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라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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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아, 안녕하세요...”
“ 제가 조금 늦었군요...죄송합니다....”
“ 아, 아니에요...제가 약속보다 먼저 온 거에요...”
“ 아? 네...그런데 식사는 하셨어요?”
“ 네? 네...저는 가게에서 먹고 나왔어요...아직 안 하셨나요?”
“ 괜찮습니다...저도 점심을 늦게 먹어서 아직까지는 별로 생각이 없군요...”
정윤은 약속한 커피숍에 앉아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죄를 지었다는 기분에서일까?
약속시간보다도 훨씬 빨리 도착해서는 물만 계속 들이켰다.
온종일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른다.
가게를 나오기 전, 은근한 목소리로 야한 속옷도 꼭 사라는 사장에게 모든 걸 틀어놓고 매달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들은 부자 관계였다.
자신은 한낱 정부일 뿐이고....
누구 쪽에다 손을 들어줄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자칫 사장의 아들에게 이야기가 들어갔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줄을 몰랐다.
이미 집까지 알아두었다면 아들과 둘이 산다는 것도 알게 분명했다.
혹시나 아들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그런 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렇게나 미워한 아버지가 한 짓을 자신도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온갖 상상을 하면서 영원히 멈추어있기를 바라던 시간이
야속하게도 조금씩 흘러 정각이 되어 입구에 사장 아들이 나타나자 가슴이 철렁했다.
흐트러진 곳이 한군데도 없는 깔끔한 옷차림에다
자로 잰 듯이 시간마저 정확하게 맞춘 그 모습에 왠지 소름마저 끼쳤다.
이상하게 폭력배와 같이 거친 인상보다도 더 두렵게만 느껴졌다.
“ 저...대충 짐작은 하셨겠지만...지나간 일은 그냥 묻어 두겠습니다...”
“ .....”
쿵~~~
역시나 이었다.
그 짧은 문장 속에 모든 게 들어가 있었다.
그나마 처음 인상처럼 무턱대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러나...이건 분명히 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라는 의미였다.
물론 이제는 자신도 사장에게 많은 걸 여자로서 의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끊어진다고 해서 죽고 못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당장에 문제는 아들과의 생계였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 물론 아주머니만의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제 아버지이긴 하지만...그 동안의 행적을 보면....
큼~~ 자식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많이 부끄럽지만....이미 잘 아시겠죠? 그건?...”
“ ...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아들 정도 밖에 안 되는 어린 사람 앞에서 얼굴을 들기도 힘들었다.
사장이나 자신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짐승? 쓰레기?
“ 아마 아버지의 잘못이 더 크리라고는 생각합니다만...그렇다고 아주머니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죠...?”
“ ...네...”
고저가 없이 차분하게 이어지는 목소리....
마치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초등학생 같은 초라하고 비참한 심정으로 정윤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 ...제가 아직은 학생의 신분이라서...크게 능력은 없습니다...
그냥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대신에 가게는 그만두어 주십시오....”
“ 저, 저....”
테이블 위로 조용히 밀어놓는 새하얀 편지봉투....
분명히 돈이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이거야말로 진짜로 화대라는 느낌이 확하고 와 닿은 것이다.
사장에게서 이런저런 돈을 받으면서도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결코 실감이 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이건 달랐다.
정말로 자신은 창녀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애써 참았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었다.
“ 많지는 않지만 몇 달 정도는 생활하시는데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그 동안에 새로운 일자리를 한번 찾아보세요....부탁 드립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도 무방할 텐데 이렇게나 정중할 수가?
아직도 어리게만 느껴지는 철 없는 아들과는 불과 두어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데도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래서 말을 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 ..죄송해요...정말 죄송해요...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 아닙니다...제게 그렇게 미안해하지 마세요...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자식인 제가 죄송스럽죠...”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날 죽이고 싶도록 미울 텐데도...
정윤은 다시 위축이 되는 걸 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 염치가 없지만...한번만..한번만 눈을 감아주세요....”
“ 아, 아주머니?”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표정이 약간 무너졌다.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던 정윤의 태도에 안심을 하다가 예상과 다른 답변에 당황을 하는 것 같았다.
“ 제발 부탁을 드릴게요...1년만...1년만...
아니...제 아들이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만이라도...그냥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
“ 무릎을 꿇고 빌라면 빌게요...제발...지금 당장에 이 일을 그만두면...
아직은 고등학생인 제 아들이나 아무런 재주도 없는 제가 먹고 살길이 막막해요...그러니까....”
정윤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 흐음....”
“ 저, 절대로 걱정하실 만한 일은 없을 거에요....
그냥...일만 열심히 하면서 꼬박꼬박 월급만 받을 수 있으면 돼요...제발....흑흑....”
“ 휴~~”
결국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자 사장의 아들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주머니...울지 마세요...무슨 말씀인지는 알았으니까....”
“ 흑..흑...네.....”
“ 그러니까....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그냥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이런 말씀이죠?”
“ ...흑....네...그러니까...”
“ 알겠습니다....그 말씀을 한번 믿어보죠.....왠지 아주머니는 믿고 싶어지네요...”
“ ..흑...정말...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
“ 이, 이러지 마시라니까요?”
체면이고 뭐고 가릴 게 없었다.
정윤은 어린 사람이라는 생각도 않고 연거푸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사장의 아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들 뻘의 남자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비는 중년여자의 사연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 알겠으니까 그만 나가시죠....마음도 좀 가라앉히시고....”
“ 훌쩍....네..죄송해요...제가...”
“ 괜찮으니까...자...제가 잡아드릴게요....”
“ 고, 고마워요...훌쩍....”
일어서려다가 비틀거리자 급히 다가와 팔을 잡아주는 사장 아들의 손은
사장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연상케 하는 섬세함과 따스함이 느껴져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 자..타세요...데려다 드릴 테니까...”
“ ...네....”
차를 가져왔던지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면서 태웠다.
“ 자, 잠깐만요...여, 여기는?”
“ 후~~ 진정하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억지로 강요하는 건 아니니까...”
정윤은 사장 아들이 자신의 집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냥 묵묵히 있다가
차가 갑자기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모텔의 주차장으로 들어가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두려움에 뛰쳐나가려다가 자신을 잡지도 않는 그 조용한 말투에 주춤하고 말았다.
“ 일만 하겠다고 하셨지만....아버지가 그냥 내버려둘까요? 그리고 그걸 거부할 자신이 있으세요?”
“ 그, 그건...”
“ 저는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닙니다...당연히 제가 받아야 할 유산을 지키고 싶고요...”
“ 하, 하지만...전 절대로 그런 짓을....”
“ 압니다...그렇게 약속을 하셨죠....
그렇지만 아버지와의 관계가 계속될 거라는 거나...
남녀간의 문제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인정하죠?”
“ 그렇긴 하지만..그래도....”
“ 그러니까...이런 방법으로라도 제게 약속을 확인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이젠 혼자가 되신 아버지나...역시 혼자이신 아주머니의 본능을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이렇게라도 해주신다면...최소한 제 새어머니가 되실 생각은 못하겠죠....
아주머니를 믿고 싶지만...솔직히 저희 집...재산을 생각하면....
저로서는 이게 그나마 아주머니의 사정을 생각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어차피 저는 며칠 후면 다시 출국을 해야 합니다.. 이해하실 수 있겠어요? 제 마음을?”
“ ......”
정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시 한번 이 사람의 냉정함과 철저함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 입장을 이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돈 때문에 아내와 자식마저 버리는 게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는가?
그래서 소름이 끼치면서도 너무나 뼈저리게 이해가 되고 있었다.
자신에게 공을 넘기고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사장의 아들이 정말로 무서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본 그 누구보다도...
“ 저는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습니다....이걸 받으시든지 아니면 제 손을 잡든지...”
“ .....네.....”
어느새 꺼냈을까?
아까 커피숍에서 자신에게 주려 했던 돈봉투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은 편 채로 잡으라는 듯이 내민 사장의 아들....
정윤은 너무나 침착한 그 모습에 자신의 머리 속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그래...결정을 해야 해....
그나마 이렇게라도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어디인가?
어쩌면 처음부터 결정은 내려져있었는지도 모른다.
“ 후우~ 그런가요? 아주머니의 결정은?”
“ ....흑...네....”
“ 아들 때문인가요?”
“ 흑흑흑....민아.....”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쥐어진 자신의 손을 꾹 잡으면서 속삭이는 사장 아들의 목소리에 아들의 이름이 저절로 새나왔다.
“ 잠시만 기다리세요...방을 잡고 올 테니....”
“ 흑흑흑....”
차에서 내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 벗어....”
“ 흑흑...네?”
“ 벗으라니까....”
“ 훌쩍~ 저, 저?”
손을 잡고 흐느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서서도 울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귀에 들린 음성....
처음엔 자신이 잘못들은 줄로만 알았다.
“ 이 씨발년이~? 쫙~”
“ 악~~!!!”
갑자기 눈앞에 불똥이 튀더니 몸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곧이어 뺨에서 시작된 통증과 화끈거림이 얼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귀속이 웅웅거리고 울리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안되어서 울음조차 그쳐져 버렸다.
“ 이 창녀 년이...욕심만 많아서...말귀를 못 알아먹어?”
“ 딸꾹~ 저, 저...딸꾹~”
저 사람이 나를 때린 거였어?
정윤은 귀를 의심케 하는 욕설에 그제야 상황이 조금씩 파악되면서 겁에 질려 딸꾹질을 시작했다.
조금 전과 동일한 사람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 이 개 좆 같은 년이 가지가지 하는구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야~ 이 씨발 년아....이걸로 오나니를 시켜줘야 정신이 확 들겠어?”
“ 악~ 사, 살려주세요...딸꾹~ 제발...흑흑...딸꾹~”
사장 아들이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더니 천천히 폈다.
불빛에 새하얗게 빛나는 그걸 보자 정윤은 파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며 오줌을 지렸다.
하체를 뜨듯하게 적시는 물기를 의식할 정신도 없었다.
죽음을 떠올리고 있는 순간에 그런 게 느껴질 리가 없는 게 당연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지가 오그라드는 그것은 바로 시퍼런 칼이었다.
“ 두 번 말하지 않겠어...벗어....”
“ 흑흑흑...네...네...제발...딸꾹~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제발....딸꾹~ 흑흑흑...”
정윤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서 정신 없이 옷을 벗었다.
“ 크크큭~ 씨발 년...암캐답게 오줌까지 쌌구먼....이리 기어와서 자지를 빨아...빨리~~!!!”
“ 흑흑...네...딸꾹~~”
정윤은 무릎이 화끈거릴 정도로 번개같이 기어서 남자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성기를 꺼내서 물었다.
딸꾹질이 나와 숨을 쉬기가 힘든 와중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려고 애를 썼다.
살아야만 했다.
남자에게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단단하게 곤두선 성기를 목구멍으로 힘껏 삼키면서 정낭과 항문까지 손으로 애무를 했다.
찰칵~
“ 악~ 제발..그것만은....”
“ 이 씨발 년이 아직도 착각을 하고 있구먼....사진기를 똑바로 못 쳐다봐?”
“ 하, 할게요...제발....살려주세요....”
“ 자...자지를 빨면서 눈웃음을 쳐...창녀라는 걸 잘 알 수 있게...”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자 사진기로 자신을 찍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만은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원을 했지만 젖꼭지에 닿는 싸늘하고 날카로운 감촉에 모든 걸 포기했다.
“ 자..이번엔....자위를 하면서 빨아....얼굴이 잘 나오게 하는 걸 잊지 말고....”
“ 흑흑흑....”
“ 이 씨발 년이...사진을 망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안 웃어?”
“ 악~ 제, 제발..시키는 대로 할 테니...그건...제발....”
“ 알아서 해....이 칼날이 아까부터 네 년 보지구멍을 맛보고 싶어서 안달이니까...”
침대에 눕혀서 계속 사진을 찍던 남자가 정윤이 주춤거리자 이번에는 칼날을 꽃잎 사이에다 대었다.
그 날카로운 금속이 연약하고 민감한 점막에 닿는 순간 다시 오줌이 찔끔거릴 정도로 떨렸다.
“ 욱~ 욱~ 흑흑흑....”
온몸에다 정액을 묻히고 음부에는 둥글게 말린 돈봉투가 꽂힌 채로 침대에 늘어져 울고 있었다.
입과 음부는 물론 항문까지 마구 범해지면서도 고분고분 말을 듣던 정윤은
음부에다 돈봉투를 집어넣고서 사진을 찍으려 할 때는 반항을 했었다.
하지만 배로 날아드는 주먹과 발길질에는 저항은 고사하고 살고만 싶었다.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와중에도 시키는 대로
자신의 손으로 봉투를 음부에다 끼우고 흔들면서 쾌감의 표정을 연출해야만 했다.
“ 개 같은 년..그래도 혼자서 아들을 키운다기에...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인간적으로 대해주려고 했더니....
이 씨발 년이 사람을 아주 홍어 좆으로 봐? 일만 하면 돼? 재산은 관심이 없어?
너 같은 년들은 내가 아주 잘 알지...예전부터 내 주변에는 그런 년들이 수두룩했어....
그런 창녀 년들을 다루는 법은 한가지 뿐이야...창녀로 대해주는 거....
내일부터 다시 가게에 얼씬거리면...이걸 아들에게 보내주지....후후후~
제 엄마가 이런 개 걸레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까?”
“ 아악~ 제발...헉헉~~ 제발....”
“ 흐흐흐...개 같은 년이라도 아들은 챙기는군....좋아...두고 보겠어....
혹시나 내가 없다고 딴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알려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흑흑...약속할게요...제발...”
“ 보지로 쳐먹은 그 돈이 화대로 부족하지는 않을 거야.....
행여나 딴 걸 더 바라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든지 하면...알지? 누가 가장 힘들어질지는?”
“ 아, 알아요..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흑흑흑....”
“ 씨발...걸레를 쑤셨더니 기분만 더럽군....툇~~”
쿵~
문이 닫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살았다는 걸 느끼면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 악~ 엄마....흑흑...아파....죽을 것 같아...민아...흑흑...”
잠깐 혼절을 했었던지 정신이 들면서 눈앞이 밝아져 왔다.
그제서야 아직도 하체에 박혀있는 이물질을 깨닫고 빼기 위해 손을 내리다가 비명과 함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리고 여전히 귀가 웅웅거리고 울리면서 구토까지 밀려왔다.
“ 흑흑....흑....”
잠시 누워있다가 몸을 움직이자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겨우 욕실로 들어섰다.
“ 여보세요?”
“ 미, 민아....”
“ 엄마? 어디야? 또 늦어?”
혹시나 종업원이 보고 경찰에 신고라도 할까 최대한 태연한 척하고서 모텔을 빠져 나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복부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파 와 주저앉을 뻔한 걸 겨우 버텨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정윤은 큰길까지도 못 나가고 골목 어귀에서 벽에 기대어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 그게 아니고....민이 네가 엄마를 좀 데리러 와줄래?”
“ 어, 엄마? 술을 많이 먹은 거야?”
“ 아, 아니야...그건...갑자기 조금 어지러워서 걷기가 힘들어 그래....”
“ 괜찮아? 어디야?...꼼짝하지 말고 기다려...내가 최대한 빨리 갈게...”
“ 으, 응...어디냐 하면....”
다행히도 아들은 이곳 지리를 잘 아는 것 같았다.
대충 위치를 설명하다가 아들이 먼저 간판 이름들을 나열했다.
그러자 그 중에 하나가 눈에 보여서 일러주었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때문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까 억지로 버티고 서있었다.
“ 엄마~~!!!”
“ 미, 민아....”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초조한 시간들이 흐르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들의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 눈물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몰래 눈가를 닦고는 힘 없이 안겼다.
“ 어, 엄마....왜 이래? 안 되겠어...병원에 가자....”
“ 아, 아니야..병원은 필요 없어....집으로 가..조금만 쉬면 괜찮을 거야....”
“ 하, 하지만....”
“ 됐다니까?”
“ 어, 엄마? 아, 알았어....”
정윤은 단호하게 병원을 거부했다.
이 시간에 갈 곳이라고는 응급실 밖에 없는데
지금 자신의 상태로는 누가 보더라도 강간과 폭행을 당한 걸 알 수가 있었다.
아마 응급실로 간다면 당장에 경찰에 신고를 할 게 분명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자...일단 업혀....”
“ 으, 응...악~~”
“ 어, 엄마...어지럽다더니...다친 거야?”
“ 미, 민아....아흑...”
어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업히려는 순간 아랫배가 아파오면서 비명소리가 저절로 났다.
“ 걸을 수는 있겠어?”
“ 네가 잡아주면...조금씩은....”
“ 안 되겠다....안겨....”
“ 아흑~ 민아...”
“ 어때? 이건 괜찮아?”
“ 으, 응...하지만...이렇게 안고 어쩌려고?”
“ 응...바로 근처에 친구 집이 있어...일단 거기로 가서 잠깐 누워...”
“ 친구? 하지만 이 시간에...”
“ 아니야...자취하는 친구인데...지금 놀러 가서 아무도 없어...나한테 키도 있고...”
“ 가까워?”
“ 응...바로 다음 골목이야....”
“ 그, 그래...그러자...거기 정도면...걸어가도 될 것 같아...”
“ 하, 하지만...”
“ 어서 내려줘...”
“ 알았어...”
민이 엄마의 전화를 받고 이곳을 단번에 찾은 것은 바로 종규네 근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종규네들은 여자애들과 함께 어제 바닷가로 놀러 갔다.
민은 이미 엄마와 갔다 왔기에 같이 가자는 걸 사양했던 것이다.
정윤은 정윤대로 자신들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걸 원치 않았다.
나이 든 여자가 아들 뻘의 남자에게 안겨서 길거리를 걷는다는 건 분명히 평범하게 보이지를 않는다.
혹시나 누가 보고 신고라도 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다.
자신이 이미 당한 일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아들이 알게 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 하아~ 하아~ “
“ 엄마...정말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 아니야...좀 나아진 것 같아...”
“ 하지만 너무 아픈 것 같은데....”
“ 아침에도 아프면 집 근처의 병원에 가보자...알았지?”
“ 응...”
“ 너 좀 씻어...땀 봐...”
“ 응...알았어..엄마...여긴 내 집처럼 편하게 있어도 되니까...엄마도 좀 누워...”
“ 그래....”
자신을 침대에다 눕히고서 나가는 아들을 보며 몸을 웅크렸다.
동네의 작은 개인병원이면 웬만한 일은 모른 척 넘어갈 것이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이곳 저곳이 수상했다.
아직도 통증이 심한 아랫배보다는 멍멍하기만 한 귀가 더 걱정이었다.
문득 머리맡에 덩그러니 놓인 자신의 핸드백이 보였다.
저 속에는 자신의 애액이 잔뜩 묻은 돈봉투가 들어있었다.
그 더럽고도 절망적인 악몽이 담긴 저것을 차마 버리지를 못하고서
오히려 잃어버릴까 겁을 내는 것처럼 깊숙이 챙겨온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서러웠다.
“ 흑흑흑...아파...민아....”
“ 엄마...엄마...안 되겠어...어서 병원에 가자...”
“ 안돼...그건...흑흑....”
“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그냥 있어?”
“ 제발...민아...엄마의 부탁이야...조금만 참다가 날이 밝으면 집 근처의 병원으로 가....흑흑...”
“ 그때까지 참을 수 있겠어?”
“ 흑흑흑....괜찮아...”
“ 엄마....”
씻고 나오자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든 엄마가 보였다.
여전히 이마에다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엄마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문득 이상한 걸 느꼈다.
왠지 좀 부어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지러워 못 걷겠다고 했는데 막상 와보자 어디를 다친 것 같은 모습하며....
그렇게 아파 보이는데도 죽으라고 병원을 가지 않으려 하는 것까지....
지금 이렇게 뺨이 부은 듯한 상태까지 확인하자 의심이 와락 밀려왔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기어코 숨기려 하는 것은 혹시나?
여자가 폭행을 당하는 경우 대부분 함께 따라오는 사고가 강간이었다.
민은 당장에라도 엄마의 옷을 벗겨 몸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겨우 잠이 든 걸 깨울 수는 없었다.
그래...내일 일어나면 차분히 물어보자...
가슴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면서 어금니가 깨물어졌지만 일단은 참을 수 밖에...
그렇게 엄마의 곁에서 얼핏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깬 건 끙끙거리는 소리 때문이었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자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파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병원을 거부했다.
안타까움과 무력감에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
결국에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집안의 여기저기를 뒤져서 진통제 몇 알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아파서 아이처럼 눈물까지 흘리는데도 끝까지 괜찮다며 고집을 피우는 엄마에 가슴이 미어졌다.
예전에는 이럴 때 전화 한 통이면 언제라도 주치의가 달려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가 죽을 것처럼 아파하는데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밉고 세상이 저주스러웠다.
심지어 고집을 피우는 엄마까지 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중에 제일 증오심이 생기는 건 자신에게였다.
난 무얼 했던가?
졸업장이라는 핑계로 엄마의 생살을 파먹고 있던 자신은?
종규만 봐도 대충 사는 것 같지만 절대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종희도 비밀이 있어 보이지만 역시 스스로 모든 걸 헤쳐나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지민이까지 그런 아픔을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온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자신은 언제나 투정하고 기대고...그러면서도 세상이 날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절망을 했었다.
“ 흑흑흑...엄마...미안해...엄마....”
“ 흑흑...민아...그러지마...엄마는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아흑~~”
“ 엄마...흑흑....”
아파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을 위로하려는 엄마에 가슴이 찢어졌다.
엄마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엄마만 아프지 않다면.....
지금 당장에 잠시라도 이 고통을 멈추게 해줄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간이라도 빼서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흑...그래...맞아....엄마...잠깐만..기다려...내가 덜 아프게 해줄게...”
“ 미, 민아..병원은 아침에...아흑~~”
“ 흑...알아...아니까...걱정하지마....금방 올게....”
“ 미, 민....헉~~”
통증이 주기적으로 밀려오는지 말을 하다가도 멈추는 엄마를 보면서 황급히 방을 빠져 나왔다.
그래...아침까지...몇 시간만이라도 아픔을 덜 수만 있다면....
민은 다시 한번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 하악~ 하악~ 민아...이게 뭐니...?”
너무나 가냘프게 들리는 엄마의 음성에 숨이 막혀왔다.
민은 엄마의 머리를 허벅지에다 베어주고는 가져온 비닐봉지를 엄마의 입으로 가져갔다.
“ 엄마...봉지에다 코를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켜봐....몇 번을 깊게...그러면 좀 덜 아플 거야....”
“ 하윽~ 이, 이게 뭔데?”
“ 그냥...내 말대로 해....조금만 하면 잠을 잘 수가 있을 거야...그리고 아침에 병원에 가자....
엄마 말대로 집 근처의 병원으로 데려갈 테니까..안심하고....흑...흑....”
“ 미, 민아...네 말대로 할 테니까 울지마...”
“ 울기는 누가 울었다고 그래? 아니야...자...숨을 마셔....흑흑흑....”
울음을 참으려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뜨거운 눈물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이 순간에 엄마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니....
“ 으, 응...이게 뭐~ 야~? 정말....안 아프네~~? 헤헤~ 우리 착한 민이....사랑해~~”
“ 흑흑흑...그래...엄마...이제는 안 아파?”
“ 웅~~ 약간 기분이 이상한 것 같은데....헤헤헤....그래도 좋아.....”
“ 응...우리 엄마 잘했어....그러면 한숨 자...내가 재워줄게...”
“ 흐응~ 아~ 좋아~~”
조금 시간이 흐르자 엄마의 눈이 풀어지면서 말이 느려졌다.
그리고 마치 술에 잔뜩 취한 것처럼 헤죽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이 저랬겠지?
이제는 통증을 못 느끼는 것 같은 엄마를 보자 통곡이 새어 나왔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깨고 나면 지금의 통증에다 더해 다른 두통까지 오겠지만
지금 몇 시간만이라도 엄마가 편하게 잠들 수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중했다.
“ 흑흑흑...엄마...엄마.....”
“ 쌕~ 쌕~”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른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지만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엄마의 잠든 얼굴에 느끼지도 못했다.
차라리 이대로 영원히 엄마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그러면 이런 고통이나 자신 때문에 세상과 힘들게 부대낄 일도 없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자신은 이 모습 그대로 죽어 뼈만 남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띵동~ 띵동~
“ 뭐, 뭐야?”
조용한 이 새벽에 갑자기 울린 초인종 소리...
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탓도 있지만 겨우 잠든 엄마가 깰까 더욱 그랬다.
띵동~ 띵동~
“ 누, 누구세요?”
계속 울리는 벨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냥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았다.
엄마가 깨기 전에 빨리 나가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아....학생? 나 집주인인데....”
“ 어쩐 일이세요? 이 시간에....”
“ 으, 응....집세 때문에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당췌 집에 있어야지?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왔어...”
“ 자, 잠시만요..."
집주인이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종규들이 없었지만 일단 말이라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 어? 어? 이, 이게....무슨....”
“ 신고가 들어와서 말이야...일단 조사를 좀 해야겠어...학생....”
“ 자, 잠깐만요....신고라니? 그리고...저는 이 집에 사는 애들과 친구라서 잠깐 빈집을 봐주려고 왔는데...”
“ 아~ 알았으니까...잠깐만 협조를 해주면 돼..걱정하지는 말고....”
“ 기, 기다려요....악~~”
“ 가만히 있어...잘못하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추가될지도 몰라...”
“ 씨발~ 놔~ 안돼...엄마...엄마가....흑흑....”
문을 열자 주인 혼자가 아니었다.
경찰 두 명이 같이 서있었던 것이다.
당황하면서도 현관을 막아선 채로 사정을 설명하려는 순간 무작정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한 명이 방 쪽으로 가려는 걸 보고 막으려 하자
갑자기 다른 한 명이 뒤에서 팔을 꺾으며 목을 감았다.
엄마...엄마....그나마 이 짧은 행복마저도 세상은 허용을 안 하는 걸까?
민은 경찰이 무슨 신고를 받고 온 건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같은 건 관심이 없었다.
단지 엄마의 평화를 깨뜨린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버둥거렸다.
그러자 아예 바닥에다 엎어지게 해서는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 가만있어....니네들 본드를 불고 있었지? 그걸로 신고가 들어왔어....향정신성...”
“ 억~ 이, 이게 뭐야?”
“ 왜 그래?”
“ 서, 선배님...이리로 잠깐 와보세요....”
엄마가 누워있는 방문을 열었던 경찰이 갑자기 우뚝 서서는 멍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면서 불렀다.
“ 흑흑흑....엄마...엄마....”
“ 후~~ 이거 미치겠네? 이걸.....”
“ 정말로 엄마인 것 같은데요?”
“ 나...참...내가 경찰 생활을 하면서...이런 건 또 처음이군....일단 연행해....”
“ 네..그래야겠죠?”
“ 그래...병원에 연락해서 검사할 준비도 시키고....”
두 경찰이 방문 앞에 서서 얼이 빠진 듯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민은 땡볕에 노출된 한 마리의 지렁이처럼 거실바닥을 꿈틀거리면서 오열을 토하고 있었다.
“ 참~~ 세상이 말세라지만.....”
“ 이런 년은 돌로 쳐 죽여야 해....”
“ 맞아요...맞아....엄마라는 여자가...어떻게....”
며칠 후 조간신문의 사회면에 조그맣게 난 기사를 보면서 두 남자가 침을 튀기고 욕을 하고 있었다.
‘ 어린 아들과 환각파티를 한 자격상실의 모정’
그것이 그들이 보고 있는 기사의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