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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소환술의 잘못된 사용법 제5장 테피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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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852 회 작성일 24-01-20 21: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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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테피


23화 노예시장에서





 


그 외벽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정문 앞에는 외벽과 평행한 돌기중이 몇개나 늘어서서, 정문에서 튀어나오게 쌓아올려진 무거운 석제 차양을 받치고 있다. 돌기둥은 이오니아식과 가드리아식이라던가, 세계사에서 배운 듯한 그런 느낌의 구조. 이 건물에 스레시아 시에서 유일하게 공인된 노예거래 장소다.



오늘 밤 시장에 나오는 것은 "관상용"의 노예로, 시장 문을 빠져나가는 것은 지체 좋은 남성들뿐. 노예 시종을 데리고 있는 사람도 상당히 있다.



아치형으로 쌓아진 석제 문을 빠져나가, 남자 접수인에게 은성화를 한장 건네 흑요석패를 건네받는다.


내 앞을 걸어가고 있는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백목패. 저쪽은 은화1장. 패의 색깔에 의해 앉는 장소가 다르다. 하얀패는 거의 맨뒷열의 싼 자리다. 검은패라면 가장 앞열부터 세번째 열까지의 중앙 부근, 즉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개장시각은 이미 지나있기에 엔트런스에는 거의 사람이 없다. 모두 이미 주회장쪽에 이동해있는 것 같다.


 


접수대가 있는 엔트런스를 지나자 바로 주회장인 홀로 이어진다.


홀의 수용인수는 3백명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다. 원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펼쳐지는 이 홀은, 무대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이 낮아지는 극장 같은 구조. 그래도 여기서 벌어지는 것은 웅장한 영웅담도 애절한 연애극도 아닌, 어른 소녀가 물건으로써 사고 팔리는, 그런 비극뿐이다.


천장의 두꺼운 유리를 통해 비쳐오는 부드러운 석양, 그 빛으로 주변은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다.


 


홀에 들어가자 바로 뒤에서 소근소근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봐, 붉은 잠자리 꼬맹이가 와있어)


(정말이군. 술사가 노예시장에 무슨 용무지?)


(그거야 너, 몰라서 하는 말이야? 처녀 노예를 제물로 해 악마를 불러내는거야)


(우에. 그런가, 그렇겠지. 정말로, 저런 놈에게 팔리는 노예는 불쌍하구만)


 


들린다니까. 그렇다 해도 실례인걸. 내가 사람을 제물로 삼을리가 없잖아.


조금 울컥했기에 뒤돌아서 뒤의 두사람을 노려본다. 남자들은 당황해 그 입을 다문다.


흥이다.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좀더 작은 소리로 하는게 어때?


 


 


들어가자 바로 보이는 것은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그저 앉기만 할뿐인 소박한 자리. 하얀패의 사람이 앉는 것은 이 즈음. 보면 스스로 깔개를 가져온 사람도 여기저기 있다. 대우는 안으로 갈수록 좋아져서, 내가 앉는 검은패석이 일등석. 한 사람 한사람에게 준비된 청동 의자는 앉는 곳에 무명이 깔려 있고, 등받이에는 사자의 가죽이 걸려있다. 현대 일본의 극장과 영화관정도는 아니지만 뭐 나름 쾌적합니다.


앞에서 두번째열의 약간 왼쪽의 자리에 앉는다. 가장 앞열도 제법 비어있지만, 주변의 음탕한 중년들과 가장 앞열에서 부딪겨야하니까 말야. 뭔가 모양새가 안좋은걸 하고 한 열 뒤로 물러났습니다. 여기에 이치미야가 있었다면 "의외"라고 했으려나. "에로에로 대마왕이라도 그런 것은 신경쓰는거구나"하면서 말야.


시장이 시작될때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남은 모양이기에, 허리주머니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꺼내들어 시간을 때운다. 소리를 삑삑거리고 있었더니 주변에서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래도 뭐 어차피 주변도 소란스럽고, 시장이 시작된다면 제대로 끌테니까 괜찮겠지.


 


 


 


드디어 해가 떨어지고 홀안도 어두워진 시점에서, 단상의 촛대에 불이 붙고, 비단 토가로 몸을 감싼 초로의 신사가 무대위로 올라온다. 드디어 노예시장의 시작이다.


 


"여러분 오늘밤 시장에 내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도 엄선한 여노예들을 준비해놓았습니다. 어떤 것이든 놓치시는 일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느긋히 즐겨주십시오."


 


남자의 잘 울리는 바리톤이 장내에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그가 무대 끝을 향해 손을 흔들자, 보라빛의 천으로 가슴과 허리만을 가린 미녀가 두사람, 노예용의 하얗고 얇은 비단옷을 걸친 밤색 머리 소녀를 데리고 단상으로 올라온다. 하얀 옷의 소녀가 "상품"이겠지. 보라빛 천의 여자는 어시스턴트나 뭐 그런거려나?


 


"우선 첫번째 노예입니다."


 


노예 소녀는 계속 아래를 내려다 본채, 머뭇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무대 중앙에 올라온다. 소녀가 단상 중앙에 서자, 초로의 남자는 소녀한테서 한걸음 물러난 위치에서 소녀의 소개를 시작한다.


 


"이쪽은 아직 처녀이고, 학문과 기술등은 딱히 익히고 있지 않습니다. 가사는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직, 미조교이기에 다소 기가 강해, 처음엔 다루기 어려운 점도 있을까 생각됩니다."


 


여기서 남자가 옆에 대기하고 있던 보라빛천의 미녀들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녀들은 노예소녀의 양 손을 붙잡고, 방금전부터 쭉 숙이고 있던 얼굴을 객석에게 향하게 한다. 눈썹이 굵어 확실히 기가 강해보인다. 방금전까지 보이고 있던 얌전한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지지 않겠다는 강한 시선으로 객석을 노려보고 있다.


여기서 객석쪽에서 "빨리 알몸을 보여라-!" 라는 야유가 날아온다. 한 남자가 낸 야유는 순식간에 회장으로 번져가, "벗겨라-! 벗겨라-!"라는 대 합창이 끓어오른다.


장내에 울리는 남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단상의 남자가 두 미녀에게 손으로 신호한다.


 


"힉, 무, 무슨짓을...."


 


소녀의 표정에 공포의 빛이 섞인다. 보라빛 천 한명이 목덜미의 묶음을 풀어, 그 손을 떼자, 소녀가 걸치고 있던 얕은 비단이 중력을 따라 스륵하고 벗겨진다. 비단옷이 그녀의 발 아래에 떨어진다. 그리고 남은 것은 대중에 노출된 소녀의 나신.


 


"싫어어엇!"


 


갑작스러운 수치에 단상의 소녀가 비명을 지른다. 필사적으로 몸을 틀고, 발버둥치고, 가슴과 하복부를 가리려 해도, 보라빛천의 미녀 두명이 함께 단단히 붙잡고 있어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억누르고 있는 척도 소위 여자의 가는 팔로 그다지 완력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에게는 조예가 있는 듯해, 소녀의 저항을 능숙하게 흘려보내며 중요한 곳을 붙잡아, 깔끔하게 움직임을 봉해버리고 말았다.


관객석의 남자들한테서 환성이 솟아오른다. 휘파람을 부는 자도 있다.


이 노예시장이 어째서 입장료를 받는지 알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입장무료가 되면 스트립을 목적으로 한 한량들만 와서 장사가 안될거니까 말야. 정말이지, 남자란건 정말로 바보같은 생물이네.


 


소녀는 이윽고 소용없는 것을 깨달았는지 저항을 포기했따. 그 표정은 수치와 굴욕으로 새빨갛고, 눈가에는 눈물이 얼룩져있다. 검은패 자리니까 말야. 소녀의 그런 표정까지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윽, 서버렸다. 나도 남 말은 못하겠네.


 


소녀가 얌전해진 시점에서 단상의 남자가 입을 연다.


 



"우선 피부색을 봐주십시오. 다소 말괄량이다운 흔적이야 있습니다만 훌륭한 하얀피부이지요? 배꼽 옆에 있는 점이 다소 눈에 띕니다만...."


 


남자의 소개말은 더욱 계속 된다. 미녀 한쪽이 익숙한 모습으로 소녀의 유방을 쥐고, 관중 앞에서 주물러보인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유방의 크기, 형태, 유두의 빛까지 하나하나 촌평을 남긴다. 단상의 소녀는 드디어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발 아래에 눈물방울이 떨어져 똑똑거리며 흔적을 남기낟.


남자의 해설이 끝났을때, 노예 소녀는 이미 기력을 다해, 두 미녀에게 양손을 지탱받아 간신히 서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우선 금화 10장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디!"


 


"12!"


"15!"


"20이다!"


 


경쟁이 시작되자 관객에서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것은 주로 중앙부부터 뒤쪽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엔 그다지 상질의 노예가 나오지 않기에, 우선 자금에 그다지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경쟁의 중심이 된다.


 


"금화 30, 금화 35없으십니까? 없으십니까? 그럼 이걸로 낙찰입니다."


 


낙찰자가 정해지자, 홀 옆에 대기하고 있던 여성이 둥근 접시에 번호패를 담아 그 손님의 자리로 향한다. 이쪽의 여성은 단상의 두사람만큼 화려한 차림은 하고 있지 않고, 크림색의 긴 원피스를 끈으로 허리 높이까지 묶어올리고 있다. 이쪽의 누나에게 주문하면 가벼운 식사와 음료도 가지고 옵니다. 술로 담이 커져서 예정외의 낭비를 해버리는 사람도 있다던가 없다던가. 그렇다고 해도 음료는 그렇다치고, 여자 아이의 알몸을 보면서 밥을 먹는 건 조금 미묘하달까.


손님은 대금분의 화폐를 접시위에 놓고, 그것을 대신해 번호패를 받아든다. 낙찰된 노예는 일단 무대 뒷편으로 물러나, 거기서 옷을 다시 입히고 향수등을 뿌려두어, 손님이 돌아갈때 넘겨받게 된다.


 


단상에선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되, 다음으로 세사람째다.


거기서 나타난 노예는 내가 알고 있는 소녀였다. 그렇다고 해도 테피는 아니다.


 


"이쪽도 처녀입니다. 우선 이 머리를 봐주십시오. 다소 바래긴 했지만 훌륭한 장발의 금색입니다. 얼굴에는 주근깨같은 것도 있고, 지금은 아직 촌스러운 점도 있습니다만 갈고 닦으면 빛나는 진주라 생각합니다. 성격도 어른스럽기에 순종스러운 노예를 구입하시려는 분에겐 특히 추천드립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리누 씨. 테피의 친구-라고 할까 하녀?-중 한명이다. 평소엔 머리를 셋으로 땋아내렸을 터지만, 직므은 노예상의 지시라도 되는 것인지 그대로 풀어내리고 있다. 조금 꼬불거리는 긴 머리가 묘하게 색기스럽다.


하지만, 주근깨가 있어서 촌스럽다니 실례네. 이리누씨는 저게 좋은 점이잖아. 성격이 얌전하다니 개가 아니니까 말야.


 


라던가 생각하는 동안 단상에선 이리누씨가 스스로 얕은 비단옷을 벗는 중이었다. 이리누씨의 손이 목덜미의 매듭에 닿는다. 나는 이리누씨가 "로에.....미안해요..."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이리누씨의 나신이 드러나자 다시 노예상의 설명이 시작된다. "유방은 작고 사랑스러운.....", "엉덩이 부근은 잘 살집이 잡혀서..."등등. 이리누씨는 꾹하고 눈을 감고, 치욕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역시 참기 어려운듯, 그 귀여운 입에서 때떄로 오열이 들려온다. 로에씨한텐 미안하지만 이리누씨의 부끄러워하는 얼굴도 끌리는걸.


아, 로에씨라는 건 이리누씨의 혼약자로, 과묵함이 옷을 입고 걸어다니는 것같은 양치기 형입니다.


 


아참,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느틈엔가 남자의 해설이 끝나고 경매 시간에 들어갔다.


우-, 어떻게 하지. 테피에 이어 이리누씨까지 시장에 나왔으니, 혹시 사리스슨의 다른 여자아이도 함꼐일지도. 모두 사는 상황이 되어도 돈은 아마도 괜찮을테고....


에에이, 독을 먹을거면 그릇까지다. 테피는 제쳐두고 다른 아이는 그렇게 비싸지 않을테고, 기왕에 다 사러비자!


 


"금 40, 45없으십니까?"


 


"성은으로 하나."


 


손을 들고 한마디. 내 이 한마디로 이리누씨의 경쟁치는 배이상으로 올라갔다.


장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난다. 이런 초반에 검은패석에서 소리가 나오다니 곤란한 일이고, 세사람째의 경매에서 성은화가 튀어나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뭐, 나는 성은화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니 다른 방법이 없어서 이지만.


이리누씨도 나를 깨달은 모양. 내가 작게 손을 흔들어보자 순간 멍해진듯 입을 벌리고, 바로 얼굴이 새빨개져서 얼굴을 숙이고, 당황해하며 몸을 가리려 하다......,옆의 미녀들에게 손을 붙잡히고 말았다.


어찌되었건, 이걸로 이리누씨는 낙찰...."금으로 101!".......되지 않았습니다.


 


잠깐 누구? 이런 초반에 성은화가 나오면 보통은 포기하잖아? 게다가 올리는 액수가 수상하다고. 이쪽은 성은화밖에 쓸 수 없는데 금화 한장만 올리다니 치사해.


무심코 돌아봐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자, 경쟁을 걸어온 것은 방금전 내 소문이야기를 하던 두 사람인듯하다. 두 사람은 내 시선을 깨닫고 한번은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입을 다물고 이쪽을 마주 노려봐온다. 아무래도 이 경쟁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설마 정말로 내가 제물을 목적으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는거야?


 


어떻게 할까나. 정말로 이리누씨를 구해줄거라면 양보해줘도 좋겠지만, 사리스슨 마을까지 보내준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말야. 적어도 가까운 자리라면 진의를 물어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아 정말, 어쩔 수 없네.


 


"성은으로 둘!"


"ㅅ, 성은하나와 금화 백하나!"


 


으헤에 진짜 울적하네. 정말이지!


 


"성은으로 셋!"


"큭....!"


 


"성은 셋, 성은 셋 이상 없으십니까?"


 


뒤쪽 자리에서 "젠장, 더 이상은 무리다..."라던가 "구해줄 수 없는건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판 타인에게 저만큼 필사적으로 될수 있는건 정말로 좋은 사람들이라서 겠지.


술사에게 편견을 가지는 것도 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역시 우울하다고.


그런 연유로, 이런이런. 드디어 낙찰했습니다. 예정의 세배라고. 우우, 이런 페이스로 매번 경쟁을 하게되면 참을 수가 없다고. 설마 돈이 부족해질리는 없겠지만.....그래도 가능한한 노예시장에서 돈을 낭비하지 않고 싶은데 말야.


 


 


그래도 결국, 내 지인중에서 오늘 밤의 경매에 나온 것은, 테피 이외엔 이리누씨 혼자였다는것.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아아 정말, 아직 안심하는 건 빠른가. 괜한 시점에서 경매에 뛰어들게 될지도 모르고.


 


 


경매가 시작되고나서 세시간 남짓이 지나고,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객석의 각 처에 밝혀진 촛대에도 꽤 전부터 불이 켜져 있다.


이러쿵저러쿵 다음은 19번째, 긴 은발이 끝으로 갈수록 분홍빛으로 그라데이션 해 있는 소녀가 단상에 올라온다. 드디어 테피 차례다. 오늘 경매는 남은 것도 테피와 나머지 한사람뿐.


덧붙여 테피의 앞은 바다너머의 싸움에서 붙잡힌 이국의 공주. 갈색의 피부에 긴 검은 머리도 멋진 이국적인 미소녀였다. 결정된 가격은 성은화 50장.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방만경영으로 망한 고급창관의 옛 넘버원으로, 성은화 백장은 우습다...라는 이야기를 주변의 에로중년들이 수근대고 있었다.


 


테피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 모습을 본 남자들한테서 일제히 감탄의 한숨이 흐른다.


꿋꿋하게 앞을 바라보는 시선, 뻣뻣하게 뻗은 등, 그리고 청초한 발걸음. 아아, 테피도 무리하고 있구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당한 태도로 비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강한척하는 것뿐. 자리의 분위기에 지지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증거로 봐, 입가가 묘하게 떨리고 있다.


 


"우선 사람이 아닌 자의 피를 받은, 이 길고 요염한 은발, 그리고 보라빛으로 물든 달콤한 머리끝을 충분히 감상해주십시오."


 


노예상이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동안, 단의 중앙에선 테피가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관객석으로 시선을 훝고 있다. 지금의 테피는 등장할때까지와 비교해서 분명하게 모습이 다르다.


뭘까. 시험삼아 손을 흔들어보자. 아, 눈이 맞았다. 테피의 얼굴에 분명하게 안도의 빛이 떠오른다. 혹시 이리누씨한테서 객석에 내가 있다고 들은걸까.


 


"예의범절은 충분히 습득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그 교양은 높아, 임기응변도 능합니다. 물론, 처녀입니다. 명가의 여러분이 언젠가 아내로써, 혹은 양녀로써 맞이해 즐기신다해도 만족하실수 있는 명품이라 생각합니다."


 


그거야 영주님의 딸이니까 말야. 예의범절도 교양도 일정수준에는 달해있으니까.


 


 


노예상의 해설이 일단락된 시점에서 단상의 두사람의 누나가 테피를 끼듯이 선다. 테피가 당황해 몸을 가리려 가슴가를 덮는다. 보라빛옷의 미녀들이 그 손을 붙잡고, 손목을 가볍게 비틀면서 테피의 양 팔을 대자로 벌린다. 미녀 한사람이 목덜미가 매듭을 푼다. 테피의 나신이 드러난다.


 


"싫엇, 싫어어! 뷔로, 보지마, 보지말아줘!"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목이 꿀꺽하고 소리가 난다. 나는 그래도 테피의 피부에서 눈을 뗴지 않는다.


상처하나,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적당하게 손에 남아도는 크기의 형태좋은 유방, 미묘하게 성숙한 유두, 가는 허리, 중요한 곳을 지키는 털도 은색이고....등등, 단상에선 노예상인이 수사어구를 다 동원해 테피의 나신을 칭찬한다.


 


"싫어, 이런.....이런거 보이고 싶지 않아.....보지마....뷔로....부탁이야....부탁해...."


 


테피가 그렇게 말하며 울고 있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눈을 뗴지 않았다.


이윽고 테피의 경매가 시작된다.


 


 


그래도 뭐, 이건 중략해도 되겠지?


 


 


 


홀 구석의 여성이 쟁반을 가지고 나한테 다가온다.


나는 쟁반에 성은화를 놓고, 19번 패를 받아든다.


 


 


 


"뷔로! 아아, 뷔로....흑, 흐흑...."


 


아아 착하지 착하지. 가슴에 뛰어들어오는 테피를 끌어안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테피를 낙찰받고 바로, 나는 교환소로 향했다. 마지막 연상의 누나한테는 흥미 없었고 말야. 지금은 3번째와 19번째의 패를 들고 교환을 하여 무사히, 이리누씨와 테피를 넘겨받은 시점입니다.


시장의 스탭한테서 따듯한 시선을 느끼는 것은 어째서일까. 뭐라고 할까, 상당히 부끄럽다. 딱히 연인을 구하려 했다던가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말야. 나는 단순히 노예로써 테피를 샀을뿐이라고. 거기 누나, 착각하면 안된다니까.


 


덧붙여 테피의 낙찰가격은 성은화로 80장이었다.


 


테피 너무 비싸!


고급창부의 경매도 아니고, 16살이 된 직후의 여자애한테 이런 가격이라니 어이가 없다. 80장이면 내가 저축한 성은화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게 테피 한사람을 위해 날아가버렸다.


아니, 응, 딱히 상관없지만 말야. 모두에게도 말했지만 실제로 크게 쓸 곳도 없고 말야. 이런때를 위해 저축해둔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게다가 저곳에서 두 사람을 내버려 뒀다면 분명 후회했을거고. 봐,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쪽이 낫다, 라고 자주 말하잖아? 지금은 정말로 그런 심경.


그러니까 이치미야 일행에겐 감사하지 않으면.


 


 


 


그런데, 사리스슨 마을에 관해서 내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두사람은 다른 친구들과 테피의 남매와 함께 피크닉을 가서, 테피가 이리누씨에게 승마를 가르치고 있던 중에 덤불에서 멧돼지가 튀어나오고, 그래서 말이 패닉에 빠져 두 사람다 사이좋게 떨어져서, 거기에 비가 내렸기에 가까이 있던 동굴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더니, 그 동굴을 은신처로 쓰고 있던 산적들에게 붙잡혀버렸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테피 얼빠지다니까, 바보바보, 걱정했으니까 말야.


 


뭐 됬어, 우선 일단 내 탑에 돌아갈까. 두 사람다 배고프지 않아? 나는 벌써 꼬르륵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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