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애욕 그리고 금기 ㅡㅡㅡ 3
페이지 정보
본문
3.
인사동의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아담하지만 평일이라 한산한 실내에 앉아서
창 밖을 내다 보며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형수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맑고 투명한 수선화 같은 분위기에서
갈바람에 흔들리는 하늘하늘한 코스모스를 연상케 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아
물씬 풍기는 가을의 내음을 느끼며 민은 한참을 옆에 서서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러자 멍하니 창을 내다 보던 형수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던지
고개를 돌리다 민을 발견하고 눈 속에 기쁨이 차오르는 게 보였지만
얼른 표정을 가다듬고서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오셨어요..도련님...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지만 이미 민에게 반가워하는 속마음을 들켜버린 이상
아무리 일부러 차가운 척을 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때문인지 고집을 부리는 형수의 모습이
그날 밤 숲 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게만 느껴져
민은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자신의 가슴 속에 쌓였던
형수에 대한 서운함이 한꺼번에 씻겨나가는 걸 느끼고
어떻게 형수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마음을 풀어줄까 고민하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형수는 옆자리에 앉는 민에게 뭐라고 항의를 하려는 듯이 입을 열려다
생각에 잠긴 민의 모습이 조금 심각하게 보였던지
그냥 잠잠해져 다소곳이 앉아 민의 대답을 기다렸다.
“ 형수...너무 보고 싶었어요...그렇게 떠나온 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형수를 너무 사랑해서...그래서...그런 거에요...믿어주세요....
올라와서 후회도 했지만...아마 똑 같은 상황이라면 역시 같은 선택을 할거에요...
사랑해요..형수....
꿈 속에서라도 보고 싶어서...형수 꿈을 꾸려 애써도 봤지만...그것도 잘 안되었어요....
어쩌다 꿈에 형수가 나와도 늘 잠깐 있다 떠나버리곤 해서...깨고 나면 더 슬펐어요...”
“ ..도련님....”
형수는 자신의 손을 잡고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하는 민으로부터
이 음성과 따스하게 느껴지는 손의 체온을 자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었는지를 새삼 깨닫고서는
갑자기 지금 부리고 있는 쓸데없는 고집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를 그만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민은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어 오는 형수의 손을 잡은 채 그 안온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향기를 만끽하고 말없이 창 밖을 내다보며 가을수채화의 한 풍경이 되어갔다.
그 동안 서로에게 차곡차곡 접어 가슴 한구석에 쌓아두었던 그리움을 얼마나 풀어 내렸을까?
문득 시간이 꽤나 흐른 듯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실내에는 테이블 위에 촛불들이 밝혀져 있었고 창 밖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너무나 조용한 형수의 숨소리에 혹시나 하고 내려다 보자 마주치는 눈빛...
언제부터 민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을까?...
형수는 몰래 훔쳐보고 있다 들킨 게 부끄러웠던지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민의 어깨에다 고개를 파묻었다.
하얀 목덜미와 솜털이 보송보송한 것처럼 여리게만 느껴지는 연분홍색 귓볼이 민의 눈에 들어왔다.
민은 자신의 가슴 속을 후끈하게 달게 만드는 열기에 훅~하고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몸을 틀어 자신의 어깨에 숨은 형수의 뺨을 두 손으로 잡아 얼굴을 들게 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를 호소할 때면 늘 젖어 보이는 그 촉촉한 눈을 대하는 순간
뭐라고 이야기하려던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머리 속이 텅 빈 것처럼 멍하니 내려다보며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형에 대한 생각도, 현아에 대한 생각도
그리고 이곳이 다른 사람들이 지켜 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카페 안이라는 것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그냥 지금 자신의 손 안에서 느껴지는 보들보들한 감촉과 함께
저 투명하게 빛나는 빨간 입술에다 입맞춤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꽃잎 위에 나비가 날개를 접고 사뿐히 내려앉듯이
민의 입술이 한 없이 부드럽게만 느껴지는 형수의 입술을 덮자
살구 같은 향과 함께 입술이 벌어지며 몰캉거리는 혀가 입 속으로 들어왔다.
민이 그 부드러운 형수의 설육을 반갑게 맞아들여 빨며 맛있게 타액을 넘기기 시작하자
형수의 코에서 비음이 흘러나오면서 민의 팔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얼마를 서로의 혀를 상대의 입 속으로 주거니 받거니 했을까?
두 사람이 내는 타액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입가로 조금씩 반짝이는 액체가 흘러내릴 때쯤
먼저 정신을 차린 형수가 아직도 자신의 양 뺨을 소중하게 감싸 쥐고 있는 민의 손등을 작게 두드렸다.
자신의 입가에 달린 타액이 불빛에 반짝이고 벌겋게 번진 립스틱 자국으로 엉망인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민의 입가를 애정 어린 손길로 닦아주느라 여념이 없는 형수를 쳐다보며
아까의 그 냉랭한 얼굴을 덮고 있던 두터운 얼음이 자신의 키스 한 방에 완전히 녹아버린 걸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는 우스운 생각에 민이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자
형수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을 한 모양인지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걸 발견한 민은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한탄하면서
다시 얼어붙기 직전인 형수의 얼굴을 풀기 위해 열심히 진땀을 흘려야 했다.
“ 형수...”
“ 네..”
“ 저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 .....”
민은 형수의 어깨를 감싸 안고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창 밖을 내다보다 문득 물었다.
그러자 형수는 그런 민을 빤히 바라보다 대답 대신에
민의 가슴에 뺨을 살포시 가져다 대고서 기대었다.
민은 자신의 품 안에 완전히 안겨버린 형수를 두 팔로 감싸 안고
부드럽게 감겨오는 유연한 몸의 굴곡을 기분 좋게 느끼며
자신이 전혀 필요가 없는 질문을 했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안고만 있어도 그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데 왜 구태여 말로 확인하려 했을까?
아니 이렇게나 가슴 벅찬 애정이 생생하고 충만하게 밀려드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려 든다면 오히려 그 완전함이 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이 따스하고 아늑한 이상적인 분위기가 엉뚱한 데서 깨어지고 말았다.
꼬르륵~~...
고시원에서 늘 정확한 시간에 채워주던 저녁밥 때를 놓친 민의 위장이
결정적일 때 주인을 배반하고 자신의 의지를 피력해옴으로써
민의 가슴에 기대고 있었기에 마치 자신의 귀에는 천둥처럼 들렸을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던 형수가 깔깔대고 크게 소리를 내어 웃어버렸다.
긴 속눈썹에 눈물방울까지 그렁그렁 달고서 배를 잡고 웃는 형수를
민망스러움과 서운한 감정이 뒤섞인 착잡한 마음으로 보던 민이
벌떡 일어서자 형수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 미..미안해요...킥킥...웃음이...멈추질....호호....그런데...왜?...”
“ 나가요....이왕 스타일 다 구겼는데...배터지게라도 먹어야죠...”
민이 조금 불퉁하게 내뱉으며 심통을 부리자 형수가 따라 일어서며 민의 손을 살며시 잡아왔다.
그리고는 민의 팔에 가슴을 바짝 붙이고서 의도적으로 그 뭉클한 가슴을 비벼오자
어차피 장난으로 화난 척했던 민이었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형수를 돌아보며 싱긋 하고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 형수..천천히 드세요...
너무 취하면 내일 연수 받을 때 힘드실 텐데...”
“ 호호...그 교육 진급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받는 일종의 소양교육이에요...
대부분 슬라이드나 비디오 틀어주고는 연수 받는 사람들도 태반은 졸아요...
저도 적당히 졸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 하하..그래요? 그거 예비군 훈련하고 비슷하네요....
그러면 편하게 마셔도 되겠네요....
자~~ 저하고 건배해요....”
“ 네..그래요...건배~~”
형수는 조금 들뜬 것 같은 모습으로 연신 소주잔을 비웠고
민도 형수에게 보조를 맞추느라 제법 얼큰해졌다.
배가 고팠던 건 민 뿐만이 아니었던지 형수도 꽤나 많은 양을 먹어
어느새 두 사람 앞에는 빈 소주병과 빈 접시들만 남았다.
그리고 서로 마주본 모습은 술이 올라 얼굴이 빨간데다
배가 불러 식식거리며 숨을 몰아 쉬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 형수...우리 그만 자리를 옮기죠...
그러면서 좀 걸어서 배도 꺼트리고...”
“ 그래요...먼저 나가세요...제가 계산하고 갈 테니...”
“ 제가 백수라 뻔뻔하게 잘 얻어먹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월급타면 멋지게 갚을게요...”
“ 아이참...도련님도..우리 사이에...무슨....어서 나가요...”
민은 형수가 한 우리 사이라는 말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사이는 무슨 사이일까?...
형수와 시동생? 연인?....아니면 그냥 키스하고 애무한 사이?....
확실히 뭐라고 말하긴 힘들었지만 한 가지 예감은 가지고 있었다.
분명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두 사람 사이는 크게 변할 거라는....
“ 잠시만요..전화 한 통 하고요....”
형수와 팔짱을 끼고 이제는 제법 시원해진 밤바람을 기분 좋게 맞고 걸으며
이제는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형수의 젖가슴이 주는 짜릿한 감촉을 즐기다가
갑자기 울린 호출기에 현아의 번호가 찍힌 걸 보고서 공중전화를 찾았다.
“ 민아~~나야...넌 뭐하니? 나는 야근하다 이제 퇴근하려고...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메시지 남겼어...
음성 남겨줘...사랑해...”
현아의 낭랑한 목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순간 명치 아래가 칼로 에이듯이 짜르르 울리며 아파왔다.
무심결에 수화기를 귀에 댄 채 뒤돌아보자 조금은 초조해 보이는 모습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형수가 눈에 들어와 안심시키듯이 웃어 보이고는 다시 돌아섰다.
“ 현아야 나야...네가 남긴 메시지 들었어...
힘들었겠네..이 시간까지 일했다니...
저녁은 챙겨 먹었고?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수고했어...
나는 아는 선배가 찾아와서 고시원 근처에서 술 한잔 하고 있어.
나중에 내가 너무 취하지 않으면 음성 다시 남길게..
혹시 못 남기더라도 걱정하지는 말고..근처니까....
내일 통화하자....조심해 들어가...사랑해...”
민은 현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애써 변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나는 지금 현아를 속이고 있어.
시동생으로 형수를 만나는 게 아니라 현아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거야..
그것도 오늘 밤새도록 같이 보내기를 기대하면서....
“ 형수...배는 좀 꺼졌어요? 그러면 어떡할래요?...
시원한 생맥주나 한 잔 할까요?
아니면 조용한 카페에서 차?
그것도 아니면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 도련님..현아씨였어요?..”
“ 네...”
민이 현아에게 거짓으로 가득 찬 음성을 남기고 돌아서
형수에게 조금은 과장되게 주절거리자 형수가 조용하게 물었다.
그리고는 민의 대답에 조용히 침묵하다 자신의 손을 잡고 돌아서는 민의 팔을 당겼다.
“ 형수? 왜요? 무슨 할말이 있어요?...”
“ 도련님...저..오늘 친척 집에서 잔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하고 나왔어요...”
“ 형...수....”
“ 둘만 조용히 있고 싶어요....”
민은 선고를 내리듯이 단호하게 내뱉는 형수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형수의 손을 잡고 뛰다시피 근처를 헤매다 어떻게 모텔로 들어왔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방문을 닫고 돌아서자 방안에는 빨개진 얼굴로 숨이 차서 헉헉거리고 있는 형수의 모습이 보였다.
상기된 얼굴로 조금 매무새가 흐트러져 봉긋한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는 모습에
민은 아랫도리가 징~하고 울리는 느낌과 함께 급히 신발을 벗고 방으로 올라서 형수에게 다가갔다.
민의 눈빛이 너무나 뜨거운 탓에 조금 겁을 먹은 형수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찰라
마치 병아리를 낚아채는 독수리같이 민이 잽싸게 형수를 붙들고 키스를 퍼부었다.
숨이 막히는 지 버둥대던 형수도 민이 혀로 자신의 입 속을 헤집고
가슴과 엉덩이를 동시에 오가며 손으로 더듬자
온몸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면서
비음을 토해내고서는 민에게 매달리고 말았다.
민이 벗긴 걸까, 형수 스스로가 벗은 걸까, 아마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민이 키스를 하며 위에서부터 블라우스 단추를 풀자 형수가 곧이어 밑에서부터 풀며 올라왔으니...
블라우스로부터 하얀 어깨가 빠져 나오고, 이어 매끈한 팔이 완전히 옷에서 벗어나자
브래지어만이 남아 그걸로만 감싸기에는 좀 힘들어 보이는 탐스러운 젖가슴을 떠받치고 있었다.
민이 등뒤를 더듬으며 후크를 찾아 더듬거리자
형수가 작은 한숨과 함께 브래지어 앞을 손으로 잡고 열었다.
그러자 답답한 울타리에 갇혀 지냈던 하얀 두 유방이 만세라도 부르듯이 튀어나와 흘러내렸다.
민은 이렇게 밝은 불빛 아래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형수의 하얀 젖가슴과
그 위 한가운데에 수줍게 자리잡은 연분홍색 꽃망울을
황홀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으로 베어 물었다.
“ 아흑~~도련님..”
민이 그 부드러운 젖가슴을 두 손으로 쥐고서 좌우를 오가며 이미 오뚝하니 곤두선 유두를
입술로 물고 혀로 희롱하자 형수는 작은 교성을 내뱉고서 민의 뒷머리를 소중하게 감싸 안았다.
자신의 얼굴이 형수의 젖가슴 사이에 파묻혀 숨쉬기가 곤란해졌지만
민은 이대로라면 그냥 질식사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치마의 후크를 열고 지퍼를 내려 밑으로 끌어내렸다.
형수의 발이 바닥으로 떨어진 치마 밖으로 나와 치마를 뒤로 밀어내는 걸 느끼고
민은 형수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내 주저앉으며 형수의 하체로 가져갔다.
“ 도련님..저 씻고 올게요...잠시만...”
“ 안돼요....그냥 이대로 있어요...제발...”
“ 하지만...저..땀도 많이 흘렸고....”
“ 제발...그냥 있어줘요....”
민은 자신의 하체를 두 손으로 가린 채 욕실로 가려는 형수의 허벅지를 양 팔로 안고서
뺨을 가랑이 사이를 막은 형수의 손 위에다 대고 계속 그냥 있어주기를 부탁했다.
너무나 간절하게 원하는 민의 진심이 느껴졌던지 형수는 자신의 음부를 가렸던 손을 치우고
민의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젖은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형수의 손이 비키자 갑자기 밀려드는 농밀한 내음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 민은
형수가 왜 그렇게나 애써 그곳을 가리려 하고 또 씻으려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형수가 그런 속옷을 입으리라고는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로
음부를 완전히 드러내 보이는 투명한 검은 망사천이
이미 물이 뚝뚝 흘러내릴 정도로 젖어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 ..형수...언제부터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 아흑~~아까...카페에서...키스하면서.....아앙~~”
민이 형수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끼우고는 팬티의 아래 좁은 부분을 톱질하듯이
슬근슬근 움직이며 묻자 형수는 허벅지를 부들거리며 힘들게 대답했다.
이미 허벅지 양 안쪽까지 젖어 있던 형수는
자신의 보지입술을 가르며 비밀을 환한 불빛아래 낱낱이 까발리고 있는 민의 손을
미끄러운 애액으로 흠뻑 적시며 민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 힘겹게 버티다가
민이 자신의 팬티를 끌어내리는 걸 알고서는 잠시 망설인 후에 다리를 교대로 들어주었다.
늘어지는 음액을 길게 실처럼 달고 내려온 형수의 팬티가 조막만하게 돌돌 말려 뒤로 던져지고
젖어서 하얀 피부에 엉망으로 달라붙어 누운 검은 음모 사이로
깊게 패인 골짜기가 보이고 그 입구에 살짝 고개를 내민 음핵이 보였다.
민의 손이 골짜기 양 쪽을 잡고 벌리자 형수는 단단히 각오를 한 듯이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다리를 벌려 민의 눈 앞에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환하게 열어 보여주었다.
민의 손에 의해 팽팽하게 당겨진 빨간 보지입술이 애처로울 정도로 활짝 좌우로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서 맑은 눈물을 흘려내는 심연이 뻐끔대며 숨을 쉬는 모습이 민의 머리 속에 충격적으로 박혀왔다.
아~~ 이곳이 내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했고 들어가기를 원했던....
민은 감격에 겨워 언제까지라도 바라보고 있을 것처럼 심호흡만 하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자상한 손길에 정신을 차리고는
벌어진 꽃잎 사이에 코를 박고서 그리운 냄새를 들이켰다.
그러자 현아보다 조금 더 짙은 것 같은 농밀한 보짓물 냄새가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것과 함께
약간 지린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와 민을 미치기 일보직전으로 만들었다.
코끝에 살짝 묻은 애액의 냄새를 음미하면서 민은 혀를 길게 뽑아
잠시 후면 자신이 들어가야 할 이곳의 여기저기를 확인하듯이 찔러보았다.
‘아아~~’ 숨가쁜 형수의 비음이 마구 터져 나오며 민이 얼굴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형수는 민의 머리를 꽉 부여잡고 허벅지를 부들부들 떨다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던지
민을 일으켜 세워 키스를 하며 이번에는 민의 옷을 다급한 손길로 하나씩 벗겨 나갔다.
그리고는 민의 알몸이 드러나자 말자 민을 밀어 침대에 눕히고는 민의 성기를 입에다 물었다.
따스하고 좁은 곳으로 빠져드는 성기의 감촉에 정신을 못 차리던 민이 형수의 가슴을 잡자
형수는 갑자기 입에 성기를 문채로 몸을 돌려 자신의 음부를 민의 입에다 대고 문질렀다.
두 개로 쪼개진 하얀 달덩이를 손으로 벌리고서 그 사이에 비밀스럽게 숨은,
이제야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컷 맛볼 수 있게 된 형수의 음부를
민은 기꺼운 마음으로 손으로 만지다 빨고 핥으며 흘러나오는 음액을 양껏 들이켰다.
“ 형수...사랑해요....”
“ 하아~~도련님...이젠..저를 가져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저를 기다리게도 말고....
그냥 가져버려요....도련님의 여자로 만들어 버려요...
제가 주저하지 않고 도련님을 사랑할 수 있게....어서요....
사랑해요....”
자신의 성기를 아래에 깔린 형수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 깊은 곳에 있는,
아까부터 자신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는 어두운 동굴 입구에다 갖다 대고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형수에게 한 말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뜨거운 화답을 들은 민은
자신은 더 이상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흥분해서 달대로 달아오른 굵은 불기둥으로
형수의 약하디 약한 살 틈을 억지로 벌리며 그 속을 더욱 넓게 헤집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속 좁은 길을 억지로 전진하며
잔 주름들을 하나씩 펴나가는 송이버섯처럼 넓게 펴진 귀두의 감촉에
형수는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칼을 자신의 몸 속에 품은 것처럼
하체의 중심으로부터 뜨거운 기운이 날카롭게 온몸으로 퍼져나가자
쾌감에 젖어 민의 등에다 손톱을 박아 넣으며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단단한 민의 성기를 압사라도 시킬 것처럼 강하게 조여오는
형수의 몸 속은 펄펄 끓는 용광로처럼 뜨거워서
민은 화상이라도 입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적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래로 강하게 내리꽂는 민의 허리를 따라 형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성과
삐걱거리는 침대의 소리가 묘하게 장단을 맞추면서
왠지 뱃노래와 노 젓는 소리가 연상이 되어
민은 자신이 지금 사랑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항해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수와 처음 키스할 때의 그 어설픈 초보 뱃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구리빛 피부가 단단하게 만져지는 노련한 항해사...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민은 지금 형수라는 배를 올라타고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훌륭하게 조율해가며 자신의 단단한 기둥으로 노를 저었다.
“ 아흑..도련님...아아~~저...저..사랑해요...악악...안아줘요...
꽉 안아줘요...키스해줘요...아흑~~”
“ 헉헉....사랑해요..형수...”
길었던 두 사람의 열정이 드디어 끝을 향해 달리는 듯
비교적 차분하게 민에게 보조를 맞추던 형수가 급박하게 흐트러지며
민의 목과 허리를 감고 매달려오면서 엉덩이를 빙빙 돌렸다.
민은 자신의 기둥을 담고 있던 질 벽이 갑자기 강하고 조이고 마치 흡반처럼 빨아들이며
형수가 자신의 구슬주머니로부터 정액을 펌프질 해 끌어올리는 걸 알고서
형수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나눠 쥐고서는
형수의 몸을 쪼개기라도 할 것처럼 거세게 박기 시작했다.
철썩 철썩~~ 아흑~~...
요란한 살 부딪치는 소리와 신음소리로 실내가 요란하게 울리고
땀과 애액으로 온통 미끈거리는 두 사람이 뿜어내는 열기가 공기를 후끈하게 만든데다가
방안 가득 퍼져있는 음란한 냄새가 호흡마저 힘들게 하는 것 같았던 시간이 일순 지나고
갑자기 큰 한숨 소리와 함께 길고 긴 키스가 이어지고 난 다음에 방안은 깊은 적막감에 빠져들었다.
“ 형수....사랑해요....”
“ 도련님...저도요...”
민은 아직도 형수의 위에서 영원히 이대로 형수의 몸 속에 머물고 싶다는 듯이 버티다
결국 작아진 자신의 성기가 질의 움직임에 밖으로 밀려나온 뒤 작게 속삭이고 내려오자
형수는 민의 가슴으로 안겨 들며 자신의 다리로 민의 다리를 감았다.
자신의 허벅지에 비벼지는 보드라운 음모와 축축한 보지입술의 감촉을 즐기며
민은 손끝에 묻어 날듯이 부드러운 형수의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 형수...혹시나 후회하지..않으세요....?”
“ ..왜요? 도련님은요? 후회하세요?...”
“ 아니요..제가 왜 후회하겠어요?...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던 형수인데...”
“ ....후우~~...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에요...
이제는 도련님을 사랑하는 제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도 않고....망설이지도 않겠어요...
어쩌면 전...오래 전부터 이렇게 될걸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때...처음 키스하던 날....사실...그게 처음이 아니었어요....
도련님을 그렇게 만져보고 키스를 하는 상상을 그전부터 종종 하면서...
저는 제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막상 그렇게 키스를 하고 나니 제 자신이 미친 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오히려 더 두려워졌어요....
그리고 신혼 여행을 떠나기 전...도련님을 보면서....
왜 제 옆에 도련님이 아닌 그 사람이 서 있는지 가슴이 아파....
숨을 못 쉴 것 같은 자신이 너무나 가증스럽고 무서웠어요....”
“ 형수...사랑해요....우리 이제부터는 딴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 둘이 있을 때는 형도, 현아도 그리고 세상 사람 아무도 생각 말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만 생각해요....”
“ 네..도련님....그리고...우리 둘만 있을 때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해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제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걸 듣고 싶어요...”
“ 그래요...형수...아니...윤이씨....”
“ 고마워요...민씨....”
두 사람은 서로를 애잔한 눈길로 바라보다 자연스레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민이 형수의 엉덩이에 놓여 있던 손을 움직여 그 사이로 파고들자
민의 가슴에 놓여있던 형수의 손 역시 배를 타고 내려와 아래로 숨어들었다.
또 한차례의 뜨거운 열풍이 지나고 조금 지친 것 같은 형수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할 때는 수줍게 민의 목을 감고 안겨 있다가
막상 민이 욕조에 내려놓고 비누를 들고 씻겨주려 하자 가볍게 저항을 하던 형수가
민의 애청과 함께 자신을 애무하는 손길에 금새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처음에 거부하던 형수의 우려가 틀렸던 게 아니란 건
잠시 후 다시 터져 나온 뜨거운 교성과 함께 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증명이 되었다.
민은 형수가 연수를 받았던 남은 삼일 동안
아예 연수원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용한 모텔에다 방을 잡아 버렸다.
물론 낮 시간 동안은 방을 비워주고
대신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12시까지는 같은 방을 쓰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그건 조금이라도 형수와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이외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던 민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물론 형수도 그런 민에게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민은 낮 시간 동안 근처 사우나나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현아와 통화를 하며 미리미리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했다.
그리고는 연수교육이 끝날 시간이면 형수를 만나 저녁을 먹은 후 모텔로 돌아왔다.
그 삼일 동안 민과 형수는 매일 10시간 가까이를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쉴새 없이 서로를 핥고 빨다 박아댔다.
낮 시간을 각자의 장소에서 비몽사몽간에 보내고서 밤이면 미친 듯이 서로를 탐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밤에는 민에게도 형수에게도 미지의 대상인 항문 섹스를,
형수가 민에게 받은 소중한 첫키스 대신 뭔가를 주고 싶다며 제안해 민을 놀라게 만들었다.
쉽게 이루어질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달리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거쳐 드디어
너무나 조여서 성기가 잘라질 것 같은 형수의 항문으로 완전히 자신을 집어 넣었을 때
땀이 송글송글 맺힌 형수에게 키스를 하며 민이 작게 ‘내 사랑, 내 신부’ 라고 속삭이자
형수는 감격한 얼굴로 민을 위해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고 끙끙거리면서도 열심히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엉거주춤한 자세로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시원하게 일을 못 보고만 형수의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모습에
민은 부끄럽다며 버둥거리는 형수를 엎드리게 하고서 엉덩이를 벌려 확인했지만
항문이 약간 부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빼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였다.
대신 항문을 만지고 쑤시고 벌리며 덤으로 아래의 음부까지 자연스레 손길을 타서 젖어버려
민이 뒤에서 갑자기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던 형수도 곧 호응을 해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결국 다시 항문으로 민을 받아들여 민이 장난스럽게 이름 붙인 정액관장을 한 후에
정말 시원하게 일을 보게 되자 변비에 걸려도 자신만 믿으라는 민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야 말았다.
민은 형수가 머물다간 나흘간의 시간 후
뭔가 나사가 하나쯤 빠진 것처럼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아
민의 개인 사정은 잘 모르지만 눈치가 무척 빠른 한 여자와
민을 너무나 잘 알지만 남자에 대해선 조금 둔한 또 다른 여자
이 두 사람 모두에게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만들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형수를 만나러 간 후 갑작스레 나흘간 행방불명이 된 것을
물론 도저히 형수와 직접 연관시키지는 못했지만
여자가 낀 문제라는 건 어렴풋이 눈치챈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민을 위해 챙겨둔 백숙을 결국 다른 사람이 먹어버린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한
민을 향한 원망 비슷한 주인 아주머니의 감정도 조금 섞여 내려진 결론 같았다.
그리고 현아는.....
민에게 여자가 생겼다고는 도저히 상상을 못하는지
오로지 건강과 공부 문제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서
자존심을 건드릴까 차마 묻지는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고 속앓이를 하는 것 같아 민의 양심을 찔리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민은 전과는 달리
현아를 안심시켜주려는 의욕마저 생기지 않아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스스로 이런 이기심에 지독한 환멸과 함께 현아에 대한 미안함에 괴로워하면서도....
이런 민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하늘이 따끔한 교훈을 내리기라도 한 걸까?..
민은 자신이 그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건 바로 며칠 전의 일이었다.
“ 아..안녕하세요....”
“ ...음...자네가 민 군 인가?”
“ 네..아저씨...예전에 인사 드렸었죠....”
민은 몹시 당황스러웠다.
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노크도 없이 갑자기 누가 들어와
처음에는 누군지를 못 알아보다가
겨우 전에 몇 번 본적이 있는 주인 아저씨라는 걸 알아차렸다.
건강이 안 좋아서 경기도 어딘가의 공기 좋은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확실히 전에보다 살도 빠지고 병색이 완연한데다
무엇보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민도 조심스럽게 응대를 하며 아저씨를 살펴보았다.
이 시간에 어떻게 아저씨가 여기 있는지도 궁금했지만 왜 자신에게 온 건지가 더 궁금했다.
자신의 이름을 묻는 걸 보면 우연이 아닌 건 분명했다.
그때였다.
뭔가 혼자 중얼거려 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던 아저씨가
아까부터 민의 신경을 건드리던 자신의 품 속에 들어가 있던 손을 빼내자
따라 나온 시퍼렇게 날이 선 과도가 민의 등에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들었다.
순간 민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아찔해졌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뭔가 좀 이상해 보이는 아저씨를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며
최악의 경우 목과 가슴 그리고 배 등의 치명적인 부위를 보호할 목적으로
의자에 걸린 수건으로 천천히 자신의 손을 감쌌다.
얼마나 숫돌에다 갈면 과도가 마치 일본도처럼 시퍼렇게 살기를 뿜을 수 있을까?...
마른 침을 삼키고 민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 저..아저씨 무슨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온 것 같은데....
일단 앉아서 차분히 얘기하죠....
저도 앉아서 들을 테니.....”
“ 흥...소문처럼 잘 생겼군....그년이 반할만 해....”
“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주세요....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알아듣지를 못하겠네요....”
민은 짧은 몇 마디였지만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원래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몸이 약해지면서 뒤늦게 생긴 건지는 몰라도
일단 아저씨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강박관념에다 의처증까지 겹쳐서 누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아저씨가 이런 상태라는 걸 몰랐을 고시원 사람들 중 하나가
평상시 아주머니가 민에게 잘해주는 걸 고깝게 생각하다 고자질하듯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아주머니의 정부라 생각하고는 들이닥친 것 같았다.
그리고 저 칼을 볼 때 아마 요양원에서부터 이미 상상 속에서
아주머니의 불륜을 그리면서 그 대상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정이 어찌되었던지 민으로선 인생의 최대 위기였다.
쉽게 말해서 상대는 미친 사람이었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당장 눈앞에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저 크지 않은 칼날은
자신의 피부를 가르고 쉽게 몸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모험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민은
손에 감은 수건만 믿고서 자신이 먼저 방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선제 공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었다.
민의 생각에 비록 제 정신은 아니지만 상대편의 공격적인 행동에는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 이라는 생각에 아예 백기를 들어 보여
일단 자신의 눈앞에서 금방이라도 자신을 찌를 듯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저 칼날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도박에 가까운 민의 그 승부수가 성공을 했는지
방바닥에 앉은 민을 잠시 내려다보며 망설이는 것 같던 아저씨가
민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으며 칼을 내려놓았을 때
순간적으로 민은 아저씨를 밀치고 뛰쳐나갈까 하는 유혹을 느꼈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 죽음만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설픈 모험보다는 이왕지사 끌어온 대로 분위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 이제 말씀해 보세요...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 오해? 뭐야? 머리 좀 좋다고 나를 무시하는 거야?...”
“ 그게 아니고요...일단 말씀해 보세요...
일단 내용을 알아야 제가 아는 대로 말하죠....
뭐든지 숨기지 않고 솔직히 다 이야기할 테니 이제 제게 가르쳐 주세요...”
이야기를 나누다 순간적으로 흥분해 칼로 손이 가는 아저씨에게
민은 절대 자신도 덩달아 흥분하면 안 된다고 계속 다짐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다시 흥분을 가라앉힌 아저씨가 횡설수설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저씨의 이야기는 자신이 잘 나갈 때는 안 그랬는데
돈도 못 벌고 건강이 나빠지자 시골에다 쳐 박아놓고는
남자들과 바람을 피느라 자신을 잘 챙기지도 않는다는 말이었다.
민이 조심스럽게 이리저리 돌려가며 물어보자 결국 그 이야기도 상상이었다.
그 증거라는 게 아저씨를 만나러 온 옷차림이 갑자기 화려해지고 노출이 심해진 게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틀림없다는 둥
머리모양이 갑자기 바뀐 게 그 남자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바꾼 거라는 둥
정말 말 그대로 횡설수설 두서가 없는 이야기들뿐 이었다.
이야기 중에 혼자 흥분한 아저씨가 칼을 방바닥에 꽂을 때는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내리치는 줄 알고 민은 등골이 서늘했지만
차라리 그렇게 한바탕 쏟아내고 나자 아저씨는
조금 제 정신이 돌아오고 감정의 조절이 되는 것 같았다.
“ 자네도 행동을 조심해...지켜볼 거야...”
“ 네..명심하겠습니다..아저씨...
그만 내려가 보세요..지금쯤이면 아주머니께서 시장에서 돌아 오셨을 텐데...”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역시 너랑 그년이랑...”
“ 그게 아니고요....지금쯤 오셔야 저녁 준비를 하죠...
한 번도 시간에 늦게 저녁을 주신 적이 없거든요....”
“ 흠...그렇겠군.....”
민은 무심결에 내뱉은 한 마디에 다시 진땀을 흘려야 했고
그런 자신의 주둥이를 주먹으로 쥐어박고 싶은 심정을 참으며
아저씨가 완전히 나가 문이 닫기는 소리가 딸각~ 하고 들리고 나서야
잽싸게 문을 잠그고서 주저 앉아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평상시 귀찮기도 하고 왠지 유난을 떠는 것 같은 기분에
방문을 잠그지 않고 지내던 자신을 반성하며
아주머니에게 일단 이야기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계속 망설이던 민에게 아주머니가 작게 속삭인
나중에 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 갈 테니 잠들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에
민은 아주머니도 사건의 전말을 대충 눈치채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어쩌면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건 거의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문을 열자 손에 비닐 봉지를 든 아주머니가 서있었다.
민이 열어준 방문 안으로 들어선 아주머니를 본 민이 이제는 오래된 습관처럼 문을 잠그자
아주머니는 피식 웃으며 방바닥에 주저앉아 비닐 봉지에서 주섬주섬 족발과 소주를 꺼냈다.
민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아주머니가 민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하고 말문을 열었다.
“ 민씨...정말 미안해요...정말 놀랐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지만...그렇다고 다른 데로 옮기진 말아줬으면 해요....
물론 옮기겠다면 말릴 수야 없겠지만.....
나...조금 전에야 돌아왔어요....
남편과 함께 요양원에 갔다가....
그 동안 요양원에서 권해도 망설였었는데...
결국 정신병원에 남편을 집어넣고 왔어요.....흑흑....
나...정말 나쁜 년이죠?...
하지만....아까 그 사람이 자랑처럼 자신이 한 짓을 이야기할 땐 난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정말 내가 주저하다 큰 일이 생길 뻔 했으니....용서해줘요”
“ 아주머니...걱정 마세요...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 흑흑...고마워요...민씨....
민씨가 그 동안 나한테 얼마나 의지가 되었는지 모르죠?....
민씨 같은 남동생 하나만 있었으면 하고...언제나 상상했는데....흑흑...”
민에게 기대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주머니의 어깨를 쓰다듬어주며
민은 그때 느꼈던 것처럼 강한 여자의 내음이 다시 밀려드는 느낌에 당혹스러워했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새 그걸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걸 알고는 더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