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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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생의 건물이 완공되고 입주가 되니 계절이 훌쩍 넘어간다.
나선생은 월세로 잠시 기거하던 집에서 나와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건물 꼭대기층으로 이사를 갔고
봉식의 역할도 거기서 끝이었다.
그 동안 친해졌던 나선생도 이제 볼 일이 없을 것이다.
[ 누님… 자주 연락하세요~~! ]
[ 호호… 왜요? ]
[ 누님 보고 싶을 거 같으니까~~! ]
[ 장사장님도~~! ]
그녀도 못내 서운해 하는 눈치다.
푹푹 찌는 한 여름이었다.
희진이 다시 둘째를 가졌다.
이모도, 여진도, 형수도 이젠 과거의 일이 되었다.
[ 어딜 가요? ]
[ 더워서… 담배라도 한 대 필까 싶어…. ]
[ 당신… 요즘 안 피던 담배를 피고 그래요? ]
[ 글쎄… 그냥 피워 보고 싶더라구… ]
저 번 형수 이혼 때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스스로 받은 죄책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피우기 시작한
담배였다.
옥상에 올라가 좁은 공간에서 하늘을 보며 담배를 피다가 문득 티브이 소리가 나자 기웃거렸다.
‘ 호호… 아유~~! 웃겨~~! ‘
코미디프로를 보는 아줌마가 웃고 있는데 그 시아주버님이라는 사람의 무릎에 엉덩이를 대어 앉아 있고
시아주버니라는 그 남자는 아줌마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 여보~! 웃기지 않아요? ‘
아줌마는 이제 아예 시아주버니를 남편인 양 여보라 부르고 있었다.
‘ 난 티브이보다 제수씨 젖이 더 좋은데~~! ‘
‘ 아~이~! 나중에 어련히 줄까 봐~~! 애들 아빠가 애들 데리고 시골 갔으니 난 여보꺼잖아~!‘
눈을 흘기는 아줌마의 눈이 요염하다.
‘ 어? 참! 그렇지? 그럼 제수씨… 아무도 없는데 옷을 편하게 입지? ‘
그러자 아줌마는 상의 단추를 풀어 블라우스를 벗었고 곧 레이스 얇은 속옷과 도드라진 젖꼭지가 보인다.
‘ 밑에도… ‘
아줌마가 다시 눈을 흘기며 치마를 벗었고 속치마를 입은 허연 허벅지가 드러나자
비로소 그 시아주버니라는 사람은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그녀를 끌어 안는다.
‘ 여보~~! 만족해? ‘
애교를 부리는 그녀를 보고 젖가슴을 잡는 시아주버니라는 그 사람…
‘ 응! 좋아~!‘
‘ 하여튼… 아주버님은~! 제수 속옷 차림으로 만들어 놓고… ‘
‘ 싫어? ‘
‘ 누가 싫대~? 여보가 좋으면 나도 좋은 거죠~! ‘
‘ 자꾸 여보 여보… 하니까 좀 그렇다! ‘
‘ 피~! 뭐 어때서~~! 지금은 아주버님이 내 서방인데~! 서방한테 여보라고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녜요? ‘
‘ 하하… 맞아! 내가 제수씨 서방이지?! ‘
둘은 그렇게 다시 티브이에 눈을 돌리는데 그 모습을 본 봉식의 아래가 불끈 솟아 오른다.
그러면서 잠재 되어 있던 욕구가 다시 피어 올랐고…
늦여름에 다시 중대사가 있었다.
봄에 형수와 이혼을 한 큰 형이 결혼을 하게 된 것인데 알고 보니 큰 형님도 평소 애인이 있었다.
‘ 큰 형님이나 형수님이나…. ‘
큰 형님의 애인은 올드 미스로 큰 아버지 회사에 근무한 지 오래 된 여자였다.
큰 형님이 회사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서 그 여자를 애인으로 삼았고 지금껏 숨겨 지내왔다가
저 번 이혼 일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큰 아버지가 자식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아버지한테 말씀한 적이 있다는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비로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슨 자랑거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결혼식을 했다.
[ 흠… 내가 늙어 이 무슨 꼴인지… ]
큰 어머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집안 사람들에게 뭔가 하고자 하던 큰 아버지지만 아들이 이혼하고
또 새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면목이 안 서시는 모양이다.
큰 아버지도 물론 사업을 하면서 바람을 안 피운 건 아니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지는 않으셨다.
[ 형님…. 이제 조카가 재혼을 하게 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
[ 그러면 좋으련만… ]
그러고 보면 자식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해서인지 무척이나 큰 아버지의 기력이 딸리는 것 같았다.
새로운 일에 들어 갔다.
성록이 알선해 준 건물 개발 일이었는데 김사장과 함께 추진 하기로 했다.
나선생의 건물 개발로 인해 봉식에게도 수수료가 좀 떨어졌는데 아직은 적은 액수였고
기간으로 따져 보면 도매 장사보다도 좀 낮은 금액이다. 하지만 한 술에 배 부를 수야 없겠지…
오랜만에 도매 가게에 가니 준식이 출장을 갔다고 한다.
사과 출하 시기라 가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었는데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또한 준식이는 나름대로 방법을 써서 자신이 뚫어 놓은 슈퍼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행사를
정례화해 가고 있었다.
이제 되었다 싶은 마음이 든다.
[ 도면 나왔어요? ]
[ 네… ]
[ 그럼 도면 검토에 들어 가고 곧 인허가에 착수하도록 합시다! ]
이젠 조금 이력이 붙는다.
[ 장사장… ]
[ 네. ]
[ 장사장도 차 바꾸지? ]
똥차를 보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 하하… 아직은 쓸만 한데요? ]
[ 그래도 사업을 하면서 그런 차 타고 다니면 남들이 깔 봐! ]
[ 좀 있다가요… 돈 좀 생기면 그 때 생각해 보죠… ]
[ 그러지 말고… 여기 차 키 있네? ]
[ 네? 이게 뭐에요? ]
[ 리스한 거니까 타고 나니게… ]
[ 사장님… 뭘 이런 것까지… ]
[ 그냥 타고 다녀. 다 비용 처리 되니까…. ]
새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가니 희진이 난리다.
[ 호호… 우리 드라이브 시켜 줘요~! ]
무혁이와 희진이를 태우고 근교를 돌아 다니다 처가에 가니 왠 차냐며 놀라시고
희진이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설명을 한다.
[ 제 신랑 능력 있죠? ]
[ 그래~! 이것아! ]
장모님도 웃으시며 맞장구를 치신다.
처가에 간 김에 자고 가기로 했으며 밤에는 봉식이 희진을 밤새 안고 뒹굴었다.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조심하면서 화장실을 가니…
‘ 이건 딸네들이고 아들이고 오기만 하면 떡을 치니…원! ‘
‘ 뭐 좋기만 하지… 젊은 사람들이야 금슬 좋다는 건데 뭐가 어때서? ‘
‘ 지들이야 좋지만… 늙은 나야 힘들지… 임자가 흥분해 자꾸 날 건드리니… ‘
‘ 그럼 뭐에요? 지금 못해 주겠다는 거야? ‘
‘ 누…누가 못한대? 하…할게~! ‘
잠시 뒤 장모님의 소리가 들린다.
‘ 아구~~! 좋아라~~! ‘
듣던 봉식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가을 날씨도 제법 쌀쌀해져 오는데 건축허가가 떨어지자
김무상 사장님이 술 한 잔 산다고 하여 따라 가자 옛날 한 번 와 봤던 룸살롱이었다.
그리고… 한 번 본 적이 있던 김사장님의 애인인 그녀도 나왔다.
그 때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 미안하다며 물어보니 이 진숙이라고 한다. 맞다. 그렇지…
[ 이거… 장사장은 맹숭해서 어떡하나? ]
김사장이 좀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자 옆의 이 진숙씨가 말한다.
[ 그럼 뭐… 장사장님한테도 애인 한 명 붙여 주면 되죠~! ]
[ 그런 사람 있어? ]
[ 글쎄…. ]
[ 아…아니에요? ]
봉식이 얼굴이 벌개져 손을 가로젓자 그런 봉식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그녀가 손뼉을 친다.
[ 아~~! 이제 떠 올랐다! ]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하던데 말이 길어졌다. 아마 여자가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
그녀가 설득을 하다가 이윽고 전화를 끊고는 김사장과 그를 보며 말한다.
[ 방금 장사장님 얼굴 붉히는 거 보고 생각했는데 좀 성격이 비슷하면 좋지 않을까요.
친구인데 유부녀에요. …근데 남편이 성기능 장애라 과부나 다름 없어요…
요즘 이혼을 할까 고민을 하는 것 같던데… ]
[ 아…아니에요. 전 됐으니… ]
[ 호호… 이이가 신신당부 했는데 오는 동안에도 계속 생각이 안 떠 오르지 뭐에요… ]
그러고 보니 미리 김사장이 부탁을 해 놓은 모양이다.
[ 사장님!!! ]
[ 하하… 이 사람! 남자는 때로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니까~! 그렇지 않아? ]
옆에 있는 애인을 보고 묻자 그녀는 맞장구를 친다.
[ 맞아요… 너무 와이프만 찾는 남자… 재미 없어~! 그 친구…애인도 없는, 그저 살림만 아는
가정주부에요… 장사장님이 꼬셔서 어떻게 해 보세요~! 남자들… 그런 유부녀 좋아하잖아요. 호호… ]
그러면서 김사장의 팔짱을 끼는데 팔에 이지러지는 젖가슴에 봉식이 민망해지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둘의 모습을 보며 술을 입에 대고… 딴 곳을 바라 본다.
조금 있으니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 온다.
이진숙 그녀에 못지 않은 미인에다가 몸매 역시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여자였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조금 어색해 하는데 진숙의 권유에 따라 봉식의 옆에 앉자 은은한 화장품 내음이
풍겨 온다.
[ 김사장님…오랜만에 뵙네요… ]
[ 네. ]
서로 안면이 있는 듯… 그러다 봉식과 인사를 나누는데 이름이 이유란이라고 한다.
옆에 앉은 그녀의 모습을 흘낏거려 보았다.
낯선 여자… 또 가정이 있고 남편이 있는 여자…
그렇지만 지금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이 여자… 이 여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봉식이 술을 입에 털어 넣자 옆에 앉은 그녀가 살짝 그의 눈을 보다 술을 따라 준다.
앞에 앉은 김사장과 진숙이 보라는 듯이 서로 껴 안고 몸을 어루만지자 그녀의 얼굴도, 봉식의 얼굴도
조금 붉어졌는데 진숙이 두 사람을 보았다.
[ 아~이~! 두 사람은 우리만 보고 있고 뭐해? 장사장님~! 우리 친구 잘 꼬셔 보라니까요~~! ]
그녀의 말에 다시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진다.
봉식이 그녀와 술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해 보니 딸 하나에 남편은 번듯한 기업체에 다닌단다.
하지만… 아까 진숙이 한 말이 생각났다.
뭐 하나 빠지는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다들 나름대로 고민을 가지고 사는 모양이다.
[ 유란아… 너 분위기 좀 맞춰 주라~! 지금도 쟈켓 입고 있으면 어떡하니? ]
그녀의 말에 유란이 조금 쑥스러워 하며 쟈켓을 벗자 풍만하면서 굴곡진 그녀의 상체가 드러났다.
그 나이에 그 정도 몸매라면 드문 정도일 것이다.
[ 아유~~! 장사장님~~! 남자가 되어 가지고 옆에 앉은 파트너 몸매 정도는 봐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
[ 하하… ]
멋쩍어 웃고는 슬쩍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마음이 들킨 것 같아 괜히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면서 그녀를 찬찬히 보니 정말 괜찮은 얼굴에
괜찮은 몸매였다.
밴드를 불러 노래를 하며 블루스를 추는데 진숙이 마이크를 잡자 억지로 봉식과 유란을 붙여 준다.
봉식은 살짝 닿는 그녀의 감촉에 좀 민망해 하면서도 오랫동안 희진 외에는 여자를 접촉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위 층 아줌마를 보면서 다시 도진 욕구…
하지만 생판 처음 보는 여자에게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 재미 없어… 우린 앞에 갈 테니 천천히 더 놀다 나와요. 뭐 이야기 하러 여기 왔나? ]
진숙이 한 마디 하고는 김사장과 함께 나가자 봉식과 유란은 바로 일어서기 뭐해 좀 더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룸살롱에 가서 유부녀인 이유란을 만나고 나자 문득 나선생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도 끝났고 또 남편과 함께 새 집에 들었는데 전화를 하기도 뭣하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바쁘기에 도매 일을 거들어 주며 부동산개발 맡은 일도 함께 했다.
준식이 알아서 한다고 해도 가을철이면 언제나 일손이 모자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 형! 형이 지방으로 좀 내려가 줘야겠어요… 과일이 모자라서… ]
[ 어쭈? 이제 형을 부려 먹냐? ]
[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빨리…. ]
[ 네가 가면 되잖아? ]
[ 여기 내가 없으면 어떡해요? 그리고 결혼한 지 얼마 되었다고 출장을 가요? 빨리… ]
[ 어…어….. ]
등을 떠 미는 준식의 강요에 의해 며칠 지방을 돌아 다니게 생겼다.
‘ 누님… 잘 계세요? ‘
‘ 어머~! 장사장님 아니에요? 잘 계셨어요? ‘
‘ 네… 지금 출장 중에 누님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어 전화 드린 겁니다! ‘
‘ 어머~! 장사장님은… ‘
자신의 넉살에 조금 간지러운데 다행이 그녀가 잘 받아 준다.
‘ 애 엄마 보고 싶어서 어떡하세요? ‘
‘ 하하… 출장이야 늘 가는 건데요… ‘
전화로나마 이야기를 하고 나니 그나마 낫고 또 나선생이 반갑게 받아 주니 기분도 좋다.
며칠간 지방을 돌아 다니며 과일을 수급해 서울로 보내고 나서 돌아 왔다.
출장에서 돌아 와 부동산 개발 일과 도매 일을 번갈아 하며 바쁜 날을 보내는데 전화가 울린다.
‘ 저… 이유란이라고 하는데 혹시…기억 나세요? ‘
‘ 네? 아….네! 기억하고 말고요… ‘
‘ 그러세요… ‘
이유란… 저 번 룸살롱에서 만났다 헤어진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 그 날… 장사장님과 여러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도 좀 풀리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를
드리게 된 거에요… ]
[ 네…. 잘 하셨네요…. ]
앞에 앉아 있는 이 여자는 그 때나 지금이나 천상 가정주부에 조용한 분위기다.
[ 결혼하고 각자 인생을 살면 여자들로서는 참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어져요… 저 번에 진숙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사실 친구지간에도 털어 놓고 말하기는 좀 뭐해요… ]
[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죠… ]
다시 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에 대해 보다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 남들은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고 재산도 좀 있어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하지만… 참… 부동산 개발 일
하신다 했죠? ]
[ 네… 뭐 개발 일이라기보다는 그냥 김사장님 따라 다니면서 배우고 있죠. ]
[ 장사장님은 그게 좋은 거 같아요… 사람들 만나 보면 어떡하든 자신의 얼굴에 금칠 하려던데… ]
[ 금칠? 하하… 이 얼굴에 금칠 하면 괴물이 되지 않겠어요? ]
[ 네? 호호… ]
입을 가리고 웃는 그녀의 모습에 새삼 그녀의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 장사장님 같은 분하고 친구하면 좋겠다~~! ]
[ 하하… 저야 영광이지만 큰 형수님 뻘 되는 분하고 어찌… ]
[ 어머~! 지금 저 나이 많다고 놀리는 거죠? ]
[ 아…아뇨! 그게 아니라~~! ]
[ 장사장님은… 실은 이렇게 장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내가 이렇게 외간 남자와 같이
식사 하면서 이야기 해도 되나… 누가 보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도 있어요… 아무런 죄도 없는데
말이죠… ]
[ 네… 그래서 더 이야기 상대가 없어지고 혼자가 되어 가시는 것 같죠? ]
[ 네… 맞아요… 그래도 장사장님 만나 이야기를 하니 기분은 좋으네요… ]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하다 레스토랑을 나섰다.
부동산 개발 일 때문에 성록이를 만났는데 일은 둘째치고 성록이 그의 소매자락을 잡는다.
[ 야… 나 어떡하면 좋으냐? ]
[ 뭐가? ]
성록이 이야기 하길 고객 중에 예쁜 이혼녀가 있어 몇 번 만나다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만 와이프한테 들키고 말았단다.
‘ 저놈이나 나나…. ‘
[ 잘한다 잘해!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
[ 야~! 그러지만 말고 좀 뭔가 해결책을 찾아 주라~! 응? ]
[ 빌어! ]
[ 응? ]
[ 무조건… 제수씨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 ]
[ 그…그러면 될까? ]
[ 될 지 안 될지 몰라도 무조건 빌어! ]
답이 될 지 안될 지 모르지만 봉식이 보기에 그 방법밖에 없었다.
성록이도 와이프와 헤어지거나 그 이혼녀와 결혼한다거나 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성록이와 만나고 나니 오히려 거꾸로 바람을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선생에게 전화를 하려 하다가 이유란에게 전화를 하자 조금 머뭇거리다가 알았다고 한다.
쟈켓 안에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고 나온 유란이 걸을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리고 둔부가 실룩거려
그 모습을 흘깃거려 본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의 욕구가 충족된 듯 하다.
[ 오늘도 시간 별로 없으세요? ]
[ 음…. 오늘은 조금 될 것 같아요… ]
가을 볕이 좋아 함께 근교로 나가 수목원에 들르자 단풍의 빛깔이 곱다.
구경을 하면서, 그녀를 보면서 걸다가 한정 없이 그럴 수는 없는 일… 다시 서울로 돌아 와 레스토랑에
들렀다.
[ 이거…왔다 갔다 하기만 했네요… ]
[ 아니에요. 드라이브 한 것도 재미 있었어요. 숨통도 트이고…. ]
식사를 하며 술을 간단하게 곁들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지라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 장사장님… ]
[ 네? ]
[ 저 번에… 전 장사장님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 재미 있다고 했는데… 장사장님은 저의 뭘 보고
전화를 주셨는지 궁금해서요… ]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 봤다.
솔직한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판단이 선다.
[ 음… 유란씨와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고… 또한… 이건 남자로서 솔직한 생각인데…
유란씨 얼굴을 보고 몸매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그래서 전화 한 거에요… ]
그의 말에 유란이 술잔에 입술에 대고 문지르는 듯 생각하는 듯 하다가 입을 연다.
[ 제가… 가정 주부인 것은 아시죠? ]
[ 네… 알죠… ]
[ 장사장님… ]
[ 네… ]
[ 이런 거 혹시 여쭈어 봐도 되요? 제 개인적인 일도 관계된 것이라…. ]
[ 네. 말씀하세요… ]
[ 만약 장사장님이… 와이프보다 더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 그러면 와이프와 이혼하고
그 여자와 결혼하시겠어요? ]
그녀가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모른다.
[ 아뇨… ]
[ 왜죠? ]
[ 글쎄요…. 새로 맘에 든 여자를 만났더라도 그건 일시적일 수 있죠. 하지만… 와이프와는 이미
같이 살아 온 인생과 이야기들… 추억들이 함께 하잖아요… ]
[ 너무 어렵게 이야기 하신다. 그럼 만약…. 와이프가 아파 여자 구실을 할 수 없다면요? ]
[ 하하… 그런 경우를 당해 보지 않아서…. 아마… 제 경우에는 솔직하게 바람을 필 것 같아요… ]
[ 바람… 피워 본 적 있으세요? ]
[ ………….네! ]
술 잔을 만지던 그녀가 술을 조금 입에 머금는다.
[ 오래….갔나요? ]
[ 글쎄요… 다 각자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바람이라는 게 말 그대로 바람인 경우도 있었죠 ]
[ 네에~! 그건 이해가 되네요… ]
이 여자! 처음 만날 땐 그렇지 않더니 오늘은 엄청 몰아 부친다.
[ 남자와 여자가…진정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
[ ……… 처음엔 그렇게 시작할 수 있겠지만… 나중엔 욕심을 내겠죠… ]
[ ……. 그렇겠네요…. ]
그녀와 이야기 하면서 아마 그녀를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 와 씻고 과일을 먹으며 무혁이와 놀고 있자 희진이 옆에 와 앉는다.
[ 자기야. 위 층 아줌마… 이젠 편해지겠어… ]
[ 왜? ]
[ 그 시아주버닌가 하는 사람 있지? 이사 간대… ]
[ 그래? ]
그 아줌마가 쉽사리 그 시아주버니를 놓아 줄 것 같지는 않던데…
[ 응… 요 밑에 작은 빌라로 이사 간대… ]
[ 그럼 아줌마 편해지겠네… 그렇지만 살림은? ]
[ 당분간 아줌마가 챙겨 줘야 하나 봐… ]
[ 그렇구나… ]
위 층 아줌마가 아마 두 집 살림을 하게 될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었는데…. 담배를 들고 일어섰다.
[ 어딜 가? ]
[ 담배 피러…. ]
[ 좀 끊지… ]
[ 하루에 두 세 가치 밖에 더 피워? ]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 들었고 요즘은 딱히 피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옥상으로 올라가 거실로 엿보자 아줌마와 그 남자가 거실에 앉아서 의논을 하고 있었다.
‘ 이걸로 해요…. 벽지가 이게 더 나은데? ‘
‘ 그래? 그럼 제수씨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농은? ‘
‘ 농은 이걸로 해요… 밑에 열쇠도 있고… ‘
‘ 열쇠 있는 농을 뭐 하려고? ‘
‘ 호호… 내 속옷 갖다 놓게… ‘
‘ 속옷이야 그냥 입고 오면 되잖아? ‘
‘ 아~이~! 아주버님이 싸서 팬티에 묻으면… 그걸 입고 집으로 올 수 있겠어요? ‘
‘ 하긴…. 그럼 제수씨 두 집 살림 하는 거잖아? ‘
‘ 아~이~! 아주버님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이사 가시라고 했지~! 안 그래요? 여보? ‘
‘ 하하…그럼 이제부터 제수씨가 내 마누라네? ‘
‘ 아~이~! 마누라야 옛날부터 아주버님 마누라였죠~~! ‘
하여튼 재미 있는 두 사람이었다
나선생을 만났는데 그녀한테서 전화가 와서였다.
[ 당분간 시골에서 남편 요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골에 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 네에~! 그럼 집은? 그리고 학교는? ]
[ 학교는 휴직계를 냈고 집은 당분간 친정 남동생이 관리하기로 했어요… 다 장사장님 덕분이에요 ]
[ 제 덕분이라뇨? ]
[ 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인데 빌딩 세우고 나서 금전적으로 좋아지니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거죠… ]
[ 네에~~! 그럼 앞으로 누님 보고 싶어져서 어떡하나?! ]
[ 아~이~! 장사장님은… ]
작은 얼굴에 둥근 눈을 흘기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귀여워 보인다.
나선생도 가고…
처형 여진이야 이제 애를 낳아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큰 형수는 이혼하고 나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이모는 이모부와 화해 하여 다시 예전처럼 잘 지내고 계신다.
좀 알까 싶었던 유란은 저 번 만남으로 끝나 버리고…
한 땐 밀어 닥친 여난에 정신을 못 차렸는데 이 가을… 개털이다.
아니, 희진이 있지… 하지만… 늘 속에 바람기가 잠재된 자신에게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 장봉식이 놀고 있네~~! 취직한다고 원서 들고 다니던 때가 엊그제인데…. ‘
[ 큰 형님 있잖아? ]
[ 누구? 이혼한…? ]
[ 응… 재혼했대. ]
[ 그으래~? 누구한테 들었어? ]
[ 작은 형님한테서… 선 봐서 결혼했는데 남자 집안이 재력이 있대! ]
[ 끼리 끼리 결혼하고 하는 거겠지… 그 남자는 형수가 이혼한 이유를 안대? ]
[ 그야 모르겠지… 안다면 그런 여자하고 결혼하겠어? ]
그런 여자가 되어 버린 형수…
어떻게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형수는 형수대로의 인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이나 잊고 지냈던 유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 어쩐 일로? ‘
‘ 전화하면 안되나요? 친구 하게요…. ‘
‘ 하하… 친구 하다가… 나중에 제가 욕심 내면요? ‘
‘ 호호… 그 때야 도망가면 되죠~~! ‘
전보다 훨씬 밝은 목소리였다.
그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 친구들분도 많으실 것 같은데…? ]
[ 우리 친구들요? 재미 없어요…. ]
[ 저도 재미 없는데… ]
[ 그래도… 드라이브라도 시켜 주잖아요~~! ]
드라이브를 했다. 드라이브를 하고 산책을 하고… 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김사장님과 함께 다시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중간에 유란이 들어 오자 맞은 편에 앉은 김사장과
진숙을 쳐다 보았다.
[ 불렀어요… 장사장님도 애인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
[ 어머~! 누가 애인이라고? ]
[ 요즘 장사장님 가끔 만난다며? 그럼 애인이지 뭐니? ]
오랜만에 네 사람이 모여 술을 건네고 여러 가지 이야기 꺼리를 풀어 놓았다.
전에도 그랬지만 진숙이야 당연히 김사장의 품에 찰싹 달라 붙어 있고 이제 그것도 몇 번 본 터라
별 의식하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다…슬슬 진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별 이야기가 다 나온다.
[ 점점 나이가 드니까 가슴이 쳐지는 거 있죠? 자기가 보기에도 그렇죠? ]
[ 난 별로 모르겠는데? 이렇게 예쁜데 전혀 쳐진 걸 모르겠어~! ]
[ 그야 당신은 애인이니까 늘 봐서 잘 모르겠지… ]
[ 얘는~~! ]
진숙의 말에 유란이 얼굴을 붉히며 눈을 흘기자 진숙이 웃으며 말한다.
[ 호호… 사실 아니니? 만져 주고 봐 주는 게 애인인데… 장사장님… 사실 우리 친구들 중에 유방
예쁘기는 유란이 따라 갈 사람이 없어요… ]
[ 얘! ]
[ 호호.. 장사장님은 유란이 애인이니 아실 거 아녜요? 그렇죠? ]
[ 하하… 그야 확인을 못해 봤으니 모르죠~! ]
[ 어머~! 아직 확인도 못해 봤어요? ]
[ 네… 확인하자고 하면 도망 가실까 봐서…. ]
[ 어머~! 유란이 너 네 애인한테 너무 하는 거 아니니? 그거….남자들한테 고문이다?! ]
[ 기집애는…. ]
유란이 눈을 흘기며 술을 조금 입에 댄다.
밴드가 들어 오자 노래를 부르고 블루스를 추었고 진숙이 마이크를 잡자 봉식과 유란이 살짝 껴 안았다.
분위기를 맞춰 준다고 했지만 봉식은 부드러운 유란의 감촉에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진숙이 가까이 다가 온다.
그리고… 살풋 등을 잡고 있던 봉식의 손을 잡더니…
안고 있던 틈 사이로 손을 이끌어서는 유란의 가슴께로 가져 간다.
‘물컹~~! ‘
정말 좋은 촉감이 손에 닿았다.
[ 애인 유방이 예쁜지 안 예쁜지 봐 주는 건 남자로서 예의 아니에요? ]
봉식도, 유란도 얼굴이 발개지고 당황해 서로 얼굴만 쳐다 본다. 봉식의 손에는 여전히 유방이 만져진 채…
잠시 후 봉식이 손을 떼자 유란이 진숙을 보고 눈을 흘기며 책망하지만 진숙은 웃는다.
밴드가 나가고 김사장이 전화를 하는 사이 진숙이 화장실로 갔다.
[ 미안합니다! 본의 아니게…. ]
[ 피~! 남자가 여자 힘도 못 뿌려 쳐요? ]
[ 무슨 의도인지 몰라…. 알았으면 더 힘주어 만졌겠죠…. ]
[ 뭐…뭐에요? ]
[ 하하… 농담이고요… 술이나 한 잔 하시죠… ]
술을 입에 대다 내려 놓고 안주를 씹어 먹자 유란이 그를 살짝 보며 말한다.
[ 장사장님… 꿍심 있었죠? ]
[ 하하… 그럼 뭐해요? 그럼 도망 가실텐데…. 도망 안 가시면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잖아요! ]
[ 피~~! ]
문이 열리며 진숙이 들어 오다가 둘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 애인끼리 무슨 다정한 이야기를 그렇게 해? ]
[ 얘! 진숙이 너. 너무 했어! ]
[ 너무 하다니? 애인한테 그 정도도 못하게 하는 네가 너무 한 거지~~! 안 그래요? ]
[ 하하… 맞습니다. 맞고요… ]
[ 맞긴 뭐가 맞아요~! ]
그러는 중에 김사장도 통화를 마쳤는지 들어 오다가 이야기를 들었다.
[ 그건 유란씨가 너무 한 거죠… 이거 안되겠네… 폭탄주… ]
김사장이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니 유란은 거부하다가 결국 마시게 되었다.
[ 이런 사적인 곳에 모여 예의 차리고 뭐 차리고 하는 거 싫어. 편하게 합시다! ]
폭탄주 두어 잔이 돌자 분위기도 편안해지고 아까 진행되던 진한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으며
진숙을 안은 김사장의 손이 은연 중에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자 봉식도,유란도 얼굴이 붉어진다.
[ 장사장님… 뭐 하세요? ]
진숙의 말에 봉식이 넌지시 팔을 둘러 유란의 등을 안자 유란이 몸을 뒤튼다.
그렇지만 이미 분위기는 무르익어 결국 봉식의 팔에 유란이 안기는 모습이 되었다.
[ 아~이~! 장사장님~! 이이는 이렇게 내 유방이 예쁜지 봐 주는데… 장사장님은 계속 그렇게 장승처럼
있을 거에요? 분위기 대개 못 맞춰 주신다~~! ]
[ 하하…저야 봐 드리고 싶죠… 그럼 좀 봐 드릴까요? ]
그러며 손을 슬그머니 올리자 유란이 정색하며 그의 손을 잡는다.
‘ 뭐 하는 거에요? ‘
‘ 애인 유방이 예쁜지 봐 드리려고… ‘
‘ 어머 어머~! 전에 한 말 몰라요? ‘
‘ 하하… 그럼 말죠… ‘
쉽게 꼬리를 내리자 진숙이 똑바로 앉는다.
[ 재미 없어. 분위기도 안 맞고… 우리 나가요… ]
진숙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착 가라 앉았다. 그리고… 일어서서 모두 나가는데…
봉식은 아마 오늘 일 때문이라도 유란과 만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손에 닿는 느낌이 참 좋았는데…. ‘
지금 생각해 보면 제대로 만져 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하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
글래머인 큰 형수보다 더 물컹한 느낌을 주던 유란의 유방이었다.
그런데…
다음 주에 유란에게서 전화가 왔다.
‘ 친구라면서… 왜 전화를 안 주세요? ‘
[ 아니! 이런데 오라고 전화 하셨어요? ]
[ 어머~! 친구 지간에 도와 줄 수도 있는 거죠~~! ]
할인점에서 쇼핑카트를 밀고 가는 봉식이 투덜대자 유란이 웃으며 걸어간다.
가디건을 걸친 그녀가 둔부를 실룩이면서 걸어 가는데 몸매는 그렇다 치고 입고 있는 옷은 그냥 집에서
입는 듯 하는 옷이며 하는 행동은 여지없는 가정 주부다.
[ 이거 시식인데 먹어 봐요. 공짜에요… ]
[ 먹고 살만 하시면서도 이런 거 드세요? ]
[ 난 뭐 가정 주부 아닌가?! ]
립스틱을 칠한 입술을 움직이며 말을 하는 그녀는… 정말 가정주부였다.
[ 이제 장은 다 봤고…. 친구한테 바람이라도 쏘여 주세요~~! ]
[ 집에 들어가셔야죠? ]
[ 오늘은 좀 늦게 들어 가도 되요… 운전은 남자가 해야죠? ]
그녀의 차를 운전하여 빠져 나오자 그녀가 묻는다.
[ 어딜 가요? ]
[ 운전대를 맡겨 놓으셨으면 그냥 가만 계세요… ]
그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는 그녀…
서해 바다로 나가자 수평선 바다와 하늘은 해가 지고 번져 있었다.
[ 경치도 좋고… 바람도 좋고… 걷죠? ]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걸으면서 봉식이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 친구지간에 이 정도는 괜찮죠? ]
[ 장사장님은… 나이 많은 여자한테 막 하는 거 아녜요? ]
[ 친구지간이라면서요? 친구지간에 나이 따져서 뭐해요?! ]
그의 넉살에 유란이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삐죽이며 걷는다.
밀물이 들어 와 좁아진 백사장을 걷는데 마침 해가 수평선에 걸리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 햐~! 이런 광경을 보려면 애인하고 와야 하는데~~! ]
[ 피~! 애인이 아니라서 미안하네요!! ]
[ 뭐 괜찮아요… 친구라도 여자 친구니까~~! ]
그러며 모른척하고 어깨를 감싸 당기자 몇 번 어깨를 틀다가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
그 때 전화가 울리자 봉식은 받았다.
[ 무슨 전화에요? ]
[ 김사장님 전화인데… 술 한 잔 하자시는데요? ]
[ 김사장님은 맨날 술만 드시나 봐요? ]
[ 그렇진 않은데 사모님이 애들 때문에 지금 미국에 가 계셔서 그런 것 같아요… ]
[ 피~! 그러니 진숙이하고 그렇게 자주 만나지… ]
그러자 이번에는 유란의 핸드폰이 울린다.
[ 무슨 전화에요? ]
[ 진숙이 전화인데 술 마시러 오라는데요? 그런데 지금 같이 있는 거 이야기 했어요? ]
[ 네… 친구하고 데이트 한다고 했죠… ]
[ 그런 말을 뭐 하러… ]
[ 그럼 저만 술 마시러 갈 테니 걱정 마시고 집에 들어 가세요… 가시죠… ]
봉식이 걸음을 내딛자 따라서 걷던 유란이 같이 간단다.
[ 아니! 왜요? ]
[ 왜긴… 남자 친구가 못된 짓 할까 봐 그렇죠~~! ]
처음 볼 때와는 상당히 다른 그녀의 모습이었다.
술집에 들어 가니 이미 김사장과 진숙이 와 있었다.
[ 호호…둘이 데이트도 하고 세월 좋은데?! 더구나… 유란인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입어서인지
오히려 더 여성스러워 보이고… 장사장님 좋으셨겠구나~~! ]
[ 네! 하하… ]
봉식이 시원하게 대답하자 유란이 눈을 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