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轉生)
페이지 정보
본문
지난 번 글을 쓴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네요...
다른 작가분들처럼 섬세한 묘사와 화려한 필체를 갖지 못해,
멋진 제목과 줄거리로 한 몫 보고 있으니
글을 쓴다고 하기도 부끄럽지만요 ^^
(그래선지 제가 쓴 글은 다들 너무 짧다고 질타하시는데
이번에도 또 단편이라서 그러실 것 같네요... 양해하시길....
대신 화끈하고 기발한 줄거리로 보충했으니까 잠시나마 즐감하세요.)
**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어디선가 본 듯한, 짜집기 같은 느낌이 드네요.
** 솔직히 엄마가 바람피는 장면은 딴나라꺼 베낀 겁니다.
** 그래도 창작 순도 70% up 입니다. ^^;
제 목 : 전생(轉生)
저 자 : BaronK
1. 방문
강원도 삼척의 어느 아파트.
끼-익!
먼저 승용차에서 내린 석호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나오려는 은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은미는 감사의 표시로 그를 향해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출중한 용모는 아니었지만, 석호는 단정한 외모와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고, 조신하게 행동하는 그녀에게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정말 사랑스런 여자야...’
신사는 금발을 좋아 하지만, 흑발과 결혼한다고 했다고 했던가?
단순한 백치미 보다는 은미 같은 여자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세월이
가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는 법인가 보다.
사귄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루하다거나 무덤덤해지지 않고, 마치
자신의 분신인양, 생의 일부분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런 때문이 아닐까.
은미도 자신에 대한 석호의 그런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정다감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언제나 자신을 포근히 감싸주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석호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 난 이 이의 여자야....’
띵동 ~ 띵동 ~
초인종을 누르자 은미에게는 낯선 얼굴 하나가 문을 열었다.
석호 보다 한뼘쯤 작은 키에 깡마른 사내였다.
몸집은 왜소했지만, 눈빛은 무척 날카로왔다.
‘석호씨에게 이런 친구도 있었구나....’
“어서 와라.”
“오랫만이구나. 많이 변했구나.”
석호와 은미는 아담한 아파트 실내로 들어 섰다.
그다지 넓은 평수는 아니었지만, 베이지색 계통의 밝은 벽지와 단촐한
가구들로 인해 실내는 꽤 넓은 느낌이 들었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 섰을 때, 흰색 셔츠에 검정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여인이 젖은 손을 앞치마에 쓱쓱 딱으면서
부엌에서 나왔다.
여인은 양손을 앞으로 모우고 그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나은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조은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셨어요.”
석호가 낮은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여인은 잠시 석호 친구의 눈치를 살피더니, 함께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석호씨. 오랜만이네요.”
여인의 인사를 받은 석호의 얼굴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석호의 친구인 영구는 대충 인사가 끝나자, 그들을 거실로 안내하였다.
은미는 여인의 나이가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걸로 보아, 영구의
누나나 이모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영구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간만인데 술 한 잔 할까?”
“아냐, 운전해야 되기 때문에 술은 안돼.”
“그래, 그럼 차나 한잔 하지.”
그러면서 영구는 여인에게 지시했다.
“은수야, 차하고 과일 좀 내 와.”
“네.”
여인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얼른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 갔다.
세 사람이 거실 바닥에 앉아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 받는 동안,
여인이 다과상을 차려 와 일행의 한가운데 내려 놓았다.
그리고 여인은 영구의 곁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미는 비로소 여인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어머! 굉장한 미인이네!’
갸름한 얼굴에 그린 듯한 눈썹, 가늘게 쌍꺼풀이 진 커다랗고 맑은 눈,
오똑한 콧날에 이지적인 붉은 입술....
여자인 은미가 보기에도 한 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였다.
게다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고 매끄러운 피부는
여인의 미모를 한층 더 빛내 주고 있었다.
여인은 은미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얼굴을 붉히면서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제 이름에도 ‘은’자가 들어 가 있고, 은수씨 이름에도 ‘은’자가 들어 가
있으니까, 마치 친자매처럼 느껴지네요. 저,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그러세요, 은미씨... 호, 호,”
누가 여자들을 참새에 비유했던가.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은수와 은미는 어느새 친숙하게 되어 재잘 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약혼자인 은미가 평소에는 수다스런 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석호는
그 모습을 쳐다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두 여인이 얘기를 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임에도
석호와 영구 사이에는 별로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석호가 은수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방으로 들어 갔다.
거실에 영구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방금 전까지 수다스럽게 얘기를 나누던
은미는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같은 동성인 은수보다는 남자인 영구와 함께 있자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마치 부두에 갓 들어 온 생선을 감정하는 듯한 사내의 예리한 눈빛.
직감적으로 그의 눈빛 속에 남성의 탐욕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은미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안절 부절 하는 동안 은수와 함께 방안에
들어 간 석호는 삼십분이 넘도록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여인의 흐느낌 같은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던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남의 부인하고 방안에서 한시간이
넘도록 있을 수 있담?‘
차분한 성격의 은미였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자 왠지 불쾌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무 말없이 자신을 감상하면서 줄담배만 피워대는 영구의 태도란...
어느새 거실 안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콜록! 콜록!
은미가 잔기침을 하는데, 영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 섰다.
은미는 그가 느닷없이 일어서자, 흠칫하며 허리를 곧추 세웠다.
드르륵!
영구는 씩! 웃더니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 때 방안에 있던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석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은미의 눈동자는 눈물을 흘렸는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은미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묻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은미씨, 그만 갑시다.”
석호가 자리에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은미를 재촉했다.
은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석호의 뒤를 따라 나섰다.
*******************
바다가 내려 보이는 해안 도로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석호는
은미와 함께 차밖으로 나왔다.
자동차 본네트에 엉덩이를 걸친 석호는 담배를 꺼내 물고 깊이 한모금
들이 마신 뒤, 호흡이 다할 때까지 연기를 길게 뿜어 냈다.
“무슨 일이죠? 영구씨 부인이랑은 예전부터 아는 사인가요?”
그제서야 은미는 궁금했던 점을 석호에게 물었다.
“부인? .... 그녀는 영구의 부인이 아니야.”
“그럼?”
“그냥 그 녀석의 여자일 뿐이야.”
석호는 고개를 돌려 은미를 쳐다 보았다.
은미는 그의 눈동자가 흐릿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먼 수평선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한 때는 내 어머니이기도 했지....”
석호의 말에 은미는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네? 그게 무, 무슨....?”
은미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석호는 한참 동안 담배를
바꿔 가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어선들과 자유롭게 오가는
갈매기들을 쳐다 보았다.
발 밑에 대여섯 개피의 담배 꽁초가 쌓여 갈 때 쯤에야 석호는 혼란에
빠져 있는 은미의 얼굴을 힐긋 쳐다보고는 가슴 속 깊이 담아 두었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 석호의 고백 (1) - 엄마의 비밀
나는 엄마란 자식에게 무조건 애정을 쏟는 특별한 존재라고 믿어 왔다.
자식이 모친에게 의지하려는 것은 모친이 지니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특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정말 총명하고 자애로운 분이야.”
언제부턴가 그런 식으로 엄마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와 농담을 나눌 때도, 함께 웃을 때도 언제나 즐거웠다.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인생의 행복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었었다.
그렇지만, 고교 1학년 때, 생전 처음 인생의 고통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어린 소년에 불과했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밤 8시가 넘곤 했는데, 언제나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아빠는 일 때문에 항상 밤 늦게 오시기 때문에, 나는 엄마와 단 둘이
마주 앉아 행복한 기분에 잠겨 식사를 하곤 했다.
평상시 저녁 때와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내가 돌아 오기 전에 엄마가 목욕을 하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어느 날, 화장을 지워도 여전히 아름다운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 어디 갔었어요?”라고 별 뜻 없이 질문했다.
“오늘....? 아! .....”
그런데 엄마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곳과 전혀 다른 엉뚱한 장소를 말했다.
엄마에게 행선지를 물은 것은 학원 친구인 영구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먼 동네에서 지하철로 다니는 영구가, 학원에 오는 도중 자기네 역 앞
택시 정거장 앞에서 마침 택시에서 내리던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고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기 때문이었다.
영구는 일요일에 몇 번 우리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활달하던 녀석이 웬일인지 우리 엄마 앞에 서기만 하면
얼굴을 붉히곤 했다.
엄마가 과일 접시를 갖고 들어 오면, 가만히 앉아 있던 녀석이 벌떡
일어 서서 엄마가 방에서 나갈 때 까지 부들 부들 떨면서 기립해 있곤 했다.
녀석의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오히려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없이 내 친구를 응시했다.
엄마가 그러니 영구는 더 안절 부절할 수 밖에 없었다.
순진한 소년을 놀려 대던 엄마는 끝내 입을 가리고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엄마가 여성으로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영구로부터 우리 엄마가 자기의 ‘이상형’이라는 고백을 들었을 때 부터였다.
만약에 자기가 좀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우리 엄마한테 프로포즈했을 거라며
엄마와 같은 미인을 아내로 삼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녀석은 우리 엄마에 대해 ‘나의 여신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존경과 염모의 정을
가득 품고 있었다.
어쩌면 녀석은 우리 엄마의 두 번째 신도라고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신도는 물론 나였다.
하지만 녀석이 우리 엄마에 대해 단순히 숭배하는 감정만 품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얼마 전 욕실에서 가운을 걸치고 나오던 엄마의 요염한 모습을 본 뒤로는
가끔씩 못된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고백했었다.
감히 엄마를 자위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에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상상이야 결국 자기 맘이고, 실제 상황도 아니었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아까 엄마의 얘기를 꺼내며 얼굴을 붉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라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말로 물어 본 것이었는데, 엄마는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뭔가 찔리는 데가 있는 지 눈길을 피하며 말하는 엄마의 말투와
당황해 하는 몸짓 때문에 엄마가 방금 대답한 그 장소에는 실제로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학원에서 늦을 때마다, 어디 갔다 오시는 걸까? 설마, 내일도.....?’
***************
다음 날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분명히 집에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 안심이 되는 동시에,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나는 “열이 있어 조퇴해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 가니 엄마는 체온계로 온도를 재는 등 내 몸을 보살펴 주며
자상하게 돌봐 주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만족해 하며 그제서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시계 바늘이 3시를 넘어 가자, 내 침대 머리맡에서 안절부절해 하던
엄마는 잠깐만 외출하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막 잠이 들려던 참이었다.
“7시 조금 넘어 돌아 올테니, 그때까지 자고 있으렴.”
하고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자식을 남겨 두고, 엄마는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어제의 거짓말과 오늘의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마음이 불안해 졌다.
엄마가 나가자 마자, 엄마를 미행하기로 하고 나도 곧 집을 나섰다.
대문을 열자 화사한 외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엄마의 뒷모습이
멀리 골목 어귀를 돌아 서고 있었다.
대로변에 접어 드니, 택시에 올라 타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택시는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음에 오는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택시를 잡아 타고 급한 일이라고 사정하며, 친구가 사는 역이름을 말했다.
엄마의 행선지가 그곳이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탄 택시는 2번이나 신호를 무시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갔다.
역에서 내리자, 잠시 후 엄마를 태운 택시가 다가왔다.
그 지역은 내 손바닥 들여다 보듯 지리가 훤한 곳이었다.
역의 서쪽은 개발이 진행 중인 주택가였고, 동쪽은 번잡한 빈민가였다.
조심스런 동작으로 택시에서 내린 엄마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좁고 지저분한 보도를 따라 잔걸음을 재촉했다.
외지고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 서서, 한 낡은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 가더니
1층에 있는 어느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 방으로 들어 간 엄마는,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골목 어귀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 문만 쳐다 보고 있었다.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정말로 오래되고 낡은 조그만 주택이었다.
집 뒤로는 장마 때는 조금 위험할 듯 싶은 높다란 축대가 쌓여 있었다.
엄마가 들어 간 집은 1층 오른쪽 맨 끝에 있었다.
현관문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지저분하고, 군데 군데 훼손돼 있었다.
나는 그 집을 쳐다 보며 엄마의 일을 생각했다.
어째서 엄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이곳에 온 것일까.
엄마가 꺼림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 따위는 전혀 없었다.
엄마에 관한한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아파트의 분위기는 엄마와 같이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성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그 안에 있는 것 조차 의심스러웠다.
엄마는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자기 주장을 분명히 밝히고,
분쟁이 있을 때면 뭇남성들과 대등하게 맞서 토론을 벌이는 그런 분이었다.
엄마가 들어 간 지 벌써 1시간이 훨씬 넘었다.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싶어서 아파트로 접근했다.
엄마를 미행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깊은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이유만큼은 꼭 확인하고 싶었다.
문 앞의 작은 명패에는 ‘유강봉(唯强棒)‘ 이라고 써있었다.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의 남자 집에서.... ?’
나는 점점 대담하게 행동하였다.
연립주택 뒤로 돌아가니, 샤시가 아니라 목재로 된 창틀이 각 방마다
붙어 있었다.
창틀 사이로 좁은 틈이 벌어져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벽이 기울어 틈이 생긴 것이었다.
몸을 수그리고 엄마가 있을 듯한 방의 창문으로 접근했다.
그 때 미세하게 “아아...”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나는 다시 걸음을 재촉해 창문으로 바싹 접근했다.
“아.... 윽....” 하는 엄마의 신음소리가 분명하게 들려 왔다.
창문도, 커튼도 닫혀 있었다.
하지만 커튼이 낡고 조잡해 끝이 떨어져 나가 있었는데,
그 사이로 얇은 유리창을 통해 좁은 방안의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이불 위에 발가벗은 채 두 팔과 양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엄마의 얼굴이
창문 옆에 숨어 있는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엄마의 촉촉히 젖은 눈망울과
달뜬 신음을 뿜어내는 살짝 벌려진 입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얼굴을 좌우로 내저으며 끊어지는 듯한 신음을 내지르는 엄마의 뒤에서는...
한 남자가.... 엄마를 범하고 있었다.
창문에 바싹 다가서자 방안의 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헉! 헉!”
“아, 응.... 아~앙!....”
뜻밖에 목격한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내 사고의 기능은 마비돼 버렸다.
머릿속은 하얀 섬광으로 가득차 버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직 시각과 청각 기능만은 살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엄마의 정사 장면을 꼼짝도 하지 않고 멍하니 쳐다 보았다.
남자는 젊었다.
이십대 초반 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성기는 무척 길고 굵은 것이 잘 다듬어진 연장 같았다.
그 커다란 흉기가 엄마의 몸속을 사정없이 관통하고 있었다.
남자는 수시로 자세를 바꿔가며 교합했다.
남자가 시키는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거리낌 없이 몸을 제공하는 엄마는
쾌락의 신음을 내지르는 사이 사이마다,
“강봉군... 강봉군...” 하며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엄마의 아름다운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가지런한 치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숨가쁜 호흡은
마치 매의 발톱처럼 내 심장을 갈가리 찢어내고 있었다.
사모와 경애의 대상인 나의 엄마가 오로지 암컷으로서의 기능만 발휘하며
낯선 젊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은
목불인견의 참상인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경(魔境)이었다.
“아-앙, 앙! 아... 나 좀.... 제발.... 어떻해... 흐-윽! 흑!”
성교를 할 때 짓는 엄마의 고혹적인 표정과 색기에 가득찬 음성은
평소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또다른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엄마가 감히 그런 음색을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기에
엄마에 대한 분노와 함께 또 다른 열망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며 자라났다.
퍼-억! 퍽! 퍽! 퍽!
찰-싹! 찰-싹!
젊은 남자가 엄마의 소중한 부위를 짓이기는 소리와
엄마의 말랑 말랑한 둔부와 남자의 아랫도리가 맞부딪히며 내는
음란한 소리가 내 몸을 석고처럼 뻣뻣하게 굳게 만들었다.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엄마가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광경을
감상해야 했다.
“아... 윽!!!”
마침내 엄마가 커다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남자가 엄마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엄마의 상체가 무너지며 이불 위에 털썩 내려 앉았다.
“하-악! 하-악!”
엄마는 뭍에 올라 온 물고기처럼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부들 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불 위에 엎드린 채 숨을 몰아 쉬던 엄마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여성스런 자태로 남자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티슈로 닦았다.
그리고 만족한 표정으로 엄마를 지켜 보던 남자에게 다가가
역시 티슈를 꺼내 남자의 사타구니 마저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남자는 그러는 엄마의 가슴을 저울로 중량을 달 듯이 떠받치며
가볍게 토닥거렸다.
속옷을 입고 브라우스 단추를 채운 후,
엄마는 여전히 발가숭이인 남자에게 살포시 안겨 감미롭게 속삭였다.
얇은 창문을 통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려 왔다.
“남편과 헤어져도 좋아요, 당신을 믿으니까요.”
방을 나서기 전, 엄마는 핸드백을 열고 남자에게 몇 장의 돈을 건네 주었다.
상식도 교양도 있는 엄마가, 어째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엄마가 어떻게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엄마의 생활에서 그런 남자를 만날 기회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대학생도, 지적인 타입도 아니었다.
방안에는 두꺼운 책 한 권 없었다.
어수선하고 너저분한 방이었다.
그런 방안에서 남자의 품에 안겨 희열을 느끼며,
가족까지 버려도 좋다는 말을 엄마는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
그 후 일주일간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자식의 역할을 억지로 연출했다.
다음 화요일, 나는 다시 그 연립주택에 도착해, 창문으로 다가갔다.
뒤편에는 축대가 쌓여 있어, 누군가에게 내 행동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 날, 엄마는 생리 중이라고 말하며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는 엄마의 입술을 요구했다.
엄마는 이불 위에 누운 남자의 거대한 자지를 입으로 열심히 빨아 주었다.
내가 창문 밖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지켜 보는 방안에서,
1시간 가까이 펠라치오는 계속되었다.
사각~ 사각~ 쭈우웁! 쭈-웁! 쭙! 쭙! 쭙!
엄마의 턱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남자가 엄마의 머릿채를 움켜 쥔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 스스로 남자에게 봉사하고 싶은 때문인지
그 긴 시간 동안 엄마는 단 한차례도 고개를 빼지 않고 펠라치오를 계속했다.
남자의 정력이 절륜해서인지, 아니면 엄마의 기교가 부족해서인지
남자의 사타구니에 쳐박힌 채 엄마의 펠라치오는 소름끼치도록 계속되었다.
평소 우미한 엄마가 그 순간에는 단순히 좆빠는 기계에 불과했다.
남자의 성기 크기로 보아 엄마의 코가 남자의 아랫배에 바싹 닿았을 때는
귀두가 식도 너머로 넘어 갔을 것 같은데, 엄마는 그 메스꺼움과 고통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엄마가 남자의 자지를 입에 문 채 눈을 치켜 뜨고 남자를 올려다 보면,
남자는 엄마의 표정을 자세히 보려는 듯, 엄마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곤 했다.
하지만 창가에 숨어 있는 내게는 그저 엄마의 뒷머리채만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남자의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지루한 펠라치오는 끝이 났다.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입안 가득히 허연 정액이 고여 있을 줄 알았는데,
티슈에 정액을 뱉아 낼 걸로 생각했었데,
엄마의 입안에도, 남자의 사타구니에도 정액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놀랍게도 엄마는 남자의 정액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삼킨 것이었다.
벽에 기댄 남자의 앞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엄마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소녀처럼, 기대에 가득찬 눈망울로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남자가 엄마의 빰을 톡톡 치며 빙긋이 웃음을 짓자,
엄마는 얼른 얼굴을 내밀며 남자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누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욕심은 거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남자가 엄마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자,
엄마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래도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는 엄마를 설득해서
결국 생리 중인 엄마의 하체를 드러내고, 가랑이를 벌리게 만들었다.
엄마는 한꺼풀씩 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 놓고,
팬티 차림으로 남자의 앞에서 무릎을 세웠다.
생리대를 착용한 탓에 가랑이 부분이 두툼하게 부풀어 있었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팬티를 밑으로 내리며 모든 여자의 치부를 드러냈다.
엄마에게서 팬티를 건네 받은 남자는 하얀 생리대 위에 흡수된 검붉은
생리혈에 혀끝을 내밀어 살짝 피를 맛보았다.
엄마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계속해서 창피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는 그 남자의 완구처럼 보였다.
남자는 엄마를 네 발로 엎드리게 만들고,
“당신의 처녀를 갖고 싶어, 순결한 그곳을 갖고 싶어.“,
라고 말하며, 무슨 크림 같은 것을 엄마의 엉덩이에 잔뜩 발랐다.
남자의 앞에 누워 생리 중인 질구로 남자를 받아 들일 걸로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남자의 앞에 엎드리려 엉덩이를 내밀다니....
그 때도, 그리고 남자가 엄마의 엉덩이에 이상한 것을 쳐바를 때도
나는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뭘 하려는 거지?’
“당신을 믿어요.”
엄마는 몇번이고 그 말을 되풀이 하며, 어깨 너머로 남자를 뒤돌아 보았다.
엄마의 목소리는 공포심에 헐떡거리고 있었고, 남자의 목소리는 감미로왔다.
두 사람의 말투 하나 하나는, 요즘 중학생들 조차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유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아-악! 악! 아윽!”
엄마가 이불 위의 시트를 쥐어 뜯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동안,
젊은 남자는 소리없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남자가 엄마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남자는 아직도 처녀지인 엄마의 항문 속에다 육중한 자지를 집어 넣은
것이었다!
정말로 더럽고 불결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 작은 항문 속으로 어떻게 그 커다란 게 다 들어간 것일까?
엄마에게는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밖에서 보고 있는 내게는
그 남자의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남자는 승리감에 도취해 야비하게 웃고 있었다.
“아, 악,.... 아, 나 죽어! 아-악!”
퍽! 퍽! 퍽! 퍽!
남자는 고통에 허덕이는 엄마를 사정없이 몰아 부쳤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엄마의 골반을 콱 움켜 쥐고
힘차게 밀고 당기며 왕복 운동을 계속했다.
격렬하게 살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창문 밖까지 크게 울려 퍼졌다.
저녁에 집에 돌아 온 엄마의 거동은 어딘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하기야 항문 속으로 그렇게 커다란 물건이 들락 날락 거렸으니
앉는 것도, 걷는 것도 몹시 어색했을 것이다.
엄마는 집에 오자 마자 얼른 욕실문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
그 후로도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학원에 가는 대신에
그 연립주택으로 간 적이 많이 있었다.
시간이 되면 반드시 나의 여신, 아니 우리들의 타락한 여신은
남자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색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어느 날도 학교가 끝나자 마자, 가끔씩 그랬던 것처럼 학원 대신
그 집으로 향했다.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보니 방안에는 그 남자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진하게 화장을 한 호스테스 같은 젊은 여자와
우락 부락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 보다 그 방안의 주인과 더 친한 지,
그 남자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엄마가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몹시 걱정되었다.
남자는 연신 시계를 쳐다 보며, 엄마에 대해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남자는 엄마를 가르켜 ‘그년’이라고 불렀다.
그런 것도 모르고 엄마는 그 남자를 자기의 애인으로 생각하며,
가족들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따르고 있었다.
마침내 분홍색 양장을 화사하게 차려 입은 엄마가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검은 색 썬그라스를 쓰고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
사치스런 엄마의 모습은 아무래도 그곳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손에는 작은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엄마가 방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 섰다.
“강봉씨... ”
엄마는 다정하게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그 남자를 부를 때,
‘강봉군’이라고 하지 않고, ‘강봉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막 남자의 이름을 부르던 엄마는 그 남자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걸
발견하고는 흠칫 몸을 떨면서 말을 삼켰다.
젊은 여자가 엄마를 올려다 보며 생글 생글 웃어댔다.
언제나처럼 남자 혼자만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들어 선 엄마는
어색한 포즈로 몸을 반쯤 돌린 채 방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남자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엄마를 끌어 안고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키스를 했다.
방금 밖에서 들어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힌 엄마는
그 남자의 품에 안겨 떨면서 입술을 벌렸다.
방문 손잡이에 얹혀 있던 엄마의 손이 남자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남자는 엄마의 허리를 뒤로 제치며, 썬그라스를 벗겼다.
엄마의 맑고 시원한 눈매가 드러났다.
“호~오~”
엄마의 미모가 드러나자 또 다른 젊은 남자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놀랍게도 젊은 여자는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엄마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방안에 있는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엄마는 어색한 표정으로 젊은 남녀에게 조용하게 인사를 했다.
“은수야, 잠깐 나와 봐...”
남자는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마도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방안에 남은 두 남녀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 남자가 여자의 곁으로 다가가자
여자가 남자의 무릎 위로 얼른 옮겨 앉으며 키스를 나눴다.
방안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광경을 보는 순간,
나는 기분이 몹시 상해 창문에서 떨어졌다.
그들은 지금 엄마를 포함해서 그룹 섹스를 준비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었다.
엄마가 그 방의 젊은 남자에게 홀로 안기는 모습에 흥분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후벼 파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던 나는,
엄마가 더러운 년놈들을 상대로 섹스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 길로 집으로 돌아 갔다.
엄마는 평소보다 더 늦게 집에 도착했다.
눈치채지 않게 엄마의 표정을 살폈지만, 특별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피로해 보일 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자란 정말로 무서운 존재로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 나 잠깐 씻고 나서 밥 차려 줄께. 조금만 기다려!”
오히려 나에게 살짝 미소를 띄우기까지 했다.
엄마가 내 곁을 스쳐 지나 가는데,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싸구려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살짝 풍겨왔다.
그 호스테스 같은 여자의 체취가 엄마에게 진하게 배어 있었던 것이다.
몸 속에는 그들의 타액과 체액이 잔뜩 채워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갑자기 엄마가 잘 빚어진 도자기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엄마는 여전히 집에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총명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몽유병자 처럼 멍한 상태에서 느릿 느릿 가사를 처리하고,
무슨 질문을 해도 건성 건성 대답하고,
예전의 엄마라면 생각도 하지 못할 하찮은 실수들을 자주 저지르곤 했다.
젊은 남자는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았다.
엄마와 남자가 어째서 헤어졌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와 같은 미인을 놓아 줄 리는 없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 남자의 신상에 무슨 변고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었다.
엄마의 상태는 마치 실연 당했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엄마처럼 총명하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 어떻게 남자에게
그런 남자에게 저토록 미칠 수가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쨓거나 내 생각엔 엄마가 그 남자에게 기만당한 거라고 여겨졌다.
엄마의 둔부를 강하게 몰아 부칠 당시, 그 남자의 얼굴에서는
엄마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못된 남자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엄마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예전의 총기(聰氣)를 읽어버린 엄마를 볼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들곤 했다.
3. 석호의 고백 (2) - 여신의 전락
젊은 남자와 헤어진 뒤부터 생활의 활기를 잃어 버린 엄마는
그 후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매사에 의기소침해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자식인 내가 뭔가 돌파구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영구가
달라진 엄마의 분위기를 보고 어디 아프신게 아니냐고 하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건달 같은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다 배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엄마를 우상처럼 숭배하고 연모하는 영구 처럼
건강한 소년과 연애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 혹시 예전처럼 생기발랄하고 총명한 모습이 살아나지 않을까.
혼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영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고 말았다.
녀석은 우리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만,
뭔가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라며 곧 엄마의 입장을 옹호했다.
엄마에 대한 녀석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 갔다.
그 남자 대신 엄마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영구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의 육친(肉親)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아들로부터 친엄마의 애인이 돼 달라는 광기어린 제안을 받게 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부탁이었고, 가슴이 설레는 열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구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며 자신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끔 코미디 소재인 ‘바보 영구’와 이름이 같다며 우리 엄마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했고, 자신을 어린애처럼 취급하고 있는 게 뻔한 데,
그런 성인 여성을 유혹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엄마가 그 남자와 아파트에 있을 때 창문 밖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게 있는 데, 그 사진을 미끼로 엄마를 협박하면 비록
강제적이기는 하지만 관계는 맺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엄마에 대해서 품고 있는 깊은 애정을 고백해 잘만 설득하면,
어쩌면 쉽게 엄마와 애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내게서 프린터로 인쇄한 사진 뭉치를 받아 든 영구의 눈동자는
기대 반, 흥분 반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영구에게 상대는 내 엄마니까 정중하게 대해 줄 것과
관계가 깊어진다고 해도 주변에 소문나지 않게 조심할 것,
절대로 엄마를 임신시키지 말 것,
그리고 우리 집안에 어떠한 파란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짐받고
그 길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 왔다.
************************
그로부터 1주일 뒤 학원이 끝난 뒤에 영구가 나를 불렀다.
“석호야, 나 어제 네 엄마랑 호텔에서 만났어.”
녀석은 얼굴을 붉히고 내 눈치를 살폈다.
드디어 엄마가 내 친구와 관계를....?
갑자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계획이 성공했다는 기쁨 보다는 웬지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아마도 질투심이 아니었을까.
우리 둘의 여신을 녀석 혼자 독차지 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영구는 내게 모든 정황을 세세히 들려 주었다.
익명으로 엄마를 협박해서 호텔에서 만나자고 한 일,
호텔방에 들어서서야 상대가 아들의 친구이자
평소 자신을 사모하고 있던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
단호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거부하며 소년을 설득하려 들던 일,
하지만 소년의 고집을 꺽을 수 없음을 깨닫고
이번 한번 뿐이라고 다짐하며 스스로 옷을 벗고 침대에 오른 일,
관계를 맺고 난 후 영구가 그 동안 품고 있던 애정을 고백하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일,
그리고 허탈한 모습으로 먼저 호텔을 나선 일 등.....
처음부터 계획을 세운 장본인인 나에게
보고할 의무라도 있는 양 영구는 호텔에서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비록 가슴은 쓰라렸지만, 그로 인해 엄마가 다시 예전의 명랑함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집으로 돌아 간 다음부터 엄마의 모습을 은밀하게 관찰했다.
별로 나아진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상태가 더 악화된 듯 싶기도 했다.
아들의 친구와 관계를 갖은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고
더욱 말수가 없어지고 종종 고민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며칠이 지났다.
엄마는 집안일을 하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끔씩 고개를 내젓기도
하고 입술을 꼭 깨물기도 했다.
그 표정을 보고 아무래도 영구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하지만 열흘 정도 지나자 엄마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도는 것 같더니
가끔 나에게 농담도 던지며, 예전의 생기를 되찾는 듯 싶기도 했다.
그제서야 나는 자신의 엉뚱한 선택이 성공한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발랄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영구로부터 다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서야 그간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호텔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 정확히 1주일 만에
엄마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다.
기대반, 우려반에 녀석이 약속한 카페에 들어가자,
우리 엄마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커피맛을 음미하며 아무 말 없이 녀석을 노려보던 엄마는
불안감이 극에 달한 녀석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녀석의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친구의 엄마이자 연상의 여인인 자신의 인격을 존중해 줄 것과
소문나지 않게, 특히 나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부턴 엄마는 영구의 애인이 되는 건가....?’
그 때까지도 나는 영구가 호텔에서 엄마에게 제안한 내용이 뭔지,
엄마가 왜 1주일 동안이나 그토록 고민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구가 설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 대해 제멋대로의 계획을 세웠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영구가 엄마에게 제안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 것은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였다.
합숙훈련 도중 다리 부상을 당해 예정보다 하루 먼저 귀가하게 되었다.
때 마침 아빠도 해외 출장 중이라서 집에는 엄마 혼자만 있었다.
오후 다섯시경이었다.
지니고 있던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 가니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현관 안쪽에 있는 거실로부터 두런 두런 말소리가 들려 왔다.
나지막한 남자의 말소리와 톤이 높은 여자의 말소리였다.
‘.....???.....’
나는 동작을 멈추고 소리나지 않게 현관 옆에 기대어 귀를 기울였다.
“우리 은수, 정말 착하구나!”
친구인 영구의 목소리였다.
애인 사이이니 이름을 부를 수도 있겠지만, 어감이 좀 이상했다.
“아이, 오빤, 이런게 뭐 재미있어? 후훗, 변탠가봐!”
어투는 여동생이 오빠에게 말하는 것이었지만, 목소리는 분명 엄마의 음성이었다.
‘헉! 엄마가 영구한테 오빠라고 부르다니...?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엄마와 영구의 관계는 정상을 한참 빗나간 것이 아닌가.
“흐, 흐, 이 녀석. 언젠간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단 말야.”
“아이, 느낌이 이상해....”
“은수야, 한 단 더 올린다.”
영구의 말과 함께 우-웅 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 왔다.
“아 - 흑 ! 흑 !”
엄마가 콧소리가 잔뜩 섞인 신음을 질렀다.
“오빤, 정말 왕변태야! 처음엔 친구 엄마라고 그렇게 어려워하더니,
이젠 날 완전히 걸레 취급하잖아.”
“은수, 너, 걸레 맞잖아? 아무 놈한테나 보질 대 줬잖아!”
“칫, 다 지난 일이잖아! 그거 핑계로 나 또 벌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찰-싹!
‘헉! 이 자식이 무슨 짓을?’
그것은 손바닥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때릴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은수,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하고 여신처럼 고결한 존재였는지 알아?
그런 년이 형편없는 새끼랑 바람을 펴? 망할 년!”
“칫! 그래, 나 왕걸레야. 하지만 이젠 오빠 전용 걸레잖아. 너무 놀리면 싫어!”
“헤, 헤, 고년, 참....”
나는 거실 안이 들여다 보고 싶어, 현관문에서 떨어져 뒤뜰로 돌아 갔다.
뒤뜰에는 거실과 이층을 이어주는 복도 창문이 있었는데,
작기는 했지만 거실 안이 잘 들여다 보였다.
먼저 영구의 뒤통수가 보였다.
엄마는 영구의 옆에 서서 뒷짐을 지고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얀 알몸이었다.
균형잡힌 몸매와 풍만한 젖가슴, 그리고 미끄러운 아랫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언제 보아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나신이었다.
상체는 가만히 고정시키고 있었지만, 허리 아래는 누가 만지지도 않았는데
둥근 원을 그리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벨리 댄스를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의 아랫도리 속에 하얀 막대기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전선줄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끝에 있는 조절기는 영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전동 바이브레이터였다.
역시 그것이 엔진처럼 엄마의 몸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진동에 맞춰 엄마의 하체가 리드미컬하게 돌아 가고 있었다.
아들의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엄마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자식같이 어린 소년을 내려다 보며,
요염한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그 표정은 나에게는 한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것이었다.
교태와 순종이 한데 어우러진 사랑스런 표정이었다.
소년이 원한다면 그보다 더한 것까지도 다 내 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계획이 빗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 손쉬운 젊은 애인을 하나 만들어 주려고 했었는데,
엄마를 여신처럼 떠받드는 애송이를 하나 붙여 주려고 했었는데,
예상 밖의 관계로 발전해 버린 것이었다.
엄마는 예전에 그 남자의 여자가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친구의 여자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게 엄마의 새로운 습성인 걸까?
아니면 영구가 약속을 어기고 엄마를 더 강하게 몰아 부쳐
어쩔 수 없이 그런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일까?
이유야 어쨓거나 엄마는 또 다시 나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내게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해 준다고 하여도
마음은 항상 영구의 곁을 맴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비로소 후회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엄마의 태도가 아주 자연스럽고 명랑하게 바뀌었다는 것은
영구를 자기의 유일한 남자로, 자기가 섬겨야 할 존재로
완전하게 받아 들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내가 얼마나 큰 오판을 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음 속으로 수천 번도 더 자신을 비난하며
영구에게 엄마를 맡기던 그 날의 일을 곱씹으며 후회했다.
********************
그 날 나는 다리 부상을 집에 돌아 오기는 했지만,
차마 집에 들어 가지는 못했다.
영구는 내게 엄마를 부탁받은 이후로 한번도 우리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내 친구와의 일을 알지 못하는 척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영구에게도 더 이상 엄마와의 일을 묻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도 엄마의 태도에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엄마가 영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쯤이면 엄마는 항상 집에 있었는데,
예전처럼 탕 속에 들어 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물로 남자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으리라.
우리 집 앞 정거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는 영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날은 특별히 엄마를 탐닉하느라 집에서 늦게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방학 때 어쩌다 아빠가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엄마도 가끔 며칠씩 외박을 하곤 했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곤 했지만,
그런 날은 영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계획에서 빗나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엄마가 생기를 되찾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젊은 애인의 체액을 받아서인지 엄마는 항상 싱싱한 육향(肉香)을 풍겼고,
젊은 애인의 체력에 단련된 때문인지 근육에는 항상 탄력이 넘쳐 흘렀다.
세월이 갈 수록 엄마라기 보다는 누나라고 부르는 편이 어울릴 정도로
시간은 엄마의 곁을 그렇게 빗겨가고 있었다.
4. 귀경
은미는 석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노여움 탓인지, 슬픔 탓인지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그런 일은 내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지.
그 동안 엄마는 더욱 완벽하게 녀석의 여자가 되고 말았지.
당연히 녀석의 성적은 하위권에서 맴돌아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녀석은 아는 사람을 통해 이곳으로 내려와
어촌계서 일하게 되었지.”
‘아, 그렇게 우아하게 생긴 분한테 그런 엄청난 사연이 있을 줄이야....’
은미는 자신의 시어머니인 은수의 과거에 동정심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졸업한 지 열흘쯤 되었을 때 녀석이 우리집에 찾아 왔지.
집에는 엄마랑 나, 단 둘이 있었는데
녀석이 엄마를 데리고 내려 가겠다고 말하더군.
자기 여자니까 자기가 데리고 살겠다는 거야.”
석호는 마지막 남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내가 몹시 화를 내자, 녀석이 엄마에게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지.
망설이던 엄마는 녀석이 재촉하자, 아들인 내 앞에서 옷을 홀랑 벗더군.
녀석은 엄마가 자신의 여자라는 걸 증명하려고 했던 거야.
그랬지...., 엄마는 한 가정의 아내이기 이전에,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내 친구의 여자였던 거야.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더군.
그 날로 엄마는 짐을 꾸려 녀석을 따라 나섰어.
다 들 엄마가 실종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나만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지만 차마 털어 놓지 못했지....”
말을 마친 석호는 마지막 남은 담배를 꽁초가 될 때까지 쭈-욱 빨아 들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세찬 바닷 바람과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석호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 뜨리고 발로 짓이겼다.
“이거 받아, 엄마가 은미가 맘에 든다며 주신 거야.
엄마도 할머니 한테서 받은 거래.”
석호는 주머니에서 조금 오래된 디자인의 금반지를 꺼내
은미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은미는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것도 모르고, 같은 ’은‘자 돌림이라고, 언니 동생을 하자고 했으니.....’
은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빈 담배갑을 주먹으로 구겨버린 석호는 은미의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돌아가지. 오늘 일은 다 잊어 버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네, 하지만....”
석호는 차의 시동을 걸고, 다시 서울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부 - 웅 !
.끝.
다른 작가분들처럼 섬세한 묘사와 화려한 필체를 갖지 못해,
멋진 제목과 줄거리로 한 몫 보고 있으니
글을 쓴다고 하기도 부끄럽지만요 ^^
(그래선지 제가 쓴 글은 다들 너무 짧다고 질타하시는데
이번에도 또 단편이라서 그러실 것 같네요... 양해하시길....
대신 화끈하고 기발한 줄거리로 보충했으니까 잠시나마 즐감하세요.)
**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어디선가 본 듯한, 짜집기 같은 느낌이 드네요.
** 솔직히 엄마가 바람피는 장면은 딴나라꺼 베낀 겁니다.
** 그래도 창작 순도 70% up 입니다. ^^;
제 목 : 전생(轉生)
저 자 : BaronK
1. 방문
강원도 삼척의 어느 아파트.
끼-익!
먼저 승용차에서 내린 석호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나오려는 은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은미는 감사의 표시로 그를 향해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출중한 용모는 아니었지만, 석호는 단정한 외모와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고, 조신하게 행동하는 그녀에게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정말 사랑스런 여자야...’
신사는 금발을 좋아 하지만, 흑발과 결혼한다고 했다고 했던가?
단순한 백치미 보다는 은미 같은 여자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세월이
가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는 법인가 보다.
사귄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루하다거나 무덤덤해지지 않고, 마치
자신의 분신인양, 생의 일부분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런 때문이 아닐까.
은미도 자신에 대한 석호의 그런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정다감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언제나 자신을 포근히 감싸주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석호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 난 이 이의 여자야....’
띵동 ~ 띵동 ~
초인종을 누르자 은미에게는 낯선 얼굴 하나가 문을 열었다.
석호 보다 한뼘쯤 작은 키에 깡마른 사내였다.
몸집은 왜소했지만, 눈빛은 무척 날카로왔다.
‘석호씨에게 이런 친구도 있었구나....’
“어서 와라.”
“오랫만이구나. 많이 변했구나.”
석호와 은미는 아담한 아파트 실내로 들어 섰다.
그다지 넓은 평수는 아니었지만, 베이지색 계통의 밝은 벽지와 단촐한
가구들로 인해 실내는 꽤 넓은 느낌이 들었다.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 섰을 때, 흰색 셔츠에 검정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여인이 젖은 손을 앞치마에 쓱쓱 딱으면서
부엌에서 나왔다.
여인은 양손을 앞으로 모우고 그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나은미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 조은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셨어요.”
석호가 낮은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여인은 잠시 석호 친구의 눈치를 살피더니, 함께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석호씨. 오랜만이네요.”
여인의 인사를 받은 석호의 얼굴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석호의 친구인 영구는 대충 인사가 끝나자, 그들을 거실로 안내하였다.
은미는 여인의 나이가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걸로 보아, 영구의
누나나 이모가 아닐까 짐작했다.
하지만 영구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간만인데 술 한 잔 할까?”
“아냐, 운전해야 되기 때문에 술은 안돼.”
“그래, 그럼 차나 한잔 하지.”
그러면서 영구는 여인에게 지시했다.
“은수야, 차하고 과일 좀 내 와.”
“네.”
여인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얼른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 갔다.
세 사람이 거실 바닥에 앉아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 받는 동안,
여인이 다과상을 차려 와 일행의 한가운데 내려 놓았다.
그리고 여인은 영구의 곁에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은미는 비로소 여인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어머! 굉장한 미인이네!’
갸름한 얼굴에 그린 듯한 눈썹, 가늘게 쌍꺼풀이 진 커다랗고 맑은 눈,
오똑한 콧날에 이지적인 붉은 입술....
여자인 은미가 보기에도 한 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였다.
게다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고 매끄러운 피부는
여인의 미모를 한층 더 빛내 주고 있었다.
여인은 은미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얼굴을 붉히면서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제 이름에도 ‘은’자가 들어 가 있고, 은수씨 이름에도 ‘은’자가 들어 가
있으니까, 마치 친자매처럼 느껴지네요. 저,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그러세요, 은미씨... 호, 호,”
누가 여자들을 참새에 비유했던가.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은수와 은미는 어느새 친숙하게 되어 재잘 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약혼자인 은미가 평소에는 수다스런 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석호는
그 모습을 쳐다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두 여인이 얘기를 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임에도
석호와 영구 사이에는 별로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석호가 은수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며, 방으로 들어 갔다.
거실에 영구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방금 전까지 수다스럽게 얘기를 나누던
은미는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같은 동성인 은수보다는 남자인 영구와 함께 있자니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마치 부두에 갓 들어 온 생선을 감정하는 듯한 사내의 예리한 눈빛.
직감적으로 그의 눈빛 속에 남성의 탐욕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은미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안절 부절 하는 동안 은수와 함께 방안에
들어 간 석호는 삼십분이 넘도록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여인의 흐느낌 같은 소리가 방안에서 들려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던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남의 부인하고 방안에서 한시간이
넘도록 있을 수 있담?‘
차분한 성격의 은미였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르자 왠지 불쾌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무 말없이 자신을 감상하면서 줄담배만 피워대는 영구의 태도란...
어느새 거실 안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콜록! 콜록!
은미가 잔기침을 하는데, 영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 섰다.
은미는 그가 느닷없이 일어서자, 흠칫하며 허리를 곧추 세웠다.
드르륵!
영구는 씩! 웃더니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 때 방안에 있던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석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은미의 눈동자는 눈물을 흘렸는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은미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묻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은미씨, 그만 갑시다.”
석호가 자리에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은미를 재촉했다.
은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석호의 뒤를 따라 나섰다.
*******************
바다가 내려 보이는 해안 도로 옆에 차를 주차시키고, 석호는
은미와 함께 차밖으로 나왔다.
자동차 본네트에 엉덩이를 걸친 석호는 담배를 꺼내 물고 깊이 한모금
들이 마신 뒤, 호흡이 다할 때까지 연기를 길게 뿜어 냈다.
“무슨 일이죠? 영구씨 부인이랑은 예전부터 아는 사인가요?”
그제서야 은미는 궁금했던 점을 석호에게 물었다.
“부인? .... 그녀는 영구의 부인이 아니야.”
“그럼?”
“그냥 그 녀석의 여자일 뿐이야.”
석호는 고개를 돌려 은미를 쳐다 보았다.
은미는 그의 눈동자가 흐릿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먼 수평선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한 때는 내 어머니이기도 했지....”
석호의 말에 은미는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네? 그게 무, 무슨....?”
은미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석호는 한참 동안 담배를
바꿔 가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어선들과 자유롭게 오가는
갈매기들을 쳐다 보았다.
발 밑에 대여섯 개피의 담배 꽁초가 쌓여 갈 때 쯤에야 석호는 혼란에
빠져 있는 은미의 얼굴을 힐긋 쳐다보고는 가슴 속 깊이 담아 두었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 석호의 고백 (1) - 엄마의 비밀
나는 엄마란 자식에게 무조건 애정을 쏟는 특별한 존재라고 믿어 왔다.
자식이 모친에게 의지하려는 것은 모친이 지니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특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정말 총명하고 자애로운 분이야.”
언제부턴가 그런 식으로 엄마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와 농담을 나눌 때도, 함께 웃을 때도 언제나 즐거웠다.
엄마의 아들이라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인생의 행복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었었다.
그렇지만, 고교 1학년 때, 생전 처음 인생의 고통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어린 소년에 불과했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밤 8시가 넘곤 했는데, 언제나 식탁이 차려져 있었다.
아빠는 일 때문에 항상 밤 늦게 오시기 때문에, 나는 엄마와 단 둘이
마주 앉아 행복한 기분에 잠겨 식사를 하곤 했다.
평상시 저녁 때와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내가 돌아 오기 전에 엄마가 목욕을 하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어느 날, 화장을 지워도 여전히 아름다운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 어디 갔었어요?”라고 별 뜻 없이 질문했다.
“오늘....? 아! .....”
그런데 엄마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곳과 전혀 다른 엉뚱한 장소를 말했다.
엄마에게 행선지를 물은 것은 학원 친구인 영구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먼 동네에서 지하철로 다니는 영구가, 학원에 오는 도중 자기네 역 앞
택시 정거장 앞에서 마침 택시에서 내리던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고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기 때문이었다.
영구는 일요일에 몇 번 우리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활달하던 녀석이 웬일인지 우리 엄마 앞에 서기만 하면
얼굴을 붉히곤 했다.
엄마가 과일 접시를 갖고 들어 오면, 가만히 앉아 있던 녀석이 벌떡
일어 서서 엄마가 방에서 나갈 때 까지 부들 부들 떨면서 기립해 있곤 했다.
녀석의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오히려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없이 내 친구를 응시했다.
엄마가 그러니 영구는 더 안절 부절할 수 밖에 없었다.
순진한 소년을 놀려 대던 엄마는 끝내 입을 가리고 키득거리며 웃어댔다.
엄마가 여성으로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영구로부터 우리 엄마가 자기의 ‘이상형’이라는 고백을 들었을 때 부터였다.
만약에 자기가 좀 더 나이가 많았더라면 우리 엄마한테 프로포즈했을 거라며
엄마와 같은 미인을 아내로 삼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녀석은 우리 엄마에 대해 ‘나의 여신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존경과 염모의 정을
가득 품고 있었다.
어쩌면 녀석은 우리 엄마의 두 번째 신도라고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신도는 물론 나였다.
하지만 녀석이 우리 엄마에 대해 단순히 숭배하는 감정만 품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얼마 전 욕실에서 가운을 걸치고 나오던 엄마의 요염한 모습을 본 뒤로는
가끔씩 못된 상상을 하며 자위를 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고백했었다.
감히 엄마를 자위 대상으로 삼는다는 말에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상상이야 결국 자기 맘이고, 실제 상황도 아니었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아까 엄마의 얘기를 꺼내며 얼굴을 붉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라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말로 물어 본 것이었는데, 엄마는 내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뭔가 찔리는 데가 있는 지 눈길을 피하며 말하는 엄마의 말투와
당황해 하는 몸짓 때문에 엄마가 방금 대답한 그 장소에는 실제로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내가 학원에서 늦을 때마다, 어디 갔다 오시는 걸까? 설마, 내일도.....?’
***************
다음 날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분명히 집에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 안심이 되는 동시에,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나는 “열이 있어 조퇴해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 가니 엄마는 체온계로 온도를 재는 등 내 몸을 보살펴 주며
자상하게 돌봐 주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만족해 하며 그제서야 겨우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시계 바늘이 3시를 넘어 가자, 내 침대 머리맡에서 안절부절해 하던
엄마는 잠깐만 외출하고 와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막 잠이 들려던 참이었다.
“7시 조금 넘어 돌아 올테니, 그때까지 자고 있으렴.”
하고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자식을 남겨 두고, 엄마는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걸까.
어제의 거짓말과 오늘의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마음이 불안해 졌다.
엄마가 나가자 마자, 엄마를 미행하기로 하고 나도 곧 집을 나섰다.
대문을 열자 화사한 외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엄마의 뒷모습이
멀리 골목 어귀를 돌아 서고 있었다.
대로변에 접어 드니, 택시에 올라 타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택시는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다음에 오는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택시를 잡아 타고 급한 일이라고 사정하며, 친구가 사는 역이름을 말했다.
엄마의 행선지가 그곳이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탄 택시는 2번이나 신호를 무시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갔다.
역에서 내리자, 잠시 후 엄마를 태운 택시가 다가왔다.
그 지역은 내 손바닥 들여다 보듯 지리가 훤한 곳이었다.
역의 서쪽은 개발이 진행 중인 주택가였고, 동쪽은 번잡한 빈민가였다.
조심스런 동작으로 택시에서 내린 엄마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좁고 지저분한 보도를 따라 잔걸음을 재촉했다.
외지고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 서서, 한 낡은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 가더니
1층에 있는 어느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 방으로 들어 간 엄마는,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골목 어귀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 문만 쳐다 보고 있었다.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정말로 오래되고 낡은 조그만 주택이었다.
집 뒤로는 장마 때는 조금 위험할 듯 싶은 높다란 축대가 쌓여 있었다.
엄마가 들어 간 집은 1층 오른쪽 맨 끝에 있었다.
현관문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지저분하고, 군데 군데 훼손돼 있었다.
나는 그 집을 쳐다 보며 엄마의 일을 생각했다.
어째서 엄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이곳에 온 것일까.
엄마가 꺼림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 따위는 전혀 없었다.
엄마에 관한한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아파트의 분위기는 엄마와 같이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성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그 안에 있는 것 조차 의심스러웠다.
엄마는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자기 주장을 분명히 밝히고,
분쟁이 있을 때면 뭇남성들과 대등하게 맞서 토론을 벌이는 그런 분이었다.
엄마가 들어 간 지 벌써 1시간이 훨씬 넘었다.
“반드시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를 확실히 알고 싶어서 아파트로 접근했다.
엄마를 미행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깊은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이유만큼은 꼭 확인하고 싶었다.
문 앞의 작은 명패에는 ‘유강봉(唯强棒)‘ 이라고 써있었다.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의 남자 집에서.... ?’
나는 점점 대담하게 행동하였다.
연립주택 뒤로 돌아가니, 샤시가 아니라 목재로 된 창틀이 각 방마다
붙어 있었다.
창틀 사이로 좁은 틈이 벌어져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벽이 기울어 틈이 생긴 것이었다.
몸을 수그리고 엄마가 있을 듯한 방의 창문으로 접근했다.
그 때 미세하게 “아아...”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나는 다시 걸음을 재촉해 창문으로 바싹 접근했다.
“아.... 윽....” 하는 엄마의 신음소리가 분명하게 들려 왔다.
창문도, 커튼도 닫혀 있었다.
하지만 커튼이 낡고 조잡해 끝이 떨어져 나가 있었는데,
그 사이로 얇은 유리창을 통해 좁은 방안의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이불 위에 발가벗은 채 두 팔과 양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엄마의 얼굴이
창문 옆에 숨어 있는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엄마의 촉촉히 젖은 눈망울과
달뜬 신음을 뿜어내는 살짝 벌려진 입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얼굴을 좌우로 내저으며 끊어지는 듯한 신음을 내지르는 엄마의 뒤에서는...
한 남자가.... 엄마를 범하고 있었다.
창문에 바싹 다가서자 방안의 소리가 전부 들려왔다.
“헉! 헉!”
“아, 응.... 아~앙!....”
뜻밖에 목격한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내 사고의 기능은 마비돼 버렸다.
머릿속은 하얀 섬광으로 가득차 버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직 시각과 청각 기능만은 살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엄마의 정사 장면을 꼼짝도 하지 않고 멍하니 쳐다 보았다.
남자는 젊었다.
이십대 초반 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성기는 무척 길고 굵은 것이 잘 다듬어진 연장 같았다.
그 커다란 흉기가 엄마의 몸속을 사정없이 관통하고 있었다.
남자는 수시로 자세를 바꿔가며 교합했다.
남자가 시키는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거리낌 없이 몸을 제공하는 엄마는
쾌락의 신음을 내지르는 사이 사이마다,
“강봉군... 강봉군...” 하며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엄마의 아름다운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가지런한 치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숨가쁜 호흡은
마치 매의 발톱처럼 내 심장을 갈가리 찢어내고 있었다.
사모와 경애의 대상인 나의 엄마가 오로지 암컷으로서의 기능만 발휘하며
낯선 젊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은
목불인견의 참상인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경(魔境)이었다.
“아-앙, 앙! 아... 나 좀.... 제발.... 어떻해... 흐-윽! 흑!”
성교를 할 때 짓는 엄마의 고혹적인 표정과 색기에 가득찬 음성은
평소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또다른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엄마가 감히 그런 음색을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기에
엄마에 대한 분노와 함께 또 다른 열망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며 자라났다.
퍼-억! 퍽! 퍽! 퍽!
찰-싹! 찰-싹!
젊은 남자가 엄마의 소중한 부위를 짓이기는 소리와
엄마의 말랑 말랑한 둔부와 남자의 아랫도리가 맞부딪히며 내는
음란한 소리가 내 몸을 석고처럼 뻣뻣하게 굳게 만들었다.
나는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엄마가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광경을
감상해야 했다.
“아... 윽!!!”
마침내 엄마가 커다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남자가 엄마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엄마의 상체가 무너지며 이불 위에 털썩 내려 앉았다.
“하-악! 하-악!”
엄마는 뭍에 올라 온 물고기처럼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부들 부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불 위에 엎드린 채 숨을 몰아 쉬던 엄마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여성스런 자태로 남자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티슈로 닦았다.
그리고 만족한 표정으로 엄마를 지켜 보던 남자에게 다가가
역시 티슈를 꺼내 남자의 사타구니 마저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남자는 그러는 엄마의 가슴을 저울로 중량을 달 듯이 떠받치며
가볍게 토닥거렸다.
속옷을 입고 브라우스 단추를 채운 후,
엄마는 여전히 발가숭이인 남자에게 살포시 안겨 감미롭게 속삭였다.
얇은 창문을 통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려 왔다.
“남편과 헤어져도 좋아요, 당신을 믿으니까요.”
방을 나서기 전, 엄마는 핸드백을 열고 남자에게 몇 장의 돈을 건네 주었다.
상식도 교양도 있는 엄마가, 어째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엄마가 어떻게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엄마의 생활에서 그런 남자를 만날 기회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대학생도, 지적인 타입도 아니었다.
방안에는 두꺼운 책 한 권 없었다.
어수선하고 너저분한 방이었다.
그런 방안에서 남자의 품에 안겨 희열을 느끼며,
가족까지 버려도 좋다는 말을 엄마는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
그 후 일주일간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자식의 역할을 억지로 연출했다.
다음 화요일, 나는 다시 그 연립주택에 도착해, 창문으로 다가갔다.
뒤편에는 축대가 쌓여 있어, 누군가에게 내 행동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 날, 엄마는 생리 중이라고 말하며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는 엄마의 입술을 요구했다.
엄마는 이불 위에 누운 남자의 거대한 자지를 입으로 열심히 빨아 주었다.
내가 창문 밖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지켜 보는 방안에서,
1시간 가까이 펠라치오는 계속되었다.
사각~ 사각~ 쭈우웁! 쭈-웁! 쭙! 쭙! 쭙!
엄마의 턱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남자가 엄마의 머릿채를 움켜 쥔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 스스로 남자에게 봉사하고 싶은 때문인지
그 긴 시간 동안 엄마는 단 한차례도 고개를 빼지 않고 펠라치오를 계속했다.
남자의 정력이 절륜해서인지, 아니면 엄마의 기교가 부족해서인지
남자의 사타구니에 쳐박힌 채 엄마의 펠라치오는 소름끼치도록 계속되었다.
평소 우미한 엄마가 그 순간에는 단순히 좆빠는 기계에 불과했다.
남자의 성기 크기로 보아 엄마의 코가 남자의 아랫배에 바싹 닿았을 때는
귀두가 식도 너머로 넘어 갔을 것 같은데, 엄마는 그 메스꺼움과 고통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엄마가 남자의 자지를 입에 문 채 눈을 치켜 뜨고 남자를 올려다 보면,
남자는 엄마의 표정을 자세히 보려는 듯, 엄마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곤 했다.
하지만 창가에 숨어 있는 내게는 그저 엄마의 뒷머리채만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남자의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지루한 펠라치오는 끝이 났다.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입안 가득히 허연 정액이 고여 있을 줄 알았는데,
티슈에 정액을 뱉아 낼 걸로 생각했었데,
엄마의 입안에도, 남자의 사타구니에도 정액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놀랍게도 엄마는 남자의 정액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전부 삼킨 것이었다.
벽에 기댄 남자의 앞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엄마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소녀처럼, 기대에 가득찬 눈망울로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남자가 엄마의 빰을 톡톡 치며 빙긋이 웃음을 짓자,
엄마는 얼른 얼굴을 내밀며 남자의 두툼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누가 봐도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욕심은 거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남자가 엄마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자,
엄마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래도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부끄러워 하는 엄마를 설득해서
결국 생리 중인 엄마의 하체를 드러내고, 가랑이를 벌리게 만들었다.
엄마는 한꺼풀씩 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 놓고,
팬티 차림으로 남자의 앞에서 무릎을 세웠다.
생리대를 착용한 탓에 가랑이 부분이 두툼하게 부풀어 있었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팬티를 밑으로 내리며 모든 여자의 치부를 드러냈다.
엄마에게서 팬티를 건네 받은 남자는 하얀 생리대 위에 흡수된 검붉은
생리혈에 혀끝을 내밀어 살짝 피를 맛보았다.
엄마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계속해서 창피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는 그 남자의 완구처럼 보였다.
남자는 엄마를 네 발로 엎드리게 만들고,
“당신의 처녀를 갖고 싶어, 순결한 그곳을 갖고 싶어.“,
라고 말하며, 무슨 크림 같은 것을 엄마의 엉덩이에 잔뜩 발랐다.
남자의 앞에 누워 생리 중인 질구로 남자를 받아 들일 걸로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남자의 앞에 엎드리려 엉덩이를 내밀다니....
그 때도, 그리고 남자가 엄마의 엉덩이에 이상한 것을 쳐바를 때도
나는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뭘 하려는 거지?’
“당신을 믿어요.”
엄마는 몇번이고 그 말을 되풀이 하며, 어깨 너머로 남자를 뒤돌아 보았다.
엄마의 목소리는 공포심에 헐떡거리고 있었고, 남자의 목소리는 감미로왔다.
두 사람의 말투 하나 하나는, 요즘 중학생들 조차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유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아-악! 악! 아윽!”
엄마가 이불 위의 시트를 쥐어 뜯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동안,
젊은 남자는 소리없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남자가 엄마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남자는 아직도 처녀지인 엄마의 항문 속에다 육중한 자지를 집어 넣은
것이었다!
정말로 더럽고 불결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 작은 항문 속으로 어떻게 그 커다란 게 다 들어간 것일까?
엄마에게는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밖에서 보고 있는 내게는
그 남자의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남자는 승리감에 도취해 야비하게 웃고 있었다.
“아, 악,.... 아, 나 죽어! 아-악!”
퍽! 퍽! 퍽! 퍽!
남자는 고통에 허덕이는 엄마를 사정없이 몰아 부쳤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엄마의 골반을 콱 움켜 쥐고
힘차게 밀고 당기며 왕복 운동을 계속했다.
격렬하게 살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창문 밖까지 크게 울려 퍼졌다.
저녁에 집에 돌아 온 엄마의 거동은 어딘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하기야 항문 속으로 그렇게 커다란 물건이 들락 날락 거렸으니
앉는 것도, 걷는 것도 몹시 어색했을 것이다.
엄마는 집에 오자 마자 얼른 욕실문 안으로 뛰어 들어 갔다.
************************
그 후로도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학원에 가는 대신에
그 연립주택으로 간 적이 많이 있었다.
시간이 되면 반드시 나의 여신, 아니 우리들의 타락한 여신은
남자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색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어느 날도 학교가 끝나자 마자, 가끔씩 그랬던 것처럼 학원 대신
그 집으로 향했다.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보니 방안에는 그 남자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진하게 화장을 한 호스테스 같은 젊은 여자와
우락 부락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젊은 여자는 젊은 남자 보다 그 방안의 주인과 더 친한 지,
그 남자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엄마가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몹시 걱정되었다.
남자는 연신 시계를 쳐다 보며, 엄마에 대해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남자는 엄마를 가르켜 ‘그년’이라고 불렀다.
그런 것도 모르고 엄마는 그 남자를 자기의 애인으로 생각하며,
가족들보다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따르고 있었다.
마침내 분홍색 양장을 화사하게 차려 입은 엄마가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검은 색 썬그라스를 쓰고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
사치스런 엄마의 모습은 아무래도 그곳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손에는 작은 핸드백이 들려 있었다.
엄마가 방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 섰다.
“강봉씨... ”
엄마는 다정하게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그 남자를 부를 때,
‘강봉군’이라고 하지 않고, ‘강봉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막 남자의 이름을 부르던 엄마는 그 남자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걸
발견하고는 흠칫 몸을 떨면서 말을 삼켰다.
젊은 여자가 엄마를 올려다 보며 생글 생글 웃어댔다.
언제나처럼 남자 혼자만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들어 선 엄마는
어색한 포즈로 몸을 반쯤 돌린 채 방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남자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엄마를 끌어 안고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키스를 했다.
방금 밖에서 들어와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힌 엄마는
그 남자의 품에 안겨 떨면서 입술을 벌렸다.
방문 손잡이에 얹혀 있던 엄마의 손이 남자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남자는 엄마의 허리를 뒤로 제치며, 썬그라스를 벗겼다.
엄마의 맑고 시원한 눈매가 드러났다.
“호~오~”
엄마의 미모가 드러나자 또 다른 젊은 남자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놀랍게도 젊은 여자는 혀를 내밀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엄마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방안에 있는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엄마는 어색한 표정으로 젊은 남녀에게 조용하게 인사를 했다.
“은수야, 잠깐 나와 봐...”
남자는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아마도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방안에 남은 두 남녀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 남자가 여자의 곁으로 다가가자
여자가 남자의 무릎 위로 얼른 옮겨 앉으며 키스를 나눴다.
방안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광경을 보는 순간,
나는 기분이 몹시 상해 창문에서 떨어졌다.
그들은 지금 엄마를 포함해서 그룹 섹스를 준비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되었다.
엄마가 그 방의 젊은 남자에게 홀로 안기는 모습에 흥분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후벼 파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던 나는,
엄마가 더러운 년놈들을 상대로 섹스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 길로 집으로 돌아 갔다.
엄마는 평소보다 더 늦게 집에 도착했다.
눈치채지 않게 엄마의 표정을 살폈지만, 특별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피로해 보일 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자란 정말로 무서운 존재로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 나 잠깐 씻고 나서 밥 차려 줄께. 조금만 기다려!”
오히려 나에게 살짝 미소를 띄우기까지 했다.
엄마가 내 곁을 스쳐 지나 가는데,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싸구려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살짝 풍겨왔다.
그 호스테스 같은 여자의 체취가 엄마에게 진하게 배어 있었던 것이다.
몸 속에는 그들의 타액과 체액이 잔뜩 채워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갑자기 엄마가 잘 빚어진 도자기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엄마는 여전히 집에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총명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몽유병자 처럼 멍한 상태에서 느릿 느릿 가사를 처리하고,
무슨 질문을 해도 건성 건성 대답하고,
예전의 엄마라면 생각도 하지 못할 하찮은 실수들을 자주 저지르곤 했다.
젊은 남자는 그 집에 살고 있지 않았다.
엄마와 남자가 어째서 헤어졌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와 같은 미인을 놓아 줄 리는 없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 남자의 신상에 무슨 변고가 일어난 게 아닌가 싶었다.
엄마의 상태는 마치 실연 당했을 때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엄마처럼 총명하고 주관이 뚜렷한 여성이 어떻게 남자에게
그런 남자에게 저토록 미칠 수가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쨓거나 내 생각엔 엄마가 그 남자에게 기만당한 거라고 여겨졌다.
엄마의 둔부를 강하게 몰아 부칠 당시, 그 남자의 얼굴에서는
엄마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못된 남자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엄마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예전의 총기(聰氣)를 읽어버린 엄마를 볼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들곤 했다.
3. 석호의 고백 (2) - 여신의 전락
젊은 남자와 헤어진 뒤부터 생활의 활기를 잃어 버린 엄마는
그 후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매사에 의기소침해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자식인 내가 뭔가 돌파구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영구가
달라진 엄마의 분위기를 보고 어디 아프신게 아니냐고 하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건달 같은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다 배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엄마를 우상처럼 숭배하고 연모하는 영구 처럼
건강한 소년과 연애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 혹시 예전처럼 생기발랄하고 총명한 모습이 살아나지 않을까.
혼자서 며칠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영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고 말았다.
녀석은 우리 엄마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만,
뭔가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라며 곧 엄마의 입장을 옹호했다.
엄마에 대한 녀석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 갔다.
그 남자 대신 엄마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영구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숭배하는 대상의 육친(肉親)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아들로부터 친엄마의 애인이 돼 달라는 광기어린 제안을 받게 되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부탁이었고, 가슴이 설레는 열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구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며 자신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끔 코미디 소재인 ‘바보 영구’와 이름이 같다며 우리 엄마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했고, 자신을 어린애처럼 취급하고 있는 게 뻔한 데,
그런 성인 여성을 유혹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엄마가 그 남자와 아파트에 있을 때 창문 밖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게 있는 데, 그 사진을 미끼로 엄마를 협박하면 비록
강제적이기는 하지만 관계는 맺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엄마에 대해서 품고 있는 깊은 애정을 고백해 잘만 설득하면,
어쩌면 쉽게 엄마와 애인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내게서 프린터로 인쇄한 사진 뭉치를 받아 든 영구의 눈동자는
기대 반, 흥분 반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영구에게 상대는 내 엄마니까 정중하게 대해 줄 것과
관계가 깊어진다고 해도 주변에 소문나지 않게 조심할 것,
절대로 엄마를 임신시키지 말 것,
그리고 우리 집안에 어떠한 파란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짐받고
그 길로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 왔다.
************************
그로부터 1주일 뒤 학원이 끝난 뒤에 영구가 나를 불렀다.
“석호야, 나 어제 네 엄마랑 호텔에서 만났어.”
녀석은 얼굴을 붉히고 내 눈치를 살폈다.
드디어 엄마가 내 친구와 관계를....?
갑자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계획이 성공했다는 기쁨 보다는 웬지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아마도 질투심이 아니었을까.
우리 둘의 여신을 녀석 혼자 독차지 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영구는 내게 모든 정황을 세세히 들려 주었다.
익명으로 엄마를 협박해서 호텔에서 만나자고 한 일,
호텔방에 들어서서야 상대가 아들의 친구이자
평소 자신을 사모하고 있던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
단호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거부하며 소년을 설득하려 들던 일,
하지만 소년의 고집을 꺽을 수 없음을 깨닫고
이번 한번 뿐이라고 다짐하며 스스로 옷을 벗고 침대에 오른 일,
관계를 맺고 난 후 영구가 그 동안 품고 있던 애정을 고백하자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일,
그리고 허탈한 모습으로 먼저 호텔을 나선 일 등.....
처음부터 계획을 세운 장본인인 나에게
보고할 의무라도 있는 양 영구는 호텔에서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비록 가슴은 쓰라렸지만, 그로 인해 엄마가 다시 예전의 명랑함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집으로 돌아 간 다음부터 엄마의 모습을 은밀하게 관찰했다.
별로 나아진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상태가 더 악화된 듯 싶기도 했다.
아들의 친구와 관계를 갖은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고
더욱 말수가 없어지고 종종 고민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며칠이 지났다.
엄마는 집안일을 하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끔씩 고개를 내젓기도
하고 입술을 꼭 깨물기도 했다.
그 표정을 보고 아무래도 영구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하지만 열흘 정도 지나자 엄마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도는 것 같더니
가끔 나에게 농담도 던지며, 예전의 생기를 되찾는 듯 싶기도 했다.
그제서야 나는 자신의 엉뚱한 선택이 성공한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발랄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엄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영구로부터 다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서야 그간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호텔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 정확히 1주일 만에
엄마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다.
기대반, 우려반에 녀석이 약속한 카페에 들어가자,
우리 엄마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동안 커피맛을 음미하며 아무 말 없이 녀석을 노려보던 엄마는
불안감이 극에 달한 녀석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녀석의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친구의 엄마이자 연상의 여인인 자신의 인격을 존중해 줄 것과
소문나지 않게, 특히 나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부턴 엄마는 영구의 애인이 되는 건가....?’
그 때까지도 나는 영구가 호텔에서 엄마에게 제안한 내용이 뭔지,
엄마가 왜 1주일 동안이나 그토록 고민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영구가 설마 내게 거짓말을 하고,
엄마에 대해 제멋대로의 계획을 세웠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영구가 엄마에게 제안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 것은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였다.
합숙훈련 도중 다리 부상을 당해 예정보다 하루 먼저 귀가하게 되었다.
때 마침 아빠도 해외 출장 중이라서 집에는 엄마 혼자만 있었다.
오후 다섯시경이었다.
지니고 있던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 가니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현관 안쪽에 있는 거실로부터 두런 두런 말소리가 들려 왔다.
나지막한 남자의 말소리와 톤이 높은 여자의 말소리였다.
‘.....???.....’
나는 동작을 멈추고 소리나지 않게 현관 옆에 기대어 귀를 기울였다.
“우리 은수, 정말 착하구나!”
친구인 영구의 목소리였다.
애인 사이이니 이름을 부를 수도 있겠지만, 어감이 좀 이상했다.
“아이, 오빤, 이런게 뭐 재미있어? 후훗, 변탠가봐!”
어투는 여동생이 오빠에게 말하는 것이었지만, 목소리는 분명 엄마의 음성이었다.
‘헉! 엄마가 영구한테 오빠라고 부르다니...?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엄마와 영구의 관계는 정상을 한참 빗나간 것이 아닌가.
“흐, 흐, 이 녀석. 언젠간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단 말야.”
“아이, 느낌이 이상해....”
“은수야, 한 단 더 올린다.”
영구의 말과 함께 우-웅 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 왔다.
“아 - 흑 ! 흑 !”
엄마가 콧소리가 잔뜩 섞인 신음을 질렀다.
“오빤, 정말 왕변태야! 처음엔 친구 엄마라고 그렇게 어려워하더니,
이젠 날 완전히 걸레 취급하잖아.”
“은수, 너, 걸레 맞잖아? 아무 놈한테나 보질 대 줬잖아!”
“칫, 다 지난 일이잖아! 그거 핑계로 나 또 벌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찰-싹!
‘헉! 이 자식이 무슨 짓을?’
그것은 손바닥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때릴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은수,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하고 여신처럼 고결한 존재였는지 알아?
그런 년이 형편없는 새끼랑 바람을 펴? 망할 년!”
“칫! 그래, 나 왕걸레야. 하지만 이젠 오빠 전용 걸레잖아. 너무 놀리면 싫어!”
“헤, 헤, 고년, 참....”
나는 거실 안이 들여다 보고 싶어, 현관문에서 떨어져 뒤뜰로 돌아 갔다.
뒤뜰에는 거실과 이층을 이어주는 복도 창문이 있었는데,
작기는 했지만 거실 안이 잘 들여다 보였다.
먼저 영구의 뒤통수가 보였다.
엄마는 영구의 옆에 서서 뒷짐을 지고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얀 알몸이었다.
균형잡힌 몸매와 풍만한 젖가슴, 그리고 미끄러운 아랫배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언제 보아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나신이었다.
상체는 가만히 고정시키고 있었지만, 허리 아래는 누가 만지지도 않았는데
둥근 원을 그리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벨리 댄스를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의 아랫도리 속에 하얀 막대기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전선줄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끝에 있는 조절기는 영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전동 바이브레이터였다.
역시 그것이 엔진처럼 엄마의 몸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진동에 맞춰 엄마의 하체가 리드미컬하게 돌아 가고 있었다.
아들의 친구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엄마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자식같이 어린 소년을 내려다 보며,
요염한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그 표정은 나에게는 한번도 보여 준 적이 없는 것이었다.
교태와 순종이 한데 어우러진 사랑스런 표정이었다.
소년이 원한다면 그보다 더한 것까지도 다 내 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계획이 빗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 손쉬운 젊은 애인을 하나 만들어 주려고 했었는데,
엄마를 여신처럼 떠받드는 애송이를 하나 붙여 주려고 했었는데,
예상 밖의 관계로 발전해 버린 것이었다.
엄마는 예전에 그 남자의 여자가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친구의 여자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게 엄마의 새로운 습성인 걸까?
아니면 영구가 약속을 어기고 엄마를 더 강하게 몰아 부쳐
어쩔 수 없이 그런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일까?
이유야 어쨓거나 엄마는 또 다시 나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내게 다정하고, 부드럽게 대해 준다고 하여도
마음은 항상 영구의 곁을 맴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비로소 후회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엄마의 태도가 아주 자연스럽고 명랑하게 바뀌었다는 것은
영구를 자기의 유일한 남자로, 자기가 섬겨야 할 존재로
완전하게 받아 들였다는 의미가 아닐까.
내가 얼마나 큰 오판을 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음 속으로 수천 번도 더 자신을 비난하며
영구에게 엄마를 맡기던 그 날의 일을 곱씹으며 후회했다.
********************
그 날 나는 다리 부상을 집에 돌아 오기는 했지만,
차마 집에 들어 가지는 못했다.
영구는 내게 엄마를 부탁받은 이후로 한번도 우리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내 친구와의 일을 알지 못하는 척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영구에게도 더 이상 엄마와의 일을 묻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로도 엄마의 태도에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엄마가 영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쯤이면 엄마는 항상 집에 있었는데,
예전처럼 탕 속에 들어 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물로 남자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으리라.
우리 집 앞 정거장에서 택시를 잡아 타는 영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날은 특별히 엄마를 탐닉하느라 집에서 늦게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방학 때 어쩌다 아빠가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엄마도 가끔 며칠씩 외박을 하곤 했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곤 했지만,
그런 날은 영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계획에서 빗나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엄마가 생기를 되찾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젊은 애인의 체액을 받아서인지 엄마는 항상 싱싱한 육향(肉香)을 풍겼고,
젊은 애인의 체력에 단련된 때문인지 근육에는 항상 탄력이 넘쳐 흘렀다.
세월이 갈 수록 엄마라기 보다는 누나라고 부르는 편이 어울릴 정도로
시간은 엄마의 곁을 그렇게 빗겨가고 있었다.
4. 귀경
은미는 석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노여움 탓인지, 슬픔 탓인지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그런 일은 내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지.
그 동안 엄마는 더욱 완벽하게 녀석의 여자가 되고 말았지.
당연히 녀석의 성적은 하위권에서 맴돌아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녀석은 아는 사람을 통해 이곳으로 내려와
어촌계서 일하게 되었지.”
‘아, 그렇게 우아하게 생긴 분한테 그런 엄청난 사연이 있을 줄이야....’
은미는 자신의 시어머니인 은수의 과거에 동정심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졸업한 지 열흘쯤 되었을 때 녀석이 우리집에 찾아 왔지.
집에는 엄마랑 나, 단 둘이 있었는데
녀석이 엄마를 데리고 내려 가겠다고 말하더군.
자기 여자니까 자기가 데리고 살겠다는 거야.”
석호는 마지막 남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내가 몹시 화를 내자, 녀석이 엄마에게 옷을 벗으라고 명령했지.
망설이던 엄마는 녀석이 재촉하자, 아들인 내 앞에서 옷을 홀랑 벗더군.
녀석은 엄마가 자신의 여자라는 걸 증명하려고 했던 거야.
그랬지...., 엄마는 한 가정의 아내이기 이전에,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내 친구의 여자였던 거야.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더군.
그 날로 엄마는 짐을 꾸려 녀석을 따라 나섰어.
다 들 엄마가 실종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나만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지만 차마 털어 놓지 못했지....”
말을 마친 석호는 마지막 남은 담배를 꽁초가 될 때까지 쭈-욱 빨아 들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세찬 바닷 바람과 파도 소리만이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석호는 담배를 바닥에 떨어 뜨리고 발로 짓이겼다.
“이거 받아, 엄마가 은미가 맘에 든다며 주신 거야.
엄마도 할머니 한테서 받은 거래.”
석호는 주머니에서 조금 오래된 디자인의 금반지를 꺼내
은미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은미는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것도 모르고, 같은 ’은‘자 돌림이라고, 언니 동생을 하자고 했으니.....’
은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빈 담배갑을 주먹으로 구겨버린 석호는 은미의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돌아가지. 오늘 일은 다 잊어 버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네, 하지만....”
석호는 차의 시동을 걸고, 다시 서울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부 - 웅 !
.끝.
추천99 비추천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