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굴레 - 최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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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영원한 사랑.
"여보, 미안하오. 당신에겐 늘 미안한 마음 뿐이었소. 그리고 너무 고마웠고..."
초쵀한 모습으로 죽음을 앞 둔 지혁은 죽기 직전의 맑은 눈빛을 하고서 아내에게 말했다. 그의 나이 75살, 이제 죽음의 그림자는 그를 잠시 가만히 놓아두지 않고서, 그를 곧 데리고 갈 기세였다.
"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73살 지혁 아내인 보경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남편의 손을 잡고서 애써 미소를 지으며, 36년의 함께 한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에요. 당신에겐 난 너무 많은 것을 받아만 왔소. 이렇게 갚지도 못한채 가게되어 정 말 미안하오. 당신에게 진 빚을 영원히 갚지 못하는게 너무 가슴 아프오."
"그런 말... 그만해요."
보경은 남편의 말에 기어이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보경은 남편의 말은 완전히 이해라지는 못했지만, 남편의 말에 가슴이 메여왔다.
"나중에 저승에서 나를 다시 만나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 주구려. 나로선 어쩔 수 없 었으니...."
"......."
남편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에 보경은 더 이상의 답은 하지 않았다. 남편이 무엇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지 알 수도 없었고, 지금 이 순간 이해하고픈 맘도 없는 그녀였다.
"애들을 불러주시오."
"아범아........."
남편의 말에 보경은 큰 아들부터 차레로 불렀다. 지혁은 자식들에게 차례로 마지막 가는 길에서 평소에 해주고픈 말과 당부하고 픈 말들을 남겼다. 지혁은 아내와의 사이에서 3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두명은 아들이었고, 한 명은 딸이었다.
막내딸에게 까지 말을 마친 지혁은 방안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난 다음 자신의 가장 아픈 손인 지수를 불렀다.
지수의 나이도 벌써 61살이었다. 얼굴에 세월의 깊은 골이 생긴 지수도 벌써 손자까지 본 할머니였다.
"지수야.."
"예.. 오빠...."
지혁은 지수의 손을 꽉 잡고서 지수를 불렀다. 자신의 딸이면서 한 번도 딸로서 부르지 못한 지혁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지수도 그런 오빠의 눈물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지수에게 있어서 오빠는 오빠라기 보다는 제 2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꿈에도 지수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오빠인 지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엄마 생각나니?"
"예..."
엄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오빠가 이상했지만, 지수는 오빠의 말에 조용히 답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19년이 흘렀구나. 지금 내 나이가 엄마가 돌아가신 나이와 같 으니까."
"예..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지수의 오빠인 지혁의 말에 19년 전의 그날을 떠올렸다. 엄마는 자신과 오빠인 지혁의 손을 꼭잡고서 무언가 말을 해주려는 듯하다가 사랑한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지수야 내가 얼마 남지 않은 것같구나."
"........"
지수는 오빠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내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한 한 여인에 대하여... 너만이 그런 나와 그녀의 사랑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예?"
오빠의 엉뚱한 말에 지수는 놀라 오빠의 얼굴을 처다보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아주 진지하고 순수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지혁은 한참이나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왔구나.. 젊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아주 아름답다. 네 눈에도 보이니?"
"......"
지수는 오빠의 말에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건 의미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곧 오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감하고서 지수는 가족들을 부르려했다.
"아니.. 지수야 그러지 마라. 너와 그녀, 그리고 나 이렇게만 있고 싶으니...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오빠 무슨 말을....."
지수는 점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오빠의 말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지수야... 너만은 이해해주어야 한다. 너는 나와 그녀의 가장 순수하고, 열렬한 사랑의 결 실체니까...."
"무... 무슨 말을...."
"지수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행복하게 살자꾸나. 내 먼저 가서 그녀와 함께 너를 기 다리마."
지혁은 딸인 지수의 손을 다짐을 하 듯이 꽉 잡은 후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왔던 경희와 오랜마의 재회를 하여 깊은 키스를 나누며 조용히 자신들의 사랑을 억압했던 세상을 떠나 날아 올랐다.
"오빠..오빠....."
지수는 오빠가 눈을 감자 당황하여 오빠의 몸을 흔들었지만, 이내 굵은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였다. 지수의 울음소리에 다른 가족들과 친지, 친구, 그리고 제자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들 무리 뒤에 서서 현수는 친구의 죽음 앞에 눈을 감으며 조용히 돌아섰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70여년을 함께 했던 친구의 명복을 빌었다. 이제 현수에게 남은 사람은 자식들 뿐이었다. 아내를 5년 전에 먼저 떠나보낸 그였다.
많은 사람들이 북쩍 거리긴 했지만 장례식은 조용하게 끝났다. 지혁의 묘는 엄마인 경희의 묘에서 불과 2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묻혔다.
"참.. 보기 흉하군."
친지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렇지.. 마치 엄마와 아들을 나란히 부부처럼 묘를 쓰니 말이야."
"그래.. 저 양반은 홀아비처럼 보이네 그려..."
수철의 묘를 가르키며 말했다.
"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모자의 묘를 부부의 묘로 착각하기 쉽겠어. 무슨 묘터를 이렇게 잡았는지 원..."
"그래도 이 곳이 가장 명당이라 잖아. 풍수를 여러명을 불러다 잡은 묘야. 이렇게 해야만 후대가 편안하다 그러더군."
"누가?"
"지금 여기에 묻히는 양반이..."
"허참... 저 어른은 남편 옆에 묻히기 싫다고 하더니만 결국은 아들의 곁에서 쉬시는군."
지혁과 경희의 묘를 보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소근그리면서 묘에 예를 갖추고 산을 내려왓다.
화창한 봄의 날씨가 여름마냥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지수는 마지막으로 오빠가 남긴 말을 생각했다. 아니 갑각스레 예전에 자신의 엄마가 임종때 보여주던 행동과 오빠의 말이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나를 바라보던 눈빛과 오빠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지수는 그 두 분의 눈빛이 같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떠오른 것은 엄마와 오빠가 주고받던 눈빛이었다.
지수는 갑자기 가슴이 몹시 메였다. 뭔지는 몰라도 60년을 넘게 산 자신의 가슴을 설레이기하면서 가슴을 칼로 베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지수는 오빠의 마지막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 말은 오빠의 노망과도 같은 말이라 가볍게 넘긴 그녀였다.
그날 밤.. 지수는 꿈속에서 아빠, 엄마, 오빠를 만났다.
꿈 속에서 그녀는 어린시절의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만나 지수의 아빠인 수철은 낮선 여자와 한 아이와 함께 그녀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리곤 금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젊은 시절의 오빠와 낯설지 않은 한 여자를 만났다. 그 둘은 결혼식장의 신랑신부의 모습이었고, 지수는 오래지 않아 오빠 옆에 서 있는 여자가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아빠..."
꿈속이 어린 지수는 엄마와 오빠에게 달려가며 그렇게 말했다. 지수는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어색하지도 않았다.
"그래.. 우리 딸... 처음으로 네게 그런 말을 듣는구나..."
지혁은 달려온 지수를 번쩍 안아 안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수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지만, 꿈속의 어린 지수는 그렇지 않은 듯 마냥 행복해하며 밝은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엄마인 경희는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엄마랑 아빠랑 어디가?"
어린 지수가 묻자 둘은 따뜻한 미소만을 지은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 지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린 지수를 기다릴거야. 이제 아무데도 안가.... 영원히...."
그렇게 말하곤, 그 둘은 하얀 빛 속으로 결혼하는 신랑신부처럼 걸어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난 지수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지수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세워 그 꿈을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수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그녀의 도덕관과 가치관으론 도저히 그런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는 그녀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가족들이 자신과 같은 꿈을 꾸었고, 스스로도 몇 번의 같은 꿈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믿지 않을 수 없는 그녀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빠라고만 여겨왔던 사람을 자신의 친아버지로 인정하고, 그리고 오빠란 그 사람과 자신의 엄마가 정말로 서로를 간절하게 원하고 사랑한 불행한 연인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후 그 둘의 행복을 빌고서야 지수는 생활의 안정과 편안한 잠자리를 되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녀는 가끔 꿈을 꾼다. 자신을 기다린다면서 지은 집에서 오빠, 아니 아빠와 엄마가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 자신도 그 곳에 달려가 함께 살고싶었다.
----- END ---------
운영자님께 메일을 드렸을 적에 적었던 것처럼...
이번 창작은 상당히 많은 분량의 글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많은 분량을 글을 적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줄이고, 줄여서.. 급기야는 줄거리 정도로 되었죠.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실력이 다 인데...
심리묘사와 상황적 묘사, 더북어 갈등구조를 상당히 복잡하게 하려
고 했지만,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획 돌것같아서 그냥 살짝 얼굴만
내밀고, 그냥 화해무드로만 글을 작성했습니다.
읽기에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흥미를 끄는 요소가 전
혀 없다보니... 물론, 근친이라는 강열한 소재이긴 하지만, 여기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 점에 관해서는 달관했으니..그 점이 그리
재미있게는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 점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구상 중인 글
은 갈등구조를 조금 재미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심리적 갈증이라기
보다는 사건적 갈등으로...
그래서 소재는 무협물로 택하긴 했는데... 무렵물에 대하여 아는게
없어서..그게 걱정입니다.
어째든,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림니다.
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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