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3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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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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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884 회 작성일 24-01-20 08: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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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와앗!....

차원문을 건너자 마자 슈발츠의 뺨 언저리로 후덥지근한 바람이 스쳤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 보니, 보라색 안개로 가득한 늪지 같은 곳에 서 있었다. 바로 뒤로 열려진 차원문을 통해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따라온 것을 기다린 후에, 슈발츠는 좀 더 면밀하게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슈발츠로써도 처음 겪은 이상한 공간이었다. 그는 신들의 세계도 가보고 지옥도 가 보았으며, 심지어는 토릴 세계(포가튼 랠름의 세계명)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저 먼 우주의 허공까지도 가 본 적이 있지만, 보라색 안개에 휩싸인 이 늪지는 그가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한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슈발츠는 이곳이 왜 그렇게 이질적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의 위브적인 기예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금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마치 사마력 지대처럼 위브와 단절되어 있었다.

위브적인 기예와의 단절은 상당한 문제였다. 먼저, 슈발츠의 소지품 대부분은 위브적인 기예를 이용해 만든 추가차원적인 공간을 가지는 주머니 등에 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작동을 멈춘 것이다. 젤로나가 만들어 둔 리빙 볼트(살아있는 창고)도 불러낼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평소에 홀가분하게 다니는 습관을 가진 것이 불리해진다. 슈발츠는 일단 되돌아가려 했지만 차원문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전진할 수 밖에 없나. "

그리고 또한 이질적인 점이라면, 동서남북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이 있었다. 보통 슈발츠는 주 물질계이든 지옥이든 천상이든 간에 방위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은 마법적인 기술이 아닌, 오랜 경험으로 쌓여진 눈썰미와 육감에 근거한 것이다. 여기서는 그것조차 통하지 않았다.

또한 슈발츠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순히 따르긴 하지만 알루데시아가 굉장히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건데, 이곳이 베이어터(바테주들의 근거지)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도 늪지도 그 자체로는 전혀 사악함은 느껴지지 않으나, 방위를 알 수 없고 위브와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것이다. 게다가 안개까지. 이곳은 누구라도 쉽게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다행히 텔레파시는 통하였기에, 슈발츠는 두르나와 알루데시아, 그리고 다른 노예들과의 연결은 점검할 수 있었다. 젤로나는 슈발츠의 지시로 그가 묘사한 모습의 세계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에버미트의 도서관으로 갔다. 또한 그는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늪지에 난 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그만두어야 했는데, 늪지에 난 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낸 시점에서 슈발츠는 공식적으로는 [길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 음, 난감하군. "

슈발츠는 문득 위브가 아니라 신성력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샥스로부터 물려받은 신적인 힘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그는 그것을 되도록 삼가했다) 그는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플로라나 와우킨, 그리고 그녀 휘하의 사제 노예들은 당당하게(?)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먼저 플로라를 호출했다. 그녀는 슈발츠가 처한 상황을 알게되자 마자 그의 뒤를 ㅤㅉㅗㅈ아서 그 [차원]으로 달려왔다. 차원문을 건넌 그녀의 손에는 [여행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에게 가장 필요한 물품이었다.

" 주인님~ 언니~! "/플로라

" 플로라~ 여기야~! "/두르나

다행히 차원문이 있던 지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소리를 질러 서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슈발츠는 플로라가 가져 온 여행용 지팡이에서 지도를 뽑아들었다.

" 허? "/슈발츠

" 어라, 백지?... "/두르나

그 지도는 언제나 사용자 주변의 [지형]이나 건물의 구조 등을 보여주는 마법적인 물품이었다. 위브적인 기예 뿐 아니라 드루이드적인 기예도 가미하여 만든 것인데(제작에 플로라가 참가했다),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 어떻게 하죠? "/플로라

" 흠, 어쩔 수 없나. 일단... "/슈발츠

슈발츠는 높은 곳에 가서 내려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행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옹가라스(에어드리 펜야)의 선물이 있었다. 다행히 신성한 힘이 깃든 물품이라서 그런지 날개는 정상 작동을 했다. 그의 등에서 돋아난 은색의 금속 날개를 본 노예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냥!... "/알루데시아

" 우와, 주인님, 날개가!... "/두르나

" 아냐 아냐, 이건 엘프 신들의 선물이야. "/슈발츠

별거 아닌 것 처럼 슈발츠가 한마디 하자, 플로라가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감동적이에요... "

슈발츠는 그 자리에서 날아 올랐다. 처음엔 끈적한 안개가 비행을 방해해서 무척 힘들었지만, 대신 이 세계는 바람이 적었기 때문에 비행하는 동안 멀리 날려갈 위험이 없었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동안 점차 안개가 엷어지고 보라색의 하늘이 펼쳐졌다. 그리고 슈발츠는 비로소 이 세계의 일부나마 제대로 된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이룬 중요한 발견은 하늘의 달이 두개라는 사실이었다. 보라색(큰 쪽)과 하얀색(작은 쪽)으로 빛나는 그 달들은 토릴 세계를 장식하는 셀루네에 비해 크기가 작았다. 하늘은 마치 에테르계의 그것처럼 은은한 은보라색이었고, 그는 이 상태가 [밤]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눈 아래 펼쳐진 안개와 늪지는 꽤 넓었지만, 거의 지평선과의 경계에 있는 그 끝에 하얀 성벽인지 절벽인지 모를 무언가가 보였다. 일단 저기까지 가보기로 하고, 슈발츠는 자신과 노예들의 위치와 그 하얀 절벽의 방향을 기억했다.

그가 다시 착지하고 나서 노예들에게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안에도, 늪은 마치 유사처럼 모습과 형태를 바꾸었다. 플로라는 수면 걷기 마법을 일행에게 걸었고, 그 마법은 늪지의 지형을 무시한 채 일직선으로 슈발츠가 의도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침내 안개와 늪의 은근한 젖은 냄새가 옅어질 무렵, 슈발츠는 자신이 본 것이 성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늪지의 경계에는 엄청나게 울창한 밀림과 그 밀림 너머로 거의 하늘까지 뻗쳐 있는 거대한 하얀 절벽이 보였다.

" 주인님, 여긴 온통 처음 보는 동물이나 식물들이 많아요. "

드루이드인 플로라는 무척 당연하지만, 식물이나 동물에 대해 많이 알고 또한 새로운 동식물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 많다. 덕분에 그녀는 일행의 선두에 서서 대흥분 상태로 꺅꺅거리는 수시간을 보냈다. 이 이세계적인 졍글의 식생은 토릴 세계와는 달라서, 거대한 양치류 [야자수]와 드래곤보다 거대해 보이는 파충류들, 그리고 두르나 만큼 커다란 곤충들이 풍부했다(물론 두르나와 플로라는 질색했지만). 또한 플로라는 ㅤㅁㅕㅈㅤㅁㅕㅈ 과일들을 시험해보고 나서 독이 없는 것들을 골라냈는데, 그것들은 껍데기가 거북등만큼이나 견고했지만 일단 껍질을 적당히 처리하고 나니 나니 먹음직스러운 달콤한 속살과 과즙이 풍부해서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 응음웅... 이것 맛있네. "/두르나

" 그렇죠 언니? 다음에 정원을 새로 만들때 심어 봐야 겠어요. "/플로라

그 와중에도 알루데시아는 열심히 과즙을 탐하다가, 마침 날아든 작은 나비 같은 생물에 정신을 빼앗겨서 그것을 ㅤㅉㅗㅈ아가려다가 슈발츠에게 꼬리를 붙잡혔다.

" 저 절벽을 올라 봐야 겠어. "/슈발츠

" 그런데 주인님, 사루크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네요. "/두르나

두르나의 지적이 옳았다. 당장 주변은 온통 졍글 뿐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파충류 생물들은 물론 파충류라는 점만큼은 사루크와 공통이었지만, 그외엔 사루크는 커녕 페이룬의 어떤 생물과도 그 연관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 대체 그 차원문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플로라

" 이 세계를 좀 더 탐험하고 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두르나

노예들끼리 몸단장을 갖추는 동안, 슈발츠는 절벽을 올라 볼 궁리를 했다.

일단 슈발츠와 알루데시아, 그리고 플로라는 [비행 능력]이 있었다. 슈발츠는 날개가 있고, 플로라와 알루데시아는 새로 변신할 수 있다. 두르나도 날개 장화를 신고 있지만, 불행히도 이곳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노예들은 스스로, 그리고 슈발츠는 두르나를 데리고 날기로 했다. 거기까지 결정된 시점에서 [달들]이 졌다. 슈발츠는 곧 자신이 판단을 잘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들이 지고 나서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날은 한층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페이룬 세계의 보름밤 만큼 밝았다.

아예 날아서 졍글을 건너고 다시 절벽을 오르기 전에, 슈발츠는 절벽 아래에 난 거대한 균열을 발견했다. 그곳으로부터 한줄기 수로가 형성되어 졍글 안으로 흘러들고 있었는데, 명백하게도 인공적인 손을 본 흔적(계단)이 보였다. 그는 다른 노예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리고 절벽을 오르려던 노예들을 집결시켜 그 균열 앞에 내려앉았다.

" 대단한 규모네요... "

확실히, 그것은 대단한 규모의 인공적인 수로였다. 슈발츠는 그 건축에서 예전 아스트랄계 탐험 당시의 사루크 도시의 잔해에서 보던 특징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원래 있던 동굴을 활용했는지 새로 파낸 것인지 모르나, 일단 [균열]이라고 생각한 지점 전체가 하나의 높고 거대한 석조 아치를 이루고 있었고, 그 좌우로 ㅤㅁㅕㅈ 층계나 되는 계단과 통로가 보였다.

지키는 이가 없는 아치를 지나 수로 옆으로 난 통로를 한참이나 거슬러 오르고 나서, 일행은 하나의 거대한 지하 폭포를 발견했다. 그리고 폭포 위에는 명백하게 인공의 건조물이 서 있었는데, 슈발츠는 그곳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그의 텔레파시와 수신호에 따라 매로 변한 알루데시아와 플로라가 먼저 날아올라 건물의 창에 내려앉고, 두르나는 벽으로 오르는 통로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그를 뛰따랐다. 슈발츠는 일부러 스스로를 노출시킨 채 두르나보다 약간 뒤쳐져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가 두 계단을 채 오르기도 전에 반응이 왔다. 건물의 비어 있던 창으로부터 볼트가 날아온 것이다.

팟!...

손으로 잡아 챈 볼트는 전체가 쇠로 이뤄져 있었고, 소리가 거의 나지 않도록 정교한 세공이 가해져 있었다. 볼트의 발사지점을 금새 알아챈 알루데시아가 그 창으로 뛰어들어 본래 형태(무장을 갖춘)로 변하는 동안, 암습자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다 뛰어들어온 알루시아와 드잡이질을 하게 되었다. 곧이어 플로라가 도착했을 때, 알루데시아는 두명의 정체 모를 공격자와 치열한 격투 중이었다. 지체 없이 그녀는 목에 건 작은 유니콘상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 갈!!... 크하하하하!... "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는 듯한 효과와 함게 플로라의 전방에 커다란 황금색의 차원문이 열렸고,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덩치 좋은 말과 닮은 생물이 튀어나왔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녀의 [부하]중의 하나인 셀레스티얼 챠져(유니콘의 강화판)인 [임포]샘슨이었다.

" 알루데시아와 싸우는 자들을 제압해 주세요! "/플로라

" 여주인의 뜻대로! "/샘슨

다른 환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니콘의 순간이동 능력이나 그밖의 능력들은 모두 마법적인 능력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것이다. 호탕하게 웃으며 나타난 샘슨의 몸이 한번의 도약으로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싶더니, 막 알루데시아의 등을 노리던 시커먼 그림자의 바로 뒤에 나타나서 그것을 [치고] 지나갔다.

" 끄아악!... "

들이받힌 상대는 처량한 비명소리를 흘리며 가랑잎처럼 튕겨 날아갔다. 무리도 아니다. 유니콘들은 일반의 말보다 훨씬 크고 무겁고, 유니콘의 강화판이라 할 수 있는 셀레스티얼 챠져들은 평균적인 유니콘보다 더 크고 무겁다. 그리고 아돈과 샘슨은 그중에서도 다시 특출난 덩치를 자랑한다. 아무튼 어께 너비는 1미터가 넘고, 발굽에서 머리 끝까지의 길이가 거의 3미터에 달하며(슈발츠보다 훨씬 크다), 머리 끝에서 꼬리 끝까지는 거의 4미터다. 무게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우락부락한 근육은 골격이 금속이라 엄청나게 무거운 슈발츠를, 게다가 그가 판금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에서도 아무 어려움없이 태우고 전력으로 돌진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그 거대한 짐승의 무지막지한 체중과 근력이 한데 뭉친 돌진은,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무장한 인간 집단 하나 정도는 가볍게 볼링핀처럼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그 충격력을 우리 세계의 무엇인가와 비교한다면 전력질주하는 5톤 트럭에 들이받힌 것과 비슷할 것이다.

샘슨의 출현에 놀란 또 하나도 순식간에 알루데시아에게 제압되어, 슈발츠가 도착했을때는 두명의 포로 겸 부상자가 그를 얌전히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 흐음, 유안-티 퓨어블러드라...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인간과 비슷하군. "

공격자는 인간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절반은 인간이고 절반은 뱀과 같은 특징을 가진 유안-티라는 종족은, 고대 사루크들이 창조해 낸 종복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종족으로, 그 주인들의 몰락 후에도 살아남아 페이룬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며 심지어 어떤 지방에서는 지배적인 종족으로 번성하기까지 한다. 슈발츠는 이미 사루크의 역사에 대해 어느정도는 정통해 있기에, 유안-티가 어떤 종족인가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그리고 이곳은 유안-티보다 사루크의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곳이다. 이들이 주인일 리는 없었다.

" 네 주인은 어디있지, 비늘 달린 종복이여? "

슈발츠가 사루크어로 묻자, 포로들의 안색이 확 달라졌다. 놀라워하는 그들 앞에서, 슈발츠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 손님이 찾아왔는데 대하는 방식도 그렇고, 말을 해도 대꾸도 하지 않는것도 그렇고, 네 주인이라는 작자의 인품을 알만 하구나. "

슈발츠는 사루크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버린지 오래인 사루크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것이 그 유안-티들을 혼란시킨 모양이었다.

" 아무래도 본보기로 손을 좀 봐줘야겠군. 두르나야, 알루데시아와 함께 이 뱀새끼들의 껍데기를 벗겨서 창 밖에 걸어 놓도록.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물론 주인의 의도가 뱀고기 구이를 하려는 것이 아님을 잘 아는 두르나는 희희낙락하는 표정으로 허리춤에 찬 대거를 뽑아들어서 그 끝을 혀로 살짝 핥아올리며 웃었고(멋진 연기였다), 알루데시아는 좋아라 하며 벌써 포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고 있었다(플로라는 민망해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그만!... 허락없이 침입한 주제에 손님을 자처하다니, 건방지기 그지없구나, 반쪽 용이여!... ]

한 목소리가 홀연히 터져나왔다. 멀리서 외치는 듯한, 하지만 가까이서 말하는 것 처럼 분명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그것은 건물 전체로부터 울려나오는 것 같았다. 슈발츠도 이와 비슷한 수작을 부릴 수는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의 기예는 그보다는 세련되어 있었다.

" 오호, 말소리만 남은 유령인가. 허세 하나는 쩌는군. "

슈발츠의 도발에 발끈한 것인지, 목소리는 멎었다. 대신 그의 등 뒤로부터 역장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거의 투명한 거대한 손이 튀어나와 그에게 돌진해 들어왔다. 강력한 클레릭이 사용하는 신성마법이었다. 슈발츠는 돌진해 오는 [손]을 피해 내면서 칼을 꺼내어 그것을 내리쳤다.

파악!...

슈발츠의 [빛의 칼]도 기본적으로는 역장과 같은 힘 효과와 신성한 에너지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유령처럼 보이는 손도 가볍게 베어넘길 수 있었다. 터져나오는 검과 하얀 광채와 함게 그 손이 갈가리 찢겨 허공에 흩어지고 나서, 다시 다른 손이 허공에서 생겨났다.

" 끈질기군. 하지만 이런 잔재주로는 나를 어쩌지 못해. "

슈발츠는 이번엔 아예 정면에서 [손]에 맞서면서 칼을 휘둘렀고, 손은 그를 붙잡으려다 칼에 잘려나가 사라졌다.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을 찰나, 방이 갑자기 아래위로 격렬하게 요동쳤다.

" 꺄~ 지진? "/두르나

" 아니, [목소리]의 농간이겠지. "/슈발츠

슈발츠의 시선을 받은 플로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한번 정신을 집중하고 주문을 영창하자 지진은 멎었다. 흔들림 정도로 그녀의 집중을 방해할 수는 없었고, 그녀의 드루이드로써 자연에서 끌어오는 신성력이라면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저런 와중에 슈발츠는 마법을 걸어오는 적의 [눈]을 찾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주문은 빗나가는 법이 없지만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를 특정지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각이나 다른 여타의 감각을 통해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고, 어떤 경우에는 시전자와 대상 사이의 사선에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슈발츠와 일행에게 지금 공격을 보내오고 있는 [목소리]역시 그를 직접 보고 있을 공산이 높았다. 그러나 방은 비어 있고, 눈앞의 포로 두명 이외엔 달리 외부자가 없다. 그러니 반드시 원거리에서 감시할 수단이 있는 것이다.

보통, 특별히 고안된 기계식 장치(거울을 이용하는)를 갖추지 않은 아닌 이상에야 수정구 관측 같은 것이 이용된다. 신성력(신성 주문)에도 수정구 관찰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 있으니까, 그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류의 탐지마법은 필연적으로 역추적 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위브던 신성력이던 마법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슈발츠는 바로 그 흔적을 역추적 하려고 하고 있었고, 그의 추적자로써의 감지능력은 페이룬 전체에서도 톱 클래스에 속했다.

마침내 감시용 눈을 찾아 냈을 때, 그것과 시선을 마주친 슈발츠는 씨익 웃었다. 그 눈 너머의 누군가와 그가 시선이 맞은 것이다. 그의 수은 덩어리 같은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불타올랐다.

" 찾았다. "

다음 순간, 슈발츠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ㅤㅈㅕㅅ다.

.
.
.

후기: 어비스는 아예 탐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 논란의 여지가 없이 [뭐든 가능한] 곳이지만(그래서 신라와 비슷하지만), 그와 대비되는 지옥 중 한갈래인 베이어터는 모두 일곱 층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 그 한 층이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에 같은 층이라도 완전히 환경이 다른 지역들로 모자이크처럼 되어 있는 곳이 제법 됩니다. 이곳저곳 자투리 땅에는 바테주가 아닌 것들도 살지요. 여기 나오는 백악기의 졍글은 공식 설정에는 없는 제 마음대로 지어낸 곳입니다만, 이런곳이 없으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 D&D의 매력입지요.

여담이지만, 그라즈트는 원래 아스모데우스 휘하의 장군(즉 바테주)출신입니다. 그런데 어비스의 3개 층을 차지하고 타나리들의 군주로 행세하고 있지요. 그 반대되는 케이스는 없는데, 여기엔 여러 복잡한 원인과 사정이 있지만 [어비스의 1층]과 [베이어터의 1층]의 평수가 완전 다른것도 그중 한 원인입니다. 종네 족구장이랑 잠실 종합운동장(과 그 부속시설들)을 비교하는 격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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