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REDLINE) 2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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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글이 재미없네요. ^^~~~
일단 쓴곳까지만 올려봅니다.
내일 노트북 A/S 받으러 가는데,
혹여나 몇일 맡끼라고 하면 이런 자료 있으면 곤란하잖아요.. ^^;;;;
흑기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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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웨딩촬영
다음 날 내가 눈 떴을 때는 아직 어둠이 짙게 남아있는 새벽이었다.
허전함에 고개를 돌리니 수정이 누나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장롱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뭐해..?”
“아… 깼니..?”
“왜 그러고 앉아 있어..?”
“그냥….”
수정이 누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후회하는 거야?”
“아냐.. 그런 거…”
“또 그 사람 생각한 거구나… 그만 잊어버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었는데…”
“알아.. 그래야 된다는 거..”
“알면 이리 와… 좀 더 자…”
난 내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냥 좀 더 이러고 있고 싶어…”
“…….”
“나 참 나쁜 여자야.. 내게 친언니처럼 잘해주는 여자의 남자를 가지기나 하고…”
“이젠 사귀는 사이 아냐..”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나 이제 언니 얼굴 어떻게 봐야 할지 겁나…”
“역시 후회하는 구나..”
“후회하는 거랑은 틀려…. 그냥 사람의 도리를 못한 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게 후회야…”
“후회는 아니야!!”
수정이 누나는 강하게 거부했다.
“왜 그래?”
“미안…”
“누나 어제 보다 더 민감해진 거 같네..”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누나가 말했듯, 난 어제 혜정선배를 가진 거 뿐이야. 누나는 그 남자를 가진 거고..”
“그럴까?”
“그래!!”
난 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나……..”
“뭐…? 다른 게 또 있어?”
“사실, 네게 한 번은 안기고 싶었어. 예전부터…”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여자도 가지고 싶은 남자가 있어.. 저 남자라면 하루밤 나를 맡기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남자가..”
“……..”
“그렇다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 남자들에게만 본능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 것쯤은 알아..”
“만약, 그때 석훈이가 아니라 너였다면… 어쩌면 나 그 사람 놓치지 않았을지 몰라.”
“무슨 그런 말이 있어?”
“사실이야. 아마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덜했을지 모르니까. 죄책감도 덜하고.. 아마 못이기는 척 그 남자를 따라 도망갔을 지도 몰라.”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입학식 장에서 너 처음 보았을 때, 사실 나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 숨쉬는 게 힘들다고 해야 하나.. 그 남자에게도, 짝사랑한 오빠에게도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가슴이 막히더라.”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자..”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수정이 누나의 고백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 고백은 나에게 하나의 족쇄 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엄마로 인해 혜정선배를 잃은 내가 다른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말이다.
“그냥 내 혼잣말이야.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부담 돼…”
“그럼 가져… 난 해야겠어.”
“이제 와서 무슨 심보야? 내가 강제로 누나를 가진 것도 아니잖아.”
나는 몸을 홱 돌려 누나에게 쏘아 붙였다.
“그렇게 화 낼 필요 없는데…”
새벽 빛을 받은 누나의 미소가 슬프게 내 눈에 들어왔다.
“진정해.. 너에게 무엇을 하라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너에게 바라지도 않고…”
“그럼 이야기 하지마.. 듣고 싶지 않아.”
“듣고서 잊어 버리는 것도 못해 주겠니?”
“나 관한 건 듣고 싶지 않아.”
“너에 대한 거 아냐…”
“그럼 아까 그 말은 뭐야?”
“누군가에게 가슴이 두근거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난 너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내가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람 뿐이야. 가슴이 아닌 영혼으로... 그 사람에 대한 내 사랑은 멜러물의 가슴 뛰는 사랑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애절함도 없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세상 모두가 내 것 같았어. 두려운 것도,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몰랐으니까.”
“생각만으로 그렇다면 계속 생각해…”
“그런 말…. 싫어. 그냥… 받아주지 못할 거면 오늘은 듣기만 해줄래?… 내 말이 아무리 틀려도…”
나는 그 말에 토를 달려다 삼켰다.
“고마워.. 그냥 들어줘. 그 사람처럼… 그 남자가 그랬어. 계속 듣기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너에 대해서도 말했었어. 너를 보면 성적으로 흥분이 된다고 말이야. 그래서 가끔은 네 이름을 부르며 그 남자와 섹스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 사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나 보다 더 나를 믿어주었거든. 어떨 땐 그 남자가 그러더라. 그렇게 내가 너를 원하면 기회를 만들어 보라고 말이야. 푸풋~~~”
누나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해 안되는 남자지?”
“상식적으로는….”
“그럴 거야. 상식적인 남자가 아니니까. 생각도, 마음도, 그리고 그것도 상식 밖이야..”
“그거?”
“섹스… 그 사람 조루거든, 물건도 작고… 토끼라고 하나? 그럼 남자를 말이야. 아무튼 그런 남자였어. 그 사람은 늘 내게 미안해 했어. 성적인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면서.. 하지만, 난 그런 거 문제가 안 됬어. 그 사람이 빨리 끝나면 나도 빨리 끝내면 되니까. 그래서 그 사람과 관계할 때면 온갖 야한 생각을 다해서라도 그 사람과 같은 시점에 절정을 느끼려고 노력했고, 또한 나중에는 그렇게 되기도 하더라.”
그제서야 어제 밤에 이해가 안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절정에 오른 누나의 몸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그 사람.. 사고를 당했어. 술 먹고 오다가 맨홀에 빠졌는데 그만 그 곳을 다쳤지 뭐야. 고환 한 개를 제거하고, 나중에는 성기 확대 수술도 받았어. 확대 수술이라고 해서 아주 커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이전보다는 커지긴 했지. 그런데 남자들은 다 그래?”
“뭐가..?”
“그기가 커지면 자신감이 생기는 거야?”
“글세… 목욕탕에서 부끄럽지는 않지 뭐…“
“응… 아무튼 수술을 받고 자신감이 붙은 그 사람은 꽤 멋지긴 했어. 뭐든 당당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옛날과 반대로 지루증이 나타나더라. 도무지 절정에 도달하지를 못하는 거야. 내가 3번 4번, 심지어 5번까지 절정을 느껴도 말이야.”
“그래서 입으로 해 준거야?”
“뭐…?”
“어제 누나가 입으로 해주는 게 범상치자 않아서 말이야.”
“들켰네… 응. 맞아… 그것만은 아니야. 자극적인 거면 뭐든 다 했어. 난 이미 금새 느껴버리는 몸으로 변했는데 그 사람은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우리 진짜 별 짓 다했어…”
“무슨 짓을 했길래?”
호기심이 생긴 난 상체를 일으켜 겨드랑이 밑에 베개를 놓고, 팔을 굽혀 손으로 머리를 괴고서 누나를 바라보았다.
“말하면 너 기절할 걸?”
“뭐길래 그래..?”
“말 안 할래.. 이건 내 인격과 관련된 문제거든…”
“궁금하잖아.. 말해봐…”
“싫어…”
“SM을 한 거야?”
난 넘겨 짚었다.
“풋~ 그런 건 아냐.. 처음에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아파서 못하겠더라.”
“SM이 아니면 뭐지?”
“위험한 장소를 찾거나, 그냥 가면 놀이 같은 그런 거야.… 그렇게만 말할게..”
“가면 놀이?”
순간 난 혜정선배와 했던 일 들이 생각났다. 선배와 나도 가면 놀이를 많이 했었다.
“가면놀이라면 선배와 나도 많이 한 건데…”
“뭐…? 언니랑?”
“놀라긴… 당연한 거잖아. 그런 건…….”
난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 마냥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가… ?”
수정이 누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누나는 주로 무슨 역할을 했는데..?”
“그냥… 주변 인물들이지 뭐..”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그 사람 직장의 상사 부인이라던가, 여직원…”
“기분 나빠겠네..”
“아니… 그런 상상은 오히려 내가 익숙한 걸 뭐.. 어색해 한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이야..”
“선배와 난 그냥 평범한 상황들이었는데… 의사와 간호사, 선생과 제자.. 그런 거.. 특정인물을 거론하지 않고 그냥 명칭만 썼는데..”
“왠지 속은 기분이네…”
“뭘 속아?”
“우린 구체적인 인물들을 거론한 건데…”
“그래도 비슷하지…”
“응….”
“어째건 그 인물들 중에 나도 있었다는 거야?”
“그래..”
“그 사람 꽤 질투를 했겠네… 내 역할을 그 남자가 했을 거 아냐..”
“질투는 안했어. 그냥… 내가 너무 자극적으로 느끼니까. 오히려 안쓰러워 하더라.. 원래는 그 사람이 흥분을 해야 하는 건데도 말이야.”
“내가 그렇게 섹시한가… 몰랐네..….”
“너 매력 있어…”
“그래..?”
“응… 아마 학교에 네가 접근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애들 많을 거야..”
“그럼 지금부터 카사노바 흉내를 내 볼까?”
“성적인 거라면 그만 둬… 네게 어울리지 않아..”
“풋~~ 누가 진짜 그런다고 했나? 말이 그런 거지..”
“응…”
“나도 그 남자를 흥분시키지 못했다면, 그 남자는 어떤 사람에게 가장 흥분한 거야?”
“과장 아내..”
“과장 아내? 무척 예뻤나 보네..”
“아니 외모는 그냥 평범해.. 펑퍼짐한 아줌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련된 미시족도 아닌 그냥 그저 그래…”
“그런데도 흥분을 해?”
“과장을 몹시 싫어했거든.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무척 추근댄 사람이야..”
“그 과장이란 사람이?”
“응.. 내가 회사 다닐 때, 흔히 말하는 추행을 하고 그랬어. 노골적으로 성관계도 요구했고..”
“나쁜 놈이네…”
“그래 나쁜 놈이지. 내가 그 사람이랑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 여자와 관계를 가지는 거에 흥분한 거야?”
“응… 그 여자를 아주 더러운 여자로 만들어서 말이야..”
“더럽게 라면, 그 여자를 생각하면서 누나를 학대하고 그런 거야?”
“학대는 아니고, 도덕적으로 타락시킨 거지.. 그 과장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어 중학교 1학년이 된… 그 아들과 그 과장의 아내가 관계를 가지는 그런 거였어.”
순간, 난 할 말을 잃었다. 놀라워서가 아니라 아들과 엄마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지금 현재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왠지 내 비밀이 드러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놀랐구나? 그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는 마…”
“으… 응….”
“그렇게 하자고 한 건 나니까.”
“으응…. 근친상간이 그렇게 흥분이 돼?”
이상하게 내 목소리가 떨렸다.
“안 받아 주어도 돼…”
“응…?”
“지금 내 말은 굳이 안받아 주어도 된다고. 나도 그게 얼마나 나쁜지 쯤은 아니까..”
“그.. 그래..”
이상하게도 좀처럼 가슴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연극을 한 누나보다 실제로 경험을 하고 있는 내가 오히려 더 침착해야 함에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에겐 금기에 대한 욕망이 있나 봐. 처음엔 그냥 생각으로나마 복수하려고 그런 연극을 한 거였는데, 나중에 우린 그걸 즐겼으니까. 이상하게 나를 버린 엄마 생각이 나고, 얼굴도 못 본 아빠도 생각나고… 그러면서 짜릿하게 흥분되고…..”
“………”
간신히 가슴이 진정이 되었지만, 난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서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확실히 현실과 생각은 다른가 봐…”
“뭐가..?’
“그 사람과 연극할 때에 너랑 섹스를 할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현실의 네가 더 그립고 그랬는데….”
“그런데..?”
“막상 술이 깨고, 아침이 밝아 오니까 겁이나… 너도, 선배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날이 밝아 헤어진 후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석훈이 녀석도 용서하려고 했었잖아.”
“그건…. 그 녀석을 증오했으니까…”
더 이상 누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푸른 새벽기운은 어느새 밝은 기운으로 바뀌며 방안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수정이 누나의 생각과는 달리 우린 더욱 친해졌다.
그건 애써 수정이 누나 곁에 늘 내가 붙어있은 결과이기도 했지만, 수정이 누나 역시 나를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1번의 관계는 2번, 3번으로 이어졌다. 시간적으로 서로가 제약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을 같이하지는 못했지만, 2~3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이면 우린 어김없이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수정이 누나와의 섹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쉽게 흥분하고, 절정을 맞이하는 누나였기에 1시간이면 휴식을 취하고도 3번의 절정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그런 토끼 같은 누나 덕분에 난 대부분 흥분만 하고 끝나기가 일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수정이 누나가 더욱 친밀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누나의 말에 의하면 누나는 일단 애무가 시작되면 거의 반사적으로 야릇한 생각을 떠올리고서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고 했다.
어째건, 우린 학교에 있는 낮 시간이면 언제나 붙어 지냈다. 그런 덕에 학교에는 수정이 누나와 내가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고, 더러는 나와 수정이 누나가 밤에 여관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는 식의 사실무근의 말까지 돌았다. 내 자취방이라고 지어냈다면 모를까 여관이라는 말이 돌아서 우린 그런 소문을 그냥 무시했다. 설령 자취방이라고 해도 우린 함께 방을 들어선 적이 없었다. 더구나 그 곳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아니었다.
그렇게 수정이 누나와 어울리면서, 난 혜정선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수정이 누나는 마치 나와 혜정선배를 다시 연결이라도 시켜주려는 사람처럼 자주 이야기를 꺼내었는데, 그 중에서 나를 놀랍게 만든 것은 혜정선배가 취직해서 다니는 회사였다.
묘하게도 혜정선배는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엄마가 실장으로 있는 부서의 직원이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엄마와 혜정선배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하다는 사실이었다. 난 태연하게 모르는 것처럼 들어주었지만, 그 사실은 거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혹여 엄마가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면 발생할 지도 모를 사태에 대하여 미리 나로 하여금 준비를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아니, 그런 상황은 벌어져서는 아니 되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엄마와 선배 모두에게 그건 충격일 테니까. 어째건 엄마와 선배가 격은 아픔 중에 하나의 원인이 상대방 때문에 발생한 거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랬기에 매일 저녁이면 엄마가 혹여 직원들을 초대하는 계획을 가지지 않았나 매일 체크했다. 물론, 엄마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에게 자신의 모든 스케줄을 다 공개했고, 심지어 회사의 극비 기밀사항 같은 것도 일일이 설명해가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어째건, 엄마와 나는 지금 연애 중이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엄마는 나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런 엄마이기에 난 엄마가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믿었지만, 하루, 하루가 가면서 더욱 대담해지는 엄마는 왠지 불안스럽기도 했다.
엄마는 확실히 변했다.
그건 단순히 섹스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내가 모자관계라는 도덕관념의 상실 같은 거였다. 지수가 보는 앞에서 내게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가 하면, 혹여 같이 쇼핑할 때 엄마와 나의 관계를 오해한 점원의 말에 해명은 커녕 당연하다는 식으로 나를 ‘여보…’라고 불렀다.
그 중에서 가장 아찔 했고, 우리 생황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사진관에 갔을 때 발생했다.
아빠가 집을 나간 뒤로 집에는 가족사진이나 결혼식 사진이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런 탓에 엄마는 지수를 포함한 우리들 만의 가족 사진을 찍자고 제의 했는데, 사실 엄마는 나와의 촬영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평소 내가 간혹 반지 끼는 것을 잊을 때면,
“결혼반지는?”
라며 농담 삼아 말하던 엄마는 내가 준 반지를 결혼반지의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그런 탓에 엄마는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한 일주일 전부터 피부마사지를 받는 등 마치 결혼하는 신부처럼 준비를 했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예쁘다고 내가 말을 아무리 해도 엄마는 그저 가볍게 웃어넘겼었다.
그런 엄마의 준비가 효과를 본 탓인지 아님 내가 관리를 안 해서 겉늙어 보이는 건지 몰라도 사진관에 들어선 우리를 그들은 부부와 딸로 오인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이를 100% 속일 수는 없는 법인지 사진사는 준비를 하면서 내게 말을 건네었다.
“일찍 결혼 했군요.. 딸이 몇 살 인가요?”
순간, 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안 그래도 평소에 엄마가 자꾸만 나에게 지수가 내 딸이란 걸 확인을 시켜주어서 이 말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며 걱정이었는데, 사진사가 대뜸 나에게 그렇게 말하니 난 마땅히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6살이에요…”
엄마가 대신 대답하며 내게 눈을 찡긋했다. 그런데, 엄마와 함께 지수도 같이 눈을 찡긋했다. 난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지수가 눈을 찡긋한 의미가 무엇인지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요?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예쁘네요.. 딸만 두었나요?”
“예…”
“그래도 하나는 외로울 텐데… 나도 딸만 두었다가 작년에 아들을 낳았죠. 나이가 5살이나 터울이 져서 걱정인데, 너무 늦기 전에 하나 더 생각해 보세요..”
“그래야죠.. 그런데 아직 이이가 백수라서…”
“그래요? 학생인가 보죠?”
“예…. 아주 어리게 보이죠?”
“아주 어리게 보이는 건 아닌데 조금 동안이네요..”
“저 보다 몇 살이나 어려 보여요?”
“하하하…….. 곤란한 질문이네요…”
“괜찮으니까 말씀해보세요.”
“말 안 하렵니다. 본전도 못 찾을 텐데…”
“맞추시면 제가 여기서 야외촬영도 할게요..”
“야외촬영요?”
“예…얼마 있으면 결혼 기념일 이거든요. 매년 결혼기념일 마다 우리 웨딩촬영을 해요..”
엄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 그런 엄마는 지수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연신 엄마를 보며 웃었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단순히 장난이라면 장난으로 치부되면 그만이지만 난 손에 땀이 베였다.
“못 맞추면요?”
“못 맞추면 오늘 촬영비 반값으로 해주세요…”
“이런…. 그럼 제가 손해인데요.. 흠… 그럼 정확히는 말고 근사치로 하죠? 대신 근사치도 못 맞추면 제가 실내 웨딩촬영을 반값으로 해드리죠..”
사진사 이 망할 놈은 그 상에 머리를 굴려서 장사꾼의 기질을 발휘했다. 사진은 안 찍고 뭐 하는 짓거리인지 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좋아요…근사치는 플러스 마이너스 1살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맞추어 보세요…”
“흠…”
사진사 녀석은 아예 사진 찍을 생각도 않는지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모님이 한 3살에서 5살 정도 많은 거 같네요..”
“풋~~!!”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서 입을 얼른 막았다. 3살에서 5살이 많다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추론이었다. 그런 나의 옆구리를 엄마가 살짝 꼬집었고, 지수도 재미있다는 듯 킥킥대며 웃었다.
“이런… 제가 틀렸나 보군요..”
“아.. 아니에요. 맞추었어요.”
엄마는 황급히 사진사가 나이를 맞추었다고 말을 했지만, 이미 사진사는 모든 것을 눈치 채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대로 실내 웨딩촬영을 반값에 해드리죠.. 뭐 그래도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한 사진사는 빙긋 웃으며 조수에게 결혼식 복장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아.. 괜찮습니다. 장난인데…”
난 황급히 사진사를 만류했다. 엄마는 어차피 엄마와 나를 부부 사이로 오인한 사진사가 나이를 못 맞출 거라 확신을 하고서 그런 장난을 했을 터였기에 이 게임은 사실 원천적으로 무효인 게임이었다.
“걱정말아요…”
“그래요..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엄마는 다시 눈을 찡긋하며 나를 만류했다. 더불어 지수까지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찍으라고 했다. 상당히 장난끼가 많은 아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지수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었다.
촬영은 결국 웨딩복을 입고서 찍는 것까지 이어졌다.
사진사 녀석은 상당히 짓궂었다. 엄마도 당황해 할 정도의 포즈를 우리에게 요구했는데, 가령 내가 입으로 엄마의 귓 볼을 자극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엄마는 그런 나의 자극에 흥분하는 듯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는 등의 요구였다. 나는 못하겠다고 버텼지만, 엄마는 지수가 즐겁게 우리를 지켜보는 것에 용기를 얻었는지 당황해 하면서도 결국 사진사의 모든 요구를 받아 들였다. 그렇게 사진 촬영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우린 예상치 못한 사람의 출현에 모두 당황했다. 바로 옆 집에 사는 미희엄마가 촬영장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머… 지혁아!. 지혁이 엄마!!”
미희엄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서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 미희엄마의 놀라움에 엄마와 나도 끝없는 낭패감에 몹시 당황했고, 사진사와 조수 역시 놀랐는지 당황했는지 미희엄마와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잠시간의 시간이었지만, 마치 10년이 흘러가는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고, 난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때, 지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꺄……. 들통났다.. 꺄하하하하………”
지수의 그 말과 웃음은 정말 뭐랄까 단비 같은 거였다. 순식간에 나와 엄마의 뇌리에 해결책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먼저 입을 뗀 것은 엄마였다.
“사진사 아저씨… 미안….. “
엄마는 상큼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이런……….”
그제서야 사진사는 이해가 되었다는 듯 큰 소리로 너털웃음으로 쾌활하게 웃었고, 조수도 같이 따라서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난 재빨리 상황을 이용해서 엄마에게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그 봐… 왜 괜한 장난은 쳐가지고….. 엄마가 다 책임져…..”
“너도 재미있었잖아. 웨딩촬영도 해보고……”
내 말을 엄마는 장난끼 가득한 음성으로 가볍게 받아 넘겼다. 그렇게 우리는 가볍게 상황을 타개했지만, 미희엄마는 꽤 오랫동안 우리들의 상황이 이해가 안되어 동그래진 눈이 풀리지 않았지만, 사진사가 이러저러한 상황을 말 함으로서 그렇게 종결되었다.
하지만, 그날 난 속 옷이 다 졌을 정도로 식은 땀이 흘렀고, 엄마도 마찬가지 인지 집에 돌아온 엄마는 바로 속옷을 모두 갈아입었다. 정말 생각해보면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외려 엄마는 그걸 추억으로 간직했다.
어째건, 그로 인해 엄마와 나의 웨딩앨범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인지 그 웨딩앨범으로 인해 엄마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 시선들이 엄마와 나의 근친상간을 의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상태가 이상하다고 의심 받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말에 가끔 찾아오는 엄마의 친구들이 종종 그 앨범을 보여달라고 해서는 웃는 거 보면 근친상간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종알대기 좋아하는 지수가 그때의 일을 재미있게 종알종알 대어서 그런 의심은 더욱 없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왜냐면 지수 이야기의 초점은 산적처럼 생긴 사진사이지 엄마와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엄마의 친구들은 사진사가 엄마의 나이를 젊게 보았다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 건 자연스럽게 미용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사건은 엄마와 나의 연애방식을 상당히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극장과 노래방은 언제나 지수를 대동했고, 비디오방은 아예 가지 않았으며, 시외로 나가서 러브호텔을 갈 때에는 주변을 정말 많이 경계했고, 변장(?)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수 앞에서의 엄마의 애정공세는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더 이상 지수가 어리지 않음을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엄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지수 앞에서 내 목을 팔로 감고서 입맞춤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그런 것에 완전히 무관심한 지수의 태도였다. 6살이면 짐작으로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 나이였는데 말이다.
일단 쓴곳까지만 올려봅니다.
내일 노트북 A/S 받으러 가는데,
혹여나 몇일 맡끼라고 하면 이런 자료 있으면 곤란하잖아요.. ^^;;;;
흑기사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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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웨딩촬영
다음 날 내가 눈 떴을 때는 아직 어둠이 짙게 남아있는 새벽이었다.
허전함에 고개를 돌리니 수정이 누나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장롱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뭐해..?”
“아… 깼니..?”
“왜 그러고 앉아 있어..?”
“그냥….”
수정이 누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후회하는 거야?”
“아냐.. 그런 거…”
“또 그 사람 생각한 거구나… 그만 잊어버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었는데…”
“알아.. 그래야 된다는 거..”
“알면 이리 와… 좀 더 자…”
난 내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냥 좀 더 이러고 있고 싶어…”
“…….”
“나 참 나쁜 여자야.. 내게 친언니처럼 잘해주는 여자의 남자를 가지기나 하고…”
“이젠 사귀는 사이 아냐..”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나 이제 언니 얼굴 어떻게 봐야 할지 겁나…”
“역시 후회하는 구나..”
“후회하는 거랑은 틀려…. 그냥 사람의 도리를 못한 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게 후회야…”
“후회는 아니야!!”
수정이 누나는 강하게 거부했다.
“왜 그래?”
“미안…”
“누나 어제 보다 더 민감해진 거 같네..”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누나가 말했듯, 난 어제 혜정선배를 가진 거 뿐이야. 누나는 그 남자를 가진 거고..”
“그럴까?”
“그래!!”
난 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나……..”
“뭐…? 다른 게 또 있어?”
“사실, 네게 한 번은 안기고 싶었어. 예전부터…”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여자도 가지고 싶은 남자가 있어.. 저 남자라면 하루밤 나를 맡기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남자가..”
“……..”
“그렇다고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 남자들에게만 본능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 것쯤은 알아..”
“만약, 그때 석훈이가 아니라 너였다면… 어쩌면 나 그 사람 놓치지 않았을지 몰라.”
“무슨 그런 말이 있어?”
“사실이야. 아마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덜했을지 모르니까. 죄책감도 덜하고.. 아마 못이기는 척 그 남자를 따라 도망갔을 지도 몰라.”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입학식 장에서 너 처음 보았을 때, 사실 나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 숨쉬는 게 힘들다고 해야 하나.. 그 남자에게도, 짝사랑한 오빠에게도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가슴이 막히더라.”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자..”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수정이 누나의 고백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 고백은 나에게 하나의 족쇄 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엄마로 인해 혜정선배를 잃은 내가 다른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말이다.
“그냥 내 혼잣말이야.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부담 돼…”
“그럼 가져… 난 해야겠어.”
“이제 와서 무슨 심보야? 내가 강제로 누나를 가진 것도 아니잖아.”
나는 몸을 홱 돌려 누나에게 쏘아 붙였다.
“그렇게 화 낼 필요 없는데…”
새벽 빛을 받은 누나의 미소가 슬프게 내 눈에 들어왔다.
“진정해.. 너에게 무엇을 하라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너에게 바라지도 않고…”
“그럼 이야기 하지마.. 듣고 싶지 않아.”
“듣고서 잊어 버리는 것도 못해 주겠니?”
“나 관한 건 듣고 싶지 않아.”
“너에 대한 거 아냐…”
“그럼 아까 그 말은 뭐야?”
“누군가에게 가슴이 두근거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
“난 너 사랑하지 않아.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 내가 사랑한 사람은 그 사람 뿐이야. 가슴이 아닌 영혼으로... 그 사람에 대한 내 사랑은 멜러물의 가슴 뛰는 사랑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애절함도 없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세상 모두가 내 것 같았어. 두려운 것도,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몰랐으니까.”
“생각만으로 그렇다면 계속 생각해…”
“그런 말…. 싫어. 그냥… 받아주지 못할 거면 오늘은 듣기만 해줄래?… 내 말이 아무리 틀려도…”
나는 그 말에 토를 달려다 삼켰다.
“고마워.. 그냥 들어줘. 그 사람처럼… 그 남자가 그랬어. 계속 듣기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너에 대해서도 말했었어. 너를 보면 성적으로 흥분이 된다고 말이야. 그래서 가끔은 네 이름을 부르며 그 남자와 섹스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 사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나 보다 더 나를 믿어주었거든. 어떨 땐 그 남자가 그러더라. 그렇게 내가 너를 원하면 기회를 만들어 보라고 말이야. 푸풋~~~”
누나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해 안되는 남자지?”
“상식적으로는….”
“그럴 거야. 상식적인 남자가 아니니까. 생각도, 마음도, 그리고 그것도 상식 밖이야..”
“그거?”
“섹스… 그 사람 조루거든, 물건도 작고… 토끼라고 하나? 그럼 남자를 말이야. 아무튼 그런 남자였어. 그 사람은 늘 내게 미안해 했어. 성적인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면서.. 하지만, 난 그런 거 문제가 안 됬어. 그 사람이 빨리 끝나면 나도 빨리 끝내면 되니까. 그래서 그 사람과 관계할 때면 온갖 야한 생각을 다해서라도 그 사람과 같은 시점에 절정을 느끼려고 노력했고, 또한 나중에는 그렇게 되기도 하더라.”
그제서야 어제 밤에 이해가 안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절정에 오른 누나의 몸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 그 사람.. 사고를 당했어. 술 먹고 오다가 맨홀에 빠졌는데 그만 그 곳을 다쳤지 뭐야. 고환 한 개를 제거하고, 나중에는 성기 확대 수술도 받았어. 확대 수술이라고 해서 아주 커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이전보다는 커지긴 했지. 그런데 남자들은 다 그래?”
“뭐가..?”
“그기가 커지면 자신감이 생기는 거야?”
“글세… 목욕탕에서 부끄럽지는 않지 뭐…“
“응… 아무튼 수술을 받고 자신감이 붙은 그 사람은 꽤 멋지긴 했어. 뭐든 당당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옛날과 반대로 지루증이 나타나더라. 도무지 절정에 도달하지를 못하는 거야. 내가 3번 4번, 심지어 5번까지 절정을 느껴도 말이야.”
“그래서 입으로 해 준거야?”
“뭐…?”
“어제 누나가 입으로 해주는 게 범상치자 않아서 말이야.”
“들켰네… 응. 맞아… 그것만은 아니야. 자극적인 거면 뭐든 다 했어. 난 이미 금새 느껴버리는 몸으로 변했는데 그 사람은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우리 진짜 별 짓 다했어…”
“무슨 짓을 했길래?”
호기심이 생긴 난 상체를 일으켜 겨드랑이 밑에 베개를 놓고, 팔을 굽혀 손으로 머리를 괴고서 누나를 바라보았다.
“말하면 너 기절할 걸?”
“뭐길래 그래..?”
“말 안 할래.. 이건 내 인격과 관련된 문제거든…”
“궁금하잖아.. 말해봐…”
“싫어…”
“SM을 한 거야?”
난 넘겨 짚었다.
“풋~ 그런 건 아냐.. 처음에 시도를 해보긴 했는데, 아파서 못하겠더라.”
“SM이 아니면 뭐지?”
“위험한 장소를 찾거나, 그냥 가면 놀이 같은 그런 거야.… 그렇게만 말할게..”
“가면 놀이?”
순간 난 혜정선배와 했던 일 들이 생각났다. 선배와 나도 가면 놀이를 많이 했었다.
“가면놀이라면 선배와 나도 많이 한 건데…”
“뭐…? 언니랑?”
“놀라긴… 당연한 거잖아. 그런 건…….”
난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 마냥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가… ?”
수정이 누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누나는 주로 무슨 역할을 했는데..?”
“그냥… 주변 인물들이지 뭐..”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그 사람 직장의 상사 부인이라던가, 여직원…”
“기분 나빠겠네..”
“아니… 그런 상상은 오히려 내가 익숙한 걸 뭐.. 어색해 한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이야..”
“선배와 난 그냥 평범한 상황들이었는데… 의사와 간호사, 선생과 제자.. 그런 거.. 특정인물을 거론하지 않고 그냥 명칭만 썼는데..”
“왠지 속은 기분이네…”
“뭘 속아?”
“우린 구체적인 인물들을 거론한 건데…”
“그래도 비슷하지…”
“응….”
“어째건 그 인물들 중에 나도 있었다는 거야?”
“그래..”
“그 사람 꽤 질투를 했겠네… 내 역할을 그 남자가 했을 거 아냐..”
“질투는 안했어. 그냥… 내가 너무 자극적으로 느끼니까. 오히려 안쓰러워 하더라.. 원래는 그 사람이 흥분을 해야 하는 건데도 말이야.”
“내가 그렇게 섹시한가… 몰랐네..….”
“너 매력 있어…”
“그래..?”
“응… 아마 학교에 네가 접근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애들 많을 거야..”
“그럼 지금부터 카사노바 흉내를 내 볼까?”
“성적인 거라면 그만 둬… 네게 어울리지 않아..”
“풋~~ 누가 진짜 그런다고 했나? 말이 그런 거지..”
“응…”
“나도 그 남자를 흥분시키지 못했다면, 그 남자는 어떤 사람에게 가장 흥분한 거야?”
“과장 아내..”
“과장 아내? 무척 예뻤나 보네..”
“아니 외모는 그냥 평범해.. 펑퍼짐한 아줌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련된 미시족도 아닌 그냥 그저 그래…”
“그런데도 흥분을 해?”
“과장을 몹시 싫어했거든.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무척 추근댄 사람이야..”
“그 과장이란 사람이?”
“응.. 내가 회사 다닐 때, 흔히 말하는 추행을 하고 그랬어. 노골적으로 성관계도 요구했고..”
“나쁜 놈이네…”
“그래 나쁜 놈이지. 내가 그 사람이랑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 여자와 관계를 가지는 거에 흥분한 거야?”
“응… 그 여자를 아주 더러운 여자로 만들어서 말이야..”
“더럽게 라면, 그 여자를 생각하면서 누나를 학대하고 그런 거야?”
“학대는 아니고, 도덕적으로 타락시킨 거지.. 그 과장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어 중학교 1학년이 된… 그 아들과 그 과장의 아내가 관계를 가지는 그런 거였어.”
순간, 난 할 말을 잃었다. 놀라워서가 아니라 아들과 엄마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지금 현재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왠지 내 비밀이 드러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놀랐구나? 그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을 이상하게 보지는 마…”
“으… 응….”
“그렇게 하자고 한 건 나니까.”
“으응…. 근친상간이 그렇게 흥분이 돼?”
이상하게 내 목소리가 떨렸다.
“안 받아 주어도 돼…”
“응…?”
“지금 내 말은 굳이 안받아 주어도 된다고. 나도 그게 얼마나 나쁜지 쯤은 아니까..”
“그.. 그래..”
이상하게도 좀처럼 가슴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연극을 한 누나보다 실제로 경험을 하고 있는 내가 오히려 더 침착해야 함에도 말이다.
“그런데, 사람에겐 금기에 대한 욕망이 있나 봐. 처음엔 그냥 생각으로나마 복수하려고 그런 연극을 한 거였는데, 나중에 우린 그걸 즐겼으니까. 이상하게 나를 버린 엄마 생각이 나고, 얼굴도 못 본 아빠도 생각나고… 그러면서 짜릿하게 흥분되고…..”
“………”
간신히 가슴이 진정이 되었지만, 난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서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확실히 현실과 생각은 다른가 봐…”
“뭐가..?’
“그 사람과 연극할 때에 너랑 섹스를 할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현실의 네가 더 그립고 그랬는데….”
“그런데..?”
“막상 술이 깨고, 아침이 밝아 오니까 겁이나… 너도, 선배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지금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날이 밝아 헤어진 후에…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석훈이 녀석도 용서하려고 했었잖아.”
“그건…. 그 녀석을 증오했으니까…”
더 이상 누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푸른 새벽기운은 어느새 밝은 기운으로 바뀌며 방안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수정이 누나의 생각과는 달리 우린 더욱 친해졌다.
그건 애써 수정이 누나 곁에 늘 내가 붙어있은 결과이기도 했지만, 수정이 누나 역시 나를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1번의 관계는 2번, 3번으로 이어졌다. 시간적으로 서로가 제약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을 같이하지는 못했지만, 2~3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이면 우린 어김없이 내 자취방으로 향했다.
수정이 누나와의 섹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쉽게 흥분하고, 절정을 맞이하는 누나였기에 1시간이면 휴식을 취하고도 3번의 절정을 느꼈으니까 말이다. 그런 토끼 같은 누나 덕분에 난 대부분 흥분만 하고 끝나기가 일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수정이 누나가 더욱 친밀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누나의 말에 의하면 누나는 일단 애무가 시작되면 거의 반사적으로 야릇한 생각을 떠올리고서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고 했다.
어째건, 우린 학교에 있는 낮 시간이면 언제나 붙어 지냈다. 그런 덕에 학교에는 수정이 누나와 내가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고, 더러는 나와 수정이 누나가 밤에 여관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는 식의 사실무근의 말까지 돌았다. 내 자취방이라고 지어냈다면 모를까 여관이라는 말이 돌아서 우린 그런 소문을 그냥 무시했다. 설령 자취방이라고 해도 우린 함께 방을 들어선 적이 없었다. 더구나 그 곳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아니었다.
그렇게 수정이 누나와 어울리면서, 난 혜정선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수정이 누나는 마치 나와 혜정선배를 다시 연결이라도 시켜주려는 사람처럼 자주 이야기를 꺼내었는데, 그 중에서 나를 놀랍게 만든 것은 혜정선배가 취직해서 다니는 회사였다.
묘하게도 혜정선배는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엄마가 실장으로 있는 부서의 직원이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엄마와 혜정선배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하다는 사실이었다. 난 태연하게 모르는 것처럼 들어주었지만, 그 사실은 거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혹여 엄마가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면 발생할 지도 모를 사태에 대하여 미리 나로 하여금 준비를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아니, 그런 상황은 벌어져서는 아니 되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엄마와 선배 모두에게 그건 충격일 테니까. 어째건 엄마와 선배가 격은 아픔 중에 하나의 원인이 상대방 때문에 발생한 거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랬기에 매일 저녁이면 엄마가 혹여 직원들을 초대하는 계획을 가지지 않았나 매일 체크했다. 물론, 엄마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나에게 자신의 모든 스케줄을 다 공개했고, 심지어 회사의 극비 기밀사항 같은 것도 일일이 설명해가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어째건, 엄마와 나는 지금 연애 중이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엄마는 나에게 푹 빠져있었다. 그런 엄마이기에 난 엄마가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믿었지만, 하루, 하루가 가면서 더욱 대담해지는 엄마는 왠지 불안스럽기도 했다.
엄마는 확실히 변했다.
그건 단순히 섹스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내가 모자관계라는 도덕관념의 상실 같은 거였다. 지수가 보는 앞에서 내게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가 하면, 혹여 같이 쇼핑할 때 엄마와 나의 관계를 오해한 점원의 말에 해명은 커녕 당연하다는 식으로 나를 ‘여보…’라고 불렀다.
그 중에서 가장 아찔 했고, 우리 생황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사진관에 갔을 때 발생했다.
아빠가 집을 나간 뒤로 집에는 가족사진이나 결혼식 사진이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런 탓에 엄마는 지수를 포함한 우리들 만의 가족 사진을 찍자고 제의 했는데, 사실 엄마는 나와의 촬영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평소 내가 간혹 반지 끼는 것을 잊을 때면,
“결혼반지는?”
라며 농담 삼아 말하던 엄마는 내가 준 반지를 결혼반지의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그런 탓에 엄마는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한 일주일 전부터 피부마사지를 받는 등 마치 결혼하는 신부처럼 준비를 했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예쁘다고 내가 말을 아무리 해도 엄마는 그저 가볍게 웃어넘겼었다.
그런 엄마의 준비가 효과를 본 탓인지 아님 내가 관리를 안 해서 겉늙어 보이는 건지 몰라도 사진관에 들어선 우리를 그들은 부부와 딸로 오인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이를 100% 속일 수는 없는 법인지 사진사는 준비를 하면서 내게 말을 건네었다.
“일찍 결혼 했군요.. 딸이 몇 살 인가요?”
순간, 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안 그래도 평소에 엄마가 자꾸만 나에게 지수가 내 딸이란 걸 확인을 시켜주어서 이 말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며 걱정이었는데, 사진사가 대뜸 나에게 그렇게 말하니 난 마땅히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6살이에요…”
엄마가 대신 대답하며 내게 눈을 찡긋했다. 그런데, 엄마와 함께 지수도 같이 눈을 찡긋했다. 난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지수가 눈을 찡긋한 의미가 무엇인지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요?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예쁘네요.. 딸만 두었나요?”
“예…”
“그래도 하나는 외로울 텐데… 나도 딸만 두었다가 작년에 아들을 낳았죠. 나이가 5살이나 터울이 져서 걱정인데, 너무 늦기 전에 하나 더 생각해 보세요..”
“그래야죠.. 그런데 아직 이이가 백수라서…”
“그래요? 학생인가 보죠?”
“예…. 아주 어리게 보이죠?”
“아주 어리게 보이는 건 아닌데 조금 동안이네요..”
“저 보다 몇 살이나 어려 보여요?”
“하하하…….. 곤란한 질문이네요…”
“괜찮으니까 말씀해보세요.”
“말 안 하렵니다. 본전도 못 찾을 텐데…”
“맞추시면 제가 여기서 야외촬영도 할게요..”
“야외촬영요?”
“예…얼마 있으면 결혼 기념일 이거든요. 매년 결혼기념일 마다 우리 웨딩촬영을 해요..”
엄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했다. 그런 엄마는 지수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연신 엄마를 보며 웃었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단순히 장난이라면 장난으로 치부되면 그만이지만 난 손에 땀이 베였다.
“못 맞추면요?”
“못 맞추면 오늘 촬영비 반값으로 해주세요…”
“이런…. 그럼 제가 손해인데요.. 흠… 그럼 정확히는 말고 근사치로 하죠? 대신 근사치도 못 맞추면 제가 실내 웨딩촬영을 반값으로 해드리죠..”
사진사 이 망할 놈은 그 상에 머리를 굴려서 장사꾼의 기질을 발휘했다. 사진은 안 찍고 뭐 하는 짓거리인지 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좋아요…근사치는 플러스 마이너스 1살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맞추어 보세요…”
“흠…”
사진사 녀석은 아예 사진 찍을 생각도 않는지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모님이 한 3살에서 5살 정도 많은 거 같네요..”
“풋~~!!”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와서 입을 얼른 막았다. 3살에서 5살이 많다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추론이었다. 그런 나의 옆구리를 엄마가 살짝 꼬집었고, 지수도 재미있다는 듯 킥킥대며 웃었다.
“이런… 제가 틀렸나 보군요..”
“아.. 아니에요. 맞추었어요.”
엄마는 황급히 사진사가 나이를 맞추었다고 말을 했지만, 이미 사진사는 모든 것을 눈치 채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대로 실내 웨딩촬영을 반값에 해드리죠.. 뭐 그래도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렇게 말한 사진사는 빙긋 웃으며 조수에게 결혼식 복장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아.. 괜찮습니다. 장난인데…”
난 황급히 사진사를 만류했다. 엄마는 어차피 엄마와 나를 부부 사이로 오인한 사진사가 나이를 못 맞출 거라 확신을 하고서 그런 장난을 했을 터였기에 이 게임은 사실 원천적으로 무효인 게임이었다.
“걱정말아요…”
“그래요..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엄마는 다시 눈을 찡긋하며 나를 만류했다. 더불어 지수까지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찍으라고 했다. 상당히 장난끼가 많은 아이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지수의 모습은 어딘지 낯설었다.
촬영은 결국 웨딩복을 입고서 찍는 것까지 이어졌다.
사진사 녀석은 상당히 짓궂었다. 엄마도 당황해 할 정도의 포즈를 우리에게 요구했는데, 가령 내가 입으로 엄마의 귓 볼을 자극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엄마는 그런 나의 자극에 흥분하는 듯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는 등의 요구였다. 나는 못하겠다고 버텼지만, 엄마는 지수가 즐겁게 우리를 지켜보는 것에 용기를 얻었는지 당황해 하면서도 결국 사진사의 모든 요구를 받아 들였다. 그렇게 사진 촬영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우린 예상치 못한 사람의 출현에 모두 당황했다. 바로 옆 집에 사는 미희엄마가 촬영장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어머… 지혁아!. 지혁이 엄마!!”
미희엄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서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런 미희엄마의 놀라움에 엄마와 나도 끝없는 낭패감에 몹시 당황했고, 사진사와 조수 역시 놀랐는지 당황했는지 미희엄마와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잠시간의 시간이었지만, 마치 10년이 흘러가는 것처럼 길게만 느껴졌고, 난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때, 지수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꺄……. 들통났다.. 꺄하하하하………”
지수의 그 말과 웃음은 정말 뭐랄까 단비 같은 거였다. 순식간에 나와 엄마의 뇌리에 해결책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먼저 입을 뗀 것은 엄마였다.
“사진사 아저씨… 미안….. “
엄마는 상큼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이런……….”
그제서야 사진사는 이해가 되었다는 듯 큰 소리로 너털웃음으로 쾌활하게 웃었고, 조수도 같이 따라서 크게 웃었다. 그리고 난 재빨리 상황을 이용해서 엄마에게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그 봐… 왜 괜한 장난은 쳐가지고….. 엄마가 다 책임져…..”
“너도 재미있었잖아. 웨딩촬영도 해보고……”
내 말을 엄마는 장난끼 가득한 음성으로 가볍게 받아 넘겼다. 그렇게 우리는 가볍게 상황을 타개했지만, 미희엄마는 꽤 오랫동안 우리들의 상황이 이해가 안되어 동그래진 눈이 풀리지 않았지만, 사진사가 이러저러한 상황을 말 함으로서 그렇게 종결되었다.
하지만, 그날 난 속 옷이 다 졌을 정도로 식은 땀이 흘렀고, 엄마도 마찬가지 인지 집에 돌아온 엄마는 바로 속옷을 모두 갈아입었다. 정말 생각해보면 끔찍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지만, 외려 엄마는 그걸 추억으로 간직했다.
어째건, 그로 인해 엄마와 나의 웨딩앨범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인지 그 웨딩앨범으로 인해 엄마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 시선들이 엄마와 나의 근친상간을 의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상태가 이상하다고 의심 받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말에 가끔 찾아오는 엄마의 친구들이 종종 그 앨범을 보여달라고 해서는 웃는 거 보면 근친상간을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종알대기 좋아하는 지수가 그때의 일을 재미있게 종알종알 대어서 그런 의심은 더욱 없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왜냐면 지수 이야기의 초점은 산적처럼 생긴 사진사이지 엄마와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엄마의 친구들은 사진사가 엄마의 나이를 젊게 보았다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 건 자연스럽게 미용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러나 그 사건은 엄마와 나의 연애방식을 상당히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극장과 노래방은 언제나 지수를 대동했고, 비디오방은 아예 가지 않았으며, 시외로 나가서 러브호텔을 갈 때에는 주변을 정말 많이 경계했고, 변장(?)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수 앞에서의 엄마의 애정공세는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더 이상 지수가 어리지 않음을 아무리 주의를 시켜도 엄마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지수 앞에서 내 목을 팔로 감고서 입맞춤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그런 것에 완전히 무관심한 지수의 태도였다. 6살이면 짐작으로라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 나이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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