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0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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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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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853 회 작성일 24-01-20 09: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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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브라를 노예로 삼은지 며칠 후, 슈발츠는 마운트 셀레스티아에 있는 바하무트의 레이어를 방문하고 있었다.

" 우볼드가, 아니 그롬쉬가 그라즈트와 손을 잡았다 라... 지상에 어비스의 악마 군대를 불러들일 모양이로군. "/바하무트

"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면 안되겠지요. 생각해 두신 거라도 있습니까? "/슈발츠

" 뭐 언제나 그렇듯이, 내 카드는 자네지. "/바하무트

" 신의 쵸즌이 그의 군대와 함께 버티고 있는 요새로 들어가 깽판을 치라는 말씀이라면 자신 없습니다만. "/슈발츠

바하무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백금의 비늘이 물결치듯이 반짝이며, 그 드래곤의 거체를 빛나게 했다. 그것은 장엄한 광경이었지만, 정작 바하무트 자신에게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위엄이 넘친다기보다는 장난기가 더 강했다.

"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자네가 그 마법사를 잡아준 덕에 저쪽에서는 그만한 차원문을 열어줄 솜씨있는 인재가 없어졌거든. 우볼드가 어비스로 향한 대규모 차원문을 열기 위해서는 아티팩트가 필요해. "/바하무트

" 어떤 겁니까? "/슈발츠

슈발츠의 질문에, 바하무트가 잠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그 뭐라더라... 이래서 나이가 들면 죽어야지. 아, 생각났다. [모운더의 심장]이라고, 검은 손이 신위에 오르기 전에 신성을 얻기 위해 썼던 아티팩트야. 대격변 이전까지는 베인의 성물로 그의 비밀 사원에서 잘 지키고 있었던 모양인데, 대격변의 혼란 와중에 도둑맞았다는군. "/바하무트

" 그 소재를 그롬쉬가 알고 있는 건가요? "/슈발츠

" 아아, 훔쳐낸 범인은 그림자의 군주(마스크의 별명)거든. 대격변의 와중에 먹고 살아 보자고 그랬던 모양인데, 재수없게도 그게 폭풍우 군주(탈로스의 별명)의 눈에 뜨인거지. "/바하무트

대격변으로 신자를 거의 잃은 신들 중에는 신성한 힘을 거의 잃고 필멸자 수준으로 힘이 떨어진 신들이 제법 되었다. 이것은 그들 각자의 방어를 취약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신격들 간의 합종연횡으로 이뤄져 있었던 아슬아슬한 파워 밸런스까지 무너뜨렸다.

이런 상황은 강력한 신격들, 특히나 평판이 좋지 않은 신격들이 이 기회에 작은 신격들이 차지하고 있는 도메인(수호 영역)을 얻기 위해 그들을 공격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이에 소규모 도메인을 지배하고 있는 신들이 대량으로 죽거나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혹은 보다 더 상위의 도메인을 가지는 신격들과 [합쳐지는] 등등의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바하무트와 티어매트만 해도 드래곤 만신전의 나머지 신격들(서로 성향이 맞는)과 합체를 했지만, 슈발츠는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아무튼 이 [신격 대량 정리]사태는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 혹자는 이것을 [제 2의 아바타 크라이시스]라고도 불렀는데, 실제로 신격중 ㅤㅁㅕㅈㅤㅁㅕㅈ은 신격들 간의 싸움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해 살해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령술의 신이던 벨샤룬만 해도 슈발츠의 노예이던 미스트라 스폰들에게 맞아 죽었고, 비전의 군주이던 아주스는 아스모데우스에게 살해당했으며, 그 외에도 그런 신이 있었는가 싶던 신격들 대부분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자세한 정황은 바하무트도 알 수 없었지만, 도둑의 수호신이던 마스크도 그런 와주에 탈로스에게 살해당했던 것이다. 다만 탈로스는 마스크의 도메인을 빼앗는데까지는 실패했다.

마스크가 죽은 후 그가 숨겨두었던 많은 보물들과 아티팩트들은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 목록 중에 있는 것이 바로 모운더의 심장이었다. 물론 역시 바하무트가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는 이 아티팩트를 가지고 자신의 신적인 힘을 강화할 모종의 계획 중에 있었는데, 탈로스에게 살해당할 당시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머리 다섯개짜리 마녀가 이 일에도 관련이 되어 있어서 말이지. "

[머리 다섯개짜리 마녀]란 티어매트를 말하며, 바하무트와는 드래곤 종족의 창조 당시부터 세불양립의 적이었다. 컬트와의 관계도 대체로 원만했던 슈발츠는 그녀와도 공공연히 적대해 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별로 악감정은 없었지만, 티어매트쪽에서는 바하무트와 이런저런 관계를 가지고 있는 슈발츠를 잠재적인 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아까운 인재]를 적에게 빼앗겼다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랄까. 슈발츠는 몰랐지만, 그녀가 슈발츠에게 집적대지 못하도록 바하무트가 눈을 부라리고 있기도 했다.

" 드래곤 여왕(티어매트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께서 이 일에 관련되었다면 별로 아름다운 모양새는 안나오겠군요. "/슈발츠

" 그렇지, 내 말이 그거야. "/바하무트

그롬쉬가 아티팩트의 소재를 밝혀 낸 배후에 티어매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크들이 노스를 지배하기 위해 그러모은 군대에는 티어매트가 총애하는 드래곤 여럿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용병으로 고용된 것이지만, 그녀의 의향이 없었다면 억만금을 줘도 [오크 따위]와는 거래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드래곤들이었다.

" 아무튼, 그 심장을 사용해 차원문을 열기 전에 자네가 좀 손을 써 줘야겠어. "

" 아직 우볼드의 손에 있지는 않는 겁니까? "

" 아무렴. 죽었다지만 도둑들의 신이 자기 보물들을 숨겨둔 창고인데, 일이 그리 쉽게 풀릴리가 있겠나? 아직도 찾으려고 골치깨나 썩이고 있는 모양이더군. "

그렇다면야 해볼 만 하다. 게다가 대상이 대상이니만큼 보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ㅤㅁㅕㅈ마디 더 나눈 후에, 슈발츠는 바하무트에게 예를 갖추고 나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
.
.

" ... "

아직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망루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눈덮인 노스의 초원을 내려다보며, 우볼드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긴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었지만, 또한 기회의 계절이었다. 다른 오크 부족들과 달리 우볼드의의 부족은 긴 겨울을 견디면서 살아남았고, 지금에 와서는 노스 전체에 퍼져 있는 오크들이 모두 그의 깃발 아래 모여든 덕분에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아니 오크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군대에는 인간 세상에서 용납되지 않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과 문명지의 풍요를 약탈한 꿈에 젖은 야만인, 돈이면 뭐든지 하는 용병들과 해적들, 네버윈터와의 원한에 사무쳐 있는 미노타우로스들 까지 가입했다. 덕분에 원래도 수만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볼드의 병력은, 이 해에는 십만에 이르는 규모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우볼드는 이 군대로 정복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물론 첫번째 목표는 실버마치였다. 실버리문과 미스릴 홀을 무너뜨리고 동맹관계인 멘조베란잔과 나누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다.

사실 작년에 원정을 개시할 수는 있었지만, 우볼드는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는 이제 오크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의, 가장 잘 조직된 군대를 이끌고 있었고, 그것은 내심 가장 두려워했던 네버윈터의 군대도 압도할 만한 규모였다. 그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신]의 의향은 조금 달랐다. 완벽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해결을 볼 전망이 서 있었다.

수십년을 기다린 싸움. 약간 지체되었을 뿐이다.

속으로 그렇게 되뇌이며, 우볼드는 돌아서 망루를 내려갔다. 이듬해 봄의 공세와 승리를 계획하면서.

자신의 막사로 들어섰을 때, 우볼드는 불청객이 있음을 단번에 알아 챘다. 예전이라면 꼼짝없이 당해야 했을 정도로 뛰어난 은신술이었지만, 지금 그는 지상의 신이다. 신적인 힘이 부여한 초월적인 감각이 우볼드에게 위험을 고했다. 말없이 꺼내어 휘두른 양손검에 막사 안을 장식했던 곰가죽 태피스트리가 두쪽이 나면서, 작고 검은 그림자가 재빨리 땅바닥을 굴렀다.

칼 끝에 약간 느낌이 왔다. 지체없이 손을 휘둘러 부패의 기운을 날리는 주문을 썼지만, 검은 그림자는 그것을 피해 냈다. 대단한 솜씨라고 감탄하면서도, 우볼드는 어딘가 낮익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다시 칼을 휘둘러 모닥불 아래로 상대를 몰았다. 여러번 칼을 휘두른 끝에 불빛 아래 드러난 것은 전신에 딱 달라붙는 고무질의 옷을 걸친 젊은 여자 엘프였다. 그리고 확실히, 그녀는 구면이었다.

" 너... 그 암살자로군. "

엘프의 정체는 샤이라였다. 예전에 슈발츠의 노예가 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녀는 실버마치로 향하는 우볼드 군세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슈발츠의 지시를 받아 우볼드를 암습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볼드는 등에 단검이 손잡이만 남긴채 완전히 박히고,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경호병들이 올 때 까지 버텨 낸 끝에 샤이라를 ㅤㅉㅗㅈ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이 너무 엄중해서 도저히 군대를 지휘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의 군대는 후퇴해야만 했다.

그때 임무를 완전히 마치지 못해 아쉬워했던 샤이라는, 우볼드가 겨울 훈련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스스로의 체면과 임무의 마무리를 위해 단독으로 잠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우볼드가 이미 그롬쉬로부터 신성한 힘을 부여받아 준신이 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고, 덕분에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실제로, 불빛 아래 드러난 그녀의 옆구리에는 우볼드의 칼끝이 스쳐 길게 베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피부만 살짝 베어진 것이지만, 지난번의 습격에서는 우볼드가 그녀의 털끝하나 건드려보지조차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손해임은 분명했다.

" 엘프 계집 주제에 그런 상처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하고 있군. 기특한데. "

샤이라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우볼드가 입맛을 다시며 욕정을 담은 시선으로 자신을 위아래로 ㅤㅎㅜㅌ어보는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암습이 실패한 마당에 여기 더 있어 봐야 재미 적을 것이다. 그녀는 등 뒤로 돌린 손에 연막탄을 쥐었다.

펑!...

바닥에 연막탄을 던지고 미리 봐 둔 천정의 출구에 달라붙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우볼드가 샤이라보다 빨랐다. 옆구리에 묵직한 칼등으로의 일격을 맞은 그녀는 격통과 구토감을 느끼며 땅바닥을 굴렀다.

" 아으욱!... "/샤이라

"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우볼드

이대로라면 잡힌다. 오크의 포로가 된 여자가 어떤 꼴을 당하는 지는 익히 잘 알려져 있고, 그 가능성을 떠올린 샤이라의 마음속에 공포가 깃들었다. 죽는 것 보다 오직 슈발츠에게만 바치기로 맹세한 정조를 오크에게 잃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녀는 재빨리 바닥을 굴러 일어난 후 되는대로 단도를 ㅤㅁㅕㅈ개 날렸지만, 우볼드는 다 피하거나 칼로 받아 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손으로 붙잡아서 되던져 왓다. 되던져진 칼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샤이라의 뺨을 스쳐 텐트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 후로 샤이라는 ㅤㅁㅕㅈ번이나 더 탈출 시도를 차단당했다. 완전 놀림감이 된 것이다. 그녀는 신적인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런 격차가 난다니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갈 즈음에, 마침내 우볼드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것이 보였다.

당할바엔 죽겠다.

마지막 남은 단도를 손에 든 그녀는 주저없이 자신의 목에 찔러넣으려 했다. 칼날이 거의 목젖에 닿았을 무렵, 그녀는 눈을 꼭 감으며 슈발츠를 떠올렸다.

카캉!...

다음 순간 금속성의 소리와 함게 단도가 빗나갔고, 샤이라는 뒤로 밀려나 비틀거리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슨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지만, 곧 그녀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고였다.

넓고 거대한 등을 이쪽으로 향하고 서 있는 것은 슈발츠였다.

어느샌가 나타난 두르나가 샤이라를 뒤에서부터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가 건네주는 포션을 받아 마시고 어느정도 기운을 회복한 샤이라가 한숨 돌리는 동안, 슈발츠는 우볼드와 대치했다.

" 꽤 넓고 괜찮은 텐트군. "/슈발츠

" 마음에 든다면 같이 묻어 주지. "/우볼드

우볼드는 슈발츠를 놀래켜 줄 생각으로 순간이동을 써서 그의 [등 뒤로]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가 칼을 휘둘렀을 무렵 슈발츠는 이미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 ?! "/우볼드

" 처음 신적인 힘을 부여받은 자들은, 순간이동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지. "/슈발츠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우볼드는 약간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한바퀴 크게 칼을 휘둘렀지만, 슈발츠는 거기에도 없었다. 어느샌가 샤이라와 두르나도 사라져 있었다.

" 뭐야 이놈, 도망간거냐!... "

그 말대로였다.

.
.
.

" 주인님, 왜 그 오크를 죽이지 않으신건가요? 한주먹 꺼리도 안돼어 보이던데. "/두르나

" ...우볼드는 신의 대리인임과 동시에 이 시대 오크들의 부흥의 상징이지. 그런 자의 목은 오크들에 맞서는 자가 전장에서 취해야 더 가치가 있는 법이야. "/슈발츠

그래도 두르나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렷다. 하지만 그쯤 해 두고, 슈발츠는 알루데시아에게 깔린 채로 얼굴을 할짝거려지고 있는 샤이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쓸데없는 짓을 했어. 니 죄는 니가 알렸다? "/슈발츠

" 아아아 주인님 잘못했어영... "/샤이라

" 냐아아앙~ "/알루데시아

영락없이 고양이에게 맏겨진 생선 꼴이 된 샤이라는 그 후로도 한참동안 여기저기를 물리고, 굴림을 당하고, 속속들이 핥아지고 나서야 해방될 수 있었다. 알루데시아는 자신의 악마적인(고양이적인 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차이는 없겠지만)본성을 흡족하게 채운 후에야 그녀를 놓아 줬는데, 그렇게 초주검이 된 상태인 샤이라는 결코 만족스럽게 절정하는 법이 없이 달아오른 채로, 공중궁전의 자기방으로 순간이동 당하는 징벌을 당했던 것이었다. 그나마 그녀가 우볼드의 이목을 끌어 준 덕에 슈발츠가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었기에 그정도로 끝난 것이지, 안그랬다면 다른 노예들처럼 [ㅤㅁㅕㅈ개월 목욕창 출입 금지]라 던가, [ㅤㅁㅕㅈ회 침대 봉사 금지] 등의 강력한 징계가 내렸을 것이다.

" 절정을 금지하시다니. 실로 끔찍한 형벌이에요. "

두르나의 짧은 감상이었다.

.
.
.

우볼드의 텐트에서 털어온 서류들의 내용들은 대부분 군대의 배치와 군량 공급 계획 등의 잡다한 군사 정보였지만, 슈발츠가 목적하는 정보도 그 중에 끼여 있었다. 바로 마스크의 보물창고의 위치에 관한 정보다. 오크들의 솜씨가 늘 그렇듯이 지도 자체는 조잡했던데다 별로 정확하지도 않았지만, 근처의 지형지물에 대한 기록만큼은 정확했기에 슈발츠가 그롬쉬의 공작원들을 ㅤㅉㅗㅈ아가는데 더할나위 없는 도움이 되었다.

슈발츠는 이번 모험에 두르나와 알루데시아 말고도 프레이아를 데려왔는데, 그것은 상대해야 될 적들보다는 마스크의 보물창고 자체가 더 강력한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계산에서였다. 프레이아는 암살을 주업으로 한 전투에 능하지만, 도적으로써의 능력도 결코 남 못지 않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또 하나의 척후병 격인 샤이라는 다시 클라쉬칵 감시업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혼자 보낸 이유은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를 준 것이다. 알루데시아에게 한번 넘겨져 봤으니, 이제 그녀는 임무 외의 상황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었다.

" 도둑의 신이라더니, 위치 선정 한번 졀묘하네요. "

두르나의 말대로였다. 마스크가 보물창고의 위치로 점찍은 산은, 가까이에 웨스트게이트 같은 대도시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등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접근조차 불가능할만큼 높고 험준했다. 어지간하면 마법으로 커버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땅바닥에 발 잘 붙이고 멀쩡히 서 있던 사람조차 바람에 날려가버릴 정도로 강렬한 강풍이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고산지대에서는 우스갯소리의 재료로조차 되지 않는 이야기다. 게다가 시전자가 죽었어도 여전히 강력하기 그지없는 대결계로 인해 악천후가 한층 더 강화되어서, 보물창고 주변에 이르렀을 때는 주문에 의한 짙은 안개가 슈발츠의 시야조차 가로막았을 정도였다.

우볼드가 보낸 추격조를 두 팀 처리하고 난 후, 그 강력한 안개를 떨치고 나온 지점에서 두르나의 발 아래로로 펼쳐진 절벽은 맞은편의 절벽과 함게 한쌍의 거대한 크레바스를 형성하고 있었다. 건너갈 만한 다리도 보이지 않고, 내려가려 해도 절벽에는 미끄럽기 그지없는 살얼음이 얼어붙어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살인적인 강풍까지 간간히 부는듯 바람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려 왔다.

" 길이 없군... "/슈발츠

" 어떡할까요? 일단 장비는 있습니다만... "/프레이아

가져온 밧줄은 물론 두르나가 자주 쓰는 하얀 색의 조교용 밧줄이 아니라, 무한히 확장되는 특성을 가진 마법적인 비단 밧줄 꾸러미였다. 최근 순간이동이나 차원문이 불가능한 지역을 자주 방문하게 된 덕분에 슈발츠와 노예들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 모든 물건들을 비 마법적인 배낭에 바리바리 싸 들고 왔는데, 그중에 하나였다. 각자의 배낭에서 꺼낸 무한히 늘어나는 로프가 3개, 거기에 고정의 롯드(간단한 조작으로 허공에 고정했다가 풀 수 있는 봉 모양의 마법 장치, 약 3톤 까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가 12개, 건너가는데 별 문제는 없어 보였다.

건너는 방식은 이러했다. 일단 로프 하나를 써서 각자의 허리에 단단히 묶어 서로의 몸에 연결한다. 그리고 12개의 롯드를 6개씩 둘로 나누어 나머지 로프 두개 중 하나는 발판 삼을 6개에, 다른 하나는 난간을 삼을 6개에 연결한다. 슈발츠가 선두로 가면서 [발판]과 [난간]을 배치하면, 뒤에서 따라오는 두르나와 알루데시아, 그리고 프레이아가 뒤의 발판과 난간 롯드를 앞으로 밀어낸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허공을 기어가는 자벌레의 움직임과 같았다.

" 마스크 본인은 여길 어떻게 건넜을까요? "/두르나

" 신이잖아. 자기가 만든 마법진 안에서 이런 생고생을 했을 일은 없었겠지. "/슈발츠

" 아항. "/두르나

한참의 시간을 들인 끝에 겨우 절벽을 넘는데 성공한 일행은 그자리에 앉아서 물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플로라가 도시락을 싸 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음식이라고 해봐야 웨스트게이트에서 파는 건포류와 건포도가 전부였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들 군소리 없이 맛있게 해치웠다. 마신 물을 보충하느라 두르나가 깨끗한 눈을 뭉쳐 수통에 넣는 동안, 프레이아는 절벽 반대편으로 이어진 바위 능선 위로 올라가 정찰을 하고 왔다. 슈발츠도 노예들에게 모두 다 맏기고 느긋하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교를 떠는 알루데시아를 상대함과 동시에 오크들이 그린 지도를 수정해 그리면서 실제의 지형을 맞추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마스크가 친 결계의 효과 중에는 길을 잃게 만드는 효과도 있어서, 그것을 깨달은 슈발츠는 지도를 고쳐 쓰는 것과 방향을 잡는데도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 능선 너머로 이어지는 길 비슷한게 있어요. 바위투성이인데다 절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가파른 사면에 발 디딤판 같은 것을 만들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프레이아

" 음, 그렇다면 지도에 써진 설명이 맞기는 맞는군.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하겠어. "/슈발츠

" 그나저나, 먼저 왔다는 오크들은 어디로 간걸까요? "/두르나

두르나의 질문에 다들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확실히 이 지도와 기록을 남긴 오크들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슈발츠보다 앞서 왔다면 발자국을 포함한 어떤 흔적이라도 있어야 정상인데, 그런 것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슈발츠나 두르나, 혹은 프레이아의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다. 비마법적인 방면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는 톱클래스의 추격자들인 것이다. 만약 진짜로 슈발츠의 눈썰미를 벗어난 거라면 마법을 썼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렇게 긴 여정동안 남긴 흔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애시당초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드루이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의심하는 동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산지의 새벽은 평지보다 늦고, 밤은 빨리 온다. 그리고 이런 고산의 날씨는 혹독하다. 마법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더 전진할 수도 있지만, 슈발츠의 노예들은 개인차가 있고, 그는 노예들에게 무리를 시키는 주인이 아니다. 곧바로 마법을 써서 텐트를 치고 들어갔다. 태이 여행 때도 사용했던 이 텐트는 밖에서 보면 평범한 바위나 숲으로 위장까지 되는 것으로, 젤로나의 작품 중 하나였다.

" 아, ㅤㅁㅕㅈ번째인지 모르지만 이 텐트, 생각하면 할수록 잘 만들었어요. "/두르나

" 냐앙~ "/알루데시아

이미 피워져 있는 모닥불에 비추며 손톱을 단장하기 시작하는 알루데시아를 내려다보며,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번인 프레이아가 침구를 까는 동안 슈발츠는 지도를 한번 더 점검했다. 그것은 긴급하게 써 보낸 보고서 같은 것이었고, 아마도 남은 여정은 이 지도에 나온 것 보다 더 남아 있을 것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쉴 수 있을 때 쉬어 줘야 한다. 그가 프레이아가 깐 담요 위에 몸을 슬쩍 눕히고 쿠션에 몸을 기대자, 알루데시아가 제일 먼져 안겨 왔다. 두르나가 눈을 부라렸지만, 어차피 그녀에게 있어서 서열은 슈발츠와 자기 뿐인 것이다.

" 냐아앙~ "/알루데시아

" 아니 요것이! 이몸이 먼저란 말이다! "/두르나

" 싸우지 말것, 사이좋게 안아줄테니 이리 오거라. "/슈발츠

" 에헤헷, 네 주인님. "/두르나

두 고참 노예가 슈발츠의 품에서 아양을 떠는 동안, 프레이아도 얼굴을 붉히면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그리고 슈발츠의 발치에서부터 기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산지의 밤은 긴 편이다.

.
.
.

후기: 슈발츠가 시간을 때우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리고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맞는다)

죄송함돠...붕가장면 쓰기가 너무 어려웠(귀찮았)어요...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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