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5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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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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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928 회 작성일 24-01-20 09: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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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의 피해는 막심했다. 공중 궁전의 절반 가까운 구역이 엉멍진창으로 변했고, 두르나가 아끼던 [판데모니엄산 소리나는 보석세트]가 어비스의 악마들에게 더럽혀져서 버려야 했으며(이게 최고의 대참사였다), 지니 세공장들이 공들인 명품인 샤이라의 크리스탈 수조도 깨졌다. 슈발츠의 보물 창고도 무사하지는 못해서 마법 물품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많은 양의 금붙이와 보석들을 버려야 했고, 마법사 노예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실험실도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다.

다행히 노예들의 분신들을 보관해 둔 재생실은 외부로부터 격리된 공간이었기에 무사해서 이쓰미라와 헬샤라는 금새 복귀할 수 있었다. 궁전의 복구를 젤로나들에게 위임해둔 후, 슈발츠는 먼저 아보리아를 방문하기 위해 와우킨을 거쳐 셀다린에 연통을 넣었다. 엘프 신들에게 침입을 경고할 셈이었지만 시간이 지체되어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다른 만신전에 속한 신들간의 연락은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주로 사절과 대리인들을 중간에 세우기 때문에 몹시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결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락이 지체되는 동안에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슈발츠는 코르미르를 방문했다. 그는 팔바티들을 만나서 베나레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리러 간 것이다. 또 다른 베나레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그는 팔바티 남매들에게 되도록 사실대로 말해 주는 쪽을 택했다.

" 미안하구나. 내가 부주의했던 탓이다. "/슈발츠

" 아니오, 슈발츠님 탓이 아니에요. 오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악마 탓이지. 오빠는... 오빠는... "/팔바티

팔바티 뿐 아니라 디타와 비타까지도 의연하게 베나레스의 운명을 받아들였지만 역시나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수는 없어서, 그 아이들은 슈발츠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어야 했다.

코르미르에서 공중궁전으로 돌아온 직후에 와우킨은 슈발츠를 방문했다. 연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올리러 온것이다.

" 아무래도 시간에 맞추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우킨

" 그렇다면 직접 가봐야겠군. "/슈발츠

하지만 아보리아에 직접 방문하려면 셀다린의 신들의 허락이 있어야 했다. 물론 아보리아로 통하는 여러 우회로가 있지만, 그런 차원문들은 또한 다른 신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슈발츠는 직접 그라즈트를 맞상대 하기로 했다. 베나레스가 말해준 정보 중에는 그라즈트가 어디서 차원문을 열 계획인지도 들어 있었다.

그라즈트와의 결전을 앞두고 슈발츠는 노예들을 재편성 했다.

성을 보수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추가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젤로나, 젤라노라, 샤이라, 델로나, 헬샤라, 이쓰미라, 그리고 헬레네와 브리세이즈는 성에 남았다 물론 수니도 그들과 함게 머무르도록 조치되었다. 샤마스의 통치는 여전히 사피아가 하는 가운데 수비는 미샤가 담당했고, 에린들린의 통치는 아노라가, 수비는 발레리아가 지휘했다. 지상의 오크 전쟁에 참가할 지휘관으로 뽑인 알루시아와 세실루아 역시 바꾸지 않았다. 거기에 플로라가 미쓰 드레노어와의 외교 교섭을 위해 참가했고, 미스트라 스폰 3자매가 모두 가세했다. 가능하면 직접 참전하고 싶었을 만큼 중요한 전선인데다 실버마치는 미스트라 스폰 중 알루스트리엘에 있어서는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헬베티아와 신드라는 유니온의 저택을 지키는 담당이 되었고, 네버윈터에는 비코니아와 프레이아가 남았다.

슈발츠가 데리고 간 것은 두르나와 알루데시아 외에 와우킨이 있었다. 와우킨은 이 기회에 그라즈트와 대면해 오래된 빚잔치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동행을 자청한 것이다. 슈발츠로써도 이의가 없었다.

그라즈트가 차원문을 열기 위해 택한 장소는 슈발츠로써는 약간 의외의 장소였다. 그곳은 바로 그가 이상할 정도로 낮익은 느낌을 받았던, 마스크의 보물창고가 위치해 있던 호수였던 것이다. 물론 처음 갔을 때와는 달리 지금 그곳은 그라즈트의 악마 군대에게 점거당해 있어서 자연적인 방어벽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용담호혈이 되어 있었다.

눈아래 내려다보이는 얼음 동굴을 배회하는 악마 무리를 내려다보던 슈발츠는 와우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정면 돌파 하실 건가요? "/와우킨

" 그래, 이번에는 따로 잔재주를 부릴 필요 없겠지. 그라즈트놈도 더한 음모를 꾸미거나 도망갈 여지가 적고 말이야. 단, 너는 좀 숨어있다가 나오는 편이 좋겠구나. 졀정적일때 말이야. "/슈발츠

슈발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와우킨은 미소를 지으며 허공 속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곧이어 두르나도 장비 점검을 마쳤고, 알루데시아도 전투 준비 만반인 것을 확인한 후, 슈발츠는 호수로 향한 지하 동굴로 들어갔다.

모든 복수는 신성한 것이므로, 오늘은 용서가 없는 날일 것이다.

슈발츠는 일부러 은신하지 않았다. 척후 격인 한무리의 쿼시트가 제일 번저 그를 발견하고 고기방패 격인 드레치 ㅤㅁㅕㅈ무리를 불러모으는 동안, 슈발츠는 그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 케에엑!!... "

" 키엑!!!... "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드레치 무리가 다 모이길 기다리지 못한 쿼시트 무리였다. 슈발츠는 그정도는 자기가 처리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무시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쪽 어둠 속에서 은신하고 있던 두르나가 활을 들었다.

퍼억!...

파악!...

터엉!...

정확하게 화살 한발씩에, 쿼시트들은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즉사했다. 땅으로 추락하는 동안 타올라 사라지는 그 날개 달린 악마을 지나치던 슈발츠는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드레치 무리가 눈에 거슬린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앞에 있던 바위 그림자 속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알루데시아가 글레이브의 일격으로 쿼시트 무리를 한번에 일도양단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슈발츠의 걸음 마다, 악마들의 피조차 물러나고 있었다.

동굴은 훌륭한 관문이었지만, 슈발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ㅤㅁㅕㅈ번이나 악마들이 그를 막아서려는 동안 두르나가 은신한 채로 화살을 날렸고, 그림자에서 알루데시아가 튀어나와 악마들의 숨통을 끊었다. 그러고도 살아남는 놈들은 당연하지만 슈발츠의 먹이였다. 그는 정말로 무적과도 같아서, 은색으로 이글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어김없이 시체조차 남지 않았다. 보이지 않게 뒤따르며 전투를 보는 와우킨조차도 가슴에 한기가 들었을 정도로, 그의 손속에는 자비가 없었다.

마침내 동굴을 벗어났을 때, 슈발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물이 빠져나간 고대 드워프 도시의 폐허에서 대기중인 일단의 악마와 반악마, 그리고 인간(류)들의 무리였다. 그 수는 적에 잡아도 천여마리 이상. 얼핏 보아 주 물질계에 존재하는 그라즈트의 기반 중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인성 싶었다.

" 웬놈이냐? "

한 하프 핀드 거한이 슈발츠를 발견하고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말없이 날아온 알루데시아의 글레이브에 맞아 목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하프 핀드 거한이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시선이 슈발츠에게로 몰렸다. 그리고 그의 팔목에서부터 [펼쳐진]젤롯 5호기가 전신을 덮기 시작했다.

" 어디보자, 젤로나가 자랑한 새 기능이... "

슈발츠가 손에 위브를 불어넣자, 손 위로 그가 원래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의 역장 [날]이 생겨나는 것을 본 슈발츠는 기분좋은 미소를 띄웠다.

" 그럼 춤 한번 춰 볼까. "

사방에서 달려드는 그라즈트의 부하 무리들을 보면서, 슈발츠는 여전히 웃었다. 동시에 그의 좌우의 허공에서부터 마법진이 열렸다.

.
.
.


처음 슈발츠가 왔을 때는 시원자의 심장이라는 중요한 아티팩트 강탈이라는 목적 때문에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한채 도망치듯 빠져나와서 잘 몰랐지만, 도시는 지상보다 훨씬 더 넓은 지하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라즈트가 차원문 작업을 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기 위해 펼쳐 놓은 역장의 벽이나 마법진, 그리고 부하 떼거리들 때문에 지상으로 갈 수가 없었던 슈발츠는 지하 공간을 거치며 악전고투를 치루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두르나나 알루데시아에게는 다행이었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에서 ㅤㅂㅏㅈ닥뜨렸더라면 훨씬 전에 압도당했을 만한 무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루데시아는 이곳에서 그동안 보여주었던 바바리안이자 서큐버스로써의 능력 이상을 발휘해 보였다.

노예들이 앞장서서 분투해 준 덕분에 슈발츠는 소위 [보스급]들만 상대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그라즈트의 하프 핀드(캠비온) 자식들이었다. 도합 여덞이나 되는 그 반신급 존재들은 강하긴 했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단합하지는 않아서, 하나 하나 차례대로 슈발츠의 손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아서, 차례 차례 일곱을 상대한 무렵의 그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젤롯 5호기는 애저녁에 파손되어 팔 보호대로 돌아가 자동 수리 모드에 들어가 있었고, 두르나는 화살을 모두 썼으며, 알루데시아의 글레이브는 부러져서 중간에 줏은 할버드로 대신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날이 찌르고 베어낸 피와 지방으로 끈적끈적해지고, 군대군데 깨져 있었다.

" 여기까지 침입해 들어오다니, 대단한 자로군. 이 [그라즈트의 여덟째 아들]의 상대로 걸맞은 자인지, 어디 한번 볼까? "

[그라즈트의 여덟번째 아들(자칭)]은 5미터가 넘는 키를 가진 하프 핀드-하프 오우거였다. 그가 부하들과 함게 약탈하고 있던 석실은 한 드워프 귀족의 것 같았는데, 슈발츠가 난입했을 당시에도 다 정리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넓은 방이었다.

레이피어를 꺼내 든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부하들과 맞붙는 동안, 슈발츠도 앞으로 나섰다.

그라즈트의 아들들은 하나같이 모두 절륜한 전투기계들이었지만, 이 여덟째 아들은 그중에서도 최강임을 몸소 입증해 보였다. 무엇보다 힘이 그와 맞먹었다.

터엉!...

콰앙!...

거대한 도끼의 첫 일격을 방어한 시점에서 볼링핀처럼 날아간 슈발츠는 벽에 절반쯤 파묻혔다. 이어진 후속타를 빛의 칼을 꺼내들어서 막은 후에 벽에서 뛰쳐나온 그는 속전속결로 가기로 했다.

위이잉...

휘둘러지는 도끼를 살짝 피한 후 그 날 위에 올라탄 슈발츠는 그 하프 핀드 거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팔을 타고 달려올라가 그의 어께를 딛고 목을 향해 빛의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 마왕의 자식도 영 둔하지는 않아서, 슈발츠의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 냈다.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해서 목의 살갖이 잘라졌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위이잉!... 터엉!...

다시 강렬한 일격이 날아와서 슈발츠는 그것을 피하느라 공중에 떳는데, 느닷없는 박치기 세례를 받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짓밟기 공격을 몸을 굴러 피한 다음,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자신의 몸집도 키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휘둘러오는 도끼를 맞받아 자신이 튕겨 냈다.

" 좋은 실력이군! "/여덟째

" 너 역시. 마왕 아래 있기는 아까울 정도군. "/슈발츠

" 누가 뭐래도 아버지니까. "/여덟째

다시 달려들어오는 거인의 도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후 그의 겨드랑이로 파고든 슈발츠는 거기서 칼을 한차례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이 승부를 갈랐다.몸통이 거의 반으로 잘라진 그 거인은 피를 뿜으며 스러지고 말았다.

쿠우웅!...

거구가 쓰러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슈발츠는 원래의 크기로 되돌아왔다. 대장이 쓰러지는 것을 본 졸개들이 도망가는 동안, 슈발츠는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 저희는 괜찮아요. "/두르나

" 우응!... "/알루데시아

상처투성이인데도 아직 싸울 수 있다는 두명을 보며 슈발츠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눈앞에 지상으로의 출구가 보였다. 이 일이 끝난다면 실컷 귀여워해주겟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슈발츠는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
.
.

다시 롤라온 곳은 거대한 돌[하나]로 바닥이 이뤄진 일종의 광장이었다. 열 두개의 돌 원기둥이 광장 주변을 둘러싸듯이 서 있었고, 생전 듣도보도 못한 형식의 온갖 복잡한 양각 무늬가 그 원기둥 위에 새겨져 있었다. 단언하건데 그것은 드워프 양식이 아니었다. 또한 분명히 지하로 들어갈 때만 해도 환한 대낮이엇는데,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광장 전체는 그림자도 거의 비치지 않는[어둠]이 깔려 있었다.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알루데시아가 경계 태세를 취했다.

" 으르르르르... "

알루데시아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한 직후에, 슈발츠도 눈치를 챘다. 그녀가 달려들려는 것을 제지시키고 한걸음 나섰을 때, 홀연히 번쩍이는 칼날이 춤추듯 나타났다.

카가강!!!

지체없이 빛의 칼을 꺼내어 맞받아치자, 칼은 다시 허공을 춤추듯이 날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나의 청동색 손 안으로. 그 손가락은 여섯개였다.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바뀌었다.

차가운 열기가 공간을 채우고 퍼져나가며, 환상처럼 허공에 불씨가 떠올라 타닥타닥 하는 소리를 내며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어렴풋이 고통이 가득찬 비명소리가 들려며 공기가 낮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것]이 한걸음 내 딛었을때, 그 존재감으로 인해 마치 녹아내리는 유리같이 주변의 풍경이 이그러졌다. 아지랑이 따위가 아니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의 존재로 인해 공간이 구부러지며, 빛까지 굴절되었던 것이다.

" 제법 즐거운 구경거리였다...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싸움꾼이더군. "

웃으며 내려다보는 청동색의 얼굴. 완전무장을 한 인간 전사처럼 보이지만 그 키는 3m가 넘었고, 그 눈은 푸른 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섯개의 손가락. 다른 누구도 아닌 어비스 3대 군주중 하나인 그라즈트의 출현이었다.

" 역시 시원자의 힘을 얻었다지만 그 젊은 드로우에게는 역부족인 임무였나보군... "/그라즈트

" 그 덕분에 내가 여길 찾아올 수 있었던거지. 두번이나 호의를 베풀어 주었으니, 이제 내가 그 호의를 갚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슈발츠

갓 소환된 마왕도 아니고 어스팩트(aspect) 따위도 아니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강력한 존재감을 가져 주변의 공간마저도 지옥으로 바꾸고 있는 그것은 본체가 분명했다. 슈발츠는 이미 두번이나 마왕과 싸워 이긴 적이 있지만, 오르커스는 소환 직후라 힘을 완벽히 발휘하기 전에 선빵쳐서 죽인 것이고, 샥스와의 전투도 기습이 시작이었다.

말하자면, 준비 만반에 완벽한 상태로 지상에 강림한 마왕을 맞상대 해 보는 것은 슈발츠로써도 처음인 셈이다.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마왕을 보며 그는 비늘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부하와 아들이 모두 몰살했는데도 그 거동에는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 저것을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

그라즈트의 등 뒤, 광장의 한가운데엔 금으로 된 인간 키만한 원기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은 피라미드 모양이었는데, 슈발츠의 보물창고에서 강탈해 간 사루크의 아티팩트가 그 위에 [장치]되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드워프 조각상을 보며, 슈발츠는 비로소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했다.

이 도시는 원래 드워프가 지은 것이 아니라, 드워프가 사루크로부터 빼앗았거나 아니면 빈 사루크의 도시에 드워프가 정착한 것이었다. 원래는 절벽이었던 것을 깎아서 드워프 거상을 조각한 것도 드워프들의 솜씨일 것이다.

" 네가 모종의 유로 이 물건을 애타게 구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위브와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이것의 진짜 목적은 그런게 아니야. "

그때 아티팩트가 환하게 빛을 발한 후, 다시 서서히 달아오르듯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 아, 시작되는군... 하던 이야길 마저 하자면, 이 아티팩트의 첫번째 주변의 위브를 인공적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그 대상이 사루크든, 페아림이든 뭐든 관계없이. 심지어 신들조차도 이 아티팩트가 만들어 내는 [위브 소용돌이]의 범위 안에서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 이 부작용 덕분에 사루크들은 결국 여길 버릴 수 밖에 없었다더군... "

슈발츠는 갑자기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이어 황금색의 [흐름]이 그의 가슴에서부터 아티팩트쪽을 향해 뻗어 갔다.

" 오호, 너는 위브와 상당히 밀접한 사이였나보군... "/그라즈트

" 좀 지긋지긋한 인연이지. "/슈발츠

위브는 어떤 존재에게 있어도 영향을 미친다. 그것의 부재는 [활력]의 부재와 비슷하기에, 어떤 존재도 이런 위브의 진공 상태에는 견딜 수 없다. 견딜 수 있는 자라면 그것은 위브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존재나, 아니면 신격 뿐이다.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그 범주에 속하지 않았기에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슈발츠도 물론 신적인 힘을 가져 이런 위브의 진공 상태에 대한 면역이 있었지만, 다름아닌 그의 [영혼]이 요동쳤다.

심장이 크고 빠르게 두근거리며, 그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야수가 눈을 뜨려는 것이었다.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야수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전심점력을 다해 그것을 억누르려 애쓰는 슈발츠 앞에서, 그라즈트는 오르커스의 해골 도리깨를 꺼내 들었다.

"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 [위브의 공백]현상은 또 한가지 더 효과를 가지고 있지. 평소에는 엄연히 다른 차원으로 갈라져 있는 다양한 여러 차원들이 이 위브의 공백지대에서는 급격히 서로 가까와진다는거야. 이를테면 이곳에서는 아스트랄계로 몸을 숨길수가 없어. 차원끼리 원래 가까왔기 때문에 아예 붙어버린 덧분이지. "

" ... "

" 그래서 여기서 거대한 차원간의 충격을 준다면, 전 차원으로 통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다는 거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지만, 그리고 이 도리깨는 그 [충격]을 발생시킬 수 있는 도구야. 이것을 이 자리에서 부숴뜨림으로써 내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지. "

" 하지만 그냥은 부숴지지 않을 텐데? "

" 오, 잘 아는군. 그래서 네가 필요했던 거야. 너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 대한 정보를 그 드로우 청년에게 흘렷다고 생각했나? 이 무기를 파괴하는데는 그만한 희생 제물이 필요해.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비할 바 없이 강한 자의 영혼을 희생물로 삼아야만, 이 도리깨에 깃든 신적인 힘을 상쇄시킬 수 있지. 어차피 내가 이기는 게임이었어. "

" ... "

" 시원자가 오거나, 네가 오거나. 누가 이기든 이 도리깨의 희생 제물이 될테니까. 그럼 이제 상황설명은 충분히 됐지 싶으니, 자네 목이 필요해. "

그라즈트는 웃으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애검 비탄의 파도를 들어 보였다. 그에 슈발츠도 마주 웃어 보여 주었다. 내무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억누르느라 그는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 확실히 곤란하군... 헌데 너의 상대는 내가 아니야. "/슈발츠

" 음? 여기에 또 누가 있다는 거지, 저 예쁜 계집들 말인가?... 널 죽인 후에 귀여운 소리로 울게 해 주지.  "/그라즈트

대꾸할 여유가 없었던 슈발츠는 마침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홀연히 그의 주변으로 황금색의 빛무리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얼핏 보면 그냥 빛무리로 보였지만, 수많은 금화가 한데 뭉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본 시점에서 그라즈트의 얼굴에 걸린 웃음기가 사라졌다.

.
.
.

후기: 신들과 마왕들의 힘 차이는 상대가 되는 신들의 등급에 따라 다릅니다.
이를테면 소신격은 지상에서는 마왕과 붙으면 거의 어슷비슷할 정도로 싸움을 할 수 있습니다만, 마왕의 나와바리로 내려가면 알짤없이 죽어야 합니다.
중신격은 지상에서는 마왕을 바르고, 마왕의 본거지에서는 마왕이랑 삐까삐가한 싸움을 벌일 수 있지요.
대신격의 경우는, 어디서 싸우던 마왕이 발립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지금 그라즈트의 경우는 중신격이랑 지상에서 마주친 경우입니다.

안[to the]습 이지요.

따라서 자세한 전투 장면은(너무 잔혹한 묘사가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생략합니다.(사실은 쓰기 싫었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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