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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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3-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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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688 회 작성일 24-01-20 08: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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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조베란잔과 브리겐스톤 사이의 언더다크 동굴 통로는, 주로 멘조베란잔측의 순찰이 돌고 있다. 그리고 그 순찰 활동은 결코 한번에 반나절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때문에 순찰 활동을 하는 틈틈히 쉬어갈 안전한 요새와 초소가 도보로 반나절 정도 거리를 두고 군데군데 염주알처럼 이어져 있다.

다른 도시들 역시 그러하지만, 멘조베란잔의 순찰 거점의 경우 그 도시의 이름값에 걸맞게 잘 요새화되어 있고, 일부는 좋은 수원지를 끼고 건설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다른 주민들을 불러모으는 경우가 있다. 대단치는 않은 숫자일 뿐이지만 민간인이 상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멘조베란잔으로 향하는 여정에서의 보호를 구하며 모여드는 교역 상인이기 때문에, 아예 그 자리에서 독자적인 작은 교역시장을 열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점점 성장하게 되면 위성도시가 되는 것이다.

[비르고(Virgo)]라 불리우는 요새도 그렇게 마을이 되었다. 맑은 물이 솟는 샘을 가진 이 요새의 상주인구는 오십이 채 되지 않지만(그중 스무명은 멘조베란잔에서 파견되는 경비병이다) 병영에 딸린 큰 잡화상과 여관 등 편의시설이 있고, 성벽 아래 샘을 중심으로 작은 상설 시장까지 열려 있었다.

수비대장은 파작 페이(Parjark Fey ; 중립 악 남성 드로우 위 10/주디커터1)으로, 멘조베란잔의 가장 위대한 드로우 마법사인 그롬프 베인레의 제자 중 하나였다. 셀베탐의 추종자인 그는 최근 군사적 기예의 필요성에 눈떠오고 있으며, 때문에 전방 임무를 자청했다. 그의 마법사로써의 지위는 멘조베란잔의 전사 협회에서도 인정되어 비르고의 수비 책임자라는 중책을 맏았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면에서 그는 상황이 안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멘조베란잔에 만연한 성대결의 여파로, 외부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 당연하지만 주로 남성으로 이뤄진 -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비록 주어진 보급은 제때에 받아 챙기고 있었지만, 여차직하면 제거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신의 도시와 가문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라는 것은 무리였다.

그 틈을 찌른게 슈발츠였다. 그는 이미 멘조베란잔에서 트리엘과 그롬프 베인레 사이의 불화가 성 대결의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고, 주로 남성으로 이뤄진 병사들이 그 전장에 대해 가지고 있을 불안감을 이용했다.

파작이 그날의 순찰 점검을 마쳤을 때, 그는 예상치 못한 방문자가 자신의 집무실 겸 침실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드가 달린 여행자복을 입은 보통의 드로우 남자처럼 보이는 그 침입자는 태연하게 그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 누구ㄴ... "

손을 칼집에 가져가려던 파작은 후드 아래서 드러난 은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수은 덩어리처럼 이글거리는 그 시선은 그의 마음을 공포로 가득 채웠다. 본능적으로, 파작은 칼을 뽑기도 전에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내 이름은 슈발츠다. 멘조베란잔에서 군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내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겠지. "

슈발츠라면 베인을 섬기는 드워프 군대를 부려서 하루만에 에린들린을 함락시킨 하프드래곤 장군이 아닌가. 최근엔 베인레 가문이 초토화 시켰던 브리겐스톤을 재건하고 있다고 했다. 그 브리겐스톤으로 향하는 습격조가 ㅤㅁㅕㅈ번이나 이 비르고를 지나갔지만, 생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멘조베란잔 쪽이 공세를 하는 쪽이었지만, 이번엔 그가 역습으로 나온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 파작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 수십의 대지 정령들을 포함해서, 이 요새 정도는 ㅤㅁㅕㅈ분 안에 주춧돌까지 가루로 만들어버릴 공세가 대기 중이다. 내 말 뜻은 알겠지? "

파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 항복하면... 목숨은 보장해 주는 거요? "/파작

" 물론. 나는 내가 뱉은 약속은 지킨다. "/슈발츠

파작은 항복했다. 무장을 해제당한 그가 집무실을 나왔을 때 다른 병사들도 이미 제압이 완료된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을 쓸까 하던 그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는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손수갑이 채워진 후, 다른 병사들과 함께 병영에 감금되었다.

슈발츠와 그의 병사들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가장하고 비르고를 점령한채로 일주일(이 세계의 일주일은 열흘이다)간을 체제했다. 그리고 무척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동안 비르고를 방문한 멘조베란잔의 드로우 순찰들은 예외없이 모두 슈발츠에게 붙잡히거나 맞아 죽었다. 멘조베란잔 측이 이상을 감지했을 즈음에는 최외곽의 방어선 정찰을 담당하는 백수십의 숙련된 병사들을 잃은 다음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반격이 개시되기 전에, 슈발츠는 비르고를 철저히 파괴한 후 후퇴했다.

파작과 포로들에겐 거취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 롤스의 신앙을 버리고 슈발츠를 따르던지, 아니면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멘조베란잔으로 복귀하던지. 가문의 몰락을 초래할 수는 없었던 파작과 ㅤㅁㅕㅈㅤㅁㅕㅈ 병사들을 제외한 나머지(대부분은 내세울 가문의 이름이 없는 평민들이었다)는 롤스 신앙을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슈발츠는 복귀를 선택한 자들에게는 최소한의 무장을 갖추고 멘조베란잔으로 떠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바로 이들에 의해 슈발츠의 습격의 구체적인 전모가 멘조베란잔에 보고되었다.

이 치고 빠지기는 슈발츠의 병사들의 사기를 굉장한 정도로 올려 주었다. 대지정령들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겨우 십여명 남짓의 병사만 가지고 다름아닌 저 멘조베란잔의 외곽 방어선을 일주일간이나 유린한 것이다. 드로우들은 약자와 속는 자를 경멸한다. 그리고 이번 공세에서, 약자이자 속는 역할은 명백하게 멘조베란잔 쪽이었다. 드로우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멘조베란잔의 눈앞에서 그 명예에 먹칠을 하고 뺨을 때린 셈이었다. 그 이상의 명예(드로우식의)는 없는 셈이었다.

슈발츠는 자신과 동행한 병사들에게 일주일간의 휴가를 허락했고, 그들은 고향에서 마치 개선장군같은 환영을 받았다.

.
.
.

슈발츠의 [폭주]후에도, 사루크의 (이름없는)아티팩트에 대한 조사는 해를 넘겨서 계속되었다. 사루크들의 역사란 엘프들에게조차 고대의 것이라, 지금까지는 만물박사라 불리웠던 젤로나나 다른 박학다식한 마법사 노예들조차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젊은 신]에 속하는 와우킨도 마찬가지. 그리고 신이 이지경인데 악마들이 도움이 될 리가 만무했다. 시원자급, 그러니까 저 유명한 시원의 악인 아스모데우스나 촉수 사도류를 쓰는 쌍두비비(데모고르곤을 말한다) 정도면 어떻게든 사루크들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들은 소환에 응하는 일반의 악귀나 악마들과는 아예 격이 다른 존재기 때문에 만나보는 자체로 자체가 이미 난이도 높은 퀘스트였다. 그리고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면 그런 퀘스트는 삼가는게 무병장수에 이롭다.

하여, 거의 생애 처음으로, 슈발츠는 정보의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 상황의 타개를 위해 일부러 셰이드들의 내정에 관한 정보를 젠타림에 흘렸을 정도였으니까 굉장히 심각했다. 정보를 흘린 방법이 좋았는지 둘은 지극한 격전에 격전을 거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고위직 인사가 직접 전선을 보러 내려오게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무엇보다 쉐이드의 고위직 인사는 고위의 마법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놓친 탓이었다. 매사가 원하는대로만 흘러가 주지는 않는 것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 상층 언더다크의 모처에서 한 모험자 팀이 대박을 쳤다. 드로우들이 최초로 언더다크에 정착한 발원지를 찾아냈던 것이다. 롤스 신앙 초기의 고대 문헌들이 대거 발굴되어 암시장에 흘러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슈발츠도 원래 문헌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읽는 것을 즐기는데다 무려 드로우의 역사적인 문헌이다보니 관심이 갔고, 그의 노예 중 제일의 고고학자인 사피아도 이 문헌의 소문을 듣고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탐을 냈다. 본래라면 직접 그 모험자들과의 접촉도 불사할 상황이지만, 불행히도 원본은 벌써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버려 구할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여러방면으로 수소문하던 슈발츠는 젤라노라와 친해진 황동 도시의 이프리트 거상들을 중매삼아 그 문헌의 사본들을 구할 수 있었다.

제법 거액을 지불했으나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사본은 구하자 마자 마법사 노예들이 필사와 해독에 들어갔고, 슈발츠는 필사본들을 사피아 등과 함께 돌려가며 보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슈발츠는 전혀 의도하지 않던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드로우 정착의 초기시절은 언더다크 [문명]의 초창기이기도 했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이미 선주민이 있었다. 그것은 언더다크에 살도록 적절한 진화(혹은 의도된 인공적인 변화일지도)를 거쳐 암흑시야와 빛을 내지 않는 마법들을 사용하는 하나의 기이한 지하 비늘족들이었다. 최초의 드로우들인 일리디르 부족은 이들과의 격전 끝에 숫자로 압도해서 간신히 승리했고, 그 터전을 접수해서 최초의 드로우 도시를 세웠던 것이다.

뱀 대가리와 하반신에 인간을 닮은 상반신, 그리고 나가를 비롯한 다른 비늘족들을 통솔하는 힘의 묘사는 슈발츠가 아는 어떤 종족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했다. 드로우들이 싸웠던 상대는 사루크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싸워 빼앗은 것은 사루크족의 ㅤㅁㅕㅈ 안되는 마지막 보루 중 하나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번 파헤쳐 볼 만 했다.

암시장은 취급하는 물건이 불법적인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엔 단순히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도 생겨난다. 네버윈터의 지하 암시장은 후자의 전형적인 대표사례로, 원래는 워터딥에 있던 것이 그 도시의 멸망 이후로는 네버윈터로 옮겨온 것이다. 이곳에서는 불법적인 물건보다는 지나치게 과세되는 경향이 있는 물건들-이를테면 골동품-이 주로 매매된다. 그 대부분은 모험자들이 노스 전역에서 캐낸 고대의 유물들로, 골동품 수집에 돈을 쓰는데는 인색하지 않지만 국가에 세금을 내는데는 인색한 호사가들이 주 고객이다.

이 시장은 또한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의 시선을 찌푸리게 만들기로도 제법 이름이 높은데, 네버윈터가 위치한 노스 일대의 고대 국가들의 유물들 중 대부분은 아직 엘프와 드워프 혈족 ㅤㅁㅕㅈㅤㅁㅕㅈ에게는 직접적인 [조상]의 유품이기 때문이다. 그 조상들의 유품을 무단으로 [도굴]해 와서 거래하는 것이니, 이만큼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도 드문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엘프나 드워프 가문의 대리인도 자주 드나든다.

슈발츠가 일리디르족(드로우가 된 고대 엘프 일족)의 고본을 처음 수소문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때는 수집가들이 재빨리 행동한 덕에 허탕을 쳤지만, 이번에는 성과가 있었다. 고본들을 찾아냈던 모험자들은 한탕을 뛰어서 만족했는지 다들 정착을 시도했기 때문에 찾아내기 어려웠지만, 대신 그들의 모험 내용에 대한 정보를 한 지니 상인으로부터[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발츠가 찾는 모험자 일행들에 대한 정보들을 수소문해 주던 대리인이 구해 온 것은 하나의 램프였다. 그리고 (무척 전형적이게도)그것의 표면을 비비자, 램프에서 하나의 지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 좋은 아침입니다, 램프의 주인이시여! "

이미 그 물건의 내력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던 슈발츠는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솔미르]라는 이름의 전형적인 [램프의 지니]인 이 지니는 여러 모험자들을 따라다니며 일종의 모험 상인 행세를 했던 모양이었다. 장황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지니의 사연을 끝까지 들어준 후, 슈발츠는 그에게 2만 두아트를 지불함으로써 자신이 정보의 가치를 높이 산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부터 얻은 정보는 모험자들이 탐험했던 지역의 상세한 위치였다. 또한 이제 슈발츠는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소모품을 팔고 필요없는 물품을 처분할 수 있는 전용 상인을 하나 가진 셈이 되었다.

" 편리하겠네요. "/칼라드네이

" 아아, 누구든 모험행을 나갈 때 가지고 나가도록 해. "/슈발츠

물론 첫 모험행은 슈발츠의 것이었다.

솔미르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아나우로크 사막의 서쪽 경계선상에 있는 그레이픽 산맥(Greypeak Mts.)의 모처를 방문한 슈발츠는 언더다크로 향하는 동굴 입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이곳이군. "/슈발츠

" 이렇게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까요? "/두르나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원래부터 드러난 곳이 아니라 숲에 가려진 장소였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벌채하러 올만큼 가까운 숲은 아니었고, 오크들의 솜씨였다. 오크 부족이 이 장소와 동굴을 발견하고 벌목한 후 자리를 잡았고,  언더다크로까지 깊숙히 탐험하지는 않은 채로 주변을 분탕질 치는 나날을 보내 오다가 예의 모험자 집단에게 털린 후, 내친김에 동굴 안까지 탐험한 모험자들에 의해 일리디르 부족의 최초 정착지가 발견되었던 것이었다.

" 후음... 조상들의 첫 발자취라... "

일리디르 부족이라면 슈발츠나 두르나의 조상이기도 하다. 물론 슈발츠는 감흥 따위는 느끼지 않았고, 두르나도 감상은 그다지 없지만. 어쨋든 사실은 사실이니까. 확실히 솔미르의 증언대로 모험자들은 입구에 해당하는 지역 일부를 털었을 뿐이었다. 슈발츠 일행이 도달한 한 막다른 복도의 건너편은 복잡한 마법적인 상형문자들로 뒤덮인, 거의 파괴가 불가능해 보이는 석벽들과 철문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마법적인 문자들은 일리시드나 드워프들의 작품이 아니라 엘프들의 고문(古文)이었다.

" 여긴 마법적인 봉인인가 본데요? "/두르나

" 마법이긴 한데 연원을 알수가 없군... "/슈발츠

철문에 걸려 있는 [잠금]은 문열기 주문이 통하지 않았다. 다음은 두르나가 나섰지만, 문을 여는 장치나 문 자체의 잠금이 없다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이다. 그녀가 실패한 직후에 슈발츠는 문을 두들겨 부숴서 열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유적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후 간접적으로 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요모조모 뜯어보고 조사한 끝에 그 철문을 이루고 있는 두개의 문짝이 마법적으로 강력한 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 즉, 이 문짝 전체가 자석이라 딱 달라붙어 있다는 거네요? "/두르나

" 그렇지. "/슈발츠

물리적인 공격으로는 동굴 전체가 폭삭, 지금의 마법은 통하지 않고, 상고시대의 (아마도 드로우 엘프들의 것일)룬으로 뒤덮인 벽과 문들은 어떤 염동력이나 예지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슈발츠는 어떻게 문을 열어볼까를 고심하다가, 하나의 방법을 떠올렸다.

" 두르나야, 알루데시아를 데리고 조금 뒤로 가 있거라. "

" 네? 네 주인님. "/두르나

" 냥?... "/알루데시아

두르나가 멀찍이 뒤로 물러서자 슈발츠는 일단 옷을 해제하고,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전신의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주문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몸 안의 위브들을 모아서 열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 주문과 마법사들이 쓰는 불꽃을 일으키는 접촉마법과의 차이점은, 그들은 순간의 불꽃을 불러일으킬 뿐이었지만, 슈발츠가 불러낼 [열기]는 그런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슈르르륵... 화르륵!...

전신이 붉은 열기에 휩싸이면서, 슈발츠 주변의 공기가 미친듯이 팽창해 열기를 뿜어올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로소 그녀들은 뒤로 물러나라는 명령의 목적을 이해하고 좀 더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도 피부를 그슬릴 것 같은 열기를 실은 바람이 그녀들의 뺨을 스쳤다.

화르르륵!....

마침내 슈발츠 가 딛고 서 있던 바닥의 돌이 붉게 달아오르다 흐물거리고, 마침내는 발자국 모양을 남기고 녹아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슈발츠는 비로소 한걸음을 앞으로 전진해서 자신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철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마법에 대한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룬문자가 즉시 발동했다. 그러나 주문으로 불러일으킨 열기이긴 하지만, 닿기만 해도 돌이 녹아 내리게 만드는 열기 자체는 마법적인 것이 아니다. 금세 철문 전체가 붉게 달아올랐다.

치이이익....

금속은 열을 가하면 녹는다. 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이 [증발]하도록 만들만한 열기는 어떤 필멸자도 만들어 내거나 구경해 본 역사가 없을 것이다. 슈발츠의 손길은 새빨갛게 달궈버린 철문을 녹이다 못해 증발시키고 있었다. 슈발츠의 전신은 이미 새하얗다 못해 푸른 색을 띄는 플라즈마화된 공기들로 뒤덮여 있었는데, 그 열기가 닿는 범위 내의 모든것은 녹거나 불타오르고, 결국은 증발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열기였다.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열기를 머금고 휘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그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수가 없을 정도였다.

화르르륵!... 쉬르르...

마침내, 자신의 몸이 지나갈 정도로 철문의 구멍을 넓히고 나서야, 슈발츠는 열기를 거두어 들였다. 그러고도 한참동안 그의 주변에 벌겋게 달아오른 벽과 천정과 바닥의 돌들은 두르나의 접근을 막았고, 심지어 용암속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까지 가능한 알루데시아 마저 생전 처음 본 굉장한 광경에 놀라 두려워하며 슈발츠에게로 접근하지 못했을 정도다.

" 주인님... 우와!... "

마침내 가까스로 슈발츠 곁에 접근한 두르나는 철문에 뚫린 구멍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 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마법인가요? "/두르나

" 아아, 비슷한거지. "/슈발츠

슈발츠는 열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린 후 두르나와 함께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 지나치게 어두운데, 인위적인 걸로 보여요. "

문 안은 지나치게 어두웠다. 두르나가 자신의 허리춤의 잡낭에서 태양봉 하나를 꺼내어 그 끝을 벽에 탁 하고 치자, 막대기 끝으로부터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어둠을 밀어냈다. 확실히 어둠 주문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슈발츠는 이것이 이 장소에 걸려진 영구적인 효과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어둠 주문을 주변에 걸고 싸우던 누군가를 떠올렸다.

" 누군지 조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나보군. "

눈앞에는 암반 내부를 깎아내어 만든 직선 통로가 펼쳐져 있었다. 바닥과 벽에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함정들을 주의하면서, 일행은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러나 건축자는 문의 봉인에 대해 너무나 확신했는지, 문 안의 방어 시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간단하게 잠긴 문 ㅤㅁㅕㅈ개가 부주의한 자가 문고리를 붙잡으면 중독되는 숨겨진 가시로 무장한 채 채로 앞을 가로막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 보안의 허술함과 정비례하듯이 건질만한 물품도 거의 전혀 없었다. 이리저리 구부러진 복도에 딸린 방 ㅤㅁㅕㅈ개를 연속으로 탐색했지만 기껏해야 투박한 가구 ㅤㅁㅕㅈ개, 진흙을 구워 만든 상당히 오래된 항아리 ㅤㅁㅕㅈ개가 전부였다.

" 이미 오래전에 이사해버린 거주지 같군요. "/두르나

" 그러게, 그런데 그렇다면 저토록 엄중하게 막아놓았을 리가 없다는 거지... "/슈발츠

그때, (치타 형태의)알루데시아가 갑자기 귀를 쭁긋거리더니, 옆의 벽을 향해서 자세를 낮추고 작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벽에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슈발츠는 그 벽 뒤에 무언가 심상찮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핏 보면 그저 아름다운 여자이거나 치타일 뿐이지만 알루데시아는 악마(Dimon)다. 플로라에게 [길들여진] 덕분에 선한 존재에 대해서는 그다지 경계하지 않게 된 그녀이지만, (선악을 초월한)신성한 기운이나 혹은 악귀(Devil)적인 기운에 대한 감각은 슈발츠보다 뛰어난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가끔 슈발츠나 다른 노예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을 먼저 알아차렸다.

" 무언가 있나 보군. "/슈발츠

" 반응으로 봐서 악귀 계열일것 같네요. "/두르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노예 중에 알루데시아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두르나다. 알루데시아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젤라노라의 먹거리 때문인지 슈발츠가 거래하는 악귀 때문인지 정도를 구분하는 그녀의 통찰은 틀리는 법이 드물었다.

알루데시아가 반응을 보인 벽은 다른 벽들과 달리 작은 돌들을 끼워맞춘 구조로 이뤄져 있었는데, 종이한장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맞물려 있었다. 먼저 두르나가 비밀문 같은 것이 없나 살피는 동안, 슈발츠는 벽을 두드려서 안이 비었는지를 살폈다. 그러나 비어있는 공간은 없어 보였다.

" 함정이나 비밀문도 없네요. 오늘따라 뭐가 이리 난해한지... "

두르나도 어께를 으쓱해 보이며 고개를 도리질 쳐 보였다. 그때 알루데시아가 다가와서 벽의 한 구석을 발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슈발츠가 그곳을 보니, 그곳만 유일하게 돌이 아니라 석회로 막아 두고 있었다. 워낙에 오래된 벽이나 색이 바래서 돌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알루데시아는 그점을 냄새로 민감하게 알아챈 것이었다.

" 잘했다. 알루데시아. "/슈발츠

" 냥~ "/알루데시아

슈발츠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 한발 앞으로 나서자, 그녀는 얌전히 물러나 앉았다. 그냥 얌전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지만, 쓰다듬어져서 기분이 좋다고 목을 가르랑거리면서 두르나에게 으스대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었다. 도끼눈을 뜬 두르나와 잘난체 하는 알루데시아가 격돌(?)할 무렵, 슈발츠는 단도를 사용해 회벽 부분을 긁어 내었다. 반대편은 바위 뿐이었지만, 슈발츠는 무언가가 그 [바위 벽]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회벽을 긁어낸 부분으로부터 돌을 하나 둘씩 빼 가기 시작했다. 슈발츠의 목적을 알아챈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드잡이질을 멈추고 그를 돕기 시작했다.

" 마치 퍼즐 같네요. "

슈발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 한장 들어가지 않을듯 촘촘히 잘 짜맞춰진 돌들은 한번에 하나씩 순서대로 빼 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무리해서 빼려고 들면 석벽 전체가 앞으로 덮칠 위험까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마법적이지도 않았다. 건축자가 누구인지 기막힌 솜씨였다.

" 다 되었군. "/슈발츠

" 휴으... "/두르나

석벽을 다 치워 내자 드러난 것은, 다른 방처럼 돌을 깎아 내서 평평하게 만든 벽이었다. 단, 다른 벽과는 달리 일종의 마방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이 소환을 위한 것인지 차원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법적인 탐색을 벌인 슈발츠는 그것이 일종의 [봉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무언가 위험한 것을 마방진 너머에 가둬 두고 그 위로 다시 누군가의 부주의한(?) 행동에 의해 그 마방진이 훼손될까 싶어 추가로 룬으로 마방진을 보강하기까지 하고, 지극히 우수한 세공 능력으로 수고와 시간을 들여 돌벽으로 가린 것이다. 굉장한 정성이라고 생각하며, 슈발츠는 대체 무엇이 이 안에 들어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마방진을 뒤덮고 있는 룬들이 변형된 사루크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일리디르 유적에 웬 사루... "

그 때 슈발츠는 기록에 쓰여진 전투-즉 드로우들과 사루크들 간의 전투-를 떠올렸다. 드로우들에게 밀린 사루크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는 두르나들에게 전투 준비를 하라고 이르고 마방진을 이루고 있는 룬을 해제 순서대로 지우기 시작했다.

우우웅...

마방진의 작동을 억제하는 룬을 해제해 가는 동안 원과 삼각형 등이 복잡하게 얽힌 마방진이 점차 분명한 마력을 띄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슈발츠가 마지막 룬을 지웠을 때, 그것은 분명한 힘의 파동을 뿜으며 울리기 시작했다.

웅웅웅...

한동안 붉은 빛을 내면서 웅웅거리던 마방진의 빛이 서서히 잦아들고 나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갈라지며 마방진이 부서졌다. 그리고 마침내 벽의 한 겹이 건조된 흙처럼 변색되어 부서져 떨어지면서 하나의 차원문이 열렸다. 보통의 차원문과 다르게, 그 너머는 분명하게 어두운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어, 보기에도 그지없이 불길해 보였다. 하지만 사루크들에게 중요한 것이면 슈발츠에게는 상당한 단서다. 차원문 너머로 아무것도 건너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는 차원문 안으로 한발짝 내 딛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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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드로우의 조상은 롤스를 숭배하는 일리디르 부족과 그 연합 세력이었습니다. 이들은 원래부터 피부색이 다른 엘프들보다 어두웠다고 하는군요. 최근 4판에서의 [용서받은 드로우]들이 태양 아래서 약하게 되는 저주가 해제된 그들 본래의 모습이라고들 합니다. 자세한 것은 D&D 4판의 룰북을 구해서 보시면 될것이고...(오 무책임의 극치) 아무튼 엘프는 엘프니까요.

근데 저는 원래의 드로우 피부색이 오히려 맘에 들더군요. 따라서 두르나도 비코니아도 용서받지 못한 드로우로 결정. 용서 받거나 말거나 슈발츠꺼지만,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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