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7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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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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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27 회 작성일 24-01-20 09: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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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의 시장에서 느꼈던 살기는 슈발츠를 조금 [찝찝하게]만들었다. 정체를 모르면 상대를 할 수 없고, 당연하지만 해결도 없다. 적어도 누가 자신을 적대하는지 알면 대책은 선다. 그가 ㅤㅁㅕㅈㅤㅁㅕㅈ 신들과 쭈욱 적대중이면서도 아직까지 큰 곤란을 겪은적이 없는 이유는, 상대를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 첫째이고, 공격만큼이나 방어에 능숙하기 때문이 둘째다.

그래서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슈발츠는 자신을 적대한 살기의 정체를 추적하는 일에 가용 자원을 총 동원했다.

노예들을 직접 상대시키진 않는다. 두르나도 추적해 내기 어려운 상대라면, 슈발츠의 노예 중에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와우킨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노예들을 앞세우는 것은 생각없는 짓이다. 그러니 이런 상대에 대한 대응법은 한가지 뿐이다. 늘 그가 하던 대로 다양한 출처에서 정보를 대량으로 사들여 그 조각을 끼워맞추어 가는 퍼즐 게임을 펼치는 것이다. 돈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원들을 거의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슈발츠의 입장쯤 되면, 자신의 노예,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을 가진 대리인을 여럿 부리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치 못할때는 그 자신이 직접 나선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었다.

유니온의 향수 구역엔 갖가지 오락시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중심가에 위치한 [신드라(Chindra)의 기쁨 궁전]은 유니온에서 불법적인 일로 여겨지는 일이 아닌 모든 종류의 (성인의)쾌락을 취급하는 곳이다. 좋게 말하면 사교클럽이고, 조금 비꼬아 말하자면 고급 창관인 셈. 휘하에 침대 시중을 들어주는 서른이나 되는 (미인의)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슈발츠와는 별로 인연이 없을 만한 장소이지만, 옛부터 이런 장소는 정보의 원천으로도 중요하다. 누군가가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흘린 정보의 단편의 거래처로, 혹은 비밀스러운 회합의 주최지로써 이런 장소는 상당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 슈발츠요, 예약이 되어 있소. "

덩치가 슈발츠 보다 큰 미노타우로스 한쌍이 막고 있던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슈발츠는 왜 이곳이 [궁전]이라고 불리우는지 알 수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마자 펼쳐진 [로비]는 칼림샨풍이라 여겨지는 거대한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원형 광장의 중앙과 사방의 끝에는 향긋한 장미수가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있었고, 바닥은 색이 다른 대리석 판을 끼워맞춰 만든 거대한 모자이크였다. 벽은 온통 푸른색의 자기 벽돌로 덮여 있었는데, 그 푸른 바탕에 모자이크로 그려진 갖가지 기화요초 때문에 마치 탁 트인 바깥의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을 주었다. 정원의 지붕은 아치 기둥으로 장식된 유리 돔으로 덮여 있었고, 그 유리 돔 너머로 다시 아치 기둥으로 떠받쳐진 층층의 구조가 보였다.

그 건축미의 경지는, 이곳이 성적인 쾌락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단순한 [창관]이 아닌, 어느 칼림샨 파샤의 근사한 하렘 정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기 충분했다.

" 어서 오세요. 아... 성함이? "/접수 담당의 여직원

" 슈발츠라고 하오. 예약이 되어 있을 거요. "/슈발츠

" 슈발츠님이시군요... 아, 여기 있습니다. 602호 스위트룸입니다. "/접수 담당

금으로 만들어진 결계석(워드스톤)을 받아든 슈발츠는 그대로 궁전의 상층부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6층은 기쁨 궁전의 주인의 거처인 최고층 바로 아래였다. 널찍한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로비와 비슷하게 장식된 벽과 한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스테인드 글래스의 유리 창을 가진 거실 겸 응접실이 보였다. 화장실 겸 욕실과 침실로 향하는 문을 열어본 후, 슈발츠는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약속의 상대를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슈발츠가 기다리던 상대의 기척이 느껴졌다. 보기보단 의외로, 상대는 문을 열고 보통으로 들어오는 쪽을 택하고 있었다.

" 늦어서 미안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

그를 이 장소로 불러낸 것은 이 기쁨의 궁전의 주인인 신드라(Chindra: 참 중간 잰 여성 로12)였다.

*참고*
잰(Jann; Janni의 단수형)은 진(Djinn; Djinni의 단수형)나 이프리트(Efreet; Efreeti의 단수형)보다 주 물질계에 훨씬 더 친숙한, 지니(Genie; 진, 이프리트, 잰을 포함한 모든 지니 아종들의 통칭)의 아종 중 하나다. 다른 지니 아종들보다 작지만 인간보다는 크고, 보다 더 인간과 유사하게 생겼다. 자른 지니 아종들과 달리 주 물질계의 토착 아웃사이더이다.
*참고 끝*

신드라는 인간의 평균보다 머리 반 정도가 큰 키에 우아한 자태를 가졌다. 재니족 치고도 두드러지는 미모에, 약간 푸른빛이 도는 하얀 피부와 은회색 눈동자를 가졌고, 모발을 비롯한 체모의 색은 칠흑같이 검은 색이었다.

지금 신드라는 발목까지 드리워지는 긴 머리카락을 틀어올려 하얀색 옥으로 깎은 비녀 두개를 찔러 고정시킨 위에 다시 금장식이 붙은 보라색 비단 터번을 쓰고 있었고, 적당히 지방이 붙어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피부 아래 팽팽한 근육을 감춘 우월하기 그지없는 몸매를 터번과 같은 색의 속이 비치는 칼림샨풍 세단 드레스로 가리고 있었는데, 그 화려함과 우아함은 어딘가의 (여)지니 대공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 방금 왔소. "

사실, 신드라의 미모는 비범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고, 그것을 이용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슈발츠의 앞에 나설때도 일부러 최고로 세팅하고 나왔다. 아마 (여자에 덜 익숙한)다른 자였다면, 이 미모의 잰의 외모에 홀려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슈발츠는 서큐버스나 여신까지 섭렵한 하렘 마스터(?)라, 신드라의 미모를 호평하긴 해도 홀릴 정도는 아니었다. 심드렁한 그의 반응에 그녀는 내심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자존심도 약간 구겨졌다.

" 한가지 일과, 한가지 정보가 있어요. "/신드라

"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모양이군. "/슈발츠

신드라는 친근한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원하는 것도 돈으로 사기 힘든 거니까요. 유명하신 [와우킨 여신의 투사]로써 슈발츠님의 힘이 필요해요. "

슈발츠의 [기밀]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술술 불어내는 신드라. 그녀는 [나의 정보력이 어때?]하는듯이 자랑스러운 미소를 살짝 띈 야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정도에 동요해서는 슈발츠가 아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와우킨의 투사로 부르건 말건 상관없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이것엔 신드라도 놀라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그녀는 이 정보가 슈발츠의 [약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약점을 잡은 것으로 슈발츠를 마음대로 부려먹을 의도까지는 없었지만, 최소한 거래에서 조금 더 이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나 태연해서야, 그녀의 계산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 되었다.

" 그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

두번째 자기 과시까지 실패한 신드라가 속으로 자존심을 완전히 구길 동안, 슈발츠는 자신 쪽에서 산드라의 의도를 짐작해보았다. 단순히 슈발츠의 칼솜씨를 빌리려고 이런 수고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고용한 [어께]중에서 슈발츠가 보아 오고 있는 파라곤 미노타우로스 한쌍만 해도, 어지간한 자들은 두번 생각하기도 전에 두동강 날것이다. 아마도 조금 민감한 문제, 그것도 제3자의 손을 빌려서 자신이 관련되지 않도록 하고 싶은것이 이 여자의 속마음일 것이다. 이를테면 암살일까...

" 저는 자유를 원해요. "/신드라

" 음, 지금도 충분이 자유로워 보이오만? "/슈발츠

슈발츠의 농담 같은 응수에 속이 상했는지, 신드라의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그와 눈동자가 마주친 순간 그녀는 체념하고 한숨을 흘렸다. 이 무용 넘치는 반룡인에게 직접적으로 맞설 만한 재주는 없고, 기분을 거스르면 정보는 커녕 일도 맡아 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 저는 어떤 지니 대공의 노예... 였어요. 운이 좋아 도망쳤지만, 저를 찾아내어 잡아가기 위해서 언제든지 추적자가 올 수 있어요. "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에게도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 향수 구역에 기쁨의 궁전을 짓고 정착한지 육년째 되던 해에, 그녀는 오슬란(Oslahn Turvae; 중도 악 인간 남성 파10/로10)이라는 이름의 악당의 방문을 받았다.

"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제가 지니 대공의 노예였다는 사실과,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사실을 저의 원 주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으로 절... 협박했어요. "/신드라

" 그리고 아마 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도 지니 대공에게 전언이 가도록 조치해 두었겠지. "/슈발츠

신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비밀을 지켜주는 댓가로 그가 무엇을 요구한 거요? "/슈발츠

" 향수 구역에 도는 소문을 아시나요? "/신드라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향수 구역의 모처에서 불법적인 노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유니온 센티넬들은 결코 그 소문의 진상을 밝혀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닌 경우에,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이 기쁨의 궁전이다. 유니온 센티넬들도 함부로 불심검문을 하지 않는 회원제의 배타적인 사교 클럽 만큼 불법적인 거래에 안전한 공간이 있을까.

" 노예 매매로군. "

신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결연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첨언했다.

" 지니 대공 아래 있으나, 오슬란 아래 있으나, 자유가 없는 몸이라는 사실은 똑같아요. "

신드라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얼마가 될 지 모르나 오슬란의 조직 전체를 일망타진하고, 그가 빼돌린 신드라의 신상 정보를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 내어 그녀가 두려워하는 지니 대공의 노예 사냥꾼으로부터도 그녀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슈발츠 정도 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내 용역은 비싸지. 가지고 있는 정보가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거요. "/슈발츠

" 돈... 돈이라면 얼마든지 낼 용의가 있어요. 그리고 다른 거라면... "/신드라

신드라의 시선이 침실 문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슈발츠는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그녀를 깜짝 놀래켰지만, 침대로 가지는 않았다.

" 선불을 받는 것은 내 방침이 아니오. 그리고 굳이 선물을 하겠다면 일단 날 좀 도와줘야겠는데. "/슈발츠

" 네... 네? "/신드라

" 일단 내 상대를 봐야겠는데, 노예 거래를 위해 오는 자들을 나에게 소개시켜 줄 수 있겠소? "/슈발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슈발츠가 눈앞에서 드로우 형태로 형상을 바꾸자 비로소 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그런거라면 얼마든지요. "

.
.
.

오슬란이 주최하는 노예 매매는 한달에 한번 꼴로 열리고 있었다. 장소는 기쁨의 궁전 지하에 마련된 대별실. 기쁨의 궁전 전체는 강력한 탐지 방해의 결계가 쳐져 있고 고층의 개인실들의 넓이와 보안 수준 역시도 전 우주적인 클래스여서 굳이 지하로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지하로 고집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악인은 뭔가 지하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듯도 했다.

무척 당연하지만, 신드라는 노예 매매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혹시 들키더라도 센티넬들에게 변명할 거리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런 소극적 처신을 오슬란이 비웃고는 있었지만. 그리고 그녀가 알기 싫어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었으니, 그것은 노예 매매를 위해 지하의 별실에 들르는 고객들의 명단이었다.

슈발츠는 비마법적인 은신과 잠입에서도 다원우주를 통틀어 톱클래스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갖가지 마법의 도움도 받고 있다. 거기에 신드라의 협조도 있고 해서 목표물을 고르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가 고른 것은 올란 바토르(Olan Vator; 중도 악 파이어 게나시 남성 아리크라토스 4/파이터 10)라는 칼림샨 파샤의 대리인인 콜란 바토르(Colan Vator; 중도 악 파이어 게나시 남성 아리크라토스 4/ 파이터 6)였다.

슈발츠가 그를 목표로 찍은 이유는, 파샤의 대리인이며 또한 아들이기도 한 이 칼림샨인 거한이 자신의 실력에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호원의 양과 질이 다른 손님들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이다. 다른 손님들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것이지, 경호가 엄중한 정도로 치자면 그도 주물질계에서는 톱클래스에 속했다.

보통때라면 뒷처리의 간편함을 위해 죽였겠지만, 유니온에서는 살인 뿐 아니라 행불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상업도시인 만큼 특히나 도둑 계열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자신을 향한 예지술이면 모르되, 콜란을 향한 예지술 까지 완전히 막을 자신이 없었던 슈발츠는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를 [얼려]두기로 했다.

칼림샨 파샤의 아들에다 이런 곳에까지 파견나온 노예 매매의 대리인이라면, 취향은 뻔하다. 미인이기만 하다면 성별까지 가리지 않는 자들이라, 기쁨의 궁전에서 일하는 시동(드로우 미소년)으로 분장한 슈발츠는 쉽사리 콜란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콜란 쪽에서 접근한 거지만, 아무튼.

" 왜...왜 이러시는 건가요~ "/슈발츠(미소년으로 가장한 상태)

" 흐흐흐 잠깐만 가만히 있어, 천국을 보여 주지! "/콜란

경호원들을 물리킨 콜란이 달려드는 순간, 슈발츠는 주문을 걸었다. 푸른 색의 광선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발사되었고, 콜란이 그것을 눈치채기도 전에 광선은 그의 전신을 감싸고 그 모습(침을 흘리며 덮치려 드는)을 고정시켰다.

" 미소년을 좋아하는 취향만큼은 이해가 안간단 말이야... 아무리 이쁘더라도 아랫도리에 덜렁거리는 뭔가가 달려있단 말이지. 그걸 생각하면 확 깬다고. "/슈발츠

" 하지만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그것만 생각하면 확 달아오른단 말이죵. 아흥~ "/두르나

" 그건 니가 여자라서 그런거고... "/슈발츠

슈발츠가 준비해 온 나무상자에 굳어버린 콜란을 담아넣으며 두르나와 농담따먹기를 하는 동안, 문 밖의 경비들을 홀려서 시간을 벌어준 알루데시아가 치타로 변해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 냥~ "/알루데시아

" 그래 잘 했다, 이쁜 것... "/슈발츠

" 냐아앙~ "/알루데시아

턱 아래를 긁어주자 기분좋게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를 흘린 알루데시아는, 두르나 쪽을 보며 살짝 으스대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곧바로 슈발츠의 다리 쪽에 달라붙어 몸을 비볐다.

" 으으 조것이...나 보라고 일부러 주인님께... 주인님, 저도 귀여워해 주세용! "/두르나

" 이 작업 끝내고 나서 실컷 귀여워 해줄테니 일단 이거부터 해결하지? "/슈발츠

" 네이~ "/두르나

약간 볼멘소리를 내는 두르나였지만 곧바로 콜란이 든 나무상자를 객실 밖으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잠깐동안 알루데시아의 미모에 홀려 멍하니 있던 콜란의 경호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객실로 돌아왔을때는 이미 콜란의 모습으로 변한 슈발츠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이 편안히 소파에 앉아 포도주를 즐기고 있었다.

콜란의 일과는 대체로 불규칙적이었지만, 아침의 무에 수련과 저녁의 공연(기쁨의 궁전의 2층에 마련된 대별실에서 무희들과 바드들을 불러서 개최하는) 관람은 빠트리지 않고 있었다. 물론 슈발츠는 사흘 뒤인 노예 경매 날짜 까지 콜란으로 변장한 채 느긋하게 기쁨의 궁전 구석구석을 누비고 즐겼다. 그의 변장(과 변신)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의 주변인 중 누구도 바꿔치기 당한 것인지의 여부를 의심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노예 경매 당일 아침, 슈발츠는 지하의 대별실에의 초대장을 받았다. 지하 대별실 앞에서 초대장을 제시하는데, 앞서가던 경매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선금이 1만이라니, 이제까지중 가장 비싸군. 그만큼 대단한 물건이 나오는 것을 기대해도 되겠지? "

단지 경매에 참가하기 위한 초대장을 얻는데만 1만(아마도 GP)이라는 금액을 쓴 것이다. 슈발츠는 비로소 오슬란이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의 별실의 구조도 2층의 별실과 그리 다른점은 없었다. 일종의 원형극장처럼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대별실은 한쪽의 벽면을 온통 차지하는 무대가 있고, 그 무대를 향해 십수개의 원형 탁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2층과 다른 점은 그 탁자들 사이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치된 테이블의 위치가 몹시 교묘해서 제일 뒷자리에 앉아도 무대를 보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도록 되어 있었다.

슈발츠가 커튼으로 된 통로를 지나 콜란의 이름이 씌여진 테이블에 앉자 포도주와 안주(매우 맛좋은 향기가 나는 이름모를 과일이었다)가 서빙되어 나왔다. 그것들을 천천히 즐기는 동안 무대가 밝아지고, 말끔하게 칼림샨 식 복장을 차려 입은 인간 남자 하나가 무대에 서 있었다. 정중히 이쪽을 향해 인사하는 그는 슈발츠의 이번 타겟인 오슬란이었다.

" 신사 여러분(방문자 중에 여성은 없었다), 이번 경매에도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경매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전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건들이 모이는 이 경매에, 그중에서도 더 한층 특별한 매물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보고 즐기시고, 그리고 좋은 가격으로 훌륭한 매물을 구해 가시길 바라마지 않겠습니다. "

오슬란이 무대를 내려가자 그의 부하가 대신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 경매의 매물들을 하나 하나 소개해 올리기 시작했다.

노예 소개가 계속되는 동안 오슬란의 동태를 눈으로 ㅤㅉㅗㅈ던 슈발츠는 그가 장내에서 사라지기 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무대로 돌렸을 때 그는 하마터면 입에 머금고 있던 포도주를 뿜을 뻔 했다. 무척 낮익은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대리석 조각처럼 보이는 여자는 다름아닌 헬베티아였다. 수척해지고, 어딘가 굶주린 듯한 기색을 가지고 있는데다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게도 피로의 기색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래서 인상이 바뀌었지만 슈발츠의 눈을 속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녀가 이번 경매에서 오슬란이 자신하는 최고의 매물이었다.

.
.
.

후기: 노예무역은 21세기에 와서도 근절되지 않는, 인간 사회의 전통적인 장사(?)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노동력이나 여자들의 성적인 대상으로써의 상품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아마도 인간 사회가 존속하는 내내 계속되겠지요. 슬픈 일입니다만, 인간은 그런 동물이니까요.

유니온에서도 이 노예무역을 불허하지만 밀무역은 엄연히 존재하고, 모든 금지된 장사처럼 이 노예무역도 마진이 짭잘합니다. 모험적인 노예 상인들이 노예가 합법적인 태이 같은 지역보다 노예가 불법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돈때문이지요.

그럼 현실의 세계에서는 과연 인간이 수단이 아닌 목적일까요? 현대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그것은 단지 위선이나 희망일 뿐이라는 쪽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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