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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작은 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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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90 회 작성일 24-01-20 06: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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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남자  1--


 


 솨악 하는 소리와 함께 귀가 멍멍해진다.
 무언가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온 것 같다. 뜨거웠던 주변 공기가 후욱 하고 올라오더니
 날카로운 메스처럼 몸을 찌른다.
 무의식중에 고개를 쳐내린다, 그러자 아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울창한 숲이 보였다. 빛 하나 들어올 것 같지 않게 빽빽히 들어찬 숲 속으로 가파른 낭떠러지가 보인다.
 빼곡한,그러나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줄기들 아래의 평지가 모래로 가득찬 듯 하얗기만 하다.
 
 
 언뜻 보아서는 몰랐을 것이다.
 그저 숲 속에 있는 자갈, 아니 조금 큰 바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



 "상징물"



 그것은 어떤 문명의 상징일까, 어느 시기에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그리고 왜 이리도 은밀하고 조심스레 이 곳에 세워진 것일까.. 누가 발견한다 해도 그냥 스쳐지나갈 듯한
 작디 작은 상징물..
 아마도 이것을 만든 그들은 부끄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민들레가 홀씨를 바람에 날리듯,  있는 듯 없는듯 이 곳에 세워진 "상징물"
 그것은 작지만 강인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든 이의 욕망을 숨기고 있는 듯 했다..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게 작은 이 ...


 


 


 


 


 


 


 


 "....런 씨발"



 옆에서 신나게 머리를 말리는 남자의 "상징물" 과 비교해 보니.. 갑자기 또 울화가 치민단 말야..
 소하는 사우나 후의 상쾌함도 잊은 채, 겨우내 겨우내 잊고 있던 트라우마가 갑자기 하수구 역류하듯 뇌를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옆 사내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들썩한다. 그의 육중한 상징물도
 덜렁덜렁 태풍에 바나나 흔들리듯 포물선을 그린다.



 "이 뭐야 이거!!!"



 푸념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절규가 돼 버린다. 없는.. 없지는 않지, 작은 자의 작은 저항인가.
 덕분에 탈의실에 모여있던 안구 모두가 소하의 얼굴에 집중된다. 개중에는 등짝을 도화지삼아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조금 섞여있는 것 같다. 하나같이 덩치가 한 매트 씩 한다.



 "어떤 놈이 목욕탕에서 고함질이야 고함은?!!"


 순간 뜨끔하는 소하, 옷을 입었으면 줄행랑이라도 치겠지만 아불싸 락커룸까지 가지도 못했다.
 전라로 도망가다가 자칫하면 21세기의 아담이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요새 허리띠 졸라 매느라 졸라 짜증 나는데 너 씨발 거기 기생 오라비 너 이리 와봐... 아유 그냥"
  아무래도 기분이 조금 많이 졸라 안좋으신듯 하다.
  이분들의 특성상, 절대 혼자 오시지 않고 라면 5봉지 세트마냥 줄줄이 관련업종 종사자 분들이 소하에게.. 떼로
  다가온다.



  "어?? 작은 형님?"


  등에 호랑인지 고양인지를 새긴 녀석이 봉황을 새긴 자에게 말한다.


 
  "왜?"



  "여기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거 맞지요?"


 
  "뭘 찾아 임마?"



  "탕이요"


 
  "뭔 탕??"


 
  "여기 남탕... 남탕 아닌교?"



  "이 새끼가.. 너 내가 사우나 안에서 뽕 하지 말랬지 새꺄 주사기 내놔"



  "아..아니 형님 그게 아니고..."



  "이 새끼가 너 주사바늘 찔릴줄만 알지 오랜만에 사시미바늘 한번 거하게 찔려 봐야.."



  "아니고 아니고 형님 그게 아니고.. 저 저 저거 좀 보세요"



  "뭘 봐 임마"
   붉으락푸르락한 봉황이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다.



  "저 놈..



          없는데요?"


   고양이,아니 호랑이 문신이 그러면서 소하의 아랫도리를 가리킨다.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 뭐..뭐가 없어? 개념이??"


 
   "아니 쫌..형님 사람이 말을 하고 손을 가리키면 좀 집중을 해 보세요! 제가 이렇게 저 가스..아니 머슴아의
    이 부분을 가리키면서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이걸 보라고 보라고 하는 거 잖아요 그치요
    그치요??"



   봉황의 얼굴이 헬보이가 되어 간다 금방이라도 붉은 것이 팍 튀길 것 같다. 옆에 있는 대걸레짝이 서서히
   봉황의 손에 쥐여진다.



   "아..아니 형님 그게 아니고, 가 같은 동료끼리 커뮤니.. 커뮤니 케이션을 하자는 차원..에서"



   대걸레짝이 봉황의 손에서 떨리기 시작한다.
   호랑이 문신은, 이미 고양이 얼굴을 하고 봉황을 노려보고 있었고.. 소하는 그들의 투맨쑈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대걸레짝의 폭풍 사운드!!!



   휘익!!!!!!!!!!!!!!!!!!


 



   "아픕니다!!!"   
   봉황이 고함을 지른다.
   하지만 대걸레 자루는 허공에서 멈추어 버린다.



   "어?"



   "어?"



  첫 번째의 어는 봉황에서
  두 번째의 어는 호랑이의 입에서 나온다. 하지만 웬지 다른 뉘앙스.. 두 번째는 자신의 신체에 가해져야 할 가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자각한 자의 탄식이며, 첫 번째는.



 
  "없어!!!"



  "없죠?!!"



  "정말 없네??!!"



  "네 없어요!!!"



  "어떻게 없을 수 있지??!"



  "그런데 정말 없어요!!!"



  두 깍두기의 시선은 정확히 소하의 수풀 사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우렁찬 말투에 슬슬 다른 사람들도 소하의 주위를 빙 둘러 싸는 중이었다. 한 명 한명 실오라기 또는
  가운만 걸친 자들이 모여들자 마치 로마의 격투기 대회를 보는 듯 하다.
  물론 그 중앙에는 깍두기들과, 소하가 있었고. 격투라기보다는 만담에 가까웠지만.



  "야 이게 요새 유행하는 남장 여자인가??"


 
  "그 그런가! 사회적 트렌드인가??"


 
  "그런데, 가슴이 가슴이 하나도 없네요.. 빈유 빈유가 분명하지 않습니까 형님??"
 
 
  "아니야 조금은 나온 것 같아!!"



  "단순한 빈유 일까요?"


 


  "음. 내가 볼땐 오토코노코라고 생각해!"


 
  "오토코노코?? 그게 뭡니까..  나와바리 같은 겁니까??"



  "아.. 아"


  갑자기 봉황의 말이 막힌다.



  "그.. 있어 일본AV..뭐 뭐라 그래야 하나.. 그.. 전문.."



  "야매때 야매때 하는 그 AV 말씀입니까?? 아 그 빨통 큰 애들이 나오는 그 AV말씀입니까"



  "목소리 좀 낮춰 임마!!!"



  "어제도 주무시기 전에 스마트 폰으로 보시는 거 저는 봤씁니다!! 그걸 보면서 형님도 아..형님도
   사람 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



   기어이 대걸레 자루가, 허공을 날아 표적의 중앙에 꽃인다.
   퍼억 하는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억" 하는 소리가 짧고 굵게 탈의실에 울려 퍼진다



  그와 별개로 누군가 소리치기 시작한다



  "여자다!! 남탕에 여자가 있다!!"



  "아니다, 기형인간이다!!"



 순간 관중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어느새 대기실에서 TV니 바둑을 두던 사람들조차 슬금슬금 이쪽으로 온다
 역시 구경중 제일은 불구경이며 제이가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이곳엔 지금 놀이판 아닌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다.



 "남탕에 여자라니, 주인 아니 경찰 불러!!"



 "아냐 그러기에 너무 가슴이 작은데??"
 


 "어이쿠..똘똘아 여기서 이러면 아..안돼 안돼!!"



 "친구야 나 화장실 좀!!! 윽.. "



 군중들의 뱉어냄이 어김없이 소음을 만들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한다.
 소하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애졌다, 다시 하얀 페인트로 칠해지는 느낌이다. 덧칠에 덧칠.. 그럴수록 타인들의 군소리가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 어느새 분위기는 난상토론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해명해야 해!"



 소하는 용기를 내어, 락카 가운데에 있는 평상 위로 혁명열사처럼 뛰어올랐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전 남자 입니다!!"



 "우~!!! 그럴리가 없다"


 어느새 군중들은 대동단결하여 소하의 성정체성을 부정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남자였고 주민등록증 뒷자리도 틀림없는 1입니다!!"


 


 "거짓말이다!!!"



 "그럴리가 없다!!!"



 "근데 이쁘다 연락처좀 알려달라!!!!"


 이젠 추파를 던지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짝을 찾고 싶은 사람들...



 "여 여러분...


 소하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오기 시작한다. 남자지만 남자라는 걸 믿어주지 않는 아이러니, 진실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 되는 아이러니가 바로 이 대호 24시 찜질방 내 남자 사우나 락커룸에서 발생하게 되다니. 이건 아니다



 "아니야!! 난 남자야!! 사람들에게 알리고 말겟어!!"


 소하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최대한 남자답게,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면 다들 믿어 줄거야. 정신력의 문제야 소하야 넌 할수 있어!"


 소하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그럼 제가 이 단상 위에서 15분간 그것을 보여 드리면, 믿으시겟습니까?!"



 순간 무엇 때문인지..아마도 의지의 차이였엇던 것 같다.
 소하의 상징물이 수풀 사이에서 조금, 아주 작은 살색 점 같긴 했지만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은 숲 가운데에서 꺼져가는 작은 촛불처럼 흔들리는 소하의
 성 정체성의 증거...


 


 "어 있다!!!" 누군가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사람처럼 소리친다.



 "정말 없는 듯 있다!!!" 다른 누군가 솔로몬 왕의 보물을 찾은 사람처럼 외친다.



 "아니 있는 듯 없는거다!!" / " 아니 없어야 할 것이 있다!!" / "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있는 거다!!!"


 사람들의 언성이 다시 높아진다. 그 와중에



 "헬로우 안녕 난 게이야, 전화 번호 줄래? 찰져 보이는구나"


 조각같이 몸이 좋은 그리고 얼굴이 웬지 길지만 부드러운 인상의 한 외국인이 소하에게 다가온다. 갑자기 실내의 통풍기가
 앙 앙 소리를 내면서 돌기 시작한다. 소하가 당황하여 머뭇거리자 외국인은 자신의 허리 아래를 조금 가리고 있던
 수건을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붕~~ 탁"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수건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 바람에 이스터섬의 석상만큼 각이 진 외국인의 상징물이
  소하의 눈 앞에 펼쳐진다.



  "쏘 굳? 잇츠 마인.. 포 유우" 외국인의 느끼한 영어발음이 소하의 귀에 꽃일 때 쯤
  소하는 갑자기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강한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자,외국인이 앞을 막아선다.
  소하는 의지를 갖고 그의 어깨를 힘차게 밀쳐서 퇴로를 확보한다. 관성의 법칙에 의거 균형을 잃은 외국인의
  몸이 벽의 모서리에 부딪힌다.


 


  "오 마이 숄더!!!  오 마이 숄더!!!!"



  어깨를 잘못 맞은 것 같다.



  갑자기 걱정이 되었으나, 소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안돼!!! 어서!! 어서 이 곳을 빠져나가야겠어!!!
  미친듯이 양 다리를 움직이는 소하, 사우나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정신없이 달린다.
  뒤에서 사람들이 크게 무어라고 외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의지를 가진 소하의 귀에는 그저 소울음 소리였을 뿐
  소하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탁탁탁탁탁탁탁


 



  인기척이 드문 건물 비상계단까지 온 것은, 소하가 느끼기에는 10년도 넘은 시간이었다


  "아 진짜.. 간만에 찜질방 와서 이게 무슨꼴이야... 땀도 엄청 나고 재수없게, 어쩔 수 없지
   집에나 가야겠다."



  무의식적으로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는다. 가죽이 만져진다.. 음 좋은 이태리제 가죽 내 가죽
 지갑..응? 느낌이 틀리네.. 이렇게 부드러웠나? 얼라 털까지 있네.. 어 이거뭐지?? 이거뭐지??
 그러고 보니 바닥에서 다이렉트로 맨발에 꽃이는 냉기는 또 무엇인가.



 "어???????"


 쿵 하는 것이 소하의 가슴에 꽃이고서야, 소하는 지금 자신이 아담.. 에덴동산의 그 아담.. 상태
 즉 세상에 태어날때와 같은 상태, 완전히 내츄럴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임을 인지한다.



 "아......"



 그제서야, 자신의 뒤에서 그렇게도 소리질렀던 사람들 중.. 아낙네들의 목소리가 끼어 있다는 것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은 또 뭐람.. 게다가 그 리얼한 비명 소리도..


 


 


  "으아아악!!!!!!!!"


 
  충격과 공포로 한시간이나 공황상태에 빠졌으려나.. 정신이 든 소하
  도중에 한 사람이 "사람 있어요?" 라고 외치고 다녔으나 숨소리를 죽여서 다행히 들킨 것 같지는 않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는 것은,그러나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아 쪽 팔려!! 젠장 오늘 일진 왜이러지???.. 그 그래 일단, 옷과 지갑부터 찾아야.. 핸드폰도.."


  발자국 소리로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비상계단에서 찜질방으로 통하는 문 손잡이를 잡는다.
  다행히 좀 야심한 시간이고, 애초에 다른 가게들은 닫았을 테니 후닥닥 들어가면 아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끼릭"


  "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덜컹덜컹덜컹!!"


  "어?? 어???"



  힘껏 당겨보지만, 역시 문은 열리지 않는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소하의 눈에 문 앞에 붙어있는 쪽지가 보인다.


 


 [ 보안상의 이유로 밤10시 이후에는 비상계단 출입이 제한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



 "그 그럼... 아까 사람 있어요? 라던 소리가, 계단통로 문을 잠근다는 뜻???"



 소하의 몸이 스르르, 스르르 문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은 풀렸고, 벗은 몸은 조금씩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앵두같은 입술에서 모기소리만한 무언가가 흘러나온다.


 


 "살려주세요..."



 모기도 못 들을 거 같다.


 


 "살려주세요......."



 소하는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몸을 둥그렇게 말고, 문에 기댄다. 완벽한 절망.
 비상통로의 창문 사이로, 밤 하늘 수놓아진 네온사인의 붉은 빛만이 소하의 이 마음을 달래줄 뿐이었다.


 "하아. 이런 날도 달은 뜨는구나!!"


 포기하면 편하다는 고사성어를 마음속에 새기며, 소하는 터미네이터2의 아놀드가 과거로 돌아온 것 처럼
 몸을 더 둥글게 말았다.
 순간 그의 눈 앞에 누군가 버린 듯한 유흥업소 전단지가 번쩍거리듯 보인다. 뇌수가 갑자기 요동치더니, 전단지의
 활용처가 눈 앞에 그려진다. 아마도 타잔이 커다란 나뭇잎 팬티를 만든것과, 같은 원리 였으리라.



 ***********************************************************************************************************


 


 


 "아유 총각.. 큰일 날 뻔 했어"


 소하가 구출된 것은 2시간 후였다.
 여기는 찜질방



 "아무래도 경비아저씨가 이상해서 간만에 통로 순찰을 했는데, 총각이 거기 있었구먼"


 "네.."



 "경비아저씨가 무서워서 혼났다 그랴..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데 귀신인 줄 알구, 총각도 알지 그 계단에서
  여고생 하나가 미끄러져서 죽었다는.."



 "에???"
 
 
 "아..아녀 내가 또 쓸데없는 소리를..."


 찜질방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말끝을 갑자기 흐린다.



 "아무튼 여기 총각 옷하고 지갑 여기 있어, 우리 찜질방은 락커룸이 튼튼혀서 나나 총각 빼고는 아무도 물건들을
  가져갈 수 없지!!"



  "네..."



 고개를 숙이는 소하의 안구 안으로 112 신고접수 기록과 배상청구 확인서 같은 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어찌되었건, 옷과 지갑. 핸드폰도 찾았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찜질방을 나서려던 때였다.



 "총각!"



 "네?? 또 왜..."



 "아..아니.. 진짜.. "
 그러면서 갑자기 소하를 아래 위로 훝어보기 시작한다.
 소하는 멍하니 주인아줌마의 입모양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하를 훝어보는 아줌마는 마치 매의 눈을 하고 스캐닝을 하듯
 천천히 소하를 훝는다.



 "진짜.. .남자 맞아?"



 "하아........."



 "아니 뭐, 내가 아까 다 CCTV로 봤는데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 했는데 뭐 얘기 들어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드라만!!
  뭐 오해 할수도 있겠드라만!! 총각 피부도 뽀얗고.. 목소리도 간드렁 간드랑 하고, 얼굴도 애기같고 귀엽고!! 하니깐
  사람들이..."



 순간 아줌마의 얼굴이 붉어진다.



 "초..총각......나 사실 매니아야"



 "네?"



 "비..비엘 .."


 


 "으악!!!"



 소하는 자신이 옷을 입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까처럼 정신없이 달렸다.
 아줌마가 쫓아올 것 같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소하의 뒤에서 어디선가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구두 신는 소리, 뒤이어 꽈당 하는 소리가 들린다.



 *************************************************************************************************************


 



  달이 차오른다.
  소하는 집으로 간다.


 


  "내 꿈이 남자중의 남자가 되는 거였는데..."



  작은 상징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도 해 보았다. 식이요법으로 살도 찌워보려 했다. 인터넷으로 거친 남자가 나오는
  동영상을 보고, 연습도 했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
  하지만 허사였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근육이 붙기는 커녕 S라인이 돼 가는 몸매와.. 거친 말투를 쓰면 쓸수록 자지러지는 친구들
  게다가 앵두같은 입술에, 커다란 눈은 쌍커풀이 져서 순정만화에 나오는 남장여자 같았다.
  닮은 꼴 찾기 어플을 실행하면 나오는 20대 여자라는 멘트와 여자연예인들의 사진들
  학교 축제를 하면 여장을 도맡아 했던 건, 소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흑역사였다.



  "작아서.. 작아서 그런 걸까?"


 
   소하도 남자다. 당연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돋또디스크에서 만원을 결재하고 동영상을 다운받았다.
  느낌이 오기 시작했지만, 소하는 아래를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분명 느낌은 오는데. 자신의 아래에 보이는 것은 빼빼로 1/20 크기의 무언가. 마치 알약 같은것이
  파래 위에 놓여진 건포도처럼 빤히 모니터를 겨냥하고 있었다.
  그나마 특수한 상황에서 그런 것이고 보통은, 풀숲 안에서 잠복하고 있어 도통 보이지 않았다.



  "난 큰것을 원해!!"


  하지만 유독 그것의 발육만은 소하의 원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20대가 되고 키도 몸무게도 발가락도 다 커졌는데 유독 그것만은 커지지 않고 있었던... 그의 인생사.



  밤거리의 쓸쓸함, 오늘 겪은 일들이 자꾸만 소하의 머릿속에 번뇌를 일으킨다.  팔짱을 끼고 가는 연인들..
  모텔 앞에서 쑥쓰러워 하는 어느 커플들. 서로의 짝을 찾지 못해서 동성친구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몰려다니는
  광경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저기 아가씨~  저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전화번호좀..."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남자 하나가 소하에게 다가온다.



   "됐어요"
   해명하기도 질렸다.



   "오 보이쉬 한데??" 남자는 포기가 빨랐다. 바로 사라져 버린다.



  "보이쉬가 아니라.. 보이다 이 인간아..."



   불난 집에 부채질 당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있다 보니, 거의 동시에 시작된 핸드폰 진동도 진도 10.1 지진마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화.. 전화 받을 기분은 아닌데, 발신자를 보니



  "연희?"



  최근에 소개팅으로 만난 아이다, 만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연인은 아니고.
  요새 트렌드가 귀엽고 예쁜 남자이다 보니 소하는 학교 내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친한 여자들도,남자들도 많았다
  개중에는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정확히, 모텔에 들어가는 순간 연락은 끊겼던 것이다.
  그래서 소하는 남성의 욕망과 관계의 지속에서 항상 고민해 오곤 했었다.



  사족이 길었다.



 "응 연희야~"


 
 "소하야"


  항상 일상적인 대화로, 연희와의 통화는 시작된다.



 "응!"



 "아 뭐 하나 하고" 연희의 악센트가 조금 하이하다. 기분이 좋은 걸까?



 "응 걸어가는 중이야"



 "잘 걷고 있니"



 "그럼 잘 걷고 있지"


 
 "요새 지각이 약해서 땅이 잘 꺼진대.. 열린 맨홀도 많고.. 맨홀에서 변사하는 경우도 많대
  잘못 빠졌다간 바로 고자가 될 수도 있고"



 "응..걱정해 줘서 고마워.."


 
 "피 바보"


 
 바보라니.. 소하는 생각한다. 그래 사랑의 바보다
 동갑내기. 같은 학교 특별할 것 없는 관계에서 사랑이 시작된다고 했던가. 예쁘고 청초한 그녀,
  그녀를 생각하면 소하는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모텔을 가고 싶지만.... 그래 연희라면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래도 모텔에
 가야지. 시도는 해 봐야지.



 "역시 나도 늑대야 흐흐..." 괜시리 부끄러워지는 소하였다.


 


 "근데 이 야밤에 무슨일이야?"



 "야밤에 통화하면 통화료가 싸거든"



 "아 정말? 몰랐어.. 그런 혜택도 있었구나"



 "피 바보.."


 
 연희의 핀잔. 좋은 약도 두번 먹으면 쓰다고 했던가. 소하는 갑자기 이상하게 바보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구리다.



 "진짜로,, 왜 전화했어?"



 "아니,다른게 아니고 내일 같이 야구 보러가지 않을래?"



 "야구?"



 "응 나 삼상 라이앙즈 팬이잖아.. 맞다, 너 야구 좋아해?"



 "나..난.. 벼..."
  야구라면 방망이로 공을 친다는 운동인 거 정도는 안다, 고 소하는 생각한다.



 "남자라면 역시 야구지. 게임이나 하는 수레기들은.. 남자도 아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연희의 목소리는 조금 격앙돼 있었다.



 "다 당근 좋아하지!! 남자라면 야구! 바스킷볼!"



 "바스킷볼? 그건 농군데??"



 "아.. 맞다..하하 유 유머야"



 "하하하하하하하" 연희가 웃는다



 "핫하하하하하하하"



 "하흣하하하하하핫하하하"



 "핫하하악하학핫하하"



 소하도 연희도, 뭐가 좋은지 함께 웃었다. 세상도 그들도 사회도 다 함께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내일 잠실에서 삼상 - 두산배아프 경기 그럼 가는거다? 표 구하기 진짜 힘든데 구한거야!!
  난 삼상 쪽이니까 너 복장 알아서 하구 와... 응???? 역시 우리 소하 내가 믿길 잘 했어!! 다들 기생오라비
  기집애 이러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넌 천상 짐승남이야!!"



 연희의 목소리는 조금 격앙되어 있었다.



 "짐승남? 내가 짐승남???"



 소하는 갑자기 전율이 흐른다.. 짐승남???
 


 "연희야. 역시, 역시 너 밖에 없어... 나의 마음을 알아주다니. 내가 원했던 그 한마디는 바로 너의 그 한마디였어
  짐승남.. 짐승남.."



  소하는 전화기를 꼬옥 쥐었다.
  내일의 야구경기가, 야구는 잘 몰랐지만. 웬지 기대가 된다. 그녀와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구라, 갑자기 조선의 선비들처럼 짧은 시구가 생각이 난다.
 
 


  너는 미녀 나는 야수
  야수와 미녀가 야구를 시작한다
  나는 방망이를 휘두루는 4번 타자
  너는 추파를 던지는 투수 투수
  나의 방망이로 너의 공을 졸깃하게 범해 주겠어
  나의 스윙이 너를 홍콩까지 홈런해 버릴거야
  1루 2루 3루까지 너의 순결을 지그시 밟아 버리고 홈인
  점수는 4점 4번까지 가버려


 


  "내가 미쳤나..."



  소하는 방금 떠오른 이 시구를 머리에서 지웠다. 좀 이상해 보였다. 운율도 좀 안 맞고.. 맞춤법도 이상하고
   어쨌든 내일의 좋은 만남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상한 생각은 버리고..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것은 또 있었다.



  "그 찜질방.. 탈의실 안에 cctv 설치해도, 되는 건가? 흠.. 다 알몸인데 봐도 되나??"


  흠...


 


   어느덧 내일의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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