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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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직후에 벌어진 혼란기 동안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네버윈터를 안정시키고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입안해 향후의 발전 토대까지 마련한 나셰르는, 죽기 전에 후계자로 워터딥 출신의 귀족 가문 중의 하나인 앙겔라 가문의 가장인 제브라 앙겔라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단명하고 DR1400년대 현재의 대공은 그의 아들인 안토니오 앙겔라(Antonio Angela; 혼돈 선 인간 남성 아리크라토스 3)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제왕교육도 받지 못하고 네버윈터 대공의 지위에 오른 안토니오는 통치에 있어서는 무력했고, 실권은 제브라의 동생이자 안토니오의 숙부인 [붉은 콧수염]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리오 앙겔라(Mario Angela; 중도 악 인간 남성 파7/ 아리크라토스3)에게 있었다.
한창 나이의 중년 남성인 마리오는 당당한 체구를 가진 자신감 넘치는 투사이기도 해서, 문약한 인상의 조카를 압도하는 바가 있었다. 그는 네버윈터 대공의 개인 경호대인 나인(Nine)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항구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상이기도 했는데,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의 관심사는 오직 남쪽으로의 무역로 확장 뿐이었다. 가능한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워터딥과 발더스 게이트, 그리고 장차 엠이 있던 지역까지 모두 수색해 보물을 회수하고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미 그 투자는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었는데, 가까원 워터딥의 폐허에서 실제로 약간의 보물을 건져올렸고, 도시의 폐허 옆에 새로이 작은 항구를 가진 정착촌도 건설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쭉 네버윈터가 남쪽을 향하고 있으면 슈발츠가 곤란하다. 그래서 그는 마리오를 실각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그 [실각]은 절대로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다. 네버윈터 최고의 실권자인 마리오는 자신의 신분 보장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철저해서, 네버윈터 요직에 있는 자들 대부분이 그에게 뇌물을 먹고 있거나 직접적으로 그의 수하를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법정으로 끌어내거나 정치적으로 실각시키려는 시도에 관해서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슈발츠는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암살 시도도 ㅤㅁㅕㅈ번이나 실패했다.
이 마리오에게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어지간해서 상단을 둘이나 운영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통상적인 무역을, 다른 하나는 [일반적으로 무역이 허용되지 않는 상품들], 즉 밀무역을 취급했다. 즉 밀수업자인 셈이다.
밀무역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해도 취급하는 물품은 천차만별이라, 무역이 금지된 희귀 동식물부터 시작해서 노예, 마약 등 범죄적인 것도 있고, 마법사들의 연구를 위한 마법 물품을(유니콘의 뿔 등은 선한 사원들의 격렬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이나, 혹은 군용물자로 잔주되어 수출이 금지된 자원(이를테면 목재)도 여기에 포함된다. 마리오의 밀무역 조직은 이 모든것들을 취급했다. 절대권력자가 비호하고 있는 이 조직의 활동은 너무나 공공연해서, 네버윈터 내부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슈발츠가 노린 것은 바로 이 밀무역 조직이었다. 그리고 네버윈터에는 이 일에 딱 맞는 협력자까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모엔의 조직이었다.
원래 네버윈터에서 지하경제에 일조하고 있었던 것은 이모엔의 조직이었지만, 마리오의 조직이 대두하면서 공공연한 밀무역을 대규모로 개시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이모엔 쪽은 위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슈발츠는 비코니아를 동반하고 이모엔을 방문했다.
" 아, 비코니아! 슈ㅤㅂㅏㅊ츠씨까지! 어서와요, 어서와. 무사한 얼굴들을 보니 반갑네요. "/이모엔
" 별고 없으신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외다. "/슈발츠
" 그렇지도 않아요. 죽지 못해서 사는거죠. "/이모엔
이모엔은 차를 내온 후 슈발츠와 비코니아와 합석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안부를 교환했지만, 슈발츠의 의도도 있고 해서 곧 대화의 주제는 마리오의 전횡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고, 이어서 그의 밀무역 조직에 관한 주제로 옮겨 갔다. 역시나 슈발츠가 짐작했던대로 숫적으로 열세에 마리오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있는 상대라, 그 이모엔이라도 곤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 아, 그치들, 우리한테도 골치아파요. "/이모엔
" 어쩌면 우리가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 같소만? "/슈발츠
" 오호, 슈발츠씨도 뭔가 바라는게 있나 보네요. 그렇다면 부탁이 ㅤㅁㅕㅈ가지 있어요. 물론 맨입에 해달라고는 안할께요. "/이모엔
그 자리에서 슈발츠와 이모엔은 서로 한가지씩의 의뢰를 교환했다. 이모엔의 [의뢰]는 ㅤㅁㅕㅈ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었는데, 맨 처음은 마리오 조직의 창고를 터는 일이었다.
" 이야, 오랜만에 남의 보물창고를 털러 가는거 같네요. "/두르나
" 냐앙~ "/알루데시아
목표한 창고가 내려다보이는 야경꾼의 탑 위에서, 잠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슈발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라 거리에 사람은 적었고, 건물의 창으로 드문드문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목표인 창고 안은 조명이나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고, 경비들은 밖에 나와서 잡담 중이었다.
" 혹시 모르니까 들키지 않도록 조심들 하거라.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두르나가 창고 지붕으로 숨어드는 동안, 알루데시아는 인간 형태로 변해서 경비들의 시선을 돌리는 역할을 맏았다. 인간으로 변장한다고는 하지만 원래 모습에서 꼬리만 숨기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어서, 알루데시아는 금새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경비들이 알루데시아의 미모에 넋을 잃는 동안, 두르나는 무사히 창고를 둘러보고 줏을 만한 것들은 줍고, 부숴야 할 것들을 담은 상자에는 폭발 구체를 잔뜩 넣어두고 돌아왔다.
" 잘 했다. "/슈발츠
" 헤헷, 감솨합니다. "/두르나
슈발츠가 두르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알루데시아도 자기도 해달라는 듯이 슈발츠의 팔에 매달려 아양을 부리는 소리를 냈다.
" 냐아아아~ 냐앙~ "/알루데시아
" 그래, 너도 잘 했다. "/슈발츠
보너스로 사탕을 받은 알루데시아가 그것을 ㅤㅊㅑㅂㅤㅊㅑㅂ거리며 먹는 동안, 두라ㅡ나가 손가락을 꼽으며 무엇인가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막 셈을 마ㅤㅊㅕㅅ을 때...
퍼버벙!!! 콰과과광!!!...
엄청난 폭음과 함께 화광이 치솟으며, 창고의 지붕이 절반쯤 뜯어져 하늘을 날았다. 엄청난 폭발력에 문 앞에 서 있던 경비들이 휘말려 나동그라지는 동안, 슈발츠는 두르나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창고를 태운 것을 시작으로, 슈발츠는 이모엔이 제공해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리오의 밀수 조직을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분해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일에 슈발츠까지 나선대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그가 에린들린과 브리겐스톤의 전후처리와 새로운 멘조베란잔 공격 계획에 골몰하고 있을 동안 직접적으로 손을 쓴것은 두르나였다. 거래는 망치고, 물건은 부수며, 인간은 죽였다. 노예장인 그녀는 슈발츠의 사후결재만 있다면 다른 노예들을 자유롭게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그 권한을 십분 발휘해 비번인 노예들까지 가담시켰다. 이 [소탕 작업]이 얼마나 은밀하고 철저했던지 네버윈터 정계와 재계를 공히 주름잡는데 성공했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마리오도 속수무책이었다. 두르나가 작업을 시작한지 한달이 채 되기도 전에, 마리오의 조직은 완전히 와해되었다.
" 이걸로 내 일은 끝인 셈이오. 앞으로 그놈들이 항구쪽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쪽에서 노력해줘야 하겠지만. "/슈발츠
" 오 고마워요, 이제 두다리 뻗고 잘 수 있겠네요. 이쪽은 맏겨 둬요. 참, 부탁했던 정보도 입수했어요. 마리오 앙갤라의 베일에 싸인 [조언자]는 매니 스타드 클록이 아니에요. 이름은 아르바트(ARVAT)라고 하고 블랙레이크 지역의 저택을 빌려서 은둔하는 중인데, 작위도 없고 직업도 없고... 수상한 냄새가 이루 말할수가 없어요. "/이모엔
대격변 이후 마법사, 그중에서도 국가를 주무를 수 있을만큼 강력한 마력을 휘두르는 마법사는 정말로 찾기 힘들어졌다. 네버윈터에서도 이점은 예외가 아니라서, 매니 스타드 클록의 고위 간부들조차도 슈발츠의 노예들 중에 막내 서열에 속하는 브리세이즈 보다도 마법 구사 능력이 떨어졌다. 때문에 강력한 마법의 사용은 금새 눈에 뜨이게 되어 있었다.
마리오의 경우, ㅤㅁㅕㅈ번이나 정치적인 암살 위기를 넘긴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슈발츠가 일부러 이모엔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보를 입수하기 전에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는 마법사가 아니라는 정도 뿐으로, 그야말로 대격변 이전의 [보안 수준]을 자랑했던 것이다. 물론 신성마법에도 예지술에 대항한 방법은 많지만, 마리오 주변에 딱히 신의 사도급 인물도 없었을 뿐더러 아무리 신성마법이라도 아케인 마법의 다양하고 강력한 조사에 대항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따라서 이는 분명히 슈발츠의 노예들과 비교해서도 그리 꿀리지 않는 마법사에게 마법적인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슈발츠가 원한 정보는 과연 누가 마리오의 뒤를 봐주고 있는가였다. 그가 직접 조사해도 되지만, 그러면 타초경사를 하는 꼴이 될수도 있었기에, 이모엔을 통해서 조사를 시킨 것이었다. 이곳의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이모엔을 통해서라면 들켜도 슈발츠 자신이 드러날 염려도 없고, 마법적인 조사보다는 쓸데없는 이목이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염려도 적은 것이다.
" 그럼 이 [아르바트]라는친구를 만나러 가볼까. "
이모엔이 건넨 양피지에 적힌 정보들을 눈으로 ㅤㅎㅜㅌ으면서,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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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의 저택으로 숨어들었을 때, 슈발츠는 저택 전체로부터 환상술과 강령술이 뒤섞인 듯한 냄새가 풍겨나오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감각은 물론 그의 마법적인 민감함 덕분에 느껴지는 것이었고, 틀리는 법이 드물었다. 그럭저럭 저택의 지붕에 올라 앉는데 성공한 그가 집 지붕으로 들어가볼까 어쩔까 고민하는 동안 호수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슈발츠가 시선을 돌렸을 때는 호수쪽에 면한 벽 아래의 비밀 선착장에 도착한 마리오가 일단의 위병들과 함께 저택에 들어오는 중이었다. 잘하면 일망타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슈발츠는 그대로 투명화 주문을 쓰고 담 아래로 뛰어내려 마리오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리오의 그림자에 숨어 따라가는 동안, 슈발츠는 저택 내부의 상황에 대해 더 소상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저택의 내부는 슈발츠조차 정신을 집중해야만 꿰뚫어 볼 수 있는 강력한 환상술로 뒤덮여 있었고, 그것들의 대부분은 저택의 경비들에게 적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냄새로 슈발츠는 그 환상술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강력한 환상술로 그 정체가 가려진 저택의 경비들은, 모두 오크들이었다.
슈발츠가 거기까지 간파했을 무렵, 선불맞은 맷돼지마냥 씩씩대던 마리오가 마침내 저택 내실에 도착했다.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역시 강력한 환상술로 정체가 가려진 경비들만이 출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이쯤에서 슈발츠는 진심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이 저택에 걸려 있는 환상술의 경지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것은 진실한 모습을 간파할 수 있는 슈발츠 조차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환상술이었던데다가, 이 저택에 있는 모든 경비들에게 각각 따로 적용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대규모의 결계를 사용한 흔적도 없는데도, 이만한 경지의 환상술을 이렇게 많은 대상에 대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환상술사는 대격변 이전에도 드문 축에 속했다.
" 어머, 어서 오세요, 마리오 경. "
이윽고 나타난 것은 수수한 로브로 전신을 감싸고 깊숙히 후드를 눌러 써서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 내 건물들, 내 물건들... 내 돈이 날아갔다고!... 실버마치와 연을 끊으면 내 사업이 안전할거라던 당신네 [족장]의 약속과는 다르지 않나!! "
마리오의 호통에도 여자는 주눅이 드는 기색 하나 없이 손을 입가로 가져가며 살포시 웃었다.
" 당신이 부하를 병신같이 부려 사업을 밖으로 다 드러내 놓고, 지금 그 사업이 파토난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건가요? 꼴값 하시네요. "/여자 마법사
" 뭐... 뭣이라!... "/마리오
마리오가 격분하여 허리춤에 있는 칼에 손을 가져갔을 때, 갑자기 실내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마리오와 그 일행이 움질하는 동안, 슈발츠는 그 [익숙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가지고 있는, 드래곤적인 존재감이었기 때문이다.
로브 아래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드러나면서, 여자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 어디한번 그 칼을 뽑아 보시지요. 남자답게 무우라도 썰어야지?.. 호호호홋!... 하지만 넌 그렇게 못하겠지. 자존심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할테니까, 그렇지? "/여자 마법사
" 으으으... "/마리오
어느새 여자는 마리오의 앞에 서 있었다. 마리오와 그녀의 키는 머리 두개 정도는 족히 차이가 났지만, 내려다보는 마리오가 오히려 올려다보는 여자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 그래도 족장님의 부탁도 있고 하니, 도와줄 수 있는데 까지는 도와 드리지요. 이모엔인가 하는 년이 골칫거리라죠?... "/여자 마법사
" 그...그렇...소, 항구에서의 내 유일한 경쟁자지. "/마리오
" 그럼 그년이 없어지면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겠군요? "/여자 마법사
마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브 아래 걸린 붉은 입술에 비웃음이 섞인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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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의 저택을 빠져나온 슈발츠가 맨 먼저 한 일은 비코니아를 시켜 이모엔에게 경고를 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엔도 오랜 모험과 길드 경영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 반격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고, 비코니아와 두르나, 알루데시아 일행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아르바트가 보내 온 오크 엘리트들을 상대로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드래곤적인 존재감과 황금의 눈동자. 그리고 환상술로 변장한 오르크 가드들. 슈발츠는 아르바트가 우볼드를 돕고 있는 드래곤 조언자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오크 족장인 우볼드의 조언자가 마리오와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네버윈터에 자리를 잡고 있게 되엇는지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해 볼 필요를 느꼈다.
두르나 일행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마리오의 그림자에 계속 숨어든 채로 그의 저택 안에 잠입한 슈발츠는 마리오가 침실로 들어가는 틈을 타서 그림자에서 나와서 그의 저택 안을 수색하고 다녔다. 물론 오크들과 마리오 간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경비들의 눈을 피해 저택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던 후에야 결국 꼼꼼하게 숨겨져 있던 서재의 비밀 방 안에서 원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우볼드와 마리오가 맺은 비밀 협정과 뒷거래 장부였다.
스캔들도 이만하면 전설급이군 그래...
증거 서류들에 따르자면 이미 권좌에 오르기 한참 전, 마리오의 형이자 네버윈터의 전 수호자인 제브라의 집권 시절부터 그는 우볼드와 밀약을 맺고 있었다. 밀약의 내용인 즉슨 마리오가 네버윈터가 실버마치와의 동맹을 무시한 채 남쪽으로 이득을 도모해 가도록 돕는 한은 우볼드의 부족이 마리오의 개인 사업의 상대가 되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개인 사업]의 내용은 당연하게도 노예 매매였다. 마리오는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당시에도 문제가 되고 있던 난민들(현재는 성벽 밖의 구역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납치해 정기적으로 우볼드의 노예시장에 비싸게 팔아 넘겼던 것이다.
마리오는 물론이고 우볼드로써도 젠타림 등에 의존하지 않고도 노예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으므로 더할나위가 없는 거래였다. 이 밀약을 그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그의 조언자를 보내어 마리오의 집권을 도운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업]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슈발츠였다. 처음에는 마리오를 상대로 하는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볼드에게도 타격을 준 셈이라, 슈발츠로써도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격이었다.
이제 슈발츠는 잠시 손에 든 증거물들을 어떻게 써먹을까를 고민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슈발츠는 네버윈터에 자신의 세력을 갖지 않고 있었다. 만약 마리오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증거를 공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리오에게서 민중의 지지를 철회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리오의 세력을 구축한 후 자신이 권좌에 오르거나 대리인을 세우는 수순으로 행동할 수 있겠지만,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런 방법은 안통한다.
그럼 민중들에게 직접 이 증거를 넘길까? 그것은 더 안될 말이었다. 개인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개인이 모인 집단은 그렇지 않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극히 간단명료한 사실을 직접 눈앞에 들이대주는 길 밖에 없다. 정확한 장부는 변호사에게는 최고의 증거물이지만, 민중을 설득하는데는 쓸모가 없었다.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안토니오에게 찾아가는것도 잠깐 고려 대상에 올랐지만, 그것도 역시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마리오의 조카다. 또한 마리오가 안토니오가 대공위에 오를 때 부터 시작해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귀족들은 편집증적이다 싶을 정도로 온갖 꼬투리를 잡아 숙청에 숙청을 거듭한 결과, 지금 네버윈터 귀족사회에는 마리오에 동조하는 저질들이나 죽지 못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자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질적 저하는 귀족들이 장교단을 담당하는 군대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그레이 클록(네버윈터의 정규군)의 장교단도 마리오의 심복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매니 스타드 클록(네버윈터의 마법사 부대)은 구성원의 말단까지 모두 마리오 파였다.
결국 남은건 독사의 머리를 제거하는 방법 뿐이로군...
마리오는 바보가 아니라 몹시 냉철한 편에 속했다. 때문에 자신의 [협력자]들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 두고 있었다. 비밀방에서 추가로 찾아낸 서류들은 그런 일련의 계획들을 상세히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이 슈발츠의 수준에서 보자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한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먹힐 뿐 아니라 당사자들은 진지했다. 이런 [대비 목록]중에서 특히 그가 직접 대하는 아르바트에 대한 뒷조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는데, 마리오의 끄나풀들이 밝혀 낸 아르바트의 [본거지]에 관한 정보들이 슈발츠의 눈에 뜨였다. 역시 네버윈터에 있는 것은 별장격이고 본거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우볼드와 마리오간의 연락을 끊기 위해서라도 이 아르바트를 먼저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슈발츠는 마리오의 조사를 토대로 아르바트의 본거지를 털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일은 곧바로 일어난 사건에 의해 미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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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4판에서는 네버윈터라는 도시가 없습니다. 네버윈터 나이트 1에 나오는 웨일링 데스로 인해 멸망크리를 탔기 때문이지요. 실버리문과 함께 북부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게임에 관련된 덕분에 설정짜기가 귀찮았던 돈법사(D&D의 판권을 가진 회사인 위저드&코스트사를 이렇게들 부릅니다)가 [정리]해버린 대표적인 희생양이랄까요. 에이리스트레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4판 설정이고 자시고 간에 저는 마음에 드니까 대신 워터딥을 밀어버리고 이곳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네버윈터 만쉐이!
한창 나이의 중년 남성인 마리오는 당당한 체구를 가진 자신감 넘치는 투사이기도 해서, 문약한 인상의 조카를 압도하는 바가 있었다. 그는 네버윈터 대공의 개인 경호대인 나인(Nine)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항구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상이기도 했는데, 바로 그랬기 때문에 그의 관심사는 오직 남쪽으로의 무역로 확장 뿐이었다. 가능한한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 워터딥과 발더스 게이트, 그리고 장차 엠이 있던 지역까지 모두 수색해 보물을 회수하고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이미 그 투자는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었는데, 가까원 워터딥의 폐허에서 실제로 약간의 보물을 건져올렸고, 도시의 폐허 옆에 새로이 작은 항구를 가진 정착촌도 건설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쭉 네버윈터가 남쪽을 향하고 있으면 슈발츠가 곤란하다. 그래서 그는 마리오를 실각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그 [실각]은 절대로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다. 네버윈터 최고의 실권자인 마리오는 자신의 신분 보장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철저해서, 네버윈터 요직에 있는 자들 대부분이 그에게 뇌물을 먹고 있거나 직접적으로 그의 수하를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법정으로 끌어내거나 정치적으로 실각시키려는 시도에 관해서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슈발츠는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암살 시도도 ㅤㅁㅕㅈ번이나 실패했다.
이 마리오에게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그의 돈에 대한 집착은 어지간해서 상단을 둘이나 운영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통상적인 무역을, 다른 하나는 [일반적으로 무역이 허용되지 않는 상품들], 즉 밀무역을 취급했다. 즉 밀수업자인 셈이다.
밀무역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해도 취급하는 물품은 천차만별이라, 무역이 금지된 희귀 동식물부터 시작해서 노예, 마약 등 범죄적인 것도 있고, 마법사들의 연구를 위한 마법 물품을(유니콘의 뿔 등은 선한 사원들의 격렬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이나, 혹은 군용물자로 잔주되어 수출이 금지된 자원(이를테면 목재)도 여기에 포함된다. 마리오의 밀무역 조직은 이 모든것들을 취급했다. 절대권력자가 비호하고 있는 이 조직의 활동은 너무나 공공연해서, 네버윈터 내부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슈발츠가 노린 것은 바로 이 밀무역 조직이었다. 그리고 네버윈터에는 이 일에 딱 맞는 협력자까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모엔의 조직이었다.
원래 네버윈터에서 지하경제에 일조하고 있었던 것은 이모엔의 조직이었지만, 마리오의 조직이 대두하면서 공공연한 밀무역을 대규모로 개시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이모엔 쪽은 위축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슈발츠는 비코니아를 동반하고 이모엔을 방문했다.
" 아, 비코니아! 슈ㅤㅂㅏㅊ츠씨까지! 어서와요, 어서와. 무사한 얼굴들을 보니 반갑네요. "/이모엔
" 별고 없으신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외다. "/슈발츠
" 그렇지도 않아요. 죽지 못해서 사는거죠. "/이모엔
이모엔은 차를 내온 후 슈발츠와 비코니아와 합석했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안부를 교환했지만, 슈발츠의 의도도 있고 해서 곧 대화의 주제는 마리오의 전횡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고, 이어서 그의 밀무역 조직에 관한 주제로 옮겨 갔다. 역시나 슈발츠가 짐작했던대로 숫적으로 열세에 마리오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있는 상대라, 그 이모엔이라도 곤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 아, 그치들, 우리한테도 골치아파요. "/이모엔
" 어쩌면 우리가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 같소만? "/슈발츠
" 오호, 슈발츠씨도 뭔가 바라는게 있나 보네요. 그렇다면 부탁이 ㅤㅁㅕㅈ가지 있어요. 물론 맨입에 해달라고는 안할께요. "/이모엔
그 자리에서 슈발츠와 이모엔은 서로 한가지씩의 의뢰를 교환했다. 이모엔의 [의뢰]는 ㅤㅁㅕㅈ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었는데, 맨 처음은 마리오 조직의 창고를 터는 일이었다.
" 이야, 오랜만에 남의 보물창고를 털러 가는거 같네요. "/두르나
" 냐앙~ "/알루데시아
목표한 창고가 내려다보이는 야경꾼의 탑 위에서, 잠입을 위한 준비를 마친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슈발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라 거리에 사람은 적었고, 건물의 창으로 드문드문 불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목표인 창고 안은 조명이나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했고, 경비들은 밖에 나와서 잡담 중이었다.
" 혹시 모르니까 들키지 않도록 조심들 하거라.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두르나가 창고 지붕으로 숨어드는 동안, 알루데시아는 인간 형태로 변해서 경비들의 시선을 돌리는 역할을 맏았다. 인간으로 변장한다고는 하지만 원래 모습에서 꼬리만 숨기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어서, 알루데시아는 금새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며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경비들이 알루데시아의 미모에 넋을 잃는 동안, 두르나는 무사히 창고를 둘러보고 줏을 만한 것들은 줍고, 부숴야 할 것들을 담은 상자에는 폭발 구체를 잔뜩 넣어두고 돌아왔다.
" 잘 했다. "/슈발츠
" 헤헷, 감솨합니다. "/두르나
슈발츠가 두르나의 머리를 쓰다듬자, 알루데시아도 자기도 해달라는 듯이 슈발츠의 팔에 매달려 아양을 부리는 소리를 냈다.
" 냐아아아~ 냐앙~ "/알루데시아
" 그래, 너도 잘 했다. "/슈발츠
보너스로 사탕을 받은 알루데시아가 그것을 ㅤㅊㅑㅂㅤㅊㅑㅂ거리며 먹는 동안, 두라ㅡ나가 손가락을 꼽으며 무엇인가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막 셈을 마ㅤㅊㅕㅅ을 때...
퍼버벙!!! 콰과과광!!!...
엄청난 폭음과 함께 화광이 치솟으며, 창고의 지붕이 절반쯤 뜯어져 하늘을 날았다. 엄청난 폭발력에 문 앞에 서 있던 경비들이 휘말려 나동그라지는 동안, 슈발츠는 두르나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창고를 태운 것을 시작으로, 슈발츠는 이모엔이 제공해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리오의 밀수 조직을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분해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일에 슈발츠까지 나선대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그가 에린들린과 브리겐스톤의 전후처리와 새로운 멘조베란잔 공격 계획에 골몰하고 있을 동안 직접적으로 손을 쓴것은 두르나였다. 거래는 망치고, 물건은 부수며, 인간은 죽였다. 노예장인 그녀는 슈발츠의 사후결재만 있다면 다른 노예들을 자유롭게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그 권한을 십분 발휘해 비번인 노예들까지 가담시켰다. 이 [소탕 작업]이 얼마나 은밀하고 철저했던지 네버윈터 정계와 재계를 공히 주름잡는데 성공했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마리오도 속수무책이었다. 두르나가 작업을 시작한지 한달이 채 되기도 전에, 마리오의 조직은 완전히 와해되었다.
" 이걸로 내 일은 끝인 셈이오. 앞으로 그놈들이 항구쪽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쪽에서 노력해줘야 하겠지만. "/슈발츠
" 오 고마워요, 이제 두다리 뻗고 잘 수 있겠네요. 이쪽은 맏겨 둬요. 참, 부탁했던 정보도 입수했어요. 마리오 앙갤라의 베일에 싸인 [조언자]는 매니 스타드 클록이 아니에요. 이름은 아르바트(ARVAT)라고 하고 블랙레이크 지역의 저택을 빌려서 은둔하는 중인데, 작위도 없고 직업도 없고... 수상한 냄새가 이루 말할수가 없어요. "/이모엔
대격변 이후 마법사, 그중에서도 국가를 주무를 수 있을만큼 강력한 마력을 휘두르는 마법사는 정말로 찾기 힘들어졌다. 네버윈터에서도 이점은 예외가 아니라서, 매니 스타드 클록의 고위 간부들조차도 슈발츠의 노예들 중에 막내 서열에 속하는 브리세이즈 보다도 마법 구사 능력이 떨어졌다. 때문에 강력한 마법의 사용은 금새 눈에 뜨이게 되어 있었다.
마리오의 경우, ㅤㅁㅕㅈ번이나 정치적인 암살 위기를 넘긴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슈발츠가 일부러 이모엔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보를 입수하기 전에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는 마법사가 아니라는 정도 뿐으로, 그야말로 대격변 이전의 [보안 수준]을 자랑했던 것이다. 물론 신성마법에도 예지술에 대항한 방법은 많지만, 마리오 주변에 딱히 신의 사도급 인물도 없었을 뿐더러 아무리 신성마법이라도 아케인 마법의 다양하고 강력한 조사에 대항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따라서 이는 분명히 슈발츠의 노예들과 비교해서도 그리 꿀리지 않는 마법사에게 마법적인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슈발츠가 원한 정보는 과연 누가 마리오의 뒤를 봐주고 있는가였다. 그가 직접 조사해도 되지만, 그러면 타초경사를 하는 꼴이 될수도 있었기에, 이모엔을 통해서 조사를 시킨 것이었다. 이곳의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이모엔을 통해서라면 들켜도 슈발츠 자신이 드러날 염려도 없고, 마법적인 조사보다는 쓸데없는 이목이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염려도 적은 것이다.
" 그럼 이 [아르바트]라는친구를 만나러 가볼까. "
이모엔이 건넨 양피지에 적힌 정보들을 눈으로 ㅤㅎㅜㅌ으면서,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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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의 저택으로 숨어들었을 때, 슈발츠는 저택 전체로부터 환상술과 강령술이 뒤섞인 듯한 냄새가 풍겨나오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감각은 물론 그의 마법적인 민감함 덕분에 느껴지는 것이었고, 틀리는 법이 드물었다. 그럭저럭 저택의 지붕에 올라 앉는데 성공한 그가 집 지붕으로 들어가볼까 어쩔까 고민하는 동안 호수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슈발츠가 시선을 돌렸을 때는 호수쪽에 면한 벽 아래의 비밀 선착장에 도착한 마리오가 일단의 위병들과 함께 저택에 들어오는 중이었다. 잘하면 일망타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슈발츠는 그대로 투명화 주문을 쓰고 담 아래로 뛰어내려 마리오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리오의 그림자에 숨어 따라가는 동안, 슈발츠는 저택 내부의 상황에 대해 더 소상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저택의 내부는 슈발츠조차 정신을 집중해야만 꿰뚫어 볼 수 있는 강력한 환상술로 뒤덮여 있었고, 그것들의 대부분은 저택의 경비들에게 적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냄새로 슈발츠는 그 환상술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강력한 환상술로 그 정체가 가려진 저택의 경비들은, 모두 오크들이었다.
슈발츠가 거기까지 간파했을 무렵, 선불맞은 맷돼지마냥 씩씩대던 마리오가 마침내 저택 내실에 도착했다.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역시 강력한 환상술로 정체가 가려진 경비들만이 출구를 묵묵히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이쯤에서 슈발츠는 진심으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이 저택에 걸려 있는 환상술의 경지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것은 진실한 모습을 간파할 수 있는 슈발츠 조차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환상술이었던데다가, 이 저택에 있는 모든 경비들에게 각각 따로 적용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대규모의 결계를 사용한 흔적도 없는데도, 이만한 경지의 환상술을 이렇게 많은 대상에 대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환상술사는 대격변 이전에도 드문 축에 속했다.
" 어머, 어서 오세요, 마리오 경. "
이윽고 나타난 것은 수수한 로브로 전신을 감싸고 깊숙히 후드를 눌러 써서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 내 건물들, 내 물건들... 내 돈이 날아갔다고!... 실버마치와 연을 끊으면 내 사업이 안전할거라던 당신네 [족장]의 약속과는 다르지 않나!! "
마리오의 호통에도 여자는 주눅이 드는 기색 하나 없이 손을 입가로 가져가며 살포시 웃었다.
" 당신이 부하를 병신같이 부려 사업을 밖으로 다 드러내 놓고, 지금 그 사업이 파토난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건가요? 꼴값 하시네요. "/여자 마법사
" 뭐... 뭣이라!... "/마리오
마리오가 격분하여 허리춤에 있는 칼에 손을 가져갔을 때, 갑자기 실내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마리오와 그 일행이 움질하는 동안, 슈발츠는 그 [익숙한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가지고 있는, 드래곤적인 존재감이었기 때문이다.
로브 아래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드러나면서, 여자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 어디한번 그 칼을 뽑아 보시지요. 남자답게 무우라도 썰어야지?.. 호호호홋!... 하지만 넌 그렇게 못하겠지. 자존심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할테니까, 그렇지? "/여자 마법사
" 으으으... "/마리오
어느새 여자는 마리오의 앞에 서 있었다. 마리오와 그녀의 키는 머리 두개 정도는 족히 차이가 났지만, 내려다보는 마리오가 오히려 올려다보는 여자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 그래도 족장님의 부탁도 있고 하니, 도와줄 수 있는데 까지는 도와 드리지요. 이모엔인가 하는 년이 골칫거리라죠?... "/여자 마법사
" 그...그렇...소, 항구에서의 내 유일한 경쟁자지. "/마리오
" 그럼 그년이 없어지면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겠군요? "/여자 마법사
마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브 아래 걸린 붉은 입술에 비웃음이 섞인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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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트의 저택을 빠져나온 슈발츠가 맨 먼저 한 일은 비코니아를 시켜 이모엔에게 경고를 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엔도 오랜 모험과 길드 경영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라 반격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고, 비코니아와 두르나, 알루데시아 일행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아르바트가 보내 온 오크 엘리트들을 상대로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드래곤적인 존재감과 황금의 눈동자. 그리고 환상술로 변장한 오르크 가드들. 슈발츠는 아르바트가 우볼드를 돕고 있는 드래곤 조언자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오크 족장인 우볼드의 조언자가 마리오와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네버윈터에 자리를 잡고 있게 되엇는지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해 볼 필요를 느꼈다.
두르나 일행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마리오의 그림자에 계속 숨어든 채로 그의 저택 안에 잠입한 슈발츠는 마리오가 침실로 들어가는 틈을 타서 그림자에서 나와서 그의 저택 안을 수색하고 다녔다. 물론 오크들과 마리오 간의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경비들의 눈을 피해 저택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던 후에야 결국 꼼꼼하게 숨겨져 있던 서재의 비밀 방 안에서 원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우볼드와 마리오가 맺은 비밀 협정과 뒷거래 장부였다.
스캔들도 이만하면 전설급이군 그래...
증거 서류들에 따르자면 이미 권좌에 오르기 한참 전, 마리오의 형이자 네버윈터의 전 수호자인 제브라의 집권 시절부터 그는 우볼드와 밀약을 맺고 있었다. 밀약의 내용인 즉슨 마리오가 네버윈터가 실버마치와의 동맹을 무시한 채 남쪽으로 이득을 도모해 가도록 돕는 한은 우볼드의 부족이 마리오의 개인 사업의 상대가 되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개인 사업]의 내용은 당연하게도 노예 매매였다. 마리오는 자신의 부하들을 시켜 당시에도 문제가 되고 있던 난민들(현재는 성벽 밖의 구역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납치해 정기적으로 우볼드의 노예시장에 비싸게 팔아 넘겼던 것이다.
마리오는 물론이고 우볼드로써도 젠타림 등에 의존하지 않고도 노예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으므로 더할나위가 없는 거래였다. 이 밀약을 그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그의 조언자를 보내어 마리오의 집권을 도운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업]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슈발츠였다. 처음에는 마리오를 상대로 하는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볼드에게도 타격을 준 셈이라, 슈발츠로써도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격이었다.
이제 슈발츠는 잠시 손에 든 증거물들을 어떻게 써먹을까를 고민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슈발츠는 네버윈터에 자신의 세력을 갖지 않고 있었다. 만약 마리오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증거를 공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리오에게서 민중의 지지를 철회시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리오의 세력을 구축한 후 자신이 권좌에 오르거나 대리인을 세우는 수순으로 행동할 수 있겠지만,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런 방법은 안통한다.
그럼 민중들에게 직접 이 증거를 넘길까? 그것은 더 안될 말이었다. 개인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개인이 모인 집단은 그렇지 않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한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극히 간단명료한 사실을 직접 눈앞에 들이대주는 길 밖에 없다. 정확한 장부는 변호사에게는 최고의 증거물이지만, 민중을 설득하는데는 쓸모가 없었다.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안토니오에게 찾아가는것도 잠깐 고려 대상에 올랐지만, 그것도 역시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마리오의 조카다. 또한 마리오가 안토니오가 대공위에 오를 때 부터 시작해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귀족들은 편집증적이다 싶을 정도로 온갖 꼬투리를 잡아 숙청에 숙청을 거듭한 결과, 지금 네버윈터 귀족사회에는 마리오에 동조하는 저질들이나 죽지 못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 자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질적 저하는 귀족들이 장교단을 담당하는 군대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그레이 클록(네버윈터의 정규군)의 장교단도 마리오의 심복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매니 스타드 클록(네버윈터의 마법사 부대)은 구성원의 말단까지 모두 마리오 파였다.
결국 남은건 독사의 머리를 제거하는 방법 뿐이로군...
마리오는 바보가 아니라 몹시 냉철한 편에 속했다. 때문에 자신의 [협력자]들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 두고 있었다. 비밀방에서 추가로 찾아낸 서류들은 그런 일련의 계획들을 상세히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그중 대부분이 슈발츠의 수준에서 보자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치한 것이긴 했지만, 어쨌든 먹힐 뿐 아니라 당사자들은 진지했다. 이런 [대비 목록]중에서 특히 그가 직접 대하는 아르바트에 대한 뒷조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는데, 마리오의 끄나풀들이 밝혀 낸 아르바트의 [본거지]에 관한 정보들이 슈발츠의 눈에 뜨였다. 역시 네버윈터에 있는 것은 별장격이고 본거지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우볼드와 마리오간의 연락을 끊기 위해서라도 이 아르바트를 먼저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슈발츠는 마리오의 조사를 토대로 아르바트의 본거지를 털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일은 곧바로 일어난 사건에 의해 미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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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4판에서는 네버윈터라는 도시가 없습니다. 네버윈터 나이트 1에 나오는 웨일링 데스로 인해 멸망크리를 탔기 때문이지요. 실버리문과 함께 북부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게임에 관련된 덕분에 설정짜기가 귀찮았던 돈법사(D&D의 판권을 가진 회사인 위저드&코스트사를 이렇게들 부릅니다)가 [정리]해버린 대표적인 희생양이랄까요. 에이리스트레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4판 설정이고 자시고 간에 저는 마음에 드니까 대신 워터딥을 밀어버리고 이곳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네버윈터 만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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