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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야설 MC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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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79 회 작성일 24-01-21 09: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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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영이 [발견]된 것은 경도의 북문 인근에서였다. 그녀의 신분을 몰라본 경비들이 한밤중에 성문을 두드린 그녀를 거의 죽일 뻔 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수문장이 그녀가 가진 공무패를 알아보았던 덕에 그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력으로 심강(번서)의 감금에서 탈출했다고 했다. 고달픈 도주 행각으로 인해 상당히 초췌해지기는 했지만, 그녀가 무사히 돌아온 덕분에 태후의 분노도 잦아들었다. 그녀의 순결까지 확인한 태후는 심강(번서)에 대한 공식적인 수색령을 철회했고, 궁내부에도 평화가 돌아온 듯이 보였다. 궁에 돌아와서 사흘을 먹고 씻으며 쉰 다음, 주자영은 궁내부 감찰 장의 직책에 복귀했다.

 

사경을 헤메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도 금추춘은 살아 있었다. 황국에서 가장 저명한 의원에 속하는 어의가 쓴 약은 번서가 쓴 독을 해독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의 목숨을 붙여 두고 있었던 것이다. 궁에 돌아온지 나흘 때되던 날의 묘시 무렵, 아침 문안과 식사를 마친 주자영은 금추춘을 병문안 했다. 평소에 교분은 없었지만, 어쨌든 태후와 가까운 사이고 높은 지위에 있는 중시였으므로 그녀가 병문안을 할 명분은 충분했다.

 

금추춘의 병상을 지키던 다른 내관들을 물리친 후, 주자영은 품 속에서 하나의 옥병을 꺼냈다. 그것은 번서가 금추춘을 중독시켰을 때 썼던 고였지만, 그때보다 약간 개량되어 있었다. 옥병을 막고 있던 밀랍을 제거하고 그 입구를 피부가 드러난 손등에 가져간 것 만으로, 옥병에서 나온 고는 금추춘의 피부 안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그것까지 확인한 후 옥병을 갈무리한 주자영은 하나의 서찰을 그의 베개 아래에 두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금추춘이 서서히 회복증세를 보이는 동안 주자영은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번서의 서찰로 인해 그 소인배는 번서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재확인 당했다. 그리고 이제 번서의 요구도 한층 발전(?)해, 이제 금추춘은 자신이 목록화 해서 번서에게 건네 준 대왕실 보고(寶庫)에 있는 보물들을 하나씩 빼돌려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는 태후에게 헌상된 갖가지 귀한 포목이나 보석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들키면 즉시 목이 달아날 상황이었지만, 이미 번서에게 반항할 경우 야기되는 결과를 뼈저리게 체험한 후다. 금추춘에게 있어 태후는 번서의 필요보다 후순위가 되어 있었다.

 

물론 번서는 빼돌린 보물들을 쌓아 두지 않았다. 번서의 노예 중 서봉은 거래에도 상당한 재주가 있어, 이렇게 빼돌린 물건 중 금은 장식품이나 보석류, 포목 등을 곧잘 돈으로 바꾸어 왔다(장물을 처리하는 느낌이지만, 액수가 큰 만큼 상당한 재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돈으로 그는 자신과 노예들을 위한 소모품들을 사고, 경운경의 광산에도 추가의 투자를 하는 한편, 유준에게도 꾸준히 자금지원을 해 나갔다. 그리고 그의 자금지원을 받은 유준이 상주와 중주의 접경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의적]으로 이름을 높여 가는 동안, 번서는 자산성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물론 아무 목적이 없는 방문은 아니고, 여러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번서가 자산성을 다시 찾은 것은 거의 일년만이었다. 마영달이 죽은 후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던 자산성이었지만, 새로운 마왕으로 부임한 후족방(後足房)은 윤숭의 측근이라는 점은 똑같았지만 전임자이던 마영달과 달리 쓸데없는 낭비를 벌이거나 여염의 여자를 마구 농락하거나 하는 병신짓을 노골적으로 벌이지는 않고 있어서, 분위기는 대체로 평몬했다.

 

번서의 노예들 대부분(국무령 자매, 예하랑, 서봉, 당여월)이 이 자산성 출신이거나 인근의 대사막 등에 연고지를 가지고 있는지라, 이 오랜만의 복귀는 노예들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예하랑은 오색림에 있는 자신의 은둔지에 가 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번서는 잠시 자신의 볼일을 미루고 서봉과 예하랑을 동반한 채 오색림으로 향하게 되었다.

 

오색림은 자산성의 산쪽과 서쪽에 걸쳐 있는 거대한 혼성림(침엽수와 활엽수가 비슷한 비율로 섞인 숲)이다. 서로 다른 계절에 꽃을 피우는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계절마다 그 색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그 안에 다시 이름난 절경만 해도 세군데가 있었다. 호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승지이지만 또한 인간의 발길이 닿기 힘든 곳도 많아서, 은퇴 후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기에도 적당한 곳이었다. 당장 예하랑이 그랬으니까.

 

" 아, 모든것이 그대로군요. 먼지가 좀 쌓이긴 했지만... "

 

예하랑의 은둔지는 낮은 절벽 위에 위치한 평지였는데, 절벽 아래로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집 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경치도 좋고, 인간 세상과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으니 적당한 은둔지라 볼 수 있었다. 집을 비운지 일년이 넘은 지금이야 먼지와 거미줄과 잡초 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워낙에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해 두었던지라 집안의 기물들은 그런 방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무사했다.

 

" 아, 여기 있네요. "

 

예하랑이 꺼낸 것은 하나의 고풍스러운 부조 장식이 달린 목갑이었다. 그것의 안에는 두 자(60cm) 가량의 길이를 가진 권장이 들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원통형에, 양쪽 끝이 은색의 금속으로 마감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윤기가 도는 새카만 색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비범해 보이는 물건이었는데, 예하랑은 두 손으로 그것을 들어 번서에게 공손히 바쳤다.

 

" 용인(龍刃)이라고 불리우는 보물입니다. 십대보물에 들어가지는 못해도, 병기로써의 가치는 그에 못지 않은 것이지요. 제가 돌아오고자 했던 것은 이것을 위함이었습니다. "

 

권장의 몸통에 숨겨져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 단추를 누르자 권장의 양쪽으로부터 파란 예기를 발하는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다른 단추를 누르자 권장 부분이 둘로 분리되어, 두자루의 칼이 되었다. 튀어나온 칼날은 검(劍)이 아니라 도(刀)의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얇고 완만하게 휘어진 검신의 모양이 번서의 마음에 들었다. 칼날을 다시 갈무리하기 위해서는 손잡이 둘을 맞대어 붙인 다음 비틀어 고정시키면 칼날을 지탱하고 있던 힘이 빠져 칼집 역할을 하는 권장 안으로 숨겨지는 구조였다.

 

" 오호... 훌륭하군. "

 

번서는 이미 노예들 중 국무령이나 당여월로부터 검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물론 소위 상승무공의 절기급인 그녀들의 경지에 비한다면 사소한 호신술 수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2류는 되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이제 그 검법을 써먹을 무기가 생긴 것이다. 칼날의 예기도 국무령이 가지고 있는 보검에 못지 않은 훌륭한 것이었고 그것을 숨겨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기발함이 실로 마음에 흡족했던지라, 번서는 예하랑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의 칭찬에 노예로써의 기쁨을 누린 후, 예하랑은 집안의 기물을 정리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활활 타오르는 예하랑의 집을 뒤로하고 배로 돌아온 번서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가까운 객잔에 들렀을 때, 상당히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 어머 심공자님, 이런데서 다시 뵙게 되니 반갑네요! "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는 금여화의 것이었다.

 

" 일전에는 그렇게 말없이 훌쩍 떠나셔서 제가 좀 서운했어요. "

 

"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궁내부 감찰들에게 쫒기고 있었으니까. "

 

" 궁내부 감찰이라면...그 대왕궁 직속의 여살수들 말인가요? "

 

금여화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궁내부 감찰에게 찍힌다는 것은 저승사자의 호송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과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궁녀를 지망하는 소녀들 중에서도 무예에 적합한 근골을 가진 아이를 가려내서 어릴적부터 단련시킨다. 10년 이상이 걸리는 그 과정 동안 그 중에서 다시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을 거쳐 뽑는 것이 궁내부 감찰이었다. 개인으로써도 상당한 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제나 언제나 백수십명 내외의 인원을 유지하는 그 조직의 일사불란한 전술이다.

 

실제로 번서와 맞닥뜨렸을때도 그가 다른 곳에서 노예들을 불러모아 뒤에서 덮치지 않았다면, 예하랑 혼자서는 결코 수월하게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조직에 속한 감찰들의 일은 궁녀들의 그것에 더해서 대왕실 가족의 신변 경호, 지방관의 비리 수사, 심지어는 왕실이 공개적으로 처단하기 힘든 껄끄러운 자들에 대한 암살까지 다양했다. 황국의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지만, 대왕실과 여러가지로 금전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금탑삼상의 후계자쯤 되면 들어오는 정보도 많기 때문에 그 존재를 안다. 그리고 그 존재를 아는만큼 그 무서움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이다.

 

"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제가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제는 괜찮으신 건가요? "

 

" 아직은 살아 있잖소. "

 

번서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금여화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일행과 합석하게 된 금여화는 이런저런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는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금여화가 이번에 맏은 일거리는 다름아닌 소금이었다.

 

염전을 일굴 수 있는 해안지방이 아니라면 소금이 가치 있는 자원이 되는 것은 시대나 장소를 초월한 만국 공통의 이치다. 황국도 거기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소금은 국가의 전매품이었다. 다만 전매품이라고 해도 생산에서 유통까지 모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아니고, 염전의 경영이나 유통을 담당하는 것은 소정의 권리금을 내고 염전의 경영권이나 소금의 유통권을 얻은 개개의 상인들이다. 황국에서 유통되는 소금의 원천은 크게 나누면 두곳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해안선이 복잡하고 백사장이 많은 양주의 염전이 그 첫째고, 그 다음이 상주와 대사막의 경계에 있는 거대한 소금산의 노천 광산으로부터 채굴되는 암염이었다. 양주의 염전에서 나는 소금은 금탑삼상에서 거의 전매하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소금산에서 나오는 암염은 자산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금상들이 유통하고 있었다.

 

이중 암염은 산출량은 염전의 그것에 비해서 적고 양주의 소금에 비해 비쌌다. 보통이라면 보다 싼 양주의 소금이 시장을 독점할수도 있겠지만, 대량운송과 유통을 통해 가격을 낮게 누를 수 있는 금탑삼상이라 해도 한계는 있어서, 해안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운송비 때문에 소금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피할수가 없었다. 반면에 자산성으로부터 채굴되는 소금은 주로 수로를 이용해 유통하고 유통지 자체가 금탑삼상의 그것에 비해서 작기 때문에, 운송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충분히 시장의 일부를 나누고 있었다.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독점을 지향하는 상업의 성격상, 이 양주의 소금상인들이 금탑삼상의 공략 목표가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 금 소저. 이미 금탑삼상은 중주와 해주, 양주 등지의 상권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며 거대한 이윤을 내고 있지 않소, 왜 이런 변방의 소금상인들의 영역에까지 손을 대려는 것이오? "

 

금여화도 번서의 지적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아버님 께서는 만족을 모르시는 분이니까요. 그리고 좀 더 변명을 하자면, 금탑삼상은 [품질은 높게, 가격은 낮게]라는 모토하에 움직이고 있으니 우리의 세력 확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익이에요. "

 

확실히 금여화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월영포에 상설시장을 세운 것도 가격을 낮추기 위한 활동의 일환일 것이다. 그녀와 몆마디 더 나눈 번서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헤어졌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고, 번서는 점찍어 두었던 진소아를 망가뜨려진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계획을 미루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금여화가 머무르는 화려한 장선으로 숨어든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배의 구조는 예전에 태워먹었던 그것과 거의 똑같은지라, 번서는 어렵지 않게 금여화의 침실을 찾을 수 있었다. 술법으로 불러들인 짙은 안개를 깔고 배 위로 오른 후, 침실의 창문을 살짝 열고 준비해 온 분말형 마비약을 흘려넣었다.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동안 기다린 다음, 선실 안으로 숨어들었을 때 금여화는 화려한 비단 잠옷 차림인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변고를 알아채고 방을 벗어나려다 실패한 모양새였다.

 

번서는 금여화를 침대 위로 끌어올린 다음 잠옷을 벗겨서 알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예의 마비침을 머리에 박아 완전히 의식을 제압한 다음, 이제 완전히 자기 손에 떨어진 그녀의 나체를 찬찬히 살폈다.

 

이미 일전에도 감상한 적이 있지만, 금여화는 윤기가 도는 건강한 다갈색의 피부를 가진 미인이다. 색국인인 부친의 피를 많이 이어받은 것인지 머리카락도 금속성 광택을 띄는 금발에, 황국인들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은회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영양상태는 지극히 양호했고, 몸매도 맵시가 있었다. 그동안 그가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논하자면, 번서의 노예들의 기준으로 치면 작지만 제법 괜찮은 유방을 가지고 있었고, 연보라색을 띄는 유두는 다갈색의 피부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보지의 색은 그보다는 진해 붉은 색에 가까웠고 모양새도 약간 농염한 편이었는데, 이미 남자를 모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그것이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납치할 생각은 없었다. 금여화의 부친은 불과 14살의 그녀가 납치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질범들과의 협상을 거부했다. 번서가 생각한 것도 인질이 아니라 대리인이었다. 그녀는 만상대인 금탑의 외동딸이다. 물론 전임자도 금탑의 부친이 아니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금탑삼상의 후계자 지명 제도 자체가 세습제는 아니었지만, 만상대인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부가가치는 대단히 특별하고 유리할 것이다.

 

번서는 금여화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은 후 그녀의 유방과 보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흠칫거리는 반응과 함께 반쯤 열려 있던 눈 사이로 드러난 회색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생각해 두었던 암시를 그녀의 귀 속으로 불어넣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번서의 귓속말이 이어지는 동안, 금여화는 몆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

 

이튿날, 번서는 소금 상인들의 대표격인 강자전(姜自全)의 점포 앞에서 금여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여화가 그와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늦게야 나타난 금여화는 지난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새로, 번서를 보자 마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번서는 그녀의 일행 자격으로 협상에 참석할 수 있었다.

 

사실 금탑삼상이 마음먹고 자본을 풀기 시작하면, 위세가 드높다고는 하나 규모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영세한 자산성의 소금상인들은 잠시도 그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쌍방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쓸데없는 낭비를 피하고 합의점을 찾아보고자 모인 것이다.

 

" 그것은 무리한 요구요! "

 

"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금탑삼상의 우산 아래 들어오는 것으로 그동안 쓸데없이 중복 지출하고 있던 봉납(세금을 현물로 내는 것)이나 관세의 문제가 일괄적으로 처리되니 오히려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어요. "

 

이번에도 금여화의 어조는 논리정연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이성 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그녀는 합리적인 정신은 충분했지만, 말을 너무 직선적으로 하는 단점은 번서와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똑 같이 고쳐지지 않았다. 합의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하던 상인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협상 결렬이었다.

 

" 이대로는 이야기가 안되겠으니, 후일 다시 내왕해 주시길 바라겠소. "

 

정중한 축객령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 금여화는 한마디 더 해서 만인의 공분을 살 뻔 했으나, 다행히 같은 자리에 번서가 있었다. 그는 금여화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압박감]을 발휘해 그녀의 말실수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게끔 했다. 어제의 암시 덕분이긴 하지만, 번서로써도 금여화의 사정을 돌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협상이 완전히 깨진다면 번서가 그녀를 소유할 가치가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대체 그 사람들은 왜 그리 똥막힌건지... "

 

" 금 소저, 직언을 하나 해도 되겠소이까? 듣기 싫은 말이 될 수도 있소. "

 

무슨 말인지 예상한 금여화는 화를 내려다가 번서와 시선을 맞춘 후 성질을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다음 협상때는 좀 더 [부드럽게]말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께요. "

 

" 그 뿐만이 아니오. 금 소저에게는 숨기기 힘든 결점이 하나 더 있소. "

 

" 뭐죠 그게? "

 

" 금 소저가 말할 때 취하는 태도요. 단지 단어의 선택 뿐 아니라 소저의 어조, 몸짓, 그리고 시선까지, 모든것이 말을 듣는 상대를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소. 어렷을 때 부터 다른 사람들을 부리는 데 익숙한 자들이 흔히 가지기 쉬운 본능적인 우월감이 배어 나오는 거지. 그것이 소저가 상대하는 이들로 하여금 반감을 느끼게 만드는 거요. "

 

" ... "

 

" 그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소저는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협상에 실패할 가능성을 늘 떠안고 있게 되는 셈이오. "

 

반박할 수 없는 번서의 지적에, 금여화는 시시각각 안색을 바꾸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지난번의 담판이 잘 되었던 것도 번서가 물밑작업을 해 두었기 때문이고, 그러지 않았을 경우 협상에서 번번히 일이 꼬이곤 했다.

 

번서로써도 금여화의 태도는 고칠 필요가 있는 요소였다. 번서의 노예들은 지금까지는 한결같이 다 고귀한 태생과는 거리가 멀고, 심지어 [인간 사회의 막장에서 구르다 온]당여월 같은 존재도 있었다. 때문에 지금 그의 눈앞에서 투덜거리고 있는 금여화와 같이, 저절로 몸에서 배어나오는 우월감 같은 것은 약에 쓸래도 찾기 힘들었다. 최근에 조교한 주자영도 왕족이니 그런 위압감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강변할 수 있지만, 일단 그녀는 대왕실에 속한 왕족이긴 해도 엄연히 어릴적부터 집안의 어른(특히나 태후 윤씨)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 대하고 살았기 때문에, 금여화만큼 제멋대로이지는 않았다. 기품을 가지되 정도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모친과는 태어난 직후에 사별하고, 황국에서 가장 거부의 외동딸로 성장해 오면서 주변에 무서운 것이 없이 살아온 금여화는 소위 그 [콧대]에 제동을 걸어줄 만한 이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보통 부친은 딸에게 무르다). 심한 일도 당하고 몆번이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왔어도 자존심만은 꺾이지 않았고, 심지어 자기 손으로 복수까지 깔끔하게 해치워 버렸다. 그러니 자신만만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만 실력에 바탕이 되는 자신감은 추하지 않지만, 너무 지나치면 주변으로부터 반감을 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

 

" 이것 역시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자존심을 꺾여 보시겠소? "

 

번서를 바라보는 금여화의 시선이 묘하게 바뀌었다.

 

.

.

.

 

소위 전설상에 나오는 섭혼술, 혹은 미혹술과 달리, 번서의 제압술은 여자의 의지를 꺾고 주입한 암시를 따르게 하는 정도의 효과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압술을 건다 해도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시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번서는 제압술을 시술한 여자에게도 굳이 다시 조교를 베풀어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이 조교 과정을 통해 여자들은 마음 속 깊이 번서의 남성으로써의 우월함, 그 우월한 번서에 의한 성의 대상으로써의 쾌감 등을 각인당하며, 마침내 그에게만 발정하고 그에 의해서만 사용되어지길 원하는 [애완 노예]가 되는 것이다.

 

번서가 지난 밤 금여화에게 주입한 암시의 내용 역시, [그의 말이 언제나 옳다고 받아들일 것], 그리고 [그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성적인 쾌감을 유발할 것] 두가지였다. 이 암시 덕분에 금여화는 번서의 말에 따라 [자존심을 꺾이기]위해서 호위를 물리치고 혼자 그의 배에 오르게 되었다. 기한은 다음 협상이 벌어지는 사흘 후 까지다.

 

" 어서 와요. "

 

" 안녕하세요. "

 

예하랑은 코뚜레를 뺀 채 금여화를 반갑게 맞았다. 그녀의 인도로 식당 겸 거실로 쓰는 대선실까지 온 금여화는, 자존심을 꺾이는 제일보로 그녀와 장기 대결을 하게 되었다.

 

장기란 것은 일봉의 모의전이다. 그리고 전쟁이 그러하듯이 임기응변 보다는 꾸준한 반복 연습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법이다. 금여화도 장기 경험이 없지는 않았으나, 반세기 넘게 혼자 살면서 장기판을 벗삼아 자기자신을 상대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예하랑의 연습량은 당대의 달인급이었으니 그 적수가 될 수 있을리 만무했다. 내리 열두판을 참혹하리만큼 철저하게 깨진 금여화는 생전 처음으로 좌절감이라는 것을 맛보았다. 도적의 무리에게 납치당해 목숨을 위협받으며 윤간을 당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굴욕감을 동반한 좌절감이었다.

 

" 그만. 거기까지. "

 

두 시진에 걸쳐 열두판을 깨진 후 번서의 명령으로 중단되었을 때, 금여화의 표정은 이미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 아직, 다음 굴욕이 남았소. "

 

그 다음은 손을 의자의 등받이 뒤로 돌려져 한데 묶인 다음, 눈이 가려졌다. 그리고 하의가 완전히 벗겨졌다.

 

" 무, 무슨 짓이에요 이게? "

 

" 자존심을 꺾이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소? "

 

" 그렇긴 하지만... 아, 알았어요. 내 정조를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거죠? "

 

" 소저가 원하지 않는 한 그런일은 없을거요. "

 

" 히아악!... "

 

요도에 금삭이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금여화는 비명을 질렀다.

 

" 그, 이건 약속이 틀리잖아요!... "

 

" 금낭자,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여기는 성기가 아니오. [이곳]이 성기지. "

 

" 히악!... 그... 그렇지만... "

 

보지를 만져지자 지나칠 정도로 짜릿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올라가 의식을 흔들었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요도는 성기가 아니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금여화는 히악거리면서도 더이상 항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항문에도 항문 마개가 채워졌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짧은 항의 후에 납득당했다.

 

" 아아아아... 아흐아으응!!! "

 

" 히아아... 아히!... "

 

" 히...히이이이이!.... 그, 아응윽!... 히응윽!... "

 

그러나 납득했다고 해도 요도와 항문에 삽입된 기구들이 배설을 통제하는 감각에는 저항이 없다. 게다가 번서는 금삭과 항문 마개에 약한 효과를 가진 미약까지 발라두는 농간을 부렸기 때문에, 금여화는 속절없이 변태적인 쾌락을 맛보기 시작했다.

 

" 으...으아아, 보지말아요, 보지 말아아... ."

 

쪼르르르...

 

번서가 금삭을 조작해 그녀의 방광으로부터 소변을 빼 내자, 강제로 배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완전히 당황해버린 금여화는 다시 비명을 질러야 했다. 게다가 너무나 수치스러운 나머지 그 비명소리에는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울먹임도 잠깐이었을 뿐이다. 번서가 금삭의 끝을 몆번 더 부드럽게 흔들어서 그녀의 요도와 방광 내부를 휘저어 준 것만으로도, 그녀는 순식간에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극치를 경험했다.

 

" 아흐으!... 흐으윽!!... "

 

악다문 이빨 사이로 군침이 흘러내렸다. 성기도 아닌 배설기관으로 느꼈다는 수치를 들키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그녀의 부질없는 시도는 가련할 정도였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면서 그것을 숨길수는 없는 노릇이라, 배설의 통제에 이어 수치의 연타를 맞은 셈이 되었다. 어쨌든 번서는 성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항의하지는 못했다. 아니 생전 처음 맞는 요도로부터의 절정에 놀라 항의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 좋아요, 잘 참는군. "

 

" 흐으으윽!... 히...아하!... 그, 아윽!... "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지만, 어쟀든 절정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해 번서는 금여화의 참을성을 칭찬해 주면서 여섯번을 연속해서 절정으로 밀어 올렸다. 여섯번이나 절정에 달한 금여화의 전신은 순식간에 땀에 젖었고, 그녀는 격렬하게 가슴을 부풀리면서 허덕였다.

 

" 자 이제, 다음 수련입니다. "

 

" 하...이, 그...뭘 하려는 건가요... "

 

여섯번째의 절정 후에는 손이 풀렸고, 강제로 일으켜졌다. 그것도 목에 애완동물용의 목걸이가 걸려서 잡아당겨지는 것으로 일으켜진 것이다. 연속 절정으로 인해 녹초가 되어버린 그녀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해서 휘청거렸지만, 번서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 어머, 금낭자... 여기에 홍수가 났네요. "

 

금여화를 부축해 주던 예하랑은 그녀의 보지로부터 넘쳐나온 애액이 소리없이 흘러내려 허벅지를 적시는 광경을 보고 흐르는 애액을 손 끝으로 묻혀서 금여화의 코앞에 가져다 대고 흔들었다. 코를 찌르는 자신의 음액의 냄새와 동성의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금여화의 수치심에 준 타격은 이루 말할수가 없는 것이다. 금여화의 눈을 가려주는 비단 눈가리개가 천천히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 아아...이, 이건 너무 수치스러워요... "

 

" 굴욕을 겪어 보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소. "

 

" 하...하지만... "

 

" 소저가 싫다면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

 

금여화는 아주 잠깐동안 고민했다. 어젯밤에 걸린 암시의 영향으로, 그녀는 지금 번서의 손에 이끌려 가는 동안에도 평생토록 겪어본 적이 없는 짜릿하고 화끈한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굴욕이라기보다는 쾌감이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묘하게 그녀는 그에게 상당한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번서가 가까이에만 있으면 견딜 만 하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 ...아니에요...계속해 주세요. "

 

자신의 암시가 잘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번서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 그럼 엎드리고... 그렇게, 이제 따라오시오. "

 

" 아... 아아아... 이건 마치.,. 개가 아닌가요?... "

 

" 그렇소, 소저는 이제 개가 되는거요. "

 

" 너무하세요... "

 

금여화는 벌거벗겨진 그대로 상갑판에 끌려 올라가서 강제로 산책을 당했다. 그것도 목에는 애완동물용의 개목걸이가 걸린 채로, 사슬에 이끌린 굴욕적인 산책이었다.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마치 개처럼 취급 당하는 굴욕에 금여화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지만, 번서는 봐주는 법이 없었다.

 

" 아아... 아흐아!... "

 

게다가 그동안에도 금삭과 항문 마개는 자기 기능을 충실히 다 하고 있었으므로, 끊임없는 강렬하고도 변태적인 성적 쾌락에 시달리면서 금여화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갔다.

 

" 그...그만...이제 그만...더이상 견딜수가...견딜수가 없어요. "

 

" 아직 시작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소. 소저는 의지력이 부족하군. "

 

" 아으윽... "

 

털썩!...

 

번서는 자리에 멈춰 선 금여화의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그녀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휘청거리는 팔다리로 몆번이나 중심을 잡으려 애쓰다가, 결국 그녀는 모로 쓰러진 후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지나온 바닥에는 애액으로 이뤄진 길고 끈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미 신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

.

.

 

기절한 금여화의 머리에 마비침을 꽂아 넣어 제압한 번서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금여화의 감금실에 데려갔다. 눈가리개를 풀어주고 감금실에 마련된 작은 철창 안에 그녀를 몰아넣었던 것이다.

 

" 아아...끔찍해요... "

 

금여화의 평생에 감금당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게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욕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발가벗겨진 상태로 감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손이 자유로웠지만, 금여화는 자신의 욕정을 부추기고 있는 불편한 물건들(금삭과 항문 마개)에는 손 끝 하나 대지 못했다. 번서가 암시를 넣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도 물론 금지당했다. 그 상태로 제대로 몸을 누일수 조차 없을 정도로 좁은 철제 [새장]안에 갇혀서, 번서와 그의 노예들에게 알몸을 보이며 몸부림치는 것이다.

 

수치심도 수치심이었지만, 부자유가 주는 답답함과 멀리 등불 하나만이 유일한 조명인 감금실의 어둠이 주는 인간 본연의 공포까지 이중 삼중으로 그녀의 마음의 연약한 부분을 찔러 대고 있었다.

 

" 세상에는 당신보다 뛰어난 자도, 고귀한 자도 많다는 걸 아시오. 언제나 그런 자는 존재하오. "

 

" 아아...네. 훌쩍... 흑... "

 

겁에 질리고 수치심에 번농당한 채, 금여화는 번서의 말을 솔직히 받아들였다. 포상으로, 번서는 손가락 끝에 꿀을 묻혀 금여화의 입에 넣어 주었다.

 

" 아...아음...음... 냠... "

 

저녁때를 넘어 공복이었던데다 계속된 조교로 인해 녹초가 되어 잇는 금여화에게, 그 꿀은 평소에 일상적으로 즐기던 음식이 아니라, 마치 천상의 감로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계속해서 번서의 가르침 > 금여화의 납득 > 보상으로 맛있는 것 순으로 이뤄진 학습에서, 번서의 가르침은 점차 이상한 쪽으로 발전해 갔지만, 이제 [부당하다]거나 [불합리하다]거나 하는 사치스러운 사고를 할 여유가 없는 금여화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납득했다.

 

" 착한 아이군요. "

 

" 아...네... "

 

예하랑이 머리에서 등을 걸쳐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자. 금여화는 그 손길로부터 짜릇한 쾌감을 느끼며 몸서리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번서가 보는 앞에서 예하랑과 긴 입맞춤을 한 금여화는 [포상]으로 금삭을 통해 요도 안을 휘저어짐과 동시에, 항문 마개를 지그시 눌러졌다. 물론 예하랑이 능숙한 솜씨로 해치운 일이다. 이미 배설기관을 공략당하는 쾌감을 알아버린 금여화는 속절없이 절정할 수 밖에 없었다.

 

" 흐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으응!.... 아... 앙!... 으윽!... "

 

눈앞이 하얗게 작렬하며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장렬한 쾌감을 맛본 직후, 비명을 지르며 보지 밖으로 애액을 분수처럼 뿜어낸 금여화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시원할 정도로 강렬한 애액의 분사 후에는 입으로도, 보지로도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련하는 아름다운 여체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은 채 튀어나가거나 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던 예하랑의 몸에도 금여화의 애액과 땀이 흥건하게 묻었다. 하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예하랑은 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금여화를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자상한 눈길로 내려다 보았다.

 

" 귀여운 아이네요. "

 

" 아아. 그렇지. "

 

그자리에서 더운물에 적신 비단 수건으로 금여화의 몸을 닦아준 후,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가 누이는 것은 예하랑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번서와의 입욕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예하랑을 보며, 번서는 한발 앞서 목욕장으로 향했다.

 

.

.

.

 

금여화가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어제의 기억 중 대부분을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보통 여자라면 미쳐버렷을 정도의 연속 극치를 몆번이나 거듭해 당환 끝에 아래위의 구멍에서 모두 거품을 흘리며 졸도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강렬한 조교의 흔적이 아직도 의식에 남아 있어서, 그녀는 번서의 인도에 의해 순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 이제야 좀 자존심을 버린 것 같군. "

 

" 아... 네. "

 

이미 번서가 하대를 쓰고 있었음에도, 그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금여화의 정신은 번서의 노예로써의 한걸음을 내디디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손을 등 뒤로 돌려서 묶는 동안에도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금삭과 항문 마개가 채워지는 것도 선선히 받아들인 후, 번서의 앞에서 아침의 일과(즉 배변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튿날의 조교가 시작되었다.

 

" 아... 이건...부끄럽습니다... "

 

악산라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의로 한 것이다. 얼굴을 붉히고, 말로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금여화는 번서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요강에 소변과 대변을 보았다. 금삭과 항문 마개 때문에 거부할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식전에 달성해야 할 보지와 항문 개폐 운동도 배웠다. 그것이 얼마나 지독한 일인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남자 앞에서 보지를 훤히 드러낸 자세로 보지에 힘을 넣었다 뺐다 하는 모습의 미인이란 참으로 번서의 정복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경치인 것이다.

 

식사 역시 범상하지는 않았다. 어제의 개목걸이를 목에 맨 채 식당 바닥에 엎드려서, 입 만으로 식사를 하도록 명령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명령한 것은 아니고, 다시 눈이 가려진 후 환술이 걸렸다. 자신이 개라고 착각하도록 강력한 암시와 환술이 걸린 금여화는 완전히 개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 머...멍!... 멍멍!... 아우... 응.. ."

 

번서의 노예들이 오가며 이 새로운 노예 후보의 머리나 등,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는 동안, 완전히 [개]가 된 금여화는 꼬리(실제로는 항문마개에 붙은 장식)를 흔들며 좋아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은 환술의 내용이 바뀌었다. 자산성의 무역시 한가운데서 벌거벗은 채 수치를 당하는 맥일몽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막지대와 접경하고 있는 자산성 특유의 따가운 햇살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경멸어린 시선, 특히나 남자의 욕정어린 시선과 여자들의 경켤과 질투가 뒤섞인 시선,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지나치게 선명하게 자각당했을 때, 금여화의 머릿속의 이성의 끈이 다시 끊어졌다.

 

" 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

 

상상의 세계 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도, 금여화는 수치만으로 절정하기 시작했다. 울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그리고 군침을 흘리고 온몸을 벌벌 경련하면서, 보지로부터 오줌을 싸는 것으로 착각될 정도로 대량의 음액을 줄줄 흘려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그런 상황을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지경까지 왓을 때, 그녀는 결국 무릎을 꿇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너무나 지나친 쾌감에 신경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마룻바닥은 금여화가 흘려낸 음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금여화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배의 목욕실에서 목욕을 당하는 중이었다. 구속이나 잔혹한 음구는 모두 제거되어 있었고, 물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났다. 시중을 들어 주는 것은 악산라와 서봉이었다.

 

" 아음... 응... "

 

목욕수건을 써서 배를 닦아 주던 악산라의 손길에 반응해서 끈적한 신음소리를 흘려내자, 여자들은 비로소 금여화가 깨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 오, 깨어났네, 어때요, 기분 좋죠? "

 

욕조 속에 앉아 뒤에서 끌어안은 채 비누거품을 바른 손으로 유방을 문질러 주는 서봉의 끈적한 애무와 속삭임에, 금여화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을 표시했다. 몸을 휘감아 오는 따스한 물과 동성의 애무가 주는 끈적한 쾌감이 묘하게 어우러져 그녀의 이성을 흐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한차례 발 끝까지 목욕수건과 비누거품으로 훔쳐내 준 다음, 서봉과 악산라는 본격적으로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 아... 아우!... 웁!... "

 

가장 먼저 한 일은 금여화의 항문 안에 손가락을 밀어 넣은 것이다. 장소가 장소니 만큼 검지손가락 하나라도 주는 감각은 남자의 그것이 삽입된 이상으로 충족감이 넘쳤고, 게다가 몹시 깊숙한 삽입이었으므로 금여화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며 개처럼 허덕였다. 그 허덕이는 입술을 서봉의 입이 막고, 다시 유방도 강하고 끈적안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서봉이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악산라의 남은 손이 그녀의 음핵 위를 지그시 누르며 비비기 시작했다.

 

" !!!... !!!... !!!!!... "

 

서봉의 입 안으로 비명소리를 토해 내며, 금여화는 몸부림쳤다. 동성이 줄 수 있는 배덕적인 쾌감이 어떤 것인지 정말로 뼈저리도록 맛본 후, 그녀의 눈물젖은 눈이 다시 뒤집어졌다. 기절해 버린 것이다.

 

" 어머, 다시 기절했네... "

 

" 이쯤하고 주인님께 데려다 주자 "

 

" 네 언니. "

 

악산라와 서봉은 마주보며 웃었다. 기절한 금여화는 다시 씻겨져 번서의 앞에 배달되었을 때쯤 겨우 의식을 되찾았지만, 이제 그 되찾은 의식도 안개처럼 흐릿한 것이었다.

 

" 입으로. "

 

번서의 자지는 그녀의 눈 앞에서 무슨 흉기마냥 발기한 채 껄덕대고 있었다. 금여화는 이미 남자를 아는 여자다. 강간이었지만 구음도 경험이 없지 않았다. 그 간단한 명령 만으로도 번서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은 그녀는 거의 아무런 저항 없이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 !... "

 

혀가 번서의 성기에 닿았을 때 금여화의 전신이 약한 진저리를 쳤지만, 그 뿐이었다. 혀에 이어 그녀의 뜨겁고 붉은 입술이 번서의 자지에 닿았고, 곧이어 그의 자지 전체에 대한 뜨겁고 농염한 [입 봉사]가 시작되었다.

 

적당히 그녀의 입 봉사를 즐기던 번서는 슬슬 기분이 동해 그녀를 끌어당겨 세웠다. 세운다고 해도 무릏 꿇은 자세로 상반신을 번서에게 걸치듯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라 오히려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엎드린 수치스러운 자세가 되었지만, 이제 금여화는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그의 손길에 따랐다. 곧이어 문을 통해 당여월과 국무령이 선실로 들어왔다. 그녀들도 순식간에 나체가 된 다음 번서의 침대 위로 올라와 금여화의 좌우에 달라붙었고, 실내의 기온은 단숨에 상승했다.

 

" 아...아하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

 

국무령의 손가락에 항문을 꿰뚫린 다음 번서의 자지가 보지 안을 파고들어오자, 금여화는 그때까지는 전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의 쾌감에 눈을 떴다. 감격으로 표정을 흐트러뜨린 채 울부짖으면서 극치를 향해 밀려올라가는 그녀의 유방으로는 당여월이 달라붙었다. 여자의 모든 약점을 동시에 공격당하는 것이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다시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버린 국무령 덕분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금여화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다만 하얗게 작렬하는 시야와, 뇌가 타오르고 지져지는 듯한 절정감 뿐이었다.

 

.

.

.

 

사흘째 되는 약속의 날 아침, 금여화는 자신의 배로 돌아왔다. 어딘가 모르게 약간 수척해지고, 시선은 얌점히 내리 깐 규중 처녀의 모습이라 그녀의 측근 수행원들도 그 변화에 놀라워했다는 후문을 남기며 몸 단장을 마친 그녀는 수행원들과 번서를 데리고 협상 장소인 객잔으로 향했다.

 

그리고 요약해 결과만 말하자면 쌍방이 내건 조건은 그리 차이가 없었지만 금여화는 사소한 조건 몆개를 더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자산성의 소금상인들이 금탑삼상의 독점권 안으로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기품을 잃지는 않았지만, 한층 부드러워 진 단어 선택과 상대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 주는 태도 덕분이었다.

 

" 감사해요. 덕분에 일이 성공리에 끝났군요. "

 

" 금소저의 능력이지 내 덕이 아니오. "

 

" 아니에요. 심공자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에요. 이번에야말로 외강탄에 방문해 주시길 바래요. "

 

다시 외강탄으로 돌아가는 금여화의 [유일한] 손님이 된 번서는, 자신의 배와 함께 그녀와 동행했다. 화급을 요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므로, 여정은 보름이나 걸렸다. 그동안 금여화는 거의 매일같이 번서의 배를 방문했으며, 번서도 매일같이 금여화의 저녁식사에 참석했다.

 

어느쪽이든 호위를 물리친 채 행동했으므로 조교를 마무리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 번서는 계속 금여화의 조교와 조정을 행했다. 여정이 끝나갈 무렵에는 그녀도 다른 노예들과 별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달랐던 것은 보는 눈 때문에 코뚜레를 꿰지 못했던 것 뿐이다.

 

" 아, 저기 보이는군요! 저곳이 외강탄이에요. "

 

금여화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작은 금색 기둥 비슷한 것이 보이나 싶더니, 그것은 배가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거대한 금색의 탑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등대 역할을 하는 거대한 석탑과 포구를 둘러싼 요새화된 성벽이 드러났고, 번화한 포구의 정경이 보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외강탄은 황국의 가장 큰 강인 소백강과 그 지류중 하나인 은강(銀江)이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 진 모래톱을 중심으로 건설된 거대한 항구였다. 물론 번서가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홍예교로 두 강 너머의 육지와 연결되어 있기도 했다. 경도를 중심으로 보자면 남쪽으로 겨우 몆시간 거리에 있었고, 큰 도로가 세개나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교통의 요지라는 것을 그림으로 그리면 외강탄이 될것이다]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금여화의 일행이니만큼 수속도 빠르다.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동안, 번서와 예하랑은 금여화의 안내를 받으며 금탑삼상의 총단인 만상금탑(萬上金塔)을 방문하고 있었다. 온통 금색 전포를 입은 중년의 거한이 금여화를 맞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고, 그녀는 지체없이 달려가 가 품에 안겼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중년의 남자는 만상대인(萬廂大人) 금탑(金塔)이었다.

 

" 다녀 왔어요 아버지~ "

 

" 무사히 다녀왔구나. 그래, 이분들은 누구시냐? "

 

격렬한 포옹으로 회포를 푼 후, 금탑은 번서의 일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금여화는 얼굴을 살짝 붉힌 뒤에 번서의 일행을 소개했다.

 

" 일전에 말씀드린 심공자세요. 이쪽은 그 부인이신 예씨. 종교적인 이유로 외간남자 앞에서는 얼굴을 가리셔야 한다나봐요. 심공자님, 이쪽은 제 아버지 만상대인 금탑이세요. "

 

" 처음 뵙겠습니다. 심강이라 합니다. "

 

번서는 깍듯한 자세로 포권을 해 보였다. 지금이야 천하의 혼란을 노리는 악인(이라고 자처하는 중)이 되어버렸지만, 번서도 좋은 집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때문에 연장자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예의를 차릴 줄도 안다. 그의 정중한 인사를 받은 금탑도 기분좋게 마주 포권해 보였다.

 

" 잘 오셨소. 천방지축인 내 딸아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다고 들었소이다. 미안할 따름이오. "

 

" 아, 아버지도 참... "

 

" 하하하하하!... 아니란 말이더냐?  아무튼 이렇게 손님도 오셨고 하니, 주연이 없으면 곤란하겠지. 여봐라~! "

 

금탑이 큰 소리로 하인들을 부른지 반시진도 되지 않아서, 번서가 생전 처음 보는 규모의 대규모 주안상이 차려져 나왔다. 손님들과 악사들까지 순식간에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그 이례적인 신속함에 놀란 번서에게 금여화가 살짝 귀뜸해 주었다.

 

" 항상 준비해 두시거든요. "

 

금여화가 주연을 좋아하는 것은 부친으로부터의 유전이었다.

 

주연을 마치고 손님방에 여장을 푸는 동안, 번서는 그의 심부름을 담당하게 된 시동으로부터 몆개의 서찰을 건네 받았다.

 

" 흠... "

 

" 무엇인가요, 주인님? "

 

" 금탑삼상의 상인들이구나. 나랑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다는군. "

 

서찰의 발신인은 다 달랐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보낸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금탑삼상의 상인(上人)위치에 있는 이들로, 방금전의 화려한 [금여화 복귀기념 주연]에서 잠깐 인사를 나눴던 사이였다. 예하랑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 어딜가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조력을 구하려는 자들은 있게 마련이죠. "

 

예하랑 자신이 이미 그러한 권력 투쟁에 염증을 느껴 속세를 버린적이 있는지라, 서찰의 내용을 보면서 혀를 찼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번서에게는 오히려 기회이기도 하다.

 

" 상인들이 내분을 이용한다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 여화를 급탑삼상의 차기 만상대인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 흠, 확실히...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좋겠지. "

 

만나자는 시각은 다들 비슷햇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번서는 예하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흐음, 만나자는 이는 셋이고 내 몸은 하나니까... 곤란하군. "

 

" 예?... 예?... "

 

번서의 음흉한 시선(?)을 받으며, 예하랑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시가 되었다. 해는 이미 떨어졌고, 초승달이 걸린 밤하늘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런 하늘의 어두움과는 별개로, 밤낮없이 사람과 물건이 드나드는 급탑삼상 총단의 번화한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번서가 방문한 진효월의 응접실에서는 판유리를 끼운 창 너머로 포구의 광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였다.

 

" 외강탄은 낮이든 밤이든 쉬는 법이 없지요. 굉장하지 않나요? "

 

진효월은 상인중 필두이면서, 또한 상인중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올해로 서른일곱, 미모도 나쁘지 않았지만, 남편이 있는 여자인데다 미모 자체도 번서의 취향은 아니었다.

 

" 확실히 이런 광경은 전에 본 일이 없소. "

 

" 지금의 만상대인께서 취임한 후, 이십년만에 금탑삼상은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황국 제일의 거상으로 우쭉섰어요. 그 결과가 이것이죠. 끊임없는 부와 넘치는 물산들... 설령 대왕실이라도 금탑삼상의 손을 거치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

 

번서가 항구 쪽으로 보낸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아무말 않고 서 있는 동안, 진효월은 탁자에 손 끝을 살짝 짚고 반바퀴를 빙 돌아서 번서의 옆으로 와서 섰다.

 

" 하지만 아무리 만상대인이라 해도, 금탑삼상의 전통을 어길수는 없지요. 이곳은 세습되는 왕국이 아니니까. "

 

" 흠, 그런 법이 있소? "

 

" 초대 만상대인이시던 금골패(金骨牌) 대인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이에요. 만상대인은 상인들의 호선으로 결정하고, 선대 만상대인의 직계 자손은 후보조차 될 수 없어요. "

 

" .. "


"그런데도 금여화는 역대 만상대인중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을 얻은 부친의 후광을 입어 여기까지 왔죠. 당신도 그녀의 성격을 보았겠죠? "

 

" 그렇소. 확실히 살가운 성격은 아니더군. "

 

" 그렇다면 이야기가 쉽겠군요. 그런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지고는 아랫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어요. "

 

" 그래서, 진부인, 당신이 제시할 것은 무엇이요?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 번서를 올려다 본 진효월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 전략적인 동맹을 제의하는 거에요. "

 

" 구체적으로는? "

 

" ... 나흘 뒤에 열릴 삼상총회(三廂摠會)에서 금여화가 만상대인의 후계자로 나서게 부추겨 주시기만 하면 되요. 그냥 둬도 나설테지만, 모름지기 인사(人事)는 확실한게 좋은 거니까요.  "

 

" 그녀를 막으려는게 아니오? "

 

" 네.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는 저를 포함한 다른 상인들에게도 만만찮은 상대니 부러 그녀와 대적하는건 좋은 생각이 아네요. 하지만 아직 만상대인께서는 건강하시니 지금 후계자 문제를 논의한다면... 그건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 되겠죠. "

 

" 만상대인 자신이 금여화를 후계자로 지목한다면? "

 

" 그럴수는 없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를 포함해 다른 상인들, 그리고 금탑삼상 전체가 반대할 테니까요. 필시 자천할 것이 분명해요. 게다가 자산성의 소금상인들을 영입한 일로 기세가 올라 있으니 틀림없이 이 기세를 타려고 하겠죠. "

 

전통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오래고 그 의의가 깊을수록, 그것을 깨려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장애물과 적을 만든다. 금탑삼상은 돈을 부리는 자들의 단체다. 이런 단체의 전통을 어기는 것은 충분히 위험하고도 남을 수 있다. 진효월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금여화는 지금 상당히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진효월과 몆마디 더 나눈 후, 번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하랑과 합류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수염이 따끔거렸어요... "

 

번서는 예하랑을 자신으로 변장시켜서 다른 상인에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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