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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소환술의 잘못된 사용법 5장 테피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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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908 회 작성일 24-01-21 00: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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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테피

29화 테피의 일기, 혹은 어느 메이드의 새로운 하루




 


 


사리토스력 298년, 6의 월, 하의 순, 9의 날

오늘부터 일기라는 것을 쓰기로 했답니다.


뷔로한테서 파피루스 비슷한 얕은 종이 묶음과, 그것을 정리해놓는 "바인더"라는 이상한 도구, 그리고 일일이 잉크에 찍지 않아도 쓸 수 있는 펜이란 걸 받았습니다. 형태는 철필과 비슷하지만 쓰는 느낌은 깃털펜보다도 매끄럽습니다. "지우개"인가 하는걸로 비비면 간단히 지워지는 것도 이 펜의 좋은 점이에요.


 


어제부터 시작된 이곳에서의 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놀라운 것이 것이었기에, 당연히 이런 건 뭔가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게다가, 뷔로한테서 가끔씩 고향에 보내주겠다는 말도 들었고, 그때 오라버니들에게 이야기 할 것을 잊어버리면 곤란하니 말이에요.


 


그럼, 우선은 무엇부터 쓰면 좋을까요.


오늘 있었던 것이라 하면 우선, 뷔로한테서 메이드 복을 받은 것일까요. 그리고나서 청소 방법을 배웠습니다. 참, 뷔로와 함께 만든 요리는 세끼 모두 정말로 맛있었답니다.


 


그렇네요.


우선 식사 부분부터 써볼까요.


 


 


 


아침은 빵이었습니다. 그 빵은 이때까지 본 적이 없을정도로 새하얗고, 그리고 네모난 형태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런 빵을 보는 것은 처음 입니다. 빵이라 한다면 좀더 커다랗고 둥글고, 딱딱하고, 조금 변색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 빵을 부엌-뷔로는 "그릴"이라고 불렀지만-에서 옅은 갈색으로 잘 구워, 식초와 달걀과 기름으로 만든 하얀 소스를 바르고, 레타스(상추) 잎, 구운 훈제고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붉은 열매야채를 얇게 자른 것을 끼워서 먹었습니다.


씹는 느낌이 다소 부족한 것을 느꼈지만, 이건 이거대로 정말로 맛있었답니다. 표면은 아삭아삭, 안쪽은 쫄깃쫄깃해서, 안에 끼운 것들은 모두 촉촉하고 신선한 맛을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붉은 열매야채의 맛은 이전에 스레시아 시에서 먹은 적수 가지(*역주:赤水茄子, 가지같긴 한데 (...))와 참 닮은 것이었습니다. 뷔로는 "토마토"라고 불렀습니다만, 그 의미 모를 이름보다도 "적수가지"라 부르는 쪽이 어울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스튜도 먹었습니다만, 뷔로의 나라에는 뜨거운 물을 붓는 것만으로 스튜가 되는 마법의 가루가 있었습니다.


 


정말, 뷔로의 탑은 이상한 것들로 가득하네요.


 


 


 


다음으로, 점심에 먹은 것은 면요리(파스타), 그것도 스파게티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까지 그다지 좋아하는 요리는 아니었습니다. 맛은 괜찮은 거에요.. 오히려 좋아하는 쪽이랍니다. 하지만, 정말로 먹기 힘들지 않나요? 이게 소면이라면 저도 불만은 없었겠지만.....


면 끝을 손가락으로 잡아,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어 거기에 빙글빙글 감아 입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 식사법이라 합니다만, 이건 아무리 노력해도 품위있게 먹을 수 없는걸요. 입을 크게 벌리고, 가끔은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면을 놓치지 않도록 혀까지 움직여서....., 생각하는 것만으로 싫어진답니다.


게다가 이 식사법으론 손끝만을 사용 할 수도 없답니다. 아무리 해도 손가락 전체가 더러워져버려서.....어렸을 때는 "더럽히는 것은 손가락 끝뿐"이라고 엄격하게 교육받았습니다만, 이런 식사법은 아무리 해도 저항감을 느끼는 겁니다.


 


그런 연유로 뷔로가 점심을 스파게티를 데치겠다고 말했을 때, 저는 당연히 반대했습니다. 그런 것은 숙녀의 식탁에 올릴만한 것이 아니라고. 그래도 제가 아무리 말해도 "응응"이라던가 "괜찮아 괜찮아"라며 흘려 들어버렸습니다. 이래선 포기할 수 밖에 없지요. 가끔 잊을 뻔 하긴 하지만, 저는 어차피 노예의 몸입니다. 주인의 억지에 따르는 것은 의무인 것이에요.


뷔로는 지금이야 왕후귀족도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양친은 평범한 농부였고, 가끔은 저런 천박한 것을 먹고 싶어할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정 그러면 한끼는 굶으면 되는 것이고.


단지, 저항의 의미를 담아 요리를 돕지는 않았습니다. 알고 있답니다. 이런 건 하인 실격이지요. 그래도 뷔로는 그런 저의 행동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즐겁게 요리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건 그렇고, 마늘을 올리브유로 볶을 때의 향기는 어떻게 그렇게나 식욕을 자극하는 걸까요.


 


그렇게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거실에서 뷔로가 요리를 옮겨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자, 먼저 뷔로가 가지고 온 것은 포크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기를 자르는 것에 쓰는 끝이 긴 2갈래가 아니라, 4갈래로, 끝은 둥글게 뭉특해져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에 쓰는 것인가, 이때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 포크를 의구스럽게 바라보고 있자, 뷔로는 제 앞에 스파게티를 담은 그릇을 놓았습니다. 닭고기과 버섯을 적수 가지(토마토)의 소스로 삶은 파스타라는 모양입니다. 위에는 얇게 썬 파셀리(향근)를 뿌려놓았습니다.


 


"에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해서 말야. 빙글빙글해서...."


 


뷔로는 그렇게 말하며 포크를 면에 감아, 그대로 입에 옮겼습니다. 그 식사법은 스파게티의 식사법으로는 지금까지 본 식사법보다 훨씬 우아했습니다. 뷔로의 나라에서는 모두 이렇게 먹고 있다고 해요.


포크를 입에 넣을때에는 조금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는 오늘 처음으로, 진심으로 스파게티를 맛있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저녁식사는 반대로 익숙한 음식들이 나왔습니다.


보리를 콩과 야채랑 함께 삶은 죽, 생야채 모듬, 소의 덩어리 고기를 천천히 구워 잘게 자른 것, 고기 그릇에는 남은 것들을 모아 데친 뿌리 야채들이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식탁이 일단락된 시점에서 예쁘게 자른 과일을 내오기도 하고, 뷔로도 상당히 재치있네요.


아침 점심에 먹은 것도 맛있었습니다만, 역시 평소부터 익숙했던 것을 먹게 되니 마음이 놓이네요. 보리죽을 먹을때 사용한 스푼도, 이쪽에 오고 나서 쭉 쓰고 있던 금속 스푼이 아닌, 마을에서 쓰고 있던 것과 같은 나무 스푼이었습니다. 은색으로 빛나는 스푼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이쪽이 감촉도 부드럽고 요리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청소 방법에 대해, 까먹지 않은 동안에 써두도록 합시다.


 


아침 정리를 마친 시점에서, 뷔로가 "우선 오늘의 예정말이지만, 우선은 청소 방법을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심코 등을 꼿꼿히 핀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지금까지는 식사를 준비한다 해도 식후에 정리를 한다 해도, 이러쿵 저러쿵 결국 뷔로가 혼자서 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조금 도왔을 뿐. 계속 이대로는 곤란하지요. 단순한 짐더미로 있으면 정나미가 떨어져버립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 탑을 지켜야 한다는 정도의 마음가짐이 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해 꾹 하고 주먹을 쥐자 "그렇게 어깨에 힘주지 않아도 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순번만 외우면 간단하니까"라는 말도. 모처럼 의욕을 불태웠는데 왠지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그건 넘어가고, 우선 욕탕의 청소부터입니다.


 


1, 급배수밸브의 폐쇄


탈의소 안쪽에 있는 방에 목욕탕의 급배수밸브가 있기에, 먼저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는 마개를 잠근다. 이걸로 급수밸브가 닫힌다. 동일하게 왼쪽 마개를 잠그면 배수밸브가 닫힌다. 순번상으로는 우선 급수밸브를 닫고, 다음으로 배수밸브를 닫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당초 뷔로 왈, "한쪽만 닫고 잊어버리는 일이 아니라면, 순번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말야"라고 합니다.


 


2 "끈적핥이" 살포


 


급배수 밸브를 잠근 것을 확인하면, 탈의소 구석에 있는 항아리가 있으므로, 그 입구를 욕탕에 향하여 바닥을 한번 두들긴다. 이걸로 "끈적핣이"가 목욕탕으로 간다. 나간 것을 확인하면 문을 닫는다.


 


3.동일하게 회수


 


반나절 정도 후 욕탕이 완전히 깨끗해져 있을것이므로, 욕탕 입구에서 항아리 바닥을 이번엔 두번 두들긴다. 이걸로 끈적핥이가 항아리로 돌아온다.


 


4, 급배수밸브의 개방.


급배수벨브를 연다. 순번은 우선 배수밸브를 열고, 다음으로 급수밸브를 연다. (이것도 제대로 양쪽 다 열어두면 순번은 어느쪽이던 상관없다고 합니다)


 


목욕탕의 청소순서는 이상의 대로 (만일을 위해 뷔로에게 확인받아두기로 해요)


 


이 "끈적핥이"라는 것은 분홍빛으로 투명한 점액상태의 생물로, 뷔로 같은 소환술사가 이계에서 소환해, 사역술사가 만든 마법 항아리에 봉인하여, 오직 욕탕등의 청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는 모양입니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노폐물과, 물때, 곰팡이등을 먹으며 사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그 배출물은 공기와 거의 같은 성분까지 분해되기에 정말로 청결하다던가. 뷔로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그 공기에 꽃 향기가 첨가된 종류로, 술사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다고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의 피부에 붙이면 모공의 안좋은 것을 먹어주기에 미용효과가 있다고도.


 


(작자주:이하, 열단어 정도에 걸쳐 지우개를 쓴 흔적. 종이의 필흔을 유념하여 읽어보면, 간신히 "거O다, 엉덩OOO에OOO라O"라고 읽을 수 있, 을지도 모른다)


 


 


 


거실과 침실의 청소도 동일하게 항아리 바닥을 몇번 치는 것만으로 끝나는 모양으로, 이쪽에는 "검댕털구슬"이라는 생물을 사용합니다. 그 이름대로, 그을음이나 먼지를 뭉쳐 털구슬로 만든 것 같은, 새카맣고 둥근 생물입니다. 뷔로는 "마O로쿠O스케"라고도 부르고 있었습니다.


(역주*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검은 구슬처럼 생긴 생명체)


 


이건 확실히 편리하네요. 실제로는 일년에 한번 정도, 끈적핣이와 먼지털구슬로 제거하지 못한 때를 지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모양입니다만, 그건 그때 뷔로와 함께 하면 되는 모양입니다. 예정으로는 동지전에 끝낼 작정이라고 합니다.


 


 


 


청소 건이 끝난 시점에서, 뷔로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간단하지? 그럼, 나는 낮까지 아래쪽 의식 공간에 틀어막혀 있을거니까, 그 사이에 테피에게 뭘 하게 해야하려나....적당히 빈둥거려도 되지만.....그럼 한가?하겠지? 모처럼이니까 『디-비디-』라도 볼래? 에 그러니까 지금부터면, 세시간 정도인가. 미묘한걸...., 음."


 


자세한 기억한 애매하지만, 대략적으로는 이 내용일터입니다.


 


뷔로는 그이후 잠시간, "구극장판은 자극이 강해"라던가 "건O"이라던가 "패트O레이O"라던가 "애당초 로봇물같은 같은 건 의미를 모를려나"라던가, 저한테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중얼 거렸습니다.


거기다 "세시간이라면 하O히가 딱 좋을지도"라던가 "아아 그래도, 테피에게 현대물 같은 건 의미를 모르겠지"라며 역시 의미 모를 것으로 고민하고 있었어요.


한동안 그렇게 끙끙 거리고 있었습니다만, 이윽고 마음을 굳힌 듯 얼굴을 들고 한마디, "『반O의O제왕』이라도 볼래?".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망설였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한테 "~라도 볼래?"라고 물어도 곤란해져버리는 걸요. 그치만 "디-비디-"라는 것조차 무엇인지 모르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반O의O제O"은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도중에 극적인 장면에서 뷔로가 어깨를 두들기지 않았다면 좀더 굉장했을 텐데. 작중에 나오는 문자를 읽을 수 없는 것도 유감이었답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가 아직, 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두편이나 남아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저는 뷔로에게 한가지 물었답니다. "뷔로라면 저 발O에게 이길 수 있는건가요"라고.


그러자 뷔로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나라면 가장 먼저 도망칠거야."


 


실망이었습니다.


남성분이라면 이럴 때는 거짓말이라도 해 허세를 부릴텐데. 하물며 뷔로는 세상에서도 희귀한 소환술사로써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에요. 거짓말을 하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조금 더 멋있는 말이 있지 않나요.


 


 


 


이런 이야기는 이쯤 해두겠습니다.


 


뷔로는 메이드복 외에도 자잘한 것을 함께 불러낸 듯 하여, 양손에 가득 커다란 상자를 거질에 옮겨왔습니다. 그중에는 미리 부탁하고 있었던 나무 스푼도 있었고, 본적도 없는 사각진 상자형태의 물건도 있었습니다.


 


"아, 이거? 이건 테피한테 줄 선물."


 


굉장한 기습입니다.


저의 귀에는 이때,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확실히 들려왔답니다. 뷔로한테 그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닌지하고 걱정이었습니다.


애당초, 뷔로는 태셍 이런 것에는 둔감하니까, 딱히 뭔가를 눈치챈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요.


 


뷔로가 말하기로는 이 네모난 상자는 시계라는 모양입니다. 물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해시계도 아니고, 어떻게 시각을 재는 것인지 전혀 짐작도 안가는 것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일정 간격으로 움직이는 세개의 침을 보면 시각을 알수있다던가. "자명종"이라는 물건인 모양이에요.


 


"테피의 방에도 시계가 있는 쪽이 좋겠지. 나 깜빡해서 말야. 고를 시간같은게 없어서 내 것과 같은 것으로 해버렸어."


"내걸 바탕으로 복제소환했으니까 말야, 봐, 여기의 흠집까지 똑같아. 웃기지-"


 


정말로, 굉장한 기습이었어요


뷔로의 것과 같은-진짜로 이 세상에서-한 쌍밖에 없는-시계라고 생각하니, 무심코 가슴이 욱신거릴듯 해져서. 참는 것이 큰일이었습니다, 정말로.


 


 


남은 것은 뷔로가 준비해준 메이드복입니다. 저는 바로 갈아입으려고 의욕을 내고 있었는데 장본인인 뷔로가 "잠깐 기다려"같은 말을 하는겁니다. 네에, 뭔가 바람직 하지 못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직감했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착각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식사후 휴식을 겸해, 해의 아홉정도(오후2시). 뷔로가 침실 침대위에서 루리코와 카호를 불러냈습니다.


그리고 입을 열어 가장 먼저,


 


 


"그럼, 지금부터 세 사람은 이것을 갈아입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던겁니다.


뒤이어 "아, 나는 여기서 보고 있을테니까" 라고도.


 


 


나중에 뷔로한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날 불러낸 메이드복은, 제 것을 여벌도 포함해 5벌, 루리코와 카호에게 한벌씩, 총 7벌이었다는 모양이에요.


 


그건 그렇고, 아가씨가 옷 갈아입는 것을 보려고 하다니, 그다지 좋은 취미라고는 할 수가 없네요. 저와 루리코는 그렇게 항의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결국에는 "자, 빨리빨리"라고 재촉당하는 상황. 거기다 한 명씩 갈아입어줬으면 한다며 순번까지 지정당해버린 것입니다.


저와 루리코가 크게 한숨을 쉰 것은 말씀 드릴 것도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첫번째는 저였습니다.


속옷도 뷔로의 나라에서 쓰고 있는 것을 준비했다는 모양으로, 지금 입고 있는 것을 전부 벗으라는 말을 들어.....


최소한 벗는 것만이라도 눈을 돌려줬으면 한다고 부탁해 보았더니, 뷔로는 한동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나서, "어쩔 수 없나. 다 벗으면 말해줘"라며 뒤를 향해주었습니다.


너무 기다리게 하면 무슨 말을 할지 모릅니다. 재빠르게 벗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때이후 몇번인가 연습한 적도 있고, 혼자서 버튼을 부는 것에도 역시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전부 다 벗은 시점에서 뷔로에게 말을 걸고, 다음은 속옷의 착용입니다.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리도 딱 오므린 제 앞에, 처음 보는 속옷이 줄줄이 나열되었습니다.


 


"뭐가 좋을까. 처음이고, 테피에게 고르게 해줄게."


 


속옷은 하양, 검정, 분홍의 삼색으로, 양말고정끈(가터벨트)도 그것에 맞춰 삼색이 준비되었고, 긴양말(스타킹)은 이 삼색에 더해, 줄무늬 모양이 백흑, 백록, 검분홍등이 몇족씩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의 심경이라 한다면, 가능한 빨리 뭐든 몸에 걸치고 싶다는 것이 제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든지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경박한 것은 사양입니다.


자신이 그러한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상상하고, 그렇게 고른 것은 하얀 속옷-하얀 가슴가리개(브래지어-에 하얀 아랫도리천(팬티)-였습니다. 여기에 하얀 양말고정끈(가터벨트)와 하얀 긴양말(스타킹)의 조합이에요.


 


 


 


"그러니까, 그럼 우선....., 아래부터 할까. 팬티 입는 법은 바지와 마찬가지였던가...."


"네 나가미네군, 그거 삐빅"


"에? 뭐야? 나 이상한 말 한거야?"


 


"삐빅-"이라는 것은 뷔로의 나라에서 잘못된 것을 지적할때에 사용하는 말인 모양입니다.


 


"가터벨트는 팬티보다 먼저 걸치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 씻기라던가가 큰일이니까..."


 


루리코의 삐빅에 카호가 말을 잇자, 뷔로는 "그렇구나"하며 무릎을 치며 끄덕이고, "다행이다. 이런 실수를 할것 같아서 두 사람이 있어줬으면 했던거야"라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대처가 곤란하네요. 거기다 "나도 여자아이의 속옷 입는 법을 공부해둬야겠어. 테피가 방법을 잊어버리면 곤란하잖아? 항상 루리코짱과 카호짱한테 부탁 할 수도 없고"라고도 말하기까지 하니까.


정말이지, 말은 달변이네요.


 


그래도 제가 갈아입는 것만이라면 아직 귀여운 것이었습니다.


 


 


네에, 팬티는 단지 입기만 하면 되는 거기에 간단했고, 브래지어도 잠금쇠가 앞쪽에 있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입을 수 있었습니다. 뷔로는 "테피도 간단히 입을 수 있도록 프론트후크로 했어"라고 말했지만, 루리코가 말하기로 "벗기는 것이 간단하니까겠지"라고 합니다. 저도 여기선 루리코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게 제가 메이드복을 입자, 다음엔 카호가 부끄러워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루리코였습니다.


어쩐 영문인지, 뷔로는 루리코를 혼자 침실에 남기고, 저와 카호 두 사람을 거실로 내보내, 뷔로와 루리코만이 남는 건가 싶었더니 잠시 후 뷔로만 먼저 나왔습니다. 그 손에는 방금전까지 루리코가 입고 있던 옷이 들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만, 여기서 굳이 지적해야 할지 말지, 정말 고민되는 시점이에요.


 


 


이윽고 침실에서 루리코의 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잠깐 나가미네군! 이거 도대체 뭐야!?"


 


-!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열리자, 거기에는 자극적인 의상을 몸에 걸친 루리코가 있었던 겁니다.


 


"우와와. 루리짱, 대담....."


"루리코짱, 어울려♪"


 


그 의상은 어젯밤 뷔로가 가장 먼저 고르고, 루리코가 "악취미"라고 단언했던, 가슴가는 골짜기가 들여다보이고, 배꼽도 거의 드러나고, 스커트 자락이 이상할정도로 짧은, 그 메이드복이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새로운 생활의 시작인 겁니다.


솔직히 불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뷔로와 함께이고, 어떻게든 될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분명 괴로운 것보다도 즐거운 것이 많을 듯한, 그런 예감이 드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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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이걸로 5장 끝.

*네이버3등급문제등으로 과거 분량을 못보시는 분은 타입문넷 해외19금게시판을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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