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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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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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55 회 작성일 24-01-20 08: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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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웃...

환한 섬광과 함께 도착한 곳은 하나의 거대한 석실이었다.

" 헛... "/누군가

" 이제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군... "/슈발츠

슈발츠의 눈앞에 있는 것은, 또아리를 틀어 앉은 높이만으로 거의 7m에 이르는 거대한 뱀이었다. 목 아래 희미하게 인간의 상체 형태를 한 몸통이 있고 거기 연결되어 있는 한쌍의 팔, 그리고 등 부분에 [볏]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조잡한 피막으로 된 날개를 제외한다면, 분명 그것은 완벽하게 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 반응이 빠르군 게다가 순간이동을 해 오다니, 의외였다. "/뱀

" 마법의 힘은 너만 독점한 것이 아니니까. "/슈발츠

일일이 대꾸를 해 주면서, 슈발츠는 그 거대한 뱀을 아래위로 찬찬히 ㅤㅎㅜㅌ어 보았다. 그는 여러 고대 기록으로부터 일찌기 유안-티 일족이 신으로 모시는 어떤 [존재]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사루크 종족의 멸망 후 그들 최고의 [작품]이던 유안-티 중 어떤 것들은 신과 유사한, 신성한 힘을 휘두르게 될 정도로 강력하게 [진화]해 갔다. 그 진화한 유안-티들은  [혐오체], 혹은 [저주체]라 불리우며 일반의 유안-티들에게 실제로 신과 같은 섬김을 받는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악하고 혐오스러운 힘들을 휘둘러 졸개들을 강압적으로 통치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신위를 얻을 수단을 구하고 있다.

" 이렇게 풍채가 좋은 주제에 졸개들을 앞세우다니, 덩치가 아깝군. "

슈발츠의 말에 그 혐오스러운 뱀 대가리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끝이 갈라진 혀가 입 밖으로 쉭쉭거리며 나타났다.

" 후훗, 걸려들었구나. 네 부하들은 지금쯤 잘 저며진 고깃덩어리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반쪽 용이여. "

텔레파시를 통해 두르나 쪽을 살펴본 슈발츠는 함정임을 간파했다. 수백의 유안-티들이 두르나들이 있는 방을 포위한 채 공격을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유인과 매복이라. 적절하군. "/슈발츠

" 그래, 그리고 이곳이 네가 죽을 곳이기도 하다. 마법의 힘은 여기에선 통하지 않으니까. 크하하하하하!... "/혐오체

강력한 힘이 실린 파동이 뱀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며, 그 또아리가 풀렸다. 그 손에는 한눈에 보아도 독인 것이 분명한 새카만 진액이 줄줄 흘러내리는 삼지창 두개를 들고 있었고, 벌려진 입으로부터 배어 나온 독기가 형광색의 귀광을 넘실대려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전투 분비 만반이었던 것이다.

" 그럼 선수를 양보하지. "/슈발츠

" 훗, 여유라니. 후회할 것이다! "/혐오체

혐오체의 입에서부터 푸른 독액의 선이 날았고, 슈발츠는 가볍게 몸을 틀어서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 일직선으로 날아간 독액의 선은 벽에 부딛쳤다

푸쉬쉬쉬쉿!...

" 바위가 녹아내릴 정도의 맹독... 과연 생태계의 밸런스를 무시하는 처사로군. "/슈발츠

" 크하하하하... 이몸의 독을 블랙 드래곤을 중독시켜 쓰러뜨릴 정도라서 말이지. 다시 간다! "/혐오체

다음 독액 뱉어내기 공격을, 슈발츠는 한걸음 전진하면서 피해 냈다. 그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삽시간에 또아리를 틀어 낸 혐오체는 마치 방울뱀이 공격하는 것과 같이 빠른 속도로 슈발츠를 향해 상반신을 날려왔다. 그 양손 끝에 들린 삼지창이 휘둘러지는 것을 슈발츠가 광선의 칼을 뽑아 내어 맞받아쳤고, 그 공격이 실패하자 마자, 다시 혐오체는 용수철이 되튕겨 나가듯이 빠르게 원래의 또아리진 자세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독액과 용수철식의 공격이 두번째 반복되는 동안, 슈발츠는 이 혐오체의 공격 패턴을 읽으면서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또아리진 하체는 움직이지 않은 채 독액과 상반신 만으로 공격해 오는 것이다. 게다가 그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도 전법을 바꾸지 않는다니 엄청난 멍청이거나 아니면 또아리진 채 남아 있는 하반신과 함께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었다.

" 어떠냐, 손도발도 내밀지 못하는군!...신의 위광 앞에 스러져라, 그리고 영광의 순간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혐오체

" 입을 움직일 시간이 있다면 손이나 좀 더 부지런히 놀리시지. "/슈발츠

다시 날아오는 독액을 피하고 난 후 슈발츠는 칼을 집어 넣고 활을 꺼냈다. 황금색의 활대와 투명한 시위를 가진 예술적인 생김새의 활은 에버라스카의 아크였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의 무기가 바뀌는 것을 본 혐오채의 눈이 이채를 띄었고. 그가 빈 활의 시위를 잡아 당기는 것을 보고 그 이채는 다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 아무것도 없는 빈 활을 가지고... "

슈웅!... 퍼엉!...

찬란한 은색의 섬광이 날아가 혐오체의 얼굴 인근에 명중했다. 그러나 혐오체의 얼굴을 직접 두드리지는 못하고, 그 혐오체가 몸에 칭칭 두르고 있던 신성력으로 만든 보호 마법과 반응하여 화려한 빛과 충격파를 동반하는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으로 혐오체의 전신이 진동하며 상반신이 크게 물러났고, 두르고 있던 마법 방벽 중 하나가 소멸하면서 또아리 진 그 뱀의 신체 전체의 표면이 잠깐 하얗게 빛났다.

" 아직 멀었다. "/슈발츠

퍼엉!... 퍼엉!...

" 크어억!... 크윽!... "/혐오체

물론 반격을 이 한방으로 끝낼 슈발츠가 아니다. 연이어 제 2격 3격이 슈발츠의 손 끝에서 날아 혐오체의 방벽을 두들겨 부수면서, 그 충격파에 밀린 혐오체의 상반신이 뒤로 계속해 물러났고, 마침내 또아리진 하반신이 천천히 풀려나기 시작했다.

" 어떤가, 자칭 신 나으리? "/슈발츠

" 이런... 불경한 놈!... "/혐오체

마침내 혐오체의 또아리가 풀렸다. 다시 한번 신성마법으로 보이는 힘의 파동이 퍼져나온 후, 그것은 팔을 땅바닥에 박아 넣고 꼬리를 휘둘러 쳐 옴으로써 또아리를 풀었던 것이다. 드래곤의 꼬리치기가 연상되는 무지막지한 공격을 피해 내면서, 슈발츠는 그 꼬리 부분에 난 수많은 우둘투둘한 가시들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그 공격을 피해 낸 직후에, 그 가시들은 마치 맨티코어의 꼬리 가시마냥 급작스럽게 쏘아져 날아왔다.

후두두두둑!... 투두둑!...

푸쉬쉬쉬...

하나하나가 모두 신성력으로 강화되어 있는데다, 가시에서 분비되는 맹독도 바위를 녹일 정도임은 말할것도 없었다. 재빨리 피하지 않았다면 고슴도치 신세가 되는데 추가로 슈발츠라도 중독되기 충분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독 하나는 신위에 가까운 것이다. 그가 속으로 감탄하는 동안, 이번에는 삼지창의 이도류가 날아 왔다. 활을 집어넣고 칼을 꺼내어 맞받아 치자,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고 그대로 독액을 뱉아 왔다. 너무 가까운 거리여서 피할수가 없었다.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결계 중의 하나가 독액에 맞아 벗겨지면서 찬란한 하얀 섬광을 일으켰다.

" 위브의 기술은 이곳에서 효과가 없을 텐데...설마?... "/혐오체

" 그 설마야, 아까도 말했지만, 세상에 너만 신성력을 쓰는건 아니지. "/슈발츠

" 물론. 그리고 오랜만에 시원하게 몸을 풀었소이다. "/샘슨

샘슨을 선두로, 두르나와 플로라와 알루데시아 일행이 석실의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방 직통의 숨겨진 순간이동의 마법진을 타고 왔던 것이었다. 악전고투를 거친듯, 많은 피를 뒤집어 써서 붉은 무늬로 데코레이션이 되어 있는 셀레스티얼 챠저의 모습은 처녀를 좋아하는 신성한 숲의 수호자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였고, 알루데시아도 마찬가지로 흉신악살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두르나와 플로라는 깨끗한 상태 그대로였는데, 두르나의 망토를 고정한 브로치에는 분사되는 피를 퉁겨 내는 효험이 있었고(그리고 이 보호는 플로라의 작품이다), 플로라의 몸 주변에 펼쳐진 자연의 힘을 빌어온 장벽도 마찬가지 효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 데헷, 오랜만에 몸좀 풀었어요. "/두르나

" 냐항~ "/알루데시아

" 이렇게 많은 적을 상대한 것은 에스갈란트 이후엔 처음이네요. 처음엔 놀들, 그리고 이번엔 유안-티 들, 아무래도 우리는 조금 생긴게 험상궂은 유사인간 집단과 싸울 운이 많은가 봐요. "/플로라

농담조로 한마디 하면서 플로라가 손을 흔들자, 알루데시아와 샘슨의 신체에 묻어 있던 피도 순식간에 씻겨 사라졌다. 그리고 두르나는 슈발츠와 맞서 싸우고 있는 상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어머, 왕뱀이네. "

두르나의 [왕뱀]이란 용어가 혐오체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듯, 두르나 일행의 출현을 보고 잠깐 당황한 상태이던 혐오체의 눈에 살기가 실렸다.

" 이 불경한 무비늘의 쓰레기들이!... "

다시 꼬리 치기 공격이 날아오는 것을, 슈발츠가 뛰어들어 빛의 칼을 휘둘렀다. 동시에 유니콘이 그 자리에서 뛰어 올랐고, 플로라의 주문이 빠르게 영창되었다. 휘둘러지던 혐오체의 꼬리가 잘리고, 그 상반신은 돌격해 오는 거대한 덩치의 유니콘의 뿔에 들이 받혀 저만치 튕겨 나가는 동안, 발사된 독침들은 홀연히 생겨난 은은한 금빛을 띈 역장의 방벽에 막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지없이 손발이 척척 맞는, 멋진 협동 전투였다.

" 크어억!... "

혐오체는 그대로 벽까지 밀어붙여 졌지만 원래부터 신을 자처할 만큼 강대한 존재로, 그중에서도 오버 사이즈인 만큼 그리 쉽게 제압되지는 않았다. 그대로 홀연히 하얀 섬광이 작렬하면서 샘슨이 퉁겨져 나왔고, 잘린 꼬리도 순식간에 다시 생겨났다. 그리고 신성한 힘의 파동이 휘몰아치며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바람과 함께 터져나왔다. 샘슨이 그 안에 휘말리기 전에 순간이동을 써서 재빨리 몸을 빼는 동안, 두르나가 마법 방어를 관통하는 세공이 되어 있는 화살을 활에 매겨서 힘의 소용돌이 안으로 연달아 네대나 쏘아 날렸다.

휘오오오오....

솟아오른 돌가루와 흙먼지, 그리고 바람에 섞인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 때문에 잠시 공격을 멈춘 일행이 플로라가 세운 보호의 마방진 안에서 잠시 대기하는 동안, 극히 짧은 순간 동안 극도의 기세를 올렸던 폭풍은 서서히 멎어 갔다. 마침내 흙먼지가 사그라들었을 때, 슈발츠는 벽에 기대어 있는 혐오체의 몸통에 꽂힌 네발의 화살을 볼 수 있었다. 두르나의 사격은 실로 그의 제일제자 다운 기량을 보여, 노린 목표를 결코 놓침이 없었던 것이다.

" 크으으... 아아아아!!... "

두르나의 화살이 초래한 상처는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혐오체를 궁지로 몰아 넣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두르나는 화살대와 깃까지 강철로 이뤄진 철전을 쓴다. 때문에 몸에 박힌 화살을 쉽사리 꺾어버리기도 어렵다.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화살대가 혐오체의 행동을 방해할 것이고, 촉은 점점 상처 안으로 파고 들어 갈 것이다. 그렇다고 화살을 뽑으려면 아무리 혐오체라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그걸 순순히 보고 있을 슈발츠도 아니다.

다시 혐오체를 조준하면서 활에 화살을 매기는 두르나. 그리고 샘슨이 다시 돌격을 준비하면서 스스로와 일행에게 루루에의 축복을 거는 동안, 플로라는 샘슨에게 주문을 걸어 그 유니콘의 피부를 강철처럼 바꾸었다. 슈발츠는 그대로 샘슨의 등을 짚고 뛰어 올라 혐오체 앞에 내려섰다.

" 캬악!!... 죽어라!... "

다시 두개의 삼지창이 찔러들어왔지만, 활대가 장애가 되어 그 공격의 기세는 약해져 있었다. 슈발츠는 비로소 찔러들어오는 공격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 빛의 칼을 휘둘렀고, 우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깨끗한 원형의 빛의 고리가 두개 생겨나면서 삼지창을 쥐고 있던 혐오체의 두 팔이 허공을 날았다. 빛의 고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날아온 강철의 화살이 혐오체의 눈을 꿰뚫었고, 빛의 고리가 사라짐과 동시에 달려들어온 샘슨이 뿔로 혐오체의 얼굴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아래의 몸통을 꿰뚫고, 그대로 벽까지 밀어붙였다.

쿠웅!...

" 크아악!!!... "

혐오체는 막 재생된 꼬리를 써서 샘슨을 공격했지만, 강철처럼 강화된 그 유니콘의 가죽에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 유니콘이 고개를 비틀어 뿔을 빼내자, 비명과 함께 형광색의 푸른[피]가 솟구쳤다. 그리고 이어진 얼마간의 절망적인 버르적거림 끝에, 혐오체의 거체는 결국 침묵했다.

" 사루크들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

사루크 종족의 지하 은신처에서 포탈을 타고 왔으니 사루크들과 조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유안-티는 강력하기는 하지만 사루크들의 종복으로 쓰여지기 위해 창조된 종족일 뿐이다. 이 혐오체 역시 마찬가지 운명을 타고 났을 것인데, 아마도 수문장일 것이다. 헌데 수문장이 쓰러져도 그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주인님, 이런 곳에 통로가 있네요. "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쓰러진 혐오체의 몸에서 장비를 회수(다른말로 루팅)을 하는 동안, 샘슨을 치하하던 플로라는 바닥의 한 구석으로 혐오체의 푸른 피가 흘러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벽의 일부가 환상으로 숨겨진 통로라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 이건 일종의 납골당이군... "

그것은 하나의 긴 통로였다. 좌우의 벽에는 관과 유골 단지를 안치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있어서 납골당임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곳은 약탈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보석함의 잔해와 본래는 고급스러운 천일 것으로 추정되는 넝마가 어지럽게 흩어진 사이로 사루크들의 해골 조각이 드문드문 보였다. 쓸모있어 보이는 물건은 거의 없었지만, 부서진 유골함 사이에서 하나의 낡고 찢어진 두루말이를 건질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일지였는데, 사루크어로 씌여져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막다른 길에 몰렸다. 아리샥이 우리의 은신처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파손>주인 없는 베이어터(바테주의 거주 차원)의 일부인 이곳은 위브가 통하지 않는다. <파손> 종복들에게 건설된 피난처의 수비를 맏겼다. <파손> 하더라도 이곳으로 오는 길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파손>람카의 언동이 불손하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달리 방법이 없다. 녀석이 우리를 배신한다면 이곳에 갇힐 것이다. 놈은 그 사실을 모른다. <파손> 세계 뱀이시여,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마지막 글자는 오래된 피로 흐려져 있었다. 슈발츠는 혐오체의 이름이 [람카]라고 추측했고, 플로라가 마법으로 그것을 확인했다. 비로소 대강의 전후사정이 들어맞아 갔다.

오래전 드로우의 조상인 일리디르 부족에 밀린 사루크들은 강력한 결계로 거주지를 봉인해 버리고 피난을 떠났던 것이다. 그중 일부 무리는 아예 다른 세계인 [지옥]인 이곳으로 피난을 해서 거기서 유안-티 종복들을 부려 절벽 아래 피난처를 건설했지만(그리고 아마 늪과 절벽 아래 이뤄진 정글은 그들이 신성 마법을 통해 이룩한 변화일 가능성이 높았다), 혐오체가 된 강력한 유안 티 종복인 람카를 통제하지 못해 전멸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혐오체 역시 사루크들의 모종의 안배에 의해 이 석실 안에 고립되어 버린 것일 것이고, 그 혈통으로부터 연원하는 신성마법으로 다른 유안-티들을 통치하면서 이곳의 얼굴없는 왕초 행세를 했으리라.

그리고 슈발츠의 짐작대로, 이 방으로 통하는 순간이동의 마법진은 일방통행이었다. 슈발츠는 그것을 고쳐 써서 쌍방통행으로 바꾸었다.

방은 황량했다. 원래는 사루크식의 벽장식과 두루말이가 가득 찬 서가가 세워져 있었을 사방 벽은 혐오체가 (아마도 분노와 함께)내뿜은 독액에 의해 곳곳이 파손되어 있어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드물 정도였기 때문이다. 바닥과 천정도 삭막하기 그지없는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혐오체가 또아리를 틀고 있던 방의 중심에는 하나의 금 기둥이 서 있었는데, 그 기둥에는 사루크들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슈발츠는 그 기둥을 떼어내려는(당연하지만, 금이니까)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하나의 전쟁을 순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일종의 [기록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부조의 내용을 연구했다.

" 기막힌 우연의 일치군... "

그것은 사루크들과 페아림들과의 전쟁을 나타낸 부조였다.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이뤄져 있었기에 오히려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정보의 양 자체는 적지만)을 전달하고 있는 그것은, 바로 슈발츠가 찾고자 하는 사루크 아티팩트의 사용법에 대한 힌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 여기있군... "

부조에서, 사루크 아티팩트는 하나의 큰 접시였다. 가운데 있는 원형 홈은 어떤 특정한 제단의 기둥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제단에서 빛나는 아티팩트와 물러가는 페아림들을 지켜보는 사루크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부조는 끝나고 있었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슈발츠는 제단의 위치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나란히 서 있는 쌍동이 산의 가운데 제단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 특이하게 생긴 산이네요. "

두르나도 그것을 알아보았다.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티팩트의 발동 조건에 대한 확증이 있고, 발동 방법에 대한 힌트도 찾았다. 과거 사루크들이 문명을 이루었던 장소에서 이런 특이한 산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둥 부조의 마지박 부분에서 일방통행이던 차원문을 쌍방통행으로 바꾸는 열쇠(워드스톤)를 찾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사루크들이 이곳에 영원히 정착하려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 슈발츠는 그것을 늪지의 차원문에 사용해 보았고, 차원문과 닿은 열쇠가 활성화되면서 이쪽으로부터의 통로도 열렸던 것이다.

" 돌아가자.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
.
.

후기: 유안-티 사회에서의 혐오체 신앙은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는 여우가 왕이다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혐오체라 하더라도 결국은 유안-티일 뿐이고, 오리지널 사루크와는 넘사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유안-티는 종족적인 특성으로 사루크의 딸랑이이자 노예라서, 아무리 잘나도 반항할 생각을 하지 않죠. 어지간해서는.

이번 회차에 나오는 혐오체의 경우 사루크들이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페널티가 있었기 ㅤㄸㅒㅤ문에 반란에 성공했던 것이지, 정상적인 상태라면 죽었다 깨나도 유안-티가 사루크를 잡는 일은 벌어질 수 없습니다. 사루크의 종특 중 하나가 유안-티를 포함한 모든 비늘족에 대한 [강제 형체 변환(이것은 주문 저항과 내성굴림이 허용되지 않는 주문 유사 능력으로 간주)]이라, 마음만 먹으면 한번 노려보는 것 만으로도 거대한 유안-티 혐오체의 사지를 사라지게 만들고, 폐를 아가미로 바꾼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죽여버릴 수 있습니다.

단 비늘족이라도 드래곤류는 이 능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 드래곤은 파충류라기보다는 정령에 훨씬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슈발츠도 드래곤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루크의 이 능력에 면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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