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상(愛傷)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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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자기야...”
“ 응...왜?”
“ 재미있어?”
“ 그냥..보는 거지, 뭐...그래도 스토리가 있는 게 덜 지겹거든...”
란은 애인인 강인의 침대에 그의 팔을 베고 누워서 모니터의 포르노를 보며 성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정말로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 뭐가?”
“ 저거 말이야...내용이 가족들간에 하는 거라며?”
“ 아~ 근친상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없진 않지...”
“ 설마? 그냥 꾸민 이야기가 아니고?”
“ ..그렇구나....”
란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귀두를 애무하면서 중얼거렸다.
“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이제는 저런 걸 봐도 그렇게 놀라거나 하진 않더니...”
“ 아니야..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강인이 보여주는 포르노를 보고서만도 기겁을 했었다.
강인 이전에도 몇 남자와 사귀면서 성경험이 꽤 있긴 했지만
막상 노골적인 남의 성행위를 화면으로 보는 건 꽤나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놀랐다기보다는 당황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렇게 막 대하는가 하는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만남이 길어지고 점점 더 빠져들면서 처음에 감탄했던 지적이고 감각적인 면 외에도,
열정적이면서도 인간의 본능에 대해 너무나 솔직한 강인의 시각에 차츰 동화되어 갔다.
물론 그 솔직함을 닮아보고자 하다 보니까 큰 언니와의 마찰이 커지는 후유증이 생기긴 했다.
그래서 이제는 저런 충격적인 내용의 포르노를 보면서도 그렇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언젠가부터 그냥 평범한 건 시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은 솔직히 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었다.
조카인 민과의 사건이 생기면서 왠지 태연하게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카의 자위현장을 우연히 본 일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그날 일은 정말 충격이었다.
잠결에 강인과의 야릇한 꿈을 꾸다가 손등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정액의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는 이미 일은 벌어진 다음이었다.
그나마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덕분에 끝까지 잠결인 척하고서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조카가 다시 돌아온 후에도 한참을 더 자는 척하다 일어나 태연히 어울리고는,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손에 느껴지던 그 뜨겁고도 단단하던 감촉이 사라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척척한 느낌에 속옷을 갈아입으면서 천에 붙어 길게 늘어지는 애액을 보자 솔직히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그 순간에 흥분을 많이 했었다는 걸...
물론 즐기는 마음까지 있었다고는 하긴 힘들었지만 우연한 실수였다고는 해도
성적인 자극을 받아서 음부를 흠뻑 적실 정도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불을 끄고 누워서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는 손을 억지로 다잡으며
결국엔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는 게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 후~ 좋은데? 웬일이야? 오늘은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 웅~ 이러고 싶어서...좋아?”
“ 응...아주 좋아...”
란이 하체로 미끄러져 내려가 강인의 배를 베고서 성기의 끝을 입으로 물자
강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바로 저것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따스하고도 한 없이 부드러운 저 미소...
“ 사랑해...강인 씨...”
“ 나도...사랑해...란아...”
란은 자신을 끌어올리는 손길에 강인의 가슴에 다시 안기며 키스를 했다.
그러자 왠지 불안하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강인에 대한 사랑이 커져 참기가 힘들었다.
허겁지겁 위에 올라타 단단하게 성이 난 성기를 손으로 잡아 자신의 질로 이끌면서도
자꾸만 조카의 것과 비교를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 단숨에 허리를 내렸다.
“ 아흑~ 자기야~ 사랑해...”
란은 미안한 마음을 잊으려는 듯이 거칠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흑흑...언니...어떻게..그런 말을...”
“ 왜? 내가 틀린 말을 했어?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봐? 너 지금까지 남자랑 뒹굴다 온 게 아니야?”
“ 흑흑흑....”
위태위태했지만 한동안은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더니
결국 막내이모는 새벽에 몰래 들어오다가 안 자고서 기다리던 엄마에게 딱 걸려버렸다.
그리고는 대뜸 따귀를 날리고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뱉어내는 엄마의 모습에 민은 멍하게 보고만 있었다.
매사에 너무나 깔끔하고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는 엄마의 한가지 단점이 저거였다.
화가 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상태로 마구 쏟아내는...
하지만 민은 지금처럼 저렇게 적나라한 표현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엄마는 지금 민이 나와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마저 못 느끼는 것만 같았다.
“ 엄마..그만해...”
“ 이..미친 년...”
“ 엄마~!!!”
자신이 말리는데도 정신 없이 욕설을 퍼붓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민은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치솟아 소리를 질러버렸다.
“ 미, 민아....너?”
“ 제발 좀 그만하면 안돼? 지금 이러지 않으면 당장에 숨이라도 넘어가? 내일 이야기를 하면 되잖아?”
“ 너..지금...엄마한테 큰소리를 치는 거야? 응? 그런 거야?”
“ 흑흑..민아...엄마한테 그러지마..”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찔끔했던 엄마가 정신을 차린 듯이 노려보더니
얼굴이 벌개져서는 당장에 손찌검이라도 할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아직도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로 뺨에다 선명하게 손자국을 하고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막내이모의 모습을 보자 민은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치솟아 올랐다.
“ 엄마, 난 엄마의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에서는 엄연히 엄마와 이모를 보호해야 할 가장이야...내 말이 틀렸어?”
“ 미, 민아...”
늘 고분고분하기만 하던 민의 기색이 뭔가 다른 걸 느꼈던지 엄마는 주춤거리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 미, 민아....”
민은 순간적으로 약간 후회를 했다.
아마 엄마는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당장에 울컥한 것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엄마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자신과 가족들...아니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엄마를 위해서라도...
얼음 동상처럼 완전히 굳어져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를 뒤로 하고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작게 두런거리는 소리가 잠시 나더니 방문들이 닫히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 휴~ 오밤중에 이게 무슨 난리야?”
“ 똑~ 똑~ 자니?”
그때 자그마하게 노크소리가 나고서는 막내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니...들어와..이모...”
“ 응...”
그새 잠옷으로 갈아입은 막내이모가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눈치를 살폈다.
“ ..아직도 화났어?..”
“ 아니야...그런 거...”
하기야 자신의 그런 모습은 막내이모도 처음이었을 테니 꽤나 놀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쪽 볼에다 부풀어오른 손자국을 간직한 채로
겁을 먹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잔뜩 주눅이 들은 모습에 가슴이 찡해져 왔다.
“ 안 아파?”
“ 괘, 괜찮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얼굴의 손자국을 쓰다듬자 막내이모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그러자 그 순간 그 가녀린 어깨를 확 끌어안고 싶어지는 걸 겨우 참아냈다.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서
민은 손을 떼어내기도 그렇다고 계속 만지고 있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 고마워...그래도 엄마한테 그러면....”
“ 아니야..이모...엄마에게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이모도 알잖아? 그건 꼭 고쳐야 하는 거란 걸...”
“ 으, 응....하여간에 정말 고마워...민아...”
“ 이모...”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감동을 한 듯이 눈마저 촉촉해져서는
아직도 뺨에 머물고 있는 민의 손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막내이모의 모습에,
민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막내이모의 얼굴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숨결이 서로의 얼굴에 부딪치는 게 생생하게 느껴질 때...
“ 후후~ 그런데..오늘은 아직인가 봐?”
“ 뭐...가?”
가슴이 미친 듯이 뛰면서 뭔가를 기대하는 순간 갑자기 막내이모가 손을 떼어내고는 몸을 뒤로 살짝 물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민은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억울한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대답을 했다.
“ 흐~응...나는 또~오 저번처럼 실수를 할까 싶어서 노크를 했지~~”
“ 이, 이모~!!!”
“ 호호호....아니면 말고...”
“ 비, 비겁하게...비밀로 하기로 하고는....”
“ 호호호....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했잖아? 뭘?...”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고서 민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마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농담을 한 것이었겠지만 민으로서는 제법 타격이 컸다.
“ 치사하게...씨....말꼬리나 잡고....에이~”
“ 호호호...잘하면 네 입에다가 옷걸이도 걸 수 있겠다..조금만 더 내밀어봐...”
“ 이모~~!!! 정말?”
“ 쪽~ 고마웠어...입술을 그렇게 내미니까 하기는 편하네? 잘 자라...호호호...”
뾰로통하게 내민 입술을 가지고 놀리던 막내이모가 갑자기 입술을 부딪쳐오자 멍해져 버렸다.
그리고는 막내이모가 환상 속의 요정처럼 사라져버리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가는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져보았다.
너무나 짧았지만 촉촉하면서도 마치 녹아 내릴 것처럼 부드러운 그 촉감은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지지듯이 이미 민의 심장 한가운데다 깊은 흔적을 남겨버렸다.
“ 하아~~”
얼마나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었을까?
민은 일어서서 방문을 잠그고는 크게 탄식을 내뱉으며 침대에 누운 다음에
아까부터 아플 정도로 발기가 되어 있던 자신의 성기에다 손을 가져갔다.
“ 데리고 와봐....”
“ 으, 응? 언니?”
지난 밤의 많은 일들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조용한 침묵 속에서 아침식사를 하다가 문득 엄마가 입을 열었다.
“ 네가 만나는 그 남자...한번 봤으면 해...”
“ 어, 언니...”
“ 약속을 해서 내게 알려줘...그래야 미리 준비를 하지...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해...”
“ 고마워...언니...”
“ 어, 엄마...?”
민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새삼스럽게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어찌되었던 간에 자신 역시 자식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이었다.
“ 엄마..나도 미안해....”
“ 사랑해..엄마....”
“ 나도 사랑해...우리 아들....”
“ 호호호...밥 먹다 말고서 드라마가 한편 나오네?”
민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는 엄마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그러자 엄마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서 민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제서야 민은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뭔가가 사라지면서 엄마의 따스한 체온에 마음이 푸근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때 막내이모는 그런 두 모자의 모습에 조금 샘이 나는지 놀려댔다.
“ 언니...민이는 정말로 다 컸어...얼마나 커.졌.는.지~ 그렇지~? 민아?”
“ 이, 이모~!”
“ 호호호...나 먼저 나가...언니..약속을 잡고 난 다음에 다시 알려줄게...민아...잘 다녀와...”
은근히 강조하는 말에 또다시 그 일을 가지고 놀리려 드는 걸 알고서 당황해 하는 순간 막내이모는 도망을 가버렸다.
“ 저게 무슨 말이야? 민아?”
“ 아, 아니야...아무 것도..그냥 우리끼리 하는 농담이야...”
“ 치잇~ 이제는 늙은 엄마는 싫다 이거니? 나만 빼놓고 이모랑 둘이서 짝짜쿵을 해?”
“ 호호호..그래 잘 다녀와...앞으로도 이렇게 인사를 해주면 좋겠다...”
“ 하하...알았어..엄마...”
농담처럼 말을 했지만 왠지 소외를 당하는 것 같아서인지
서운한 눈빛을 보이던 엄마는 민이 뺨에다 입맞춤을 하자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 응? 뭐야? 왜 이렇게 조용해? 같이 노래방에라도 놀러 간 거야? 나만 빼놓고서? 치...”
민은 조용한 거실의 소파에다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중얼거렸다.
사실 오늘은 막내이모가 사귄다는 그 남자가 집으로 와서 저녁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자신도 이 기회에 같이 인사를 하라는 엄마와 막내이모의 말을 들었지만,
전날부터 들떠서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표정의 막내이모를 보자 창자가 꼬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공부를 핑계로 학교도서실에서 있다가 늦게 오겠다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저녁을 먹고서 막상 책상에 앉아서는 궁금증과 질투심
그리고 초조한 마음까지 들자 도저히 책을 붙잡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겨우 한 시간쯤이나 버텼을까?
결국에는 가방을 챙겨서 학교를 나서자 그제서야 머리 속이 개운해졌다.
그런데 시끌벅적 하리라는 예상으로 조용히 들어와서 얼굴만 살짝 보고는
방으로 들어가겠다는 계산은 마치 빈집처럼 썰렁한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어긋나버렸다.
“ 어? 엄마? 있었어?”
“ 응~? 왔니? 저녁은?”
“ 먹었어...그런데...손님은? 약속이 취소된 거야?”
“ 아, 아니야..일이 생겨서 일찍 갔어...그만 가서 쉬어...피곤할 텐데...”
“ 알았어...엄마...엄마도 힘들 텐데...일찍 자...”
“ 그래..고마워...”
민은 무심결에 안방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엄마가 뭔가 생각에 잠겨 심각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들이 무척 많았지만 왠지 더 이상은 말을 붙이기가 곤란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조용히 물러나왔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러면 막내이모도 자기 방에 있다는?
“ 이, 이모?”
“ 흑흑....흑....”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어쩌면 엄마처럼 멍하니 앉아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침대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 흑흑...미, 민아? 흑흑....”
“ 이모......”
자신이 다가가서 옆에 앉을 때까지도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막내이모는 넋을 놓고 울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민은 알아보고는 서럽게 울면서 가슴에 안겨왔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나 슬프게 만들었을까?
그 남자? 아니면 엄마? 민은 너무나 구슬프게 우는 막내이모의 모습에
자신마저 목이 메여오는 걸 느끼며 아직은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에 대해서 분노가 솟아났다.
가슴자락을 축축하게 적셔오는 눈물에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막내이모의 등을 쓰다듬었다.
언제나 쾌활하고 자신만만해서 당당하게만 보이던 막내이모가 이렇게나 여리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상처를 받아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 모습에 자신이 지켜줘야만 한다는 그런 의무감마저 들었다.
“ 이모...말을 해봐...응?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흐흐흑...민아...”
“ 응..이모...난 언제나 이모 편이잖아?...우리는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이기도 하고...자...이야기를 해봐...”
“ 흑흑...언니가...네 엄마가...절대로 안된데....”
“ 뭐? 왜?”
전혀 뜻밖의 전개였다.
원인이 엄마에게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는 아니었다.
“ 흑..흑...몰라...인상도 마음에 안 들고...흑흑...직장도 없이 고시공부를 한다는 것도 싫대...”
“ 휴~ 하지만....겨우 오늘 처음 봤는데? 엄마가 그래?”
“ 뭐? 정말 엄마가 그렇게까지 말을 해?..”
“ 당장에 헤어지지 않으면...집에다 이야기를 해서..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만들겠대....흑흑...”
이건 정말 아니었다.
엄마가 그 남자를 어떻게 본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었다.
물론 민도 막내이모에게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싫었지만 이런 식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막내이모가 그렇게까지 사람을 잘못 볼 리는 없었다.
그런 막내이모가 사랑하는 사람을 놓고서 사기꾼이라는 악담까지 퍼부었다니,
엄마는 또다시 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버린 걸까?
그 남자의 첫인상에서 뭔가 삐끗해서는 막내이모를 쥐 잡듯이 구석으로 몰아붙인 걸까?
“ 흑흑...민아..고마워....”
“ 훌쩍...응...민아...네 말을 들으니까...기운이 나는 것 같아...훌쩍...”
“ 아이~참..이게 뭐야? 우리 예쁜 이모 얼굴이 엉망이잖아?”
민은 품 속의 막내이모를 떼어내서는 눈물 때문에 화장이 엉망으로 번진 얼굴을 차근차근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조금 움츠렸던 막내이모가 얌전하게 눈을 감고서 손길을 받아들였다.
“ 휴~ 이제는 깨끗해졌네? 이건 수고비..쪽~”
“ 치~..너~?”
“ 하하하..이 정도는 팁으로라도 챙겨야지?”
눈을 감고서 어린아이처럼 고분고분한 모습에 민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에다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변명을 하듯이 어설프게 농담을 건넸지만 사실은 전에 느꼈던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막내이모의 입술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던 게 진심이었을 거다.
“ 헉~ 헉~ 이, 이모?”
그런데 그런 장난을 빙자한 입맞춤이 끝나자 가만이 쳐다보던 막내이모가
갑자기 민의 목을 껴안고서 다시 입술을 부딪쳐왔다.
그리고는 민이 채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입술을 벌리고서 말랑거리는 혀가 들어왔다.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을 할까?
어디선가 읽었던 머리 속에서 종이 울린다는 그 표현이 어쩌면 진실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온몸의 피가 머리 꼭대기로 다 몰리고 그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숨이 막혀올 때쯤에야 민의 입 속에서 혀가 빠져나가고는 공기가 급하게 밀려들어왔다.
“ 잘자..민아...네 말처럼 나도 내일부터 다시 힘을 낼게....”
“ 으, 응...이모...잘자...”
민은 마치 몽유병자처럼 흐느적거리면서 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제서야 바지를 뚫을 듯이 곤두서있는 자신의 성기를 깨닫고서
막내이모가 눈치를 채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오늘 밤도 이걸 해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들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하아~ 미쳤어...미쳤어....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란은 민이 나갈 때까지도 태연을 가장했지만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란은 부끄러움과 혼란 그리고 슬픔 등이 여전히 자신의 마음 속에 남아있었지만,
스스로를 응원하듯이 중얼거리고서 정말로 강인이 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주먹을 허공에다 흔들어 보이고는 혼자 킥킥대다가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