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와의 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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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한
나는 이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형수는 이제 나의 여자가 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그리고 사실, 형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둘이서 있을 때는 또 분명하게 나의 여자인 것이다.
나는 그녀 위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천정을 보고 벌러덩 눕는다. 자기 역할을 다한 나의 것은 축소되어 다소곳하게 자기가 마땅히 있을 곳에 있다. 나는 나의 몸속에서 나온 것을 닦지도 않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녀에게 화장지를 건네주는 수고로움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있다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간다. 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그녀는 나에게로 와 화장지로 나의 것을 닦아 준다. 다시 나에게 가벼운 키스를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우리는 이를 무덤까지 갖고 가야해. 자기와 나 두 사람만의 비밀로서.....”
그녀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 나도 팬티를 걸친다. 형수는 나에게 같이 집으로 갈 것을 다시 권한다. 나는 거절한다. 그녀는 나에게 한 번 더 권한 후 그래도 내가 거절하자 단념한 듯한 표정으로 외투를 걸친다. 나는 배웅을 해 준다. 그녀는 나에게 잘 자라고 말한다.
형수가 돌아가고 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본다. 내가 무엇을 위해 형수를 만나자고 했든가? 나는 형수의 생활 방식이 현숙한 주부로서의 그것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이의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탐색을 하여 현실을 파악한 후 거기에 맞는 대책을 수립할 목적으로 형수를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나의 의도는 어디로 가고.......형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형수는 내가 그녀를 만나자고 한 것을 과거에 내가 그녀를 유혹하려다가 실패한 것을 다시 이루고자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쯤으로 생각했을까? 최근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쨌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고 만 셈이 되었다. 나도 사십을 바라보는 놈으로써 이러한 지경에 이른 것을 어찌 형수만의 유혹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이를 바랐던 일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고등학생이 아니다. 그때 나는 분명, 사물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고 다른 당사자인 형수는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나의 욕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둘 다 그때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자기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결과는 오히려 그때보다 심각하게 바뀌어 버렸다. 아니 분명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이다. 형수와 같이 섹스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섹스는 대단한 것이었다. 나로서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의 샘이 넘치는 여자를 본적이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도 무한한 자극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형수가 나를 그녀의 위로 끌어올렸을 때 나의 머리 한쪽에는 망설임이 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그 다음의 행동으로 나아가게 된 것도 형수의 넘치는 샘이 한 몫을 한 것이 분명했다. 이 섹스가 주는 유혹과 매력이 너무 커서 나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리라.
형수가 돌아간 뒤, 형님이랑 가족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걱정이 잠시 되기도 했으나 곧 이러한 생각은 엷어지고 조금 전의 자극적인 영상이 머리 속을 가득 메운다. 불안함보다는 섹스가 가져다주는 달콤함과 흥분이 머리를 강하게 지배한다. 다시 한번 그 상황을 즐기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받는다. 어차피 형수는 나의 여자가 되었으니 앞으로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억지를 부리거나 강제하여 이런 결과가 온 것이 아니므로 나는 얼마든지 동일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 왔다. 형수와 처음의 일을 만들 때와는 달리 매우 바쁜 일들이 생겼다. 우선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회사의 조직이 바뀜에 따라 새로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보고해야할 일도 많아졌다. 고객들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관심과 전략을 수립해야할 일도 더욱 많아졌다. 얼마든지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든 나의 생각과는 달리 쉽게 T시로 출장을 갈만한 명분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 일 이후로 형수에게서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 전화가 왔다. 전화의 내용은 일상사로부터 시작하지만 중간에 보고 싶다느니 언제 시간을 낼 수 있느냐는 등의 내용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다음 번 내려올 때는 미리 연락을 하라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기를 한달 정도 지났을까? 나도 겨우 어찌어찌하여 다음 출장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출장 계획을 수립한 후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내일 내려가겠노라고.
그날 나는 다른 손님과의 약속이 있어 식사를 하고, 2차를 가서 맥주 한잔을 하고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갔던 것 같다. 집에 갔더니 집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여러 번 왔었다고 아내가 말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이다. 그 중의 한 놈에게 전화를 하다. 그랬더니 T시에 살고 있는 친구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전에 형수를 만나기 전에 시간을 때우느라고 만났던 그 놈이다. 이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나는 가볼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마지막 그 분의 영정을 지켜보기라도 해야 한다. 나는 친구들과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다음 날 T시로 내려갔다. 어차피 회사에는 출장을 간다고 한 것이고 상가에는 저녁에 가면 될 것이니 나는 예정대로 출장을 가는 것으로 했다.
본연의 업무를 마치고 상가가 있는 병원에 가다. 벌써 여러 놈이 와 있다. 돌아가신 분께 먼저 예를 차리고 친구에게 조문을 하다. 친구 어머님께도 예를 드리다. 슬퍼하시는 것 반, 반가운 표정 반이다. 나는 친구 놈들을 만나 따로 상을 앞에 두고 술을 권커니 잦거니 하다. 그러면서 시계를 본다. 형수를 만나야할 시간이 좀 남아 있다. 그러나 고민과 갈등이 따른다. 친구를 두고 형수를 만나기 위해 외출을 하고 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들을 떠나서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T시까지 내려와 놓고 얼굴만을 보고 훌쩍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도 마뜩찮다. 우리는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 놈들은 내가 당연히 출상까지는 보고 올라 갈 것으로 기대하고들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해왔었다. 그렇다고 야밤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한 후, 다시 돌아오는 것도 면목이 서지 않는다. 친구 놈에게야 전에는 고객과 굳이 만날 일이 있음을 말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이 놈이 상을 당한 상태이고 내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응당 자기의 조문만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놈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친구 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도 계속 이런 생각을 하니 정신 집중도 되지 않는다. 거듭거듭 고민을 했으나 가는 것은 시간 뿐, 드디어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나는 형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매우 반가운 목소리다. 어디야?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서둘러 인사를 한 후 나는 본론을 이야기 한다. 사실은 친한 친구 놈 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셔서.....지금 병원에 있으며 여기서 밤을 세워야할 것이라고.......그녀의 목소리가 마르면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자기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나도 목소리에 힘을 뺀다. 응. 이 놈의 그러기가 어려워.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한데, 다음에 보자! 응? 그녀가 말한다. 그러면 잠간이라도 나왔다가 가면 않되? 응, 그것이 어려워. 여기 일손이 너무 부족하고.....내일 출상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도 있고.....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응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빠져있다. 알았어.....그럼 다음에 봐....
나는 그녀가 오늘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나의 상황 때문에, 나는 그것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를 실망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그녀를 잔뜩 기대하게끔 만들어 두고서....
나는 친구들에게로 돌아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그날 밤을 지냈다. 그리고 출상을 지켜보다. 장지가 친구 놈의 선산에 있는 탓으로 장지까지는 같이 가지 못함을 친구에게 양해 구하고 오전 늦은 비행기로 나는 서울로 올라가다.
서울로 올라와 사무실에 들른 나는 잔무를 처리한 후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그녀가 받는다. “이제 올라왔어. 어제는 미안했어!” “할 수 없었잖아?” “다음에 내려가면 전화할게” “언제쯤 올 수 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아. 가능한 빠른 시간에 가도록 해 볼게”
이러는 동안에 형수의 일터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다니던 까페를 그만두고 형수 여동생의 신랑이 경영하는 회사의 식당일을 거들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까페에 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형수의 여동생이 언니의 사정을 알음알음으로 알고는 자기 신랑의 회사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애를 썼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이 소식을 어머님을 통해 듣지 않고 그녀로부터 직접 듣게 된 것이 다르다.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잘했다고 했다. 이는 가정을 가진 주부에게는 잘 된 일인 것은 맞다.
이제 그녀의 하루 일과도 바뀌게 되었다. 전에는 오전 늦게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였으나 이제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비교적 일찍 집으로 귀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일찍 이라고 해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저녁을 차려 주고 이들이 식사를 마치면 이의 정리를 하고 퇴근을 해야 하는 생활이긴 하지만. 형님이나 어머님께는 참으로 잘된 일이고 기실, 나도 형수가 그렇게 바뀌기를 바랐음에도 그녀와 나의 만남을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전에는 그녀의 귀가 시간이 워낙 늦었으므로 그 시간 안에는 임의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고 그렇다고 하여 집안 식구들로부터 그것 때문에 별다른 추중을 받지 않았으나 그녀는 이제 저녁 늦게까지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 자체가 빨라진데다가 그녀가 회사를 퇴근한 시간과 집으로 귀가한 시간을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점을 그녀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런 것은 별루 문제될 것이 없단다. 한두 시간 정도 내는 거야 사전에 조정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란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자기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도록 부탁할 수 있단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저녁 일찍 만나는 것이 좋단다. 어쨌거나 밤늦게 귀가할 수 있는 명분을 이제는 그녀도 마음대로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의 출장 기회는 좀 빨리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정을 1박2일로 잡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 T시의 출장을 대부분 나는 1박2일의 일정으로 잡았었다. 그것은 나의 어머님께서 사시고 형님이 계신 곳이어서 출장을 마친 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업무가 일의 능률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증진을 위해 가능하면 저녁에도 손님을 만나서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고객과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나는 믿었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을 해왔었다. 그래서 일정을 잡을 때 고객과의 시간 약속을 가능하면 오후 늦은 시간으로 잡는다. 그러면 나는 고객과 만나서 상담을 한 후 적당한 시간에 그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만남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이 다른 약속이 있거나 나를 만날 상황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나는 나와 업무 연관도가 높은 친구나 평상 시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저녁을 보내면 그 날 서울로 올라갈 수 없다. 그러므로 하룻밤을 T시에서 보내고 뒷날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으로 예정을 잡는 것이 나의 오랜 관습이었다. 어머님 댁에 가는 거야 이런 시간이 모두 파하고 난 뒤 늦게라도 가서 얼굴을 뵙고 안부를 확인한 후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니까 비록 어머님 댁에 가더라도 나는 나의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또 업무에도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뒷날 오전에도 거래처와 미팅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날 방문하여 원칙에 대한 협의를 한 후 뒷날 실무자들과 확대회의를 하여 마무리해야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대개 그날 저녁에는 고객과 저녁 약속이 있다. 고객도 나의 습관을 아는 터라 다음날 회의가 연속되면 나와 저녁에도 계속 대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의 일정 중에 언제 그녀를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번의 경우는 저녁에 내가 임의로 시간을 어찌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어차피 그 다음날 회의가 있고 이를 원만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밤늦게라도 협의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하므로 그 시간의 짜임새를 예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술이라도 한잔 하게 되면 끝나는 시간을 더욱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고객과의 모든 대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가능하면 아침 일찍 그녀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녁에는 어차피 그녀도 시간적인 여유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대개 아침에는 어머님과 형님의 아침식사를 차려 놓고는 그녀 자신은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을 한다. 밥맛도 없거니와 회사에 가면 어차피 먹을 것이 있으니까 입맛이 동하면 먹을 수 있다는 핑계를 댄다. 내게는 이것이 형님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가능하면 피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형수가 특별한 일을 빌미로 좀 더 일찍 집을 나설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내일 T시에 갈 일이 있는데...” “그래? 언제 와?” “응, 오후에...” “나는 언제 만나?” “언제가 좋겠어?” “여덟시?” “잘 모르겠어.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끝날 때쯤 전화해” “그냥, 그러지 말고, 모레 아침 일찍 만나면 어때? 내일 일 끝내고 여관에서 자고 있을 테니까, 자기가 글루 들어오면 되지?” “어디서 잘 건데?” “응, 전에 거기서 잘께. 몇 호실인지는 근처에 와서 전화해!” “몇 시?” “응, 최대한 빨리 와라! 몇 시까지 올 수 있어?” “응, 알았어. 그러면 그렇게 해! 자기 술 많이 마시지 마! 알았지?” “응, 그러도록 노력할게!”
나는 뒷날 T시로 향한다. 이날은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일을 끝낸 후 나는 전의 그 모텔을 찾아 자고 있으면 그녀가 뒷날 내게로 올 테니까. 나는 그날 일을 마친 후 예상대로 고객과 식사를 하게 된다. 그날따라 서로의 쟁점이 잘 절충되어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되었고, 뒷날은 그야말로 실무적인 협의만 하면 되게끔 되었다. 우리는 좀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다. 서로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날따라 그도 나도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둘이서 소주 세병을 마시다. 저녁을 마신 후 우리는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기다. 어차피 내일까지 이어져야 할 자리이고 그도 내가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야함을 알고 있으니 늦게까지 나를 상대해주려는 배려에서였을 것이리라. 우리는 거기서 양주를 시키다. 작은 것이긴 하나 두병을 갈라서 먹으니 꽤 술이 오름을 느낀다. 저녁에 먹은 소주와 함께 취기가 오른다. 그래도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디 멈추는 법이 있는가? 양주를 마신 후 우리는 그 집을 나와 생맥주집을 다시 한군데 더 갔다. 거기서 아마 각각 500cc 세잔씩을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헤어진 후 나는 형수와 만나기로 한 그곳을 애를 써서 겨우겨우 찾아가다. 아마도 시간은 한시를 넘기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텔에 들어가서 어찌어찌 계산을 치르고 열쇠를 받고, 세수와 양치를 겨우 하고는 바로 뻗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를 잤을까? 전화 벨 소리에 잠을 깨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흐물거리는 몸짓으로 전화를 받다. “왜 그리 전화를 안받아?” 가물거리는 중에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참! 그녀를 만나기로 했었지? “몇 호실이야?” “으…응, 가만있어 봐. 열쇠가 어디 있지?.......................응, 여기 있네, 424호실인데....” “알았어! 갑자기 머리가 더욱 아파 옴을 느낀다. 그리고 몸도 상쾌하지 못하다. 온 몸이 찌뿌듯하다. 그냥 자고 싶은 기분뿐이다. 얼마를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을 열어 준다. 그녀가 들어온다. 그녀의 눈치를 본다. 별로 밝은 표정이 아니다. 나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모습과 그래도 나를 만나 반갑다는 표정이 교차된 그녀의 얼굴이 게슴츠레한 나의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말없이 옷을 벗는다. 외투를 벗고 티를 벗고 이어 바지를 벗는다. 나 역시 러닝을 벗는다.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는 그녀를 위해 자리를 비켜 준다. 나는 대개 침대의 바깥쪽을 좋아한다. 여자를 안쪽에 눕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나는 왼손으로 여자를 안을 수 있고 오른손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왼손으로 안는다. 그리고는 그녀의 상반신에 나의 상반신을 그녀를 마주보는 모습으로 얹는다. 의식이 분명하지 못한 중에도 그녀의 풍만함이 느껴진다. 두툼한 중년의 몸짓이다. 입술을 찾아 입맞춤을 잠간 한다. 그리고는 입술을 열고 혀를 집어넣는다. 아마도 내개서는 진한 술 냄새가 날 것이다. 혀를 찾으면서 내 쉬는 나의 숨이 그녀의 얼굴에서 반향 되어 내게로 다시 오는 그 냄새에 나 스스로도 유쾌하지 못함을 느낀다. 그래도 키스는 좋다. 정신이 맑아 온다. 그녀의 혀를 찾아 그녀의 혀 밑으로 나의 혀를 집어넣는다. 가능한 깊이 집어넣으려고 애를 쓴다. 잠시 후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찾는다. 나의 손을 그녀의 브래지어 끈으로 가져간다. 나는 혀를 말아서 그녀의 혀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깊숙이 빨아드린다. 묵직한 기분이 들면서 그녀의 숨이 가빠진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녀의 브래지어 호크를 푼다. 내 손은 그대로 등에서 미끄러져 그녀 앞가슴의 하나로 향한다. 나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그것을 음미한다.
여자의 가슴은 언제 만져도 좋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어린 소녀의 것이든 이렇게 나이 많은 여자의 것이든 여자의 가슴은 그것만으로서 언제든지 좋다. 이것을 만지는 동안 대개 나는 아무런 생각도 안한다. 그저 가슴을 만지고 빨고 아우르는 것이 좋을 뿐이다. 그 순간이 좋을 뿐이다. 여자의 떨림이 나의 가슴에 전해진다.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나의 것을 잡는다. 처음에는 꼭 잡는다.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한 탓인가? 아니면 술기운에서 깨어나지 못해서인가? 그녀가 나를 꼭 쥐었을 때도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평소보다 조금 커지긴 했으나 강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던 녀석이 그녀의 손안에서 서서히 성장을 한다. 이 녀석도 드디어 분위기 파악을 한 모양이다. 그녀의 손놀림에 부드러움과 강함이 교차되고 귀두 아래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림에 따라 나의 것도 점점 힘을 얻어간다. 나도 한쪽 손을 내려 그녀의 팬티로 간다. 팬티 선을 아래로 내린 후 발을 굽혀 엄지발가락으로 그녀의 팬티를 건 후 그것을 벗겨 버린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동작으로 나의 팬티를 벗겨 내린다.
나는 그녀에게 올라간다. 그리고는 그녀의 안으로 들어간다. 비교적 잘 들어간다고 느꼈다. 나는 그녀의 안에서 나의 몸짓을 한다. 몸짓이 경쾌하지 못하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 있지도 못하고 장단지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 잇지 못하다. 몸이 지지를 받아야할 곳과 움직여야할 곳을 확실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오랜 습관적인 몸짓을 하고 있다. 그나마 몇 번을 했을까? 아마도 별로 오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쉽게 파정을 하고 만다.....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
그녀는 어땠을까? 아마 기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에 누군가가 정지를 시켜서 바로 서야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서두른 탓인지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어쨌든 나는 형수가 준비되어 잇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진도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 스스로도 그냥 파정했다는 기분 말고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이니 그녀의 기분이야!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의 상황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을 것이다. 처음은 서로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흥분의 상태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랬으니 내가 일부러 그녀를 위해 수고하지 아니하더라도 그녀 스스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지경이었고 내가 약간의 수고를 더함에 따라 그녀는 대단한 만족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나 역시 그때는 많은 만족을 느낄 수 있었는데.....지금은 어떤가? 그녀는 아직도 추위가 남아있는 날씨 속에 새벽바람을 가르며 나를 만나기 위해 왔을 텐데, 그것도 나를 만난다는 많은 기대감 속에서 왔을 텐데... 그녀가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는 달리 나는 망가져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그녀는 상당한 상실감을 느꼈을 테다. 그 뒤에 내가 그녀를 위해 한 일도 별다른 성의를 다하지 않았음에 틀림이 없다. 그녀의 몸이 충분히 달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서둘러 올라간 것이고 그런 후라도 나의 강력함으로 그녀를 달굴 수 있었어야함에도 나는 달리기를 하다가 중도에 자빠진 사람과 같이 얼마 후 바람 빠진 풍선마냥 시들해진 채로 볼품없이 내려오고 말았으니.....
그녀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아니 엄청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위에 있는 것이 민망하여 곧바로 스르륵 내려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러한 난처한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듯 너스레를 떨어야 했다. “너무 빨리 쌌지? 오늘, 잘 안되는데......” “내가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그랬잖아?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응, 고객과 밤늦게 있다가 보니 그랬어..........” “자기 피곤할 텐데, 좀 쉬어. 나, 갈께....” “그래......나중에 연락할게....” 그녀는 그런 후 나에게 다른 몸짓 없이 침대를 내려와 옷가지를 들고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윽고 샤워 후 옷을 입고 샤워를 한 후 나에게 좀 쉬어라는 말을 하고는 그녀의 일터로 간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가을, 도로가에 나뒹구는 가을의 낙엽냄새를 맡는다. 나는 그녀가 나간 뒤, 문을 잠그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 몸은 여전히 맑지 못하다. 머리가 여전히 무겁다. 억지로 잠을 청한다.
6.일상 속으로
서울로 돌아와서도 개운하지 못한 기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예전과 같이 밝지 못하고 가볍지 아니하다고 느낀다. 전에 내가 그녀와 전화를 할 때는 그녀에게서 봄날에 보리밭 위로 치솟는 종달새나 먹이를 찾아 땅바닥을 총총 뛰어다니는 참새와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이제는 그녀에게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없다. 거의 시동생의 수준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러니 대화도 겉도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는 끝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 전화를 하는 횟수도 줄어든다. 그녀가 나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 하던 전화도 내가 전화를 거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중, 다시 T시로 출장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를 알린다. 그리고 시간 약속을 하기 위해 묻는다. 그녀는 이제 그렇게 늦은 시간에는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나는 그녀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나의 일정을 미리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 내일 T시로 가는데.” “그래? 그럼 집에 와서 자고 가” “.......” “내일 만날 수 있을까?” “몇 시?” “응, 일 끝나면 여덟 시 정도 될 텐데...” “ 그 시간은 안 돼, 내일은 오빠 집에서 제사가 있어. 퇴근 후에 바로 가봐야 되. 형님도 같이 가실거야” “제사?” “응. 그러니 자기는 일보고 그냥 집으로 와” “알았어! 나는 기대를 갖고 전화를 했다가 실망을 안고 전화를 끊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번에는 일만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 뒤로도 한두 번은 이런 일이 더 있었던 것 같다. 나는 T시로 출장을 갈 일이 생기면 형수에게 전화를 하여 그녀와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 그때 그녀에게는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던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전화를 하는 사이이고 전화할 때 주위에 누가 없으면 그녀는 나에게 자기라고 불렀으나 대화의 내용은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얼마 후 다시 내가 T시로 갈 일이 있었을 때다. 이제 계절은 바뀌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나는 예전과 같이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내일은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번에는 그녀도 아무 일도 없단다. 우리는 시간 약속을 한다. 그녀가 무리 없이 일을 마치고 나와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여덟시 정도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만나면 두 사람에게 여유가 별로 없다. 그녀는 대개 집에 9시 전후하여 집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일이 있는 것으로 하더라도 열시를 넘기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런 점은 그녀가 옛날 까페에 다는 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개선된 셈이다. 형님과 어머님, 그리고 나 역시 이를 바래왔으므로 이를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나와 형수가 바깥에서 뭔가를 꾸미기에는 부족한 시간인 것은 틀림이 없다. 나는 형수에게 내일은 좀 일찍 나올 수 없느냐고 묻는다. 형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여덟시 정시에만 나오라고 한다. 나는 그러마고 한다.
이튿날 T시에서 업무를 보다. 업무 도중에 T시를 벗어나 인근 도시의 업체를 방문해야할 일이 생긴다. 나는 형수와 만날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일을 마친 후 형수를 만나기 위해 T시의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T시의 인근도시에서 T시로 진입하는 도로가 러시아위로 막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차는 막혀 T시로 진입할 생각을 않는다. 가슴을 졸이고 초조함을 느낀다. 그녀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려야하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그녀는 약속장소로 출발했을 시간이다. 그녀는 폰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이야 어린이도 노인도 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몇 년 전에야 어디 그랬는가? 초조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시간은 흐르고 차는 굼벵이 걸음이다. 겨우겨우 차에서 내려 약속장소에 허겁지급 갔을 때는 분침이 이미 9시를 향하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하다. 땀으로 인한 짜증도 잠시 혹시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찾았으나 역시 그녀는 없다. 아무리 찾아도 그녀가 없다. 한참을 서성이다 나도 어머님이 계신 집으로 향한다.
형수 역시 집에 얌전히 있다. 어머님께 인사를 하고 형수에게도 예의를 차리다. 어머님이 차려 주신 밥을 먹으면서 어머님이 방으로 들어가신 틈을 타 형수에게 묻는다. “언제 왔어?“ ”한 삼십분 정도 기다리다가 자기 늦는 것 같아서 그냥 왔어“ ”그럼 전화라도 하지?“ ”바쁜 사람한테 전화는 무슨....날도 덥고, 시간도 너무 늦고 하여 그냥 왔어..“ ”......“ ”다음에도 자기, 일부터 봐! 여유를 갖고 하고...“ ”.....“
이 후로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년이 흐르고 있다. 이러는 동안에도 서로 전화를 하고 안부 이상의 대화를 하기도 하고, 또 만나기 위한 노력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기회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형수도 가끔은 “언제 한번 안 오느냐”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전화로 할 때가 있으나 서로의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워 실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절이나 휴가 때 집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연인을 바라보는 눈을 할 때도 많다. 물론 형님이나 아내나 주위의 눈을 피하여 은밀하게 눈짓을 주고받을 때에 한해서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제 더 이상의 것을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처음의 열정과 흥분이 워낙 커서 다시 한번 그것을 시도하여 다시 실망스러운 상태가 되풀이되면 마치 처음의 그 흥분과 열정마저 잃어버릴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향한 눈빛에 사랑과 이해를 담아 둔 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일반적인 야설과는 좀 다르게 쓰고 싶었는데, 화끈한 내용을 기대하는 분께는 그렇지 못한 점이 있었죠? 어쨌든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이 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형수는 이제 나의 여자가 된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그리고 사실, 형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둘이서 있을 때는 또 분명하게 나의 여자인 것이다.
나는 그녀 위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천정을 보고 벌러덩 눕는다. 자기 역할을 다한 나의 것은 축소되어 다소곳하게 자기가 마땅히 있을 곳에 있다. 나는 나의 몸속에서 나온 것을 닦지도 않고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녀에게 화장지를 건네주는 수고로움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있다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화장실로 간다. 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그녀는 나에게로 와 화장지로 나의 것을 닦아 준다. 다시 나에게 가벼운 키스를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우리는 이를 무덤까지 갖고 가야해. 자기와 나 두 사람만의 비밀로서.....”
그녀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한다. 나도 팬티를 걸친다. 형수는 나에게 같이 집으로 갈 것을 다시 권한다. 나는 거절한다. 그녀는 나에게 한 번 더 권한 후 그래도 내가 거절하자 단념한 듯한 표정으로 외투를 걸친다. 나는 배웅을 해 준다. 그녀는 나에게 잘 자라고 말한다.
형수가 돌아가고 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돌이켜 본다. 내가 무엇을 위해 형수를 만나자고 했든가? 나는 형수의 생활 방식이 현숙한 주부로서의 그것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이의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탐색을 하여 현실을 파악한 후 거기에 맞는 대책을 수립할 목적으로 형수를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나의 의도는 어디로 가고.......형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형수는 내가 그녀를 만나자고 한 것을 과거에 내가 그녀를 유혹하려다가 실패한 것을 다시 이루고자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쯤으로 생각했을까? 최근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쨌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고 만 셈이 되었다. 나도 사십을 바라보는 놈으로써 이러한 지경에 이른 것을 어찌 형수만의 유혹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이를 바랐던 일이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고등학생이 아니다. 그때 나는 분명, 사물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고 다른 당사자인 형수는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나의 욕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둘 다 그때보다 훨씬 더 이성적이고 자기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결과는 오히려 그때보다 심각하게 바뀌어 버렸다. 아니 분명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이다. 형수와 같이 섹스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섹스는 대단한 것이었다. 나로서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의 샘이 넘치는 여자를 본적이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도 무한한 자극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형수가 나를 그녀의 위로 끌어올렸을 때 나의 머리 한쪽에는 망설임이 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그 다음의 행동으로 나아가게 된 것도 형수의 넘치는 샘이 한 몫을 한 것이 분명했다. 이 섹스가 주는 유혹과 매력이 너무 커서 나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리라.
형수가 돌아간 뒤, 형님이랑 가족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걱정이 잠시 되기도 했으나 곧 이러한 생각은 엷어지고 조금 전의 자극적인 영상이 머리 속을 가득 메운다. 불안함보다는 섹스가 가져다주는 달콤함과 흥분이 머리를 강하게 지배한다. 다시 한번 그 상황을 즐기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받는다. 어차피 형수는 나의 여자가 되었으니 앞으로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억지를 부리거나 강제하여 이런 결과가 온 것이 아니므로 나는 얼마든지 동일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 왔다. 형수와 처음의 일을 만들 때와는 달리 매우 바쁜 일들이 생겼다. 우선 서울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회사의 조직이 바뀜에 따라 새로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보고해야할 일도 많아졌다. 고객들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관심과 전략을 수립해야할 일도 더욱 많아졌다. 얼마든지 다음 기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든 나의 생각과는 달리 쉽게 T시로 출장을 갈만한 명분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 일 이후로 형수에게서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 전화가 왔다. 전화의 내용은 일상사로부터 시작하지만 중간에 보고 싶다느니 언제 시간을 낼 수 있느냐는 등의 내용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다음 번 내려올 때는 미리 연락을 하라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기를 한달 정도 지났을까? 나도 겨우 어찌어찌하여 다음 출장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출장 계획을 수립한 후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내일 내려가겠노라고.
그날 나는 다른 손님과의 약속이 있어 식사를 하고, 2차를 가서 맥주 한잔을 하고는 비교적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갔던 것 같다. 집에 갔더니 집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여러 번 왔었다고 아내가 말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이다. 그 중의 한 놈에게 전화를 하다. 그랬더니 T시에 살고 있는 친구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전에 형수를 만나기 전에 시간을 때우느라고 만났던 그 놈이다. 이 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나는 가볼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우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마지막 그 분의 영정을 지켜보기라도 해야 한다. 나는 친구들과 병원에 딸린 장례식장에서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다음 날 T시로 내려갔다. 어차피 회사에는 출장을 간다고 한 것이고 상가에는 저녁에 가면 될 것이니 나는 예정대로 출장을 가는 것으로 했다.
본연의 업무를 마치고 상가가 있는 병원에 가다. 벌써 여러 놈이 와 있다. 돌아가신 분께 먼저 예를 차리고 친구에게 조문을 하다. 친구 어머님께도 예를 드리다. 슬퍼하시는 것 반, 반가운 표정 반이다. 나는 친구 놈들을 만나 따로 상을 앞에 두고 술을 권커니 잦거니 하다. 그러면서 시계를 본다. 형수를 만나야할 시간이 좀 남아 있다. 그러나 고민과 갈등이 따른다. 친구를 두고 형수를 만나기 위해 외출을 하고 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들을 떠나서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이 이들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T시까지 내려와 놓고 얼굴만을 보고 훌쩍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도 마뜩찮다. 우리는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 놈들은 내가 당연히 출상까지는 보고 올라 갈 것으로 기대하고들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해왔었다. 그렇다고 야밤에 누군가를 만난다고 한 후, 다시 돌아오는 것도 면목이 서지 않는다. 친구 놈에게야 전에는 고객과 굳이 만날 일이 있음을 말하기는 했으나, 지금은 이 놈이 상을 당한 상태이고 내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응당 자기의 조문만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놈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친구 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도 계속 이런 생각을 하니 정신 집중도 되지 않는다. 거듭거듭 고민을 했으나 가는 것은 시간 뿐, 드디어 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나는 형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쪽으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매우 반가운 목소리다. 어디야?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서둘러 인사를 한 후 나는 본론을 이야기 한다. 사실은 친한 친구 놈 아버지가 어제 돌아가셔서.....지금 병원에 있으며 여기서 밤을 세워야할 것이라고.......그녀의 목소리가 마르면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자기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나도 목소리에 힘을 뺀다. 응. 이 놈의 그러기가 어려워.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한데, 다음에 보자! 응? 그녀가 말한다. 그러면 잠간이라도 나왔다가 가면 않되? 응, 그것이 어려워. 여기 일손이 너무 부족하고.....내일 출상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도 있고.....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응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빠져있다. 알았어.....그럼 다음에 봐....
나는 그녀가 오늘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나의 상황 때문에, 나는 그것을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를 실망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그녀를 잔뜩 기대하게끔 만들어 두고서....
나는 친구들에게로 돌아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그날 밤을 지냈다. 그리고 출상을 지켜보다. 장지가 친구 놈의 선산에 있는 탓으로 장지까지는 같이 가지 못함을 친구에게 양해 구하고 오전 늦은 비행기로 나는 서울로 올라가다.
서울로 올라와 사무실에 들른 나는 잔무를 처리한 후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그녀가 받는다. “이제 올라왔어. 어제는 미안했어!” “할 수 없었잖아?” “다음에 내려가면 전화할게” “언제쯤 올 수 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아. 가능한 빠른 시간에 가도록 해 볼게”
이러는 동안에 형수의 일터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다니던 까페를 그만두고 형수 여동생의 신랑이 경영하는 회사의 식당일을 거들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까페에 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형수의 여동생이 언니의 사정을 알음알음으로 알고는 자기 신랑의 회사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애를 썼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다만 이번에는 이 소식을 어머님을 통해 듣지 않고 그녀로부터 직접 듣게 된 것이 다르다.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러나 잘했다고 했다. 이는 가정을 가진 주부에게는 잘 된 일인 것은 맞다.
이제 그녀의 하루 일과도 바뀌게 되었다. 전에는 오전 늦게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였으나 이제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비교적 일찍 집으로 귀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일찍 이라고 해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저녁을 차려 주고 이들이 식사를 마치면 이의 정리를 하고 퇴근을 해야 하는 생활이긴 하지만. 형님이나 어머님께는 참으로 잘된 일이고 기실, 나도 형수가 그렇게 바뀌기를 바랐음에도 그녀와 나의 만남을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전에는 그녀의 귀가 시간이 워낙 늦었으므로 그 시간 안에는 임의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고 그렇다고 하여 집안 식구들로부터 그것 때문에 별다른 추중을 받지 않았으나 그녀는 이제 저녁 늦게까지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 자체가 빨라진데다가 그녀가 회사를 퇴근한 시간과 집으로 귀가한 시간을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점을 그녀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런 것은 별루 문제될 것이 없단다. 한두 시간 정도 내는 거야 사전에 조정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란다. 미리 이야기를 하면 자기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도록 부탁할 수 있단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저녁 일찍 만나는 것이 좋단다. 어쨌거나 밤늦게 귀가할 수 있는 명분을 이제는 그녀도 마음대로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의 출장 기회는 좀 빨리 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정을 1박2일로 잡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 T시의 출장을 대부분 나는 1박2일의 일정으로 잡았었다. 그것은 나의 어머님께서 사시고 형님이 계신 곳이어서 출장을 마친 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의 업무가 일의 능률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증진을 위해 가능하면 저녁에도 손님을 만나서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고객과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나는 믿었고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을 해왔었다. 그래서 일정을 잡을 때 고객과의 시간 약속을 가능하면 오후 늦은 시간으로 잡는다. 그러면 나는 고객과 만나서 상담을 한 후 적당한 시간에 그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만남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이 다른 약속이 있거나 나를 만날 상황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나는 나와 업무 연관도가 높은 친구나 평상 시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저녁을 보내면 그 날 서울로 올라갈 수 없다. 그러므로 하룻밤을 T시에서 보내고 뒷날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으로 예정을 잡는 것이 나의 오랜 관습이었다. 어머님 댁에 가는 거야 이런 시간이 모두 파하고 난 뒤 늦게라도 가서 얼굴을 뵙고 안부를 확인한 후 잠만 자면 되는 것이니까 비록 어머님 댁에 가더라도 나는 나의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또 업무에도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뒷날 오전에도 거래처와 미팅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날 방문하여 원칙에 대한 협의를 한 후 뒷날 실무자들과 확대회의를 하여 마무리해야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대개 그날 저녁에는 고객과 저녁 약속이 있다. 고객도 나의 습관을 아는 터라 다음날 회의가 연속되면 나와 저녁에도 계속 대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의 일정 중에 언제 그녀를 만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번의 경우는 저녁에 내가 임의로 시간을 어찌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어차피 그 다음날 회의가 있고 이를 원만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밤늦게라도 협의할 것이 있으면 해야 하므로 그 시간의 짜임새를 예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술이라도 한잔 하게 되면 끝나는 시간을 더욱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고객과의 모든 대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가능하면 아침 일찍 그녀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녁에는 어차피 그녀도 시간적인 여유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대개 아침에는 어머님과 형님의 아침식사를 차려 놓고는 그녀 자신은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을 한다. 밥맛도 없거니와 회사에 가면 어차피 먹을 것이 있으니까 입맛이 동하면 먹을 수 있다는 핑계를 댄다. 내게는 이것이 형님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가능하면 피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형수가 특별한 일을 빌미로 좀 더 일찍 집을 나설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내일 T시에 갈 일이 있는데...” “그래? 언제 와?” “응, 오후에...” “나는 언제 만나?” “언제가 좋겠어?” “여덟시?” “잘 모르겠어.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끝날 때쯤 전화해” “그냥, 그러지 말고, 모레 아침 일찍 만나면 어때? 내일 일 끝내고 여관에서 자고 있을 테니까, 자기가 글루 들어오면 되지?” “어디서 잘 건데?” “응, 전에 거기서 잘께. 몇 호실인지는 근처에 와서 전화해!” “몇 시?” “응, 최대한 빨리 와라! 몇 시까지 올 수 있어?” “응, 알았어. 그러면 그렇게 해! 자기 술 많이 마시지 마! 알았지?” “응, 그러도록 노력할게!”
나는 뒷날 T시로 향한다. 이날은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일을 끝낸 후 나는 전의 그 모텔을 찾아 자고 있으면 그녀가 뒷날 내게로 올 테니까. 나는 그날 일을 마친 후 예상대로 고객과 식사를 하게 된다. 그날따라 서로의 쟁점이 잘 절충되어 원만한 합의에 이르게 되었고, 뒷날은 그야말로 실무적인 협의만 하면 되게끔 되었다. 우리는 좀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다. 서로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날따라 그도 나도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둘이서 소주 세병을 마시다. 저녁을 마신 후 우리는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기다. 어차피 내일까지 이어져야 할 자리이고 그도 내가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야함을 알고 있으니 늦게까지 나를 상대해주려는 배려에서였을 것이리라. 우리는 거기서 양주를 시키다. 작은 것이긴 하나 두병을 갈라서 먹으니 꽤 술이 오름을 느낀다. 저녁에 먹은 소주와 함께 취기가 오른다. 그래도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디 멈추는 법이 있는가? 양주를 마신 후 우리는 그 집을 나와 생맥주집을 다시 한군데 더 갔다. 거기서 아마 각각 500cc 세잔씩을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헤어진 후 나는 형수와 만나기로 한 그곳을 애를 써서 겨우겨우 찾아가다. 아마도 시간은 한시를 넘기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텔에 들어가서 어찌어찌 계산을 치르고 열쇠를 받고, 세수와 양치를 겨우 하고는 바로 뻗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를 잤을까? 전화 벨 소리에 잠을 깨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흐물거리는 몸짓으로 전화를 받다. “왜 그리 전화를 안받아?” 가물거리는 중에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아참! 그녀를 만나기로 했었지? “몇 호실이야?” “으…응, 가만있어 봐. 열쇠가 어디 있지?.......................응, 여기 있네, 424호실인데....” “알았어! 갑자기 머리가 더욱 아파 옴을 느낀다. 그리고 몸도 상쾌하지 못하다. 온 몸이 찌뿌듯하다. 그냥 자고 싶은 기분뿐이다. 얼마를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을 열어 준다. 그녀가 들어온다. 그녀의 눈치를 본다. 별로 밝은 표정이 아니다. 나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모습과 그래도 나를 만나 반갑다는 표정이 교차된 그녀의 얼굴이 게슴츠레한 나의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말없이 옷을 벗는다. 외투를 벗고 티를 벗고 이어 바지를 벗는다. 나 역시 러닝을 벗는다.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는 그녀를 위해 자리를 비켜 준다. 나는 대개 침대의 바깥쪽을 좋아한다. 여자를 안쪽에 눕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나는 왼손으로 여자를 안을 수 있고 오른손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왼손으로 안는다. 그리고는 그녀의 상반신에 나의 상반신을 그녀를 마주보는 모습으로 얹는다. 의식이 분명하지 못한 중에도 그녀의 풍만함이 느껴진다. 두툼한 중년의 몸짓이다. 입술을 찾아 입맞춤을 잠간 한다. 그리고는 입술을 열고 혀를 집어넣는다. 아마도 내개서는 진한 술 냄새가 날 것이다. 혀를 찾으면서 내 쉬는 나의 숨이 그녀의 얼굴에서 반향 되어 내게로 다시 오는 그 냄새에 나 스스로도 유쾌하지 못함을 느낀다. 그래도 키스는 좋다. 정신이 맑아 온다. 그녀의 혀를 찾아 그녀의 혀 밑으로 나의 혀를 집어넣는다. 가능한 깊이 집어넣으려고 애를 쓴다. 잠시 후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찾는다. 나의 손을 그녀의 브래지어 끈으로 가져간다. 나는 혀를 말아서 그녀의 혀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깊숙이 빨아드린다. 묵직한 기분이 들면서 그녀의 숨이 가빠진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녀의 브래지어 호크를 푼다. 내 손은 그대로 등에서 미끄러져 그녀 앞가슴의 하나로 향한다. 나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그것을 음미한다.
여자의 가슴은 언제 만져도 좋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어린 소녀의 것이든 이렇게 나이 많은 여자의 것이든 여자의 가슴은 그것만으로서 언제든지 좋다. 이것을 만지는 동안 대개 나는 아무런 생각도 안한다. 그저 가슴을 만지고 빨고 아우르는 것이 좋을 뿐이다. 그 순간이 좋을 뿐이다. 여자의 떨림이 나의 가슴에 전해진다.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나의 것을 잡는다. 처음에는 꼭 잡는다.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한 탓인가? 아니면 술기운에서 깨어나지 못해서인가? 그녀가 나를 꼭 쥐었을 때도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평소보다 조금 커지긴 했으나 강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던 녀석이 그녀의 손안에서 서서히 성장을 한다. 이 녀석도 드디어 분위기 파악을 한 모양이다. 그녀의 손놀림에 부드러움과 강함이 교차되고 귀두 아래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림에 따라 나의 것도 점점 힘을 얻어간다. 나도 한쪽 손을 내려 그녀의 팬티로 간다. 팬티 선을 아래로 내린 후 발을 굽혀 엄지발가락으로 그녀의 팬티를 건 후 그것을 벗겨 버린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동작으로 나의 팬티를 벗겨 내린다.
나는 그녀에게 올라간다. 그리고는 그녀의 안으로 들어간다. 비교적 잘 들어간다고 느꼈다. 나는 그녀의 안에서 나의 몸짓을 한다. 몸짓이 경쾌하지 못하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 있지도 못하고 장단지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 잇지 못하다. 몸이 지지를 받아야할 곳과 움직여야할 곳을 확실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오랜 습관적인 몸짓을 하고 있다. 그나마 몇 번을 했을까? 아마도 별로 오랜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쉽게 파정을 하고 만다.....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
그녀는 어땠을까? 아마 기차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에 누군가가 정지를 시켜서 바로 서야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서두른 탓인지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어쨌든 나는 형수가 준비되어 잇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진도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 스스로도 그냥 파정했다는 기분 말고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이니 그녀의 기분이야!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의 상황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을 것이다. 처음은 서로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흥분의 상태에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그랬으니 내가 일부러 그녀를 위해 수고하지 아니하더라도 그녀 스스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지경이었고 내가 약간의 수고를 더함에 따라 그녀는 대단한 만족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나 역시 그때는 많은 만족을 느낄 수 있었는데.....지금은 어떤가? 그녀는 아직도 추위가 남아있는 날씨 속에 새벽바람을 가르며 나를 만나기 위해 왔을 텐데, 그것도 나를 만난다는 많은 기대감 속에서 왔을 텐데... 그녀가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는 달리 나는 망가져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그녀는 상당한 상실감을 느꼈을 테다. 그 뒤에 내가 그녀를 위해 한 일도 별다른 성의를 다하지 않았음에 틀림이 없다. 그녀의 몸이 충분히 달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서둘러 올라간 것이고 그런 후라도 나의 강력함으로 그녀를 달굴 수 있었어야함에도 나는 달리기를 하다가 중도에 자빠진 사람과 같이 얼마 후 바람 빠진 풍선마냥 시들해진 채로 볼품없이 내려오고 말았으니.....
그녀는 전혀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아니 엄청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위에 있는 것이 민망하여 곧바로 스르륵 내려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러한 난처한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듯 너스레를 떨어야 했다. “너무 빨리 쌌지? 오늘, 잘 안되는데......” “내가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그랬잖아?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응, 고객과 밤늦게 있다가 보니 그랬어..........” “자기 피곤할 텐데, 좀 쉬어. 나, 갈께....” “그래......나중에 연락할게....” 그녀는 그런 후 나에게 다른 몸짓 없이 침대를 내려와 옷가지를 들고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윽고 샤워 후 옷을 입고 샤워를 한 후 나에게 좀 쉬어라는 말을 하고는 그녀의 일터로 간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나는 가을, 도로가에 나뒹구는 가을의 낙엽냄새를 맡는다. 나는 그녀가 나간 뒤, 문을 잠그고는 다시 잠을 청한다. 몸은 여전히 맑지 못하다. 머리가 여전히 무겁다. 억지로 잠을 청한다.
6.일상 속으로
서울로 돌아와서도 개운하지 못한 기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예전과 같이 밝지 못하고 가볍지 아니하다고 느낀다. 전에 내가 그녀와 전화를 할 때는 그녀에게서 봄날에 보리밭 위로 치솟는 종달새나 먹이를 찾아 땅바닥을 총총 뛰어다니는 참새와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이제는 그녀에게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없다. 거의 시동생의 수준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러니 대화도 겉도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는 끝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 전화를 하는 횟수도 줄어든다. 그녀가 나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 하던 전화도 내가 전화를 거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중, 다시 T시로 출장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를 알린다. 그리고 시간 약속을 하기 위해 묻는다. 그녀는 이제 그렇게 늦은 시간에는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나는 그녀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나의 일정을 미리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 내일 T시로 가는데.” “그래? 그럼 집에 와서 자고 가” “.......” “내일 만날 수 있을까?” “몇 시?” “응, 일 끝나면 여덟 시 정도 될 텐데...” “ 그 시간은 안 돼, 내일은 오빠 집에서 제사가 있어. 퇴근 후에 바로 가봐야 되. 형님도 같이 가실거야” “제사?” “응. 그러니 자기는 일보고 그냥 집으로 와” “알았어! 나는 기대를 갖고 전화를 했다가 실망을 안고 전화를 끊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번에는 일만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 뒤로도 한두 번은 이런 일이 더 있었던 것 같다. 나는 T시로 출장을 갈 일이 생기면 형수에게 전화를 하여 그녀와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을 했고 그때 그녀에게는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던 듯하다. 우리는 여전히 전화를 하는 사이이고 전화할 때 주위에 누가 없으면 그녀는 나에게 자기라고 불렀으나 대화의 내용은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얼마 후 다시 내가 T시로 갈 일이 있었을 때다. 이제 계절은 바뀌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나는 예전과 같이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내일은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번에는 그녀도 아무 일도 없단다. 우리는 시간 약속을 한다. 그녀가 무리 없이 일을 마치고 나와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여덟시 정도이다. 그런데 이 시간에 만나면 두 사람에게 여유가 별로 없다. 그녀는 대개 집에 9시 전후하여 집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일이 있는 것으로 하더라도 열시를 넘기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런 점은 그녀가 옛날 까페에 다는 던 시절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개선된 셈이다. 형님과 어머님, 그리고 나 역시 이를 바래왔으므로 이를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나와 형수가 바깥에서 뭔가를 꾸미기에는 부족한 시간인 것은 틀림이 없다. 나는 형수에게 내일은 좀 일찍 나올 수 없느냐고 묻는다. 형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보고 여덟시 정시에만 나오라고 한다. 나는 그러마고 한다.
이튿날 T시에서 업무를 보다. 업무 도중에 T시를 벗어나 인근 도시의 업체를 방문해야할 일이 생긴다. 나는 형수와 만날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일을 마친 후 형수를 만나기 위해 T시의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T시의 인근도시에서 T시로 진입하는 도로가 러시아위로 막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차는 막혀 T시로 진입할 생각을 않는다. 가슴을 졸이고 초조함을 느낀다. 그녀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려야하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그녀는 약속장소로 출발했을 시간이다. 그녀는 폰도 갖고 있지 않다. 지금이야 어린이도 노인도 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몇 년 전에야 어디 그랬는가? 초조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시간은 흐르고 차는 굼벵이 걸음이다. 겨우겨우 차에서 내려 약속장소에 허겁지급 갔을 때는 분침이 이미 9시를 향하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하다. 땀으로 인한 짜증도 잠시 혹시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찾았으나 역시 그녀는 없다. 아무리 찾아도 그녀가 없다. 한참을 서성이다 나도 어머님이 계신 집으로 향한다.
형수 역시 집에 얌전히 있다. 어머님께 인사를 하고 형수에게도 예의를 차리다. 어머님이 차려 주신 밥을 먹으면서 어머님이 방으로 들어가신 틈을 타 형수에게 묻는다. “언제 왔어?“ ”한 삼십분 정도 기다리다가 자기 늦는 것 같아서 그냥 왔어“ ”그럼 전화라도 하지?“ ”바쁜 사람한테 전화는 무슨....날도 덥고, 시간도 너무 늦고 하여 그냥 왔어..“ ”......“ ”다음에도 자기, 일부터 봐! 여유를 갖고 하고...“ ”.....“
이 후로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년이 흐르고 있다. 이러는 동안에도 서로 전화를 하고 안부 이상의 대화를 하기도 하고, 또 만나기 위한 노력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기회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형수도 가끔은 “언제 한번 안 오느냐”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전화로 할 때가 있으나 서로의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워 실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명절이나 휴가 때 집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연인을 바라보는 눈을 할 때도 많다. 물론 형님이나 아내나 주위의 눈을 피하여 은밀하게 눈짓을 주고받을 때에 한해서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제 더 이상의 것을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처음의 열정과 흥분이 워낙 커서 다시 한번 그것을 시도하여 다시 실망스러운 상태가 되풀이되면 마치 처음의 그 흥분과 열정마저 잃어버릴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향한 눈빛에 사랑과 이해를 담아 둔 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일반적인 야설과는 좀 다르게 쓰고 싶었는데, 화끈한 내용을 기대하는 분께는 그렇지 못한 점이 있었죠? 어쨌든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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