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야설 MC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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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가 처리되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온 길에, 번서는 손님이 방문한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젊은 여자 손님이었다.
번서의 노예들을 키 순서대로 일렬로 세우면, 서봉이 제일 앞이고 그 다음이 예하랑, 당여월, 국무령&국무향 자매 순이다. 물론 제일 작은 국무령 자매들도 그의 노예들 중에서 그렇다 뿐이지 황국의 평균치에서는 상위권에 속했다.
찾아온 손님은 서봉과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외공 단련에도 열심인 서봉만큼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고, 군살도 없지만 그렇다고 근육도 두드러지지 않는 적당한 것이었다. 기름을 바른 듯이 윤기가 나는 가무잡잡한 피부와 색이 옅은 금발, 그리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회색의 눈동자는 그녀가 색국인의 혈통을 강하게 이어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었다. 그 미모 역시 특이한 피부와 체모 색 만큼이나 한눈에 확 뜨이는 것으로, 시원스러운 인상이었다.
황국에서 안경이라는 도구는 그리 드물지 않았다. 이미 수십년 전에 색국에서 전래된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총이나 대포와 마찬가지로 황국 내에서도 생산되고 있었다 다만 유리를 깎아 안경알을 만드는 공정이 숙련된 장인의 솜씨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보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쌌고, 테도 주로 비싼 재료인 상아나 귀갑을 이용해 만든다. 정성스럽게 자수가 들어간 비단 안경집까지 합해지면 거의 예술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손님으로 찾아온 여자의 차림새도 물론 훌륭했지만,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대가 비범한 재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금여화(金呂華)라고 해요. "
금여화는 금탑삼상의 대리인 자격으로 번서를 방문한 것이라 했다. 지금까지의 일 때문에 금탑삼상에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찾아온 것이 미모의 젊은 여자인 만큼 그 용건이라도 들어 주기로 했다. 의자를 내 주고 국무령이 차를 끊여오는 동안, 금여화는 품 안에서 몆장이나 되는 서류들을 꺼내어 살폈다.
" 그래서, 대체 무슨 용건으로 찾아오셨는지 들을 차례인 것 같소. "
" 음... 단도적입적으로 용건부터라, 좋네요. 저도 말을 빙빙 돌려가며 하는데는 그다지 재주가 없거든요. "
금여화가 맨 먼저 제시한 것은 하나의 지도였다. 그것은 월영포와 인근의 지리를 담고 있었고, 붉은 먹선으로 포구 인근에서 시진까지 무엇인가 덧붙여 그려진 모양새였다. 번서는 한눈에 그 그림이 시장을 사들여 무언가 새로운 건물을 지을 생각을 담은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아 보았다.
" 시진을 사들여 뭔가 하려는 것이구려. "
" 네, 그리고 그 [뭔가]가 중요한데... "
금여화의 장황한 설명(그러나 필요했던)을 줄이자면, 그녀는 5일마다 열리고 있는 월영포의 시진을 상설 시장으로 바꾸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부두 인근에 거대한 창고를 세우고, 거기서 시진까지의 길을 포장하고, 시진의 점포들을 사서 새로 2층 건물로 만들어 올리는 것이다.
중주와 상주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해운포는 육로와 수로를 통해 두 주를 연결하는 요충지였다. 이런 곳이 아직까지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모두들 지나가기만 하고 이곳에서 거래하거나 머물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붙잡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수만 있다면, 제대로 돈이 모이는 곳이 되리라는 것이 금여화의 에상이었다.
이 계획을 위해 토지 매입 담당으로 임명했던 것이 이인규로, 그는 금여화가 제공한 돈을 사용해 합당한 가격에 상인들을 매수하지 않고 그 돈을 착복하고 나서 관인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인심을 잃었다. 그만 인심을 잃으면 다행인데, 죄가 공표되는 바람에 금탑삼상의 평판까지 같이 급전직하했다.
하여, 금여화의 용건은 죽은 이인규를 대신해 번서가 그 일을 맏아 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조현오 패거리를 시진 한복판에서 물리친 덕에(그리고 그를 살려서 시약원까지 데리고 갔던 덕에), 상인들 사이에서 심강이라는 이름이 좋게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번서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금여화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 받아들이겠지만, 조건이 있소. "
" 무엇이든 말해 보세요.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
" 내 보수와는 별도로, 상인들에게 웃돈을 줘야 할 게요. 적은 액수가 아닐텐데 마련하실 수 있겠소? "
인간성의 불미스러운 현실이지만, 부모의 원수는 잊고 살아도 돈을 빼앗은 놈은 기억하는 법이다. 그걸 반대로 뒤집어 보면 조금 기분나쁜 상대라도 후한 돈이 관련되는 상황이면 얼마든지 과거를 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번서가 대리인으로 선다고 해도 금탑삼상의 추락한 평판은 쉬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잃어버린 평판을 때우기에 가장 빠른 방법은 돈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금여화도 모자란 여자가 아니라서 번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들었다.
" 미련할 수 있어요. 잃어버린 평판을 다시 회복하는데 드는 비용인셈 치죠. "
" 그리고 내 보수는 돈으로 주실 필요가 없소. "
" 그러면 달리 원하시는 것이라도 있나요? "
" 부두에 세워지는 창고. 그걸 내가 관리하게 해 주시오. "
번서가 창고 관리인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물론 금탑삼상에 들어가 출세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창고 관리인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득이 자신의 당면한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첫째로 창고 관리인이 되면 월영포로 드나드는 물품의 종류와 수량, 그리고 그 출처와 판매처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디에서 어떤 물건이 나고 그 물건이 어디에서 팔리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고, 이는 장사의 공부가 된다.
둘째는 창고를 드나드는 상인들로부터 각지의 정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금탑삼상은 보부상부터 강상인, 심지어는 바다건너 토국과 금지된 사무역을 하는 밀수업자들까지 엮여 있는 거대한 상회다. 그런 상회의 정보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대단한 이점이었다.
세째, 창고를 담당하는 만큼 필요할 때 무언가를 숨기기도 쉬워진다. 번서는 이미 누선을 가지고 있지만, 누선에 숨기는 양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탑삼상이 투자해 만든 거대한 창고 안이라면 그 양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게다가 항상 가까이 두고 관리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은닉처는 없을 것이다.
" 저를 위해 일해 주시겟다는 건가요? "
" 만약 그것이 소저의 의향이라면, 이미 나는 소저를 위해 일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소만. "
잠시 생각해 보다가, 금여화는 동의했다. 그녀로써도 비범한 무예를 보여 준 수하를 데리고 있고 근처 상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번서가 월영포에 남아서 자신을 위해 힘써 주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고 계약서가 작성된 후, 서로의 인감으로 날인을 마치는 일까지 신속하기 그지없는 순서로 해치우고 나서, 번서는 금여화를 그녀가 타고 온 누선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녀가 타고 온 누선은 무지막지하게 크고 화려했다. 그리고 비로소 번서는 금여화의 신분을 알 수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금탑삼상의 현재 주인인 만상대인 금탑의 딸이었다. 보기보다 훨씬 거물이었던 것이다.
" 그럼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심공자님. "
" 나 역시 잘 부탁드리겠소, 금소저. "
두명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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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산성 인근에는 눌러 앉아 장사하는 색국인들도 많아서 혼혈이 드물지 않다. 그래서 자산성에서 모집했던 번서의 노예 중 절반(서봉과 예하랑)은 확실한 혼혈이고, 당여월은 혼혈로 의심되는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완전히 색국인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이국적인 용모를 가진 서봉과는 달리, 예하랑의 미모는 황국인과 색국인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도자기 같이 하얀 피부와 시원하게 트인 눈매, 그리고 은회색의 체모와 눈동자 색은 분명히 색국인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고, 우아한 곡선을 이루는 콧날과 광대뼈가 드러나지 않는 도톰한 뺨, 그리고 새침한 느낌을 주는 작고 붉은 입술은 전형적인 황국 미인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체형도 마찬가지여서, 키는 크지만 갸냘픈 인상을 주는 체형과 골격은 황국인의 느낌이 강하게 풍겼지만,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는 가슴은 서봉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번서는 일찌감치 약을 써서 그 훌륭한 유방으로부터 모유를 짜낼 수 있도록 개조했고, 채화술을 통해 그녀의 내공도 그지없이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무공 역시도 번서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무공도 많이 알고 있었지만, 예하랑이 가장 즐겨 쓰는 무공은 암영각(暗影脚)이라 불리우는 권각술에 단검술이 가미된 것이었다. 이 무공은 특별한 신체적인 기예를 요구하는 무공, 즉 어릴적부터 근골을 특별한 방식으로 단련할 것을 요구하는 [상승 무공]이 아니었기에 번서는 자연스럽게 신체의 단련을 겸해서 예하랑에게 암영각을 사사받게 되었다.
" 타핫!... 차!... "
" 네 거기서 다시 나락 쓸기, 다음은 풍신각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훌륭하시군요. "
" 쉽다더니 전혀 쉽지는 않군... "
" 여월의 참사검(斬四劍)이나 무령의 탄검술보다야 훨씬 낫지요... 그리고 시작하신지 이제 겨우 일주일(황국의 일주일은 우리 세계의 열흘이다)째인데 벌써 한번에 24식을 다 연결하실수 있다면 제가 슬퍼질 거에요. "
나이도 있고 무림에서의 배분도 있는지라, 예하랑은 어느새 노예들의 큰언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번서로써도 노예들 중에서 중심을 잡아 줄 만한 인재가 있는 것이 관리가 편한지라, 예하랑이 다른 노예들과 살갑게 지내며 언니동생 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귀엽게 툴툴대는 그녀의 코 끝에 걸린 코뚜레를 살짝 튕겨준 후, 뒤로부터 그녀를 끌어 안고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탐스러운 유방을 아래로부터 쓸어올리듯이 손에 넣고 주무르면, 잘 훈련된 애완 노예의 얼굴은 금새 벌겋게 달아올라 버리는 것이었다.
" 아앙... "
" 무공 단련도 좀 했으니 이제 즐길 차례겠지. "
이의는 있을 수 없다. 유방으로부터 치미는 쾌감에 자기도 모르게 군침을 흘려내 턱을 적시며, 예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가 있는 족으로 엉덩이를 밀어붙여 오는 것을 보며, 번서는 자신의 노예 훈련 방식에 확신을 가지고 웃었다.
" 아응!... "
예하랑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찰진 탄력을 보이는 그녀의 커다란 유방을 주무르면서 선실로 들어간 번서는, 먼저 그녀를 침대에 던져놓은 다음 손짓 한번으로 그녀의 옷을 제거했다. 어차피 속옷도 입지 않은 단벌의 옷이다. 금새 나체가 되어버린 그녀는 약간 부끄러워 하는 몸짓을 보이며 몸을 일으켰지만, 곧 번서의 뜻에 따라 순순히 몸에 가해져 있은 음구(淫具)들을 제거했다.
" 아아읏!... 하응!... 하아...하아... 다...다했습니다... 으응... "
특별히 (성적으로)민감한 신체를 가진 덕분에 예하랑은 음구를 제거하는 작업만으로도 두번 이상 가벼운 극치를 맛보았다. 이제 완전히 발정이 나 이성을 잃어버린 노예를 밀어 쓰러뜨린 후, 번서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고 그녀의 전신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진인이라 그런지 예하랑은 모든게 좋은 여자였다. 피부의 맛, 그 아래서 배어 나오는 향기, 혀와 입술을 가져다 대면 바르르 떠는 수줍고 탄력 넘치는 반응까지. 한동안 걸신들린것 마냥 그녀의 전신을 탐하며 그녀를 침과 땀 범벅으로 만든 번서는 이제 비몽사몽의 경지가 되어버린 예하랑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이 대신 침대에 누웠다.
" 하응...봉사... 하겠습니당... "
간신히 노예로써의 대사를 생각해 내는 예하랑.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그녀는 굶주린 작은 짐승처럼 번서의 자지에 달라붙었다.
" 음음... 웅움... 응움... "
노예 중 구음의 기교라면 단연 국무령이 제일이고 예하랑은 아직 노예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툴었지만, 그 열의와 서투름이 또한 매력인 것이다. 웅크려 엎드린 그녀의 풍만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하얀 엉덩이 위로 손을 뻗어 항문 안으로 손가락을 하나 집어 넣으면, 자지로 느껴지는 압력이 순간적으로 강렬해 지면서 동시에 따뜻하고 축축한 항문의 점막이 손가락을 열렬히 환영하며 조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뻐하는 것이다. 그리고 순간적인 경직의 시간 후에는 다시 교태를 부리듯이 천천히 엉덩이를 흔들며 구음이 재개되었다.
" 츕... 응... 춉... "
자지의 끝까지 빈틈없이 핥아 올리고 혀로 귀두를 쓸어내듯이 애무하는 농염한 기교까지 선보이는 예하랑. 번서는 그녀의 입 안에다 한발 사정할까 하다가. 손짓 하나로 그녀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자지로부터 해방된, 구음으로조차 쾌감을 느낀 노예의 허덕이는 입술 사이로 진한 군침이 실을 이루며 흘러내렸고, 예쁘고 깨끗한 분홍색의 혀가 붉은 색의 입술 사이로 잠깐 모습을 비쳤다.
" 이제 보지로. "
" 네... 네에에... "
넋을 잃은 것 같은 목소리와 함게 예하랑은 명령에 순응했다. 즉시로 번서의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가져다 댄 그녀는 허리를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며 그의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진주빛을 띄고 있는 예쁜 음순과 그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음핵이 번서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들이 점점 붉은 색을 띄는 동안, 예하랑의 교태가 섞인 허덕임과 신음성도 점점 고조되어 갔다.
" 아아으응!... 아으응!... "
수줍은 듯이 간간히 떨리는 허리, 보지로부터 배어 나오기 시작하는 음액이 자지를 흥건하게 적시는 모습은 연기가 아니다. 번서가 자지에 힘을 주어 보지에의 마찰을 강하게 하자, 잠시 전신을 경직시키더니 허덕이는 소리와 함게 보지로부터 대량의 음액을 쏟아 냈다. 자극이 너무 강해 절정한 것이다.
" 하아... 하아... 죄송합니다. "
" 계속 하도록. "
" 네... "
주인의 허락도 없이 삽입하기도 전에 절정을 맞은 것을 사죄한 예하랑은, 비로소 그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 안으로 인도했다.
" 으음... "
이미 절정을 맞아 충분히 적셔지고, 달아올라 있는 예하랑의 보지는 그녀가 알고 있는 유일한 자지를 지극히 열렬하게 환영했다. 딱히 타고난 [명기]가 아니라도, 이 상태의 여자의 보지는 마치 별개의 생물마냥 끈적하고 강렬하게 남자의 자지를 조여 오며 지극한 쾌감을 선사한다. 덕분에 삽입의 순간에 그가 아찔한 쾌감을 느끼며 신음을 흘린 것은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정도 쾌감을 얻었다면, 예하랑은 그 이상의 쾌감을 얻었다는 말이 된다.
" 아!... 아아아...아히아아아아아!!! "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길고 강렬한 비명으로 절정의 시작을 알렸다. 기다려 왔던, 아니 갈망해 왔던 삽입이다. 마침내 삽입당했다는 정신적인 해방감 까지 합쳐진 강렬한 쾌감은 예하랑을 다시 절정으로 밀어올렸다. 이번에는 작은 절정이 아니라 큰것이었다.
그리고 예하랑은 시간 감각을 잊었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수습했을 때는 침대 위에 동반자가 둘이나 더 있었다. 하나는 언제나 함께 하는 침대 파트너가 된 국무향이고, 다른 하나는 서봉이었다. 번서는 전신을 땀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들의 유방이나 보지에 손가락을 넣어 희롱하는 중이었고, 예하랑 자신도 다시 배와 가슴을 번서의 베개로 제공하는 중이었다.
" 아... 주인님, 제가 얼마나?... "
" 기절해 있었냐고? "
" 네. 아응... "
" 반시진 정도 됐군... 오늘은 제법 오래 버텼어. 칭찬해 주지. "
" 감사합니다. "
칭찬의 의미로 유방을 쓰다듬어지자, 예하랑은 다시 속절없이 발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반시진 이상 기절해 있었다고는 해도 제대로 분위기를 탔다면 두시진 이상을 번서에게 범해진 후일 것이다. 아무리 단련된 여자라도 이런 격렬한 정사를 견뎌낼 재간은 없다. 그녀의 전신은 물먹은 솜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 가만히 있어. "
" 넹... 아앙... "
다시 예하랑의 유방을 쥐어 짠 번서는 유두로부터 새어나오는 모유를 혀 끝으로 핥아서 맛보았다. 기진맥진한 참이라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농염한 희롱이다. 예하랑은 아찔한 쾌감에 다만 좋아 죽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서봉이 깨어나서 번서에게 자신도 희롱해 달라는 듯이 그 압도적인 육체를 밀어붙여 왔기 때문에, 번서의 즐거움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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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장장 네 시진(8시간) 동안을 실컷 즐기고 난 후 아직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난 번서가 아침 운공을 시작했을 무렵, 겨우 기력을 되찾은 예하랑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얶으로 향했다. 침대 위는 아직 서봉과 국무향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 어질러져 있었지만, 곧 밤동안 번을 선 국무령이 선실로 와서 청소를 시작했다. 노예들을 깨워서 욕실로 보내고 침대보를 갈면서 어질러진 것을 정돈하는 것이다. 국무령은 몹시 깔끔한 성격이라 이런 일이 체질에 맞았다. 그러는 동안 운공을 마친 번서가 자리에서 일어섰을때, 그녀는 공손히 인사를 했다.
" 주인님, 밤사이 즐거우셧는지요? "
" 그래, 너도 이제 자야 할 시간이겠구나. "
" 네. "
주인 앞에서 배설과 자위를 보이는 것은 노예의 의무다. 허락을 받아 음구를 제거한 다음 배설을 보이고, 곧바로 자위를 시작하는 국무령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번서는 그녀의 넋놓은 얼굴을 감상했다.
예전에도 자세히 묘사한 적이 있지만, 국무령은 전통적인 황국의 미인, 그것도 조금 기가 드세 보이는 미인상을 하고 있었다. 그 기가 드세 보이는 미인이 만면에 쾌감에 찌든 표정을 떠올리며 허덕이는 모습은 번서로 하여금 강한 여자를 지배하는 쾌감을 일깨워주는 바가 있었다.
" 하아... 아... 하아... 하... 그, 두번, 절정 했습니다... "
노예들에 대한 조교시에는 망가뜨릴 목적도 있고 해서 하루 백번의 자위를 요구했지만, 완전히 번서의 노예가 된 지금은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어서 열번으로 횟수를 낮추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보통의 여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치욕적이고 가혹한 대접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노예들의 입장에서 보면 백번에서 열번으로 줄었으니 그것을 주인의 자비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천국을 지옥으로, 또는 지옥을 천국으로 느끼게끔 만드는 능력과 권위, 그것이 여자들을 노예 상태로 떨어뜨리고 지배할 수 있는 힘이었다.
" 아...아응!... 으윽!... 아...하...홉... 번... 하응!... "
" 이제 곧이다. "
" 네, 네이 주인님 감, 감사합니다...하응!...으응... 응윽!... 아아아앙!... "
번서로부터 격려를 받아서인가, 열번째 절정은 화려했다. 전신을 격렬하게 경련하다가 균형을 잃고 앞으로 엎어지는 국무령을 받아 주었을 때 보지로부터 강렬한 기세로 분사해 내는 애액에 방광에 새로 고이기 시작하고 있던 약간의 오줌이 섞였다. 그것이 노예용의 요강 밖으로 튀었기 때문에, 그녀는 몹시 공손하게 사죄하면서 자신이 더럽힌 바닥 부분을 혀로 [청소]했다. 그만한 미인이 땀 투성이의 상기된 알몸을 드러낸 채 마치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스스로가 흘려낸 애액과 오줌을 핥는 것이다. 이만큼 남자의 지배욕을 만족시키는 구도가 또 있을까.
연속 자위 절정에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의무를 끝마친 국무령을 품에 끌어당겨 안아 준 번서는, 그녀가 요강을 비우고 오는 것을 기다려 준 다음 자신의 무릎 위에 누이고 수혈을 짚어 주었다.
" 아응... "
마치 소녀같은 얼굴로 잠든 국무령을 그녀의 선실 침대로 옮겨 준 다음, 번서는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들어 있던 당여월을 깨워서 번을 세운 번서는 서봉과 예하랑을 데리고 시진으로 나갔다. 금여화와의 계약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시진의 점주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번서가 합당한 가격에 웃돈까지 얹어서 점포를 매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아직은 여럿 있었다.
이후 보름 동안, 번서는 점포를 매도하기를 거부하는 점주들을 설득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점주들에게도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하지 않고 금여화와의 만남을 주선해 점포를 매각하는 대신 새로 지어질 상설시장에 점포 하나를 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점주의 동의까지 얻는데 보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금여화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금여화가 고용한 목수 무리들이 몰려와 상설시장의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그녀는 다시 한번 번서와 만남을 가졌다.
" 대단한 수완을 가지셨군요. "
" 웃돈을 얹어주지 못했다면 어려웠을거요. 생각해 보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투자인데, 괜찮소이까? "
" 절대로 괜찮아요. 나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란 번서의 기호에 맞는 존재였다. 게다가 황국 제일의 거부의 외동딸이다. 훗날 도모할 일을 위해서라도 필요가 있는 여자라, 번서는 이 여자를 어떻게든 자신의 손에 넣을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은 금여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기회를 잡는 것은 장차의 일이 될것이다.
계약대로 번서가 해운포의 창고 책임자가 된 것은 그로부터도 몆달이 지나 상설시장이 다 지어진 후의 일이지만, 그동안에도 번서는 전혀 한가하지 않았다. 혈석 광산의 관리 문제로 경운경이 거주하고 있는 합포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했고, 상주와 중주를 넘나들며 걸리적거리는 자들(주로 엣날 밀채꾼들과 관련이 있는 불량한 무리들)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진소아와도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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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아의 모든것이 예전 그대로였다면 이후로 번서와의 접점은 한도 없이 얇아질 것이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풀리지는 않았다.
번사가 상주와 중주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의 기반을 확립하는 동안, 진소아는 복수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계획해 온 복수를 끝냈으니 더이상 현상금 벌이의 삶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황국을 뜨고자 했던 것이다.
현상금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위험한 자들을 상대하는 일이 일상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현상금이 걸린 자들을 추적해 잡아 넣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현상금이 붙은 자들에게도 가족과 동지와 친구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때문에 진소아는 곳곳에 적이 많았다.
보통이라면 이 원한을 가진 자들의 존재는 희미하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직업의 이점 중 하나는 관인들과 친분이 생긴다는 것이고, 관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복수를 관철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 자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관인과 관련이 끊어지면, 그때는 그동안 감히 복수할 마음을 품지 못했던 잔챙이까지도 덤벼들 뿐더러, 어제까지의 친구도 적이 된다.
전마방(戰馬房)이라는 방파는 상주의 관군에 군마를 납품하는 것이 주업인 무리로, 일단은 백무련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정도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돈에 움직이는 용병들에 가까웠다. 이 전마방의 현 방주인 [말 파괴자]색두(色頭)는 진소아를 원수로 삼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전 방주이자 그의 아버지인 [말 분쇄자] 색동(色銅)이 그녀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다.
색동이 현상범은 아니었다. 그의 죽마고우인 금추춘(金醜椿)이라는 2류 사기꾼이 현상범이었을 뿐. 진소아에게 쫒기던 금추춘이 색동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사실을 밝혀낸 진소아를 막으려다가 그녀의 총에 맞았던 것이다. 색동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좋지 않은 곳에 총탄을 맞은 금추춘은 관아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금추춘이 궁내부의 내관이 되면서부터였다. 본래라면 유배행일 것이지만, 어쩌다 보니 거세를 당한 셈인 금추춘은 유배지에서의 노역 보다는 평생 내관으로 일하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타고난 입담과 간사함에 힘입어, 그는 3년도 되지 않아 궁외부 말단직에서 궁내부의 중시(궁녀 중의 상궁과 비슷한 직위)에 올랐다. 그리고 태후 윤씨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부와 권세를 손에 쥔 금추춘이 자신을 거세시킨 진소아를 향한 복수를 시작할 마음을 품기까지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서, 금추춘은 자신을 도와주려다 죽은 친구의 아들인 [말 파괴자] 색두와 손을 잡았다. 색두가 전마방의 졸개들을 풀어서 진소아를 쫒는 동안, 금추춘이 고용한 청부업자가 진소아를 [처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이 청부업자의 이름은 이름은 패산(覇山)이라고 했는데, 황국인이 아니라 그 이름을 표기할 때 음차를 한 것에 불과했고, 실제 이름은 좀 더 길었다. 그는 딸인 악산라(珞珊羅)를 데리고 전마방 무리와 동행하게 되었다.
진소아가 자신이 쫒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점은 그동안 모아 둔 자금을 정리하려고 경도에 있는 금탑삼상의 환전장에 들렸을 때 였다. 금자루를 들고 여행을 하는건 힘들 뿐더러, 쓸데없는 이목을 끌 수가 있다. 하여 숨기기 쉽고 운반하기 편한 전표와 보석류로 바꿀 생각이었던 것이다.
진소아도 10여년간을 현상금 벌이로 무림의 바닥에서 구르면서 살아남은 노련한 고수다. 그 경험 덕분에 그녀는 전장에서 보석을 챙겨사 나온 직후에 거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전마방의 무리를 알아볼 수 있았다.
싸움은 짧았다. 확실한 뒷배가 있는 전마방 무리들은 거리 하나를 온통 비운 채로 진소아를 기다렸고, 그녀는 숫적인 열세에 압도당했다. 그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봐도 좋았다. 부상을 당한 채로 경도의 북문을 돌파한 진소아는 보름 동안이나 전마방의 추적을 피해 달아났다.
진소아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언 모든 연줄이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고, 심지어 친구로 알고 있었던 자들까지 그녀를 함정에 빠트리려 했다. 그 와중에도 보름이나 도망친 것은 경이로운 재주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는 한계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고, 그녀는 경도에서 북쪽으로 사십 리 가량 떨어진 한 야트막한 산기슭에서 전마방의 무리들에게 따라잡혀 포위당했다.
번서가 진소아의 소식을 들었을 무렵, 그녀는 전국적으로 지명수배 되어 있었다. 관인을 살해한 범인으로 현상금이 걸린 것이다. 번서가 아는 한 그녀가 멀쩡한 관인을 살해했을 리는 없기에, 번서는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를 시도했고, 곧 그녀가 [살해 했다]고 알려진 관인은 청렴한 것으로 평판이 높은 인물임을 알 수 잇었다. 그것은 문제의 해답을 주기는 커녕 의문만 증폭시켰기에, 번서는 가외의 돈과 시간을 더 들여서 수소문을 했다. 그리고 그 수소문의 끝에서 진소아와 맞닥뜨릴 수 있었다.
금추운은 진소아에게 복수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생각한 복수는 조금 복잡한 것이었다. 그는 진소아의 명예를 빼앗고, 가장 치욕적인 죽음을 선사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 복수의 일차로, 그는 진소아를 조종할 수 있는 실력자를 찾아냈던 것이다.
[고(蠱)]라는 것은 원래는 대산맥에 거주하는 군소 부족의 주술사들로부터 온것이다. 그것은 원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술의 일종으로, 대산맥의 저지대에 걸쳐 존재하는 거대한 밀림에서 채집한 독을 품은 기생충을 인체에 감염시키는 것이다. 감염시킨 [고]는 그 종류에 따라 즉시 발동하거나, 혹은 특정한 조건(특정한 소리, 진동, 혹은 시간의 흐름 등등)에 따라 발동하거나 한다. 그리고 독술도 원래는 의술로부터 왔듯이, [고]역시도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된지 오래다.
전마방의 무리와 함게 한 청부업자, 패산은 바로 이 고독술사였다. 전마방의 포로가 된 진소아가 윤간당하고 거의 죽을 정도로 얻어맞은 후, 그 무리로부터 그녀를 넘겨 받은 패산은 진소아에게 고독을 사용했다. 처음 며칠간은 그녀도 의연하게 버텼지만,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녀의 신경을 좀먹어 들어가는 고독이 그녀를 굴복시키는데는 며칠로 충분했다.
이후 진소아는 금추춘의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도구로써의 첫 임무가 태후 윤씨의 신경을 거스른 관인을 암살하는 임무였다. 그 일로 인해 황국 전역에서 수배령이 내린 것이다. 번서가 그녀에 대해 본격적인 탐문을 시작한 것이 바로 이무렵이었다.
번서는 돈을 쓸 줄 안다. 게다가 금탑삼상의 정보망의 일부를 이용할 수 있는 처지다. 상황의 부자연스러운 점을 깨닫고 그녀의 소재를 파악하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패산도 진소아를 탐문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번서가 진소아의 숨겨진 지인이라 짐작하고, 그녀를 완전히 파멸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그를 향해 함정을 팠다. 일부러 흔적을 남기며, 월영포구의 건너편에 있는 나루터의 객잔 하나를 통채로 함정으로 꾸민 것이다 전마방의 무리들과 함께 기다린지 사흘도 되지 않아서 번서가 나타났다. 막 해가 넘어가고 달이 환한 보름의 밤이었다.
패산의 오산이라면, 번서를 너무 쉽게 봤다는 것이다. 임독이맥이 뚫린데다 채화술로 인해 나이에 걸맞지 않는 고강한 공력을 갖게 된 번서는 전투가 예상될 경우에는 항시 호체기공이 발동된 상태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객잔 주변에 풀어 놓은 고독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때문에 번서는 상대가 고독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노예들에게 전음으로 대비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자신은 드러내놓고 나타났지만, 그의 노예들은 숨겨진 채로였다. 패산은 일부러 진소아의 흔적을 흘려 그를 함정으로 유인했다고 생각했지만, 함정에 빠진 것은 그쪽이 된 셈이었다.
[주인님, 지붕에 넷, 마루에 둘, 주방이 요리사와 점소이도 모두 무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뒤편의 대나무 숲에도 매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녀석이 눈치 못 채게 처리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여 당여월과 예하랑에게 신호를 준 다음, 번서는 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1층은 깨끗하게 비워진 채,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통해 일남일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앞에 서 있는 여자는 진소아였다.
" 아...시...심...공자... "
마치 실로 조종되는 인형처럼, 진소아의 움직임은 어색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모습은 참혹할 정도로 변해 있어서 보는 번서가 다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전마방의 무리들에게 붙잡혔을 때 부터 입고 있던 진소아의 때묻고 찢어진 옷은 그녀의 몸을 거의 드러내놓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에게 가해진 폭행과 강간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고 있었다. 얼굴을 비롯한 전신은 쫒길 당시부터 전혀 씻지를 못해 더러웠고, 보기 좋은 금발이던 머리카락은 썩은 해초같은 빚깔을 띈 채 땟국물이 말라붙어 있는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드러난 흐릿한 푸른색의 시선, 번서를 알아보는 진소아의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미안... 죽... 여... 주... 아으으으... "
진소아의 손에 들려 있던 단총이 서서히 올라가는 것을 보며, 번서는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이국적인 군청색 장포를 입은 중년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중년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고독술사 패산이었다.
" 그래, 진짜는 그쪽이었군. "
" 흐흐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네가 어떻게 고독에 걸리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이걸로 끝이다. "
" ...죽이지는 마라. "
번서의 명령이 떨어진 직후, 객잔의 벽과 천정의 어둠 속에서 하얀색과 보라색 섬광이 번쩍이며 그들을 덮쳤다. 패산을 덮친 보라색의 섬광은 서봉이었고, 진소아를 덮친 하얀색의 섬광은 국무령이엇다. 그녀들은 이미 호체기공을 끌어올려 고독에 대비하고 있었다.
퍼버벅!...
섬광과 함게 마루에는 네자루의 단검이 박혔다. 그것만은 번서의 솜씨였다. 모두가 정확하게 매복해 있던 전마방의 무리의 얼굴을 꿰뚫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퍼억!...
" 끄아아악!... 우아아아악!... "
칼등으로 혈도를 얻어맞은 진소아가 흙바닥 위에 쓰러지는 동안, 서봉의 쇠채찍에 얻어맞은 패산은 늑골과 사지의 뼈가 유리조각처럼 부서진 채 마룻바닥에 처박혔다.
" 아으으으으!... 아으악!... 컥!... "
번서가 쓰러진 진소아의 몸에 붙어 있던 고독을 내공으로 몰아내는 동안, 비명을 지르다가 서봉의 손에 턱 관절이 뽑힌 패산은 쇠사슬에 묶였다. 그리고 객잔의 입구로 붉은 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는 당여월이 모습을 드러냈다.
" 바깥의 정리가 끝났습니다. "
밤에다, 기습의 이점도 있고, 게다가 당여월의 실력이다. 방주인 색두를 포함한 전마방의 무리 서른 두명은 그녀 하나를 당해내지 못했다. 피를 흘리며 기절한 채 그녀의 손에 뒷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오고 있는 색두를 제외한 전원은 일검에 목숨을 잃었다. 진소아의 응급처치를 끝낸 번서가 패산 앞으로 다가갔을 때, 그는 실실거리며 웃고 있었다. 번서가 턱짓으로 서봉을 부려 다시 턱 관절을 끼워맞춰 주자 그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 뭐가 그리 즐겁지? "
" 호체기공을 풀었어... 흐흐흐흐... 고독을 쓸 수 있는 자가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했나보군? "
번서는 마주 웃어 보여 주었다.
" 사실 나도 일에는 만전을 기하는 편이라서 말이지... 숨어있는 놈부터 먼저 찾게 되더라구. "
하늘색 옷을 입은 예하랑이 마침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의 옆구리에는 기절한 악산라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패산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저걸 기다리고 있었나보지?... "
번서는 붙임성 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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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랑이 내공을 써서 진소아의 혈도에 침투한 고독들을 태워버리는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번서는 그자리에서 패산을 심문했다. 먼저 그의 척추에 있는 신경에 침을 꽂아 고통을 멎게 해준 후, 다시 철침 하나를 들고 빙긋이 웃었다.
" 의술을 알고 있으니 복잡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겠지? "
직후에, 번서의 철침이 패산의 머리에 꽂혔다.
" 무...무슨 짓을 하려고... "
" 아, 별거 아니랴 네 통각을 한 이만배쯤... 올렸을 뿐. 이제 이 침을 빼면... "
" 아... 그, 그만, 안돼!... "
" 왜 안돼지? 네가 진소아에게 베푼 고독도 비슷한 종류로 보이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거 아나? 고문을 하려면, 일단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이건 네게 좋은 공부가 될거야. "
미리 번서가 전음으로 귀뜸을 했기에, 노예들 전원은 내공을 끌어올려 귀를 보호하고 있었다. 객잔의 건물 안에서 지른 패산의 비명소리가 강을 넘어 거의 5리 밖에 있는 월영포의 부두까지 들렸던 상황은 필설로 표현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번서의 침술은 농담이 아니었고,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단 한번 목에 찔려 있던 침을 뽑았을 뿐인데, 다시 침을 원위치 시켰을 때 패산은 무엇이든 그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였다.
패산이 진소아에게 베푼 독술과 해독 방법이 없다는 사실, 악산라와의 관계, 그를 고용한 금추춘의 신분과 그와의 접선 방법까지 술술 부는 동안, 비명소리에 깨어난 악산라와 색두는 자신들의 처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이 진소아에게 저지른 일이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되돌아 오게 될지도.
고통에는 면역성이 있다. 때문에 자백을 받는 방법으로써 고통에 호소하는 고문은, 의외로 설득보다 덜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통에서 면역성을 제거한다면, 고문은 더없이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뇌에 직접 작용하는 번서의 침술은 고통에서 면역성을 제거했고, 면역성이 사라진 고통은 진소아에게 저지른 짓거리에 대한 [처벌]을 하는데도 탁월했다. 다시 고통에 노출 시킨지 반각(5분 쯤)도 지나지 않아서, 패산은 고통으로 미쳐 버렸다.
쓸모 없어진 그를 내버려 둔 채 객잔에 불을 지르고 나온 번서는 일단 포로들과 진소아를 데리고 자신의 거처인 배로 돌아갔다. 악산라를 감금하고 진소아를 선실에 재운 후, 그는 색두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상갑판으로 되돌아 갔다.
" 이놈 보게, 오줌을 쌌군. "
아직도 당여월의 손에 붙들려 제압당해 있는 색두는 이미 번서가 자신의 수하들을 모두 도륙하고 패산을 고문으로 미쳐버리게 만들고는 그를 산채로 불태우는 과정을 보고 있었다. 공포에 질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보기에도 불쌍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는 색두의 앞에 쭈그리고 앉은 번서는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 안심해, 난 널 죽이지 않을거야. "
" 살...살려 주시는 겁니까?... "
" 네가 필요하거든. "
번서는 두자루의 침을 꺼내서 색두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것이 패산에게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직접 목도한 색두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렸다.
" 제발, 제발 무엇이든 할테니 그것만은... "
" 알아, 알아... 나도 패산과 너를 똑같이 다룰 생각이 없어. 네가 이런 곳에서 비명을 지르면 몹시 시끄럽게 될테니까 말이지... 게다가 여긴 내 집이라고. 소란은 곤란하지. 단지... 이건 일종의 보험이라고 해 두지. "
번서는 색두의 목과 머리에 차례로 침을 꽂았다.
" 이 침을 제거하면, 보아서 알다시피 너는 비명을 지르게 될거야. 하지만 이 침이 여기 이 자리에 꽂혀 있는 한은 괜찮지. "
번서는 침의 끝을 밀어서 완전히 피부 안으로 밀어넣었다.
" 목에 꽂힌 침은 재질이 특별한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녹기 시작할 거야. 대략 사흘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녹게 되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숨을 쉬는 것도 몹시, 아주 좁시 고통스러워 지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 전에, 부탁을 하나 들어줬으면 해. "
" 그러면...침을 제거해 주시는 겁니까?... "
" 당분간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해 줄 지도 모르지. "
번서의 [부탁]이란, 금추춘을 꾀어 내라는 것이었다. 번서가 원하는 일시에. 기한은 사흘이다. 월영포에서 경도까지는 전마방의 준마를 타고 최단 거리를 선택한다 해도 사흘 밤낮을 전속력으로 내달려야 한다. 전서구를 보내면 좀 더 빠를 것이다. 딴 꿍꿍이를 품을 수 없게끔 시간을 촉박하게 만든 연후에, 번서는 예하랑은 비밀리에, 당여월은 공개적으로 색두와 동행시켰다.
" 왜 저런 자를 살려 두시는 것인지요? "
불알에서 요령소리가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아나는 색두의 뒷모습을 보던 서봉의 질문에, 번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보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로 쓸 수 있다면, 작은 고기를 풀어줘야할 때도 있는 법이다. 저런 놈의 목숨이란 주머니 속에 든 것과 같아서,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지. 하지만 금추춘은 궁내부의 내시인 만큼, 꾀어낼 기회가 많치 않아. 그나저나 서봉... 너는 참으로 궁금한게 많구나. "
" 여자의... 천성이라고 할까요. 아응... "
" 뭐 그것도 좋겠지. 이렇게 가르쳐 줬는데도 나중에 멍청하게 군다면, 용서치 않겠다. "
" 네, 네에... 주인님. "
옷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그 풍만한 유방을 주물러 준 다음, 번서는 부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국무령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넣고는 그녀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고 거기서 풍겨나오는 체향을 즐겼다.
" 아으응... "
" 아직은 즐길 때가 아니야. 이제 우리의 포로를 보러 가 볼까? "
" 네 주인님. "
불침번을 서도록 국무령을 남긴 후, 서봉을 동행한 번서는 감금실이 있는 배의 하갑판으로 내려갔다.
번서가 말한 그 [포로]인 악산라는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녀의 사연은 조금 기구했다. 완전한 색국인인 그녀는 패산과는 친부녀지간이 아니었다. 고독을 연구하던 도중에 생긴 사고로 인해 남자 구실을 할 수 없던(아이를 만들 수 없는) 패산이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였던 그녀를 제자 겸 딸 삼아 기르기 위해 납치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의 기술이 끊어지지 않게끔 하려는 목적에서였지만, 아이란 기르다 보면 정이 드는 법이다. 16년이나 키운 악산라는 패산에게는 친딸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재능도 있어서, 그의 기술을 거의 모두 이어받고 있었다.
하지만 생애 처음의 패배를 당한 직후, 진짜 부친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언 패산의 고백을 통해 자신이 납치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악산라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번서가 패산를 비명 끝에 미치게 만들고, 산채로 불에 태워저리는 것을 본 후다. 그 압도적이면서 일말의 용서도 없는 잔혹함은 생전의 패산의 손속 정도는 어린애 장난이라 여겨지게 만들기에 족했고, 그 패산에게 배운 악산라 역시 냉혹한 암살자로 자랐지만, 번서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잔인한 자들일수록 자신보다 더 잔인한 자를 만나면 쫄게 마련이고, 그점은 악산라도 마찬가지라 번서가 하갑판 문을 열고 내려오는 모습을 본 직후에 창살 감옥의 구석으로 도망쳤다. 부질없는 시도였지만, 적어도 마음만이라도 번서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의사 표현이기도 했다.
" 귀엽군. "
번서는 코웃음을 치면서 감옥 안으로 들어가 악산라를 상대했다. 이미 감금할 때 부터 알몸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고독 같은 것을 숨겨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다), 사지를 펼친 자세로 창살에 매달아 놓고 나니 색국인 여자 특유의 압도적인 나체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 이 악마!, 악당!, 귀신!... "
" 난 아직까지 살아 있는 자라고, 귀신이라니 참으로 적절치 못한 비유로군. "
악산라가 뱉은 침을 피한 다음, 번서는 그녀의 버릇없음을 벌해 주기 위해 무릎에 침을 찔러 넣었다. 뼈를 뚫고 신경이 모인 장소를 직접적으로 찌른 것이다.
" 끄아아악!... "
악산라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번서의 손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 무릎으로 옮겨 가 있었다. 긴 비명을 한번 더 지른 후, 부들거리며 떨고 있는 악산라의 하얀 나체 위로는 송글거리는 땀이 맺혀 있었다. 고통을 견뎌내느라 기력을 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 뭐 이대로 감각을 좀 더 올려 줄까 싶기도 하고... "
" 하지마!... 하지마!... "
비명을 지르는 것과 비슷한 고음의 서툰 황국어가 튀어나왔다. 이미 패산의 지리멸렬한 꼴을 본 후다. 번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의 예고는 실행보다 훨씬 더 무서운 공포를 불러오는 것이었다.
" 네 사정은 딱하다만, 너도 진소아를 저꼴로 만든 녀석들과 한패니까 말이야... 나는 알고 그랬던 모르고 그랬던 간에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의거든. 내 말 이해하겠나? "
" 으... 응. "
" 그래서, 너도 그녀를 저 꼴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지. "
" 하지만 아빠는 내 아빠가 아니었어. "
" 그래, 그것 떄문에 네 처지가 딱하다는 거지. "
번서는 정말 안됐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겁에 질려 있는 악산라의 머리에 침을 꽂았다. 순식간에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서 촛점이 사라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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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패산이라는 놈이 좋은 구석도 있었군. "
악산라의 처녀성을 확인하고 난 번서는 코를 킁킁거리며 그녀의 애액에 젖은 손가락의 냄새를 맏아 보았다. 여자들의 체향은 다들 독특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남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악산라의 체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번서는 등불을 들어 악산라의 멍해진 얼굴 가까이에 비추었다. 그녀의 미모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대단한데... "
악산라의 미모는 수준급이었다. 번서의 노예 중에서는 이미 서봉이 색국인 적인 미모로 두각을 보이고 있었지만, 악산라의 경우는 그것이 더욱 철저했다. 순혈의 색국인이었으니 당연한 이야야기기는 하다. 확실히 튀는 미모라는 점에서 그녀는 번서의 수집욕을 자극하는데가 있었다. 또한 그녀는 서봉보다는 작았지만 키도 체구도 크고, 팔다리가 길고 근골도 우수해 무공을 배우기에도 적합한 체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피부는 우윳빛이 나고, 체모의 색은 진한 갈색에, 눈동자는 호수의 수면을 연상시키는 푸른 색이었다. 눈썹도 남자처럼 진하고, 색국인 특유의 높은 코와 진한 장미색의 입술은 그의 다른 노예들보다 두드러졌다. 유두는 연보라색이었고 보지는 예하랑과 비슷한 깨끗한 진주색이었다. 그 사이에서 찾아낸 음핵은 정말로 좁쌀만큼 작았지만, 적당히 자극해 주자 붉게 발기하면서 완두콩만한 크기로 커졌다. 천천히 배어나오기 시작하는 음액에 젖은 그녀의 성기의 모양은 지극히 색정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이미 손으로 확인한 다음이지만, 뻐끔거리는 음순 사이로 드러난 보지구멍 안으로 진주색의 처녀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줍은 연갈색을 띄고 있던 항문까지 검사를 마친 번서는 본격적으로 조교에 착수했다.
악산라의 경우 황국 말에 서툴다는 점 때문에 말로 괴롭히는것은 딱히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대신에 처녀다 보니 쾌감으로 이끄는 방법은 효과 만점일 것이었다. 국무령을 조교할 당시처럼 번서는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는 음란한 꿈을 꾸며, 깨어 있을 때는 채울 수 없는 욕정에 시달리도록 만들었다. 약과 침술과 환술의 조합은 참으로 잔혹한 것이라, 악산라는 자신이 결코 알 수 없었던 것을 갈구하는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 갔다.
게다가 [배변 교육]도 있었다. 인간인 이상 먹고 자고 싸야하기 마련인데, 이중에서도 싸는 행위, 즉 배설욕구는 성욕과도 직결된다. 번서는 이미 악산라를 악몽에 빠트리는 것으로 그녀의 수면을 지배하고 있는 참이고, 환술과 침술과 약물을 통해 성욕을 주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다시 배변을 통제하는 것으로 그녀에 대한 통제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다.
악산라에 대한 조교의 기본 방침을 정한 다음, 번서는 진소아를 찾았다. 그녀의 구체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치료를 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고독이라는 것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의 내공과 해독제에 의해 그녀의 전신의 신경망 안에 파고들었던 고들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그 고들이 파먹어버린 그녀의 신경을 재생하는 것은 번서의 의술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전마방의 무리들에게 당한 폭행과 윤간 때문에 근골도 상하고 성병에까지 걸려 있었다. 번서의 손에 구출될 때 까지 숨이 붙어있었던 것이 기적이라 할만한 일이었다.
번서는 할 수 있는 일 부터 우선순위를 세워 차근차근히 풀어 가기로 했다. 우선은 상한 근골을 회복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적당한 약과 좋은 음식, 그리고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정신적인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었는데, 이것은 무너진 신경계와 함게 그녀를 폐인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만(물론 번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범주에 속한다), 보통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어하게 된다. 그것이 설령 가해자라도 말이다. 진소아 역시 그랬다. 그녀가 주로 [의지]한 대상은 가해자 까지는 아니고, 그 딸인 악산라였다
여자들은 동성에게, 특히나 질투날 정도로 아름다운 동성에게는 뜻밖에 잔인한 법이다. 진소아에 대한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아낸 일이었지만, 악산라는 그녀를 돌봐주는 [척]하는 대신, 그녀를 갖가지 독의 실험용 동물로 써먹었다. 그것이 그녀의 근골이 심하게 상한 원인 중 하나였다. 이 과정은 정신에도 이상을 끼쳐서, 그녀는 더이상 예전의 용감한 여걸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번서는 악산라에 대한 진소아의 의존을 끓고 그것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진소아를 제정신으로 돌리지 못한다면, 적어도 좀 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서는 일단 노예가 된 여자들에게는 관대했으니까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