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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운 전 5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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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470 회 작성일 24-01-28 09: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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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무척이나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좀 바빴었습니다.
제게 메일을 보내 주신 분들게 제대로 답장을 못 드린 점 죄송하구요....^ ^



그 다음 날,
어떻게 아셨는 지 이모부께서 찾아 오셨다.
발해문에서는 문도들의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기 위하여, 대륙을 혼자 돌아 다니며 온갖 경험을 쌓으면서 수련을 하는 기간이 있었다.
그것은 입문 10년 이상된 발해문도라면 매 5년 마다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그 기간 중 특별히 연공의 필요성이 생긴 이들은 따로 은밀하게 마련된 장소에서 연공을 할 수 있도록 수백 군데의 거처를 타인의 발해를 받지 않을 만한 곳에 두었다.
그 중에는 동굴도 있었고 외딴 장원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산 속 깊숙한 곳에 아담한 가옥을 지어 두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숙식을 위한 것은 물론, 연공에 필요한 장비까지 충분하게 갖추어 두고 있었다.
고승운의 조부를 비롯한 발해문에서는 거기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전혀 아까워 하지 않았다.
이전 발해문이 짧은 기간에 그 명성을 대륙에 떨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뛰어난 신공을 바탕으로 한 발해문 전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에서 문도들의 무공은 날이 갈수록 고강해 질 수 있었고, 비록 수백의 소수였지만, 감히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 방대한 지역에 걸친 곳들은 발해문 특유의 통신 방법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고승운과 그의 이모가 찾아 든 곳은 발해문 초기의 은둔처 중 하나였기에 이모부님께서는 쉬이 그들의 행적을 쫓아 올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아울러, 고승운은 흩어진 발해문의 무사들과 식솔들이 이미 연결되어 은밀한 곳에서 재기와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 참극의 와중에서도 상당수의 문도들이 몸을 빼내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못내 고맙고 뿌듯했다.
고승운의 입술이 악물려졌다.
(그래........언젠가는................!)

한편, 이모부를 대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착잡했다.
다행히 이런 저런 눈치를 채지 못 한 것 같은 이모부는 그 날 밤은 그곳에서 묵고 그 이튿날, 두 사람을 어떤 곳으로 데려 갔다.
그 날 밤, 깊은 시각에 고승운은 옆 방의 소리에 잠이 깨었다.
숨죽인 소리였지만 그것은 분명 살을 섞을 때 나는 소리였다.
이모부와 이모가........................



세월이 흘렀다.
5년이라는 세월이..........
고승운을 보고 이제 소년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부리부리한 눈 속에 아직 앳띤 기가 남아 있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여인네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고승운은 그때의 이모님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여자들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가문의 원수가 그의 가슴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고...................
이모님이 그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탓도 있었다.
이따끔씩 이모님이 생각되었다.
얼굴이 빨개진 채 조카의 정육을 입에 물고 있던 이모님,
극치감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이모님,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로 조카의 성기를 받아 주던 이모님,
그 모든 행위들이 끝났을 때 수줍은 미소로 그를 바라보곤 하던 이모님,
이 모든 회상들이 이모님을 그립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는 이모님이 없다.
그 때, 그들이 곡(발해문도들은 그들의 새로운 터전을 이름도 없이 그냥 "곡"으로만 불렀다.)으로 돌아오자 마자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모부님과 떠나신 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고승운은 이모님에 대한 사무칠 듯한 그리움을 수련으로 이겨내야 했다.
아니,
그에게는 선택의 길이 없었다.
전 발해문이 그를 지켜 보고 있었고, 차츰 조직의 체계를 잡아가는 곡에서의 모든 생활들이 아주 치밀하고 빡빡하게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발해문은 비밀조직의 성격을 띠어 가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수들의 노림에서 벗어나 나름의 목표를 추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근자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그들의 정체에 대한 단서가 벍혀져 곡에서는 맹추적 중이었다.
빙산의 일각,
드러내면 낼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그림자의 크기는 곡의 사람들에게 강렬한 투지와 함께 안일한 생활을 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강하게 하는 데에 전력을 다 하였다.
발해문은 그들의 인생이었다.
비천하던 그들을 거두고, 입히고, 재우고, 가르친 어머니였다.
남들이 그들을 비웃고, 짓밟을 때, 가로막고 나서 옹호해 주던 아버지였다.
형제들이 있었고 누이들이 있었다.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안식의 터였고,
괴로울 때, 같이 울어 주는 영혼의 보금자리였었다.
그런데,
그......발해문이..........
그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는 데서 무너져야 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날 가르치느라 새벽부터 고함을 지르던 스승들이 피를 토하고................
형제들.............
엊그제까지만 해도 같이 목욕하면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장난치던 그 형제들의 부릅뜬 두눈을 감겨 주지도 못하고서............
누이들.............
수줍게 땀 밴 옷을 몰래 빨아놓곤 하던............
까르르...........청초한 웃음과 수다로 피붙이 없던 나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던 누이들이
아직 시집도 못 간 누이들이...........
아랫도리 시뻘겋게 물들이고..........
가슴에 섬칫한 칼 꽂고 고꾸라져 있던 그 모습들은..........
곡의 사람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흉수들에게 생각나도록 해 주는 것,
바로 그것만이 그들이 참극의 현장에서 형제 누이들과 같이 분사하지 못 한 이유였다.
고승운과 문도들은 잠시의 쉬임도 없이 자신의 일들을 수행해 나갔다.
조직을 강하게 하기 위하여 비밀리에 옛 고려의 후손들을 포섭해서는 조직의 일원으로 삼았다.
점조직과 수직조직의 융통성있는 교환체계를 구축하여 조직이 일시에 붕되되지 않도록 하고 유사시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광원을 만들어 살아남은 원로들로 하여금 수광권을 더욱 연구하도록 하였다
발해문의 모든 무공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수련은 항상 우선 순위였다.
하급자가 수련을 할 적에는 상급자가 부림을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소수로 다수를 제압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인 무기의 개발에도 그들은 심혈을 기울였다.
원래 왜구 등의 침입이 잦았고, 옛 고구려의 땅을 수복하는 것이 국가의 대 명제였었던 고려는 화포 등의 무기 선진국이었다.
그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곡에서는 다양한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소형으로 이동이나 휴대에 편한 침뢰, 50개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비뢰,
5리 까지의 사거리를 가지는 뇌우, 등등............
그리고, 침투 잠입술, 집단 전투술, 독의 중독과 해독의 방법, 등등 그들은 복수에 필요한 모든 방법들을 터득해 나갔다.

고승운은 갈수록 수광권의 묘리에 흠취하고 있었다.
달빛 아래서 그가 수련하고 잇는 모습을 본 이들은 천신의 하강한 모습인 줄 착각하곤 했다.
그의 몸놀림은 5년이란 시간의 곱을 뛰어 넘었다.
그는 조부의 5할 수준까지 무공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수광권이 본디 속성 수련이 어려운 무공이었다.
심공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이 느리나 일단 이룬 성취는 좀체 퇴보하질 않았고,
그 조금의 성취라도 타의 무공에 비하면 아주 탁월한 효용이 있었다.
집단전과 개인전.............
어떠한 전투 형식이라도 막힘이 없었다.
원체 기초가 탄탄한 무공이라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쉽게 응용이 가능하였고,
물 흐르듯 유연한 몸놀림에서 나오는 힘의 크기는 아름드리 바위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이제 고승운은 진정한 수광권의 힘에 조금씩 눈뜨고 있었다.
생전에 조부가 하시던 말씀이 이제야 그의 귀에 들려 오는 것이었다.
-하하하, 운아........이것은 진정한 힘이 아니니라. 진정한 수광은 호흡하고 있는 사이에도
주위의 기를 자신의 힘으로 융화시킴을 말하느니라-
여태까지의 수광권이나 다른 무공들은 오로지 자신이 수련에서 나온 기를 다스려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었는 데, 이제 고승운은 미약하게나마 주위의 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서서히 고승운은 절정고수의 초입에 다다르고 잇엇다.
물론 거기에는 그의 피눈물나는 고행 같은 수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고승운은 사모님의 부름을 받았다.
산동반도에 인접힌 작은 섬이 사부님이 계신 곳이엇다.
모옥을 짓고 사모님과 두 분이서 텃밭을 일구며 살고 계셨다
그런데,
그곳에 당도힌 때에는 사부님은 아니 계시고 사모님만 홀로 모옥을 지키고 있엇다.
사모님은 초췌해진 얼굴로 그를 맞았다.
말없이 내민 한 통의 편지와 함께.................
-흉수의 정체를 알 듯 하구나, 만일 이 편지를 네가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내가 이 세상에 없으리라.
하하하.......벗의 얼굴을 빨리 볼 수 있다면 이 목숨이 무에 그리 아까우리...........
단서는 절강성 관음암에 있다.
네 사모가 마음에 걸리는 구나.
잘 돌보거라.-
간단한 내용.........
그러나, 그것에 담긴 의미는 고승운에게는 하늘이 또 한 번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그에게 마지막 남은 아버지...............
생전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사부는 그에게 또 하나의 부친이었었다.
사부님이 떠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한다.
3개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이 편지를 그에게 전하라는 말과 더불어.
사모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지를 뜯어 보있고,
기절 초풍하였으나,
고승운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애태우다 근래에야 가까스로 곡의 식솔 하나를 만나게 되어 이렇게..........

그 때부터 고승운은 그 섬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홀로 남은 사모님을 두고 오기가 껄끄러웠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느낌이 이상하였다.
그에게 편지를 전한 이후 부터는 사모님의 눈에서 초점이 보이질 않았고,
망연하게 수평선만 보는 게 일상사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고승운은 절벽에서 투신하려는 사모님을 발견하고 간신히 그녀를 붙잡을 수가 있었다.
그 이후, 여러 차례 고승운은 자진하려는 사모님을 막아야 했다.
유난히도 금슬이 좋았던 두 분이었기에 더 이상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할 미련이 없는 듯 했다.
그러나, 고승운에게는 마지막 남은 친어머니 같은 사모님 마저 허무하게 보내 드릴 순 없었다.
거의 매일 이다시피 다툼이 벌어졌다.
자진하려는 사람과 막으려는 사람 사이에..........
고승운의 신경이 팽팽해 졌다.
그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사모님이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서 노심초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고승운이 감시를 할 수 없는 장소인 화장실과 욕실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제자에게 흉한 모습은 보이고 싶질 않으셨나 보았다.
끝도 모를 이상한 신경전이 남마다 벌어졌다.
눈물로 읍소하면서 달래 보기도 하지만 묵묵부답 수평선만 지키는 사모님이었다.

사모님의 침실로 들어서던 고승운은 숨을 멈추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
한 옆에 놓인 침대 위에 새하얀 소복을 걸친 여인이 누워 있었다.
벌써 여러 날 째, 두 사람은 한 방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침대는 사모님 진영령이 쓰고 고승운은 한 켠의 의자들을 붙여 잠을 잤다.
반듯이 누운 사모님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휴우.................)
고승운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승운은 가슴이 방망이질 침을 느끼며 등 뒤의 문을 닫았다.
그는 말없이 옷을 벗었다.
바야흐로 알몸이 되어 버린 고승운은 숨을 멈추고 사모님을 내려다 보았다.
새하얀 소복에 감추어진 사십대 초반의 여체................
(.................)
쿵 쿵 쿵........
사모님의 육체에서는 사내를 자극하는 여체의 내음이 물씬 풍겨지고 있었다.
(.....................으음)
고승운의 두 눈에 죄책감이 아프게 번졌다.
그의 입술이 악물려 졌다.
그녀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을 사부님의 아내였다.
아니, 사부님의 아내이기 이전에 그에게는 친어머니의 의미를 갖고 있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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