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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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와의 일
1.소년의 착각
2.시간은 흐르고
3.40대의 형수
4.엄청난 일
5.회한
6.일상 속으로
1.소년의 착각
나와 형수의 만남의 시작은 내가 고 1을 시작할 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 무렵 큰형님이 결혼을 하셨다. 가난한 우리 집의 형편으로 따로 살림집을 내어 줄 형편도 아니었고 또 형님은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모셔야한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으므로 형수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집이라고 해야 방 두 칸, 부엌 한 칸의 작은 집이었으므로 부모님과 세 명의 형제가 한방을 같이 쓰고 나머지 하나를 형님 내외가 쓰는 것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형수는 어느 날 갑자기, 노란 색동옷을 입고 선녀와 같은 모습으로 나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새색시로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 테지만, 어린 나에게 그러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었고 나에게는 나의 가까이에 한 명의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새롭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세 명의 형님이 계시다.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4년이었을 때 그 해 유난히 창궐했던 콜레라로 어이없이 초등학교 1년이라는 경력으로 그녀는 그 짤은 삶을 마감했다. 그 후 우리 집은 어머님을 제외하고는 여자라고는 구경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일터로 가시고 나면 나는 어린 시절을 주로 혼자서 지내야 했다. 나에게 형님들이 세분이나 계시지만 그들은 나보다 나이들이 제법 많아, 내가 그들과 어울려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바로 위의 형님은 중학생, 내가 중학생이면 형님들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낮에는 아예 나말고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과 형님들은 모두 일하러 가시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형수뿐이었다.
형수는 시집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을 힘들어하는 듯했다. 혼자서 한숨을 쉬고 있을 때가 많았고 가끔은 옷고름으로 눈가를 비빌 때도 있었다. 나로서야 형수의 그러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러한 모습이 보일 때면 말로서 위로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조그만 녀석이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었는지 또 그것을 듣는 이십대 중반인 형수가 어떻게 생각할 것이지는 생각하지 않고 아무튼 나로서는 뭔가 위로를 해야한다고 느꼈다. 무엇이든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큰형님을 제외하고는 형수와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집안 식구 중에서 제일 많았으므로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연히 내가 자주 보게 되었고 형수와 대화를 하는 것도 자주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가 자주 있게 됨에 따라 나는 형수와 가깝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형수 역시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즈음 나는 성에 대한 욕구가 엄청 났었다. 거의 매일을 손장난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여자에 대해서도 엄청난 호기심을 가졌다. 성에 대한 주제는 당연히 최고의 관심사였다. 여자 친구를 소개받아 편지를 보내는 것도 이 당시의 일이고, 초등학교 때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이 당시의 일이었다. 이때는 옆에 여자가 있으면 당장에라도 달려들려고 덤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 주위에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고, 여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상당히 내성적이었던 나로서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과 염려로 이러한 시도를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간혹 이웃에 사는 아줌마들이 나를 보고는 뜻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있었고 나는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흥분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긴 했으나 불행하게도 이들과 다른 특수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만한 계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연한 사건인 듯한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든지 나나 상대방의 누군가가 모험을 감행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형수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는 나의 곁에 언제나 있었다. 우리는 매일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형수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학교에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 온 나는 형수가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사실 방이라고 해야 네 평 남짓한 작은 방이다. 그 방에 신혼이랍시고 가구가 들어 있으니 나머지 공간에는 두 사람이 제대로 앉아 있기가 어려운 방이다. 두 사람이 앉으면 필시 두 사람이 근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이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작은 방이다. 나는 형수 방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들어간 것이 아니었으므로 대화는 연속이 되지 못하고 자주 끊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형수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참고 지내라는 말도 했던 것 같고 형수는 형수대로 도련님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십대 중반의 여성과 고1 사이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았겠는가? 자연히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것말고는 화제 거리가 없을 수밖에. 자연히 이야기가 끊어질 수밖에는. 그리고 이러한 말없는 시간이 꽤 오래 되었던 듯하다. 자연히 좁은 방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리고...이런 상황에서 형수의 숨소리가 내 귀에는 더욱 크게 들렸다. 그녀는 차분히 숨을 쉬고 있었을 터이지만 나에게는 그 숨소리가 거친 숨소리로 들렸었다. 얼핏 올려다 본 형수의 얼굴은 다소 상기된 듯 발갛게 보였고 입가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얼굴로 보였다. 형수는 내가 안으면 안을 수 있는 거리에 앉아 눈을 아래로 깔고 조용히 앉아 있다. 그리고는 가쁜 숨만을 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형수의 가쁜 숨소리를 형수가 나에게 갖고 있는 호감으로 생각했고 내가 요구하는 것을 형수도 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나는 나의 이러한 요구가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형수에게 나의 첫 번째 요구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키스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형수에게 키스를 한번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형수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내가 재차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나의 욕구를 눈치 챘고 매우 놀란 표정을 한동안 짓더니, 한참을 있다가 그녀는 딱 잘라 않된다고 했다.
나는 몇 번을 그녀에게 사정도하고 부탁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급기야 나는 강제로 그녀를 않으려고 시도를 했다. 나 역시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조급함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었고 꼭히 형수를 완력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었고 형수 역시 완강히 거절했기 때문에 몇 번의 몸싸움 끝에 나는 이를 깨끗이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내가 그냥 물러난다고 수습이 되는 일인가? 막상 물러난다고 생각을 하니 어떻게 해야하나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나의 의도대로 일이 진전되었더라면 모를까 나의 의도와는 달이 형수가 끝까지 거부하자, 나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실 나의 구상 안에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처리는 들어있지 않았었다. 아니, 애초부터 행동의 파급과 결과의 수습은 들어 있지도 않았었다. 그저 형수가 나를 좋아하니, 나의 청을 들어줄 것이라는 예단만으로 일을 저지르고만 셈이다. 그만큼 키스에 대한 욕구가 컸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앞날은 이제 매우 불확실한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는 우선 형수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이일을 불문에 부쳐 줄 것을 부탁했다. 아무에게도 이 일을 발설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쭈뼛쭈뼛하면서 그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형수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일이란 것이 어찌 나의 뜻대로만 되겠는가? 이일의 수습 역시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일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 날 밤 자리에 누울 때쯤 하여 형님의 노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사단이 났다는 것을 느꼈다. 형수는 형님께 낯에 있었던 일을 배게 맡에서 이야기를 했었으리라. 뒷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이날 따라 일찍 돌아온 큰형님과 어머님 앞에서 엄한 추궁을 받아야 했다. 형님은 이 일을 어머님께도 말씀드린 모양이다. 어머님은 나에게 천륜을 어긴 놈이라느니 개만도 못한 놈이라느니 야단을 치시다가 때로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기도 하시다가 엄청난 목소리로 야단을 치시기도 하셨다. 가만히 있는 형수를 내가 유혹한 셈이 되었으니, 어찌 천륜을 저버린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님은 반은 우시고 반은 노한 음성으로 한시간 가량을 엄청 야단을 치셨다. 나는 사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한 반성도 없이, 나를 고자질한 형수에 대한 원망도 없이 그저 묵묵히 어머님의 노여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고1, 여자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던 소년의 첫 시도는 이렇게 허무한 결과를 보았다. 그것은 상대방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 욕심을 채우고자 한, 성에 대해 정말 백지의 소년이 시도한 작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난 일이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으로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나는 그 뒤로는 형수와 둘이서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아침에는 일찍 학교를 갔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늦게 집으로 왔고 가능한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는 대학을 진학할 때는 나는 서울로 올라 왔다. 형님도 일년 정도 있다가 분가를 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같이 지내야하는 불편함은 없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되었다. 가족들이 만나는 시간은 이제 명절 정도에 불과하게 되었으니 명절에는 다를 바쁘기 때문에 분주함 속에 파묻히게 되고, 자연 조용히 무엇인가를 명상하거나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역시 세월이 약인가? 세월이 흐르고 명절이나 되어 가끔 만나서는 서로 분주하게 지내다보니 과거의 어색함과 뻔뻔스러움은 자연히 해소되어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와 형수와의 성적인 접촉은 일과성으로서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계속......
1.소년의 착각
2.시간은 흐르고
3.40대의 형수
4.엄청난 일
5.회한
6.일상 속으로
1.소년의 착각
나와 형수의 만남의 시작은 내가 고 1을 시작할 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 무렵 큰형님이 결혼을 하셨다. 가난한 우리 집의 형편으로 따로 살림집을 내어 줄 형편도 아니었고 또 형님은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모셔야한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으므로 형수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집이라고 해야 방 두 칸, 부엌 한 칸의 작은 집이었으므로 부모님과 세 명의 형제가 한방을 같이 쓰고 나머지 하나를 형님 내외가 쓰는 것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형수는 어느 날 갑자기, 노란 색동옷을 입고 선녀와 같은 모습으로 나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새색시로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 테지만, 어린 나에게 그러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었고 나에게는 나의 가까이에 한 명의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새롭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세 명의 형님이 계시다.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4년이었을 때 그 해 유난히 창궐했던 콜레라로 어이없이 초등학교 1년이라는 경력으로 그녀는 그 짤은 삶을 마감했다. 그 후 우리 집은 어머님을 제외하고는 여자라고는 구경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일터로 가시고 나면 나는 어린 시절을 주로 혼자서 지내야 했다. 나에게 형님들이 세분이나 계시지만 그들은 나보다 나이들이 제법 많아, 내가 그들과 어울려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바로 위의 형님은 중학생, 내가 중학생이면 형님들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낮에는 아예 나말고는 집에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과 형님들은 모두 일하러 가시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형수뿐이었다.
형수는 시집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을 힘들어하는 듯했다. 혼자서 한숨을 쉬고 있을 때가 많았고 가끔은 옷고름으로 눈가를 비빌 때도 있었다. 나로서야 형수의 그러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러한 모습이 보일 때면 말로서 위로를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조그만 녀석이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었는지 또 그것을 듣는 이십대 중반인 형수가 어떻게 생각할 것이지는 생각하지 않고 아무튼 나로서는 뭔가 위로를 해야한다고 느꼈다. 무엇이든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큰형님을 제외하고는 형수와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집안 식구 중에서 제일 많았으므로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연히 내가 자주 보게 되었고 형수와 대화를 하는 것도 자주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가 자주 있게 됨에 따라 나는 형수와 가깝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형수 역시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즈음 나는 성에 대한 욕구가 엄청 났었다. 거의 매일을 손장난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여자에 대해서도 엄청난 호기심을 가졌다. 성에 대한 주제는 당연히 최고의 관심사였다. 여자 친구를 소개받아 편지를 보내는 것도 이 당시의 일이고, 초등학교 때 여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다니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이 당시의 일이었다. 이때는 옆에 여자가 있으면 당장에라도 달려들려고 덤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 주위에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고, 여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상당히 내성적이었던 나로서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과 염려로 이러한 시도를 쉽사리 할 수 없었다. 간혹 이웃에 사는 아줌마들이 나를 보고는 뜻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을 때가 있었고 나는 그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흥분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적이 있긴 했으나 불행하게도 이들과 다른 특수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만한 계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연한 사건인 듯한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든지 나나 상대방의 누군가가 모험을 감행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형수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는 나의 곁에 언제나 있었다. 우리는 매일 친밀한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형수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학교에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 온 나는 형수가 있는 방으로 건너갔다. 사실 방이라고 해야 네 평 남짓한 작은 방이다. 그 방에 신혼이랍시고 가구가 들어 있으니 나머지 공간에는 두 사람이 제대로 앉아 있기가 어려운 방이다. 두 사람이 앉으면 필시 두 사람이 근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같이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작은 방이다. 나는 형수 방에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분명한 목적이 있어서 들어간 것이 아니었으므로 대화는 연속이 되지 못하고 자주 끊어진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형수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참고 지내라는 말도 했던 것 같고 형수는 형수대로 도련님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십대 중반의 여성과 고1 사이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았겠는가? 자연히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것말고는 화제 거리가 없을 수밖에. 자연히 이야기가 끊어질 수밖에는. 그리고 이러한 말없는 시간이 꽤 오래 되었던 듯하다. 자연히 좁은 방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리고...이런 상황에서 형수의 숨소리가 내 귀에는 더욱 크게 들렸다. 그녀는 차분히 숨을 쉬고 있었을 터이지만 나에게는 그 숨소리가 거친 숨소리로 들렸었다. 얼핏 올려다 본 형수의 얼굴은 다소 상기된 듯 발갛게 보였고 입가에는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얼굴로 보였다. 형수는 내가 안으면 안을 수 있는 거리에 앉아 눈을 아래로 깔고 조용히 앉아 있다. 그리고는 가쁜 숨만을 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형수의 가쁜 숨소리를 형수가 나에게 갖고 있는 호감으로 생각했고 내가 요구하는 것을 형수도 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나는 나의 이러한 요구가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형수에게 나의 첫 번째 요구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키스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형수에게 키스를 한번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형수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내가 재차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나의 욕구를 눈치 챘고 매우 놀란 표정을 한동안 짓더니, 한참을 있다가 그녀는 딱 잘라 않된다고 했다.
나는 몇 번을 그녀에게 사정도하고 부탁도 했다. 그래도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급기야 나는 강제로 그녀를 않으려고 시도를 했다. 나 역시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조급함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었고 꼭히 형수를 완력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었고 형수 역시 완강히 거절했기 때문에 몇 번의 몸싸움 끝에 나는 이를 깨끗이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내가 그냥 물러난다고 수습이 되는 일인가? 막상 물러난다고 생각을 하니 어떻게 해야하나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나의 의도대로 일이 진전되었더라면 모를까 나의 의도와는 달이 형수가 끝까지 거부하자, 나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실 나의 구상 안에는 이러한 결과에 대한 처리는 들어있지 않았었다. 아니, 애초부터 행동의 파급과 결과의 수습은 들어 있지도 않았었다. 그저 형수가 나를 좋아하니, 나의 청을 들어줄 것이라는 예단만으로 일을 저지르고만 셈이다. 그만큼 키스에 대한 욕구가 컸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앞날은 이제 매우 불확실한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나는 우선 형수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이일을 불문에 부쳐 줄 것을 부탁했다. 아무에게도 이 일을 발설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쭈뼛쭈뼛하면서 그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형수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했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일이란 것이 어찌 나의 뜻대로만 되겠는가? 이일의 수습 역시 나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일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 날 밤 자리에 누울 때쯤 하여 형님의 노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사단이 났다는 것을 느꼈다. 형수는 형님께 낯에 있었던 일을 배게 맡에서 이야기를 했었으리라. 뒷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이날 따라 일찍 돌아온 큰형님과 어머님 앞에서 엄한 추궁을 받아야 했다. 형님은 이 일을 어머님께도 말씀드린 모양이다. 어머님은 나에게 천륜을 어긴 놈이라느니 개만도 못한 놈이라느니 야단을 치시다가 때로는 눈물을 주루룩 흘리기도 하시다가 엄청난 목소리로 야단을 치시기도 하셨다. 가만히 있는 형수를 내가 유혹한 셈이 되었으니, 어찌 천륜을 저버린 놈이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님은 반은 우시고 반은 노한 음성으로 한시간 가량을 엄청 야단을 치셨다. 나는 사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에 대한 반성도 없이, 나를 고자질한 형수에 대한 원망도 없이 그저 묵묵히 어머님의 노여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고1, 여자에 대해서 전혀 무지했던 소년의 첫 시도는 이렇게 허무한 결과를 보았다. 그것은 상대방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제 욕심을 채우고자 한, 성에 대해 정말 백지의 소년이 시도한 작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난 일이었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으로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나는 그 뒤로는 형수와 둘이서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아침에는 일찍 학교를 갔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늦게 집으로 왔고 가능한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는 대학을 진학할 때는 나는 서울로 올라 왔다. 형님도 일년 정도 있다가 분가를 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같이 지내야하는 불편함은 없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되었다. 가족들이 만나는 시간은 이제 명절 정도에 불과하게 되었으니 명절에는 다를 바쁘기 때문에 분주함 속에 파묻히게 되고, 자연 조용히 무엇인가를 명상하거나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역시 세월이 약인가? 세월이 흐르고 명절이나 되어 가끔 만나서는 서로 분주하게 지내다보니 과거의 어색함과 뻔뻔스러움은 자연히 해소되어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와 형수와의 성적인 접촉은 일과성으로서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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