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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존재의 만남 1부 (부제:은밀한 삶에 대한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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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341 회 작성일 24-02-04 02: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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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밀한 삶에 대한 회상   1 부..

 


“ 승우야~~, 아부지 잘 모셔야써.


 


 알겠구만유~ ..찬찬히 살펴가며 안녕히 가세유.”


 


  아직은 초봄이라 여전히 쌀쌀한 날씨인데도 얇은 셔츠 하나만을 걸친 운전사는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했다.


 


열세넷처럼 보이는 사내아이는 양손에 약봉지을 들고 있는 소년은 살짝 고개만 숙여 답례를 했다.


 


아비의 약을 구하기 위해서 읍내에 나가서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 간신히  얻어 탄 트럭이었다.


버스는 하루에 두어  번, 그것도 언제 올지 정해진 시각도 없는 산골 마을로 승우를 데려다준


사람은 아버지의 친구분이셨다.


 


트럭이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신작로 위에는 매캐한 연기만이 남았고, 간간이 부는 바람이


길 위의 먼지들을 조그씩 흐트러놓고 있었다. 먼지들이 걷히며 봄날 산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산에서는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워 봄 산을 독차지 했다. 들이나 길가의 구릉지의 양지녘엔


양지꽃이 노란 모습을 드러냈고, 시냇가엔 동의나물이 노랗고 예쁜 꽃망울을 터뜨렸다.


 


승우에게는 이처럼 동화속의 풍경은 먼나라의 애기와 같았다. 엄마라는 사람은 자기가 7살때


이웃동네 제비족 같은 넘과 눈이 맞아 도망갔다. 몸도 성치 않은 지아비와 아직 세상 물정 모


르는 어린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혹독한 현실은 승우에게 자신의 나이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차디찬 방안에 누워있는 아비의 모습은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덮어오고 있었고, 추운 한겨울


에는 땔감을 찾기 위해 어린손에 수없는 생채기까지 나면서 온 산을 돌아다녔다.


 


그나마 구한 땔감도 새벽이면 떨어져 승우와 아비는 서로 부둥켜 안으며 새로운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그 생각하기도 싫은 겨울을 벌써 6차례나 껵였다.


 


암튼 봄은 겨울보다는 승우에게 그나마 나은 계절이거만은 분명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냇가에는 갯버들이 형형색색의  꽃술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 주위로


동네아낙네들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겨울내 얼어있던 개울가에 옹기종기 앉아 겨울내 모아두었던


빨래들을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동안 풀지 못했던 애기보따리를 한꺼번에 다 풀 듯 수다에 여념


없었다. 옆에 그릇들이 있으면 모두 다 깨져버렸을 것이다.


 


그나저나 며칠전 친정인 음성에 갔다가..도망간 준후엄마를 봤당께~~


 


그 사람 애기는 하덜 말어~~ 지 새끼 낳두고 기생오래비 같은 넘하고 눈 맞아서 밤이슬 맞고


 도망간 사람을……”


 


그렇게라~~ 그 어린 것을 혼자 놔두고.쯧쯧먼 넘의 동네가 벌써 몇번째여라.


 


:시번째여.승우네준호네.상원이네아무리 지서방들 자리보전하고 있더라도그라문 안 됐재…”


 


동네 아낙들은 이제까지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을 안주로 삼아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안녕들 하신게라~~


 


승우왔냐? 읍내가서 아부지는 약 사와는 가비여~~ 아부지는 좀 괜찮으시고


 


~~


 


(쯧쯧.짠하기도 하지. 승우 아부지도 얼마 못 산다며~~)


 


(아마많이 살아봤자한두달 산다고 하지. 저 어린 것을 놔두고 승우 아비도 눈을 편히 못 감을꺼~~)


 


승우가 들리지 않게, 두 아낙네가 귓속말을 하며 서로 안타까운 듯이 쳐다고 있었다.


 


승우는 손에 냇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먼 산과 들을 응시했다. 찬바람을 이겨낸 보리가 들녁가득


푸르렀고, 그 보리밭에서는 동네아저씨들이 보리밟기가 한창이었다. 들판 곳곳에 온 식구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마치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어가며 발에다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럼.욕들 보셔요?


 


그랴.김치 떨어졌으면 울 집으로 와라…”


 


아직 조금 나와 있어라~~ 그럼…”


 


승우는 다시 발길을 돌려 집이 있는 방향으로 갔다. 이제 들판 위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리라.


 


그럼 그나마 동네 헛드레 일을 도와서 얻은 돈으로 아비에게 좀 더 좋은 약을 사들리 수 있는 것


같았다. 온갖 동네일들을 하다보니 승우의 몸은 자기 또래의 애들보다는 더 크고 단단하게 생겼다.


 


물론 아비도 몸이 아프기 전에는 동네에서 열리는 씨름대회에 나가면 거의 1,2등을 따논 당상이


었다. 그런 아비을 닮은 탓도 있었다.


 


승우네 마을은 밋밋한 야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었다. 스무 가호 남짓 되었고, 기와집이 한두채


섞여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윤기가 돌지 않고 어설퍼 보였다. 집들도 모두 올망졸망 붙어있


었서였을까? 서로 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승우 오냐?


 


~~


 


막 집안으로 들어서렸던 승우가 옆집 순덕이 엄마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보았다. 두손에 빨래를


하고 방금 돌와왔는지 옷들이 바구니에 놓여있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순덕이네는 땅이라도 조금 있었서인지 한 겨울내에 먹을 보리쌀등을 주며,


승우네를 돌봐주는 고마운 아낙네였다. 그러나 얻은 식량으로는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것은


고사하고, 아침저녁 두끼만 챙겨먹워도 운이 좋은 날이었다.


 


저기……우리 순덕이 아부지가 없었서 그런디..거름더미 좀 치워주면 안 되겄냐..냄시가 고약


해갔고이만 저만 아니여야.


 


.


 


앞마당에는 커다란 거름더미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땔감으로 쓰는 나뭇더미가 높다랗


게 쌓여 있었다.  또 한쪽에는 철사 그물로 만든 닭장이 놓여 있었고, 그 지붕위에는 돌, 나무판


자 등이 잔뜩 올라앉아 있었다.


 


.


  마당을 가로질러 대나무에 걸친 빨랫줄에는 하얀 저고리며 무명에  검은 물을 들인 치마,


나이론 양말과 그리고 집안 애도 없는데 귀저기보다 작은 면빨래도 있었다.


 


승우는 옆에 있는 지게와 삼지창처럼 생긴 꼬쨍이를 들고 거름를 지게에 옮기기 시작했다. 순덕이 엄마


는 아직 남은 빨래를 널기 위해서 허리를 굽히며 옷을 몇번 털다가 빨래줄에 널었다.


 


검은 무명치마의 둘러쌓고 있는 엉덩이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연신 허리를 굽혀대자, 그에 따라 엉덩


이도 위아래로 흔드는 모습이 조금은 우습게 보였다.


 


승우 또한 이제 사춘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조금씩 성에 눈을 떠가기 시작했다. 물론 각박한 산촌


생활이라 별다른 유흥거리도 없었고, 동네 형들의 야한 애기에 귓동냥이 승우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지식이었다.


 


순덕이 엄마 또한 자기를 쳐다보는 승우의 시선을 느껴지만, 짐짓 모른채 하며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보다는 머리 하나만큼 큰 사내아이가 그리 싫치는 않았다.


수년간 사내아이를 옆에서 지켜봐서인지, 어떨 때는 자기 자식같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점점 사물을 변해가게 만들기 시작했고, 평소떄와는 다른 시선(?)을 느끼자


야릇한 감정이 몰려왔다. 남편과의 잠자리가 신통하지 않은 요즘 더욱 더 이런 감정이 더 올라왔다.


마흔살이 넘어서자, 없었던 성욕마저 생겼다. 그런 날이면 마당에 심어놓은 가지를 가지고 끓어오르는


성욕을 달래기도 했지만, 그건 일시적인 방편일뿐이었다.


 


아부지는 좀 괜찮은겨?


 


~ 그만 그만 하네유~


 


곧 보리고개딘 양식은 어뗘~?


 


그게……..


 


괜찮여?. 말해봐?


 


떨어진게며칠지나구만유~


 


아이고일을 어쩌댜엔간히배가 고파 구푸 거구먼일단 밥부터 묵어야 쓰거다~


 


괜찮아유~


 


승우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목구멍에 포도청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에 아비의 약값 또한 마을이장댁


에서 꾼 돈으로 어렵사리 구했다. 물론 이번 가을까지 이장네 헛드레일을 돋맡아서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끝나면 전개로 와라.찬밥 한덩어리 남아 있을 겨?


 


고맙구만유~


 


거름더미를 깊이 꼬챙이를 집어넣어서 들어오리는 순간 단 한벌밖에 없는 면포바지의 가랑이


찍소리를 내며 찢어지고 말았다. 집에 실도 다떨어져 없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워메~ 벌써 끝내는 거비여~ 어여 이리와서 한 술 떠라~


 


승우는 엉금엉금 걸으며 밥이 있는 마루쪽으로 다가갔다. 찢어진 가랑이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느낌이 완연하다.


 


승우의 걸음새가 이상하게 쳐다보는 순덕이엄마는 승우의 바지가 찢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옷이 찢어져는 가비네~ 방으로 들어가서 꼬매야 쓰거다


 


괜찮구만유 안그래도 아주머니께 너무 신세를 많이졌는디염치가 없게…”


 


애늙은이처럼 말하네 그랴 아직은 추우니깐방에 들어와서 먹고 몸 좀 녹여~


 


순덕이 엄마가 소반 상을 방안에 들여놓고 승우도 방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닫았다.


 


바지 벗어라.얼른 꼬매게…”


 


순덕이 엄마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애기했다. 승우는 뒤로 돌아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내자, 중력


분이 써있는 밀가루 포대로 만든 빤스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대자 입고 있던 바지를 순덕이 엄마가 주자, 순덕이 엄마는 왠지 고개를 숙인채 바지를


건내 받았다.


 


그렇치 않아도 시장기가 몰려왔던 배속에 창자들은 온갖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비록 식어


딱딱히기까지한 보리밥이 였지만,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더한 진수성찬을 없었다.


 


천천히 먹어라글고 먹고 나서 보리쌀 좀 줄떠이니 뒤뜰로 오고…”


 


현수는 밥그릇에 보리알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냈다. 아마도 승우의 먹는 모습에


기가 막혔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배만 부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순덕이 엄마가


주는 분위기는 그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시선이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어느 동네 총각처럼 일을 거뜬히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청년과 같았다.


점점 사내아이에서 남자로 보여지는 승우의 모습이 순덕이 엄마는 괜시히 야시야시한 기분이


들었고, 그런 생각때문인지 승우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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