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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2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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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8 회 작성일 24-01-30 07: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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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특 선


모자상간 시리즈 (9탄)


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25부)


이빨이 심하게 부딪힌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있었다. 맨발은 점점 감각이 무뎌져가고 있었다. 봄날이라지만 밤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었다. 더욱이 이 산등성이에 위치한 달동네의 밤은 거의 겨울밤 날씨와 같은 매서운 추위였다. 꼭 이런 날씨 때문에 내가 이리도 떨고있는 걸까? 그런데 왜 이놈의 주책없는 눈물은 이리도 흘러내리는 걸까??
모든것을 잃어버렸다는 좌절감.... 홀로 되었다는 외로움... 그리고 분노...... 모든것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금 내머릿속은 혼란으로 머리가 다 빙빙 돌기만 할뿐이었다.

한 두시간 정도를 밖에서 부들부들 떨고있었을까?? 이제는 뼈마디마디까지 몸이 시려오는게 이대로라면 얼어죽을것만 같았다. 훗~~~ 죽겠다고.... 아니 그런 심정으로 뛰쳐나온 놈이 지금 죽을 걱정을 하고있다니....... 하지만... 이대로 죽을려니 억울했다. 아니 화가났다. 내가 왜 죽어야하지?? 뭐때문에?? 이제는 슬그머니 부화와 오기가 치밀어오른다. 내가 죽으면 슬퍼해줄 사람이 어디있다고??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물은 이제 더이상은 흐르지 않는다. 흥~~ 내가 사라지면 두분다 좋아하겠지? 내가 두분 좋으라고 미쳤다고 죽어? 흥!!
하지만 그런 오기와는 달리 막상 집앞에 다다르자 안으로 들어가는것이 몹시도 망설여진다. 한참을 집주위만 서성거리며 망설이고 있을때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문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우리집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열린 문틈으로 고개를 배꼼히 내밀고 있는 것은........... 엄마였다. 서로의 정체가 파악되자 놀라는 엄마와 나....... 엄마는 한참을 아무말없이 나만 바라보더니만 문을 활짝 열어주신다. 들어오라는 뜻.....
잠시 머뭇거리며 주저했으나 나는 곧 엄마가 열어준 문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엄마의 곁을 지나칠때 엄마가 뭐라 말을 할려다가 입을 다무는것이 보인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걱정했다느니....... 이밤중에 어디를 갔었냐니..... 그런 일체의 말도 없다. 슬프다.... 외롭다..... 아들이 죽을려고 뛰쳐나가는데도 말리기는 커녕 가만 놔둔...... 그리고 마음을 돌려 돌아온 지금도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 말도 없는 엄마가 마냥 야속했다. 빌어먹을...... 결국...........
방으로 들어가 홱 이불을 머리꼭대기까지 뒤집어 써버렸다. 잠시후 느껴지는 따스함..... 노곤함.... 온몸의 긴장이 사르르 풀리며 바로 곯아떨어져버렸다. 아~~ 정말 따스한 이불속이었다. 얼어붙었던 나의 모든것을 풀어주는 이 떨어진 솜이불이 나에게는 그렇게 포근하고 따스할수가 없었다.........


아침식탁에서 아버지는 슬슬 나의 눈치를 보시는것만 같았다. 내눈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헛기침을 몇번 하시더니만 바로 시선을 외면하시는 아버지...... 엄마는 여전히 냉냉하게 식은 시선을 나에게 보내올뿐...... 야속하기만한 엄마.....

[ 수한아!! ]

막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대충 뜨고서 이른시간인데도 학교에 가기위해 집을 나서는 내등뒤로 아버지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 이놈아~~ 다음부터는 오밤중에 돌아다니지 말어.... 아무리 봄이라지만 산꼭대기인 이곳은 춥단말여..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려구 그랴? ]

아버지가 깨셔있었던 건가?? 그런가?? 그럼?? 내가 집을 뛰쳐나간것은 아실것이고...... 혹시 그전에..... 내가 엄마에게 행한짖도 아시는건 아닐까?? 엄마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도록 엄마의 항문을 만졌는데..... 그걸 다 들으셨을까?? 순간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대로 아버지에게 대답도 못한체 언덕길을 뛰어 내려갔다. 만약 아버지가 다 들으셨다면?? 이일을 어쩐단 말인가?? 엄마도 이사실을 아는걸까? 그래서 저리도 내게 싸늘하게 대하는 척 하시는 걸까?? 아니면???? 아~~ 모든것이 다 엉망이 되어버렸다. 엉망.....엉망진창이다...... 아버지 얼굴을 어찌보란 말인가?? 패륜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엄마에게 해댄 내가 어찌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한집에서 지낼수 있단 말인가????

수업시간 내내 내머릿속안은 수업내용이 아닌 어제 하룻동안의 모든 일들이 교차되면서 머릿속을 심하게 휘젖고 있었다. 마치 넋나간 놈처럼 멍하니 칠판 윗부분만 응시한체 얼빠져있던 나이기에 거의 매 수업시간마다 선생들에게 지적을 받으며 얻어맞아야만 했다. 엉덩이에 작렬하는 매질의 아픔도 내머릿속의 혼란스러움을 잊게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수업이 언제 끝난지도 모른체 나는 다른 애들이 자율학습에 들어가기 시작할때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늦은 오후의 따스한 봄햇살이 내몸을 비추어 나가고 있었지만 내가슴속의 암울한 어둠은 비추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막 교문을 나설쯤......

[ 수한이? 수한이 아녀?? ]

내이름을 반갑게 불러대는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아버지....... 나의 아버지가 서계셨다. 낡은 밀집모자에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그밑에는...... 늘 신고다니던 빛바랜 하얀 고무신........ 등에 지게를 짊어지고 그 지게에는 많은 양의 야채들이 얹혀져있었다. 어디 배달이라도 가시는 걸까?? 수염도 깍지못해서 덥수룩한 얼굴의 아버지는 얼핏보면 나이보다 십여년은 더 늙어보이셨다. 이렇듯 집안이 아닌 밖에서 아버지를 대하기 실로 오랫만이었다. 그러해선지 왠지 낯설기만 느껴지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너무나도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아버지의 행색..... 등뒤에 지게까지 저렇게 짊어져서는....... 가지나 허름한 옷에는 여기저기 황토흙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나의 초라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 수한아!! 이놈아!! 뭘그리 멍하니 서있는겨?? ]

아버지가 다시 한번 내이름을 부를때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는게 아니라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행여 아는 반친구나 선생이라도 지나가는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 왜 그당시 나의 아버지가 그렇게 부끄럽게만 보이던 것인지..... 다시 한번 아버지가 의아한듯 나를 부르신다. 그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학교바로 정문앞..... 여기저기 막 수업이 끝나서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로 점차 북적이고 있는 교문앞..... 그런곳에서 아버지.... 남루한 차림의 초라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못해 쳐다보았다. 그리고 덥수룩한 아버지의 얼굴.....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아버지의 얼굴너머로..... 보여지는 것은......
어젯밤.... 엄마.....나만의 엄마를 품던 아버지의 흥분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그너머로 엄마의 항문에 손가락을 박아넣고 헐떡이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어둑한 엄마의 저너머로 실눈을 뜨고 우리둘의 음탕한 짖거리를 훔쳐보는 아버지의 경악에 찬 눈동자가 보인다.
아버지가 다시 나를 재차 부르신다. 짐짖 화가 난듯한 목소리....... 화가난듯한..... 나는 이제 뒷걸음질을 치고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놀라며 당황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손이 올라가며 나를 부를려고 할때 나는 뒤를 돌아 급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급히 부르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그냥 내달렸다.
-----끼익----끼익----
여기저기 차들이 급정거 하는 소리가 내귓가를 때린다. 나는 지금 차도를 무단횡단하며 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 수..한아!!! 위험해!! 수한아! 위험해!!! ]

아버지의 절규에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래도 나는 요리조리 용케 차들을 피하며 도로를 건너 맞은편 길로 도망...... 그래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부끄러운 아버지로부터...... 그리고 엄마와 나의 부도덕한 행위를 목격한것같은 아버지로부터 나는 꽁지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끼~~~~~~~익--------------
------------ 쿵------------------
------------- 털썩--------------

뭔가 둔탁한 울림이 내 고막을 때리고 있었다. 그 고막의 울림은 내 가슴저편에 무지막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저 둔탁한 울림일 뿐인데......... 잠깐 멈칫 걸음이 멈추어졌다. 계속해서 내이름을 부르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한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겨놓는것 같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웅성웅성 거리는 군중들의 메아리....... 무슨 일이지??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후들후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것만 다리를 재차 옮기며 앞으로만..... 앞으로만 걸어.....갔다.

[ 아.....아..아...닐.......꺼......야...... 아닐....꺼...야....... ]

이미 내 말소리는 울음이 한껏 배어나와 있었다.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아 두귀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앞으로만 걸어갔다. 하지만 이미 내 발걸음은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있었다. 서서히 이미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뒤로...... 뒤로 돌려갔다. 그리고..... 내뒤를 쫓아오시던 아버지의...... 남루한 차림의 아버지의 모습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차도 중앙에 사람들이 동그란히 모여있는것 외에는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주위에 왜 아버지의 지게에 얹혀져있던 배추와 무들이 뒹굴고 있는걸까?? 그리고 왜 그 야채들에 너무나 붉디붉은 선혈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걸까??
나는 이제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뒤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거칠게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동그란히 원을 그리며 모여있는 사람들의 중앙........ 그 중앙의 도로바닥에는 아직 식지않은 붉은 선혈이 여기저기 낭자하게 퍼져있었다. 그리고....... 그 선혈의 중앙에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온몸에 피칠을 한체..... 그렇게 누워있었다.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한짝은 벗겨졌는지 빛바랜 하얀 고무신 한짝만 신은 그 남자.... 수염도 깍지않아 덥수룩한 그 얼굴.........
아버지......... 아버지..........나의 아버지.....내 아버지였다......

[ 아버지!!!!!!!!!!!!!!!!!!!!!!!!!!! ]

나는 거의 눈동자가 돌아간체 도로바닥에 쓰러져있는 아버지를 흔들어대며 껴안았다.

[ 아....... 아버지....아버지.... 괜...괜....괜찮죠?? 그렇죠?? 말...말좀 해봐요....말좀 해보라구요!!! 거기...거기!! 누가 구급차좀 불러줘요!! 구급차좀 불러줘요~~ 구급차좀..... 엉엉~~ 아버지~~ 아버지!!!!!!!!!! ]

미친듯 절규하며 울부짖는 나의 가슴에 힘없는 아버지의 손이 와 닿는다.

[ 아..아버지!! 정신이....정신이....들어요? 네?? 조금만 참아요..네? 조금만요...... 제발.... 거기!! 아저씨..... 아줌마!! 제발 구급차좀 불러줘요!! 구급차좀요!! 엉엉...... 아버지~ 조금만 참아요..... 조그만... 흐엉엉... ]

힘잃은 아버지의 입이 달싹달싹 뭔가 말을 하는듯 보였다. 나는 아버지의 입가쪽으로 귀를 가져갔다. 아버지의 죽어가는 목소리는 띠엄띠엄 그렇게 희미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수.......수.....한....아..... 부디..... 건....강...... 어.....엄....마.....와.....너....를......사......랑.....해.....ㅆ......다......... 그..리..고.... 너..희...둘.....을......이....해.....하....한.....다....... 부....디......행...............복.................. ]

말을 마치신 아버지의 고개가 힘없이 꺽여버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몸이 힘없이 옆으로 돌아간다..... 그바람에 잠바안주머니에 있던 뭔가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산도담배.... 그래....그담배....내가 사다드린...... 저번 수덕이를 데려가면서 그집 아주머니가 억지로 내 주머니에 우겨넣었던 그돈으로 사다드린 최고로 좋은 담배였다. 아직 담배갑도 뜯지않은 새담배...그대로..... 사다드린지가 언젠데.......... 담배를 받으면서 허허 기분좋은 웃음을 잊지않으시며 흐뭇해하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들내미가 사다준 담배를 저리도 아껴서 아직까지 겉봉도 뜯지않은체 간직하고 계셨더란 말인가??

[ 아....버...지....아버지!! 조그만 기다리세요.... 이제 구급차가 올거에요.. 네? 그러니 조금만... 흑흑.... 다 괜찮을거에요.. 그럼요.. 이렇게 돌아가실분이 아닌란거 저는 다알아요... 아들품에 안겨있으니 그리도 편해요? 눈을 금새 감아버리시네...... 그럼 조금만 주무시다가 이다가 구급차오면 눈뜨시는거죠?? 그렇죠?? 그럴....거...죠? 네?? 네?? 말좀...... 말좀....뭐라 말좀....해봐요~~~~~~~~~ 엉엉~~~~제...발................ 어~~엉~~~~어허헝~~~~~ 아버지~~~아버짓!!!!!!!!!!!!!! 으~~~~아~~~~~앙~~앙~~~~~~~~ 아버지!!!!!!!!! ]

아버지를 거칠게.... 아주 거칠게 흔들어도.....두들겨도 아버지의 몸은 뻗뻗하기마 할뿐 도무지 그어떤 반응도 해오지가 않았다. 따스하기만했던...... 담배내음에 찌들어 아버지의 내음이 물씬 풍겨왔던 그 아버지의 넉넉히 따스했던 그 품이 이제는 점점 싸늘히 식어가기만 했다. 나는 식어가는 아버지의 몸을 꼭 끌어안고 손바닥으로 아버지의 몸을 비벼가며 체온이 식지않게 미치도록 비벼대고 있었다.

[ 아버지.....아버지....... 괜찮아요.... 아버지 옆에 제가 있잖아요... 내가 있어요.... 아버지.....의 장남...... 크흑~~ 이렇게........이렇게...ㅎ망하게.....가실수는 없어요....... 크흑흑....아버지....제발....제발~~~~~~~~~ ]

한참을 아버지를 붙들고 피에 맺힌 절규를 터뜨리고 있을쯤에서야 사람들 저너머로 요란하게 울려대는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아버지....... 언제나 기분좋은 너털웃음을 지어보이시던 사람좋은 아버지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가고만 있었다. 그와함께 나........ 아버지를 이렇게 돌아가시게한 나도 이미...... 나란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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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 바빠서리....... 실은 무지 정신 못차릴정도로 바쁩니다. ㅠ.ㅠ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좀 늦어질것 같슴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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