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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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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21 회 작성일 24-02-05 08: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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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향 제 1 부



사단 정문을 나오면 나병장은 아니 나(나민수)는 하늘을 날을 듯 홀가분하고 상쾌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나의 것인 듯 싶었다. 이제부터 나는 국방부 소속이 아닌 내무부소속이된 것이다.

 긴 겨울날 추위처럼 지루하고 권태스러웠던 3년이란 군복무를 마친 것이다. 하늘에 뭉게구름과 조개구름

 몇 점 뿐 더는 없이 맑았다. 내머리위에서는 내마음처럼 홀가분하고 상쾌하다는 제비 한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녹음이 짙은 6월초, 불어오는 미풍에 플라타나스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신작로 가 시내버스승강장에서

 나는 긴 호흡을 한번 하고 88라이트 담배를 꺼너 입에 물었다. 이모가 준 지포라이터로 불을 켜 상쾌한

기분이 담배연기를 빨아 내뿜으니 한결 더 기분이 홀가분하고 생쾌했다. 정든 땅 내 고향이 되어버린

해남행 직통버스가 빨리 오기를 바랬다. 1년이상 보지 못한 이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저씨…몇시나 됐어요?”

 



상냥한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다. 얼굴이나 몸매는 세련되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선 대학생정도의

나이인데 입고있는 교복과 손에 무겁게 든 가방으로 보아선 여고생인 것 같았다.



계란형 얼굴에 상커플진 두 둔. 높은 코는 니스를 칠한 것 마냥 윤이 났다. 옆은 핑크빛 입술이

깨물어보고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예뻤다. 그녀의 어깨 위까지 길게 내려뜨린 머리카락 바람에 나부꼈다.

그 머리카락이 흥분된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아무말 없이 흥분된 마음을 자재시키고 의젓하게 여유있게 빙그시 그녀에게 웃어보이며

시계를 찬 내 손목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됐어요…알았어요..두시 팔분이군요..”



여자가 고맙다는 표시로 약간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옅은 핑크빛 입술을 열어 말하는 그녀의가지런한

이빨, 입술가에 살짝 들어나보이는 덧니…그리고 양볼의 보조개가 귀여웠다.

 



“몇 번 버스를 탈려고 그러지?”



“당신이 몇 살이나 된다고 숙녀에게 반말이예요? 아무거나 타도 돼요…그럼…”

 



여자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고 돌아서더니 마침 달려오고 있는 영업용 택시를 잡아 탔다.

 나는 간만에 보는 여자아이의 팅김에 한 편으로 머쓱 헀다. 군대에 있을 때치마만 두르면 할머니도 예쁘다고 하지 않는가?

 



이미 담배는 휠터까지 다 타버렸다. 나는 휠터를 공중에 튕겼다. 무의시적이었다. 휠터는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으며 모를 심어논 논에 떨어졌다. 나는 무작정 거닐고 싶었다.

 이모도 생각나고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린 여자도 생각나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가 띵하니 아파웠다.

 



나는 신작로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살래살래 흔들었다.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사단 정문을 나올 때 하늘이 나를 듯 마음이 홀가분하고 상쾌했는데,

갑자기불안해지다니? 그러고 보니 하늘도 내 마음같이 변했다.

 금방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짙은회색빛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잠시 후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갈라지면 번개가 치며 천둥이 울렸다.



나는 저만치 보이는 슬레트지붕이 얹혀있는 구망가게로 달려갔다. 처마밑으로 보이는 제대모를 벗어

 얼굴과 목의 빗물을 닦으며 가게 안을 들여다 보았다.

노부 두사람이 주탁에 막걸리병과 생두부가 놓인 접시를 놓고 잔을 비우며 무슨 말인가 주고 받고 있었다.

그들은작업복 쓰봉을 무릎위까지 걷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모를 심다가 잠시 쉬고 있는 듯했다.



나는 목이 칼칼하여 막걸리나 좀 마씰까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뭣을 사실롸?”

 



오십이 넘을 듯한 아낙네가 나에 물었다. 아낙네는 내가 무엇인가를 사 가지고 갈사람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막걸리하고 두부 한모만 주세요…”

 



내가 주탁 앞 의자 않으며 말했다. 라디오에선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공명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지에미 씨헐놈들…선거 때는 고개를 구십도까지 숙여 절을 하며 농민덜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목줄을 세우며 표를 구걸했던 놈덜이 딱 당선되며…목에 힘주며 궁민들 무시허거 착취한놈덜을 또 뽑아줘야?”

 



막걸리잔을 비우던 두 노무중 나이가 들어보이는 노부가 라디오에 얼굴을 돌려 목청을 높혔다.

 



“그놈이 그놈이제…다 똑 같은 놈덜이어롸”



ㅇ나이가 덜 들어보니는 노부가 맞창구를 쳤다.



“이번 선거때는 국민덜이 모두 기권을 해부려야 써..”



“그랴도…기권해서야 쓰거소…째까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을 뽑아줘야 해롸..”

 



아낙네는 내가 앉아있는 의자 앞 주탁에 막걸리 한병과 김치가 한쪽에 놓인 생두부가

놓인접시를 참견을 했다. 나는 잔에 술을 담아 단숨에 마셨다. 두부 한 점을 입에 넣고 바깥에 시선을 두었다.

천둥은 울리나 번개는 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굵은 빗줄기는 쏟아지고 있다.

 



“아주머니…막걸리 한 병주세요…”



군대 동료들은 내가 술을 끊으면 px장사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 막걸리는 한 자리에서 다섯병을

 마셔야 취기가 올랐다.



“몸 성해야 쓴다…가면서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마지막 휴가시 이모가 말하며 손에 꼬옥 쥐어준 것은 만원짜리 지전 다섯장이었다.

그돈으로 막걸리 다섯병을 마시고 나니 술기가 올라왔다. 두 병을 더시켰다.

 



“젊은이가 술이 쌔그먼이롸…”

 



가게 아주머니는 술 두병과 열무김치 한 종재기를 상에 놓으면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주인의 말이 나의 귀에는 “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고…하는 이모의 말 같았다.

 



“네..”

 



내가 잔에 술을 따르면 대답했다. 내가 중학교 때였다. 중학교 3학년이었지만, 나이는17살이었다.

엄마 없이 홀아버지가 어릴 때 나를 보살펴주었고,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는때문에 가정경제는

어려워서 중학교를 늦게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공사장에서 가끔 노다가를 하며 공부를 하다가

어떻게 운이 좋아 지금의 이모를 다시 만나게 됐었다.

 



그렇게 이모와 소식을 전하며 고등학교를 입학할 때즘, 아버지는 끝내 그 춥고도 추운 한겨울날에

나는 꽁꽁 얼어버린 땅을 나 혼자 파면서, 아버지를 땅에 묻었다. 그 때 이모부가 나를 찾아와 

해남으로 가서 내 몸을 의탁해었다.

 




나는 노모에게 술값을 지불하고 가게에서 나와 포푸라와 프라티스 향기가 풍기는 아스발트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내나이 스물셋…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나는 걸어 해남의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면 저 만큼 야산야래 외딴 기왓집이 한채 보인다. 그곳이 내가 6년간 자라며

인생의 꿈을 키워 온것이다. 산에 오르면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는 고기배들이 떠 있고 갈매기들이

날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있고 마을회관이 있는 동네인데 동네 입구에는 몇 백년묵은 팽나무가

 몇 채 안되는 집들 지붕 위를 덮을 듯 하고 있고 그 옆에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란 목장승이

 두 눈을 크게 부릎 뜬 채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지 이모랑 씨헐놈…제대했군..….)

 



금방이라도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 챌 것 같이 위엄있게 서 있던 천하대장군이 마치 내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듯 애기하는 것 같았다. 동네를 지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걸어 이모집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오동나무에서는 매미가 자즈러지게 울고 풀밭에서는 여치가 울었다. 저만큼 흑염소가 울고 있었다.

이모가 집 앞 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었다.



“이모….”



나는 이모께 달라가며 큰 소리를 이모를 불렀다. 내 목소리에 들은 이모는 내쪽으로 홱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보고 이내 혼비백산하듯 작은 언덕에서 내려와 나를 끌어 안고 반겼다.



“내새끼…왔어..”



“응…이모…”



“그래..이제 제대한거야…”



“응…”



“여보! 민수가 왔어요…우리 장남..찬식이가 완전히 제대를 해가꼬 왔소?”

 



장남…그래 나는 이집의 장남이다…이모부와 이모사이에서는 자녀가 없었다. 바로 이집에 들어 오자,

 이모부는 내 호적을 박씨에서 나씨로 성이 바꿔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모부는 무정자였다.

 즉 씨없는 수박이었다.




이모부가 몸은 중증으로 인해 몸이 더 나빠진 것 같앗다. 안방문을 빼곰히 열며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이모는 호박 한 덩이를 뚝 따서 고추가 든 바구니에 담아 옆구리에 끼웠다.



“이리 주세요…제가 들고 갈께요..”



나는 이모가 옆구리엔 낀 바구리를 달라고 헀다.



“괜찮다. 무겁지 않아…어서 집으로 들어가자..배고프지? 내 얼릉 밥 챙겨 줄께..”



나는 군대습관이 몸에 베어 있는지라 이모부께 거수경례를 했다.



“이모부..제대를 하고 고향에 돌아 왔습니다.”



“그래…어서 오너라…”



이모부는 겨우 내 얼굴을 본채 만채 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약은 드셨우…민수야...배고프지…얼른 밥 챙겨 줄께…”



마루로 올라온 나는 주변을 두루 살펴보았다.. 마지막 휴가 때에 본것과 달라진 게 없었다.

선반 위에 가즈런히 올려진 석잣들.제비집..천장 모서리에는 거미줄이 쳐 있었다.

집에 남자가 제대로 성이 있지 못한 집마냥 생겼다. 왕거미가 줄서커스를 하듯 거미줄 풀며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미가 줄을 풀며 내려오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이집 대를 잇을 장남이

왔다는 증거일까?



“이모부는 좀 어떠세요..”



“그만 그만 하시다…이제 약 드셨으니..한참을 주무시겠지..”



부엌에서 방금 딴 고추를 수돗가에 씻고 있는 이모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긴스커트 밑으로 보이는 희고 가느다란 발목이 보였다.. 갑자기 왜 그런 야사시런 감정이 느껴졌다.

 나의 첫 동정을 바쳐던 이모의 모습을 보자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밀려왔다.

 나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이모의 앞모습에서 시선을 떼어 다른 곳에 두며 심호흡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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