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립파이터 마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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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여행
그렇게 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창피한 능력을 지닌 격투가가 되고 말았다. 사실 곧장 출발할 셈이었지만, 그만 전라 한정이라는 속성이 붙어버린 탓에 막바로 세상에 나설 용기가 도저히 안 나기도 했고, 또 조금만 있으면 봄이 올테니까 그 때까지 머무르며 전라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할겸 이 세계에 대해 공부도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하는 선생님의 충고에 따라 선생님 집에 잠시 더 머물기로 했다는 얘기.
처음엔 집 밖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나설 수가 없었지만, 역시 사람이란 어떤 경우라도 적응을 해나가는 존재인지라, 선생님과 함께 약초를 캐러 나가거나 근처 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거나 곧잘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알몸으로. 하긴 산 속이라 선생님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별반 어려울 것도 없긴 했지만.
그리고 하나 놀라웠던 것이, 내 능력 덕분에, 제아무리 눈이 첩첩히 쌓인 산 속을 달랑 맨몸으로 싸돌아 다녀도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 아, 전혀는 좀 과장인가. 약간 쌀쌀한 정도? 뭐 그 정도 느낌. 그치만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그건 아직 내 아우라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대로 성장하면 어떤 열기나 추위에도 아무렇지 않을만큼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나.
그리고, 방어력도 엄청나게 높아져서, 높은 데서 굴러 떨어지거나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해도 찰과상 하나 입지 않고, 무엇보다도 무려 피부가 고와지는 효과가 뽀나스로 따라 붙었다는 사실. 기미, 주근깨, 여드름이 모조리 사라지고, 아무리 햇빛에 그을려도 새하얀 미백 피부 그대로. 살결도 얼마나 보드라와졌는지 스스로 만져봐도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만큼 매끈한 꿀피부가 되었다. 이 정도 몸이라면 사람들에게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다 맞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부작용이랄까 뭐랄까,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생리가 멈춰 임신도 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리통이 좀 심한 편이라, 생리가 없어지는 건 좀 기쁠...라나. 임신은...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세계에서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뭐. 내가 왔던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내 몸 안의 마법충은 소멸하고 몸도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별로 신경쓰이진 않는다.
그런 식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건 꽤 익숙해졌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알몸을 보이는 건 아직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거기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영원히 마을로 내려갈 수가 없으니까, 그 때를 위한 연습 삼아서, 가끔씩 여기 들리는 행상 아저씨 상대를 내가 하곤 했다. 그 행상 아저씨는 내 알몸을 보고도 놀라기는 커녕 늘 싱글벙글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굴었기 때문에 나도 곧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나를 보고 놀라지 말고 평범하게 대하라고 미리 선생님에게 언질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선생님은 어땠냐 하면, 처음엔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내 엉덩이나 가슴을 슬쩍슬쩍 만지는 수준이었지만, 행위가 점점 에스컬레이트해져, 요리 중인 내 뒤에 달라붙어 가슴이며 보지를 노골적으로 만져대기까지 하게 되었다. 나도 처음엔 저항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선생님 하고 싶은대로 그냥 놔두곤 한다. 이제는, 매일 저녁 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은 선생님 무릎 위에 올라타 보지를 찌걱찌걱 만져지면서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하루를 마치는 일과.
근데, 근데말이지. 이거 하나 만은 꼭 말해두고 싶다. 선생님에게 허락한 건 딱 거기까지. 키스도 안하고, 물론 섹스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자지는, 나이 탓인지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물론 발기가 되더라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게다가, 선생님이 만지는 걸 허락한 또 다른 이유는, 결국, 도저히 자위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 도대체가 야릇한 느낌이 들어야 자위를 하던지 말던지 할텐데, 아무리 혼자 만져봐야 아무 느낌도 안 오니 뭐. 선생님 말에 의하면 그건 내가 아직 어려서 성욕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몸 안에서 욕구가 생겨나는 거니까 그리 걱정할 필요까진 없단다.
그렇게 매일매일 집안 일을 하거나 선생님 연구를 돕곤 했다. 가끔은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모델이 되기도. 알몸으로 누드 모델이 되는 건 꽤 부끄러웠지만, 선생님의 그림이 무척 아름답고 멋졌기 때문에 나중엔 흔쾌히 모델이 되어 주었다. 어찌나 리얼하게 그리는지 누가 봐도 딱 나인줄 알겠어서 절대로 아무한테도 안 보여준다는 다짐을 받고서. 선생님은 사진도 찍고 싶어했지만 그것만큼은 단호히 거부했습니다요. 보나마나 엄청 음란한 포즈를 요구할 게 뻔하니까. 딱 한 장, 집 앞에서 둘이 나란히 서서 찍은 기념 사진 뿐. 그 사진은 내 다이어리에 소중히 끼워져 있다. 뭐, 선생님이 나 몰래 도촬한 사진을 콜렉션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 꼭 꼬리를 잡고말겠스.
그럭저럭 내 이세계에서의 생활도 시간이 흘러 드디어 봄이 되었다. 마침내 산 속의 집을 나와 이 세계 최대의 도시, 시티라고 불리우는 마을로 향하게 되었다. 그 전날 밤, 언제나처럼 선생님의 무릎 위에 올라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드디어 출가하는 날인가"
선생님이 감개무량한듯 중얼거렸다. 물론 손가락은 내 보지에 푹 찔러넣은 채로.
"선생님께는 정말 신세 많았습니다. 저, 마을에 가면 열심히 노력해서 선생님의 은혜에 보은할 수 있도록 훌륭한 모험자가 될께요"
"으음으음. 이제는, 자네가 꼭 내 진짜 손주딸 같으이. 곤란한 일이 생기면 주저말고 찾아오게나. 언제든 힘이 되어줄테니"
"손주딸은 무슨, 맨날 이런 음란한 짓만 하는 주제에"
선생님의 목을 꼭 끌어안고 매달리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홋홋홋.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 자네도 이렇게 기뻐하고"
선생님이 내 보지물로 미끌거리는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몰라, 미워요. 그런거 보여주지 마요. 정말 색골 할아범이라니까"
내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훽 돌리자 선생님이 빙그레 웃는다. 색골 할아범이라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건가, 이 냥반.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유감인 것이, 자네가 나타난 것이 너무 늦었다는 거야. 이 늙은이 자지가 말을 듣지 않게 되고 나서, 나타나다니. 딱 10년만 빨랐어도, 요 녀석으로 자네를 매일 밤 하앙 하앙 아주 자지러지게 해 주었을텐데"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10년 전이면 나 겨우 4살 때예요. 핏덩이잖아요. 그렇게 쪼그만 아기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다는 거에요"
"그건 그렇구만. 그래도, 정말 유감이야"
선생님은 정말로 분한 것 같았다. 저기요, 그걸 보고 보통 어거지 피운다고 하거든요.
"게다가, 제 몸은 타카시군 꺼라구요. 거야, 선생님껜 신세도 많이 졌고, 타카시군하고 한 다음이라면 한 번 정도는 대줄 수도 있지만...선생님한테 처녀를 바칠 순 없다구요. 지금도 사실 꾹 참고 만지게 해주는 거라구...아, 시러어어어"
선생님이 갑자기 클리토리스를 비벼댔다.
"건방진 소리 하긴. 일단 한 번 안기고 나면 자네도 이 늙은이의 포로가 되고 말걸"
선생님, 좀 삐진 것 같다.
"말해봤자 소용없는 얘길 아무리 해봐야 별 수 없잖아요. 근데 이상하네요. 선생님처럼 대단한 분이 왜 자기 몸 하나도 마음대로 다루질 못하는 거에요?"
"바보. 그렇게 간단하게 뭐든지 할 수 있는 줄 알아? ...잠깐,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내 몸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던 선생님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네? 아니, 선생님이라면 주술이든 뭐든 걸어서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서"
"그렇구나!"
선생님이 그렇게 외치며 벌떡 일어섰다.
"꺄아앗"
우당탕탕. 선생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나는 당연히 마루 위로 굴러 떨어졌다.
"너무해요---. 뭐에요 갑자기"
"자신의 자지에 주술을 건다니, 왜 그걸 여태 생각 못했지. 이 늙은이는 지금부터 연구실에 틀어박히겠네. 연구가 끝날 때까지 한 발짝도 안 나올거야. 자네도 내일 혼자 알아서 출발하게. 가는 길은 어제 알려준 대로네. 알았지? 그리고, 자네 짐 속에다 약간의 돈을 넣어두었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한동안 생활비에 보태 쓰고. 그럼 잘 가게나"
선생님은 그렇게 외치더니 맹렬한 기세로 부리나케 지하 연구실로 뛰어 들어갔다.
"......"
홀로 남겨진 나는 어리둥절,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이튿날 아침, 나는 혼자서 선생님 집을 떠났다. 설마, 진짜로 전송하러 안 나올 줄이야. 너무해.
나는 로퍼에 감색 하이속스만 신은 알몸에, 땋은 머리를 하고, 선생님에게 받은 효과불명의 조그만 마법 목걸이 뿐인 옷차림(?)으로, 갈아입을 옷(이래봤자 행상 아저씨에게 산 양말 3켤레뿐)하고 직접 만든 도시락(훈제 연어를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 물통, 선생님에게 받은 가죽 표지 다이어리와 펜, 그리고 어젯밤 선생님이 말했던 돈 주머니(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커다란 금화가 8닢이나)같은 얼마 안되는 짐이 담긴 가죽 자루 하나를 짊어매고 길을 나섰다.
뒤돌아 보자, 아침 이슬에 젖은 선생님의 집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신세 많았습니다"
나는 집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선생님의 집에서 시티까지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오솔길을 따라 산에서 내려와 큰길에서 우회전, 다음은 길을 따라 쭈욱 직진. 걸어가면 꼬박 하루 거리지만, 큰길에는 마차가 자주 왕래하니까 그걸 얻어타고 가면 된다고 선생님이 말해줬다. 이 세계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니까 부탁하면 잘 태워준다고 한다. 문제는 이 꼴을 하고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느냐지. 하긴,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절대로 마을에서 살 수 없겠지만.
한참을 씩씩하게 산길을 타고 내려오는데, 눈앞에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스쳐 날아갔다. 어라, 나비가 꼴랑 한 마리 뿐이야? 어때서 한 마리 뿐이지? 이상하네. 그런 시시껄렁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비가 공중에서 딱 멈춰섰다. 깜짝 놀라 자세히 쳐다보니, 멈춰선 건 아니고 천천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건?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걸음 더 내딛으려는 순간,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졌다.
아니, 어두워진게 아니라, 뭔가 커다란 게 뒤에서 나타나 그림자가 진 것이었다. 뒤돌아 보자,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드러낸 거대한 곰이 나를 막 덮치려 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죽고 말거야! 도망쳐야돼! 하지만 공포로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나 곰은 더이상 덮쳐오지 않았다.
"어라?"
조심조심 눈을 떠보았다. 역시 똑같은 포즈로 곰이 서 있었다. 아니,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조금 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아하, 지금, 내 능력이 발동한거구나!
나는 재빨리, 라고 말은 했지만 뭐랄까 마치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곰의 옆으로 돌아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쪽 발을 치켜 들어 곰의 옆구리를 향해 마음껏 킥을 날렸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뭔가 엉거주춤한 자세이긴 했지만. 그치만 별 수 없잖아. 처음으로 해보는 발차기인걸.
발등에 곰의 보디가 닿는 감촉이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비디오의 일시정지를 해제한 것처럼 세상이 갑자기 정상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퍼---억,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곰이 10여 미터 이상 날아가 버렸다. 곰은 커다란 나무 줄기에 부딪혀 그대로 뻗고 말았다.
"거짓말, 방금 거 정말 내가 한거야?"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몸이 떨리는게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가죽 자루에서 물통을 꺼내 입술을 축였다.
"휴---우"
한숨을 푹 내쉰다. 그제서야 조금 침착해질 수 있었다. 냉정을 되찾게 되자, 내가 한 행동에 스스로 경악하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가냘픈 여중생이 무지막지한 곰을 박살낸거 아냐. 완전 굉장하다. 너무 굉장해서 오히려 겁이 덜컥 난다. 날아간 곰을 쳐다보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즉사한 것 같다.
"미안, 곰 아저씨"
나는 곰을 향해 합장을 했다.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는 건 역시 죄책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내 쪽이 죽임을 당하고 말았겠지. 내게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타카시군과 재회하고야 말겠다는 소중한 목표가 있다. 이런 일로 기가 죽어선 안돼.
나는 다시 한번, 죽은 곰을 향해 합장을 하고, 큰길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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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 때려잡는 여자, 그 이름은 마유쨩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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