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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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각자의 사연
엄마의 표현에 의하면 씨 도둑질은 못한다고 했다.
어찌된 게 내 어릴 때와 그렇게나 똑같은지 제 엄마의 가슴에서 조금이라도 떼어내는 기미만 보였다면
자지러지듯이 넘어가는 통에 나는 1년 넘어 동안 연주의 가슴을 가뭄에 콩 나듯 만져볼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께 새삼 죄송스러움을 느끼며 산후 조리에 필요한 어느 정도 기간이야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한없이 길어지는 때아닌 홀아비 신세에 조금씩 신경이 날카로워져 갔다.
물론 나는 섹스 자체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아름과 영아가 있었고 심심찮게 처형의 탐구가 이어졌기에 내 거기에 곰팡이가 핀다던가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당연히 내 여자였던 연주가 나에게 반기를 들고 나 이외에 딴 남자(?)에게 우선 순위를 줌으로
두 번째로 밀려버린 데에 대한 박탈감과 더불어 소유욕에 불이 붙었고
분명 똑같이 반반씩 받아가서 만들어진 녀석임에도 제 어미와의 단단한 유대감으로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 엄두를 못 내게 만드는 분위기에 소외감과 배신감이 컸다.
본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내게 엄마는 넌 더했다고 하시며
내가 여섯 살 때까지 내가 잠들었을 때 빼곤 아버지가 엄마 근처에 얼씬할 엄두를 못 내었고
그것도 내가 잠귀가 워낙 밝아 조심하다 보니 나중엔 지쳐 시들해지고 말았었다는 말에 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중학교 때까지 엄마 옆에서 자며 좋아라고 가슴을 만져댔으니
우리 부모는 나 때문에 30대 중반에 이미 섹스리스 부부가 되고 만 것이었다.
나는 그 생각을 하자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걸 알고 장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의 진심 어린 걱정에 놀라기도 하고 좀 어이없어 하기도 하시면서도
여자의 행복은 뭐니뭐니해도 남편의 사랑에 달렸다는 나의 강력한 주장에 동의하신 장모는
매일 낮에 오셔서 연주대신 분유를 먹이기도 하고 어르며 놀아주기도 해
가급적 낮에 재우지 않고 밤에만 잘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나가기 시작했다.
다행이 조치가 빨랐던지 장모의 실력이 좋은 건지 그도 아니면 녀석은 나만큼은 끈기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차 잠들고 난 후 혼자 재워도 깨지 않고 잘만 잤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이번에는 연주가 밤에는 늘 피곤해하며 섹스를 힘들어했고
우리도 연인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씩 친구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무덤덤해져 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기남과 영아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마시는 술이었다.
영아와 그렇게 되고 난 후 가게로 발길이 뜸해지게 되더니
영아에게 기남이 알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도 한 번도 가지 않게 되었다.
기남에게서 회사로 전화가 와서 가게로 오라는 말에 오니
기남이 일찌감치 가게를 닫고는 셋이서 제대로 한 번 마시자며 앞장설 때 나는 마음이 뜨끔했지만
영아가 안심하라는 듯 내 손을 꼭 잡아도 기남은 담담하게 보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려
영아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어 안심이 되기도 했다.
기남은 그렇게 강하지도 않은 술을 평상시와 달리 말없이 빠르게 들이키더니
갑자기 나에게 자신의 빈 잔을 내밀고 술을 따라 주고는 말했다.
“ 야~..민아....네가 영아 설득 좀 해봐라....제기랄....
너 밖에 없을 것 같다..........먼저 갈게.....”
“ 야...기남아...임마...어딜 가?”
“ 민...가게 둬....나랑 둘이 마셔....”
“ 기남이 이야기는 뭐야? 널 설득하라니....”
“ 좀 있다....내가 다 이야기 해줄 테니...조금만 참아줄래?”
“ 그래.....”
기남이 가고 나자 옆자리로 옮겨서 마시던 영아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모습이 지치고 힘들어 보여 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난 조용히 어깨만 빌려주는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뭔가를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한데 말을 꺼내지 않고 마지막으로 포장마차를 나섰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시간은 12시가 넘어 있었다.
전 같으면 같이 집으로 가서 따뜻한 물에 씻고서 사랑을 나눌 텐데 지금은 그럴 수는 없었고
또한 이 시간 모텔로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보슬비였지만 어느새 머리에는 빗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했고 등도 축축해져 오고 있을 때
영아가 어린 계집아이처럼 깔깔 웃으며 내 손을 잡고 빗 속을 뛰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돌아 뛰던 영아가 나를 끌고 조용한 빌라의 현관 옆으로 데려가더니
키스를 해오며 자신의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는 내 손을 끌어 가져다 대었다.
이미 끈적한 액체로 미끈거리는 영아의 보지가 만져지며 뜨겁게 손가락을 감아왔다.
영아는 내 손에 음부를 비비며 내 바지를 열고 자지를 밖으로 꺼내 손으로 흔들며 비음을 토해내다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현관 유리에 손을 짚고서 엉덩이를 내밀고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나를 돌아 보았다.
엉덩이 사이로 한쪽으로 젖혀진 작은 팬티가 보이고 빨갛게 벌어져 실룩대며 빗 속에 김을 토해내는 보지가 보였다.
나는 영아의 엉덩이로 다가가 찔러 넣고는 쫄깃거리는 보지맛을 보면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리문 안으로 경비실은 불이 켜져 있었지만 자는 건지 아니면 순찰 중인지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점점 살 부딪치는 소리가 커지고 영아가 유리문에 얼굴을 갖다 대고 뜨겁고 뽀얀 입김을 내뿜을 때
문득 현관문 위에 붙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감시카메라를 발견했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경비실 안에서 누군가가 지켜 보고 있기를 바라면서 점점 기괴한 욕구가 강해지는 걸 알았다.
영아의 귀에 작게 이야기를 하자 영아가 유리문에 손을 짚은 채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보더니
급격하게 보지를 조여오며 상승하기 시작해 교성이 조용한 빌라마당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1층 현관 옆의 집 거실 창에 불이 켜지더니 언뜻 사람 그림자가 비치며 커튼이 흔들린
잠시 후 현관 안의 그 집 문이 철컥하고서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영아에게서 자지를 빼고는 영아의 손목을 잡고 한 손은 자지를 가린 채
비가 오는 깊은 밤의 골목길을 미친 듯이 달렸다.
몇 번인가 골목길을 돌자 숨이 차서 우린 멈췄고 그 사이 축 늘어져버린 내 자지를 보며 같이 낄낄대고 웃었다.
나를 벽에 기대게 하고 영아가 쭈그려 앉아 빨기 시작하자 다시 단단해졌고
영아의 머리가 빨라지면서 좁은 영아의 목구멍이 귀두를 조여올 때
나는 저쪽 골목 입구에서 번쩍이며 돌아가는 경찰차의 불빛을 보았지만 쏟아지는 정액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천천히 골목길을 오는 경찰차의 무전기 소리가 들려올 때쯤 영아와 나는 또다시 손을 잡고 골목길을 뛰었다.
겨우 숨을 돌릴 때 여전히 밖으로 나와 늘어져 있는 내 자지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영아도 보더니 웃으며 다시 깨끗하게 빨아주고는 팬티 안으로 넣어 주었다.
영아가 가게로 가자며 나섰고 우리는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와 젖은 옷을 벗고
벌거벗은 채 꼭 껴안고 담요를 같이 둘둘 말아 감고는 쇼파에 앉았다.
언젠가 그 쇼파에 연주를 그렇게 앞에 두고 안은 채 담요를 둘둘 말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물론 그때는 둘 다 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결국 옷을 다 벗고 바 위에서 관계를 가졌었다.
그러자 성기가 다시 일어나 영아의 벌거벗은 엉덩이를 찔렀고
영아는 엉덩이를 살짝 들어 구멍에다 맞추고는 다시 내려 앉았다.
따스한 영아의 속이 자지를 감싸오며 오물거렸다.
“ 흐응~..민...나 할 얘기가 있어...
지금 아니면 할 시간이 없을 거야....
나 일본 가...공부하러......”
“ ..........언제?..얼마나?...”
제기랄 기남이 했던 말이 그 말이었던가?
일본이라니 나는 영아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 가는 건 생각해 봤어도 외국으로 간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 다음주에 출국이야...모레 대구 본가로 내려갔다가 대구공항에서 서울로 와서 바로 갈 거야...”
“ 영아야?...너 나한테 미리 말도 안하고.....”
“ 아흑~민...미리 이야기했으면 넌 난 붙들었을 지도 모르겠지...
아닐 수도 있고...그게 두려웠어.....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 놓고 이야기한 거야...
최소한 네가 날 붙잡지 않아서 가는 게 아니잖아? 못 잡아서이지......”
영아는 엉덩이를 흔들며 들었다 놓으며 교성을 내었다.
“ 영아야...난...널 보낼 준비가 안되어 있어.....흑.....”
나는 영아의 벌거벗은 등에 눈물을 흘려내며 목이 메어 겨우 말을 했다.
몇 년 이던가? 늘 내 곁에서 날 따뜻하게 지켜주며 홀로 가슴앓이만 하던 영아....
연인이라고 해 놓고 잠시만의 웃음을 찾아 주고는 또다시 실망만 주었던 내가
영아를 붙들 자격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 나가
혼자서 그 외로운 생활을 하겠다니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 그래서..그래서....얼마나 있겠다는 거야?
1년...아니면 2년?....”
“ 몰라...사실 뭘 공부할 건 지 정하지도 않았어....
그러니 언제 돌아올지도 몰라..어쩌면 안 돌아올지도....
집에서는 그런 줄 몰라...그냥 2년 과정으로 가는 줄만 알아.....”
“ 영아야..그러면 너...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 맞아...난...도망가는 거야..민 너한테서......
아니...살기 위해 가는 거야.....나...이대로 가면 죽을 거 같아...
가슴이 아파서 죽든지...미쳐서 죽든지.....
나도 살고 싶어....웃으며....널 사랑하며 살고 싶다구...흑..흑.....”
“ 영아야..미안..정말...미안.....흑흑....”
영아와 나는 벌거벗고 서로의 성기를 연결한 채 울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이별이란 건 정말 묘한 것이다.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점점 고통이 커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가장 오래된 인연이 떠나는 것이라 그런 걸까?
이전까지는 연인을 보내는 아픔과 슬픔이라면 영아와의 별리는 친 혈육을 떠나 보내는 듯한 아픔을 주고 있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언제나 손위 누이처럼 나를 감싸고 지키려 하던 영아....
연약한 어깨를 가지고 슬픔을 혼자 삭이며 힘들어 하던 영아를
결국 내가 자기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 이 땅에서조차 살지 못하고 떠나게 만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영아를 보낼 수 없다며 집으로 가지 않고 밤을 같이 보내길 원했지만
영아는 자기가 가고 나면 남아야 할 내가 힘들어질 뿐이라며
한 번의 사랑을 나눈 후 오히려 흔들리는 나를 집 골목어귀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갔다.
영아가 돌아서 사라진 후 그제서야 영아를 쫓아 달렸지만 텅 빈 도로 가엔 아무도 없었다.
한참을 어둠 속을 멍하니 보다 조금씩 영아의 부재가 실감나며 어깨가 와들와들 떨려왔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조용히 욕실로 가서 샤워기에 물을 틀고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소리 없이 오열했다.
다음 날 나는 퇴근하자마자 가게로 달려갔지만 기남 혼자서 쓸쓸하게 바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 기남아..영아는?”
“ 갔어.....너 보고는 일부러 내일 간다고 했다 더라....붙잡을 거 같아서....”
“ 기남아..너 영아 대구 집 알지? 나랑 좀 같이 가자..응?”
“ 가서 어쩔려구....결국 너도 영아 마음 못 바꾸었다며?”
“ 아니야..영아 그 자식...애당초 기회도 안 줬어.....
가서 강제로라도 못 가게 할거야...이대로 보내선 안돼..”
“ ..그러면? 붙들고 난 다음 영원히 안 보낼 자신 있냐?”
“ ...........하지만...이대로는.....”
“ 됐어...그만 해.....영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르겠지만...
영아를 아끼는 마음은 내가 너보다 훨씬 클 거다....
그 만큼 잘 알고.....그냥 보내줘라.......”
“ ...흑..흑....”
내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울음을 그치자 기남이 영아가 준거라며 편지를 주었다.
‘ 민......
미안해. 이렇게 아니면 못 떠나올 것 같았어.
또 다시 후회할 일을 만들진 말아야지....
늘 건강해야 해.....
나중에 내가 돌아와서도 여전히 널 사랑한다면 그땐 정말 도전해 볼 거야...
네 옆에 그 누가 있더라도.....또 우리 나이가 얼마가 되었더라도...
한 가지 망설이다 이야기를 하고 가야 할 것 같았어....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어쩌면 내가 미련이 남아
널 조종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 남겨.....
연주씨를 잘 살펴봐.....
확실한 건 아닌데....
얼마 전 태식씨와 잠자리를 한 적이 있어....
용서해 달라고는 안 할게....
대신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게...
그냥 우연히 술자리가 되어서 술을 마시다가 그렇게 되었어...
나도 욕구가 있는 여자야..그리고 그 욕구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있었고...
민이 그건 이해하리라 믿고 이야기 하는 거야.
하여간 태식씨가 잠자리에서 언뜻 연주씨 이야기를 자랑 삼아 비치는데
민한테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나 봐.
자기 마누라가 다른 남자 밑에 깔리는 줄도 모르고 잘난 척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어.
그래서 확실치 않다고 한 거야....
믿든지 말든지...또 사실이라면 민이 어떻게 할지....모두 민의 몫이야...
이제 알겠지? 내가 민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했으면 욕심이 생겼을 거란 말....
그냥..민이 알고 있어야 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이라면 연주씨가 밉기도 하고......
잘 지내..다시 볼 때까지.....
사랑하는 영아가’
편지를 읽으며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장은 마음의 공허가 너무 커서인지 사실확인에 대한 욕구도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그냥 주머니에 접어 넣고는 기남에게 힘없이 인사하고 돌아서 왔다.
영아는 이미 전화도 없애버렸는지 없는 번호로 나왔다.
나는 일주일 동안을 멍하니 주변에서 누가 물어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지내다가 영아가 공항에서 한 전화를 받았다.
“ 민...나야...”
“ 영아야..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빨리 말해 봐..너 이렇게 가면 안돼...”
“ 미안..나 지금 티켓팅 끝났어..이제 들어가야 해.....사랑해..민....흑흑....잘 있어...딸깍~뚜~”
그렇게 정말 영아가 가버린걸 알자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에 따스함을 느꼈던지 비로소 알았다.
가슴에 큰 구멍이 나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지나가는 것처럼
나는 추워서 벌벌 떨며 몸을 움츠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끙끙 앓기 시작했다.
연주는 작은 방에서 애를 안고 자다가 다음 날 아침에야 못 일어나는 나를 발견하고
약을 사오고 물수건을 준비한다며 난리였다.
문득 선애가 시집간 날 그리고 연주가 사라지고 난 뒤 무리하다 쓰러졌을 때
항상 내 곁에 영아가 있었고 나를 위로하고 간호하며 얼마나 헌신적이었던 지가 기억나면서
영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저려 아파오고
갑자기 연주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가 끓어 올라 몸을 억지로 일으켜 씻고는 나섰다.
출근길에 약국에서 산 약을 먹고 오후가 되니 조금 나아졌다.
나는 조금은 맑아진 정신으로 차근차근 생각을 했다.
일단 사실 확인을 해야 했다.
물론 제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흥신소를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남에게 그런 치부를 보이기 싫었고
나중에도 문제의 소지가 될 확률이 높아 배제하고 나니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둘 뿐이었다.
아름과 처형...남은 두 사람의 내 여자....그녀들 이었다.
하지만 아름을 끌어드릴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나 추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싫었고
십중팔구 아름은 내가 느낄 아픔에 흥분해 무슨 일을 벌릴지 몰랐다.
거기에 비하면 처형은 어찌되었던 혈연이라서 여자로서 화를 낼지는 몰라도
나를 위해 연주를 등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일을 키우지 않고 냉철하게 매듭짓기에는 적격이었다.
나는 일단 내 몸을 추스리며 영아에 대한 슬픔을 묻어 두려 애썼다.
지금은 그 슬픔으로 쓰러져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할 것이었다.
처형에게 연락해 밖에서 만나 솔직히 털어 놓았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 내 이야기를 들으며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혹시 사실이라도 과거의 일로 인한 협박이라던가
그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겠냐고 슬며시 변명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사실은 연주가 고백해 내가 알고 있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게 이제 와서 협박의 빌미가 된다는 건 어폐가 있었다.
하여간 일단 처형이 연주의 최근 동향에 대해 먼저 알아낸 후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나에게 이야기해 의논한 후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처형의 은근한 눈빛이 나를 유혹했지만 영아를 보낸 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심신의 상태와
연주를 빼닮은 그 모습이 오히려 반감으로 작용해 별로 내키지 않아 몸살을 핑계로 피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깨어 옆자리가 비어 찾아보면 작은 방에서 아들을 안고 자는 연주에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며 나도 어느 정도 자포자기 했었는데 화가 났다.
나는 연주에게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남자이기를 원했기에
그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모든 걸 극복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자식이라는 변수에 밀려서 인정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배신을 한 것이다.
며칠간을 곰곰이 살펴보았지만 나로서는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기남에게 부탁해 이유는 묻지 말고 태식이 가게에 오면 하는 말들을 잘 듣다가
나에게 해줄 말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해 기남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2주일이 지나도 처형에게도 기남에게도 연락이 없어 나는 영아가 잘못 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처형에게서 연락이 와서 퇴근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 제부..연락이 늦었죠? 나름대로 좀 확인할 게 있어서요...”
“ 아니 괜찮아요...고생하셨어요....확인할 거라니요?”
“ 음..처음엔 전혀 감이 안 잡히다...우연히 엄마 이야길 듣고 알았어요....
왜....제부가 주말에 일이 있거나 늦는 날은 연주가 친정으로 오잖아요?
근대 요 두어 달 동안 그때는 꼭 누군가에게 전화가 와서 나갔다 왔다고 해요..
뭐..그냥 몇 시간 정도 애를 재워 두고 갔다 오는 거라서 신경 쓰지 않았다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친정 올 때 맞춰 전화가 걸려온다니....”
“ 좀 이상하군요? 하지만 요 두어 달 그래 봐야 서너 번일 텐데 그걸로 의심하긴..좀....”
“ 그래서 이번 주 주말에 출근한다고 미리 말하고 확인해보자는 이야기죠...”
“ 그렇군요...일단 그래 보죠....”
남자의 몸이란 건 정말 우스운 것 같았다.
비록 2주일 동안 한 번의 성관계도 없었다지만 똑 같은 육체인데도
연주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혐오감을 느끼던 육체가
지금은 같은 이유로 인해서 나를 자극해 터지기 일보직전이라니
자신이 우스우면서도 나는 짐승처럼 달려들어 차 뒷좌석에서 처형을 가졌다.
처형 역시 전과는 달리 과격하게 덤비는 나를 달래듯이 받아들이며 빠르게 흥분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야근 후 근처 온천으로 단합대회를 위해 바로 떠난다고 하자
애를 데리고 친정에서 주말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연주에게서 왔다.
장모가 주중 낮 시간에만 와서 애를 봐주기에 일견 타당한 이야기이긴 했다.
나는 퇴근 후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연주가 처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드디어 내일이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다.
이제는 모두 떠난 버린 지금 밝혀진다고 해도 바뀔 것이 있을까?
그렇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전의 경우는 바보같긴 했지만 불순한 남자들에 의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거라면
이번의 경우는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명백한 외도이고 의도적인 것이다.
일단은 사실확인이 필요했고 대응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였다.
그런 점 때문에 처형에게 도움을 청한 게 아니었던가?
그냥 증거를 잡아 그 자리에서 다 까발리고 모든걸 끝낼 작정이었다면 이런 복잡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나에겐 따뜻한 내 가족이 필요했고 연주는 여전히 유약해서 지켜줄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했으며
때때로 얄미울 때가 있긴 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는 엄마의 품이 아직은 세상의 전부였다.
나 또한 어릴 때 기억으로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빼앗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처형과 만나 처가 근처 큰 길 건너편에 차를 세워 놓고 지켜 보고 있었다.
처가에서 나오는 큰 길은 하나 뿐이라 어디로든 외출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기에 감시하기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오전부터 서둘렀기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는데
처형이 ‘어’하고 소리를 내어 눈을 뜨니 연주의 차가 나오고 있었다.
전에 새 언니에게 물려받아 운전연수를 하게 만들어 그 사단을 일으키게 했던 바로 그 차였다.
결혼 후 차를 두 대나 사용할 이유가 없어 처가에 놔두고 온 것이었다.
언제 저렇게 운전이 늘었는지 능숙한 솜씨로 차선을 바꾸어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미러로 비치지 않게 두 차선을 건너 뛰어 약간 뒤쪽에 쳐져 달렸다.
다행이 여자 특유의 느린 운전으로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안도를 하고 있는데
차가 깜박이를 켜며 길가로 붙더니 왠 젊은 남자를 태우고 다시 달렸다.
순간 기껏 저런데 쓰려고 그 사건을 만들며 운전연수를 했던가 하는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데 태식이 아니고 젊은 남자라니 내가 잘못 안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처형이 ‘아~’하는 감탄사를 내더니 표정이 묘해졌다.
“ 처형..왜 그래요?”
“ 아..네..저 남자..어디서 본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니....
집 근처..그러니까 친정 말이에요.....
스포츠센터의 수영강사일 거에요...제 기억이 맞다면....
저도 한 동안 배웠었거든요.....”
“ 근대..그 남자를 연주가?”
“ 왜 연주도 애 낳고 난 다음 한동안 살 뺀다고
친정에 들러 애를 엄마에게 맡기고 수영을 했었죠..
제부는 몰랐었나 보네요?”
“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전에 수영 어쩌고 했던 것 같긴 하네요...
저야 운동한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어서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그런데요?”
“ 제가 다닐 때도 저 남자 소문이 많았어요...
인기도 많았지만 대단한 바람둥이에 잠자리 기술이 뛰어나
한 번 자본 여자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둥 뭐..그런 시시껄렁한 얘기들....
하여간 늘 여자가 주변에 끊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에요...”
“ 자세히도 아시네요?”
“ 저도 여자니까요...당연히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죠...스캔들 말이죠...”
“ 하~그러면 일단 확인을 하고...증거 사진을 찍어 남자와 먼저 이야기해보고
안되면..연주와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혹시 무슨 협박 같은 거라도 받고 있을 지 모르니까....”
“ 그렇게 해요..제부....미안하네요...번번히......제 동생이지만...면목이 없어요....”
“ 제가 그럴 자격이나 있나요....아니에요....”
“ ......................”
무심결에 뱉은 마지막 말이 꽤나 아팠는지 처형은 말이 없어졌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손을 잡아 주고는 계속 앞차를 쫓았다.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던 차는 행주산성 쪽으로 빠지더니 식당으로 들어가 한참을 있다 나오더니
서로의 입가를 닦아주고는 가벼운 입맞춤을 한 후 다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예상은 했지만 단순히 아는 사이는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된 셈이다.
나는 들끓는 분노와는 별도로 차분한 마음으로 하나씩 사진을 찍어 나갔다.
일산 시내로 들어가 호수공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연인의 모습을 연출한 두 사람을 찍고
다시 자유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 두 사람을 뒤쫓아갔다.
어스름하게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통일 동산 안에 있는 자동차 극장이었다.
플레이보이 라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두 사람은 이곳이 처음이 아니던지...
구석자리로 차를 세우는 걸 보고 우리도 조금 떨어져서 차를 세웠다.
이미 라이트는 껐기에 밖으로 나오지 않는 다음에는 우리 차를 연주가 알아 보기는 힘들었다.
대형스크린에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어차피 관심이 없었고 관심이 갈만한 영화도 아니었다.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의 불빛에 비친 모습으로도 언뜻 연주 차의 두 사람은 키스를 하고 있는 듯했다.
사진기의 플래쉬를 터뜨릴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나는 차에서 내려 조심조심 다가가
먼저 연주차의 번호판을 찍고 그 다음 스크린을 배경으로 차를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는 어두운 그림자만 보였지만 두 사람의 얼굴과 몸이 엉키는 걸 찍은 다음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차 뒷문으로 다가가며 내가 숨어야 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뒤 창문과 사이드 미러를 통해 들여다 본 차 안의 광경은 아주 적나라했다.
어두워서 잘 나올지 의심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찍기 시작했다.
풀어헤쳐져 완전히 밖으로 드러난 채 남자의 손에 마구 이지러지고 있는 뽀얀 연주의 젖가슴,
아마 애액을 흥건하게 흘려내고 있을 것에 틀림이 없을 손가락이 들어가 있는 보지...
그리고 작고 가느다란 손으로 자지를 움켜쥐고 흔들고 있는 연주의 손.....
두 사람은 성기의 결합을 제외한 모든 걸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키스를 하고 애무를 하느라 눈을 뜰 시간도 그리고 정신도 없어서
내가 플래쉬를 터뜨려도 모르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순간적으로 사로 잡힐 정도였다.
남자에게 가랑이를 벌려 주고 빨리며 크게 비명을 지르던 연주가
남자의 하체로 고개를 숙여 자지를 무는 걸 찍고서는 나는 돌아섰다.
나는 여기에서 더 찍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극장을 빠져 나와
자판기에 커피를 뽑아와 차 안에서 처형과 둘이서 마시고 있었다.
그 때 연주의 차가 옆을 지나가는 걸 보고 급히 시동을 걸려는 순간
그 차가 바로 앞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나오더니 내가 커피를 뽑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다정하게 껴 안고서 모텔 정문으로 들어섰다.
나는 드디어 두 사람의 불륜에 대한 확실한 증거 사진을 넣고는 차를 돌려 서울로 돌아왔다.
연주가 돌아온 것은 11시가 넘어서였고 방문을 열고 자는 척하는 나를 몇 번 작게 불러보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연주가 벗어 놓은 옷들 속에서 팬티를 들어 보고 별 이상이 없어 고개를 갸웃하다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에 백을 열어보니
언젠가처럼 바닥 깊숙한 곳에서 완전히 젖어 버린 팬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직 뜯지도 않은 새 팬티도 한 장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침대로 돌아와 자는 척을 하고 있었고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우리 방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작은 방으로 바로 가는 연주의 발걸음이 들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한숨이 흘러 나왔다.
나는 처형에게 부탁해 그 남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 봐 달라고 해서 연락을 했다.
내가 연주의 이야기를 꺼내자 의외로 순순히 약속에 응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학원생이라는 그는 아르바이트로 수영강사를 했었으며 지금은 그만두었다고 했다.
다행이 내가 걱정한 것처럼 질 나쁜 인간은 아니었고 단순한 바람둥이였다.
내가 연주의 남편임을 말하고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자 파랗게 질려 용서를 빌며
자신이 절대로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님을 항변했다.
처음 연주가 나왔을 때 은근히 마음에 들어 접근했다가 워낙 틈을 안보여 포기했는데
두어 달 전 이미 거의 잊고 연주를 우연히 만나자 연주가 오히려 아는 채를 해
같이 식사를 하고 노래방을 가 가벼운 텃치를 하다 애무를 하게 되어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리고 연주가 친정에 올 때면 미리 알려줘 데이트를 하며 패팅을 즐기다
며칠 전 통일동산에 놀러 갔을 때 처음으로 같이 잠을 잔 거라고 했다.
그 날도 그런 계획이 애초에 있지도 않았는데 차 안에서 애무가 과하다 보니
서로 흥분해 삽입을 했고 좁고 불편한데다 다른 차들이 신경이 쓰여 결국 모텔로 갔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말리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내버려둔 게 후회됐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 대학원생은 나에게 각서와 녹음으로 다시는 연주 근처에 얼씬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그렇게 그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연주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확실히 전의 일과는 다른 문제였다.
전처럼 우연한 사고라면 내가 모른 척 넘어가 줌으로 무마되겠지만
이번처럼 연주가 먼저 나서서 남자를 유혹했다면 문제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다음에는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연주의 입을 통해 원인을 들어야 하는데
과연 다 털어 놓았을 때 과거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었다.
솔직히 연주를 보내기도 싫었고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싫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선애와 영아였다.
그 둘을 떠나 보내는 뼈아픈 희생까지 치르며 이룬 연주와의 가정이었다.
그걸 깨기에는 그 둘에게 면목이 없었고 그리고 나 또한 너무나 억울했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심을 하고 아이를 처형에게 잠시 부탁을 하고는 둘이 조용히 거실에서 마주 했다.
나는 가타부타 말없이 사진을 내보였다.
연주는 내가 아이를 처형에게 부탁해 데리고 나갈 때부터 말없이 지켜보더니
사진을 탁자 위에 놓자 힐끗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더니 입을 열었다.
“ 알았군요....아니 어쩌면 저는 들키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이왕 알아챌 거면 조금만 더 빨리 알아채지.....왜 그렇게......흑....”
연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원망 섞인 말이 나왔다.
바람 피운 여자가 남편이 바람 피기 전에 막아주지 못한 걸 비난할 권리라도 새로 생긴 걸까?
조금은 어이가 없어 화가 나면서도 침착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분명 연주가 그런 말을 했을 때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 전에는 그렇게 숨기고 싶어해도 단숨에 알더니...
확실히 이젠 저에 대한 관심이 줄었군요.....”
“ 하~..왠만해선 이런 얘기는 싫었는데...지 자식 질투하는 못난 놈이란 소리 들을까 봐...
당신 애 놓고 난 뒤 날 어떻게 대했는지 벌써 잊었어?
남자가 아니라 그냥 남편이자 애 아빠로만 대하지 않았나?
거기다 잠을 잘 때는 대부분 아이와 잠을 잔 거로 기억하는데......
기껏 어렵게 애 잠버릇을 고쳤더니...다시 애를 데리고 자더군....
그런데도 지금...나한테 관심 이야기를 하는 거야?..”
“ 그건 미안해요....정말.....애를 처음에 놓고는 정신도 없고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미처 생각도 못했었어요...하지만 나중에 엄마에게 이야기 듣고서 번쩍 정신이 들었죠...
이미 그때는 늦었지만.....
하지만 당신은 제가 다시 아이를 데리고 잔 게 언제부터인지....모르죠.?...”
갑자기 연주가 일어서더니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들고 오더니 내려 놓았다.
어떻게 찾았을까? 그것은 내가 깊숙이 넣어두고는 의식적으로 잊어버린 척하고 있던 선애의 사진이었다.
큰 액자에 들어 있는 두 사람의 동화 같은 사진과 선애의 아름다운 웨딩드레스 차림의 사진...
그리고 적나라한 선애의 자위 사진까지...
나는 연주의 마음을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 화가 났다.
결혼 전의 일이었고 그렇다면 나에게 물어보던지 따지면 될 것을
왜 이런 식으로 일을 벌여 꼭 불필요한 상처를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갔다.
“ 전..참을 수가 없었어요...
차라리 선애씨의 그 적나라한 사진은 이해하겠어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진도...
하지만 웨딩드레스 사진 뒤에 적힌 영원한 연인이라는 말은 견딜 수가 없었어요...
언제부터 다시 만난 거죠?”
“ 연주.....왜....일을 이렇게 만들어......
내가 당신을 이런 식으로 의심하고 추측만으로 몰아 붙인 적이 있었나?
선애는 결혼 후 딱 한 번 만났지....우리 결혼식 때 왔었어...
당신은...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모를 거야....
왜..한 번만이라도 내게 직접 물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지?
당신은 이미 나를 믿지 않고 의심하고 있었어...아니 확신하고 있었어...묻기도 전에....
그게 내가 지금껏 당신을 신뢰하고 믿었던 것에 대한 대답이야?”
“ 저..그건....저는...흑흑......너무 무서워서....
당신에게 묻기가..겁이 나서....흑흑....모든 게 사실이라고 할까 봐....흑흑....
저는 그냥..당신에게 화가 나고...흑흑..그래서 애를 데리고 따로 자는데도...모르고...
그래서..그래서....흑흑...당신이 꼭 알아챌 거라고....날 말려줄 거라고...믿었는데...흑흑...
막상..겁이 나는데도....흑흑...멈출 수가 없어서....미안해요..용서해 주세요....엉..엉..엉”
나는 대성통곡을 하는 연주를 안아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점에 끌려 선택한 사람인데 누구 탓을 하겠는가?
내가 짊어진 업보라는 생각과 더불어 꼭 돌아오겠다고 말하던 선애와
왠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연주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 숨겼다며
미안해 하던 영아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특히 지금 저 일본의 어느 하늘 아래 홀로 외로이 있을 영아가 유독 보고팠다.
연주와 태식의 관계는 과거 한 번의 실수 이후로는 없는 걸로 판명이 났다.
아마 태식 특유의 자기 과시를 위한 허풍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던 영아와 관계를 가졌으니 나를 의식했던 모양이었다.
결국 영아의 오해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문제가 해결되고 연주와의 심리적인 갈등을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풀어 서로간에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