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탐식 외전 그 7 떨리는 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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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시타 유우지는 낮도 밤도,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연인인 사토 에미코를 믿으려고 하는 마음과 의심으로 얼룩진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에미코가 친가의 법사에서 돌아온 몇일 뒤, 에미코가 혼자서 목욕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의 스마트폰과 백에 있는 작은 수첩을 조사해보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착신과 문자에는
수상한 것은 없었고, 수첩에는 잘 알지못하는 내용이 세세하게 쓰여져있었지만, 이렇다할 딱히 의심스러운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메일은 삭제가능하지만, 거기까지 의심하면 끝이 없다.
속옷장을 조사해봤더니, 이번엔 제대로 보라색 섹시 브래지어와 팬티가
나란히 들어 있었고, 역시 그 날은 여기에 없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이력과 메일도 보았지만, 딱히 의심스러운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쌓이고 쌓여도, 역시
마음에 자리잡은 의심의 마음은 걷힐리가 없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을 추궁했을 때도, 전파상태가 안좋았었다고
대답했다. 에미코의 친가는 센다이에서도 시골쪽에 있고, 특히
에미코의 휴대전화 회사는 전파가 닿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나 걱정했었다고…..”
그렇게 말하며 물고 늘어지는 키노시타에게, 에미코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짓는다.
“친가니, 괜찮다니까….”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라는 얼굴이다.
확실히 평소부터 회사에서도 늘 얼굴을 마주하고 있고, 동거하기 시작하고
나서 매일 만날 수 있으니 전화와 문자의 사용은 크게 줄었다. 그래서,
키노시타가 왜 그렇게 걱정하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는 듯한 에미코에게는 이상하리라.
“너 설마하니….”
“…..응? 뭘? “
『바람피고 있는거야?』 라고 목까지 올라왔지만,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는 연인에게 그 말을 삼키고 만다.
그런 어느 날.
(후우~….)
여비와 경비의 정산이 밀려 있던 키노시타는, 간신히 정산서를 쓰고 나서 한숨을
돌렸다. 어느 가게에 누구와 갔는지, 목적은 뭔지부터 시작해서, 전차와 지하철, 버스, 택시등의
여비를 계산해 신청하는 것이 귀찮아, 몇 개월분의 여비정산이 밀려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든 끝마치고, 필요한 영수증을 붙여 그 고난한 작업에서
겨우 해방된 것이다.
(그럼, 들고 갈까….)
키나시타가 일하는 신토요광고회사에서 경리 플로어에 정산서를 제출하는 박스가 있으며, 정산서를
영수증과 함께 넣도록 되어있다. 관리 여직원에게 부탁해도 됐지만, 기왕이면
일하는 중인 에미코의 얼굴을 보려고 생각한 것이다.
경리 플로어에 가서 냉큼 정산서를 박스에 넣고는, 목을 뻗어 에미코의 자리를
보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없는 건가…….)
조금 실망해서 다시 엘리베이터쪽까지 향할뻔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안쪽 계단을
사용하기로 한다. 여기서 자신의 부서는 2층거리밖에 안되니
대단한 고생은 아니다. 특히 최근은 몸을 쓰지 않았으니, 이것도
좋은 운동 기회일지도 모른다.
옅은 회색의 방화문을 열고 계단이 있는 층계참으로 나가려 했을 때, 생각지못한
광경에 맞닥뜨렸다.
그것은 계단 옆에 있는 보통 사람이 없는 창고 안에서, 뭔가 즐거운듯이 웃으면서
나온 에미코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키노시타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올라올 것
같았다.
(저녀석[나구라]…….!!!)
장신의 나구라가 뭔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인지, 에미코가 즐거운 듯이 쿡쿡 웃으며
나구라를 살짝 때리는 동작을 한다. 문을 막 열고 나온 듯, 키노시타를
깨닫지 못하고 둘이서 거기서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에미코는 뭔가 기쁜 모양으로, 저 존재감없는 짐사원과 분명하게 즐거운 듯 이야기하고 있다.
나구라를 올려다보는 그 표정은, 기분 탓인가 상기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타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제 방화문을 닫은 키노시타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분노로 표정이 바뀌어 있고, 그 얼굴은 지금이라도 나구라를 씹어죽이려는
기세였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나구라와 에미코는 키나시타를 눈채치고 놀란 듯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키노시타가 화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아무말 않고 가만히 있다.
“….에미코오……….”
이를 악무는 목소리로 간신히 그 말만을 입에 담은 키노시타였지만, 나머지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분노로 정신을 잃어, 자신이 연인을
회사 안에서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어딘가 멍해있는 나구라에 반해, 에미코의 대응은 신속했다. 노려보는 키노시타의 시선에 지지 않게 얼굴을 들더니, 자연스런 발걸음으로
키노시타쪽으로 걸어간다.
“회사에서 이름으로 부르면 안되잖아요, 키노시타군. 나구라씨라면 괜찮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들켜버려요….”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저
녀석과….”
“뭘 하고 있었냐니….일인게
당연하잖아요? 나구라씨가 옛날 정산서를 와카무라과장에게 들고오라는 지시를 받아서, 함께 창고에서 찾고 있었던 거에요….”
그 너무나도 명료하고 유창하며 논리적으로 대답하는 에미코의 말이, 키노시타는
갑자기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던 대답같지 않은가.
“…..큭…..그, 그런……”
그런 변명이 먹힐거 같냐고 목까지 말이 나왔지만, 말로 잘 나오지 않는다.
“응 그럼, 고마워, 에미코짱……”
“응. 천만에요……”
두 사람의 분위기를 느낀 나구라가, 계단을 이용해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어이. 기다려!! “
“자, 잠깐…..그만해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쫓아가려고 하는 그 몸을 붙들려고 에미코가 키노시타에게
안겨들었다. 앞으로 나서 나구라를 붙잡으려 하는 키노시타의 허리에 매달려, 혼신의 힘으로 붙들어세운다.
“그만해요!! 나구라씨는
관계 없잖아!! “
“자, 장난치지마!! “
관계없기는커녕 넘친다.
이 녀석이 지금 인기척이 없는 곳에서 에미코와 만나고 있던 것이 가장 큰 증거다. 그렇게
싫어하는 남자와 웃으며 이야기하다니, 정말 어떻게 된거냐.
하지만 나구라는 의외로 빠른 움직임으로 계단을 큰폭으로 휙휙 뛰어올라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기다리라고! “
“꺄아악! “
나구라를 쫓아가려고 했을 때, 반사적으로 팔을 휘들렀기 떄문에 에미코의 얼굴에
팔꿈치가 부딪혀버린 듯 하다.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붙잡고 웅크리는 에미코에게, 키노시타도 움직임을 멈춘다.
“괘…..괜찮아……?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서있는 키노시타와 바닥에 웅크린 에미코에게, 어딘가 얼빠진 총무부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 키노시타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철제 방화문을 닫았기 때문에, 확인하러 온것이리라. 밝은 오피스에서의 역광 안에서 무슨 일인가
하고 흥미를 가지고, 몇 명인가가 이쪽을 엿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즉시 몸을 일으키더니, 에미코는 뒤도 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그 문쪽으로 향했다. 에미코는 그대로 부끄러운 듯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엿보고 있던 구경꾼들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싿.
철컹하고 금속끼리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다시 방화문이 닫힌다.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된다.
(뭐냐고….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왜 이렇게 된거냐고…….)
대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남은 키노시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을뿐이었다.
그로부터 키노시타와 에미코는 서로간에 자신들이 예전 같은 관계가 아니게 됐음을 깨닫고 있었다. 어딘가 삐걱삐걱거리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두 사람의 동거생활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에미코의 얼굴에는 지금도 희미한 흔적이 남아 이썽, 그것이 키노시타를 괴롭힌다. 에미코도 입으로는 내뱉지 않지만, 그 날이후 한번도 웃어주지 않는다.
“……우리들……..이제 헤어질까……..”
그렇게 툭하고 에미코가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계단의 층계참에서 키노시타가 에미코와
나구라와 맞닥뜨린 1주일 뒤였다. 조용한 저녁식사를 함께
먹은 뒤, 거실에서 마주 앉아있다. 오늘도 해질녁부터 함께
있었지만, 거의 이야기다운 이야기는 없었다.
“…………”
“…………”
서로간에 침묵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에미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들, 언제부터 이렇게
된걸까……어째서, 어째서,
이런식으로 된걸까……..”
그래도 키노시타는 아래를 쳐다본채 대답하지 않는다.
“…..이제, 이제 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이제, 뭘 믿으면 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단 말야……….”
에미코는 울고 있는 듯 했지만, 키노시타는 그것을 신경쓸 여유조차도 없었다. 오열을 참으면서 우는 에미코의 옆에서, 정말로 슬픈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 구나하고 키노시타는 처음 알았다.
다음 토요일. 에미코는 나가 있었다.
당분간 친구의 집에 신세를 지면서, 짐은 나중에 옮긴다고 한다.
“그럼……..”
그렇게 말하며 현관에서 나가려 하는 에미코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뒤돌았다.
“이거, 돌려줄게……”
그것은 몇 개월전의 행복의 절정이었을 때, 에미코에게 준 크리스마스선물인 목걸이였다. 그것을 받은 키노시타는, 뭔가를 말하려다 다시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럼, 안녕…….”
에미코는 평소처럼 귀여운 얼굴로 작게 미소짓고는, 그대로 보스턴백 하나를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남은 것은 현관에서 목걸이를 움켜쥔채 선 키노시타와 에미코가 남긴 달콤한
향기뿐이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에미코가 없는 생활에도 서서히나마 익숙해졌지만, 마음에 생긴 구멍은 메워질 것
같지 않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에미코가 자신에게서 떠나고 만 것이다.
그 원인을 만든 것이 자신인지 에미코인지, 키노시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이제 두번다시 그 행복한 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에미코와 헤어지고 나서, 일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에미코와 함꼐였던 시절은 절호조였던 실적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고객을 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금 잘 해온 상대와도 미스를
지적당해 몇군데쯤 거래가 끊긴 곳도 있다.
“무슨 일이야~. 걱정거리가
있다면, 상담해줄게. “
그렇게 말하며 항상 걱정해주는 같은 과의 멘토인 미시마의 얼굴을 보자, 울 것같아진다.
원인은 알고 있다.
자신이 이런 어두운 기분이니 그것이 그대로 얼굴에 나와버려, 고객에게도 불평인
것이다. 에미코와 함께 했던 때는 매일이 장미빛으로, 만나는
사람에게도 밝게 이야기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력도 없어져버렸다.
바뀐 것이라고 하면 또 한가지 있었다.
같은과의 타나카 에츠코에게 유혹받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에미코와 헤어진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변화였다. 하지만 당분간
여성은 넌더리나는 키노시타였으니, 에미코와 헤어지고 나서는 한번도 회사이외에선 만나지 않았다.
“오늘 밤, 잠깐 어울려주지
않을래? “
그때, 그렇게 말을 건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니카이도 유미다.
키노시타와 에미코와 동기로, 사장비서를 맡고 있는 미녀가 그렇게 회사 복도에서
말을 걸어온 것이다.
“가끔은 괜찮겠지? “
그렇게 말하며 요염하게 웃는 유미의 얼굴을 보고, 키노시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바는 도내에서도 부유한 여성이 모이는 거리의 눈에 띄지않는 장소에 있었다. 언뜻
보면 밖에서는 잘 알 수 없도록 하는 구조가 되어, 업계인의 숨겨진 명소가 되어있는 듯 하다.
그 바의 1인용 의자에 나란히앉아, 키노시타와
유미는 알코올과 바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애당초 즐기고 있는 것은 유미뿐으로, 키노시타는 무거운 마음을 매단채로 그 분위기에 당혹해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기운이 없네……역시 에미코짱의
일? “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거침없이 핵심을 찌르는 유미에게, 키노시타는 바라보고 있던
잔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유미의 단정한 미모의 얼굴을 바라본다. 브라운에 물들여진 머리는 가볍게 웨이브져서, 굴곡이 뚜렷한 서양풍의 미녀인 유미의 얼굴에 딱 어울리고 있다.
“뭔가 알고 있어? “
그렇게 묻는 키노시타에게 유미는 옅게 웃으며 손안의 잔의 내용물을 전부 마셨다. 다가온
바텐더에게 드라이마티니를 다시 한잔 주문한다.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이야기하면
길어져……..”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유미의 얼굴은 수상스럽지만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당신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지? …….그걸로 괜찮겠어? “
그 말과 표정에서 눈 앞의 미녀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것을 이해했다.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유미는 자신과 유미코 사이의 사건도, 자신의 괴로움과 고뇌도 알고 있는 것이다.
“……..나, 나는…..”
키노시타는 조용하게 유미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에미코와 첫 데이트부터, 왜 헤어지게 되었는가를,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정확하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만남. 에츠코의 관한 것. 속옷과
키스마크, 거기에 회사에서의 일.
이야기하면서 에미코와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눈물이 나왔다.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 수가 없다. 결국 자신은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도 알지 못하고, 깨닫고 보니 이런 상태가 되어 있었다. 에미코를 잃고 싶지는 않았을텐데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키노시타에게 자신이 여성에게 진심이 된 첫 사랑으로, 지금까지
사귀어온 여성과의 그것과는 확실히 달랐다는 것.
무론 지금까지 많은 여성과 사귀어온 키노시타이니 당연히 많은 여자들과도 헤어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말하자면 옷을 갈아입는 듯한 것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것으로 갈아입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미코는 다르다. 에미코는 확실히 일순간이긴했지만, 그 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겁쟁이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의혹과 불안과 초조가 자신을 괴롭혀도, 에미코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이다.
“가르쳐줘……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거야……”
이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말을 마친 키노시타는 유미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그 표정은 헤매이는 자신의 대답을 찾는, 순진하고 무구한 구도자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