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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마물도감] 암컷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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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036 회 작성일 24-01-23 07: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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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마물아가씨도감에 실린 몬스터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품으로
마물아가씨도감의 작자는 クロビネガ(健康クロス) 이며, 모든 권리 또한 クロビネガ에게 있습니다.
2차적으로는 이 글을 쓰신 SS작가분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마물아가씨도감 사이트의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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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일생 【완결】 (コジコジ)
제가 몇살이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에키드나/시리어스/달달함/도감세계(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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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의 일생
제가 태어났을 때, 당신은 아직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모친의 품 안에서, 커다란 첫 울음소리를 내는 저.
뭐가 그리 무서웠던 걸까요. 이제와선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저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드러운 미소는 선명이 기억합니다.
울고 있는 제 손을 꼭 쥐어준, 커다랗고 따뜻한 아버지의 손.
하지만, 아버지도 금방 저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저희들과는 다르게 조용히 방울방울 울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1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끝없는 모험을 떠났습니다.
첫 생일과 함께, 첫 탈피를 맞이한 저.
있는 힘껏 몸을 비비꼬아서, 어떻게든 낡은 허물을 벗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촉촉한 어린 피질은 살에 딱 붙어 잘 벗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고전하는 저를 목이 쉬어라 응원해주었습니다.
화이팅. 조금만 더 하면 되. 자, 조금만 더 힘내.
1시간이나 걸린 사투 끝에, 저는 겨우겨우 탈피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 우와 하고 소리 지르시는 부모님. 감정이 복받치셨는지 울어버리신 아버지.
땀투성이가 된 저를, 어머니는 사뿐히 들어 올려 꼬옥 껴안아주셨습니다.
저도 기뻐서, 양팔과 막 허물을 벗은 꼬리로 어머니를 꼭 껴안았습니다.
제가 3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강대한 적에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뱀 꼬리 속에서, 어머니께서 들려주는 동화에 귀를 기울이는 저.
어머니는 척척박사셔서, 세계에 있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인간의 왕비를 납치한 사악한 용을 쓰러트려, 개심시킨 뒤 아내로써 맞이하는 용자의 이야기.
사막의 피라미드에 잠든 보물을 노리다가, 무덤의 수호자들에게 습격당하는 모험가의 이야기.
황폐해진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물에게 스스로 몸을 바친 정령사 소녀의 이야기.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들은 모두, 마지막엔 인간과 마물이 맺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저는 박수를 치면서, 좀더, 좀더 하고 어머니께 졸라대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늘 그렇듯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꿈에서 깨어나면…하고 말하셨습니다.
제가 6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을 보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저.
그것은 바나나처럼 보이는, 이상한 색의 과일이었습니다.
그것은『네부리 열매』라는 이름의 과일이었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간식이라면서, 아버지는 그걸 상자 한가득 담아주셨습니다.
흥미가 생긴 저는, 그 중에서 하나를 집어서, 합 하고 물었습니다.
순간, 입안에 퍼지는, 뺨이 녹아버릴 정도로 향기로운 맛.
저는 순식간에『네부리 열매』(*역주 : 검붉고 핥으면 나오는 하얀색 액체를 먹는 마계과일)에 사로잡혀, 무아지경으로 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만족한 듯 끄덕이며 바라보는 아버지.
문뜩, 무슨 생각이 드신 듯, 아버지는 바지를 벗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자 동시에, 어머니의 철권이 아버지의 뺨을 파고들더니, 아버지를 벽까지 날려버리셨습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그만큼 화난 어머니를 본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10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멋진 사람과 만났습니다.
생일을 맞이한 그날, 어머니께 어떤 것을 건네받은 저.
그것은 펜던트였습니다. 어머니가 언제나 몸에서 떼어두지 않던 펜던트.
예전부터 제가, 나도, 나도 하면서 그녀에게 졸랐던 것입니다.
제 목에 펜던트를 걸면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10번째 생일, 축하해. 이건 그 기념이란다』
그 빛나는 반짝임에, 저는 기뻐서 방방 뛰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빙긋 미소 짓는 어머니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아버지.
기쁜 나머지 춤까지 추던 제 뒤에서, 아버지는 어머니께 무언가 말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제가 25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원만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올빼미 우는 만월의 밤, 생각치도 못한 광경을 목격한 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침대에서 얽혀, 운우를 나누고 계셨던 것입니다.
저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정사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풍성한 가슴에 키스하며, 격렬하게 허리를 흔드는 아버지.
아버지의 굵은 목을 핥으며,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어머니.
그것은 제가 모르는 부모님의 모습이면서, 제가 모르는 세계였습니다.
요염한 교성이 귀에 닿을 때마다, 제 가슴속에 무언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질투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에 대한 질투였습니다. 그리고, 동경도.
아버지에게 있어선 어머니가, 어머니에게 있어선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구나.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누군가를 가장 사랑하고 싶어, 가장 사랑받고 싶어….
두 사람의 사랑의 그림자에 숨으며, 저는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태어나 처음,『성애(性愛)』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53살일 때, 당신의 선조는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둥글게 부푼 어머니의 배에 귀를 대며, 눈을 감은 저.
쫑긋 세운 귀에 닿는, 작은 심장소리. 제 동생. 삶의 고동.
배를 쓰다듬은 어머니께 여쭤봤습니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이름은 뭘로 할까?
귀여운 애일까? 날 보고, 언니란 걸 알아줄까?
쉴새 없는 질문에, 어머니는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셨습니다.
그러자, 곁에서 아버지가, 어머니 대신에 제 질문에 답해주셨습니다.
그러네, 분명 널 닮은 귀여운 아이가 태어날 거란다.
이름은 언니가 지어주렴. 분명 동생도 기뻐할 거란다. 그치, 마마.
뭐어, 걱정마렴. 네가 언니라는 건, 이 아이도 벌써 알고 있을 테니까.
저는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띄웠습니다.
아아, 난 언니가 되는구나. 이 애의 언니가 되는구나.
다시 한 번, 어머니의 배에 귀를 기울이며, 저는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제가 59살일 때, 당신의 피는 용자의 혈통을 약속받았습니다.
동생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며 노는 저.
하지만, 끈적끈적한 동생의 몸은 정말로 느렸습니다.
저는 그것을 놀리면서, 언제나처럼 그녀에게 악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금방 울면서, 어머니 곁으로 도망쳤습니다.
동생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늘 그렇듯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언니니까, 동생한테 잘해줘야지』
그 말이, 저는 정말로 싫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서부터, 부모님은 그녀만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면서도, 외톨이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동생만 이뻐라 하는 걸까 하면서, 매일매일 기분이 나빴습니다.
꾸중듣고 시무룩해진 저는, 근처 냇가에서 똬리를 틀면서.
손에 들린 돌맹이를 던지며, 갈곳 없는 불만만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62살일 때, 당신의 선조의 모험담은 세상에 널리 퍼졌습니다.
동생의 몸에 손을 넣곤, 보물을 되찾으려는 저.
그녀는 언제나처럼, 제 소중한 물건에 손을 대버린 것입니다.
아플 턱이 없으면서도 아파아파 하는 동생.
그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금방 달려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동생한테 떼어놓으신 뒤, 무서운 표정으로 말하셨습니다.
『언니니까, 동생한테 잘해줘야지!』
언제나의 말. 저를 꿰뚫은 한마디.
평소엔 그렇게 부드러운 어머니가, 제게 화를 내면서….
저는 억울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습니다.
내 것을 빼앗은 건 동생인데. 나쁜 짓을 한건 동생인데.
하지만, 그 마음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저는 눈물을 흘리며 집에서 뛰쳐나왔습니다.
항상 도망쳐온 냇가에서, 꼬리를 말고 엉엉 우는 저.
오열이 별하늘에 퍼지며, 눈물은 시냇물 사이로 사라져갔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문득 주위를 보니, 어느새 아버지께서 제 옆에 계셨습니다.
시선을 눈치 챈 아버지는 미소와 함께, 제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셨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셨습니다.
『…펜던트니? 가져갔다는 게』
아버지의 말에, 저는 말없이 끄덕였습니다.
땅바닥의 풀을 뜯고, 그것을 비비면서, 중얼거리듯 말하시는 아버지.
『그건 말이지…, 파파가 마마에게 선물해준 거란다. 결혼할 때 말이지』
그 말에, 저는 놀라서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달과 같은 고요함을 감은 채,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펜던트는, 아버지가 결혼반지 대신에 어머니께 선물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제게 선물하셨을 때, 어머니께 왜 그것을 주었냐고 물어보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에게도, 자신과 같은 기쁨을 주고 싶다고.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마음을 담은 선물을 받는다는 기쁨을….
아버지의 말에, 저는 눈썹을 찌푸렸습니다.
하지만, 의문을 말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추억은 줄 수 없으니까…라고, 마마가 말하더라』
풀로 만든 작은 배를, 냇가에 띄워 보내며.
아버지는 배가 가는 그 앞을…, 그 머나먼 앞을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그 표정은, 마치 옛날 일을 떠올리는 듯도 했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저를 껴안아 올리시는 아버지.
배고프지, 돌아갈까… 하고, 만면에 미소를 떠올리시며.
그 한마디에, 그제서야 제 입에선, 한마디가 세어 나왔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께선 너글너글 웃으시면서 말하셨습니다.
『언니도 힘들지. 고생한다.』
제가 389살일 때, 당신은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8자매의 장녀로서, 오늘도 동생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저.
특히 막내는 울보라서, 언제나 곁에 있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막내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흔들거리며 어르고 있노라니.
동생들을 끌고 다니시던 어머니가, 마침 그곳에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제 곁에 앉고선,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거셨습니다.
『이제 언니가 다 되었구나』
그 말에, 저는 쑥스러운 웃음으로 대답했습니다.
조용히 미소 짓는 어머니. 제 어깨를 감싸며 상냥히 끌어오셨습니다.
『고마워…』
문뜩 전하시는, 감사의 말.
보니, 어머니께선 눈가에 눈물을 띄우고 계셨습니다.
놀랐지만, 저는 아무 말도 없이, 어머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습니다.
따뜻한 어머니의 몸. 몇 년 만일까요, 이렇게 어머니께 어리광부리는 건.
그녀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렸을 적 들은 자장가를 부르셨습니다.
천천히 잠에 빠져드는 의식. 막내도, 다른 동생들도, 저도.
우리들은 어머니의 상냥함에 안기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선율에 조금씩 섞이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제가 404살일 때, 당신은 용자의 지위를 받았습니다.
집 근처 언덕에서, 인간이 사는 마을을 바라보는 저.
최근, 묘하게 신경 쓰이는 냄새가, 저 마을에서 풍겨오는 것이었습니다.
먹을 건가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달랐습니다.
맡고 있으면 배가 헛헛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조금 묘했습니다.
잘 구워진 빵 냄새도 아니면서, 건더기 가득한 스프의 냄새도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왠지 이 공복감은, 어머니의 요리를 한가득 먹어도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어머니께 이 일에 대해 상담해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두 손을 뺨에 대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아버지를 불러서, 제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놀라셨습니다.
두분 다 씨익 웃으시길래, 정말 기묘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납니다.
그날 밤은, 누구 생일도 아니면서 호화찬란한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기분 좋아보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대체 부모님이 왜 저러시는 걸까. 저렇게 들뜨셔서….
저는 찰밥(*1)을 한가득 입에 물면서, 그저 고민할 뿐이었습니다.
제가 405살일 때, 당신은 모험을 떠났습니다.
『네부리 열매』를 먹으며, 오늘도 마을을 바라보는 저.
그러고 있노라니, 마을 입구에서 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순간, 제 코가 진한 냄새를 맡곤, 강하게 빨아들였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왜냐면, 정말 예상외였으니까요.
그래요, 냄새의 정체는, 그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공복의 의미를 이해하며, 제 가슴은 세차게 두근거렸습니다.
과연, 어머니의 요리로 채워질 리가 없었지.
제 몸이 바라던 것은,『식욕』이 아니라『성욕』이었으니까요.
감정에 떠밀려, 저는 단박에 언덕을 달려나갔습니다.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냄새, 맥박치는 가슴. 강해지는 마음.
그것은 마물의 본능이면서, 한눈에 반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냥감을 노리는 뱀의 질주는, 대지에 물결을 남기며.
막 여행을 떠난 젊은 용자의 눈앞에, 마물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그는 깜짝 놀라며, 힘껏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그의 반응에, 똑같이 놀라버리는 저.
설마하니 저도, 그렇게까지 놀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는 바로 그에게 사과하며, 그 부드러운 손을 잡곤 일으켜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 손을 쳐버렸습니다.
거기에, 성스러운 기운을 두른 검을 뽑아, 그것을 제게 겨누었습니다.
그 대응에, 저는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어째서 그는, 제게 검을 겨누는 것일까요.
놀래켰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화난걸까요.
곤혹스러웠긴 하지만, 저는 제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며, 필사적으로 사과했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가 검을 내려줄 때까지 사과를 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그는 처음엔 노성이나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그 소리도 작아져, 나중에 가선 검을 거두어주었습니다.
오해가 풀린 것이었습니다. 저는 휴 하고 한심하며,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가가자, 그는 다시 손잡이를 잡곤 자세를 잡았습니다.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그는 제 무엇을, 그렇게나 경계하는 걸까요.
수수께끼이긴 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가갈 순 없어도, 말은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고 생각하며, 저는 가슴속에서 주먹을 꼭 쥐었습니다.
언젠가 그곳에 있던, 어머니께 받은 펜던트에서 용기를 받으며.
부모님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 제 모든 마음을 담으며….
저는…그에게 고백했습니다.
그의 냄새가 신경 쓰인다는 것,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는 것.
안아주었으면 하고 몸이 바라고 있다는 것…. 전부, 솔직하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정을, 생각나는 대로 토해내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점점 새빨갛게 되어갔습니다.
저는 제 마음에 떠밀려,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금방 자세를 취하는 그.
하지만, 베여도 좋다는 각오와 함께, 저는 그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귓가에, 끝없이 사랑의 말을, 그에게 흘려 넣었습니다.
맞닿은 가슴과 가슴은, 제 고동을 그에게 선명하게 전해주고 있었겠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그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저는 떨면서, 그에게 전했습니다.
…몇천의 말이 전해졌을까요.
갑자기, 그의 여린 팔이 제 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멈춘 호흡. 바라보는 눈동자. 곤두선 신경.
그는, 아까와 같은 분노에 찬 목소리와는 대조적인.
정말로 상냥한…사랑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도…』
그 순간, 제 속의 무언가가 요동쳤습니다.
저는 그를 안고, 왔던 길을 돌풍처럼 달려갔습니다.
언덕을 넘고, 동굴에 들어가, 돌아왔다는 말도 없이 우리 집으로.
마중나온 동생들조차 신경쓰지 않고, 곧장 제 방으로 뛰쳐 들어갔습니다.
거친 숨소리, 저는 그를 침대위에 쓰러트렸습니다.
떨고 있는 그. 무서웠겠지요. 아직 어린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때 당시 저에게, 그에게 신경써줄 여유 따윈 없었습니다.
욕망이 이끄는 데로, 몸을 감싼 갑옷을 벗기고, 옷을 뜯어버렸습니다.
새끼 고양이처럼 움츠러든 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은, 그저 제 흥분을 더할 뿐.
저는 땀에 젖은 그의 옆구리를 핥으며, 수컷을 탐하는 기쁨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날, 저와 그는, 끝없는 사랑의 맹세를 나눴습니다….
제가 406살일 때, 당신은 응석받이였습니다.
부모님이나 동생의 눈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와의 정사에 빠진 저.
아니, 오히려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랑하듯이.
그에 반해, 그는 정말로 부끄럼쟁이였습니다.
동생들이 거칠게 박동하는 그의 것을 가까이서 보려고 하면,
그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필사적으로 양손으로 가렸습니다.
저는 그게 사랑스러워서, 그만 그를 놀리는 것이었습니다.
모두의 앞에서 배뇨시키거나, 음란한 말을 외치게 하거나….
저는 그를 매일같이 사랑했습니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식사에, 목욕에, 취침, 모든 것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도, 저를 끊임없이 바래왔습니다.
놀림 받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섹스를 바랬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했다는 증거겠지요. 원하고 원해지면서.
그것은 마치, 그날 보았던….
어렸을 적 본,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409살일 때, 당신은 여성을 울렸습니다.
그의 귀가가 늦어져서, 현관문에서 똬리를 튼 저.
마을에 간다는 말과 함께, 벌써 10시간째, 돌아올 기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달아, 몇 번이고 그를 마중 나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머니가 저를 제지하며,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꼴사납게도, 저는 어머니처럼 인화의 술(人化の術)이 능숙하지 못했습니다.
그 모습대로 간다면, 인간들을 놀래켜 버릴 것이라고, 어머니는 저를 구박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저를 걱정하듯 저도 그가 걱정이었습니다.
저는 차녀의 뺨으로 장난치면서, 어떻게든 기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너무 장난친 나머지, 그녀의 뺨만 레드 슬라임이 되버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집 현관이, 소리와 함께 열렸습니다.
뒤돌아보니…그 입니다. 로브와 후드로 몸을 감춘 그.
저는 바로 그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껴안았습니다.
꼬리를 감아, 있는 힘껏 조아 올렸습니다. 아프다고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걱정끼친 그가 나쁜 거니까. 이건 벌입니다. 저를 외롭다고 생각하게 한 벌….
문득,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제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내밀어진, 작은 상자가 하나.
제가 무엇인가 하는 듯 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원(元)용자였던 그는 미소지었습니다.
『늦어서 미안』
말과 함께, 열리는 작은 상자.
그 안에는…반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뱀의 모습을 한 링에, 새빨간 루비가 박혀있었습니다.
『선물. 오늘, 생일이잖아?』
그의 말에,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하지만, 금방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작은 방에 울려 퍼지는, 따스한 눈물 떨어지는 소리.
눈물이 많은 아버지는, 저보다도 큰 소리로 훌쩍이셨습니다….
제가 487살일 때, 당신은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커다래진 배를 쓰다듬으며, 거기에 깃든 생명을 느끼는 저.
똑같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어리광쟁이 남편과 사람 좋은 아버지.
어머니는 웃으면서, 두 사람이 더 애기같다고 했습니다.
부끄러운듯 웃는 그에 반해서, 아버지는 귀를 쫑긋 세울 뿐이었습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을 확 뜨시더니, 소리 지르셨습니다.
『야, 움직였다! 움직였다고! 자, 너희들도 와봐!』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필사적으로 손짓하면서, 들어보라고 재촉했습니다.
그 말대로, 꼬리를 둥글게 말고, 배에 고양이 귀를 데어보는 삼녀.
그 간질간질한 느낌에, 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욘석, 너는 움직이지마! 애기가 움직이는지 어떤지 모르겠잖아!』
화내는 아버지를 보며, 저도, 어머니도, 모두가 웃어버렸습니다.
혼자서 투덜투덜 화내며, 너희들 말야…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아버지의 모습.
그 머리에는, 아주 조금, 흰머리가 섞여있었습니다.
제가 722살일 때, 당신은 육아에 쫒겨 살고 있었습니다.
막 태어난 칠녀에게 모유를 먹이는 저.
말 같은 하반신을 가진 딸은 맛있다는 듯 젖을 빨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노라니, 그가 숨을 몰아쉬며 방에 들어왔습니다.
들어보니, 삼녀의 팬티랑 오녀의 양말, 육녀의 솜인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간단히 한마디 하며, 옷방에서 삼녀의 팬티와 오녀의 양말을,
장난감 상자에서 육녀의 인형을 꺼네 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마가 없으면 안돼겠네…하고 뺨을 긁적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칠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목에는 가는 실에 매어진 뱀 모양의 반지가. 그 새빨간 루비가 박힌….
이 아이에게도, 부디 우리들과 같은 만남이 있기를.
제가 814살일 때, 당신은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손을 마주잡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앞에, 눈물을 참을 수 없던 저.
부모님의 몸은 차갑게 식었지만, 하지만, 표정은 부드러웠습니다.
8명의 딸과 8명의 사위, 89명의 손주와 증손주에게 둘러쌓인 채, 아버지와 어머니는 영원한 잠에 드셨습니다.
두분을 관에 넣어드릴 때, 막내 동생이 어머니께 다가가, 그 목에 무언가를 걸어드렸습니다.
그것은, 언젠가 어머니께서 제게 선물해주신 펜던트였습니다.
두 분의 사랑의 증거. 그것이 지금, 어머니께 돌아간 순간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곤, 휘청이는 제 몸.
우리 8자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에 매달려, 엉엉 울었습니다.
그 어깨를 살며시 감싸주는 8명의 사위들. 그 모두가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대지가 젖어있었듯이.
그들이 바라보는 하늘은, 분명 젖어있었겠지요….
제가 945살일 때, 당신은 할아버지였습니다.
장녀의 남편한테서 선물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저.
작은 방에는, 넘쳐나는 아이들로 한가득 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서, 할머니, 할머니 하고 저를 불렀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래그래 하고 대답해주며, 그녀들을 꼬리로 품어주었습니다.
꺄꺄 거리는, 즐거운 듯한 소리. 언젠가 제가 내던 그 소리.
저는 웃음지으며, 아이들의 웃는 얼굴 저편으로, 그 예전의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는 뭐하고 있었냐고 하면, 한 곳에서 빙긋이 웃으며,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그것을 받으면, 감사와 함께, 나이 먹은 그를 용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 그는 가슴을 피곤, 무용담이라는 이름의 우리의 첫 만남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그녀들의 부모도, 그리고 저도, 그의 머나먼 옛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은 달콤하고, 눈부시고, 따스하고,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추억이었습니다.
제가 978살일 때, 당신은 곁에 있었습니다.
냇가에 서있는 그, 그의 곁에 몸을 기댄 저.
우리들은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서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흘러가는 냇가에, 저는 그 옛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물은 끊임없이 흐릅니다. 정말 천천히 이긴 하지만….
조각배를 띄우면, 끝없이 흘러가, 언젠가 가라앉고 말겠지요.
하지만, 흐름이 없다면 배는 나아갈 수 없지요. 흐름은 거꾸로 흘러가게 되지도 않지요.
배는 냇가를 흘러가기 위해서, 그 끝에서 가라앉기 위해서 태어납니다.
하지만, 배는 잊지 않겠지요. 흘러가는 도중에 본, 수많은 빛나는 풍경을.
펼쳐진 꽃밭을. 새빨간 저녁노을을. 날아가는 나뭇잎을. 고요한 달을.
고개를 들자, 그와 시선이 얽혔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살며시 입술을 내밀었습니다.
…느껴지는 열과 열. 그날과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도 이렇게, 저를 사랑해줍니다.
저는 이 순간을, 영원히 가슴속에서 되새기겠지요.
제가 999살일 때, 당신은 함께였습니다.
마주잡은 손은, 서로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마음은, 지금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저도. 그도.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무서운 것은 없습니다. 슬픈 것도.
이렇게 우리들은 함께 있으니까요.
설령 그 때를 맞이하더라도, 떨어질리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한마디.
이것만큼은, 지금밖에 전할 수 없으니까.
어머니가 언젠가, 제게 해주셨듯이.
『여보…』
제가 가장 사랑한 당신께.
저를 가장 사랑해준 당신께.
이 한마디를.
『고마워요…』
저는, 살며시 눈을 감았습니다….
 
 
당신이 행복했을 때, 저는 행복했답니다.
■주석
*1 찰밥 : 일본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빨간 팥밥을 지어줍니다.
빨간색은 축하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지요.
 
 제목을 보고 이상한 내용을 상상한 제가 부끄럽네요.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운도 남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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