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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ess
프롤로그
그 날은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날이었다.
내 이름은 유키토 사와타리, 서점 앞에서 교차로에 나와 있는 구인 광고란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난 지금쯤 여자 친구와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 운이 언제나 그랬듯이 그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난 대학교만 들어가면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난 여자 친구는커녕, 여자사람 친구조차 만들 수가 없었다.
난 남자친구들만 잔뜩 사귈 수 있을 뿐이었다.
왜 내가 대학생이 되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직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여친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사실이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질 이유는 없었다.
그 결과 난 여름방학이 되었는데도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었다.
물론 너무 따분하고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만이 알바를 찾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난 만약 여자애들이 많은 곳에서 알바 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여친도 구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젠장, 아직도 그런 환상에 붙잡혀 있다니, 갑자기 내가 너무 불쌍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어쨌든 내가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었다.
얼마 전 난 운전면허증을 취득했고 난 멋진 자동차를 사고 싶었다.
아마 차가 있다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 가능성이 더욱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여친이 없다면 최소한 차라도 있어야 했다.
그게 내가 지금 교차로에서 구인광고를 찾아보고 있는 주된 이유였다.
물론 한 달의 아르바이트만으로 멋진 차를 살 수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시작을 해야만 했다.
누가 알겠는가, 만약 내가 500만원정도를 구할 수 있다면 부모님이 좀 돈을 보태 줄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날 열심히 광고를 찾아보고 있었지만 적당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난 그렇게 교차로, 벼룩시장 같은 모든 잡지들과 신문에 나와 있는 알바 자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광고가 내 시선을 끌었다.
그건 매우 작은 광고였고 문자만으로 되어 있었고 그 내용조차 매우 짧았다.
장소는 그냥 ‘마미야 맨션’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가게 이름이나 회사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름으로 봐서 난 그게 모텔이나 레스토랑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그 작은 광고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광고 내용 중 뭔가가 내 시선을 끌고 있었다.
광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집안일을 할 사람을 찾고 있음. 기간은 2주일. 식사와 유니폼 제공. 반드시 재택근무를 해야 함. 의욕과 정력이 넘치는 활기차고 건강한 남자 구함. 월급은 많은 편, 관심 있는 남자는 아래 번호로 연락할 것.]
그 광고에는 일의 내용도 상세히 적혀 있지 않았고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많다고만 적혀 있었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광고였지만 그 망할 놈의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었다.
새우 잡이 어선으로 팔려갈 수도 있었지만 진짜로 그런 사람들이 이런 곳에 광고를 낼 가능성은 아주 적었다.
그리고 전화만으로 무슨 일이 있겠는가?
난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삐...삐...삐.....
잠시 후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마미야 저택입니다. 누구십니까?]
[저....저기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드리는데요.]
[아. 가사 도우미일 말씀인가요?]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즉시 알아듣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모님을 모시고 올게요.]
난 전화기를 든 채 소위 그 사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전의 그 여자는 말투로 봐서 그 곳에서 일을 하는 직원처럼 보였다.
잠시 후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당신이 그 일에 흥미가 있다고 내 하녀가 말을 하더군요.]
[아, 예, 전 사와타리라고 합니다.]
난 하녀라는 말에 약간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마미야 맨션이라는 게 진짜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엄청난 부자들의 저택일까?
갑자기 서양풍의 고급 저택에서 프랑스 하녀 복을 입은 예쁜 여자애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전 마리에 마미야라고 합니다, 이 저택의 안주인이에요. 당신이 이 일에 관심이 있어서 전화를 했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예, 맞아요, 광고에는 자세한 내용까지는 적혀 있지 않아서 전화로 자세히 물어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전 이런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혹시 필요한 자격증이나 뭐 그런 게 있을까요? 혹시 제가 조건에 적합하다면 전 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알겠어요, 현명한 선택 같군요. 아, 그리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우린 무경험자라도 매우 환영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일에 경험이 많으면서 젊은 남자는 거의 없어요. 아, 그리고 이런 일에 적합한 자격증 같은 것은 없어요. 그리고 일이라고 해 봤자 거의 사소한 집안일이에요. 하루 이틀 정도면 충분히 능숙하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리고 광고에 적혀 있듯이 이건 재택근무에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여기서 지내야 해요. 그건 확실히 알고 있죠?]
[아, 네. 아무 문제없어요.]
[뭐, 전화상으로만 봐서는 당신이 내가 찾는 사람 같군요. 이제 면접만 남았네요. 직접 보고 마음에 든다면 즉시 당신을 채용할게요. 당신만 괜찮다면 최대한 빨리 면접을 보고 싶군요. 언제 올 수 있나요?]
[저도 매우 좋아요, 내일은 별다른 일도 없으니까.....]
[저도 좋아요, 내일 오후는 어때요?]
[알았어요, 내일 찾아갈게요.]
[매우 좋아요, 남자 직원들이 최근에 모두 그만두어서 우린 매우 곤란해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광고까지 내긴 했는데....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아. 그리고 깜빡했는데 아직 월급 얘기를 하지 않았네요. 음....난 2주일에 4백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죄송해요. 한 번 더 말해주실래요?]
4백 만원? 난 그녀가 40만원을 착각한 거나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 4백만원으로 부족한가요?]
오, 이런 씨발, 그녀가 잘못 말한 게 아니었다.
그 말은 그 저택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그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는 말일까?
난 재빨리 말을 했다.
[오, 아니에요.....충분해요, 충분하고 남을 정도에요. 하....하지만 저처럼 아무 경험이 없는 사람한데 너무 많은 게 아닐까요? 정말 4백 만원인가요?]
[확실해요, 난 싸구려가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내 생각보다 일을 더 잘해준다면 2주일 더 당신을 고용할 생각도 있고, 100%의 보너스까지 줄 수 있어요. 그 조건이 마음에 드나요?]
난 즉시 좋다고 말을 했다.
[그럼 내일 오후에 봐요. 자세한 것은 하녀와 얘기를 해요.]
잠시 후 처음 여자가 다시 나타나서 나에게 저택의 주소를 말해준 후 전화를 끊었다.
제 1 장 : 첫 번째 날
난 택시의 뒷좌석에 앉아서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어제 전화 내용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집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간 후 난 기차역에서 내려 택시를 탔고 거기서 또 산길을 한 시간 가량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서서히 밖의 경치에 지겨워질 때쯤 운전기사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학생, 거기엔 왜 가는 거지?]
[일 때문에요. 잘하면 거기서 알바 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설마....마미야 저택을 말하는 거야?], 운전기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맞아요, 거길 알고 계신가요?]
[뭐, 마미야 부인의 저택만이 이 산에 있는 유일한 집이니까. 사실상 이 도로도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사유지야.]
그 때서야 난 주위에 다른 차들이 하나도 없으며 운전기사가 매우 쉽게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거기서 일하고 싶다고? 학생, 매우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지, 맞지?]
[무슨 뜻인가요?], 난 또 다시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뭐, 별다른 뜻은 없어. 단지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저택과 엮이는 것을 싫어할 뿐이야. 자네, 이 동네 출신은 아니지?]
[아니에요.]
[그럼, 학생은 그 저택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겠군.]
[예, 거기 사는 사람과 전화로 얘기를 한 게 다였어요.]
[젠장, 학생은 지금 진짜로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자네, 마미야 그룹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있지, 그렇지? 그들은 엄청난 대기업 중 하나니까.]
[예, TV와 신문에서요.]
[지금은 엄청난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처음에 그들은 이 동네에서 시작했어.]
[그럼, 그 마미야 저택이라는 게 그 그룹과 관련이 있는가요?]
[이런, 자네 진짜로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구만. 마미야 저택은 이 동네에서는 악마의 소굴로 통해. 그 저택의 사람들과 관련을 맺으면 끝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지.]
[아...악마의 소굴이라고요?]
[맞아, 토코나게 산의 악마들.....그게 이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일컫는 말이라네. 토코나게 산은 예전부터 그 산에 악마들이 산다는 전설이 있었지. 그런데 마미야 저택의 사람들이 이사를 온 후 그건 사실이 되어 버렸네.]
[그....그런데 왜 그들을 악마들이라고 부르나요?]
[마미야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다 차갑고 잔인하니까....진짜 악마들처럼.....예전에 그들은 이 마을 전부를 다 소유하고 있었지. 자네 소작농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나?]
[네, 국사 시간에 배웠어요.]
[그 때 마미야 가문은 이 마을을 거의 왕처럼 지배했어.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소작농이었으니까....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이 거의 굶어죽을 정도만 남기고서 모든 곡식을 빼앗아갔어. 그러다가 흉년이 들게 되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었지. 모두가 다 그들에게서 고리대금으로 쌀을 빌려야 했으니까....그러다가 굶어죽거나 자살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국 딸이나 아내를 그들에게 팔아야 했지. 그게 그 가문이 악마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야. 2차 대전이 끝난 후 현대화가 되면서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지금 그 가문은 예전보다 더욱 더 번창하고 있어. 그리고 뒤에서 매우 음란한 짓들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말이야. 그 가문의 사람들은 한 번도 동네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 그리고 젊은 남자나 여자가 그 저택으로 일을 하러 들어갔다가 다시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소문도 있고.]
[제발요, 절 겁주려고 일부러 얘기를 꾸며내지는 마세요.]
[오, 미안. 그냥 소문일 뿐이야. 괜히 늙은이가 주책없이 쓸데없는 얘기를 한 것 같군.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어쨌든 자네 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거기서 일을 하는 것은 다시 한 번 고려해 보게. 아. 다 왔군, 바로 저기야.]
택시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거대한 저택의 현관 문 앞에서 멈췄다.
난 택시 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한 후 고맙다며 인사를 했고 택시 기사는 날 내려주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난 거대한 현관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 저택은 진짜로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서양식 대저택 같았고 현관 문 또한 창살로 되어 있는 거대한 문이었다.
[젠장....그런데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지?]
저택과 주위의 경치를 한 번 둘러보고 나자 난 곧바로 문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택 문이 완전히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손으로 문을 흔들어보았지만 그건 조금도 꿈쩍하지 않고 있었고 주위에는 인터콤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게이트 안에 누구 다른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불행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멋지군, 이제 어떻게 하지?]
난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고 게이트 옆의 한쪽 기둥에 작은 버튼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 그게 인터콤 버튼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눌러보았다.
잠시 후 어디선가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누구십니까?]
[아...저기....전 사와타리라고 합니다, 오늘 면접 약속이 있어서.....]
난 어디에 마이크가 달려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바보처럼 허공에 대고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사와타리 씨. 말은 들었어요. 지금 문을 열어줄게요. 길을 따라서 계속해서 앞으로 쭉 오시면 돼요.]
[고맙습니다.]
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내가 핸드폰으로 얘기를 했던 그 하녀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큰 소리를 내며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난 저택의 정면이 보일 때까지 길을 따라서 앞으로 쭉 걸어갔다.
[멍멍! 으르릉! 멍멍!]
[응?]
어디선가 거대한 검은 개가 나타나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날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씨발....자....잠깐만!]
하지만 당연히 그 개는 내 말을 알아들지 못하고 있었고 이제 조금 전보다 더욱 더 빠른 속도로 날 향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난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돌려서 내가 들어왔던 게이트로 뛰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찰캉 하고 그 거대한 게이트가 닫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씨발!]
내가 다시 앞으로 몸을 돌린 순간 그 개는 바로 내 앞에 멈춘 채 날 향해서 달려들려고 하고 있었다.
난 재빨리 등에 매고 있는 배낭을 풀어서 마치 방패처럼 내 앞으로 가지고 갔고 그 순간 개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난 배낭으로 그 개를 막을 수 있었고 개는 다시 뒤로 물러나더니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날 다시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린 서로 대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잠시 후 그 개가 다시 날 공격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로베로스, 멈춰.]
다행히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개는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멈추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고 있었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그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짧은 머리의 예쁜 여자애가 날 향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
여자애가 개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그 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택 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케로베로스였다.
진짜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고마워요.]
난 한숨을 쉰 후 그 여자애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 여자애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넌 뭐야? 도둑놈이야?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야?]
[어....저기....누가 문을 열어줘서.....]
[뭐야? 너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방문 판매원이라는 말은 아니겠지?]
[어...저기...제 이름은 사와타리인데요....면접 때문에 여길....]
[면접? (내 말에 그녀의 눈썹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당신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크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맞아....엄마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하지만 당신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안았어. 그래서 난 네가 도둑이거나 변태일 거라고 생각했어.]
[죄송합니다.]
난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거의 반사적으로 사과를 했다.
[알았어. 현관까지 안내해 줄 테니까 날 따라와.]
그녀의 말투와 태도로 봐서 난 그녀가 이 저택에 살고 있으며 하녀가 아니라 주인 일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 운전기사가 말했던 악마의 일족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예뻤고 나보다 몇 살 어려 보였지만 튀어나와야 할 곳이 확실히 튀어나와 있었고 따라서 몸매가 매우 좋아 보였다.
만일 이 저택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그녀와 같이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약간, 아니 매우 건방져 보였지만 이렇게 귀엽고 예쁜 여자애와 같이 살게 된다면 그런 것은 나에게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월급이 진짜라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직장을 구해야 했다.
마침내 현관 앞에 도착하자 그녀가 날 보고 말했다.
[엄마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널 보겠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넌 도저히 합격할 것 같진 않아. 어쨌든 여기가 현관이야. 문은 열려 있을 테니까 여기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 그럼 이만.]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저택의 뒷마당으로 사라져 갔다.
난 잠시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후 현관으로 다가가서 문을 잡아당겨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문은 아주 쉽게 열렸고 난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은 밖에서 볼 때보다 더욱 더 웅장하고 화려했고 값비싸 보이는 가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바보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아주 놀라운 옷차림을 한 여자애가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흰색과 푸른색의 메이드 복을 입은 아주 섹시한 여자가 내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제복을 준다는 말을 듣고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곤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 이렇게 진짜로 메이드 복을 입고서 일을 하는 하녀가 있었다니, 난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난 그런 옷을 입은 여자를 영화에서만 본 적이 있었으므로 진짜로 놀라고 있었다.
게다가 그건 전형적인 메이드 복이 아니라, 디자인이 너무 대담해서 도저히 그 옷을 입은 채 집안일을 할 만한 옷이 아니었다.
난 그 옷이 실용성을 중시한 옷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커트는 너무 짧았고 보통 잘 드러내지 않는 속살이 매우 많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으므로 이 디자인을 한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사와타리 씬가요?]
[어...그러니까...예. 맞아요.]
내 시선은 온통 그녀의 메이드 복, 정확히 말해서 밖으로 드러나 있는 그녀의 몸매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난 진짜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내가 전화상으로 얘기를 나누었던 그 하녀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유키토 사와타리입니다. 여기 면접을 보러 왔어요.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내가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그녀가 너무 예의 바른 딱딱한 표정을 누그러뜨린 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좀 더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전 사치에 아사기리에요, 여기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의 외모로 봐서 사치에는 나와 동갑인 것 같았다.
그리고 짧은 머리카락과 메이드 복은 그녀에게 매우 잘 어울려 보였다.
난 그녀가 나처럼 돈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솔직히 말해서 돈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애와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면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럼 만일 내가 취직이 된다면 당신이 내 선배가 되는 거군요.]
[그럴 것 같네요. 하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난 딱딱한 것은 싫으니까 그냥 날 사치에라고 불러요. 그리고 나도 여기서 그렇게 오래 일을 한 것은 아니에요.]
[진짜에요?]
[맞아요, 사실 여기서 오래 일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그러니까 누가 선배랍시고 괴롭히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돼요.]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월급을 많이 주는데 오래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니 약간 놀라운데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일을 하게 된다면 곧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녀의 불길한 말은 왠지 모르게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말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 그런데 물어볼 말이 있어요. 진짜로 그렇게 월급을 많이 줘요?]
[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여기 마미야 집안사람들에게는 4백 만원 정도는 어린애 한 달 용돈 정도니까요. 그럼 이제 잡담은 그만....이제 응접실로 당신을 데리고 가야 해요.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응접실로 걸어가는 순간 어디선가 또 다시 발소리가 들려 왔다.
난 고개를 들어서 2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 마리카 아가씨.]
마리코라고 불리는 여자는 매우 우아하고 품위 있게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짧은 스커트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길고 날씬한 다리와 걸어올 때마다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커다란 젖가슴은 곧바로 내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긴 머리카락과 우아하고 청순한 얼굴은 내 숨결을 완전히 빼앗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위압적인 태도와 메이드 복을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로 봐서 그녀는 이 집안의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과 몸매로 봐서 나이는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오, 손님이 온 거야?]
계단을 다 내려온 후 그녀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예, 여긴 사와타리 씨에요, 우리가 낸 광고를 보고 찾아왔어요.]
[엄마가 광고를 냈다는 얘기는 들었어.]
[여긴 첫째 딸인 마리카 아가씨에요.]
[마리카 마미야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도 반갑습니다.]
난 약간 불안해하며 그녀가 앞으로 내민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은 순간 부드럽고 달콤한 피부의 감촉이 내 심장을 한 박자 더 빠르게 뛰게 만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한 번도 여자애의 손을 붙잡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애와는 한 번도 경험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만났던 다른 바깥의 여자애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만약 이 여자애가 큰 딸이면 조금 전 저택 밖에서 만났던 여자애는 둘째 딸인 것 같았다.
두 자매가 그렇게 성격과 외모가 서로 다르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집에 새 사람이 들어오다니, 매우 즐거운 일이네요. 그럼 지금부터 여기서 일을 할 건가요?]
[아니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이 난 게 아니라서요.]
그녀가 약간 기대어린 눈빛으로 날 보고 그렇게 물었지만 난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오, 진짜에요?]
[네. 지금 사모님을 만나러 가고 있었어요.], 사치에가 그렇게 말했다.
[그럼 나도 따라가서 엄마에게 당신을 채용해 달라고 부탁해야겠어요. 오늘밤의 환영 파티는 매우 흥분되는 파티가 될 거에요. 히히히.... 그런 나중에 봐요, 사와타리 씨.]
그녀는 날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작별 인사를 한 후 조금 전과 똑같은 우아한 발걸음으로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갔다.
[와우, 매우 아름답네요.]
[예. 마미야 가의 핏줄을 지닌 사람은 모두가 다 그래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하지만 그냥 외모만 보고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요.]
[무슨 뜻인가요?]
[후후....당신이 여기서 일을 하게 된다면 곧 그 의미를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 집안사람들이 얼마나 상대하기 힘든 사람들인지도.]
아마 사치에가 조금 전 내가 저택 밖에서 만난 여자애를 말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진짜로 가야 해요. 더 이상 사모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요.]
[오, 알았어요.]
난 사치에를 따라서 긴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사치에가 날 약간 불안하게 만드는 말을 하긴 했지만 난 아직까지 이 집이 매우 마음에 들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 외에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할 수 있겠는가?
조금 전 택시기사 아저씨가 말한 충고는 어느 새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이제는 오히려 내가 면접에서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고 있었다.
난 약간 긴장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왜 그래요?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어느 새 사치에는 아주 친한 친구처럼 나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예. 한 번도 면접을 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딱딱하게 긴장하고 있다간 곧 지치고 말 거예요. 괜찮아요, 긴장을 풀어요.]
[예. 하지만 이 알바를 구하지 못하면....]
[후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 집안에는 진짜로 남자가 부족해요. 당신은 틀림없이 합격할 거예요.]
[하....하지만....]
[당신은 진짜로 걱정이 많은 편이군요. 맞죠?]
[하지만 조금 전 내가 밖에서 만났던 여자애가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어요.]
[오, 마리사 아가씨 말이군요, 그 분이 둘째 딸이에요. 그 아가씨는 사람을 골리는 게 취미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아니,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마리사 아가씨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일 거예요.]
사치에가 약간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 집안사람들이 모두 다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에요. 아마 90%이상의 확률로 채용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사치에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아마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당신이 일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도 매우 도움이 될 거에요.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해줄게요.]
[알았어요, 그럼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자, 여기가 응접실이에요, 안에서 사모님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사치에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이제 내 운명이 저 방 안에서 결정되려고 하고 있었다.
내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진 순간 사치에가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을 했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충고를 하나 해 줄게요. 사모님과 가족들이 무슨 일을 시키든 시키는 대로 해요. 응? 알겠죠? 그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아....알았어요.]
난 그녀의 충고에 고분고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주인님의 명령에 항상 예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절대로 안 된다고, 못 하겠다고 말하면 안 돼요. 그게 바로 높은 임금을 받는 대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알았어요, 명심할게요.]
[매우 좋아요, 그것만 명심하면 당신은 아주 훌륭한 하인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젠장, 이건 진짜 군대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저기, 그런데 하나 더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요?]
[저기...혹시 여자와 해 본 경험이 있나요?]
[뭐? 뭐라고요? 도....도대체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건가요?]
[그냥 궁금해서요....그냥요. 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요. 사실 그게 궁금한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요.]
사실 그건 나에게 있어서 매우 부끄러운 일 중 하나였다.
[어때요?]
[해....해 본 적이 없어요.]
뭐, 특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난 솔직하게 말해주고 말았다.
[전혀?]
잠시 망설인 후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내가 두려워한 거예요.]
그러니까 사치에는 날 한 번 보고서 내가 숫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음....불쌍한 남자.....너무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저...저기....그게 혼잣말인가요? 아니면 내가 경험이 없다는 게 약간 문제가 되는 건가요?]
난 사치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그녀에게 물었다.
[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 걱정하지 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그녀의 말은 내 호기심을 더욱 더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뭔가를 나에게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걱정하는 표정을 무시한 채 한손을 내 어깨 위로 올렸다.
[아마 앞으로 일어날 일은 당신에게 트라우마가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게 당신을 망가뜨리게 하지 마요. 그냥 견디면 돼요.]
[자...잠깐만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자, 이제 들어가요.]
사치에는 내 질문을 완전히 무시한 채 문에 노크를 했다.
[응?]
[실례하겠습니다. 사와타리 씨가 왔어요.]
[들어와.]
사치에가 문을 열었다.
난 각오를 단단히 한 후 사치에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지금 와서 걱정해봐야 아무런 방법이 없었으므로, 이제 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그리고 너무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 저택의 비밀이 무엇인지 말이다.
응접실 역시 저택의 다른 방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화려한 가구, 책상, 소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난 한눈에 그녀가 바로 이 저택의 여주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와 위압적인 몸짓으로 봐서.....
그녀는 아주 섹시한 글래머의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몸에 찰싹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드레스는 여체에서 아주 섹시한 부분들이 모두 다 찢어져 있었다.
그 찢어진 틈 사이로 드러나 있는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들과 드레스 밖으로 당장이라도 흘러넘칠 것처럼 튀어나와 있는 거대한 젖가슴 사이에서 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아함과 섹시함, 성숙미가 모두 다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 최고급 모델처럼 보였다.
마리카가 큰 딸이라고 했으니까 아마 이 여자가 마리카의 엄마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젊어 보여서 도저히 성숙한 딸이 있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분이 유키토 사와타리 씨입니다.]
사치에가 날 소개해주자 난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유키토 사와타리입니다. 만나 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절 고용해 주신다면 매우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다.]
[그럼 공식적으로 인사를 하죠. 전 마리에 마미야입니다, 이 마미야 저택의 주인이죠. 하지만 이런 딱딱한 인사 따위는 건너뛰기로 하죠. 긴장을 풀고 여기에 앉아요.]
[어....예....고맙습니다.]
난 약간 불안해하면서 마리에가 가리킨 소파에 가서 앉았다.
[당신은 이제 가 봐도 좋아, 사치에. 미카코에게 이미 차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해 놓았으니까. 아, 그리고 딸아이들을 찾아서 여기로 좀 오라고 말해 줘.]
[예. 마님.]
사치에는 조용히 인사를 한 후 응접실에서 나갔다.
사모님이라는 여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고, 난 여전히 불안한 심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깊은 산속에 이런 외진 곳까지 면접을 보러 오게 해서 미안해요.]
[오, 아니에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는데요.]
[대부분의 젊은 남자들은 이런 외진 곳에서 따분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참지 못해요. 그래서 광고를 내긴 했지만 요즘은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게다가 얼마 전에 갑자기 남자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말았어요. 예전에는 이 저택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최소 인원으로만 저택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원이 한 명 그만 두게 되자 우린 당장 일손이 부족해져 버렸지 뭐예요. 당신도 알겠지만 여긴 상당히 오래되고 낡은 저택이어서 일하는 직원이 없으면 관리를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이 매우 일을 잘하는 남자였으면 좋겠네요.]
[사....사모님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난 진심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사모님의 말투로 봐서 난 이미 취직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호....그렇게 서두르지 말아요, 당신은 아직 면접을 통과된 것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죄...죄송합니다.]
난 부끄러워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았고 사모님은 그런 날 보면서 킬킬대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 외에도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 온 사람이 어제 한 명 더 있었어요.]
[오, 진짜에요?]
뭐, 나 말고 그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한 행운(?)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 그 사람과 저 중에서 한 명을 고를 작정인가요?]
라이벌이 있다는 사실에 약간 불안감을 느끼며 내가 그렇게 물었다.
[일단 당신 면접이 끝난 후에 결정을 할 거예요. 그리고 전화를 한 사람은 여자였어요. 하지만 전화상으로는 매우 괜찮은 애처럼 느껴졌어요. 원래 계획은 직원을 한 명만 뽑을 작정이었지만, 면접 진행 상황을 봐서 당신 둘 다를 채용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면접을 본 후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둘 다 뽑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난 알바 자리가 이 면접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재빨리 가방에 손을 넣어서 미리 적어 놓은 이력서를 꺼냈다.
[저기, 제 이력서입니다.]
[한 번 보죠.]
그녀가 나에게서 이력서를 받아든 후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럼 당신은 대학생이군요. 방학이라서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고?]
[예, 사모님.]
[광고에 적어 놓았던 대로 한 번 일을 하게 된다면 최소한 2주일 동안은 여기서 지내야 해요. 알고 있죠?]
[네, 물론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2주 정도는 버틸 체력이 있어요.]
[하지만 모두 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일을 시작하게 되면 즉시 그 말을 취소하고 도망쳐 버려요. 아, 물론 당신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았으면 해요.]
[맞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들으니까요. 물론 전 이런 일에 전혀 경험이 없지만 열정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난 최대한 자신감을 끌어 모아서 그렇게 대답했다.
어떻게든 내가 선택될 확률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난 진짜로 이 일이 필요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이 저택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 말을 들으니까 매우 안심이 되네요. 이제 더 이상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어요.]
이력서를 한 번 훑어본 후 마리에는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이 이런 식으로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한 적이 있나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후후, 걱정하지 말아요, 경험이 없는 것은 여기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미경험자가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경향이 더 많거든요. 그리고 당신처럼 젊은 남자라면 곧바로 일을 하는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거예요.]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보니까 취미가 독서라고 되어 있군요. 혹시 좋아하는 스포츠는 있나요?]
[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책도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그냥 취미 란에 특별히 적을 것이 없어서 그렇게 적은 것뿐이었다.
[오, 그건 좀 유감이네요. 사실 여기 일은 당신 예상보다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 수가 있어요. 진짜로 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네. 아무 문제없어요. 사실 전 겉보기와는 다르게 정력과 힘이 매우 자신감이 있어요.]
[아주 마음에 드네요. 사실 당신도 알겠지만 이 저택에는 거의 다 여자들뿐이에요, 그래서 진짜로 남자가 필요한 일들이 매우 많이 있거든요. 그것도 매우 건강한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솔직히 말해 힘과 정력은 잘 모르지만 난 매우 건강한 편이긴 했다.
[저에게 다 맡겨두세요, 사모님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매우 씩씩하게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혹시 특별한 장기가 있나요? 요리나 악기 연주 같은?]
[저기, 특별하지는 않지만 운전면허는 있어요.]
[오, 그건 좀 유감이네요, 바깥양반이 살아 계실 때는 운전수와 차가 있었지만 그 이가 돌아가신 후로는 모두 치워 버렸어요. 요즘은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그냥 리무진 서비스를 부르고 있어요. 더 이상 자가용은 사용하지 않아요.]
[아...알겠습니다.]
[음....이력서 상으로는 당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네요. 일단 서류 심사는 통과한 것 같네요.]
[그...그럼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는 건가요?]
[후후....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진 말아요. 서류 심사는 통과했으니까 이제 당신이 육체적으로 이 일을 하는 데 적합한지 한 번 테스트를 해봐야 해요.]
[테스트요?]
테스트라는 말을 들은 순간 난 불안감을 느꼈다.
난 항상 테스트가 주는 스트레스를 참을 수 없었고 항상 나쁜 결과가 나왔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 때문에 수능을 망쳤고 내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대학교 자체도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여기 일은 매우 단순한 일이에요, 그래서 우린 그냥 당신의 육체적 능력을 보기만 할 거예요.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다 다 아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에요. 당신이 매우 건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 두는 게 좋으니까....조금만 참아 줘요. 그리고 한 번 일을 시작한 후 당신이 이 일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로 곤란해질 수 있잖아요. 맞죠?]
[맞는 말씀입니다. 이해합니다.]
[테스트를 한 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나면 당신을 곧바로 채용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최선을 다하도록 해요.]
[잘 알겠습니다.]
이제 이 테스트가 도대체 뭔지 진짜로 궁금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힘과 정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시험이 주는 압박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도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찻잔이 든 쟁반을 들고서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사치에와 똑같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고, 사모님과 거의 동년배로 보이고 있었다.
성숙한 여성의 몸매와 아주 노출이 심한 옷 때문에 그녀는 아주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뛰어난 글래머의 몸매가 아주 타이트한 메이드 복에 감싸여 있었기 때문에 난 곧바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딜 쳐다봐야 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스커트는 사치에와 마찬가지로 충분할 정도 이상으로 매우 짧았다.
그리고 난 소파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진짜로 그녀의 팬티까지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가 있었다.
그걸 팬티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그건 그녀의 의상과 마찬가지로 아주 외설적이었다.
그건 팬티라기보다 가느다란 끈에 더 가까웠고 꼭 필요한 부분만 간신히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도 그런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뺨이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와서 찻잔을 내려놓고 뜨거운 차 주전자에서 차를 붓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고맙습니다.]
난 차를 입으로 가지고 가서 한 모금 마셨다.
그건 아주 적당한 온도였고 맛과 향이 매우 좋았다.
난 차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었지만 이게 매우 고급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모님은 내가 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그녀를 소개시켜 주었다.
[여긴 미카코 씨. 우리 집에서 일을 하는 직원 중 한 명이야. 여기 젊은이는 사와타리 씨. 여기서 일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중이야.]
[안녕하세요, 미카코 노노하라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자 커다란 유방이 바로 내 눈앞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거의 도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드 복 때문에 그녀의 가슴골은 아주 많이 밖으로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젖가슴의 광경은 내 머리가 순간적으로 작동을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난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서 인사를 했다.
[아....안녕하세요, 유카토 사와타리입니다.]
난 최대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더듬거리며 인사를 했다.
[혹시 여기 있는 사와타리 군이 일을 하게 된다면 잘 돌봐주도록 해.]
[잘 알겠습니다, 사모님.]
[미카코는 우리 직원들 중에서 제일 오래 일을 한 사람이야. 또한 직원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이기도 해, 그러니까 일을 하다가 혹시 모르게 있거든 부담 갖지 말고 그녀에게 물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오, 깜빡 하고 있었는데, 사실 너 말고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직원이 한 명 더 있어.]
[정말입니까?]
아직까지의 면접 내용으로 봐서 난 이 저택에서 남자 직원이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나 이전에 여기에 취직한 그 행운아가 누구인지 난 벌써부터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잠시 후에는 만나보게 될 거야. 사실 그 애는 여기 있는 미카코의 아들이야. 만일 네가 취직을 하게 된다면 그 애는 네 선배가 될 테지만 이력서 상으로 봐서 아마 너희 둘은 동갑일 거야.]
엄마와 아들이 같은 저택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으음....
그 순간 그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엄마가 저런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뭐, 그 애는 제 엄마만큼이나 아주 착하고 일을 잘 하는 직원이야. 아마 너도 그 애에게 매우 많을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최근 들어서 거의 혼자서 일을 다 하고 있었기 때문에 네가 여기서 일을 하게 된다면 그 애도 매우 좋아할 거야.]
난 그 애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최소한 2주일 동안 같이 생활하게 될 테니 성격이 나와 잘 맞는 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카코, 면접을 볼 동안 잠시 여기 있어 줘.]
[예. 마님.]
미카코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사모님이 그녀를 멈춰 세워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미카코는 방안 한 구석으로 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바로 그 때 또 다시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문이 활짝 열리더니 내가 조금 전 만나 보았던 두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카 : 뭐 필요하신 게 있나요, 어머님?
마리사 : 뭘 원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빨리 말해요.
두 여자애는 소파에 앉아 있는 날 보더니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리카는 날 보고 윙크를 해 주었고 마리사는 짜증이 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서 너흴 불렀어. 이 젊은 남자는....]
마리에가 날 소개해 주려는 순간 마리사가 엄마의 말을 끊고 있었다.
마리사 : 난 이미 알고 있어요, 여기 면접을 보러 왔잖아요, 이름이...무슨 사와타리?
[와우, 매우 잘 알고 있네.]
사모님이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내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저기, 조금 전 내가 개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아가씨가 날 도와주었어요.]
[개라고? 벌써 10번도 넘게 그 녀석을 묶어 놓고 있으라고 말했었잖아. 벌써 잊어버린 거야?]
엄마의 차가운 목소리에 마리카가 몸을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아니에요. 케로를 묶어 놓고 있을 때 이 녀석이 갑자기 나타난 거라고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이 녀석 잘못이라고요.]
젠장, 그게 왜 내 잘못이 되는 건데....
[세상에....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렇지? 넌 그 개새끼를 묶어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 네 잘못을 사와타리 군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어. 진짜로 할 말이 없구나.]
마리사는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진짜로 미안하게 됐어, 사와타리 군. 내 딸 때문에 쓸데없이 곤란을 겪었구나.]
사모님이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는 딸 대신 나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죽은 후로 이 애들을 야단칠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내가 약간 버릇없이 키우고 말았어. 미안해.]
[오, 괜찮습니다, 뭐 큰일도 아니었어요.]
난 그렇게 말을 하며 힐끗 마리사를 바라보았다.
마리사는 진짜로 죽이고 싶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카, 넌 어때? 너도 이미 사와타리 군을 만나 보았니?]
[예, 현관 입구에서 만났어요.]
[잘 알겠다. 그럼 쓸데없이 소개를 시켜줄 필요는 없겠구나. 어쨌든 이렇게 다 모였으니까..... 여긴 내 두 딸들이란다. 큰 애는 마리카, 둘째는 마리사.]
그 말과 함께 마리카는 날 보며 미소를 지어주었고 마리사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 애들 말고 아들도 하나 있지만 지금은 열심히 공부 중일 테니까....나중에 소개시켜 줄게.]
음, 아들까지 포함해서 마미야 집안은 4인 가족 같았다.
[자, 이제 모두 다 모였으니까 슬슬 테스트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
확실히 그 여자애들을 다 부른 것은 아마 이 테스트 때문인 것 같았다.
이제 모든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자 난 나도 모르게 얼어붙고 있었다.
내가 약간 불안해하며 몸을 뒤적거리고 있자 마리카가 날 도와주고 있었다.
[저기....내 생각으로는 테스트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사와타리 씨를 고용했으면 해요.]
[뭐, 벌써 저 애가 마음에 든 거야?]
마리카가 너무 고마워진 순간 마리사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잠깐. 잠깐만요....분명하게 말하겠는데 난 반대에요. 난 저 애가 싫어요. 난 저 애가 이곳의 일을 잘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리카 : 하지만 넌 항상 반대만 하잖아, 이 투덜쟁이야?
마리사 : 좋아. 만약 저 녀석에 테스트에 통과한다면 난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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