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 제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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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향 [제5부]
“사모님…계신게롸~..사모님”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부엌에 있던 이모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세우고 이곳에온지 한달만에 숙부/이모말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정남이 어머니 오셨어요?”
이모의 억양은 그 어느때보다 교양 있고 친절하게 들렸다.
“안녕하셔는게롸…사모님?”
“네..정남이 어머님도 편안하셨죠?”
두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정남이 어머니라른 사람이 이모께 뭘 주는 모양이데…이모는거절하는 중이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방에 꼼짝 말고 있어야 했다. 바지에 묻은 정액때문이라도나갈 수가 없었다. 얼른 흔적을 지우기게 침을 묻어가며 지웠다.
“받으셔도 돼롸.. 낼 모레 정남이 할아버지 환갑이라…돼지 한마리 잡았어라..어차피 마을사람하고..나누어 먹을 것던디..”
“이러시면 정말 안 되는데..”
“이따 이깟 돼지고기 갖고 뭘 그러신데..……”
간만에 고기를 라는 말에 나는 궁금증 찾이 못했고, 오랜만에 사람소리에 방문을 열고 고개를 쭉 밀었다.
“누가 온 모양이네유…”
정남이 어머니라는 사람이 나를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쭉 뱄다.
“네…식구가 늘었어요..”
식구… 모든 험난한 세상속의 삶에서도 언제나 울타리가 돼어주는 단어다.. 난 그말을 듣는 순간 드디어 나도 가족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기쁨이 몰려왔다.
“우리 장에나 가보지 않을래..”
“네..장에요..”
귀가 번쩍 뜨였다. 이집에서 와서 처음 밖을 나가는 것보다 이모와 함께 간다는 사실이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져다는 것을 느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니..”
“아니요….아버지…약 떨어지면..종종 가구만유..”
“그래…넌 참 씩씩한 아이구나…그리고 착하고..”
해남의 장은 워낙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산골마을장과 같을 거라는 내생각을 무시하는 것처럼… 난 열심히 이모를 뒤에서 쫒아다녔다.
이모는 주로 가사에 필요한 물건만 샀다. 나는 돈만 있으면 내가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사고 싶었다. 사고 싶은 운동화도 있었고, 하얀 티셔츠도 사고 싶었다. 정말 몇 개월전에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것이었다.
이모가 내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차지하고 있었다.온갖 음식 냄새로 침샘을 자극하는 곳으로 이모는 나를 데려갔다.
“(옴메…배 속에 거지새끼가 있다냐..)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내 모습에 재미있어 하시는 이모는 나무의자에 나를 앉히셨다.
“뭐 먹고 싶니..”
“먹어두 되요…”
“그럼…”
튀김이며, 풀빵을 시켜 먹었다. 이모가 처음 사준 것이라서 그런지 술술 잘 넘어갔다.
:”옷을 좀 사야겠다. 두달사이에 부쩍 크는 구나…운동화도 사야되고…양말도 사야겠고..”
이모는 내속을 이미 알아차린듯 점쟁이처럼 애기했다. 마치 내가 사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알고 있다는 듯이 맘속에 있던 것들을 족집게처럼 사셨다. 이모는 마을로 들어서면서 갑자기 우울하신 것 같았다.
“민수야.”
“야..”
“난 니가 있어서 정말 좋단다..”
이모는 조그맣게 말했다. 이렇게 속을 내보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는 적어도 이모에게는
폐를 끼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좋았다.
“지야 말로 고맙구만유..”
“이모부와 나는 너처럼 튼튼한 애를 갖고 싶었단다..”
이모는 한숨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아이를 갖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안 됐단다… 가슴 아픈 일이지..”
“왜요..”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것도 있거든…니가 조금 크면…무슨 말인지 알거야..난 속으로 나도 애를 가질수 있을 거라고 …했단다…근데 어느날 너를 데려왔지…정말 내속으로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건지…속상하고..…하지만 하루…이틀 너를 보니놀랍게도…내가 바라던 아이였지…”
갑자기 이모의 발걸음 멈췄다. 그래도 나도 따라서 멈추었다. 이모는 우두커니 서서 땅을내려다보았고,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 북받쳐서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민수야…엄마라고 한번만 불러줄래..”
“엄…..마…”
“고맙구나….”
“저도….저도…이모가 좋아유…”
“그래…그래..고맙다..”
어느새 이모는 일상의 그 단아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모님…어디 다녀오시는 모양이네요..
“네…..”
“여기 등기가 하나 왔는디…도장한번만 찍어야 슨디..”
이모가 안방에서 도장을 간 사이에, 나는 등기우편물 수신처를 보았다. 광주지방법원이었다수령인 날인란에 도장을 찍은 이모의 얼굴이 어두어졌다. 갑자기 어두워진 이모의 얼굴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방으로 들어간 이모는 한동안 밖을 나오지 않았다.
“여보…나..왔어…아니 이 마누라가..”
이모부가 엄청 술을 마셨는지 거의 고주망 일보직전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모는 몹시 화난 상태였다.
“맨난 술이예요..술에 휘해 곤드레가 되어 가지고…이건 또 뭐예요…당신 아직도 노름해요..”
“그래 노름 한다…어디 집에 들어와봤자…애새끼들도 있는 것도 아니고…여편네라는 인간은지가 좀 배워다고…피카소가 어떠니..고흐가 어떠니하며..남편을 무식한 놈으로 몰아 기을 꺽을랴고 허는 이 놈의 집구석이…당최..들어오고 싶지 않어…”
“학교에서 학생이라는 사람의 의식이 그것 밖에 안돼요…”
“의식…이 무식한 넘은 너무 어려운 말이라 모르것다….”
“그래요…그럼 이 지급명령에 나와있는 삼천만원은 또 뭐에요…당신 사채까지 빌려서 노름해요…돈 한풀이라도 절약해서 이지끗지끗한 곳 떠날려면 어서 집이라도 한 채 장만해야 되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떠나고 싶으면 장모님한데 집한채 달라고 그래…조카까지 돼려다 끼워 준 넘이여 내가…이만 하면 감사헙니다..잘모시것습니다..해야 하는 것이 사람 도리 아니야..
“사람 도리…요…그래서 맨날 읍내에 나가서 울긋울글 불빛이 깜박이는 콜박슨가 허는디서 술을 먹고 몸뚱아리 파는 오사헐년 들하고 오입하고 다녔어요..
“이런 염병할 년…세상 물정은 좆 만큼도 모르는 년…그랴도 너는 공무원 남편 만나서 고생을 안 허고 산께 배가 불러구먼..그래 이 잡년아…그래 그리 잘난 집구섹 지 에미랑 똑깥구먼…”
“뭐라구요…거기서 왜 네 엄마가 나왔요…”
“니 에미가 보통 사람이여..그랴도 그년들은 술이나 팔고 웃음이나 팔고 몸둥어리 파는 고런 일을 해도…니에미나 니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어…”
“당신….말….다했어요…”
“그려…다했다..언제 니가…내맘 알아 준적 있어….?”
“당장…나가…요….이 집에서…당장…”
“그래 이년아…내가 나가라면 못 나갈꺼 같어…나중에 후회 말드라고…그때 와서 빌어봐쟈
잠시 후 안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밖으로 나가는 듯했다. 분명 고약한 이모부였을 것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동안 참 오랫동안 아무일 없이 사람처럼 살아볼 수 있을거라고생각했고, 그게 유일한 행복이었다. 갑자기 내나이에 맞지 않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꼭꼭 숨어 있던 그 어른스러움이 얼굴을 들이밀며 회복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조금씩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모의 얼굴을 보자, 그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모의 눈은 젖어 있었다. 그 고운 얼굴에 눈물로 엉망이었다. 나는 내자신만 생각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모든 것이 내 바램돼로 되지 않았다.
드디어 숙명의 그날이 다가왔다. 역설적으로 아주 평범한 아침일과와 같았고, 그날은 나에게는이모와 다시는 평범한 생활을 할수 없게 만든날이엇다.
언제나 부지런한 이모가 아침 늦게까지 안방에서 안 나오자, 착잡한 심정이 들었다. 간만에 해보는 아침상이 조금 낯설었고, 그동안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지만, 나를 아껴준 이모에게 미안한 감정이 더 아프게 밀려왔다. 간단한 조찬상을 들고 이모가 계신 안방으로 다가갔다.
안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후에 헛기침을 했다.
“민수니..”
“야..아침상을 좀 차려는데...”
“괜찮다…생각이 없구나…그냥 너만 먹어라..”
혼자 먹는 밥이 정말 맛이 없다라는 것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비록 보리죽에 짠지가 전부였지만, 나는 언제나 개눈 감추듯 그릇을 비우고 했었다.
간만에 몇 개월 전에 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방청소와 설거지 그리고 마당청소를 등을 다하고 이틀정도 쌓아둔 빨래감을 쳐다보았다.
이모가 자기에게 처음으로 꾸중아닌 꾸중을 했던 빨래였지만, 그렇다고 넋놓고 두고볼수 없는 일이었다. 빨래감들을 빨간고무 다라이에 옮겨 펌프가 있는 수둣가에 앉았다.
(참~ 가만에 해보는 빨래구먼…)
숙부의 양말이며 하얀 셔츠가 보였고, 자기가 입었던 남루한 셔츠가 보였다. 그리고 이모껄로 보이는남색 브라우스가 보여고 그 아래로 처음 보는 옷가지가 눈여 보였다.
그 물건의 살색에 가까운 것이지만 두개의 주머니보다 큰 것을 보자, 나는 전신에 야릇한감정이 생겨났다.
물론 이모의 성격으로 봐서는 이렇게 자기속옷을 함부로 가벼이 남들이 볼 수 있게 만들지않았겠지만, 때가 때인만큼 이모 자신도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모가 입던 옷은 어떤 냄새가 날지 너무나 궁금했다. 브래지어를 자기 코에 대며 깊은 숨을 들이셨다. 은은하면서 알수 없는 향기가 있었다. 그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체가 가지고 있는 오묘한 향기였다.
비록 속옷이었지만 컵안쪽에 바로 함께 있었든 이모의 가슴에서 나오는 성숙한 여성의 체취가어린 내가슴을 가만 두지 않게 만들었다.
처음 만져본 여자의 브래지어의 감촉을 느껴보며, 마치 나는 이모의 젓가슴을 만져보는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면 안됀다는 양심의 목소리에 얼른 물을 묻혀 조심스럽게 손빨래를 하였다.
어느새 고동색 치마를 세탁하기 위하여 빨래판에 놓자, 주머니속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느껴지자,주머니속을 그 물건을 꺼냈다. 마치 비단 같은 감촉을 가진 헝겁처럼 그건 부드러웠다.
떨리는 손으로 마치 먹어서는 안될 사과처럼 나는 처음 여자가 입고 벗었던 팬티를 조심스럽게 쥐며하얀 팬티를 뒤집어 보았다. 소중한 부위에 해당한 부위에는 이중처리가 되어 있었고, 요도구 위치쯤에는 노란색이 살짝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 노란자국에 혀를 갖다 대보면서 코로 킁킁거렸다. 마치 조금은 찌린내가 나긴 했지만, 이모가 종일 파묻혔던 팬티라는 거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자, 팬티속에 있던 못된 놈의 핏줄이터질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참을 수가 없었다. 이모는 자기 인생의 가장 괴로운 순간인 것을.. 이 못된 넘은 해괴망측한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참 못났다…참으로 못났다…눈을 감고 이모의 속옷을 빨았다. 보고 있으면 더 미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생애 최악의 빨래였다. 그때는….
빨래를 널고 동네 한바퀴를 돌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했다. 따뜻한 겨울 햇살아래 동네 청/장년들이 옷들을 벗어 이를 털면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올 하우스 농사는 완전히 망쳐부렀어....”
“그랴도..자네는 본전은 헀을거 아닌가봬..”
“죽지 못해서 사는거지..이게 사는거인랑가..?”
“그랴도…정부에서 보조금 주잖여?..”
“그것도 빚이여..빚..시상에 공짜는 없는겨~ 천천히 말려 죽이는 거 거구먼..”
“죽이지는 않을 거여… 시상이 어떻게..될라고…근디…칠복아..니는 청춘사업은 어떻게
되는겨?.. 아직 못 한겨?”
“아따..노총각 한데…무슨 말인겨… 그라고 원래 계집이란게..초장부터 대주는 년보다 뻗대다가 벌리는 년이 더 예쁘지 않던가..맛도 더좋고..ㅋㅋㅋ”
“아따…그만 하셔유..지는 복창 터 지는디..”
“하긴..너무 오래 뻗댄 거 아녀..ㅋㅋㅋㅋ”
“그려…그라도 벌릴 때 활짝 벌리거구먼..ㅋㅋㅋ”
“아~녀…활짝은 안 되~어..조신하게..찬.찬.히 벌려야지..ㅋㅋㅋ그게 맛이 더 조~옷차녀”
“아따… 왜 그란디유…이제는 행님들하고는 애기 안 할 구먼…”
“ㅋㅋㅋㅋㅋ아따…조~ 놈…헛좃 세운거 봐라…에따…이 눔아..”
나는 아저씨들을 말을 들으며 일정부분 공감이 가는데 했다. 비록 이모팬티의 은밀한 곳에 입으로 대보기는 했지만, 아저씨들의 말처럼…먹을 수 없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먹을 때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는 것을…
하지만..내가 지금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의 관습에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되는 관계였다.
이모가 특별히 고급스러운 옷을 입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빼어난 미인이이서도 아니었다.그래서 놀랍다. 그져 나를 바라보는 이모의 고상하고 기품이 있는 분위기때문이었지도모른다.
저녁 반찬이 너무 짜게 해서인지, 너무 많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잔 것이 화근이었다.나는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하며 악착같이 오줌을 참아봤지만, 조금만 더 참다간 오줌보가 터져버릴 것만 같아 하는 수 없이 방에서 나왔다.
어두컴컴한 길을 더듬어 변소 불을 밝히고 얼른 오줌을 싸고, 막마루로 올라가려는데,수돗가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보였다. 이모였다.
이모는 여태 잠을 못 주무신 모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이모에게 다가갔다.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