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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와의 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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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200 회 작성일 24-01-30 20: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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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엄청난 일

그 날 나는 일찍 T시로 향했다. T시에 도착하여 우선 나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보았다. 어차피 형수와는 저녁에 만날 것이니 시간에 쫓길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형수가 일찍 나온다고 하는 것이 그녀가 퇴근하는 평상시보다 일찍 나온다는 것이지, 초저녁부터 나오겠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카페의 문 닫는 시간과 정상적으로 주간에 업무를 보는 사람들과의 시간관념이 어차피 달라도 한참을 다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녀가 일찍 나온다는 말이 적어도 열시는 넘어야 한다는 뜻이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오히려 나에게는 문제인 것이다.
나는 업무를 다 본 후,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를 불러냈다. 이 녀석은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이다. 그와는 꽤 친한 편으로 서로 자주 연락을 하기는 하나 다른 도시에 살다 보니 만나기는 어려웠던 것이기도 하고 마침 그 녀석 집이 형수를 만나기로 한 동네와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은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고 소주를 한잔하다. 이어서 이차를 가서 맥주를 몇 잔 마시다. 평상시 같으면 둘이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셨을 터이지만, 나는 친구에게 저녁 늦게 거래처 손님을 만나야 할 일이 있음을 핑계로 양해를 구했다. 오랜만에 형수를, 그것도 나의 목적을 위해서 만나는 것인데 형수에게 술 취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고 가라는 친구를, 아니면 거래처 손님을 만나고 난 뒤 꼭 다시 연락하여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는 친구를 뒤로하고 나는 형수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친구도 나의 어머님이 같은 T시에 계신 것을 알고 있는 터라, 손님을 만난 뒤 집으로 갈 것이라는 나의 이야기에 더 이상 나를 붙들지는 않았다. 때는 겨울쯤이었을 것이다. 겨울이라고는 하나 서울과 달리 남쪽에 있는 T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이다. 그런데다가 술을 한잔 마신 나는 거의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약속 장소에 내가 먼저 가서 조금 기다리니 형수도 얼마 있지 않아 도착을 했다. 형수는 두터운 가죽 재킷을, 아래는 한 겨울임에도 짧은 치마에 스타킹 차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먼저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다. 나는 형님이랑 조카와 어머님의 안부를 묻고 형수는 나에게 우리 집 식구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는 가서 이야기할 만한 곳을 찾았다. 나의 의도는 좀 조용한 생맥주집 같은 곳을 찾는 것이었다. 그곳이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돌아다닌 곳의 주위에는 이러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위에서 눈에 뛰는 것이라고는 네온사인도 휘황찬란한 나이트 간판뿐이었다. 나이트란 곳은 이야기를 할만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위에 내가 찾고자하는 적당한 가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위를 몇 군데 돌자 좀 전에 느꼈던 온기는 다 사라지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가슴에 스며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떨림을 만든다. 겨울의 찬바람이 내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보다도 형수는 더 추운지 계속 몸을 웅크리는 시늉을 한다.
추위에 떠는 형수를 보자 더 이상 이곳저곳을 도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는 형수에게 나이트는 어떠냐고 묻는다. 그녀는 좋다고 하였다. 우리는 우선 눈에 보이는 곳을 한군데 들어갔다. 그곳은 꽤 썰렁한 곳이었다. 무대에는 밴드가 있어 음악이 흐르고 조명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나 사람이 별로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홀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이곳을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는 형수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가 나올 때, 나이트의 안내자들은 꽤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계속 있기를 종용하였으나 나는 고집을 부려서 나와 버렸다. 처음 형수와 바깥에서 대화를 하겠다는데 썰렁한 곳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를 나와 다시 찾아간 곳도 역시 나이트였다. 평상시에는 지천에 늘렸다고 생각한 맥주집이 이상하게도 그날은 한군데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었다. 이번에 들어간 집도 썰렁하기는 거의 매일 반이었으나 아까 들어갔던 곳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비슷한 분위기의 무대에는 그래도 몇몇이 춤을 추고 있었고 홀에도 몇몇이 있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맥주를 몇 병 시켰다. 마른안주와 함께 맥주가 나왔다. 내가 형수에게 술을 따르고 형수는 나에게 술을 따른 뒤 건배를 했다. 첫잔은 서로가 단숨에 들이켠 듯하다. 형수는 비교적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퇴근 후 주로 어디를 가는지, 시간이 나면 무엇을 하는지 술집은 주로 어떤 곳을 가는지를 물었다. 그리고는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도 물었다. 나는 당연히 없다고 했다. 나는 오직 우리 집사람 밖에 없다고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내가 형수에게 알고자 했던 주제로 옮겨가 있었다. 드디어 내가 형수에게 물었다. 술은 얼마나 많이 자주 마시는지? 현재 다니는 가게는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 나를 한번 데리고 갈 수는 없는지? 그리고 이런 나이트는 자주 오는지? 가게에 있으면 귀찮게 하는 남자는 없는지? 등등...나는 제법 많은 질문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합해보면 형수의 생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형수는 나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어떤 것은 자세하게 어떤 것은 대충대충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나의 질문에 대한 형수의 대답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내가 느낀 것은 과연 내가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이트에도 여러 번 와 본 경험이 있었다. 당연히 치근거리는 남자도 몇몇은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것은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이에 대한 형수의 답은 내개 그런 사람이 어디있냐?는 식이었다. 정확하게는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을 하고 있다. 그녀는 분명히 나에게 부정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답을 했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므로 나는 형수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다. 하기야 시동생이 묻는 이러한 질문에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할 형수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맥주를 몇 병 비우고 나자 형수는 나에게 무대에 나가서 춤이나 추자고 하였다. 형수는 홀에 들어오면서 입고 있었던 가죽 재킷을 벗었었다. 그녀는 속에 빨간 티를 입고 있었다. 나는 버벌리코트와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우리는 디스코 음악이 흐를 때 무대에 나갔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듯한 몸짓일 수밖에 없다. 누가보아도 우리는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것을 의식하다보니 자연 몸짓이 어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왕에 나간 것이니 음악에 맞추어 몸짓을 했다. 그래도 몇 곡을 추는 동안에 어색함은 사라지고 춤 자체에 몰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형수도 제법 춤에 열중하려는 듯한 태도였다. 그녀 역시 나름대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것이리라. 얼마 후 음악은 디스코에서 블루스로 바뀌었다.
나는 잠간 망설였음에도 결국은 형수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분위기가 그녀를 안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형수의 실생활을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형수도 굳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 틈에 묻혀 우리는 다시 홀로 돌아 왔다. 그러나 자리에 앉을 때 형수는 내 옆에 앉았다. 우리는 처음 이곳에서 자리에 앉을 때 탁자를 앞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았었다. 서로를 쳐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던 것이 춤을 추고난 뒤 자리로 돌아와서는 서로의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형수는 자기 자리에 와서 내가 자리를 권했음에도 그대로 서 있다가 내가 자리에 앉자 주위가 시끄럽다고 그러면서 나의 옆자리로 이동해 왔다. 사실 주위는 음악소리로 많이 시끄러웠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다.
우리는 우선 맥주를 다시 한잔 씩 가득 따라 죽 들이켰다.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으나 애써 각자의 일상생활에 대해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곁에 서로 앉았다고는 하나 서로가 딱 붙어 앉은 수준은 아직 아니었다. 다소 엉거주춤한 위치로 앉다가 보니 형수와 나 사이에는 사람 반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서로의 어색함을 해결코자 형수를 좀 들여 앉도록 권했다. 나는 엉덩이를 반쯤 들면서 안쪽으로 들어앉으면서 형수에게 가까이 앉도록 권했다. 형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싹 다가앉았고 서로 허벅지가 닿아 상대를 충분히 느낄 정도가 되었다. 다시 잠간의 침묵이 있었고 나는 이런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형수에게 술을 권한다. 형수가 술을 받을 때 형수의 팔꿈치가 나의 가슴에 닿는다.
이번에는 형수가 나에게 술을 따른다. 형수는 오른손으로 왼편에 앉아 있는 나에게 술을 따른다. 내가 술을 천천히 마시고 있을 때 형수는 자기의 컵을 들고 마신 후 잔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이 손이 컵에서 떨어져 잠간을 탁자에서 머물고 있다. 그러다가 탁자에서 손은 미끄러지듯이 탁자의 아래편으로 내려와 나의 왼쪽 허벅지에 도착한다. 마치 잠자리가 앉을 곳을 찾아 빙글빙글 돌다가 조심스럽게 앉아 그곳이 정착할 수 있는 곳임을 알고는 날개를 접는 듯하다. 처음 손이 도착한 곳은 나의 무릎 바로 위쪽이다. 이 손은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천천히 나의 몸 위쪽으로 이동한다. 나는 모른 척 술을 천천히 들이켜고 있다. 처음 형수가 나의 허벅지에 손을 대었을 때는 머리가 백지 상태로 된 기분이었다.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의 수술대에 누워 있다가 주변을 의식하기 위해 눈을 떴을 때 갑자가 천장의 밝은 수술용 전구만이 눈에 들어오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상태라고 할까? 그러나 그도 잠시 형수의 손놀림을 나는 분명히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허벅지에 힘이 빠지고 목이 마름을 느낀다. 마시는 맥주의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이를 마셔도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그리고 왼쪽 아랫배로부터 시작된 열기가 몸을 돌기 시작한다. 이 열기는 점점 커진다. 어느 순간인가 이 열기가 뒷골까지 올라왔다고 느낀 순간 형수의 손은 이제 허벅지 사이에 있음을 느낀다. 거칠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그곳을 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형수는 손바닥으로 살며시 나를 누르다가 한순간 동작을 멈추고 손가락들을 약간씩 펴서 나의 것을 감싸듯이 한다. 언제든지 완전히 쥘 수 있는 자세이다. 나는 여전히 나의 몸속에 있는 열기에 취하여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맥주 한잔을 다 마실 때까지도 멍한 상태 그대로였다. 이윽고 내가 다 마신 맥주잔을 탁자에 내려놓자 형수도 손을 거둔다.

형수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는 가자고. 너무 늦다고. 그렇다. 너무 늦은 시간이다. 우리가 만났을 때가 열시 반경이었는데 어느덧 시계 바늘은 하루를 넘기려는 듯하다. 지금 나간다고 하여도 형수가 집에 들어가면 열두시를 훨씬 넘길 것이다. 형수가 비록 늦게 다닌다고는 하지만 열두시를 넘기지는 안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 모양이다. 하기는 아직 어머님이 정정하시고, 아무리 어느 정도 당신이 포기를 하셨다고는 하나 형수가 정도 이상을 넘으면 그대로 야단을 치시기는 하시니까 형수도 잔소리를 듣는 것은 싫기는 할 것이다. 형수와 형님과 어머님께서 각자의 처지에 대해 포기를 하였다고는 하나 그래도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느니 자연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것으로 만족들 하고 있을 것이리라.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계산을 했다. 형수가 밖으로 나오자 같이 집으로 가잔다. 어머님과 형님이 계신 집으로 가잔다. 나는 집으로 가는 것이 싫었다.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 다르게 진전된 상태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같이 집으로 가서 형님과 어머님을 만나는 것이 영 마음에 켕겼기 때문이다. 나는 여관에 들어가서 자고 내일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한다. 형수는 내게 몇 번 집으로 같이 가자고 권하다가 나의 마음이 굳은 것을 보고는 택시를 잡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언제 올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 올라가서 상황을 보고 전화를 하겠다고 한다. 형수는 다음에는 좀 조용한 곳을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택시에 오른다.


서울로 올라 온 나는 아무 일 없었듯이 일상을 보낸다. 아내와 아이들도 여전히 일상 속에 있다. 그러나 조용히 있을 시간이면 나는 이 일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내가 형수를 왜 만나려고 그랬는지, 형수를 만나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것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시작은 분명한 목적이 있었음에도 그 과정과 결과가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음에 어이없어 한다. 그러한 자신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하나 분명한 것은 나의 마음속에 무엇인가가가 끈적끈적한 것이 남아 있다는 기분이다. 마치 시간이 없어 변을 다 보지 못하였을 때에 속에 무엇인가가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이는 무엇인가? 아무리 빙글빙글 돌려 말하려고 해도 결론은 오직 하나다. 말할 것도 없이 형수와 뭔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이다. 형수와 나는 끝을 보지 않았으니.... 그 결말을 보아야 한다는 느낌이다. 아니 목마름이다. 이 갈증은 때때로 매우 강하고 때로는 아주 엷다. 나는 나름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이런 갈증을 술로서 풀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일에 집중하여 풀어보려고 애를 몹시도 쓰기도 한다............

내가 이러한 갈등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느 날인가? 형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형수가 나에게 직접 전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화의 시작은 집안은 별고 없느냐이다. 아이들, 와이프 이야기가 나오고 내가 어머님과 형님, 조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무렵 형수는 지난번에 잘 올라갔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언제 다시 올 계획은 없느냐고 한다. 이번에는 형수가 술을 한잔 사겠단다. 나는 다음 주쯤 T시로 갈 일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일정이 정해지면 하루 전에 미리 다신 한번 이야기를 해달란다. 역시 사전에 준비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하여 나는 다시 T시로 출장을 왔다. 물론 하루 전에 형수에게 이를 알리고 약속을 하고서다. 먼저 회사와 관련된 일을 보고 전의 그곳에서 형수를 기다린다. 나는 오늘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형수와의 대화를 위해 좀 조용한 곳을 가긴 가야할 것이니 전에 와는 달리 호프집 정도를 찾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동네는 그러한 곳이 없다. 지난 번 형수를 만났을 때 이런 집을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찾는 데에 실패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생각 중에 드디어 형수가 왔다. 잠간 인사를 한 후 형수에게 맥주집이나 가자고 권한다. 형수는 내게 묻는다. 어디 아는 데가 있냐고. 나는 형수에게 형수가 일하는 곳에 가자고 한다. 그렇지! 나의 원래 의도가 형수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이니 파악하고 형수에 대한 적절한 대응 안을 수립하는 것이었지 않은가? 비록 지난번에는 좀 이상하게 진전되어버렸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난번에도 나는 형수에게 형수가 일하는 가게를 가보자고 했던 것 같기는 하다. 형수가 거절하여 가보지 못했지만.
형수는 나에게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고 오늘 밤 집에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지난 번, 집에 가서 자지 않고 밖에서 자는 것이 엄청 안 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남자는 반드시 집에서 자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나는 싫다고 한다. 전과 같이 여관에서 자고 갈 것이라고 한다. 형수는 나에게 그러면 어느 동네에서 잘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형수에게 여관이 많은 동네가 어디냐고 묻는다. 형수는 날 물끄러미 보다가 T시의 도심지를 거론한다. 거기 가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내가 형수에게 여관이 많은 곳을 물어본 것은 형수가 이러한 정보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형수의 대답은 나를 다소 실망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형수의 일에 대해 나름대로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는 있었으나 내심으로는 형수가 여전히 현숙한 주부이기를 바랬었다. 현숙하다면 어느 곳에 여관이 많은 것이지를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나의 이런 심중과는 달리 형수는 그 지역으로 일단 가자고 한다. 마침 그 지역은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지역이기도 하니 나는 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그 지역으로 이동하다. 그 지역에 내리니 여관이 실제로 많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찾고자하는 맥주집도 많이 보인다. 나는 형수에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권한다. 형수는 나에게 여관부터 잡고 거기서 마시자고 한다. 그러면서 술은 형수가 준비했다고 한다. 나는 웬 술이냐고 묻는다. 형수는 형수가 일하는 주방에서 양주 한 병을 챙겨왔단다. 나는 여관을 찾는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니 당당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좀 구석진 곳을 찾는다. 그래도 후진 곳에 들어가는 것은 싫다. 가능한 크고 새로 지은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간다. 뜻밖에 계산을 형수가 한다.

우리는 방에 들어와 외투와 상의를 벗는다. 자리에 앉아 형수가 갖고 온 술을 꺼낸다. 형수는 술과 안주도 준비해왔다. 마른안주 세트이다. 모텔에 있는 물 컵을 이용하여 소주 한잔 정도의 분량을 따른 후 건배를 하다. 둘이 앉아 건배를 위한 구호를 외칠 것이 없으니 그냥 잔만 쨍그랑 부딪힐 수밖에. 형수와 나는 단숨에 이를 삼킨다. 처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오늘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가족이나 신변잡기 이야기도 없다. 조용히 있다가 다시 술을 따르고 이를 마실 뿐이다. 술을 두세 잔을 마셨을까? 형수는 방이 덥다고 그러면서 상의를 벗는다. 옷을 벗으니 그대로 브래지어차림이다. 사실 방이 덥기는 했다. 바깥은 추운 겨울임에도 새로 지은 모텔의 난방은 훌륭하여 안은 그대로 온실이다. 여기에 양주를 연속하여 몇 잔을 마시니 몸속에 열기가 피어난다. 이와 함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나의 몸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지속적인 열기와 함께 답답함을 느끼게 할 상황이었다. 형수는 나에게도 옷을 벗기를 권한다. 나는 좀 망설인다. 한참을 옷을 부여잡고 뭉갠다. 그리고는 다시 술을 따라 마신다. 형수가 다가 와 나의 옷을 벗기려고 한다. 나는 형수의 손을 잡는다. 형수가 말한다. 옷을 벗지 않으려면 여기는 뭐 하려고 들어 왔냐?
다시 머리 속이 텅 빈다. 다시 나는 수술대 위에 올라 간 느낌을 받는다. 눈이 부셔서 눈을 뜨지도 못하고 의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된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옷을 벗는다. 내가 와이셔츠의 단추를 끄르기 시작하자 형수는 침대 위로 올라가 치마를 벗는다. 그리고는 팬티와 브래지어 차림이 된다. 나를 바라보는 형수의 눈길을 의식하면서 나도 바지를 벗고 침대로 올라간다. 나는 천천히 형수에게 다가가 입을 댄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연다. 그리고는 잇몸을 지나 안쪽에 있는 혀를 찾는다. 처음으로 대하는 혀를 맞는다. 중년의 혀는 신선하지도 달지도 않다. 그래도 키스는 자극적이다. 나는 깊숙이 혀를 들이민다. 왼쪽 어금니를 쓰다듬다가 가운데 있는 혀를 한 바퀴 돌리고는 오른쪽 어금니를 쓰다듬는다. 형수도 자기의 혀를 들어 나를 감싸기도 하고 밀치기도 한다. 둘이는 한 동안 서로가 전해주는 냄새를 맡는다. 서로의 침이 상대에게 전달된다.
그러면서 나는 손을 내려 형수의 가슴을 찾는다. 가슴은 조금 말랑말랑한 중년의 가슴이다. 이런 가슴은 처음 만져 본다. 그래도 아직은 탄력이 남아 있어 좋다. 가슴은 내가 만지기 이전부터 딱딱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가슴의 돌기를 만지자 그대로 솟아오른다. 그러면서 형수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 형수의 손이 나의 것을 찾는다. 허리 아래로 내려 온 형수의 손은 팬티 안으로 들어 와서 나를 그대로 쥐고 만다. 쥐고는 한참을 그대로 있다. 열기와 굳기를 감상하는 것인지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인지!
나는 형수를 침대에 눕히고 얼굴을 입에서 떼어 잠간 귀로 가져간 후 귓바퀴를 희롱하다가 목덜미를 지나 점점 아래로 내려와 혀를 가슴에 댄다. 가슴 아래 부분에 입술을 댄 후 숨을 내 뱉는다. 나의 가슴 속의 열기를 전하기 위함이다. 가슴 주위를 나의 따뜻한 호흡으로 충분히 데운다. 그리고는 혀로 가슴의 아랫부분부터 천천히 핥는다. 그리고 점점 정상을 향해 간다. 혀가 능선을 지나고 꼭지에 이름에 따라 더욱 형수의 숨은 가빠진다. 등산의 경우는 산에 오르는 사람의 숨이 가쁘나 이런 유의 등산은 오르는 사람보다는 상대방의 숨이 더 가빠진다. 가쁜 숨을 내 쉬던 형수가 어느 순간 손을 뻗어 나의 팬티를 내린 뒤, 발을 오므려 발가락으로 팬티를 건 후 발을 뻗으면서 팬티를 벗겨 내린다.
형수가 나의 팬티를 벗겨 내린 후 나도 손으로 형수의 팬티를 내린다. 형수가 허리를 들어 나의 동작을 돕는다. 팬티를 벗기자 형수는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형수의 위로 올라간다. 서로의 입술이 포개진다. 우리는 서로의 혀를 찾아서 감싸고 당기고 밀어붙이기를 한다. 잠시 뒤 그녀는 손을 들어 나의 허리에 두고는 나를 꼭 끌어 앉는다. 그리고는 손에 힘을 주어 나의 허리를 자기에게로 더욱 붙이게 만든다. 내가 이에 호응하여 나를 그녀에게 붙이는 순간 어느덧 나의 것은 형수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일부러 넣기 위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서로의 중요한 부분을 붙이기만 한 것이었는데......순간적이었다. 그래도 그 느낌은 완전한 것이었다. 이러한 진입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의지를 갖고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출입하는 것에서 한번도 벗어 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마치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 혼자 달랑 들어가 버린 나를 알게 되고는 나 스스로가 그 후에 조금은 어이없어하는 그런 기분이기도 했다.
형수의 주위는 완전히 늪지대였다. 따뜻한 홍수로 댐이 넘치듯, 산자락에 있는 샘물이 그 근원을 드러내어 물이 계속 솟아 주위를 적시듯, 형수의 주위는 내가 올라갔을 때 이미 따뜻하기 그지없는 늪지대로 변해 있었다. 미끈미끈한 사랑의 감로수가 넘쳐흐르고 있는 언덕은 보지도 않고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도록 나를 부드럽고도 신속하게 인도하였다. 나는 마침내 넘치는 옹달샘의 최종 근원에 이르렀다. 따뜻한 샘물이 계속 울컥 울컥 넘쳐서 주위를 촉촉이 적시고는 이들이 방울을 이루어 아래 마을로 향한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따뜻함과 풍부함 속에서 마침내 나의 갈 길을 찾아 앞으로 향한다. 조금 가면 동굴은 막힌다. 이 동굴은 돌아서 나갈 수 없는 구조이다. 그대로 후진하여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후진을 하다 보면 이번에는 앞으로 가야할 것 같은 반응이 온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향한다. 가다보면 다시 잘못 온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러면 다시 후진한다. 그래도 망설이지 않는다. 진전과 후진에는 당당함이 있다. 그러나 이 당당함 속에는 팽팽한 긴장이 있다. 손을 놓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가는 시위와 같은 긴장이다. 긴장은 오래갈 수 없다. 나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니 오래갈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내가 그 시간을 알지 못하는 어느 순간 더욱 따뜻하고 많은 물마루가 그 근원에서 넘쳐 주위를 더욱 적시고 나에게도 그 파고가 밀려드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아래의 형수가 굳어져 왔다. 나의 허리를 앉은 손이 활을 당기듯이 힘이 들어가 있다. 나도 더 있어야할 명분이 없었다. 따뜻한 샘물은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형수는 조용히 손을 내리고는 나의 머리를 감싼다. 나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자기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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