 엄마가 알아서 해....”
그리고 또 다른 행복은 지민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명문여대생이 된 지민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로 와서 도왔다.
종규와 함께 세 사람은 굉장히 미묘한 입장임에도 그런 건 전혀 내색하지 않고서 아주 친하게 지냈다.
물론 마음 속에 여전히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있었지만 그런 일들을 겪고도 과거처럼 어리석게 굴 정도는 아니었다.
엄마와는 친 모녀간처럼 아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가 가게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정말 한 폭의 미인도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분식점임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몰리면서 장사가 잘 되는 건 그 영향도 클 것이다.
“ 엄마~~ 저 왔어요~~ 늦어서 미안~~”
“ 호호호~ 우리 지민이 왔구나~~? 오냐....”
“ 헤헤헤~~”
“ 쩝~ 나는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가게 문이 열리고는
지민이 나비처럼 치마를 팔랑거리면서 달려와 엄마에게 안겨 애교를 떨었다.
과거의 청순함이 여전히 남아있으면서도 짧은 치마 아래로 늘씬하게 빠진 새하얀 다리가 저절로 침을 넘어가게 만들었다.
“ 지민아~~ 민이가 또 널 훔쳐보는데?”
“ 흥~ 저 색골~ 밴댕이~ 고집쟁이에다 바보가 보던지 말던지 관심도 없어요....”
“ 어? 너...그게 무슨...”
“ 흐응~ 우리 민이가 예쁜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긴 하지...
그리고 종종 잘 삐치기도 하고...한번 삐치면 꽁해서 안 풀리는 맹추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만하면 옆에 차고 다니기엔 그럴 듯하지 않니?”
“ 어, 엄마? 뭐야? 엄마도 내편이 아니었다니?”
“ 흥~ 실속이 없는 걸요? 빛 좋은 개살구....”
“ 나~ 참...이 여자들이? 정말?”
특히나 자신을 놀릴 때는 정말로 모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두 사람에게 오늘도 여지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 속에 느껴지는 씁쓸함이란.....
현실로도 이렇게 세 명이 한집에서 자고 같이 둘러앉아 밥상을 마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렇게 된다면 밤이 또 문제가 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민은 이제는 이루어지지 않을 상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그래도 이게 어디야?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게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투정을 하다니....
“ 민아....”
“ 응...왜? 엄마....”
“ 오늘은 가게에 엄마하고 아줌마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둘이서 데이트라도 해....”
“ 에이~ 엄마..데이트는 무슨?”
“ 이 녀석? 그러니까 지민이한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소리나 듣지? 엄마 말 들어...”
“ 그, 그럴까? 그러면...지민이 넌 어때?”
“ 흥~ 몰라~ 바보....”
“ 지, 지민아?”
왜 그러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엄마에겐 미안하고 지민에겐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눈치를 살피면서 엉거주춤하게 묻자 지민이 콧방귀를 뀌고는 나가버렸다.
“ 이 바보~~”
“ 뭐야...엄마는 또 왜 그래?”
“ 에효~~ 이 녀석...눈치가 빠른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은 내 아들이라도 한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니까...?”
“ 엄마....”
“ 뭐해? 빨랑 따라나가지 않고?”
“ 그, 그래...알았어...그런데 엄마..정말 괜찮겠어? 혼자?”
“ 호호호~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봐....용돈은 있어?”
“ 응...아직 많이 남았어....”
“ 모텔비는 꼭 남겨둬라~~”
“ 어, 엄마...아니래도?”
“ 난 우리 아들이 지민이를 꼭 며느리로 데려올 거라 믿어...”
“ 엄마....”
“ 후후후~ 요 녀석아....이렇게 자지를 벌떡 세우고서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어?”
“ 어, 엄마...?”
“ 빨리 가...전에는 엄마가 실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엄마 말을 한번 믿어봐...알았지?
그리고 난 세상의 다른 여자보다도 지민이가 꼭 네 짝이 됐으면 해....”
“ 아, 알았어...엄마..사랑해....”
“ 나도 사랑해...빨리 가..어서...기다릴라...”
정윤이 주방을 슬쩍 돌아보며 아줌마가 등을 돌리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성기를 쥐면서 속삭이자 아들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 민아...내 말은 진심이야....널 위해서도...어쩌면 나한테도....지민이라면.....”
정윤은 중얼거렸다.
아직은 작긴 하지만 이 가게가 자신의 것이라는 게 때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을 해있을 때 문병을 온 사장의 얼굴에서 놀라움과 함께
당혹과 미안함이 보이자 순간적으로 사장의 아들에게서 뭔가를 들었다는 예감을 했다.
물론 정확히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이렇게 입원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의 아들이 있다는 건 아는 것 같았다.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선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당장에 돈 걱정부터 떠오른 게 사실이었다.
그 동안에 모은 얼마간의 돈과 얼마인지는 모르지만...핸드백 속에 잠들어 있는 그 더러운 돈까지,
그래도 당분간은 버틸 수가 있겠지만 병원비를 생각하면 막막했었기 때문이다.
이미 일이 이렇게까지 벌어진 이상 사장과 자신의 인연은 끊어졌다고 봐야 했다.
사장이나 그 아들에 대한 원망 같은 것도 들지가 않았다.
그냥 모든 게 허망할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퇴원을 하는 날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준 사장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남기고 간,
두툼한 봉투를 열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래도 조금은 더 여유가 생겼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두툼한 종이들이 모두 수표인 걸 알았을 때는 잘못 본 줄만 알았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꺼낸 그 수표들이 모두 100만 원짜리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서 몇 번을 확인했다.
무려 백장이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사장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보상과 함께 자기 아들의 범죄...정확히는 폭행과 강간이 되겠지만, 를 묻어달라는 부탁이라는 걸....
“ 언젠가는 이야기를 할 날이 있을까?”
아들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끝내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정윤은 모든 걸 털어놓을 날이 오기를, 아니 어쩌면 영영 오지 않기를 바라는지도 몰랐다.
“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 흐음~ 알긴 아네? 앞으로 하는 걸 봐서 용서를 해주든지....”
“ 햐~ 벌써 무서운 걸? 그래...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게...뭘 하고 싶어?”
“ 술....술을 마시고 싶어....”
“ 응? 이 시간에? 이런 대낮에?”
“ 왜? 싫어?”
“ 아, 아니야....어느 분의 말씀이라고....가자...”
“ 호호호~ 좋아...일단 시작은 태도가 쬐금 마음에 드네?”
“ 하하하...그래...고마워...예쁘게 봐줘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민이 팔짱을 껴오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2년도 더 된 기억이었다.
지민의 달싹한 복사꽃 향기와 함께 따스하고 뭉클한 젖가슴을 이렇게 느껴보는 건....
그 동안에 종규와 셋이서 격이 없이 지내면서도 서로의 살갗이 닿지 않으려 애썼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몰라도 무언 중에도 세 사람 모두가 그랬었다.
“ 자~ 건배~~”
“ 으, 응....”
지민이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족발집으로 자신을 이끈 것도 그랬지만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뭐라고 하기에도 그래서 그냥 지민에게 맞추어 잔을 비우기에 바빴다.
“ 케이크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
“ 으, 응? 케이크? 너 생일이 아직 멀었잖아?”
“ 아, 아니야...그냥 잠깐 딴 생각을 했어...자~ 마셔...”
“ 그, 그래...”
지민이 중얼거리는 말에 물어보자 다시 잔을 부딪쳐왔다.
벌써부터 빨갛게 달아오른 지민의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예전처럼 옆에 앉아 저 보드라운 뺨을 만져보거나 촉촉한 입술을 빨아보지도 못하고서
이렇게 맞은 편에서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왠지 서글퍼졌다.
누구 탓을 할까?
씁쓸한 소주가 목구멍을 매끄럽게 넘어가면서 가슴 속에다 불을 더욱 지폈다.
“ 자~~ 이제는 2차 가자...민아....”
“ 하...하하...이제 봤더니...지민이가 아주 술고래였구나?”
“ 흥~ 네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니?”
“ 미, 미안해....지민아...”
아직도 밖은 훤하건만 벌써 취해서 자신의 팔에 매달려 해롱대며 걷는 지민이 뱉은 말에 가슴이 짜하게 아파왔다.
언젠가 종규에게 들으면서 너무나 와 닿았던 그 말....
내가 지민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했었다.
지금 다시 비슷한 말을 듣자 그날의 아픔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 헤헤헤~ 이 삐돌이...또 삐쳤어?”
“ 후후후~ 그래...나는 삐돌이다...”
“ 좋아~~ 이번에 노래방으로 고고~~”
“ 그, 그래....”
지민의 씩씩한 발걸음에 끌려 노래방으로 들어섰다.
“ 뭐야? 이런 분위기에서 감히 나한테 춤 신청도 안 해? 슬슬 마음에 안 들어지려고 하는 걸?”
“ 헉~ 미, 미안....”
발라드 곡을 선정해놓고서 째려보는 지민에 깜짝 놀라 일어나 끌어내 안았다.
마지막 기억보다 더 볼륨이 있어지고 탄력이 넘치는 듯한 지민의 몸이 부드럽게 안겨왔다.
아니, 마지막 기억은 이렇게 몸이 아니라 눈과 귀로 확인을 했던가?
팬티 속을 드나들던 종규의 손과 질척하게 빠는 소리....
“ 아~ 미, 미안해...지민아..나도 모르게...”
“ 또...도망을 갈 거야? 그날처럼?”
“ 지, 지민아....?”
손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뭉클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보자
자신도 모르게 지민의 엉덩이를 쥐고서 딱딱해진 성기를 아랫배에다 비비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떼어내려 할 때 갑자기 귓가에 들린 지민의 뜨거운 속삭임에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더니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족발집에서 지민이 케이크를 언급했던 것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족발과 소주, 케이크, 그리고 노래방....바로 일이 터졌던 종희의 생일날과 같았다.
“ 아니...절대로...다시는 안 그래....”
“ 정말로?”
“ 지민아...미안해...사랑해..한번도 그때를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 민아....”
지민에게 키스를 하자 목을 안으면서 뜨겁게 빨아왔다.
지민은 그날로 시간을 되돌려서 자신에게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말이 맞았다.
내가 바보였다.
한번 상처를 입었다고 지레 겁을 먹고서 또다시 지민의 진심을 보려 하지 않고 지내왔다.
“ 하앙~ 민아~ 사랑해~~”
“ 지민아~~”
혀를 정신 없이 휘젓고 빨면서 손을 올려 젖가슴을 쥐었다.
아까의 느낌이 착각은 아니었던지 전처럼 아담한 게 아니라
엄마를 만지는 것같이 손에 넘치는 듯한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밀려왔다.
살짝 주물러보자 뾰족하게 성이 난 꼭지가 찔러왔다.
잠깐의 낯섦은 금방 사라지고 예전의 익숙한 감각이 살아났다.
포근함과 부드러운 촉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손을 내려서 치마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살짝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촉촉하게 습기가 배어나는 얇은 천이 따스하게 맞이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예전의 수수한 팬티와는 달리 레이스와 망사로 이루어진 아주 섹시한 거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과거의 청순함이 그리워지면서도 이제는 성숙한 지민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 아앙~ 아~ 좋아~ 민아~”
팬티 위로 도독하게 솟아오른 음핵을 문지르자 비음과 함께 지민의 하체가 크게 출렁였다.
얇은 천이 골 사이로 쏙 빨려 들면서 하늘하늘하게 벌어진 꽃잎이 떨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팬티의 위쪽에서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예전과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젖은 꽃잎이 매끄럽게 손가락을 감싸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끌미끌하게 흘러내리는 미지근한 애액도....
“ 하앙~ 민아~ 우리 그만 나가...둘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어서...”
“ 그래...지민아....”
꽃잎을 벌리고서 그 사이의 점막을 문지르던 민이
구멍을 더듬어 손가락을 밀어 넣으려 하자 지민이 손목을 붙들고 젖은 눈빛으로 소곤거렸다.
“ 하아~ 지민아...예뻐...정말 아름다워....”
“ 아앙~ 민아~ 키스를 해줘...어서~~”
확실히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굴곡이 확실해지면서도 부드럽고 매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분홍색의 예쁜 꽃잎만큼은 여전히 청순한 소녀의 느낌이 났다.
키스와 함께 젖가슴을 손으로 잡자 지민의 손이 내려와서 더듬더니 성기를 거머쥐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부드럽게 기둥을 감싸 쥐고서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자 민은 금방이라도 사정을 할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 후욱~ 지민이의 냄새....이 예쁜 꽃 보지....너무나 그리웠어~~ 할짝~~”
“ 아아앙~ 좋아~ 민아~~”
“ 그리고 이 맛도...사랑해....”
“ 하앙~ 민아...나도 사랑해...더 해줘...빨아~ 어서...”
“ 후륵~ 쩝쩝~~”
“ 아앙~ 아아~~”
넓게 벌어진 지민의 가랑이에다가 얼굴을 묻고서 꽃잎 사이를 빨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이곳을 먼저 정복했다는 아쉬움이 잠시 있을지언정 화를 느끼기에는 지금의 기쁨이 너무나 벅찼다.
파들파들 떨리면서 얼굴을 조여오는 허벅지와 혀끝에서 쉴새 없이 물을 뿜어내며 숨을 쉬는 꽃송이가 황홀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뿐이었다.
“ 하아~ 민아....”
“ 응...지민아....”
“ 이제는 자신 있게 약속을 해줄 수가 있어?”
“ 응..뭐든지...널 위해서라면...다시는 널 놓치지 않을 거야....”
“ 내 평생을 책임져줄 거야?”
“ 응...약속해....”
“ 엄마와 나만을 위해서 살 거지?”
“ 맹세해...두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 ...민아~~ 들어와줘....어서...오랫동안 기다렸어....”
“ 지민아...사랑해...”
“ 아학~ 악~~”
“ 지, 지민아?”
“ 머, 멈추지마...빨리 계속해...어서....민아~~ 사랑해....”
“ 그, 그래....”
“ 아아악~ 아~파~ 민...아...아흑....”
드디어 2년 이상을 멈추어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일 때가 되었다.
민은 자신의 귀두로 지민의 음핵을 문지르다가 꽃잎 사이로 미끄러뜨렸다.
엄마와는 달리 아직은 경험이 적은 탓인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구멍에다 문지르자 지민에게서 비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조금씩 힘을 주어 구멍에 귀두의 끝이 완전히 걸리자 지민이 속삭여왔다.
그리고 잠시 멈추었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정말 좁고 뜨거웠다.
몇 번을 깔짝이면서 겨우겨우 귀두가 다 들어간 뒤에 잠시 숨을 돌리자 꽉 조였던 질이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다시 약간씩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 앞에서 막힌 것 같은 느낌에 좀더 힘을 주어 밀자 약간은 질긴 듯한 탄력과 함께 지민에게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움직임을 멈추고 내려다보자 지민이 허리를 당기면서 재촉을 했다.
그리고 강하게 힘을 주어 단번에 밀어 부치자 제법 완강하게 버티던 게
마치 종이가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사라지면서 성기가 쑥하고 끝까지 박혀 들었다.
그때 터져 나온 지민의 비명과 온몸을 굳히면서 부들거리는 모습은....분명히 아파하는 것이었다.
“ 지, 지민아? 이건 혹시....?”
“ 앙~ 아파~ 정말 아파....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는데...히잉~~”
“ 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때 분명히....”
“ 히잉~ 이 바보..멍충아...아파 죽겠다는데 지금 그런 걸 물을 때야?”
“ 미, 미안해....그러면 나중에 할까?”
“ 씨이~ 정말 바보야~~ 빨리 끝까지 해줘....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 사랑해..지민아....”
“ 하앙~ 내가 이 바보를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분명했다.
바로 지금에야 지민의 순결이 깨진 것이었다.
비록 민이 숫처녀를 처음 접하지만 이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 자신을 미치기 직전으로 몰고 갔던 그 일은 어떻게 된 걸까?
“ 천천히...살살...겁나....잉~”
“ 그래...조심할게...”
워낙 빡빡하게 조이던 질이 통증으로 인한 긴장까지 더해지자 성기가 괴사하는 게 아닐까 겁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만큼 흥분이 커져서 민은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기야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질 속에다 이런 커다란 이물질을 처음으로 받아들여보는 지민에겐 길어봐야 고통만 연장될 뿐일 테니....
“ 아흑~ 이게 뭐야? 뜨거워~ 아앙~ 이상해....”
“ 지민아~~”
언제까지나 물고서 놓지 않을 것 같던 지민의 질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숨을 쉬는 것처럼 이완을 하자 민은 쾌감이 급격하게 상승을 했다.
그리고 몇 번을 움직이지도 않고서 바로 뜨겁게 정액이 쏟아졌다.
그러자 지민은 낯선 뜨거움에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면서 물에 빠질까 겁을 내는 아이처럼 매달려왔다.
“ 지민아...고마워...정말 고마워...이렇게까지 날 기다려줄 줄은....”
“ 치~~ 그러니까 넌 바보라는 거야...흥...알았으면 평생 동안 나한테 충성을 해...알았지?”
“ 그래..물론이야...”
“ 그리고...엄마도 행복하게 지켜드리고....”
“ 고마워....”
“ 사실...너한테서 마음을 영영 접으려고 했다가 엄마 때문에 결심을 바꾼 거야....”
“ 응? 엄마 때문에...?”
“ 응...우리 아빠가 생각났었거든...그래서 너하고 둘이서 꼭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어...”
“ 그래...그래...고마워..지민아...흑....”
“ 흐응~ 별명을 하나 더 늘려야겠어...울보라고....”
“ 네가 뭐라고 불러도 나는 좋아...사랑해...”
지민의 가랑이 아래 시트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꽃을 보며 감격하던 민은 지민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엄마에게 배신을 당한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던 지민이기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정말로 평생을 다 바쳐 사랑해도 부족함이 없을 자신의 동반자였다.
그리고 엄마와 지민은 당연히 자신이 사랑하고 지켜야 할 연인이기도 했다.
얼굴을 파묻은 지민의 젖가슴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심장소리가 포근하기만 했다.
“ 저...지민아...”
“ 응? 왜?”
민은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쩌면 그런 걸 묻는 게 바보 같은 일이기도 했지만
종규와는 평생을 친구로 살아갈 걸 생각하면 알아야 할 것만 같았다.
차라리 전처럼 종규가 지민의 첫 남자라고 여기고 있었다면 꺼내지 않을 이야기였지만...
“ 너...종규...하고는 어떻게 된 거야? 그때는 분명히....”
“ 흥~ 왜? 아직도 의심이 가?”
“ 아, 아니야....난 그렇게 믿었었고...그래도 여전히 널 사랑하기에 아까 안았던 거야....
단지 지금은 조금 당황스럽고...그렇다고 종규에게 묻는 것보다는 네게 듣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무래도 종규는 널 마음 속에서...그러니까...그런 이야기가 종규에게는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 휴~ 그래...안 그래도 내가 언젠가는 너한테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민은 침을 삼키고는 지민의 젖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귀를 기울였다.
“ 그때...네가 본 건....말 그대로 널 포기시키기 위한 거였어...”
“ 역시 그랬구나....”
“ 하지만...꼭 그렇다고만은 볼 수도 없어....”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 종규의 결심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테니까...”
“ 그렇게..라니?”
“ 그러니까.....”
지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번이나 마른 침을 삼켰는지 모른다.
종규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듣지 못했던 뒷이야기가 모두 흘러나왔다.
자신이 지민을 던져두고서 종희와 사라진 후 둘이서 술을 마시다가
종규가 지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짝사랑을 했었다는 걸 털어놓았다는 건 이미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날 지민은 종규에게 자신을 가져주기를 요구하면서 그곳에서 잤다고 한다.
하지만 종규는 지민에게 키스 이상의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민이 매일 찾아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종규는 여전히 거절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에 자신을 포기시키기 위해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까지는 종규도 동의를 했다.
대신에 지민은 자신과 종규 둘 다를 잊고 진짜로 행복하게 해줄 새로운 사람을 찾기로 약속했다.
방에서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알몸으로 애무를 할 때 마지막으로 종규에게 기회를 줬지만 역시 마다했다.
지민이 정말로 후회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껴두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 ...그래....종규...한테...정말로 고맙고 미안해해야 하는구나...나는....”
“ 흐응~ 그냥 지금까지처럼 친구로 잘 지내면 돼...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 괜한 오해는 말라는 거니까...”
“ 그래...너하고 나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어쩌면 보답이겠지....처음에 종규가 바랬던 게 그거니까...”
“ 응...넌...빚이 많아...엄마, 나, 그리고 종규한테까지....”
“ 사랑해...지민아...우리 정말로 행복하게 살자....모두 함께....”
“ 그래...그거면 되는 거야...사랑해...민아...”
지민은 민의 키스를 받으면서 눈을 감았다.
종규에게 추억의 선물로 자신의 음부를 빨게 하고
자신은 종규의 성기를 삼켜 정액을 먹기까지 했다는 그날의 마지막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건 자신에 대한 종규의 사랑을 위한 작은 성의였다.
두 사람만의 비밀스럽고 두근거리는 향기로 남겨두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