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2부(26-1)
페이지 정보
본문
01.
『후후훗.. 그래 프레이아 너와 싸우게 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네 딸 미나야.. 』
.
.
.
그 날 이후.. 정찬은 꾸준히 유나에게 최면을 통한 세뇌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한 최면은 가능해도 세뇌는 불가능했다. 최면이라는 방법으로 아무리 세뇌를 시킨다해도 자신을 해하거나 유나가 그토록 아끼는 자신의 딸을 공격하게하거나 하는 일을 하기는 불가능했다. 일반적으로는 정찬의 능력이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었지만 유나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다. 프레이아상태에서는 정찬이 능력을 걸어봐야 프레이아가 방어할테니 먹혀들지 않을테고 유나의 상태일때 능력을 사용해봐야 변신과정에서 풀려버린다. 그럼에도 정찬이 능력을 사용한 것은 최면시간의 단축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 지배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프레이아에게는 정찬의 능력을 배제하고 정공법으로 순수한 최면의 결과만으로 승부해야했고 그것은 곧 프레이아를 다른 능력자들처럼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록, 프레이아를 다른 능력자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는 없지만 프레이아를 대적할때 혹은 일시적으로나마 뜻대로 움직이게 할 방법은 있었다. 그 방법이 바로 암시였다. 지희는 앨런의 딸이다.. 라는 키워드로 정찬은 지속적으로 유나에게 암시를 걸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그 암시가 먹혀들어갈 무렵부터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게하고 이문한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를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암시라는 것 역시 순수한 최면만으로는 자신에게 해가되는 일을 하게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특정한 조건(예를들면, 어딘가에 가둬두고 다른 누군가의 접촉도 끊고 오랜시간 최면으로 암시를건다던지하는 방법)을 갖춘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그럴수는 없는 일..
그렇기에 정찬은 프레이아에게 암시의 효과로 아주 간단한 것을 주었다. "지희는 앨런의 딸이다"라는 키워드를 받으면 즉시 최면상태로 돌입할 것.. 이런정도의 간단한 암시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최면상태로 돌입하는 것만으로 누굴 공격하게한다던지 하는 명령은 내릴 수 없다. 오랜 시간동안 최면으로 암시를 걸어놔서 최면상태로 들어갔다해도 누군가 전투를 하거나 하게되면 최면상태는 쉽게 깨져버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간단한 암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정찬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프레이아를 상대하기 어려운 것은 그 능력을 방어할 수있기때문.. 그렇기에 능력이 먹힐 수 있도록 잠시만 방어체계를 해제하면 된다. 정찬의 능력이 방어막에 막히지 않고 일단 제대로 먹혀들어가서 능력이 통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능력이 통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일시적인 최면상태 그것은 바로 순간적으로 방어벽을 허물기위한 암시였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
프레이아는 잠시동안 고통스러워하는듯하다가는 고통이 사라진듯 이내 잠잠해졌다. 그런 프레이아를 보고있던 미나가 정찬을 향해 물었다. 프레이아가 미나의 엄마라니.. 그리고 지희 즉, 미나 자신이 앨런의 딸이라니.. 미나에게 아빠에대한 기억은 없었다. 아빠의 사진도 아빠와 관련된 그 어떤 기록도 없었다. 미나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단 한장의 사진.. 아니 아주 어린 시절 미나가 가족그리기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야할 때 아빠를 생각하며 그렸던 자신의 그림.. 그 그림이 미나가 자신의 아빠에대해 가지고 있는 전부였다. 엄마와 아빠가 미국에서 살았다는 정도는 미나도 알고 있었다. 아빠의 영어이름이 앨런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고 엄마는 본명발음 그대로 사용했으나 외국인들이 윤아라는 발음 구분을 어려워해 편하게 윤아가 아닌 유나라는 이름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앨런이라는 이름은 미나로서도 자주 들어보지못한 낯선 아빠의 이름이었다. 미나에게 익숙한 아빠의 이름은 서정우라는 이름이었다.
『후훗.. 말그대로야 여기 있는 이 여자가 바로 미나 네 엄마라는 말이지 』
『말도 안돼.. 능력자는.. 』
『임신할 수 없다..? 맞아 네 말대로 능력자는 임신 할 수 없어 하지만 NH는 임신이 가능하지 크크크 』
『NH..라고..? 』
『네가 아까 내게 뭐라 그랬지? 괴물이 되지 말라고 그랬던가? 크크크큭.. 』
『그래 네 엄마 유나가 프레이아이자 프레이아가 바로 역사상 처음으로 NH라는 괴물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유일한 여자야 그리고.. 바로 그 괴물이 낳은 아이가 미나 너라는 말이다!! 크크크큭.. 웃기지않아? 진짜 괴물은 바로 넌데 네가 나한테 괴물이 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다니 크크크크 』
『우..웃기지마.. 그럴리가..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
『크큭 네가 부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해서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야 내 능력을 네게 쓰면 직접 보여줄 수도있는데 어때? 』
『거짓말!!! 어차피 네가 보여주는 건.. 』
『거짓일거다? 후훗.. 뭐 그렇게까지 부정하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럼 네 안에 있는 그 녀석에게라도 물어보지그래? 』
『미카엘..? 』
『그런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나? 미카엘이라 크크.. 악마에게 천사의 이름을 붙여주다니 그 녀석 꽤나 널 잘 구슬린 모양이군 그래 』
『아니야.. 미카엘은 악마같은게 아니야..!! 』
『아니라고? 네 눈으로 똑똑히 봐.. 네 앞에있는 내 모습을 보란 말이야.. 너도 느끼고 있지? 내가 정찬이라는 그 꼬맹이가 아니라는걸.. 네가 사랑하는 정찬이라는 아이.. 그 아이를 잡아먹고 서 있는 악마가 네 눈에는 보이지 않나?? 내가 네 눈앞에 서 있는걸 보고면서도 네 안에 있는 그 녀석은만은 악마가 아니라 천사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
『아..아니야.. 미카엘은.. 미카엘은... 』
미나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정찬이 말하는 단어나 문장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그것이 하나의 의미가 되어 이해가 되어오질 않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왠지 정찬의 말이 거짓이 아닐거라는 불안감은 자꾸 커져가고 있었다. 그럴수록 미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져만 갔고 그 혼란은 점차 두려움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미나의 엄마가 프레이아라는 이야기는 미나가 프레이아에게서 순간 느꼈던 엄마의 느낌과 일맥상통하고 있었고 아직 이해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지만 조금씩 사실로 느껴져가고 있는 지금의 눈앞에 있는 정찬은 정찬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는 사실.. 그것도 미카엘이 정찬을 대신하고 있는 그 무엇과 같은 부류일거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미카엘에 대해서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한 적이 없었음에도 정찬은 미카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미나의 아빠이야기 역시 미나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앨런이라는 이름까지..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모두 미나가 알고있는한에서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고있는 정찬의 말이 금방이라도 진실이 되어 미나를 휩쓸어버릴 것만 같았다. 미나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정찬은 자신의 책상쪽으로 가서 무엇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나중을 위해 편집해놓은거지만 뭐.. 상관없겠지 』
정찬의 말이 끝나자 방의 천장 한쪽에 위치한 프로젝트 빔에서 한 줄기의 빛이 한쪽 벽면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벽에 비춰지는 빛들이 하나의 영상을 이뤄내고 있었다. 그 영상에 나타나고 있는 인물.. 그것은 바로 정찬이와 미나의 엄마인 유나였다. 그 둘은 영상속에서 알몸으로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강간이나 남자쪽에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보기 힘들만큼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정찬을 끌어안고 있는 얼굴.. 그것은 분명 미나의 엄마였다. 클로즈업되는 영상에서 보여지는 엄마의 음부.. 애액으로 흥건한 음순이 벌어지며 정찬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 단순한 하나의 영상이 아닌 여러개의 영상을 편집한 영상속에서 유나가 프레이아로 변신하는 모습과 프레이아로 변한 유나가 정찬에게 안기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미나는 넋이라도 나간듯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엄...마... 』
『페르소나라는 말을 알고 있나?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인격을 나타내는 말이야 정찬이란 꼬맹이가 쓰고있던 일종의 가면과도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 사람을 죽이고 약탈하는 능력자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누군가의 좋은 친구나 지인이 되지 가면을 쓰고 말이야.. 하지만 능력자가 될때는 그 가면을 벗고 원래의 속마음을 마음껏 드러내거든.. 너도 알고있겠지? 다시 그 페르소나를 쓰지못할만큼 되어버린 능력자들.. 그들이 바로 너희들이 말하는 괴물 NH가 되는 것이지 』
『정의의 히로인이자 자상한 엄마라는 페르소나를 벗은 엄마를 보고 있는 소감이 어때? 』
『아..아니야.. 아니야..아니야.. 』
미나는 괴로운듯이 귀를 막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정찬의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왜그래?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거야?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섹스를 하며 황홀해하고 있는 엄마의 본 모습을 보고도? 』
『아..아니야 엄마는.. 우리 엄마는.... 』
『아니다..? 그럼 재밌는 사실을 알려줘도 상관없겠군 어차피 믿지않을테니까 말이야 』
『한국이름이 서정우라고 했었나..? 너네 아버지 앨런이라는 사람 말이야..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다. 아빠 이야기만 꺼내면 너무 슬퍼하는 엄마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 자세한걸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지희의 아빠는 과학자였고 미국의 연구소에서 연구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해서 죽었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아..아빠는.. 사..사고로.. 』
『사고? 후훗.. 그렇지 그것도 사고라면 사고라고 할 수 있지.. 엄청난 폭발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고이전에 너네 아빠는 이미 살해당했어.. 』
폭발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정찬의 입에서 엄마에게 들었던 것과 같은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말해준 것과는 다른 사실.. 폭발이 있었던건 맞지만 사고의 원인은 폭발이 아닌 살해당했다는 말..
『살..해..라고..? 』
『지희 네 책상에 있는 맨 아래쪽 서랍.. 그 아래에 네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지? 』
『아..아빠.. 』
.
.
지희의 방에는 유나의 사진과 유나와 지희가 같이 찍은 사진들이 액자에 이쁘게 장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액자들 사이에 같이 장식되지 못하고 유나의 서랍깊은곳에 꼭꼭 숨겨둔 또 하나의 액자.. 그곳에는 어린시절부터 미나가 아빠에게 가지는 막연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들어있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흔히 한번씩은 하는 가족그림그리기같은 시간에 어린 지희는 엄마와 자신이외에 아빠도 같이 그려넣었다. 지희의 가정사정을 알고있는 담임선생님은 그런 사실을 유나에게 알려주었고 그 날.. 앨런에 대한 그리움과 지희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유나는 밤새도록 눈물을 흘려야만 했었다. 그 날이후 지희는 가족에서 아빠라는 존재를 더 이상 표현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 때의 그림은 버리지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희가 조금 더 성장했을 때.. 지희는 그 그림에 아빠에대한 생각과 마음들을 고스란히 담아 액자에 담아놓았다. 하지만.. 그걸 밖으로 꺼내놓을 수는 없었기에 서랍 깊숙한곳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인가 뭔가를 찿다가 우연히 열어본 지희의 서랍속에 놓여있는 액자를 유나가 보고말았다. 그 당시 유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지희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미나가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직까지 아빠에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액자에 담아놓은 것을 보니 그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온것처럼 느껴졌던 유나의 기억... 그것이 정찬에의해 읽혀져 정찬의 입을통해 미나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넌 분명 그걸 꺼내놓으면 엄마가 마음아파할까봐 그렇게 숨겨둔거겠지.. 그런데말야.. 한번도 궁금하게 생각해본적 없어? 네 아빠는 과학자였어 그것도 꽤나 실력있는 과학자였지.. 범죄자같은 사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훌륭하고 자랑스러워해야할 아빠잖아 안그래? 그런데 왜 엄마는 한번도 아빠에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려고 하지 않는걸까..? 』
정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범죄자나 이런 사람이 아빠였다면 엄마로서는 딸에게 그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라면 부끄러울 것도 아니지않는가? 하지만 엄마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해주지 않았다. 폭발때문에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 흔한 사진한장 볼 수 없었다. 아빠이야기가 나오면 엄마가 슬픈 얼굴이 된다는걸 알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척 했지만 아빠에대해 알고싶은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를 말해줄까..? 』
정찬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들어서는 안되는 사실을 들어버릴것만 같은 두렵고 불길한 느낌이 미나의 온 몸을 휘감아가고 있었다.
『네 엄마니까.. 크크크크.. 』
『미나 네 아빠를 죽인 사람.. 앨런 아니 서정우라는 사람을 죽인 사람이 바로 네 엄마니까.. 말할 수 없을수밖에 재미있지않나? 엄마는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빠를 죽인 살인자인데 그런 엄마가 마음아플까봐 그리운 아빠그림을 꺼내놓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크크크큭 』
미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놀라움..? 두려움..? 의문..? 당혹감..? 배신감..? 그 무엇으로도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를 찿기 어려운 모든 감정들이 하나로 뭉뚱그려진채로 가슴 한가운데서 응어리져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되어 미나의 심장부터 내부에 있는 모든 것들과 함께 아래로 쿵하고 떨어져 마치.. 몸속이 텅비어버리는것 같은 느낌.. 정찬은 천천히 다시 프레이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아니야..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엄마가.. 엄마가... 』
미나는 정찬에게 반박하고 있는 모습이라기보다 거의 정신이 나가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것처럼 아니라는 말과 엄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미나가 사랑하는 정찬은 정찬이 아니다.. 미나의 엄마는 프레이아라는 능력자였고 NH라는 괴물이 되었던 사람이다. 미나도 인간이 아니다.. NH라 불리는 괴물에게서 태어난 괴물이다. 미나가 사랑한 정찬이와 몸을 섞은 엄마의 모습.. 아빠를 죽인 사람.. 그것이 바로 엄마의 진정한 모습이다. 천사처럼 느껴졌던 미카엘도 악마였다.. 그 어떤것들 하나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 한꺼번에 미나를 향해 쏟아져 들어왔다.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을 믿어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한가지 더.. 』
미나는 정찬의 말에 영혼이 없는 인형극속의 인형처럼 정찬을 바라보았다. 정찬이 주저앉아있는 프레이아의 머리카락을 거세게 움켜쥐고는 그녀를 천천히 들어올리자 주저앉아있던 프레이아의 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네 엄마는 너도 죽이려고 했었다.. 몇 번씩이나 말이지... 안그래? 』
순간 정찬이 자신의 앞에있는 미나를 향해 프레이아의 몸과 얼굴을 돌려버렸다. 프레이아의 얼굴은 이방에서 처음 보았을때처럼 온화한 미소를 띄고 있지도.. 주저앉기전에 보았던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프레이아는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미안..해.. 지..지희..야... 어..엄..엄마...가.. 』
유나는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눈물이 흐르고 목에 메여서만은 아니었다. 정찬이 유나의 몸을 지배하는 순간 짧은 고통과함께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정찬의 말은 모두 프레이아에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찬의 암시에의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일들이 프레이아의 머리속에서 모두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미나의 얼굴을 보고있는 순간.. 엄마가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그녀가 미나에게 엄마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지희가 예쁘고 착하게 커가는 모습이 고맙고 행복했다. 나중에 앨런을 보게되면 자랑스럽게 저 아이가 우리 아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의 엄마노릇은 한 것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유나는 미나에게 좋은엄마가 될 수 없었다. 좋은엄마는 커녕 엄마라고 불릴 자격조차도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몰랐다.
.
.
.
『미안...해.. 』
02.
『그리고 지금부터 가면을 벗어버린 네 엄마가 널 공격할거야 』
『뭐..? 』
순간, 거의 느끼지도 못할만큼 엄청난 스피드로 프레이아가 미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쿵-!!
『아악..!! 』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올려 막아내긴 했지만 프레이아의 믿을 수 없는 속도에서 파생되는 충격량은 엄청났다. 손이 부러져버릴것만같은 고통과 함께 미나는 비명과 함께 날아가 한쪽벽면에 강하게 충돌해버렸다.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다시 공격해오지는 않았지만 미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프레이아의 눈.. 그 눈은 미나가 전에 경험해봤던 바로 그 눈이었다. 오래전 구교사에서 봤던 최경희선생님의 눈.. 그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있는 프레이아가 미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당장 멈춰!! 』
『조금 전까지만해도 아니라고 하더니 크크큭.. 미안하지만 네 엄마한테는 내 능력이 통하지 않아 』
『거짓말이야.. 네 능력은 나도 알고 있어 그 때 선생님처럼.. 』
『후훗.. 말했잖나? 네게는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정찬이가 그 날 널 그 구교사로 유인해낸거지 네게 능력이 통했으면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이유가 없었을꺼야.. 그런데말이야 이 능력이 통하지 않는 네 능력.. 그걸 누구한테 물려받았을거라고 생각해? 네게도 안통하는 능력이 그 능력을 물려준 네 엄마한테 통할리가 없잖아? 안그래? 크크큭 』
『아..아니야.. 』
순간 다시금 프레이아가 미나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조금 전 무방비상태에서 맞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미나도 프레이아의 공격을 빠르게 피해냈다. 하지만 프레이아는 다시 미나를 바라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프레이아의 공격을 피하면서 미나는 정찬의 말을 부정했다. 어째서 그 때 자신에게는 정신지배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는에 대한 대답을 정찬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미나의 능력이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면 엄마에게 역시 정신능력이 통하지 않을거라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게 들려왔다. 하지만.. 미나의 엄마가 사람이든 NH든 아빠를 죽였든 아니든 어린시절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아니던.. 지금까지 미나가 봐온 엄마는 미나를 항상 아끼고 사랑해줬었다. 그런 엄마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공격할거라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뭔가 잘못 된거야.... 』
『크크큭.. 어떻게 능력자들이 나타나는지 알려줄까? 바로 우리때문이야 우리는 너희들 인간의 의식속에 기생한다. 그리고 너희들이 간절하게 힘을 원하면 힘을 주지..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자 평범한 너희 인간들이 능력자가 될 수 있는 이유지.. 하지만 우리조차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 있다.. 우리가 기생하고 있는 인간의 동의 그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힘을 주고싶다고해도 그들이 정말 간절하게 바라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간절히 바라고 바라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해도 우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우리는 힘을 줄 수 없다. 』
『너는 네 안에있는 그 녀석에게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네가 미카엘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은 네가 간절히 힘을 바란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말을 들을 수 없었을테니까.. 미카엘은 분명 너에게 힘을 주겠다고 말했을 거야. 미카엘이나 나같은 존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때 넌 미카엘의 말에 동의했나? 힘을 원하냐는 그 녀석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나? 』
『아무리 미카엘이라해도 인간의 동의가 없으면 그것도 진심으로 원해서하는 대답이 아니면 힘을 주지 못해.. 미카엘이 주겠다는 힘을 거절한 네가... 미카엘에게 힘을 받지도 못한 네가 어떻게 다른 능력자들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는거지? 그건 네가 태어날때부터 인간이 아닌 괴물이었기 때문이야.. 네 엄마에게서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그런 괴물같은 능력을 물려받고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네게 그런 능력을 물려준 네 엄마에게 내 능력이 통할리가 없잖아? 안그래? 괴물이 되지말아달라고? 크크큭.. 괴물은 바로 너야... 』
정찬의 말에 프레이아의 공격을 겨우겨우 피해내고 있던 미나의 움직임이 멈춰섰다.
『말했지? 네 엄마는 네 아빠를 죽였다고.. 그리고 이제 그때 죽이지 못했던 그 괴물을 죽일거야... 』
콰앙-!!
정찬의 말에 순간적으로 다시 무방비상태가 되어버린 미나의 얼굴에 프레이아의 주먹이 작렬했다. 다시 처박히듯 한쪽 벽면까지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미나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엄청난 파워와 함께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 그 영향은 상당했다. 하지만 다른 때 같으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을텐데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런 의지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는 미나의 귀에 정찬의 말이 들려왔다.
『왜냐면.. 너희 엄마가 선택한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니까 말이야.. 』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려고 하고 있는 미나에게 다가온 프레이아는 미나의 멱살을 잡고 위쪽으로 들어올렸다. 미나의 눈에 프레이아의 얼굴이 보였다. 프레이아의 얼굴에 겹쳐져보이는 엄마의 얼굴.. 어린시절 울먹울먹하며 엄마를 바라보았을 때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엄마의 손.. 뭔가 잘 할 수 있을만한 자신감이 들어오지 않을때 미나의 손을 힘주어 꼭 잡아주던 엄마의 손.. 언제나 미나를 꼭 안아주며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던 엄마의 손.. 그런 엄마의 모습이 엉망이 되어버린 미나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되어 번져갔다. 눈물 방울 하나가 미나의 눈가에서 또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미나에게 떠오른 엄마의 모습이 눈물에 흐려져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나의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눈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며 조각난채로 사방으로 퍼져가는 순간 미나에게 떠오르던 엄마의 모습들이 깨어진 거울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지는 엄마의 모습들 사이로 프레이아의 주먹쥔 손이 쏘아져 날아왔다.
콰앙-!!
프레이아의 주먹에의해 미나의 얼굴이 벽면에 밀착되어 일그러졌다.
그렇게 일그러진 얼굴위로 프레이아의 주먹이 다시 날아왔다.
콰앙-!!
콰앙-!!
쾅-!! 쾅-!!
콰앙-!!
쾅-!! 쾅-!!
못에 박힌채 벽면에 걸려있는 인형처럼 바닥을 향해 축 늘어져있던 미나의 몸과 손 그리고 발이 프레이아의 주먹이 주는 진동으로인해 크게 휘청이며 진동을 해대기 시작했다. 미나의 얼굴이 밀착되어있는 벽에 작은 균열들이 일어나며 미나의 얼굴이 벽면속에 파묻히듯 안쪽으로 더욱 일그러지며 밀착되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추천68 비추천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