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가디언 31화 - 끓어오르는 위협 파트1 Part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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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끓어오르는 위협
콜롬비아 상공, 심야 1시 7분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혼자만 그 전차를 타는거야?"
수송기 뒷쪽의 격납실에서 칸자키 시리가 전차의 최종점검을 실시하고 있던 중, 에이전트 로우가 말을 걸어왔다.
시리는 언뜻 보면 학생처럼 생각되는 키가 작은 여자로 흑백의 심플한 메이드옷같은 이상한 의상을 몸에 걸치고 있다.
비교적 사랑스러운 얼굴이지만, 대범하고 의젓한 인상을 주는 아이다.
그 앞의 로우는 흑색의 두터운 러버슈트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얼굴은 평범하면서도, 두터운 옷위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근육질의 몸매이다.
"이건 공격전용의 전차로 아무나 타게할수는 없다. 로우같이 까부는 사람이 타서 만지작거리면 망가져버린다구."
"그 전차는 보병지원용이잖아? 그런데 수송에는 사용할 수 없다니 뭔가 결함이 있다구."
오사카 방언을 하는 시리에게 금발 푸른눈의 백인인 로우가 유창한 일본어로 답한다.
로우의 결함병기라는 말에 온후한 시리가 발끈한다.
"잘못알고 있군. 보병이 전차의 지원을 하는거야. 전국을 타개하는건 전차가 훨씬 유리하다구."
"뭔소리야. 네 입장을 잘못알고 있는거 아냐?"
"잠깐, 두사람 싸우지 말라구."
험악한 무드가 되어버리려는 시리와 로우를 보고 에이전트 라디가 중재를 취한다.
흑발의 백인인 라디는 밝아보이는 청년으로 인상이 좋았다.
로우와 같이 검은 장갑복을 입고 있어, 한눈에도 팀메이트로 보였다.
다만, 눈에 띄는 큰 차이는 거대한 금속재질의 부메랑 같은 물건을 메고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시리가 지원해준담변 전차를 탈수 없어도 충분해."
"그렇다, 포격지원만 해주면 아무 문제없다."
라이의 말에 에이전트 사나이가 조용하게 수긍한다.
일본인인 사나이는 온화해보이는 청년으로 장갑복을 입지 않으면 전투요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라디와는 달리 등에 일본도를 메고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나도 별로 문제 없어요. 이런 특수부대에 전차가 지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요."
사나이의 옆에 앉은 에이전트 레일도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하고는 있지만, 일본인과는 다른 외모의 레일은 언뜻 봐서는 어디 출신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레일이라고 하는 코드네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장갑복을 입은 그녀는 방금전부터 무엇인가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끊임없이 비행기의 벽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다.
"무슨 소리야. 재미없게. 웨이드는 어떻게 생각해?"
"응? 무슨 얘기냐?"
프른색 보디슈트를 입고 바닥에 뒹굴고 있던 웨이드가 돌연 질문해온 로우에게 되묻는다.
마스크를 입까지 끌어올려쓴 웨이드는 중얼중얼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보병 지원용이라고 하는데, 전차에 한사람만 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너, 뭐 먹고 있는거야?"
"미봉이라는 거야, 남미에 간다길래, 휴대용 식품으로 가져왔다."
의아해하는 로우에게 먹은 찌꺼기를 휘날리면서 웨이드가 대답한다.
미봉이라고 하는 것은 슈퍼등에서 팔고 있는 막과자로,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여러가지 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싸구려 과자이므로 당연히 먹은 찌꺼기가 잘 날리지만, 웨이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휴대식품이라고? 그따위로 배가 부르냐?"
"걱정없다. 가벼우니깐 가득 가져왔다."
웨이드가 턱으로 화물칸의 비닐시트로 싸인 파렛트 하나를 가리킨다.
"....혹시, 저게 모두 미봉?"
조심스레 확인하는 라디의 말에 웨이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윗부분은 크래커다."
"으윽..."
웨이드의 말에 온후한 성격의 시리도 무심코 신음소릴 낸다.
웨이드는 미국태생의 용병이라고 하지만, 언행을 봐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인용의 전차는 어떻게 생각해?"
"응?"
기분을 전환시키며 로우가 재차 웨이드에게 묻는다.
"카오디오는 제대로 달려있는거야?"
"아니, 일반적으로 전차에 그런건 달려있지 않아."
"그럼, 결함 무기네. CD 체인져정도는 달려있어야 쓸모가 있지."
웨이드는 로우의 얘기에 흥미를 잃고 다시 막과자를 먹기 시작한다.
주위의 사람들은 정신없는 웨이드의 얘기에 어안이 벙벙해져 말을 잇지 못한다.
"대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라디의 질문에 벽옆에 기대어 서있던 에이젼트 케리가 살짝 그를 쳐다본다.
웨이드 같이 케리는 다른 대원들이 입고 있는 장갑복 ADX-X-1은 입지 않고, 몸에 달라붙는 바디 슈트를 입고 있다.
"시리는 포격 지원 담당이다. 그것만 제대로 된다면 문제없다."
"대장까지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그녀의 복장은 어떻습니까?"
로우는 케리에게 메이드 복을 입은 그녀의 복장을 지적한다.
"전차내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나는 상관없다. 일만 제대로 하면 괜찮다. 솔직이 말하면, 일만 똑바로 한다면 보병인 너희들도 어떤 모습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
"그렇습니까...."
대장인 케리가 이렇게까지 말하면 로우도 물러설 수 밖에 없다.
시리는 논의가 끝난 것을 보고 다시 전차를 체크하러 돌아간다.
"나도 메이드복을 입을까?"
"장난 아니니깐 그만둬라."
웨이드가 불쑥 꺼낸 말에, 로우는 오한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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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오카 사쿠라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설마 자신의 생일에 후나코시 레이가 와줄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사쿠라는 레이의 클래스메이트로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원래 얌전한 성격으로 눈에 띄는 일은 없지만, 성격이 좋아서 친구도 적당히 많다.
반대로 레이는 성적도 우수하고 운동신경도 발군이다.
클래스의 인기인이 될 조건이 충분하지만, 세상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어 동급생사이에 그다지 끼어들거나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해도,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 정도다.
일견 눈에 띄는 거대한 가슴때문에 레이는 동급생 남자애들에게 자주 놀림을 받지만, 그럴때마다 남자들을 재기불능으로 쓰러뜨려놓아버린다.
그 공격적 성격때문에 친구다운 친구는 없다.
하지만, 사쿠라는 레이를 조금 동경하고 있었다.
뭐든 겁내하는 것도 없고,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하고, 유치한 남자애들의 짖궃은 장난도 두배로 돌려주는 강한 성격.
두뇌명석하고 운동도 잘하는 등, 자신에게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웠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초대에 응해 집에서 여는 생일파티에 와준 것이다.
"후나쿠시, 와줬구나."
"응? 초대해줬으니깐. 별로 할일도 없고."
현관문에서 놀라는 사쿠라에게 레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고 집에 성큼성큼 들어갔다.
특별히 친한 것도 아니지만, 혹시나 하고 말했는데 레이가 집에 와주었다.
사쿠라는 기뻣다.
다른 친구들은 레이가 온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레이는 안색하나 바꾸지 않고 파티에 참가한다.
생일노래, 케익의 초를 끄고 선물을 주는 사쿠라의 생일파티가 진행되었다.
사쿠라가 놀란 것은 레이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화장품회사 미라쥬가 판매하는 초등학생 전용의 상품, 퍼스트-코스메틱의 루즈세트였기 때문이다.
퍼스트-코스메틱은 초등학생에게 초 인기 상품으로 미라쥬의 주력상품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에게 화장은 빠르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고민거리로, 종종 매스컴에도 논의가 되는 제품이었다.
사쿠라도 가지고는 싶었지만,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평균적인 초등학생의 용돈으로는 쉽게 살수 없었다.
언젠가는 사고 싶었던 것을 전세트로 선물 받았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
"퍼스트-코스메틱 세트라니....받아도 괜찮을까?"
"별로 상관없어, 아는 사람이 미라쥬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냥 얻어온거기도 하고."
레이는 메이와 유카를 생각해내면서 사쿠라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레이로서는 요즘의 초등학생이 어떤것을 받고 기뻐할지 몰랐지만, 메이가 추천해주니 가지고 왔을 뿐이다.
주위의 동급생들이 "좋은데~" "후지오카, 부럽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
레이 자신이 좋아하는 카드게임은 남자애들이 좋아할만한 것이었으니 안가져오길 잘한것 같다.
선물 교환등이 끝나고 자연스레 사쿠라와 친구들은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레이는 멍하니 얘기들 듣고 있었지만, 화제는 클래스에서 좋아하는 남자애들에 대한 것이다.
유이나 동료 가디언들의 앞에서는 방약무인으로, 고집을 피우거나 어리게 행동하는 레이도 이런 자리에서는 어른스러울수 밖에 없다.
실제로 2천살이 넘은 레이의 입장에서는 그녀들처럼 초등학생 소녀처럼 행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유이 앞에서는 예외로, 그에 대해서는 언제나 어린 애인이 되어 버리는 자신도 이상한거라고 레이는 쓴웃음을 짓는다.
거리낌없는 가디언의 여자들도 동년배인 2천살이므로 그앞에선 거리낄것이 없어 오히려 외모 그대로의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응? 후나코시는 좋아하는 남자라든지, 없는거야?"
"나?"
동급생 여자애로부터 갑자기 질문을 당한 레이는 눈을 깜박인다.
대화에 참가하지 않으니 이 아이가 말을 걸어준 것 같다.
"같은 반 남자애라던지, 누구 없어?"
"클래스 중에는 없어요."
레이의 쓴웃음에 소녀들도 웃는다.
무슨일마다 참견해오는 남자에게 레이가 흥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보았던 적이 없을 정도의 큰가슴을 가진 레이를 클래스 남자애들 대부분이 은밀히 좋아하고 있는 것을 소녀들은 눈치채고 있지만, 다가서는게 너무 유치하다.
좋아하는 아이니깐 괴롭히고 싶다는 것은 어린 남자애들의 성향이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주선해줄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애인도 있고."
"정말?!!!"
멍하니 차를 마시며 대답한 레이의 발언에 소녀들이 비명 지르듯 되물었다.
레이는 그 과민한 반응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눈썹을 찡그렸다.
이 나이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연애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것이다.
"동급생?"
"우리 학교?"
"아니면, 전의 학교에 있는 사람?"
기관총과 같은 질문이 퍼부어지고 레이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치고 만다.
유이와의 관계는 가디언끼리 외에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무심코 말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흥미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동급생들을 거짓 연기로 속일만한 자신이 없었다.
어쩔수 없이, 레이는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접혀있는 폴더를 열어 대기화면을 보여준다.
"으음........일단, 애인."
얼굴을 붉히면서 레이가 설명한다.
재차 유이를 애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 어쩔 수 없다.
"어디, 어디.....워~~ 멋지잖아!"
"연상이지? 몇살?"
"중학생이지만..."
"중학생! 꺄악!!!"
화면에 보이는 유이에 대해 레이가 설명하자 소녀들은 환성을 지른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연상의 오빠와 교제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정말 애인?"
"그런 실례를! 후나코시는 거짓말 같은거 안해요."
"사실이야."
갑자기 믿을 수 없다고 외치는 동급생들을 보고 레이는 눈썹을 찌푸린다.
보통, 중학생 또래의 남자애들은 연상의 여성에게 관심이 있으니깐 교제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초등학생이 허세를 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드문일이 아니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전화해서 불러낼수 있어?"
"호출이라....뭐 그다지 나쁠 건 없지만, 나중에 딴소리 듣는 것도 싫고, 지금시간이라면 집에 있을테니 만나러 가볼래?"
레이의 말에 소녀들은 당황했다.
낯선 집에 놀러가는 것은 좀 주저하게 되고, 게다가 오늘은 사쿠라의 생일파티이기때문에 그걸 중단할 수는 없었다.
한 사람이 나중에 가자고 말하려고 하는데,
"가자! 같이 가요!"
사쿠라가 돌연 크게 외치는 소리에 레이와 소녀들은 놀라버렸다.
평소에는 얌전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크게 외치는 것은 교실에서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파티의 주연이 간다고 하면 안갈수도 없는 것이다.
레이와 소녀들은 당황하면서도 남아있는 과자나 케이크를 준비해서 나갈 준비를 한다.
동경하고 있는 급우에게 멋진 애인이 있다는 말에 사쿠라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사쿠라에게 있어 레이는 자기의 목표이기도 했기에 그녀가 애인을 가지고 있는것은 큰 흥분거리였다.